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깊이는 2미터에서 2.5미터로 얕은 편이지만,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 있고 상쾌하고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 광범위한 지하 세계에 생물체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 P240
중생대의 나무 고사리와 균류, 제3기의 소철 잎이 부채꼴인 야자수, 원시적인 속씨식물들이 미지의정글을 이루었던 흔적과 함께 뼈 조직에는 백악기와 에오세의 대표적인 생물을 비롯해 다른 동물의 흔적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고생물학자라도 분류하는데 1년은 족히 걸릴 만 했다. - P240
그렇게 해서 발굴의 첫 번째 보고가 내게 들어왔으며, 원시 조개류와 경린어를 비롯한 원시 어류, 멸종된 양서류와 조치류, 모사사우어의 두개골 일부와 공룡의 척추뼈, 갑각류, 익룡의 이빨과 날개 뼈를 비롯해 기제류와 우제류, 유제류와 에오히푸스 등을 포함하는 원시 포유동물의 뼈들도 열거돼 있었다. 마스토돈, 코끼리, 낙타, 사슴, 소의뼈처럼 최근의 동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 P241
이 지역에서만 유독 3억 년전의 생물체와 3천만 년 전의 생물체 사이에 이례적이고 독특한 연속성이 있었다는 추정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동굴이 폐쇄된 올리고세 이후까지 어떻게 그토록 오랜 시간 연속성이 지속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 P241
레이크 교수는 첫 번째 보고에 만족하지 못했고, 몰튼이 캠프에서 발굴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추가로 작성한 메모를 보냈다. 그 이후 몰튼은 비행기의 무선기 앞에 앉아 레이크 교수가 줄기차게 인편으로 보내는 추가 보고를 내가 있는 남쪽 기지와 아컴 호에 타전했고, 그 내용은 아컴호에서 곧바로 외부 세계로 전해졌다. - P242
남쪽 기지의 무선 기사인 맥티그가 연필로 받아 적은 레이크 교수의 전문 내용을 있는그대로 여기 옮기는 편이 낫겠다. - P242
"(생략) 시생대 점판암에서 발견된 것처럼 삼각형 줄무늬가 또렷한화석을 몇 개 더 발견, 이는 화석의 주인공이 형태와 크기에서 큰 변화를 겪지 않고 6억 년 이전부터 코만치기까지 생존했음을 말해 줌. 육안으로 보기에 줄무늬 화석보다 코만치아기의 화석이 오히려 더 원시적이고 퇴행한 것으로 보임. 이번 발견의 중요성을 언론에 강조해 주기바람. 이번 발견은 생물학계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며, 아인슈타인이 수학과 물리학에 가져온 변화와 비견되는 것임. (후략)" - P242
(중략) 지구가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생명체나 일반적인 원형질 구조가 출현하지 않았다고알려진 10억 년 전 이미 일단의 생명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임. 그 생명체가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화했는가가 문제임." - P243
"추가사항 육지와 해양에 서식하던 대형 도마뱀속 동물 및 원시 포유류의 뼈 조직에서 독특한 상처와 절상 흔적 발견. 그러나 천적이나 다른 육식 동물에 공격받은 상처는 아닌 듯. 상처는 두 종류로, 관통된 구멍과 불규칙하게 찢어진 것임. 뼈가 완전히 살려진 경우도 있음. 그러나 대부분의 표본에는 상처가 없음. 전둥을 가지러 캠프로 사람을 보냄. 종유석을 제거하면서 더 깊숙이 탐사할 계획임." - P243
"(중략) 5각형의 별 모양으로 끝이 부서진 상태며, 끝에서 중앙으로 금이 가 있음. 손상되지 않은 중심부 표면에서 움푹 들어간 작고 매끄러운 함몰 발견, 동석의 출처와 풍화 작용의 가능성에 상당한 호기심이 느껴짐. (중략)" - P243
"오후 10시 15분, 중대한 발견, 전등이 도착하자, 오렌도프와 왓킨이작업을 하던 9시 45 분 전혀 알려진 바 없는 통 모양의 기괴한 화석을발견함. 미지의 해양 발광체가 과도하게 성장한 형태가 아니라면 식물로 추정됨. 광물성 염분 덕분에 조직이 또렷하게 보존된 상태임. 가족처럼 질기지만, 군데군데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말단과 측면에 떨어져나간 흔적이 있음. 길이는 1미터 80센티미터, 가장 두툼한 중심부의 지름이 1미터 정도, 양끝으로 갈수록 30센티미터까지 좁아짐. 통 주변에통널 형태로 다섯 개의 널판이 붙어 있는 형태임. (중략)" - P244
"(중략) 날개모양의 조직들은 거의 손상된 상태지만, 그중 하나를 펼쳐 보자 길이가2미터가 넘음. 『네크로노미콘』의 ‘고대 존재‘처럼 원시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떠올리게 함. 날개로 추정되는 조직은 얇은 막 구조이며, 형태는 선형의 관 조직으로, 이관 조직에서 날개를 펼칠 때 신축성을주는 것으로 보임. (후략)" - P244
"오후 11시 30분. 다이어, 피버디, 더글러스 박사님, 모두 집중하시기 바람. 감히 미증유의 사안이라고 할만큼 중대한 문제임. 아김 호도지체 말고 이 내용을 킹스포트 헤드 기지국으로 전송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모두 밖으로 가져 왔고, 개들의 접근을 막고 있음. 개들은 여전히 표본들을 보고 미친 듯이 날뜀. 지금부터 전달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정확한지 그쪽에서 다시 확인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몸통 위에 연한 회색의 뭉툭한 구근 모양의 목과 아가미로 추정되는조직이 있음. 목에 달려 있는 불가사리 모양의 머리에 형형색색의 근육질 섬모가 8센티미터 길이로 뒤덮여 있음. 머리는 뭉툭하게 부풀어오른 형태로, 양끝까지 60센티미터, 5개의 모서리마다 길이 8센티미터 정도의 노르스름하고 부드러운 관 조직이 달려 있음. 머리 중심부에 나있는 가늘고 긴 홈이 숨구멍으로 보임. 관의 끄트머리마다 둥근 조직이달려 있으며, 이곳의 노르스름한 점막을 걷어 올리면 광택이 있는 붉은홍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눈이 분명함. (중략) - P246
"(중략) 발견 당시, 불가사리 형태의 머리와 그 꼭짓점에 해당하는 모서리, 머리에 붙어 있는 관과 섬모들이 모두 단단하게 아래로 접혀 있는 상태였음. 관과 머리의 모서리 부분이 구근처럼 생긴 목과 몸통쪽으로 향해있음. 매우 튼튼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중략)" - P246
"(중략) 몸통의 아래쪽은 단단하지만, 역시 유연성이 뛰어나 머리의 기관들에 상응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임. 구근 형태로 연한 회색빛을 띠고 있는 목과 유사한 부분은 아가미의 흔적이 없지만, 불가사리 모양의녹색 머리를 적절히 지탱하는 역할을 함. (중략)" - P246
"(중략) 불가사리 머리에서 튀어나온 60센티미터 길이의 붉은 색 관들은 지름이 7.5센티미터 정도지만 끝으로 갈수록 2.5센티미터 정도로 가늘어짐. 관의 끝마다 구멍이있음. 모든 신체 기관들이 매우 단단하고 질긴 동시에 놀랄 만큼 유연함. 물갈퀴가 달린 120센티미터 길이의 팔을 볼 때, 해양과 기타 지역에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분명함. (중략)" - P247
"(중략) 아직 동물과 식물 중 어느 쪽인지 분류가 어려우나, 동물일 가능성이큼, 원시적인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상태에서 놀랄 만큼 진화한 발광체일 수도 있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극피동물의 일종으로 볼여지도 있음. 해양 생물이라고 가정한다면 날개 구조가 의아하지만 수중에서 방향을 잡는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음. 일부 대칭 구조는 식물에 더 근접해 있기도 함. 이 생물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시생대의 가장단순한 원생동물보다 훨씬 앞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며, 그 기원을 추정조차 하기 어려움. (중략)" - P247
"(중략) 학자들은 지금까지 그것을 태고의 열대 발광체를 바탕으로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생각해 왔음. 또한 월마스가 말한 바 있는 크툴루 숭배를 비롯한 신사 시대의 전설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임. (중략)" - P248
"(중략) 생물체의 표본 위쪽으로 거대한 석순이 자라 있음. 석순 제거 작업이 몹시 어려웠지만, 표본 조직이 단단해서 별다른 손상은 없었음. (중략)" - P248
"(중략) 현재 개들의 도움 없이 14개의 거대한 표본을 캠프로 이송 중인데, 개들이 사납게 짖어서 표본을가까이 두기 어려운 상태임. 3명이 발굴 현장에 남아 개를 지키고 있으므로 격렬한 바람을 뚫고 9명이 간신히 개썰매로 표본을 옮김. (중략)" - P248
"(중략) 다이어 교수는서쪽 탐사 계획을 극구 반대했으므로 지금쯤 면목이 없을 거라 생각. 우린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산맥을 발견한데 이어 이 표본들까지 발견했고, 특히 표본이야말로 이번 탐사의 최대 성과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임. 틀림없이 과학적으로 대단한 개가를 올릴 것으로 자신함. (중략)" - P248
이 소식을 접하고 피버디 교수와 내가 얼마나 감격했는지 형용할 길이 없으며, 다른 동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맥티그는 줄곧 단조로운 수신기에서 전해지는 내용을 간략히 해독해 놓았다가, 레이크 교수와 교신이 끝난 직후속기한 전문을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했다. - P249
물론 그 같은 흥분에 휩싸여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속히 레이크 교수의 탐사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돌풍이 심해서 당장은 비행할 수 없다는 말에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 P249
표본이 예상외로 무거워서썰매를 끄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9명의 대원이 아주 훌륭하게 일을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캠프에서 꽤 떨어진 곳에 눈으로 임시 축사를지어 개들을 따로 수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이었다. - P249
해부 작업은 예상보다 어려운 것 같았다. 실험실을 위해 새로 설치한막사에 석유난로를 피웠지만, 보존 상태가 완벽한 그 해부용 표본이 딱딱한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 P249
상태 완벽한 표본이 7개 더 남아 있지만, 동굴에서 표본을 무한정 발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므로 섣불리 해부를 강행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 P250
해부 과정에서 곧바로 전해진 무선 내용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도발적인 것이었다. 일반적인 도구로는 그처럼 기이한 조직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해부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해부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 결과에만도 우리는 깜짝 놀라고 얼이 빠져 버렸다. - P250
퇴화의 흔적이 없는질기고 튼튼한 구조가 그 생물의 조직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척추동물의 진화 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건조한 상태였지만, 실험 막사 안의 열기에 생명체가 녹기 시작하면서 손상되지 않은 부위에서 지독한 악취의 수분이 배어 나왔다. 그 짙은 녹색의 액체를 혈액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 P250
레이크 교수의 해부 작업은 기이한 생명체의 정체를 밝히기는커녕의혹만 증폭시켰다. 외부 조직에 대해 추론한 부분은 모두 맞아떨어졌으며, 그런 점만 놓고 보면 생물체를 동물이라고 부르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 P250
소화 기관과 순환 기관 외에도 불가사리 모양의 조직에서 나온 붉은 관들을 통해 노폐물을 처리했고, 호흡 기관은 희한하게도 이산화탄소 대신에 산소를 내보내는 것 같았다. 공기를 저장하는 기관이 따로있으며, 아가미와 숨구멍처럼 최소한 두 가지의 호흡 기관이 완벽하게발달된 상태라 호흡 방법을 자유자재로 바꾼 흔적도 발견됐다. - P251
주요 호흡 기관과 관련해 발성 기관의 흔적도 발견됐지만, 당장은 추론하기 어려운 모종의 변형을 겪은 것 같았다. 실제로 명확한 발음을 통해 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P251
레이크 교수가 혼비백산할 정도로 신경 체계가 복잡하면서도 고도로 발달돼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원시적이고 오래됐지만 고도로 분화된 신경절과 신경계를 지닌 생물임은 거의 확실했다. - P251
레이크 교수의 의견으로는 이 생물이 오늘날의 개미나 벌처럼 원시 환경에서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기능을 소유했을 확률이 컸다. 민꽃식물, 특히 양치류처럼 날개 끝에서 포자를 재생산하는 능력이 있었으며, 이는 엽상체나 전업체에서 진화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 P251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생물체의 정체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발광체처럼 보였지만, 분명히 그 이상이었다. 부분적으로 식물의특징을 보이면서도, 4분의 3은 동물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52
어떻게 신생 지구라는 환경에서 그토록 복잡한진화를 거치고 시생대 암석에 화석을 남겨 놓았는지 고민한 나머지 레이크 교수는 어느 별에서 온 ‘그레이트 올드원‘이 장난이나 실수로 지구의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원시 신화까지 떠올렸다. 미스캐토닉 대학 영문학과에서 민속학을 연구하는 동료 교수의 말처럼 산골에 은둔한다는 외계 생물체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 P252
당연히 그는 현재 발견된 표본보다 덜 진화한 생물체가 선캄브리아기의 화석을 남겼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그의 경솔한 추론은 곧바로 부정되었다. - P252
레이크 교수는 신화를 떠올리며 자신이 발견한 생물체에 임시적으로 ‘엘더원‘이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 P252
그는 밖에 놔둔 표본들을 새로운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지지 않는 남극의태양 빛에 조직이 약간 녹아서 표본 두세 개의 촉수와 관들이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그러나 레이크 교수는 영하 18도의 기온을 감안할 때쉽게 표본이 부패될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해부하지 않은 표본들을 한군데로 모으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게 텐트를 씌웠다. - P253
캠프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고 레이크 교수가 교신을 끊겠다며 우리도 휴식을 취하라고 알린 것은 새벽 4시가 넘었을 때였다. 그는 피버디교수와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면서 뛰어난 드릴 장비 덕분에 이번 발견을 할 수 있었다며 또 한 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P253
우리는 다음날 아침 10시에 교신을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레이크 교수는 폭풍이 잠잠해지면 우리가 있는 캠프로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 P253
좀 더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불신만 일으킬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 P254
우리 중에서 아침까지 숙면을 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레이크 교수의 발견이 가져온 흥분이 가시지 않은데다 바람이 점점 거세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는 지역에서도 돌풍이 심한 편이라 바람의 근원인 미지의 거대한 산봉우리 바로 밑에 자리잡은 레이크 교수의 캠프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이었다. - P254
3시 이후 바람이 잠잠해지자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의 교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레이크 탐사팀의 비행기 4대 모두 고성능 단파 장비가 장착돼 있었으므로 왜 그들 무선 장치가 한꺼번에 사용불가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묵직한 침묵은 변함이 없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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