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남자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에대한 애환을 잘 묘사한다. 주인공 손세진(정유미)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다. 그리고 깡패가 이웃인 반지하 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녀는 재취업을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지방대 출신, 그리고 여자라는 최악의 조건으로 ‘서울 안의 기업에 취업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스스로 적나라하게 증명할 뿐이다. - P197
여자들은 몸으로 체득한 억울함이 클수록 당연히 더 위축된다. 이는 고스란히 목표상실로 이어지고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만을 놓고 세상은 또 차별을 시작한다. "이봐, 회사에 남자가 많은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 P198
차별을 합리화하는풍경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난‘ 객관적 결과가 어떻게 ‘객관성‘을 보장받겠는가. 취업난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례가 등장한다._주36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마친 여대생이 취업 면접 때마다 "여자가 왜 대학원까지?"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 P198
주36 <MBC 스페셜>, "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2009. 10. 9. - P308
주로 남자들이 내뱉는 말이지만 ‘더 남자다워‘ 승진할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도 "나도 여자지만, 내 밑에는 남자가 왔으면 좋겠다!"면서 ‘어쩔 수 없음‘을 거들어주는 경우도 많다. 정말이지 이야기를 안 끄집어낸 것보다도 못한 결과다. - P199
누군가가 경험했다면서 올린 글을 보자._주37
여자들은 조별 과제에서 항상 뒷구멍에 앉아서 받아먹으려고만 하죠. 여자들끼리 구성된 조는 잘할까? 당신이 말하는 찍어 누르는 남자가 없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그 집단의 특정 몇 명의 문제일까? 여자라는 동물 자체의 문제일까? 서로 뭉치지도 않고 뭐 좀 하려고 하면 약속이 있다. 바쁘다, 아프다. 다른 공부해야 한다는 등온갖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기 급급하다. 뭐가 될 리가없다. - P200
주37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남자와 여자의 취업경쟁은 과연 공정할까?" (2011. 11.27.)에 대한 닉네임 ‘후‘의 댓글. - P308
남자는 사람 문제, 여자는 여자 문제
(중략). 따져봐야 할 것은 ‘같은 경우‘, 그러니까 남자가 ‘조모임에서 개판을 치는 무수한 경우‘를 왜 같은 이치로 해석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P202
여자들을 상대로 ‘조 모임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황당했는지‘를 물으면 이러한 증언들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조모임‘의 문제는 남녀 간의 차이로 벌어지는 문제가 아닌 사람 간의 차이로 일어나는 문제이다. - P205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것조차 불평등한 상황에서 남자들이 조별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 조장을 하고 회의 중에 성희롱 수준의 말들을 하는 건 예사다. - P205
결국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남자라면 ‘사람 문제가 되고 여자라면 ‘여성 문제‘가 된다. 이 경험을 고스란히 안고 많은 이들이 사회로 진출했다. (중략). 이런 비상식스러운 차별적 시선에 여자들이 능력 발휘의한계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등장한다. - P206
나는 왜 여학생들을 더 좋아했을까?
‘교수님은 여자만 좋아함. 남자로서 심한 소외감을 느낀 한 학기‘
내 강의에 대한 누군가의 강의 평가 내용이었다. 피식 웃음이났다. 사실이니까. 그것도 강의 중에는 무척이나 ‘더‘ 좋아했다. - P190
나는 다 강의 잘되라고 여학생에게 질문을 ‘더‘ 했을 뿐이지, ‘전화번호 교환‘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그럼 저 상황조차 왜 그런지를 고민해보자. - P190
강의 평가 몇 개를 더 살펴보니 이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보인다.
선생님~ 저 다영이에요. 한 학기 동안 질문 너무 자주 하셔서 힘들어 죽을 뻔했어요. 이러면 앞에 앉기 곤란해요. - P191
왜 여학생들한테만 질문하세요?
물론 다영이는 여학생이다. 매번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매우 집중한다. 이제 내가 ‘누구를 더 좋아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나는 ‘여학생‘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다. ‘앞자리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아무개 학생‘에게 호감을 가졌을뿐이다. - P191
또 단지 ‘학점만 따려고 들어온 대학생들에게는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다. 그래서 뒷자리에서 다른 일을 한다. 밀린 과제를 한다거나, 주식시장의 근황을 노트북으로 살펴본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 P191
눈을 뜨고 있지만 정신은 잠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순 없다. 이를 고려하면, 백여 명이 넘는 교양 강의에서는 나와 ‘지적 영감‘ 을 교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택적으로 피드백이 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가 이름을 외우는 학생도 소수다. (준략). 그런데 그 ‘특정 학생‘은 왜 여자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여학생들이 ‘스펙‘에 더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 P192
남자들이 취업 잘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 잘 안 되는데, 여자들은 ‘더‘ 안 된다는 것이다. (중략). 10대 그룹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0.07퍼센트이고 공기업의 경우는 (사실상 ‘제로‘를 뜻하는) 0.002퍼센트다. - P193
. 20대 대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14.5퍼센트에 불과하다. 근속 연수도 남성은 13.8년이지만 여성 9.2년이다._주34 - P194
주34 〈한겨레〉, "20대 대기업 여성직원 비율 14.5% 그쳐", 2014. 4. 13./〈연합뉴스〉, "한국 ‘여성 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2015. 3. 7./<여성신문>, "공기업은여성 임원 ‘무덤‘인가", 2015. 5. 13./<경향신문>, "여성 대통령 3년, 여성 지위는 ‘뒷걸음", 2016. 3. 7./<MBN 뉴스>, "남녀 임금격차 36.6%・・・ 여성·청년단체 ‘동일임금의 날‘ 제정 촉구", 2016. 5.24. - P308
다영이가 A+에 목숨을 거는 이유
여대생들은 스펙에 목마르다. 학점 관리는 그중 하나다. 목마름은 애처로운 행동으로 나타난다. 은밀히(?) 교수를 따로 찾아와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쪽도 여학생이 많다. 그만큼 공개적인 자료 공유를 꺼린다는말이다. 수업 노트를 안 빌려주는 쪽도 여학생이다. 앞자리에서남들보다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성적 장학금을받는 학생들 중 70퍼센트가 여자인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_주35 - P194
주35 <한겨레21>, 805호, "여학생은 ‘스펙‘에 목마르다", 2010. 4. 8. - P308
그런데 이렇게 너무 악착같이 살다 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쉽게 무너진다. 이런 특징은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때 여실히 드러난다. 아주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다. 보통 남학생들은 ‘이때만큼은‘ 예의가 바르다. - P195
항상 앞자리에 앉았던 다영이의 아버지는 삼겹살 가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다영이는 지금껏 단 한번도 자신이 가게를 이어받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직 고등학생인 남동생은 수년 전부터 "정 안 되면 아버지 가게에서 일이라도 배워야지"라면서 ‘가업 계승‘을 전제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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