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야스시는 내 동서다. 즉 아내의 여동생인 쓰구미의 남편이었다. - P124
다음해에 첫 작품집을 내놓으며 소설가로서 위치를 굳힌 그는 자기 작품의 영상화로 관심을 돌렸다. 8밀리 독립영화를 계획했는데 당연히 본인이 감독 겸 주연이었다. 제작비는 책 인세로 충당할 생각이었지만 여주인공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 P124
쓰구미는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추천이나 부탁으로 아마추어 극단 무대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한 연극에서 우연히 선보인 애드리브가 반응을 얻고 인기몰이를 하자 그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팬까지 생기게 됐다. - P125
나도 회사 행사 때 그녀에게 몇 차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전무의 가족으로서 가깝게 지내게 된 게 이 무렵부터다. 쓰구미는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아서 맞선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전무인 아버지가 알아서 다 잘랐던 모양이지만. - P126
요새 유행하는 페미니즘과는 다른 자기만의 쿨한 남성관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던 것이다. 쓰구미가 이렇게 된 데는 주변의 남자들이 그녀를 특별 취급하며 손에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떠받든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 P126
쓰구미 앞에 나타난 청년은 재능과 야심으로 넘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저높은 곳에 두고 올려다보지 않고 대등한 인격으로 대했다. 두 사람이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 P126
미우라는 영화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나 본인의 의욕과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 년이 지나도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중략) 이유는 훨씬 간단했고,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 미우라는 쓰구미를 찍은 장면을 단 한 컷도 자르지못했다. 그래서는 영화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일 년이 두 사람에게 완전히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 P127
"자네한테 가즈미를 보낼 때가 더 가슴 아팠어." 피로연 후가도와키 료이치 전무는 내게 털어놓듯 말했다. 나는 이미 칠 개월 전에 그의 사위가 되어 있었다. - P127
"만약 쓰구미가 얼토당토않은 남자를 잘못 고른 거라고 해도그때 가서 얼른 정리하고 돌아오면 그만이야. 언니와 달리 보통고집이 센 게 아니니까 그 정도 고생은 해야 아비 말을 듣겠지." - P127
물론 당시에는 신랑이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가 아니었고, 장인도 자기 딸이 고생하기를 부러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우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프로덕션에 들어갔다. 여기에도 장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구 년 전의 일이다. - P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