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BDI>처럼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유전자 이식에코 컨트롤>과 <형태발생 산업> 틈새로 보이는, 100미터 전방에 위치한 회백색의 사각형 콘트리트 건물이다. 이 각도에서는 간판이라든지 회사 로고는 보이지 않지만, 머릿속에 든 거리 지도와 재차 비교해 보고 목표를 찾아냈음을 확신했다. - P106

나는 내 시야를 캡처해서 머릿속에 든 모기용 프로그램의 이미지 버퍼에 복사했다. - P106

25년에 걸쳐 축적된 뉴스 더미를(웨이에 관련된 기사는 1년에 평균 여섯 건씩 있었다) 묵묵히 검색했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다소나마 경제 뉴스에서 벗어나 있던 것은 뉴홍콩과학 박물관의 신관 개관 기사였다. - P107

문득 웨이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 중에서 로라의 증상의 원인을 제공했을 정도로 오래된 회사가 없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 P107

<나락의 아이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불합리한 공포가 자꾸 고개를 쳐들었다. - P107


광고에서 젊은 사내가 말하고 있다. "••••••목표도 진로도 찾을 수 없습니까? <액슨>이 그것들을 찾아드립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목표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정생활... 직업적 성공... 물질적 부..…성적 충족... 예술적 자기표현.… 영적인 깨달음을." 이 단어들이 사내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영상을 담은 입방체가 그의 오른손 위에 출현하고, 그는 그것을 공중에 내던지고 다음 입방체를 위한 자리를 만든다. 급기야 그는 여섯 개의 입방체를 공깃돌 다루듯 공중에서 돌리기 시작했다. - P108

"20여 년 동안 <액슨>은 여러분이 풍요로운 인생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자유자재로 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P108

줄거리는 이해 불가능이었지만 영상적으로는 박력이 있는 초현실적 스릴러의 뒤쪽 반을 본 다음, 홀로비전을 끄고 방안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점점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모기를 회수할 때까지는 아직 4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 P108

P3를 불러냈다.
이 모드가 의식 아래로 슬그머니 끼워 넣는 고양감은 평소보다더 노골적이었다. 정신 강화야말로 합당한 존재 방식이다. 머리 회전이 빨라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도 없다. - P109

10분 동안 이 사건에 관해 지금까지 알아낸 모든 사항들을 검토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것은 전혀 놀랄 만한일이 아니다. P3는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 당면한 문제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도록(따라서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런다고 마법처럼 지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P109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우선 탐사 모기는 건물에 출입할 수 있는자체적인 경로를 발견했기 때문에, 인간의 등에 달라붙은 채로 따라들어갈 필요도 없었고, 지금 당장 되돌아가는 일도 가능했다. 건물 안에서 모기는 보안실을 찾아냈고, 케이블 더미를 따라 천장까지 올라갔고, 도관 안으로 침입한 다음 그곳에 12개의 데이터 카멜레온을 심어놓았다. 그러고는 좀 더 넓은 범위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 P110

그러나 로라는 이제 일어서서 돌아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고,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아마 고인이 된 한 쉬우리엔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 P111

건물의 내부 구획도가 완성되었다. 마음속에서 그 내부를 돌아다녀본다. 지상 5층, 지하 2층 사무실, 실험실, 저장실, 엘리베이터 두 대, 계단 통 둘, 데이터 없음을 의미하는, 푸르스름하게 표시된 구역이 몇 군데 있다. - P111

그러나 스냅숏에 찍힌 것은 단조로운 흰색 벽과 아무 표시도 없는 문뿐이었다. 생물학적 위험성이나 방사능에 대한 경고를 포함해서,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 P112

이것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위험 구역으로 간주하고,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어떤 모드가 각 보안 장비들의 움직임을 마술처럼 ‘감지‘하고 있다고느끼는 것은 쉽지만, 이것은 실제로는 이론상의 지도에 불과했다. 지도는 완전하며 정확할지도 모르고, 안 그럴지도 모른다. - P112

부지를 에워싼 울타리는 철조망이었고, 내 전압계에 의하면 가장 위쪽 부분에는 6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내 장갑과 신발의 절연재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강도다. - P113

 나는 철조망을 넘어 반대편으로 내려갔고, 가능한 한 조용하게 지면에 발을 디뎠다. 부근에는 여전히 작동 중인 모션 디텍터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113

그러자마자 P2가 어둠에 맞춰 내 시야 감도를 최대로(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였지만 올렸지만, 내가장애물을 누비고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어준것은 탐사 모기가 준 지도였다. 그러니까 고정된 장애물에 한해서는말이다. - P113

두 번째 감시 구역은 층계로 통하는 출입문에서 1센티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 P114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도어클로저의 접합 부분을 부러뜨렸고, 탄력을 잃은 두 개의 금속 막대기를 문에 바짝 갖다 대고 접었다. -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디어 찾은 책!


신념에 따라 도둑질이나 살인, 폭력을 혐오하는 사람도 권위자에게서 명령을 받으면 그러한 행위를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 P17

권위에 대한 복종에 내재하는 딜레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도덕적 관점에서 이 딜레마를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이 연구는 실험적 탐구를 위해 복종을 주관적인 문제로 취급함으로써 그 딜레마를 오늘날의 형태로 바꾸었다. - P17

 하지만 그 문제가 단지 학문적으로 또는 그 외의 모든 상황에서, 실제로 권위에 복종하거나 불복하는 사람이 있고,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 P18

우리가 실험실로 이동할 때, 문제의 영역은 좁아진다. 즉 실험자가한 피험자에게 다른 사람을 점점 더 가혹하게 대하라고 말할 때, 그 피험자는 어떤 조건에서 따르고, 어떤 조건에서 따르지 않는가?  - P18

문제는 우리가 실험실에서 연구한 것과 우리가 그토록 비통해하는나치 시대의 복종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두 상황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러나 규모, 숫자, 정치적 맥락과 같은 것들은 필수적인 특징이 유지된다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 P18

 따라서 일반화의 문제는 심리학 실험실과 그 밖의 상황들 간의 모든 구체적인 차이점을 일일이 나열함으로써가 아니라,
복종의 핵심을 포착하는 상황을 주의 깊게 구성함으로써 해결된다. - P19

자발적이면서 강박적인 성향이 없는 만큼 복종은 협동적인 분위기를 띠고, 또한 개인에 대한 강요나 처벌의 위협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만큼 공포는 복종을 강요한다. 우리의 연구는  - P19

일단 피험자가 실험자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통제 과정을 위임하면,
그의 핵심 문제는 그러한 통제 과정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이때 곤란한 점은 연구 상황에서 마음이 아프고 다소 비극적인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스스로 중요한 상황에서 제 행동을 노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 더 마음 쓸쓸한 일은 없다. - P19

01복종의 딜레마


알다시피, 복종은 사회적 삶의 구조에서 기본적인 요소이다. - P25

행동의 한 결정 요인으로서 복종은 특히 우리 시대와 그 연관성이크다. 1933~1945년 무고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처형되었다.  - P25

 이러한 비인간적인 정책들은 단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명령에 복종했다면, 그 정책들은 대규모로 실행되었을지도 모른다. - P25

복종은 개인의 행동과 정치적 목적을 연결해주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 P25

최근의 역사적 사실과 일상적인 삶에 대한 관찰은 복종이 뿌리 깊은 경향, 즉 도덕적 공감적·윤리적 행동에 관한 훈육을 압도하는 강력한 충동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P26

스노(C. P. Snow, 1961)는 그것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의 어둡고 긴 역사를 생각할 때, 반란이라는 이름보다는 권위의 이름으로 극악한 범죄들이 더 많이 발생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윌리엄 샤이러(William Shirer)의 《제3제국의 흥망(Rise andFall of the Third Reich)》을 읽어보라. - P26

그러나 정도는 덜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현재에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즉 평범한 시민들도 다른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으면 그렇게 하게 되는데, 이는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26

즉 미덕은 커녕 사악한 죄악으로 바뀐다. - P26

보수적인 철학자들은 불복종이 사회의 핵심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권위자의 지시 사항이 사악한 행동이라 해도 권위의 구조를 흔드는 것보다는 그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 P27

더욱이 홉스는 그 명령을 수행한 사람에게 행위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명령한 권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P27

권위의 법적·철학적 측면들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경험에 기초하는 과학자들은 결국 추상적 토론에서 구체적인 예들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쪽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복종행동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예일대학교에서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다. - P27

그러나 독자는 이 실험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기억과 학습이라는 연구에 참가하기 위해 두 사람이 심리학 실험실에 온다. 그중 한 사람을 ‘선생‘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학습자‘로 명명한다. - P27

이 실험의 핵심은 선생이다. 그는 학습자가 묶여 있는 것을 본 후에주 실험실로 들어가서 전기충격기라는 인상적인 기계 앞에 앉는다. - P28

선생만이 실험에 참여하는 진짜 피험자이다. 희생자 역할을 맡은 학습자는 실제로는 어떤 전기충격도 받지 않는 연기자이다. 실험의 핵심은, 항의하는 희생자에게 점점 더 심한 충격을 가하라는 구체적이고측정 가능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디까지 그 명령을 따르느냐 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피험자는 실험자의 명령을 거부할 것인가? - P28

실험을 관찰한 사람들은 실험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 P28

 피험자가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주저할 때마다 실험자가 그에게계속할 것을 요구한다. 피험자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그 권위자와 한 약속을 확실하게 깨야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사람들이 분명한 도덕적 명령에 직면한 상황에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권위에도전하는가이다. - P29

합법적인 권위자가 제3자에게 해를 가하라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처음에 우리는 실험자의 권력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보다 훨씬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P29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약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복종조차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일반 명제를 도출할 수 있는통찰력을 제공하길 바란다. - P29

이 실험에 대한 독자의 첫 반응은 제정신인 사람이 어떻게 첫 전기충격조차 가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일 것이다. - P29

 여기에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데, 그 이유는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조금 걱정을 하면서도처음부터 협조적이기 때문이다. - P30

전기충격을 받는 희생자가 아무리 강하게 간청하고, 전기충격이 아무리 고통스러워 보여도, 그리고 희생자가 아무리 풀어달라고 애원하더라도 많은 피험자들은 실험자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생략)  이 연구의 주요 발견의 근간이고 또한 가장 긴급하게 설명해야 할 점은 권위의 명령에 끝까지 따르려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자발성이다. - P30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가학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며, 그는 단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수행한 생각 없는 관료주의자에 가까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러한 주장으로 아렌트는 비웃음을 샀고, 심지어 조롱거리가 되어야 했다. - P31

 우리의 실험에서 수백 명의 피험자들이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사실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 P31

어쩌면 이것이 우리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교훈일지 모른다. 다시말해서, 적대감 없이 자기 일을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도 어마어마한 파괴적 과정의 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P31

이때 권위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억제변수들이 작동해 사람들이 계속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 - P31

이러한 일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복종적인 피험자들의 행동을 비난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피험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불공정하다. - P31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 도덕적 판단을 내리도록하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불복종행동이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가치가 행동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 P32

개인의 도덕의식은 우리가 믿는 사회적 통념보다 그 영향력이 떨어진다. "살인하지 말라"는 도덕적 명령은 도덕률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함에도, 사람들의 심리적 구조 안에서는 그만큼 확고한 자리를 잡고있지는 못하다. 신문 제목의 조그만 변화, 징병위원회의 요청, 권위 있는 사람의 명령은 사람들에게 별 어려움 없이 살인을 하도록 만든다. - P32

그러면 무엇이 사람을 실험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첫째, 피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 요인들‘이 있다. - P32

둘째, 피험자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순응적 변화가 권위자에게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 P32

그러한 메커니즘의 하나가 과제의 기술적 측면 일부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 과제의 결과를 폭넓게 보지 못하는 개인의 경향성이다. 영화<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는 한 나라에 핵폭탄을 투하하기위해 정밀한 기술적 업무에만 열중하는 비행기 조종사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 P33

즉 목표를 설정하고 도덕성을 평가하는 좀 더 폭넓은 일은 자신이 돕기로 한 실험의 권위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입식지는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나요?" 메리가 물었다.
"두 시간쯤 뒤에 알 수 있을 거예요." 베티조가 말했다. - P60

"그럼 지금은 모른다는 겁니까?" 몰리가 말했다. "오기 전에아무 얘기도 못 들었습니까?" - P61

"그럼 몰리 씨도 제말에 찬성해주시는 것이로군요. 우리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다니 정말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파는 몰리에게 낮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P61

"나는 찬성하지 않아, 몰리." 프레이저가 말했다. "예비 테스트에 의하면 이들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인 그룹이라는 결과가 나왔거든. 전체적으로 보면 각자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겠지. 몇몇 사람들은 도대체 왜 선발되었는지도 이해가 안 될 정도야." - P61

"우리든 이들이든." 심리학자는 경련하는 듯한 동작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다들 강박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그룹 전체가 보이는 또 하나의 비정상적인 통계적 특징이지. 당신들 모두가 극도로 강박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뜻이야."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굴의 깊이는 2미터에서 2.5미터로 얕은 편이지만,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 있고 상쾌하고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 광범위한 지하 세계에 생물체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 P240

중생대의 나무 고사리와 균류, 제3기의 소철 잎이 부채꼴인 야자수, 원시적인 속씨식물들이 미지의정글을 이루었던 흔적과 함께 뼈 조직에는 백악기와 에오세의 대표적인 생물을 비롯해 다른 동물의 흔적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고생물학자라도 분류하는데 1년은 족히 걸릴 만 했다. - P240

그렇게 해서 발굴의 첫 번째 보고가 내게 들어왔으며, 원시 조개류와 경린어를 비롯한 원시 어류, 멸종된 양서류와 조치류, 모사사우어의 두개골 일부와 공룡의 척추뼈, 갑각류, 익룡의 이빨과 날개 뼈를 비롯해 기제류와 우제류, 유제류와 에오히푸스 등을 포함하는 원시 포유동물의 뼈들도 열거돼 있었다. 마스토돈, 코끼리, 낙타, 사슴, 소의뼈처럼 최근의 동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 P241

 이 지역에서만 유독 3억 년전의 생물체와 3천만 년 전의 생물체 사이에 이례적이고 독특한 연속성이 있었다는 추정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동굴이 폐쇄된 올리고세 이후까지 어떻게 그토록 오랜 시간 연속성이 지속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 P241

레이크 교수는 첫 번째 보고에 만족하지 못했고, 몰튼이 캠프에서 발굴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추가로 작성한 메모를 보냈다. 그 이후 몰튼은 비행기의 무선기 앞에 앉아 레이크 교수가 줄기차게 인편으로 보내는 추가 보고를 내가 있는 남쪽 기지와 아컴 호에 타전했고, 그 내용은 아컴호에서 곧바로 외부 세계로 전해졌다. - P242

 남쪽 기지의 무선 기사인 맥티그가 연필로 받아 적은 레이크 교수의 전문 내용을 있는그대로 여기 옮기는 편이 낫겠다. - P242

"(생략) 시생대 점판암에서 발견된 것처럼 삼각형 줄무늬가 또렷한화석을 몇 개 더 발견, 이는 화석의 주인공이 형태와 크기에서 큰 변화를 겪지 않고 6억 년 이전부터 코만치기까지 생존했음을 말해 줌. 육안으로 보기에 줄무늬 화석보다 코만치아기의 화석이 오히려 더 원시적이고 퇴행한 것으로 보임. 이번 발견의 중요성을 언론에 강조해 주기바람. 이번 발견은 생물학계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며, 아인슈타인이 수학과 물리학에 가져온 변화와 비견되는 것임.
(후략)" - P242

(중략) 지구가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생명체나 일반적인 원형질 구조가 출현하지 않았다고알려진 10억 년 전 이미 일단의 생명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임. 그 생명체가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화했는가가 문제임." - P243

"추가사항 육지와 해양에 서식하던 대형 도마뱀속 동물 및 원시 포유류의 뼈 조직에서 독특한 상처와 절상 흔적 발견. 그러나 천적이나 다른 육식 동물에 공격받은 상처는 아닌 듯. 상처는 두 종류로, 관통된 구멍과 불규칙하게 찢어진 것임. 뼈가 완전히 살려진 경우도 있음. 그러나 대부분의 표본에는 상처가 없음. 전둥을 가지러 캠프로 사람을 보냄. 종유석을 제거하면서 더 깊숙이 탐사할 계획임." - P243

"(중략) 5각형의 별 모양으로 끝이 부서진 상태며, 끝에서 중앙으로 금이 가 있음. 손상되지 않은 중심부 표면에서 움푹 들어간 작고 매끄러운 함몰 발견, 동석의 출처와 풍화 작용의 가능성에 상당한 호기심이 느껴짐. (중략)" - P243

"오후 10시 15분, 중대한 발견, 전등이 도착하자, 오렌도프와 왓킨이작업을 하던 9시 45 분 전혀 알려진 바 없는 통 모양의 기괴한 화석을발견함. 미지의 해양 발광체가 과도하게 성장한 형태가 아니라면 식물로 추정됨. 광물성 염분 덕분에 조직이 또렷하게 보존된 상태임. 가족처럼 질기지만, 군데군데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말단과 측면에 떨어져나간 흔적이 있음. 길이는 1미터 80센티미터, 가장 두툼한 중심부의 지름이 1미터 정도, 양끝으로 갈수록 30센티미터까지 좁아짐. 통 주변에통널 형태로 다섯 개의 널판이 붙어 있는 형태임. (중략)" - P244

"(중략) 날개모양의 조직들은 거의 손상된 상태지만, 그중 하나를 펼쳐 보자 길이가2미터가 넘음. 『네크로노미콘』의 ‘고대 존재‘처럼 원시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떠올리게 함. 날개로 추정되는 조직은 얇은 막 구조이며,
형태는 선형의 관 조직으로, 이관 조직에서 날개를 펼칠 때 신축성을주는 것으로 보임. (후략)" - P244

"오후 11시 30분. 다이어, 피버디, 더글러스 박사님, 모두 집중하시기 바람. 감히 미증유의 사안이라고 할만큼 중대한 문제임. 아김 호도지체 말고 이 내용을 킹스포트 헤드 기지국으로 전송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모두 밖으로 가져 왔고, 개들의 접근을 막고 있음. 개들은 여전히 표본들을 보고 미친 듯이 날뜀. 지금부터 전달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정확한지 그쪽에서 다시 확인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몸통 위에 연한 회색의 뭉툭한 구근 모양의 목과 아가미로 추정되는조직이 있음. 목에 달려 있는 불가사리 모양의 머리에 형형색색의 근육질 섬모가 8센티미터 길이로 뒤덮여 있음. 머리는 뭉툭하게 부풀어오른 형태로, 양끝까지 60센티미터, 5개의 모서리마다 길이 8센티미터 정도의 노르스름하고 부드러운 관 조직이 달려 있음. 머리 중심부에 나있는 가늘고 긴 홈이 숨구멍으로 보임. 관의 끄트머리마다 둥근 조직이달려 있으며, 이곳의 노르스름한 점막을 걷어 올리면 광택이 있는 붉은홍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눈이 분명함.
(중략) - P246

"(중략)
발견 당시, 불가사리 형태의 머리와 그 꼭짓점에 해당하는 모서리, 머리에 붙어 있는 관과 섬모들이 모두 단단하게 아래로 접혀 있는 상태였음. 관과 머리의 모서리 부분이 구근처럼 생긴 목과 몸통쪽으로 향해있음. 매우 튼튼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중략)" - P246

"(중략)
몸통의 아래쪽은 단단하지만, 역시 유연성이 뛰어나 머리의 기관들에 상응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임. 구근 형태로 연한 회색빛을 띠고 있는 목과 유사한 부분은 아가미의 흔적이 없지만, 불가사리 모양의녹색 머리를 적절히 지탱하는 역할을 함.
 (중략)" - P246

"(중략) 불가사리 머리에서 튀어나온 60센티미터 길이의 붉은 색 관들은 지름이 7.5센티미터 정도지만 끝으로 갈수록 2.5센티미터 정도로 가늘어짐. 관의 끝마다 구멍이있음. 모든 신체 기관들이 매우 단단하고 질긴 동시에 놀랄 만큼 유연함. 물갈퀴가 달린 120센티미터 길이의 팔을 볼 때, 해양과 기타 지역에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분명함.
(중략)" - P247

"(중략)
아직 동물과 식물 중 어느 쪽인지 분류가 어려우나, 동물일 가능성이큼, 원시적인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상태에서 놀랄 만큼 진화한 발광체일 수도 있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극피동물의 일종으로 볼여지도 있음. 해양 생물이라고 가정한다면 날개 구조가 의아하지만 수중에서 방향을 잡는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음. 일부 대칭 구조는 식물에 더 근접해 있기도 함. 이 생물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시생대의 가장단순한 원생동물보다 훨씬 앞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며, 그 기원을 추정조차 하기 어려움.
(중략)" - P247

"(중략)
 학자들은 지금까지 그것을 태고의 열대 발광체를 바탕으로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생각해 왔음. 또한 월마스가 말한 바 있는 크툴루 숭배를 비롯한 신사 시대의 전설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임.
(중략)" - P248

"(중략)
 생물체의 표본 위쪽으로 거대한 석순이 자라 있음. 석순 제거 작업이 몹시 어려웠지만, 표본 조직이 단단해서 별다른 손상은 없었음.
(중략)" - P248

"(중략)
현재 개들의 도움 없이 14개의 거대한 표본을 캠프로 이송 중인데, 개들이 사납게 짖어서 표본을가까이 두기 어려운 상태임. 3명이 발굴 현장에 남아 개를 지키고 있으므로 격렬한 바람을 뚫고 9명이 간신히 개썰매로 표본을 옮김.
(중략)" - P248

"(중략)
다이어 교수는서쪽 탐사 계획을 극구 반대했으므로 지금쯤 면목이 없을 거라 생각.
우린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산맥을 발견한데 이어 이 표본들까지 발견했고, 특히 표본이야말로 이번 탐사의 최대 성과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임. 틀림없이 과학적으로 대단한 개가를 올릴 것으로 자신함.
(중략)" - P248

이 소식을 접하고 피버디 교수와 내가 얼마나 감격했는지 형용할 길이 없으며, 다른 동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맥티그는 줄곧 단조로운 수신기에서 전해지는 내용을 간략히 해독해 놓았다가, 레이크 교수와 교신이 끝난 직후속기한 전문을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했다. - P249

물론 그 같은 흥분에 휩싸여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속히 레이크 교수의 탐사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돌풍이 심해서 당장은 비행할 수 없다는 말에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 P249

표본이 예상외로 무거워서썰매를 끄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9명의 대원이 아주 훌륭하게 일을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캠프에서 꽤 떨어진 곳에 눈으로 임시 축사를지어 개들을 따로 수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이었다. - P249

해부 작업은 예상보다 어려운 것 같았다. 실험실을 위해 새로 설치한막사에 석유난로를 피웠지만, 보존 상태가 완벽한 그 해부용 표본이 딱딱한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 P249

상태 완벽한 표본이 7개 더 남아 있지만, 동굴에서 표본을 무한정 발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므로 섣불리 해부를 강행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 P250

해부 과정에서 곧바로 전해진 무선 내용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도발적인 것이었다. 일반적인 도구로는 그처럼 기이한 조직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해부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해부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 결과에만도 우리는 깜짝 놀라고 얼이 빠져 버렸다. - P250

 퇴화의 흔적이 없는질기고 튼튼한 구조가 그 생물의 조직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척추동물의 진화 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건조한 상태였지만, 실험 막사 안의 열기에 생명체가 녹기 시작하면서 손상되지 않은 부위에서 지독한 악취의 수분이 배어 나왔다. 그 짙은 녹색의 액체를 혈액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 P250

레이크 교수의 해부 작업은 기이한 생명체의 정체를 밝히기는커녕의혹만 증폭시켰다. 외부 조직에 대해 추론한 부분은 모두 맞아떨어졌으며, 그런 점만 놓고 보면 생물체를 동물이라고 부르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 P250

소화 기관과 순환 기관 외에도 불가사리 모양의 조직에서 나온 붉은 관들을 통해 노폐물을 처리했고, 호흡 기관은 희한하게도 이산화탄소 대신에 산소를 내보내는 것 같았다. 공기를 저장하는 기관이 따로있으며, 아가미와 숨구멍처럼 최소한 두 가지의 호흡 기관이 완벽하게발달된 상태라 호흡 방법을 자유자재로 바꾼 흔적도 발견됐다. - P251

 주요 호흡 기관과 관련해 발성 기관의 흔적도 발견됐지만, 당장은 추론하기 어려운 모종의 변형을 겪은 것 같았다. 실제로 명확한 발음을 통해 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P251

레이크 교수가 혼비백산할 정도로 신경 체계가 복잡하면서도 고도로 발달돼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원시적이고 오래됐지만 고도로 분화된 신경절과 신경계를 지닌 생물임은 거의 확실했다. - P251

 레이크 교수의 의견으로는 이 생물이 오늘날의 개미나 벌처럼 원시 환경에서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기능을 소유했을 확률이 컸다. 민꽃식물, 특히 양치류처럼 날개 끝에서 포자를 재생산하는 능력이 있었으며, 이는 엽상체나 전업체에서 진화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 P251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생물체의 정체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발광체처럼 보였지만, 분명히 그 이상이었다. 부분적으로 식물의특징을 보이면서도, 4분의 3은 동물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52

어떻게 신생 지구라는 환경에서 그토록 복잡한진화를 거치고 시생대 암석에 화석을 남겨 놓았는지 고민한 나머지 레이크 교수는 어느 별에서 온 ‘그레이트 올드원‘이 장난이나 실수로 지구의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원시 신화까지 떠올렸다. 미스캐토닉 대학 영문학과에서 민속학을 연구하는 동료 교수의 말처럼 산골에 은둔한다는 외계 생물체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 P252

당연히 그는 현재 발견된 표본보다 덜 진화한 생물체가 선캄브리아기의 화석을 남겼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그의 경솔한 추론은 곧바로 부정되었다. - P252

레이크 교수는 신화를 떠올리며 자신이 발견한 생물체에 임시적으로 ‘엘더원‘이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 P252

그는 밖에 놔둔 표본들을 새로운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지지 않는 남극의태양 빛에 조직이 약간 녹아서 표본 두세 개의 촉수와 관들이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그러나 레이크 교수는 영하 18도의 기온을 감안할 때쉽게 표본이 부패될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해부하지 않은 표본들을 한군데로 모으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게 텐트를 씌웠다. - P253

캠프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고 레이크 교수가 교신을 끊겠다며 우리도 휴식을 취하라고 알린 것은 새벽 4시가 넘었을 때였다. 그는 피버디교수와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면서 뛰어난 드릴 장비 덕분에 이번 발견을 할 수 있었다며 또 한 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P253

우리는 다음날 아침 10시에 교신을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레이크 교수는 폭풍이 잠잠해지면 우리가 있는 캠프로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 P253

 좀 더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불신만 일으킬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 P254

우리 중에서 아침까지 숙면을 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레이크 교수의 발견이 가져온 흥분이 가시지 않은데다 바람이 점점 거세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는 지역에서도 돌풍이 심한 편이라 바람의 근원인 미지의 거대한 산봉우리 바로 밑에 자리잡은 레이크 교수의 캠프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이었다. - P254

 3시 이후 바람이 잠잠해지자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의 교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레이크 탐사팀의 비행기 4대 모두 고성능 단파 장비가 장착돼 있었으므로 왜 그들 무선 장치가 한꺼번에 사용불가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묵직한 침묵은 변함이 없었다. - P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우라 야스시는 내 동서다. 즉 아내의 여동생인 쓰구미의 남편이었다. - P124

다음해에 첫 작품집을 내놓으며 소설가로서 위치를 굳힌 그는 자기 작품의 영상화로 관심을 돌렸다. 8밀리 독립영화를 계획했는데 당연히 본인이 감독 겸 주연이었다. 제작비는 책 인세로 충당할 생각이었지만 여주인공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 P124

쓰구미는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추천이나 부탁으로 아마추어 극단 무대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한 연극에서 우연히 선보인 애드리브가 반응을 얻고 인기몰이를 하자 그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팬까지 생기게 됐다. - P125

나도 회사 행사 때 그녀에게 몇 차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전무의 가족으로서 가깝게 지내게 된 게 이 무렵부터다. 쓰구미는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아서 맞선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전무인 아버지가 알아서 다 잘랐던 모양이지만. - P126

 요새 유행하는 페미니즘과는 다른 자기만의 쿨한 남성관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던 것이다. 쓰구미가 이렇게 된 데는 주변의 남자들이 그녀를 특별 취급하며 손에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떠받든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 P126

쓰구미 앞에 나타난 청년은 재능과 야심으로 넘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저높은 곳에 두고 올려다보지 않고 대등한 인격으로 대했다. 두 사람이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 P126

미우라는 영화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나 본인의 의욕과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 년이 지나도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중략)
 이유는 훨씬 간단했고,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 미우라는 쓰구미를 찍은 장면을 단 한 컷도 자르지못했다. 그래서는 영화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일 년이 두 사람에게 완전히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 P127

"자네한테 가즈미를 보낼 때가 더 가슴 아팠어." 피로연 후가도와키 료이치 전무는 내게 털어놓듯 말했다. 나는 이미 칠 개월 전에 그의 사위가 되어 있었다. - P127

"만약 쓰구미가 얼토당토않은 남자를 잘못 고른 거라고 해도그때 가서 얼른 정리하고 돌아오면 그만이야. 언니와 달리 보통고집이 센 게 아니니까 그 정도 고생은 해야 아비 말을 듣겠지." - P127

물론 당시에는 신랑이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가 아니었고, 장인도 자기 딸이 고생하기를 부러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우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프로덕션에 들어갔다. 여기에도 장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구 년 전의 일이다. - P1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