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남자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에대한 애환을 잘 묘사한다. 주인공 손세진(정유미)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다. 그리고 깡패가 이웃인 반지하 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녀는 재취업을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지방대 출신, 그리고 여자라는 최악의 조건으로 ‘서울 안의 기업에 취업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스스로 적나라하게 증명할 뿐이다. - P197

 여자들은 몸으로 체득한 억울함이 클수록 당연히 더 위축된다. 이는 고스란히 목표상실로 이어지고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만을 놓고 세상은 또 차별을 시작한다. "이봐, 회사에 남자가 많은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 P198

차별을 합리화하는풍경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난‘ 객관적 결과가 어떻게
‘객관성‘을 보장받겠는가. 취업난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례가 등장한다._주36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마친 여대생이 취업 면접 때마다 "여자가 왜 대학원까지?"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 P198

주36 <MBC 스페셜>, "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2009. 10. 9. - P308

주로 남자들이 내뱉는 말이지만 ‘더 남자다워‘ 승진할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도 "나도 여자지만, 내 밑에는 남자가 왔으면 좋겠다!"면서 ‘어쩔 수 없음‘을 거들어주는 경우도 많다. 정말이지 이야기를 안 끄집어낸 것보다도 못한 결과다. - P199

누군가가 경험했다면서 올린 글을 보자._주37

여자들은 조별 과제에서 항상 뒷구멍에 앉아서 받아먹으려고만 하죠. 여자들끼리 구성된 조는 잘할까? 당신이 말하는 찍어 누르는 남자가 없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그 집단의 특정 몇 명의 문제일까? 여자라는 동물 자체의 문제일까? 서로 뭉치지도 않고 뭐 좀 하려고 하면 약속이 있다. 바쁘다, 아프다. 다른 공부해야 한다는 등온갖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기 급급하다. 뭐가 될 리가없다. - P200

주37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남자와 여자의 취업경쟁은 과연 공정할까?" (2011.
11.27.)에 대한 닉네임 ‘후‘의 댓글. - P308

남자는 사람 문제, 여자는 여자 문제

(중략). 따져봐야 할 것은 ‘같은 경우‘,
그러니까 남자가 ‘조모임에서 개판을 치는 무수한 경우‘를 왜 같은 이치로 해석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P202

여자들을 상대로 ‘조 모임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황당했는지‘를 물으면 이러한 증언들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조모임‘의 문제는 남녀 간의 차이로 벌어지는 문제가 아닌 사람 간의 차이로 일어나는 문제이다. - P205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것조차 불평등한 상황에서 남자들이 조별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 조장을 하고 회의 중에 성희롱 수준의 말들을 하는 건 예사다. - P205

결국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남자라면 ‘사람 문제가 되고 여자라면 ‘여성 문제‘가 된다. 이 경험을 고스란히 안고 많은 이들이 사회로 진출했다. (중략). 이런 비상식스러운 차별적 시선에 여자들이 능력 발휘의한계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등장한다. - P206

나는 왜 여학생들을
더 좋아했을까?


‘교수님은 여자만 좋아함. 남자로서 심한 소외감을 느낀 한 학기‘

내 강의에 대한 누군가의 강의 평가 내용이었다. 피식 웃음이났다. 사실이니까. 그것도 강의 중에는 무척이나 ‘더‘ 좋아했다. - P190

나는 다 강의 잘되라고 여학생에게 질문을
‘더‘ 했을 뿐이지, ‘전화번호 교환‘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그럼 저 상황조차 왜 그런지를 고민해보자.  - P190

강의 평가 몇 개를 더 살펴보니 이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보인다.

선생님~ 저 다영이에요. 한 학기 동안 질문 너무 자주 하셔서 힘들어 죽을 뻔했어요. 이러면 앞에 앉기 곤란해요. - P191

왜 여학생들한테만 질문하세요?

물론 다영이는 여학생이다. 매번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매우 집중한다. 이제 내가 ‘누구를 더 좋아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나는 ‘여학생‘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다. ‘앞자리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아무개 학생‘에게 호감을 가졌을뿐이다. - P191

 또 단지 ‘학점만 따려고 들어온 대학생들에게는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다. 그래서 뒷자리에서 다른 일을 한다. 밀린 과제를 한다거나, 주식시장의 근황을 노트북으로 살펴본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 P191

 눈을 뜨고 있지만 정신은 잠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순 없다. 이를 고려하면, 백여 명이 넘는 교양 강의에서는 나와 ‘지적 영감‘
을 교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택적으로 피드백이 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가 이름을 외우는 학생도 소수다. (준략). 그런데 그 ‘특정 학생‘은 왜 여자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여학생들이 ‘스펙‘에 더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 P192

남자들이 취업 잘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 잘 안 되는데,
여자들은 ‘더‘ 안 된다는 것이다. (중략). 10대 그룹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0.07퍼센트이고 공기업의 경우는 (사실상
‘제로‘를 뜻하는) 0.002퍼센트다. - P193

. 20대 대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14.5퍼센트에 불과하다. 근속 연수도 남성은 13.8년이지만 여성 9.2년이다._주34 - P194

주34 〈한겨레〉, "20대 대기업 여성직원 비율 14.5% 그쳐", 2014. 4. 13./〈연합뉴스〉,
"한국 ‘여성 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2015. 3. 7./<여성신문>, "공기업은여성 임원 ‘무덤‘인가", 2015. 5. 13./<경향신문>, "여성 대통령 3년, 여성 지위는 ‘뒷걸음", 2016. 3. 7./<MBN 뉴스>, "남녀 임금격차 36.6%・・・ 여성·청년단체
‘동일임금의 날‘ 제정 촉구", 2016. 5.24. - P308

다영이가 A+에 목숨을 거는 이유

 여대생들은 스펙에 목마르다. 학점 관리는 그중 하나다. 목마름은 애처로운 행동으로 나타난다. 은밀히(?) 교수를 따로 찾아와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쪽도 여학생이 많다. 그만큼 공개적인 자료 공유를 꺼린다는말이다. 수업 노트를 안 빌려주는 쪽도 여학생이다. 앞자리에서남들보다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성적 장학금을받는 학생들 중 70퍼센트가 여자인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_주35 - P194

주35 <한겨레21>, 805호, "여학생은 ‘스펙‘에 목마르다", 2010. 4. 8. - P308

그런데 이렇게 너무 악착같이 살다 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쉽게 무너진다. 이런 특징은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때 여실히 드러난다. 아주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다. 보통 남학생들은 ‘이때만큼은‘ 예의가 바르다. - P195

항상 앞자리에 앉았던 다영이의 아버지는 삼겹살 가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다영이는 지금껏 단 한번도 자신이 가게를 이어받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직 고등학생인 남동생은 수년 전부터 "정 안 되면 아버지 가게에서 일이라도 배워야지"라면서 ‘가업 계승‘을 전제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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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날아가 버린 JFK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


9/11 트루서, 오바마 내서, 큐어넌 트럼프 지지자 이전에 모든음모론의 모태가 된 사건은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다. (중략).
이 위원회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단독 암살범이라는 결론을 내린 889 페이지 분량의 종합 보고서를 작성했다.¹ - P199

8장 날아가 버린 JFK

1The Warren Commission Report: The Official Report on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John F. Kennedy, PDF, September 27, 1964, GPO: US Government Bookstore, https://bit.ly/3gocb8w/. - P382

오즈월드가 케네디를 암살한 지 이틀 만에 암살당했기 때문에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1969년 뉴올리언스 지방 검사 짐 개리슨JimGarrison이 지역 사업가 클레이 쇼Clay Shaw를 공모자로 재판에 회부할 때까지 사건은 종결되었다. - P200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군산복합체와 결탁한 CIA였는데 왜냐하면 억지스러운 사후 판단의 입장에 선 개리슨의 추론에 따르면 케네디가 베트남에서 벗어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JFK 암살 연구자인 미셸 가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60년대 개리슨의 이론에서 베트남은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데이비드 페리 DavidFerrie와 클레이 쇼가 연루된 가학적인 동성애 음모라고 주장하다가 FBI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카스트로를 살해하려는 CIA의 음모에 JFK가 동의했다는 것을 모른 채, JFK가 쿠바와 평화를 이루려고 했기 때문에 CIA가 JFK를 죽였다고 주장했습니다.")³ - P200

3 Michel Gagné, personal correspondence, September 23, 2021. - P382

대통령 암살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음모론이 첫날부터 불거졌지만 1970년대 초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약화하면서 관심이 재점화되었다. - P200

하원 특별위원회는 250명의 조사관을 고용하고 550만 달러와 30개월의 시간을 들여 누가 진짜로 JFK를 죽였는지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다. 12권의 방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후 위원회는 오즈월드가 유죄이며 미국 정부 내 어떤 기관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⁶ - P201

6 US House of Representatives, Select Committee onAssassinations. - P383

버지니아대학교 정치센터의 래리 사바토Larry Sabato 소장은 당일의 경찰 무전 교신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댈러스 경찰의 딕타벨트 녹음에 따르면 딜리 플라자에서 3발이 아닌 4발이 발사되었다는 하원 암살조사위원회의 주요 결론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우리 팀이 처음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라고 결론지었다.⁷ - P201

7 Markus Schmidt, "Sabato: Audio Analysis Debunks Theory of Fourth Shot atJFK,"
Richmond Times-Dispatch, October 16, 2013, https://bit.ly/3dx7R5m/. - P383

 2019년 다큐멘터리, <진실만이 유일한 의뢰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공식 조사 Truth Is the OnlyClient: The Official Investigation of the Murder of John F. Kennedy> (제목은 얼 워런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지시한 내용에서 따온 것)는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긴 분량이지만 워런위원회의 종합 보고서와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¹⁰ 사건 종결.
그러나 대중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딜리 플라자에 한 명 이상의 총격범이 있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 P202

10 Todd Kwait and Rob Stegman, directors, Truth Is the Only Client: The OfficialInvestigation of the Murder of John F. Kennedy, documentary film, BlueStar Media, EzzieFilms, 2019. - P383

201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1퍼센트가 음모가 있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¹⁴ 2016년 채프먼대학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은 그들이 JFK 암살에 대해 아는 사실을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고 믿었다.¹⁵ - P203

14 Art Swift, "Majority in U.S. Still Believe JFK Killed in a Conspiracy: Mafia, FederalGovernment Top List of Potential Conspirators," Gallup News, November 15, 2013,
https://bit.ly/3eiSnki/.
15 The Voice of Wilkinson, "What Aren‘t They Telling Us? Chapman University Surveyof American Fears," October 11, 2016, https://bit.ly/3amYnY9/. - P383

JFK 암살 음모론은 너무나 널리 퍼져 있어서 이런 농담도 있을 정도다. 음모주의자가 죽어서 천국에 갔다. 잘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으로 신이 어떤 질문에도 대답해 주겠다고 했다.


음모주의자: "누가 실제로 존 F. 케네디를 죽였나요?"
신:"리 하비 오즈월드. 자신의 카르카노 M91 소총을 사용하여 혼자 행동했지."
음모주의자: "신도 공범이라니!" - P203

이 책 전체를 다양한 음모론으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JFK 암살 사건을 다루는 많은 자료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일단 그 토끼굴로 내려가면 문제가 분명해진다. 대부분 서로 모순되고, 음모를꾸민 조직은커녕 두 번째 저격범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독한 암살자 이론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다. - P204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었다. (중략). 하지만 짐 개리슨의 클레이 쇼 재판을 바탕으로 한 올리버 스톤의 영화를 본후, 나는 이 이야기에 더 많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지어 대통령 암살을 위한 진짜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영화의 힘이다. - P204

하지만 제럴드 포스너와 빈센트 부글리오시의 책을 읽은 후,
나는 내 선입견을 업데이트하고 2013년 암살 50주년을 맞아 가장 일반적인 음모론을 반박하는 <스켑틱>의 특별판을 편집하며 고독한 암살자 이론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했다.²⁰ - P205

20 David Reitzes, "JFK Conspiracy Theories at 50: How the Skeptics Got It Wrong andWhy It Matters," Skeptic 18, no. 3 (2013), 36-51, https://bit.ly/3apHqfL/. - P384

리 하비 오즈월드는 1939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1950년대에 미 해병대에 입대하여 소총 사격 훈련을 받았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의 한 인물이 오즈월드가 "매기의 서랍을 쐈다", 즉 과녁을맞히지도 못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오즈월드는 소총 사격에서두 번째로 높은 등급을 받아 명사수로 인정받았다. - P205

정치적으로 오즈월드는 1959년 러시아로 망명하여 민스크의라디오 공장에서 2년간 일했고 마리나라는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공공연한 공산주의자였다. 소련에 환멸을 느낀 그는 1962년 친구들에게 카스트로의 공산주의 혁명에 동참하기 위해 쿠바로 가고싶다고 말한 직후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주했다. - P206

댈러스에 있는 동안 오즈월드는 반공주의자이자 퇴역 장군인 에드윈 A. 워커 Edwin A. Walker를 만났는데 그는 한때 미국 대법관 얼워런이 학교 내 기도 금지와 소수자 인권 증진을 통해 미국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했던 음모론자였다. 케네디를 암살하기 불과 8개월 전인 1963년 4월, 오즈월드는 워커 장군의집 밖약 100피트 지점에서 총격을 가해 그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워커 장군은 팔뚝에 총알 파편을 맞았지만 목숨을 건졌다. - P206

오즈월드는 워커 장군을 죽이려고 시도한 후, 이 일을 아내 마리나에게 말했다. 아내 마리나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당시 부통령인(미래에는 대통령이 되는) 리처드 닉슨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지만마리나는 오즈월드가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화장실에 가두었다.
JFK 암살 이후 워런위원회는 워커 장군을 살해하려고 한 사람이 오즈월드라고 결론지었다.) - P207

(이 책의 중심 주제인 많은 실제 음모는 운, 우연, 우발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P208

이후 만리허-카르카노 소총을 사용한 실험, 특히 1979년 하원특별위원회 보고서에 언급된 실험에 따르면 오즈월드가 총을 쏘는 데 걸린 8초(일부 연구자들은 10초라고 주장한다) 안에 3발을 쉽게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총알이 이미 장전된 상태에서 세 발을 쏘는 데는 3.3초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저격범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세 개의 탄피에는 오즈월드의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탄도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 P208

. 음모주의자는 다른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케네디를 저격했거나, 암살 지시를 모의했거나, 암살에 자금을 지원했거나, 딜리 플라자에서 총격범들을 조직했거나, 그 밖의 무언가를 했다고 주장한다. (오즈월드가 CIA, KGB, 마피아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즈월드에 대한 위의 사실을 떠올리며 ‘제정신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암살을 수행하기 위해 이렇게 불안정하고 미친 사람을 선택했을까?‘라고 자문해 보기만 하면 된다.) - P209

이에 대한 완벽한 사례는 바로 오즈월드를 쏘았던 잭 루비이다. 그는 특히 마피아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음모주의자가 주요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루비는 수사관들에게 오즈월드를 쏜이유를 정확히 말했다. "케네디 여사가 재판을 받기 위해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고. - P210

 빈센트 부글리오시는 오즈월드의 암살범에 대해 많은 사람이 말한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FBI 요원들은 루비를 잘아는 100명 가까운 사람을 인터뷰했을 것이며, 워런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루비의 성질이나 적어도 그가 얼마나 ‘매우 감정적‘이었는지 언급하지 않은 인터뷰 대상자를 한 명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²⁴ - P210

24 Bugliosi, Reclaiming History, 1116. - P384

심리핫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가 실험과 실제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람의 기억은 간단한 암시만으로도 쉽게 조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가 ‘충돌한‘ 대신 ‘박살 난‘과 같은 형용사를 선택하면 목격자가 기억하는 자동차의 주행 속도 추정치가 달라진다.²⁵ - P211

26 Maryanne Garry, Charles G. Manning, Elizabeth F. Loftus, and Steven J. Sherman,
"Imagination Inflation: Imagining a Childhood Event Inflates Confidence That ItOccurred," 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 3, no. 2 (1996), 208-214. - P384

감정적으로 격앙된 사건은 기억을 더욱 왜곡하며 총알에 머리가 날아간 대통령의 암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래서인지 딜리 플라자의 관중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로 다른 설명을 했다.  - P211

그럼에도 목격자의 81퍼센트는 세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답한반면 5퍼센트만이 네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답했다.²⁸ 대부분의JFK 음모론은 네 발에 기댄다. - P212

28 Reitzes, "JFK Conspiracy Theories." - P384

가장 이상한 변칙은 루이 스티븐 위트Louie Steven Witt (일명 엄브렐러맨)였는데, 그는 케네디에 대한 정치적 항의의 표시로 우산을 들고 딜리 플라자에 갔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JFK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우산을 자주 들고 다녔고 히틀러에게 유화 정책을 편인물로 역사에 남은 네빌 체임벌린 Neville Chamberlain 영국 총리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중략). 음모주의자는 암살에서 엄브렐러맨의 역할에 집착해 왔지만 위트는 하원의 암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기네스북》에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고 잘못된일을 한 사람을 위한 카테고리가 있다면 근소한 차이의 2위도 없29이 내가 1위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²⁹ - P213

29 Errol Morris, "The Umbrella Man," New York Times, November 21, 2011, https://nyti.
ms/3y5CupA 또한. "Umbrella Man," The JFK 100, https://bit.ly/2REA4hS/ - P384

총알 충격의 ‘운동량과 운동 에너지의 전달‘에 대한 한 연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프루더] 필름에서 관찰된 케네디 대통령의 움직임은 물리적으로 행렬의 후방에서 발사된 고속 발사체의 충격과 일치하며 이는 순간적인 전방 충격력에 이어지는 지연된 후방 반동과 신경근의 힘으로 인한 결과"라고 설명한다.³⁰ - P215

30 Nicholas R. Nailli, "Gunshot-Wound Dynamics Model for John F. KennedyAssassination," Heliyon 4, no. 4 (April 30, 2018), https://bit.ly/3gaA3vM/. - P384

다음은 음모론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보의 또 다른 예이다. 음모주의자는 케네디와 코널리가 리무진에 완벽하게 나란히 앉았고좌석 높이도 같았기 때문에 텍사스 교과서 보관소 건물 6층에서발사된 총알이 케네디의 등에 들어가서 목을 빠져나와 우회전, 좌회전을 한 다음 코널리에게 들어가야 한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분명히 불가능하다(그래서 ‘마법의 총알‘이라고도 불린다). - P216

그림 8.4. 상단: 부정확한 단일 총알 이론에 따르면 코널리 주지사는 정면을 바라보고케네디 대통령과 일직선상에 앉아 있다. 탄도도 정확하지 않은데 ‘마법 같은‘ 힘과 비틀림이 없었다면 코널리를 놓쳤을 극단적인 탄도 각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간: 그 대신에 데일 마이어스의 분석에 따르면 코널리 주지사는 케네디의 왼쪽으로 몇 인치 떨어진 작은 보조 좌석에 앉아 있었다. ‘단일 총알‘이 발사되었을 때 코널리는 상체를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움직였고 첫 번째 총성을 들었다. 하단: 케네디의 등 위쪽과 목을 통과한 후 코널리의 오른쪽 어깨를 맞히고 손목을 지나 다리를 관통한 이후의 속도와 회전 작용에 대한 표시가 있는 두 번째 총알의 경로, 출처: 로버트 그로든Robert Groden과해리슨 에드워드 리빙스톤Harrison Edward Livingstone의 책 《반역 High Treason》 (New York:Basic Books, 1998)에서 상단 및 중간 이미지를 팻 린스가 다시 그림. 제럴드 포스너의책 《사건 종결》(New York: Random House, 1993), 478-479쪽에서 하단 도표 및 총알이 두 개의 몸을 통과하는 장면을 표시한 캡션(팻린스가 다시 그림). - P217

음모주의자의 또 다른 주장은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에서 회수된 총알이 ‘깨끗한‘ 총알이었다는 것인데 그들에 따르면 이는너무도 멍청해서 총알을 조금도 망가뜨리지 않은 채 요원들이 총알을 그곳에 심어 놓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중략). 그림 8.5를 보면 총알이 마치 몸을 관통한 것처럼 납작한모양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두 개의 몸을 관통했다.³³ - P219

33 총알의 사진은 다음 논문에 나와있다. Reitzes, "JFK Conspiracy Theories." - P384

 313번 프레임에서 영상을 일시 정지하면(그림 8.6 참조) 두개골, 뇌, 혈액이 위쪽과 앞쪽 방향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텍사스 교과서 보관소 건물의 6층에서 총이 발사된 것처럼 보인다(실제로 총이 발사되었다).³⁴
이 책의 앞부분에서 나는 패턴성, 즉 의미 있는 잡음과 의미 없는 잡음 모두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는 경향을 소개했다.³⁵ - P219

34 온라인에는 헤드샷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속도가 느려진 향상된 버전의 자프루더필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John F. Kennedy Assassination-Zapruder Film (ImprovedQuality)," video, YouTube, 2013, https://bit.ly/3xiaCPR/ 참조.
35 Michael Shermer, The Believing Brain: From Ghosts and Gods to Politics and Conspiracies-how We Construct Beliefs and Reinforce Them as Truths (New York: Henry Holt, 2011), 59-86. - P384

 그림 8.7은 에이브러햄 자프루더와 반대편에 서 있던 메리 앤 무어먼 Mary Ann Moorman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여준다. 암살 음모주의자는 무어먼의 흐릿하고 거친 사진에서 여러 명의 총격범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주장한다. 여러분이 직접 찾아보라. 내가 본 건 패턴성뿐이다. - P219

 증거는 압도적으로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에 의해 JFK가 날아가 버렸다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명백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증거와 논리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 - P222

 그렇다면 왜 고독한 암살자라는사실에 대해 회의론, 심지어 편집중까지 제기되는 것일까?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다룰 이 특정 음모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네 가지 이유가 있고, 다음 장을 시작하면서 다루게 될 진짜 음모와 관련된 또 다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 P222

1. 인지부조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지 부조화는 음모론에서 특히 사건의 규모와 중대성 및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때, 즉 비례성 문제가 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222

2. 명성과 인기 많은 살인 사건, 특히 맨슨 살인 사건을 재판한빈센트 부글리오시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케네디 살인 사건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P223

3. 카멜롯Camelot 유명인이 사망하면 팬과 지지자는 그를 신화적인 존재로 격상시킨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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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위대한 박식가 아리스토텔레스

정당한 정부는 공동체 전체의 선을 목표로 해야한다 - P44

아테네의 이방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의 수제자인 플라톤의 수제자였다. 걸출한 스승들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태생이 아니다. 그는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있는 스타키라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된 후부터는 거의 아테네에서 살았고, 이 중 20년은 플라톤이 세운 학당 아카데메이아의 일원으로 지냈다. - P45

 알렉산더 대왕 사망 후 반反마케도니아 정서가 아테네를 휩쓸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표적이 된 것이다. 결국 아테네를떠나기로 한 그는 모국 유보이아섬으로 돌아가면서 ‘아테네 시민들이 다시 철학을 대상으로 죄를 짓게 두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 P45

현실 세계로 향한 관심

아리스토텔레스는 단테가 ‘박식한 자들의 스승이라고 표현했듯역사상 가장 위대한 박식가였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저서 30편을보면 기상학에서 심리학과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방대하다.
이 저서들은 모두 17세기까지 서양 고등교육의 중심이었다.  - P46

형식논리학

올바른 논증의 형식적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 변증법적 논리학 따위의 경험 내용에 관한 논리학에 대립되는 것으로,
경험이나 사실의 내용에는 관여함이 없이 오직 사유의 형식에만 관여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연역 추리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전통적으로는 삼단논법을 중심으로 타당한 사유 형식 일반을다루었으며, 현대의 기호논리학에서는 이것을 기호의 수학적 연산 체계로 발전시켰다. - P46

정치가는 철학자가 되어선 안 된다

플라톤은 정치사상을 통틀어서 철학자가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는 가장 직관적인 주장을 펼쳤다. 정치의 특징은 상반되는 의견간 충돌인데, 플라톤은 진정한 철학적 지식만이 이에 대한 판정을 내리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 P48

인간은 정치를 통해서만 잠재력을 실현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정치학을 선택을 내리는 경험에 바탕을 둔 실천과학으로 봤다. 그에게 정치학이란 윤리학의 한 갈래였다. 그는 저서 『니코마쿠스 윤리학에서 모든 결정과 선택은 어느 정도의 선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하지만, 이 주장은 실제로 악한 선택이 많으므로 반론이 제기된다. 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선택은 선택 주체에게 선하게 보이는 것을 추구한다고 다시 명확하게 설명한다. - P49

하지만 인간은 도덕적이고 지적인 탁월성을 향한 잠재력을 홀로 실현할 수 없다. 가족, 마을, 학교, 도시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모든 공동체는 선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정치란 모든 시민이 도덕적이고 지적인 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생활을 조율하는 기법이라고 말한다. - P49

정치체제를 이해하는 방법은 그 구성 요소, 즉 시민을 분석하는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 시민이란 직접 통치하고 통치받기 위해 공직을 기꺼이 맡을 의향이 있고 그럴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어린이와 노인은 완전한시민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는 공동체가 직면한사안을 둘러싼 숙고와 논의, 의사 결정 과정에 모든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 P50

정치학계의 생물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식물 유기체를 과 종으로 분류한 업적으로도 유명한데, 이런 명성에 걸맞게 그리스 헌법 158종을 수집하고 분류했다. 정치학계의 생물학자였던 셈이다. 그는 우선 정치체제를 올바른 체제와 타락한 체제로 나눴다. - P51

참주정

고대 아테네에서 귀족과 평민의 대립을이용하여 독재권을 행사한 참주에 의한 정치체제


과두정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독점하고 행사하는정치 체제


중우정

이성보다 일시적 충동에 의하여 좌우되는 어리석은 대중이 주도하는 정치체제.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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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명의 만남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열흘이 지났다.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건이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거의 일 년 동안이나 자리에 누워 지냈다. 말도 못 하고, 건이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로. - P9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누가 집에 들어왔어!‘
건이는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 사실을 알아챘다. 녹슨 철제 대문도, 이 층의 먼지 낀 창문도 그대로였지만 뭔가 달랐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이었다. - P10

말 그대로 개나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좁았는데, 초등학교 2학년생치고 몸집이 작은 건이에게는 별 무리가 없었다. 건이는 부스러진 벽돌 틈을 헤치고 담장 안으로기어 들어갔다.
구멍 바로 안쪽은 화단이었다. - P10

집 뒤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건이는 깜짝 놀라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뭔가를 내리치는 소리 같았다.
‘도둑이라도 든 걸까? 훔쳐 갈 것도 없을 텐데‘
건이는 침을 꼴깍 삼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건이가 앉아있는 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움직임에는 타오르는 불꽃의 기세를…………… 연결은 흐르는 물과 같아…………"
이번에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 P11

건이는 부쩍 호기심이 당겼다.
노인 앞에는 큼직한 바위가 놓여 있었다.
분명 대문 근처에서 본 정원석인데 어떻게 저기로옮겼는지 모를 일이었다. 노인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듯 읊조렸다.
·나무가 뿌리를 뻗듯 하체에 중심을 실을 것이며 주먹은무쇠처럼…………." - P12

‘으윽, 저 영감탱이 지금 제정신이야? 주먹이 완전 으스러는걸?‘
하지만 건이 눈앞에서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수북하게 쌓인 자갈 무더기, 그리고 연기처럼 푸시시 날리는돌가루와 벚꽃 잎 사이로 우뚝 선 노인.
놀랍게도 노인의 손은 말짱했다. - P12

조심조심 왔던 길로 다시 기어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코가 근질거렸다. 꽃가루가 날리는 꽃밭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안 돼! 참아야 돼!‘
입과 코를 꽉 틀어막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에취잇!"
건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란한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웬 놈이냐!" - P16

"안 돼 돌아가신 스승님께 맹세했다. 제자가 아닌 사람에게 오방구결이 누설되면 살려 두지 않겠다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건이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그 순간어떤 생각이 ‘번쩍‘ 머릿속을 스쳤다.
"그, 그럼 제잔가 뭔가 내가 해 주면 되잖아요!" - P17

노인이 어디선가 시멘트 벽돌 하나를 가져와 건이 앞에 툭 던졌다.
"깨봐"
"네에?"
노인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재촉했다.
"깨라고 주먹으로"
건이는 너무 황당해서 입만 쩍 벌렸다. 그 흔한 태권도장 한번 안 다녀 봤는데 무슨 수로 시멘트 벽돌을 깨? - P18

건이는 이를 악물고 벽돌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뚜둑!
"으아아아악!"
손가락뼈가 몽땅 부러진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이는 주먹을 감싸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게 아팠다.
"홍! 이제 네 주제를 알겠느냐?"
건이가 아파 죽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 투였다. - P19

건이는 다시 벽돌 앞에 앉았다. 주먹이 벌겋게 달아올라 두배쯤 부풀어 있었다. 건이는 눈을 감고 아까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저 영감탱이도 깼는데 나라고 못할 리가 없어. 나도 할 수 있다!‘ - P19

건이는 눈을 질끈 감고 벽돌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퍼억!
그리고 또다시 휘몰아치는 통증은・・・・・・ 없었다. 놀랍게도 건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벽돌은 두 토막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잘려 있었다. 칼로 두부를 자른 것처럼 아주 깨끗하고 매끈하게놀란 것은 건이뿐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평하던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물들었다.
"이놈! 감히 누굴 속이려 들어? 네놈은 이미 무술을 익힌 녀석이 분명해! 나를 찾아온 목적이 뭐냐?" - P20

"엉엉...... 맘대로 해! 죽이든지 말든지!
어차피... 나 죽어도………… 아무도 몰라....
흑흑. 할머니도 죽었고...... 엉엉...... 그냥 보육원에 가기 싫어서도망친 줄 알겠지, 뭐. 엉엉엉......."
한번 울음이 터지자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끅끅대며 통곡했다. 노인은 당황한 얼굴이 되어 흠흠, 헛기침을 했다. - P21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제멋대로 엿봐 놓고는 뭘잘했다고 그렇게 우느냐?"
여전히 타박이었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였다.
너무 울었던 탓인지 딸꾹질이 났다. 건이는 그제야 조금 민망해져서 딸꾹질을 참아 보려고 애썼다.
"일단 수습 제자로 받아 주마. 수습 제자는 제자가 될 준비를하는 예비 제자다. 지켜보다가 자질이 없는 것 같으면 그때 죽여도 늦지 않겠지." - P22

건이가 코를 훌쩍이며 끼어들었다.
"수・・・・・・ 뭐 제자가 그런 것도 해야 돼요?"
노인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본래 진정한 수련은 잡일부터 시작되는 법이야!"
"......"
"아, 그렇지! 수습 제자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밥을 하는 것이니라. 그러고 보니 갑자기 시장하구나.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밥은 할 줄 알겠지?" - P23

2. 건방이의 탄생


"속았어 완전히 속았다고!"
건이는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열 번째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있었다. 노인의 수습 제자가 된 지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건만 권법 수련은커녕 온갖 집 안 잡일에만 도가 더 버렸다. - P25

오방도사는 옷도 오방색으로만 입었다. 오방색은 다섯 방위에 해당하는 색깔로 청, 백, 적, 흑, 황색이다. 오방색은 순수하고 섞음이 없는 색으로 모든 색의 기본이며 아무튼 좋은 색이라고 했다. 물론 이것도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오방도사에게 자주듣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놈의 오방권법을 코딱지만큼도 못 배우고 있다는것이었다. - P26

일 년 전, 그러니까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오방도시는 거지매우 가까운 상태였다. 평생을 혈혈단신 밖으로만 나돌았던 오방도사가 건이를 제자로 맞은 후에야 집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비밀의 집도 너무 낡아 폐가나 다름 없었다. - P27

"지필묵을 가져오너라."
오방구결을 쓰게 시키려는 모양이다. 이는 화선지 한 장과연필을 챙겨 들고 안방으로 갔다. 원래는 붓으로 써야 하지만 요즘에는 그냥 연필로 썼다. 건이의 엉망진창 붓글씨를 보다 못한 오방도사가 마지못해 연필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어스름한 안방에는 촛불 하나 켜져 있었다. - P27

오방구결은 오방권법을 사사받은 제자에게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일종의 권법 이론이다. 오방도사도 돌아가신 스승님에게서 입으로 전해 들어 외우게 되었다고 했다. 암기 실력이 좋지 않은 건이도 똑같은 내용을 수백 장 쓰다 보니 이제는 오방구결을 달달 외우게 되었다. - P28

오방도사를 처음 만났을 때 일어났던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인 게 확실했다. 오방도사 역시 ‘저놈은 무술을 배운 놈이 아니야. 더구나 권법에 재능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건이가 오방구결을 모두 쓰자 오방도사는 읽어 보지도 않고종이를 촛불에 갖다 댔다.  - P29

어차피 오늘도 안 하고 넘어가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자 건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오방도사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웃기시네. 과로는 무슨 놈의 과로, 과로는 내가 하지. 날마다 설거지하라, 청소하라. 빨래하랴......."
"이놈, 대체 뭐라고 구시렁대느냐?"
"어휴, 어깨가 심하게 뭉치셨네요?"
건이는 서둘러 오방도사의 어깨를 팡팡팡 두들겼다. - P30

"왜요? 시간을 채우려면 아직 멀었는데."
오방도사는 건이의 말을 무시하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휘적휘적 밖으로 나갔다.
"따라오너라."
건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오방도사를 따라 현관문을 나섰다. - P31

건이는 무슨 소린가 싶어서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오방도사가 짜증난다는 얼굴로 다시 말했다.
"깨라고 주먹으로"
그 말을 듣자 건이는 갑자기 오방도사를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났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장소도 똑같았다. 이는 자다가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고 항의를 하려다가 오방도사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 P31

"씨이...... 뭘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건이는 오방도사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벽돌을 받았다. 일 년 전 그날과 똑같은 시멘트 벽돌
‘도대체 이놈의 벽돌은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건지.‘ - P32

‘나는 할 수 있다!‘
건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돌 위에 주먹을 올려놓았다.
"이얍!"
건이는 불끈 쥔 주먹을 벽돌 위로 내리쳤다. 그러자 눈으로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파삭!
벽돌에서 과자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건이가 놀라 내려다보니 벽돌이 형체를 알 수 없도록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벽돌이 그 지경인데도 손에 통증은커녕 느낌조차 거의 없었다. - P33

"쯧쯧, 권법을 배우는 게 이론만으로 될 줄 알았더냐? 네 녀석이 매일 했던 안마가 주먹을 단련하는 수련이었느니라. 안마를 할 때 나의 기가 너에게 전달되어서 자연스럽게 내공(內무술을 할 때 쓰이는 몸 안의 힘)이 쌓이게 된 것이지."
"오올, 그렇게 깊은 뜻이!"
건이는 뒤늦게야 존경의 눈길로 오방도사를 바라보았다. 오방도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거만하게 헛기침을 했다. - P35

3. 이 년 후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시각 학원가 상점에서 두 명의 아이가 군것질을 하고 있었다.
"야, 그 소문 들었냐?"
"뭔 소문?"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핫도그를 한입 베어 먹으며 물었다.
"머니맨 말아야" - P37

"그게 말이지, 머니맨은 나쁜 놈을 다 물리쳐 주고 나서…………
"그러고 나서?"
핫도그가 침을 꼴깍 삼켰다.
"돈을 달라고 한대"
"뭐?"
회오리 감자가 킬킬 웃었다.
"진짜야. 그래서 머니맨이래" - P38

골목길 모퉁이를 막 돌아선 순간이었다. 저쪽 가로등 아래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형 서너 명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뿌연 담배 연기도 보였다. 핫도그의 머릿속으로
‘담배 = 불량 청소년‘ 공식이 스치고 지나갔다.
‘침착하자. 별일 없을 거야‘
핫도그는 먹다 만 핫도그를 손에 꼭 쥔 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 P39

핫도그는 간이 콩알만 해져서 도망가기를 포기하고 쭈뼛쭈뼛 가로등 쪽으로 다가갔다.
"크크...... 바짝 얼었네? 우리 나쁜 형아들 아니니까 걱정마. 물론 니가 잘 협조했을 때 얘기지만." - P40

핫도그는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산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최신형 스마트폰, 그걸 사느라 일 년 넘게 모은 용돈을 모조리 쏟아부었는데・・・・・・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
"아, 이거 착하게 살아 보려고 했는데 영 협조를 안 해 주네.
가방 털어 봐서 나오면 그땐 죽는다"
"형들...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 P41

핫도그는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핫도그는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며 눈을꼭 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순간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휘익, 불어왔다.
퍽! 윽! 퍽! 악! 털썩!
바로 앞에서 치고받는 소리가 몇 번 들리는가 싶더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핫도그는 질끈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 P42

아직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핫도그 앞으로 머니맨이 자박자박 걸어왔다.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인데 고딩 세 놈이니까 2,100원 7시가 지났으니까 야간 할증료 100원씩 추가해서 합이 2,400원이야."
머니맨은 기계처럼 억양 없는 목소리로 요금을 좔좔 읊으며한 손을 불쑥 내밀었다. - P44

머니맨은 투덜거리면서도 식어 빠진 핫도그를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리고 빈 막대기를 휙 집어 던진 후 지붕 사이를 붕붕날아 어디론가 향했다.
머니맨이 도착한 곳은 비밀의 집이었다. 비밀의 집 일 층 거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어? 사부가 왔나?"
건방이는 야구 모자를 벗은 후 서둘러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P45

4. 스승과 제자가 사는 법

(전략).
"어디를 싸돌아다니다 이제야 들어오느냐? 스승님 배곯는 것도 모르고!"
고개를 들어 보니 오방도사가 알록달록한 효자손을 들고 서있었다. 오방색 줄무늬로 칠해진 효자손은 오방도사가 늘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애지중지하는 물건이다. - P46

요런 건방진 녀석! 으이구, 내가 이름을 잘못 지었어. 그러니까 네놈이 점점 더 건방져지지!"
"흥, 내가 건방져서 건방이면 사부는 오두방정이라 오방도사Al?"
"뭐야?"
오방도사는 약이 올라서 펄펄 뛰었다. 건방이는 그런 오방도사를 내버려 두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오방도사의 노여움은 배를 채우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 분명했다. - P47

"열흘 만에 집에 오신 스승님한테 겨우 라면이냐?"
오방도사는 투덜거리면서도 서둘러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 뒤로는 말이 필요 없었다. 건방이와 오방도사는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후루룩후루룩 라면을 나눠 먹었다. 큼지막한 냄비안에 가득했던 라면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찬밥은 없느냐?" - P48

오방도사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몰랐던 것이 실수였다. 건방이는 할 수 없이 자기가 먹으려고 사 놓은 캔 콜라를 집어 들었다.
"엥? 이게 무엇인고?"
"식혜가 다 떨어졌어요. 그냥 콜라 마셔요."
"그러니까 자고로 제자란 스승님이 언제 어느 때 오시더라도불편함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아야 하는 법이라고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느냐! 네놈은 정신 상태가...……." - P49

"아, 뜸들이지 말고요. 설마 빈손으로 온 건 아니죠?"
건방이가 안달복달하자 오방도사는 눈짓으로 거실 한구석에 처박힌 괴나리봇짐을 가리켰다. 건방이는 잽싸게 괴나리봇짐을 풀어 헤쳤다. 봇짐 속에는 시들시들한 약초 서너 뿌리가 들어있었다.
"에계계
"에게...... 이게 다야? 열흘 동안 대체 뭘 한 거예요?" - P50

건방이는 오방도사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신통풀을 살펴보았다.
"이십 년 근 눈밝이풀, 오 년 근 동물말통역풀...... 오, 이건돈이 좀 되겠는데? 사십 년 근 천하장사."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방도사가 끌끌 혀를 찼다.
"어린놈이 어쩌다가 저리 속세의 때가 묻었는지………… 쯧쯧" - P51

‘군것질할 용돈은 못 줄 망정 준비물 하나 제대로 못 사 주다니, 내가 정말 못난 스승이구나‘
오방도사는 잠깐 망설이다가 뒤돌아서서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한참 부스럭대며 뭔가 뒤져 대던 오방도사가 꼬깃꼬깃 접은 지폐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하도 때가 타서 좀 피곤해 보이는 신사임당의 얼굴이 그려진 오만 원짜리였다. - P52

"제자야, 예전에 나 따라서 금강산에 가 보고 싶다고 했지?
다음번엔 꼭 데려가마. 내 약속하지."
건방이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오방도사가 가끔씩 가져오는 목돈은 적금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중이다. 오방도사는 돈 관념이 유치원생보다 못해서 건방이의 그럴싸한 거짓말에도 속수무책이었다. - P53

5. 전학생 백초아


새 학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교실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이제는 5학년, 명실상부한 고학년이 된 탓인지 교실은 작년보다 한층 꽉 찬 분위기였다.
"따끈따끈한 속보가 왔습니다!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온다고 합니다!" - P55

"오늘 전학 온 친구다. 자기소개를 들어 볼까?"
여자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가지런히 빗어 뒤로 질끈 묶어 넘긴 머리채가 허리까지 닿아 있었다.
"백초아야"
여자애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자기소개를 마쳤다. 그 흔한 ‘반가워라든가 ‘잘 부탁해‘라는 말도 없었다. - P56

"반갑다. 나는 5학년 2반 회장 김면상이야. 우리 반을 대표해서 환영할게. 궁금한 게 있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말해"
자기한테 얘기한 것도 아닌데 몇몇 여자애들이 얼굴을 붉히며 면상이를 훔쳐보았다.
‘어휴, 재는 저 오글거리는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건방이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 P57

"그, 그럼, 앞으로 친하게 지내라"
담임은 상투적인 말로 어색한 상황을 마무리했다.
건방이는 어쩐지 고소한 생각이 들어 면상이의 얼굴을 슬쩍돌아보았다. 면상이는 무안하지도 않은지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었다.
김새서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건방이의 눈에 순간적으로 이상한 것이 보였다. - P58

건방이는 조용히 교실 문을 빠져나왔다. 건방이는 반 애들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언제나 한발 물러서서 조용히 지켜보는 쪽이었다. 머니맨이 된 후로는 더욱더 그랬다.
벌써 3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건방이는 마음이 급해졌다.
큰길로 가면 마트까지 삼십 분도 더 걸릴 테고, 그럼 물 좋은
‘1+1 고등어‘나 ‘반값 삼겹살‘ 같은 건 다 팔려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 P59

건방이가 다른 집 지붕으로 점프하려던 찰나, 발소리가 들렸다. 건방이는 재빨리 지붕 위에 납작 엎드렸다.
"어? 쟤는?"
오늘 아침에 전학 온 백초아였다. 초아는 아침에 본 그 무표정한 얼굴로 따박따박 발소리를 내며 골목길로 걸어 들어왔다.
"윽, 여긴 변태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인데. 하긴 이제 막 전학을 왔으니 잘 모르겠지." - P60

지붕 위에서 막 뛰어내리려던 건방이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초아가 들고 있는 건 번쩍이는 검이었다. 그것도 두 자는 족히되어 보이는 긴 검.
놀란 건 건방이만이 아니었다. 초아 뒤를 바짝 쫓던 바바리맨도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저게 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건방이의 궁금증은 곧 풀렸다. 초아가 검을 한번 휘두르자칼끝이 낭창거리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하, 연검이었구나!"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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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언제부터 대전은
‘노잼도시‘였나


대전은 세종특별자치시와 충남 공주시, 충북 청주시 등과 접해 있고, 서울까지는 167.3킬로미터, 부산까지 238.2킬로미터, 광주까지는 169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대전에서 출발하면 어디든 웬만하면 3시간 이내 도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남한의 중심이라 해서 ‘중도‘라고도 불린다.⁵⁹ - P68

59 대전광역시 홈페이지. (https://www.daejeon.go.kr/drh/DrhContents HtmlView.
do?menuSeq=2033) - P158

대한민국의 딱 중간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 외에대전이 가진 장점은 ‘살기 괜찮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2019년 조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조사 결과에서 대전은 서울과 부산, 제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 P68

2023년 7월 현재 144만4000여 명의 시민이 대전에 살고 있다. 전입 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수를 ‘순이동‘이라 한다. (그러니까 전국 순이동은 0이다.) 대전을 전입지로 한 순이동은 계속 ‘마이너스‘다.⁶³ - P69

63_통계청이 제공하는 <국내인구 이동통계>를 보면, 전입지 대전의 2018년 순이동자는 -1만 4753명이었고, 2021년엔 - 8931명, 2022년 - 2996명이다. - P159

지인이 대전에 온다는데, 어떡하지?
시작은 알고리즘이었다. "지인이 ‘노잼의 도시‘ 대전에 온다!
어쩌면 조아?"라는 질문에 한 소셜 미디어 유저는 귀여운 손글씨로 그린 알고리즘 순서도로 해결 방안을 찾았다. 64

64_금상진, <알고리즘으로 풀어본 지인이 대전에 온다면 ・・・ 기승전성심당?>, <중도일E), 2017. 4. 10. - P159

 대전광역시장은 2019년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노잼‘ 이미지를 벗어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대전이 ‘노잼의 도시‘
이미지를 가지게 된 건 골칫거리 같았고, 2022년 봄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전의 노잼도시 이미지 탈출‘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가 됐다. - P70

소셜 미디어 밈meme으로 시작했으니 소셜 미디어를 파봐야 했다. ‘노잼의 도시 대전‘이란 말은 대전에 대한 일종의지식이자 인식이다. 그 지식과 인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알아야 했다. 이런 연구 질문을 던졌다. ‘소셜 미디어 텍스트에 언급된 ‘노잼도시‘는 무엇일까?‘ ‘대전과 ‘노잼도시‘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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