사이클러는 시체 구덩이에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분해해 원자 단위로 쪼갠 다음 필요에 따라 다시 재조립한다. 이렇게 하려면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지만 우리는 반물질로 돌아가는 우주선 엔진을 발전기로 사용한다. 에너지만은 유일하게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 P60

에잇은 몸을 틀고 나와 나란히 서서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있잖아, 좋은 일을 하는 셈 치고 네가 자진해서 저 아래로내려갈 수도 있어." 그가 말했다.
나도 지지 않고 대거리했다. "그럼, 그래도 되지. 너도 그래도되고"
에잇은 자기 팔을 내 어깨에 둘렀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 P61

 그럼 바위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정을 바꾸기에는 늦은 마지막 순간이 왔고 내 손은 아직 주먹을 쥐고 있었다.
나는 우리 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쫙 펴진 손이 보인다.
"미안하게 됐다. 형제야." 그가 말했다.
그래, 미안하게 됐지. - P63

돌이켜 보면 이 문제의 근원, 그러니까 내 모든 문제의 뿌리는 베르토였다.
베르토는 드라카에 탄 사람 중에서 내가 그웬에게 DNA를주고 내 인생을 팔아넘기기 전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사람이다. - P65

돌이켜 보면 이 문제의 근원, 그러나까 내 모든 문재의 뿌리는 베르토였다.
베트로난 드라타에 탄 사람 중에서 내가 그웬에게 DNA릉 주고 내 인생알 팔아넘기기 전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인물이다.
(중략)  2년 뒤 전문 비행사 훈련을 받기 위해 포그볼을 그만뒀을 때는 행성 전체에서 열 번째로 뛰어난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9년 후 내가 키루나의 후미진 지역에 있는 후진아파트에 살지 않았고, 베르토가 드라카의 선원으로 선발되지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P66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래, 넌 전설이 될 거야,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해피엔딩을 맞이해서가 아니라 9년이나 공백기를 가졌는데도 우승할 수 있다고 믿은 것 때문에, 너,
첫 경기에서 열여덟 살짜리 선수에게 100점 이상 내주고 완전히 패배하게 될걸‘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베르토가 9년 동안 비행 중이거나 우주선에 타고 있지 않을 때면 거의 모든 순간을 나와빈둥거렸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P67

역시 고맙게도, 베르토는 자신이 우승하는 바람에 내가 겪게된 일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며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게 드라카에 승선하라고 권한 것이다.
베르토는 나를 경비대에 넣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명했고, 어쨌든 지금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수 있는 인생을 살아왔으니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69

경비대원을 모집할 때 인터뷰 신청을 하기는 했다. 그리고거의 신청을 하자마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셰이키 조에서 베르토를 만나 커피를 한잔했다. 나는 태블릿으로 불합격 통지를 보여 주었다. - P69

베르토가 고개를 저었다. "미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잖아. 그리고 다리우스 블랭크는 절대 용서하거나 잊는 사람이 아니야. 10만 크레딧쯤 되나?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갚을 계획인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할부로?"
"지금 중고 플리터(본 작품에서 양력을 이용하는 초보적인 비행운송 수단 옮긴이)를 산 게 아니잖아." - P70

그날 밤 나는 드라카의 구인 공고 페이지에 로그인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일자리가 올라와 있었고 이제까지 누가 채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모든 일자리가 채용 완료되었다.
남아 있는 자리는 딱 하나였다.
나는 베르토에게 연락했다.
"베르토, 익스펜더블이 뭐야?"
"그거, 드라카 일자리인데,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거야."
"아직 남아 있는 자리가 이것뿐이야. 하고 싶어." - P72

"도와줄 거지?"
베르토가 한숨을 쉬었다. "솔직하게 말해 줘? 그 자리라면내 도움도 필요 없을 거야."
그는 통신을 끊고 사라졌다.  - P73

5잘

"그게 아니야. 이건 아닌 것 같아. 네가 저기 뛰어드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어." 에잇이 내 발꿈치를 잡아끌더니 내게 손을내밀었다.
그가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떨렸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 P75

내가 말했다. "제발 농담은 좀 기다렸다 해 줘. 진짜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숙소도 하나고 배급 카드도 한 장뿐이야.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등록된 신분도 하나라는 거야. 우리가 중복된 걸 누가 알게 되면……………." - P75

"들어 봐. 배급량은 충분하잖아. 지난번 엊로드 이후 멍청한 짓만 하지 않았다면 우리 둘이 하루에 2000킬로칼로리는 섭취할 수 있어.
(중략)
내 얼굴이 움찔거리다 결국 일그러졌다. "하루에 1000킬로칼로리만 먹는다고? 너무하잖아. 그것보단 더 잘 살아남아야지. 베르토는 어때? 일이 이렇게 된 건 거의 베르토 때문이야.
무슨 일이 있는지 이야기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사이클러 페이스트라도 좀 나눠 주지 않을까?" - P77

미드가르드 궤도를 벗어나고 일주일이 지나 다리우스 블랭크와 내 사연을 알게 된사령관 마샬은 개척지에 범죄의 씨앗이 침입했다고 여겼다. 이에 더해 그는 독실한 종교인이어서 한 번에 한 명씩일지라도 사람을 재생 탱크에서 꺼낸다는 생각 자체를 혐오했다. - P78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좋아. 그러니까, 착륙한 이후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 둘 중 하나는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이제 다 해결됐네."
에잇의 대답이었다. - P79

"대체 그 형편없는 아침 식사는 뭐야?" 나샤가 말했다.
나는 600킬로칼로리짜리 무가당 사이클러 페이스트를 반쯤 해치운 상태였다. 여기 상륙거점 개척지에서는 1킬로칼로리가 진짜 1킬로칼로리가 아니다. 음식들은 실제로 먹고 싶은음식과 얼마나 비슷한지에 따라 파격 할인가로 팔리기도 하고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기도 했다. - P81

 토끼 뒷다릿살과 시들한 토마토도 있었지만, 프리미엄이 40퍼센트나 붙어 있었다. 에잇이 살아 있는 한저런 사치는 절대 누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82

"그래, 불멸이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렇지?"
"여기 있었네." 베르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가 얌과 귀뚜라미 요리를 들고 내 뒤에서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베르토, 앉지 그래?" 나샤가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자기 쟁반을 내 쟁반 옆에 놓고 벤치 위로 몸을 구겨넣었다. "꿀꿀이죽이 웬 말이야 미키? 손은 또 왜 그래?" - P83

베르토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방에 들르고 얼마나 있다가?"
"모르겠는데, 여기 내려오기 바로 직전인가 봐. 한 30분 전쯤에?"
"샤워장에 있었을 때는 손목이 괜찮았잖아." 나샤가 말했다.
"맞다. 그 후인가 보다." 내가 둘러댔다. - P84

베르토는 포크 한가득 귀뚜라미와 얌을 떠서 입안에 넣고천천히 씹다가 목구멍으로 내려보냈다. "모르겠어, 미키. 최근들어 재생 탱크에서 여러 번 나왔잖아. 이번에 나온 너는 조금얼이 빠진 것 같아."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재생 탱크에서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눈여겨보는 대신에 애초부터 재생 탱크에서 나올 일이 없게끔 내 목숨을 지키는 데 신경을 더 써 줬으면 이런 대화를 할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지." - P85

베르토는 나샤 쪽으로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했다. "누가 사라졌대."
"사라져? 어떻게 사라졌는데?" 나가 물었다.
베르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동쪽 검문소를 지키던 경비대원이래. 대니 말로는 게이브 토리첼리라던데 8시에는 통신이 됐는데 8시 반에는 안 됐다더라.
사람을 보내 수색했는데 헤집어진 눈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래." - P86

베르토가 말했다. "너 진짜 바지에 오줌이라도 싼 표정이야,
미키. 대체 뭐야? 그 사람이랑 친했어?"
이 행성에 사는 인구가 고작 200명이 안 되고, 지난 9년을 똑같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상한 질문이었다. - P87

"크리퍼한테 잡힌 거야." 베르토가 말했다.
나샤가 한 입 남은 얌을 두고 고개를 들었다. "확실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이 바위 행성에서 아메바보다 큰 생물체는 크리퍼밖에 못 봤잖아." - P88

"무장을 했든 안 했든, 게이브는 고사양 버너를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렇지? 버펄로도 구워 버릴 무기를 가지고 다니면서곤충 떼에 먹히는 게 말이 돼?" 베르토가 말했다.
"버너는 소용없어" 내가 말했다.
(중략)
"아냐, 아냐, 사실 미키 말이 맞아. 미키도 지난밤 임무를 수행하면서 버너를 가지고 있었잖아. 결국 도움이 안 됐고, 그걸 잊어버렸네." 베르토가 말했다. - P89

"갈기갈기 찢겨? 나는 미키가 크레바스 바닥에서 얼어 죽은 줄 알았는데." 나샤가 말했다.
나는 베르토를 향해 ‘혼란스러우면서 화가 난 듯한 표정을지어 보였다. "얼어 죽다니, 베르토?" - P90

 그런 다음 베르토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는 오늘 아침에 왜 일을 안 해? 어제도 나보다 적게 일했으면서"
베르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샬이 나를 더 좋아하나보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오큘러에 채팅창이 나타났다. - P90

[Command1]: 10:30까지 사령관 마샬의 사무실에 보고 바랍니다.
보고 없을 시 불복종으로 간주하여 할당 배급량 감축으로 이어질 수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수신 확인 메시지를 보내는 찰나 첫 번째 창 옆에 두 번째창이 열리면서 나샤의 얼굴이 살짝 가려졌다.

(중략)

[Mickey8]: 이런 우리 둘 다 미키8이야?
[Mickey8]: 그런 것 같은데.
[Mickey8]: 멋지네. 굉장히 헷갈리겠어.
[Mickey8]: 무슨 수가 나겠지. - P91

샤워장에서 나를 봤다던 이야기와 조금 전 그녀가 한 이야기를 연관 짓는 데 몇 초가 걸렸다. 그리고 그녀가 에잇과 함께있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는 데 또 몇 초가 걸렸다. 내가나를 질투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질투가 났다. - P92

‘마샬이 하는 말 너무 담아 두지 마. 쓴소리 듣는 것도 네일이고, 넌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어. 명령대로 이행한 걸 가지고 화를 낼 수는 없어."
그러고는 다시 한번 이마에 키스했다. "돌아오면 방에서 잠을 좀 자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 연락할게. 알겠지?"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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