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정리 1

여러 개의 양(quantity) 또는 이들 사이의 비율이 임의의 유한한 시간 동안연속적으로 변하면서 같은 값으로 접근한다고 하자. 주어진 시간이 끝나기전에 이들 사이의 차이가 임의로 잡은 어떤 값보다도 작으면, 이들은 결국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2

직선 A와 AE, 그리고 곡선 ace로 에워싸인 도형 AacE가 주어져 있다.
여기에 길이가 모두 같은 AB, BC, CD, ⋯를 밑변으로 삼아 평행사변형Ab, Bc, Cd, .…를 작도하면(단 이들의 세로변 Bb, Cc, Dd, ..…는 Aa와 평행하며, 평행사변형의 개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작은 평행사변형 akbl.
blcm, cMdn,.…이 완성된다. 이들의 가로(폭)를 점점 줄여가면서 개수를무한정 늘이면 곡선 도형(원래의 도형)에 내접하는 도형 AkbLcMdD와 외접하는 도형 Aalbmcndo, 그리고 원래 도형 AabcdE는 면적이 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3

평행사변형의 밑변 AB, BC, CD, …가 같지 않아도, 이들이 한없이 작아지면 내접 도형과 외접 도형, 그리고 곡선 도형의 면적은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99

부가정리 4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현들은 궁극적으로 직선이 아니며, 곡선 4E에 무한정 가까워진다. - P100

보조정리 4

2개의 도형 AacE와 PprT의 내부를 다음의 경우와 같이) 같은 개수의 내접하는 평행사변형으로 가득 채웠다고 하자. 이들의 폭을 무한정 줄여나간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도형의 평행사변형과 두 번째 도형에서 이에 대응되는평행사변형의 최종 면적이 모든 평행사변형에 대하여 동일하다면, AacEPprT는 면적이 같다. - P100

보조정리 5

서로 닮음 관계에 있는 도형의 대응변(직선 또는 곡선)들은 길이 비율이 모두 같고, 면적 비율은 길이 비율의 제곱과 같다. - P102

보조정리 6

임의로 주어진 매끄러운 호(곡률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호) ACB와 이에 대응되는 현 AB가 있다. 현의 한쪽 끝 A에서 호에 접하는 직선을 AD 라 하자.
AD는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상태에서 A와 B가 호를 따라 서로 가까워지다가 한 점에서 만나면, 현과 접선의 사잇각 BAD는 무한정 작아지다가 결국 0으로 사라진다. - P102

보조정리 7

 위와 같은 가정에서 호와 현, 그리고 접선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3

B가 A를 향해 접근하는 동안 AB와 AD를 연장한 선 위에 와 다를잡아서, B가 어느 위치에 있건 bd와 BD가 항상 평행하도록 유지하고, 호 ACB와 닮은꼴인 호 Ac를 그려보자. 점 A와 B가 하나로 합쳐지면 <dab는 0으로 사라지고 (보조정리 6 참조), 유한한 직선 A와Ad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 사이에 낀호 Ac도 이들과 같아진다.
그런데 직선 AB와 AD,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호 ACB는 각각 Ab,
Ad, Acb와 항상 비례관계에 있으므로 결국은 이들의 길이도 같아진다. [Q.E.D.] - P103

부가정리 2

A를 지나는 또 다른 직선 AF와 AG, 그리고 B를 지나는 또 다른직선 BE, BD가 있고, BF가 접선 AD와 평행하면 (A와 B가 무한정 가까워질 때) AD, AE, BF, BG, 그리고 호 ACB와 현 AB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4

부가정리 3

그러므로 이들의 최종 비율을 논할 때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 P104

보조정리 8

직선 AR과 BR, 호 ACB와 현 AB, 그리고 접선 AD를 조합하면 3개의 삼각형 RAB, RACB, RAD²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A와 B가 가까워지면 3개의 삼각형은 점점 작아지면서 닮은꼴 도형에 접근하다가, A와 B가 한 점에서 만날 때 닮음비는 1:1이 된다(즉 3개의 삼각형이 완전히 같아진다).

2) 이들 중 RACB는 삼각형이 아니라 부채꼴에 가깝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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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설과 복잡한 묘사, 회상 장면 등이 빈번하게 도입되었고, 매번 똑같은 말로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원형 작시법‘은 시인에게 언제 몸짓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언어적 표지를 제공했다. - P531

관용어는 두 단어(튼튼한 집‘, ‘검붉은 바다‘)일 수도, 그 이상의 단어은 백색의 발을 가진 테티스)일 수도, 혹은 두세 문장 정도의 길이일 수도있었다. 물결 치는 머릿결의 아카이아인들은 그 행의 다른 부분에 음절수가 몇 개 필요한가에 따라 때로 ‘전투로 단련되었을 수도, 때로는 그저소박하게 용감할 수도 있었다. - P532

서사시는 초기 그리스의 시였고, 서정시(서사가 없고 극이 없는 시)는 호메로스 이후 3세기가 흐른 뒤에 최고점에 다다랐다. - P532

종교제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합창시는 근대 영어에 이름을 남겼다.(파에온‘은 아폴론을 숭배하는 노래였고, ‘험노스‘
는 일반적인 숭배의 노래, ‘엔코미온‘은 찬미가, ‘트레노스는 장송가였다. 이들단어에서 영어 단어 ‘paean (찬가)‘, ‘hymn (찬송가)‘, ‘encomium(찬양 연설),
"threnody (장송가)‘가 생겨났다.) - P532

서정시의 전체 흐름은 서사시와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더 작고 혁신적인 목표가 있었다. 사적 정서와 개인 경험의 삽화를 채색한 것이다.


그녀의 약하다 약한 항의를 입맞춤으로 압도하고,
요염한 손길로 그녀의 기분을 내 기분대로 녹여 주고,
그녀가 마지못해 동의하여 한숨을 쉬지 않을 때까지.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 주길.

- 사포, 「아낙토리아에 바치는 송가」(모노디 시) - P533

처음으로 시인 개인의 목소리는 시 안에서 환하게 빛을 뿜었다. 그리고 결국 그리스 서정시는 기교와 전문 용어를 빌려주면서 17세기 영국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된 ‘서시‘의 원형이 되었다. - P533

덕분에 시낭송보다는 화려한 볼거리와 의상을 갖춘 희곡 공연의중요성이 점차 커졌다. 서정시인은 이미 그리스 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 P534

무덤 비석에 새겨진 형태로 처음 발견된 경구는 간결하고 직설적이었다.(대리석에 시 한 편을 새겨야 한다면 짧은 시를 짓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그리스의 경구들은 비용이었다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촌철살인의 진술로 진화했다.


누구도 파멸의 순간에
너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는다.⁵ - P534

로마의 송시

로마의 작가들은 그리스 희곡을 차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시의 양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라틴어 희곡처럼 라틴어 시는 그리스어 시와 같은 성취에 결코 이르지 못했다. - P534

존 밀턴부터 A. E. 하우스먼에 이르기까지 영국 시인들이 대대로번역한 그의 송시에서, 호라티우스는 경험 많고 신랄하고 냉소적이지만 마음이 선한 인생의 관조자 입장을 취했다. - P535

중세 시학

중세 시학은 중세의 역사처럼 고대에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고전 희곡처럼 고전시는 잠시 자리를 잃는다. 글쓰기는 사라져 가고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직접성을 상실하며, 중세에 부상한 시는 라틴어 송시보다는 게르만의 구술 전통의 영향을 받았다. - P536

그리스 서사시처럼, 고대 영어 서사시 『베오울프』는 문자로 씌어지기 한참 전인 기원후 800년경부터 구술로 공연되었을 것이다.  - P536

궁중의 사랑과 명예 이야기로 이루어진 『거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의 주인공 역시 처음부터 초자연적 존재와 갈등한다. 베어진 자신의 머리통을 집어 들고 걸어가는 녹색의 기사가 바로 그 존재다.  - P538

단테의 「지옥편」이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같은 중세 후기의시들 역시 기독교적 주제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 P538

중세의 시학은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이러한 시적 이야기들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유보적인 성향을 물려받았다.
결국 다른 창조와 마찬가지로 언어는 타락했고 선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신성과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 P538

말은 물리 영역의 일부기 때문에 진리를 가리키는 것만큼이나 쉽게허위를 가리킬지 모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을 형성시킨 『기독교 교리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 P539

 이렇게 언어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경고했던 ‘재주‘의 문제다. 그래서 단테의 「지옥편」은 꿈에서 일어나며, 화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진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 P539

 또한 초서는 그래서 자기가 조금 전까지 말한 모든 것을취소하며 순례를 끝맺는다. 순례하던 인물이 말재주에 미혹되어 바른 길에서 멀어지고 잘못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잘못된 목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생각한 아이러니컬한 염려 때문이었다. - P539

중세 신학자들은 언어가 두드리는 대로 펴지는 성질이 있어서 네 가지 층위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다음 네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 P540

축어적(실제 이야기 혹은 표면적 의미) 의미, 우의적(때로는 ‘예형론적‘이라고도 하며, 예수나 천상의 영역과 관련된 영적 진실을 그린 삽화)의미, 비유적 (이야기에서 ‘도덕‘으로, 기독교인의 실제 삶에 적용) 의미, 그리고 신비적(반드시 최후의 시기와 관련된 죽음, 심판, 영원한 운명) 의미가있다. - P540

우의적으로, 순례자는 또한 신의 왕국과 악마의 영역 사이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잃는다. 그는 비유적으로,
일상의 삶에서 도덕적인 요구와 맞붙어 싸우며, 신비적으로, 자신의 최후목적지인 지옥 혹은 천국으로 향해 간다. - P541

다층적 해석은 단순하고 꾸미지 않은 진리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의심과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 대전』에서 펼친 사실에 근거한다. - P540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빠져나오는 엑소더스 이야기를 다룬 시편 113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그 글자만(어적 의미)을 생각한다면"

편지만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은 모세 시대에 이스라엘의 아이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것입니다. 우화로 본다면 그리스도를통한 우리의 구원이 의미 있을 것이며, 도덕적인 의미로 본다면 영혼이 죄의슬픔과 비참함에서 은총의 상태로 변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요. 신비적으로 본다면 이 세계의 타락이라는 굴레에서 죄를 씻은 영혼이 영원한 영광의 자유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¹⁰ - P541

 르네상스시대의 새로운 학문은 세상과 언어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해서 불로써 정화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성으로써 풀어야 하는 난제라고 보았다. - P541

시인은 신비주의자가 아니라 언어의 과학자가 될 수 있었고, 무아지경을 경험하지 않고도 신중하고 정확한 음절을 선택해서 진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 - P542

16세기와 17세기에는 시가 산문보다 좀 더 명확한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시는 시를 쓰는 이에게 언어를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에 당시에 최고의 정보 전달 매체가 될 수 있었다. - P542

언어에 대한 경의는 과학뿐 아니라 청교도주의와도 관련 있다. 청교도주의자는 성경을 번역할 때 교회에서 성령의 해석에 따르기보다는성경을 신뢰할 만한 산문‘으로 번역하려고 새로이 시도했다. 간명한 언어가 신을 드러내는 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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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임을 확인하기 위해 구조적 지표에만 기댄다면, 『일리아드』와 앨런 긴즈버그의 『아우성』에 ‘시‘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유가 억지스럽게 보일 것이다. 내가 만든 "시는 잠망경과 같다."는 은유는 특히 볼테르의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라는 정의와 비교할 때 별다르게 시적이지 않지만,
각운이나 연 등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명백한 구조적 표지와 구별해 시를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 P528

7분 만에 읽는 시인과 시어의 역사

서사시의 시대

최초의 서구 시는 그리스 시다. 초기 그리스 시는 서사시다. 영웅담과 전쟁 이야기가 구전으로 산발적으로 퍼져나가다 마침내 기원전800년경에 호메로스가 글로 옮긴 것이다 - P529

그리스인들에게 시란 오늘날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시란 역사보다 철학적이고 더 가치 있다. 왜냐하면 시는 일반 용어로 말하는 반면 역사는 세부적인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시는 보편 진리를 보여 주려고 애쓰는 언어였다. - P529

자신만의 언어 양식과 묘사 양식을 이용해 다른 사실들과 서로 조합해듣는 이들을 위해서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재창조하거나 ‘만들어 낸 것이다. 『일리아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이었을 하나의 사실로 출발한다. 어느 전사가 사제의 딸을 납치한 다음 되돌려주려 하지 않자 그녀의 아버지가 요구받은 몸값을 가지고 도착한다. - P530

그렇다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 시인은 어디에 있는가?
시인은 청중에게 말을 하고 있다. 이 서사시들이 수백 년 동안 구전되었고, 그래서 시인은 청중의 눈앞에 언제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시인은 종이 뒤에 숨어 있지 않았다.  - P530

다른 보조 기억 장치도 서사시의 구성을 돕는다. 시인은 종종 앞으로 하려는 이야기의 윤곽을 잡아 주는 서막 격인 ‘차례‘ 구술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시인 자신뿐 아니라 청중이 기억하는 데도 보조 장치 역할을 한다. 이야기를 이어 가기 전에 예전에 이야기한 부분을 떠올리려고이따금 멈춰서 동작을 재현하기도 한다. - P531

그리고 자주 벌어지는잔치, 전투, 습격, 무기 시합 장면은 똑같은 반복 구조로 소개되었다. 가령 ‘전투 장면‘은 똑같은 유형을 따를 수 있었던 터라 시인이 특정 전투에대해 자세히 모른다 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 P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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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때 건강이 넘쳤던 머시 덱스터는 축 늘어지고 이상할 정도로 기력이 없어서 공허한 목소리와 당황스러우리만큼 창백한안색을 지닌 구정하고 가련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하인 마리아도 독특할 정도로 머시와 비슷한 특징을 하고 있었다. - P38

 그곳에서 1785년에 그의 아들 듀티가 태어났고, 상업화에 쫓겨 강 건너 언덕 너머의 에인절 가. 당시에 새로 형성된 이스트사이드 거주 지역으로이주할 때까지 살았다. - P38

그는 듀티의 후견인으로서 아이 몫의 재산을 최대한 불리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기에, 죽음과 질병 등 세입자들에게 찾아온 숱한 변화뿐 아니라 그 저택에 대해나날이 강해지는 세인들의 혐오감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 P38

사략선 선원이 된 듀티는 그 저택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1812년 전쟁 때는 카후니 선장의 비절런트 호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무사히 귀향하여 1814 년에 결혼했으며, 기억에 남을1815년 9월 23일 밤에 아버지가 되었다. - P39

사략선 선원이 된 듀티는 그 저택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1812년 전쟁 때는 카후니 선장의 비절런트 호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무사히 귀향하여 1814년에 결혼했으며, 기억에 남을 1815년 9월 23일 밤에 아버지가 되었다. - P39

 해리스 가문의 남자로서는 유일한 생존자인 캐링턴 해리스마저 내가 겪은 일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저 그 저택이 전설이 담긴 폐가라고 생각해왔다. 캐링턴은 애초에 그저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내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저택에 새로 수도관을 설치한 뒤 세를 놓기로 결심을 바꾸었다. - P39

내가 해리스 가문의 일대기에 얼마나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가문의 기록에서 나는 전부터 알고있던 것을 뛰어넘는 집요한 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악의 기운은 해리스 가문이 아니라 그 저택과 관련이 있었다. - P40

특히 앤 화이트를 비롯한 하인들은 지하실의 주방을 사용하기 꺼려했고, 적어도 세 가지의 구체적인 구전에 따르면 지하실주방의 나무뿌리와 곰팡이류가 사람을 닮은 기묘한 형상을 하거나 악마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구전 부분은 유난히 내게 흥미로웠는데, 내가 어렸을 때 목격한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 P40

엑시터의 미신에 사로잡혀 있던 앤 화이트는 가장 터무니없는 동시에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퍼뜨렸다. - P40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저택의 터가 본래 묘지였었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내 판단으로는 하인 스미스가 저택을 떠나면서 ‘밤마다 내숨결을 빨아들이는‘ 뭔가가 있다고 불평한 것과 맞아떨어짐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 P41

이 감정은 상당히 오랜 시차를 두고나타난 신문 기사, 그러니까 금단의 저택에서 죽은 사망자를 다룬 기사로 인해 더욱 강해졌다. 《프로비던스 가제트》와 《컨트리 저널》의1815년 4월 12일자 기사, 그리고 《데일리 트랜스크립트 앤 크로니클》지의 1845년 10월 27일자 기사가 그것이었다. - P41

그러나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저택의 임대를 중단하게 만든 마지막 사건이었다. 진행성 정신병을 앓다가 빈혈증으로 죽은 사람이 친척들의 목과 손목을 노리고 공격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 P42

삼촌은 거의 백 년 전의 불행한 로비 해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그 사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곧전쟁터에서 돌아온 얼마 후부터 체이스와 휘트마시 박사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 저택에 대한 역사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 P42

 당시 저택의 소유주였던 초로의 아처 해리스가 1916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그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함께 아직 생존해 있는 독신의 누나 앨리스로부터 삼촌이 수집한 가족사를 전부 확인받기도 했다. - P42

 늙은 선원이었던 듀티 해리스는 전사한 아들 웰컴보다 두 해를 더 살았지만 그 자신은 떠도는소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보모였던 마리아 로빈스를 떠올리던 중 로비 해리스가 쏟아냈던 프랑스어에 대해 단서가 될 기이하고도 음침한 무엇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 P43

해리스 가문과 관련된 정보에 지친 나는 마을의 초창기 기록으로 관심을 돌렸고, 같은 일을 진행했던 삼촌보다 더 열정적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1636년 정착기부터 시작되는 아니면 내러갠섯 인디언 전설들과도 이어져 있을지 모르는 그 이전부터의 포괄적 향토사였다. - P42

나는 아주 주도면밀하게 백 가 혹은 베니피트가가 나중에 관통하게 될 지역을 추적해 나갔다. 실제로도 일설에 의하면, 그 지역에 스록모턴 가의 가족 묘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 P44

그것은 그 일의 가장 기묘한 국면중에서 몇 부분과 일치하는 자료로서 나는 조바심까지 느꼈다. 1697년의 임대 계약 기록인데, 에티네 룰레와 그의 아내에게 소량의 토지를빌려주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프랑스와 연결고리가 나타난 것이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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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 파일이 펼쳐져 있었다. 앉아 있어서 그게 무엇인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선준의 심장은 쿵 하고 떨어졌다. 순식간에 그의 뇌를 점령하는 좋지 않은 예감 때문이었다. - P108

예원의 앞으로 가입되어 있는 보험증서였다. 펼쳐진 곳에 있는
‘상해 고도후유장애 진단금‘이라는 글자가 그의 눈에 박혔다. 진단금은 3천만 원이었다. - P108

병실로 간 선준이 문을 열었을 때 예원은 침대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선준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를 것 같아서였다. - P108

병실로 들어간 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소파에 가 앉았다. 병실은 넓었다. 그게 어쩌면 다행이었다. 다인실이었다면 지금처럼 멀리 떨어져 앉을 수 없었을 것이다. - P109

병실로 들어간 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소파에 가 앉았다. 병실은 넓었다. 그게 어쩌면 다행이었다. 다인실이었다면 지금처럼 멀리 떨어져 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줌마가 갑자기 없어져서 놀라지 않았어?"
"배고프지 않아?" - P109

아무렇지도 않은 예원의 목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설마설마했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그 돈을 기도원에 가져다주고 들어갈 생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것이다. 물론 자신 역시 선우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 P109

보험금은 후유 장애가 80퍼센트 이상일 경우에만 지급되는 것이었다. - P110

그녀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지도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인정한 뒤 법정에선 피의자 같은 얼굴이었다. 어떤 처분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듯한 눈이었다. - P110

"이혼하자."
예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젓지도 않았다. - P110

"더는 널 버틸 자신이 없어."
선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 P111

선준은 속도를 높였다. 평소 옆에 앉은 사람이 답답하다고 할정도로 규정 속도를 지키던 선준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은 계속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댔다. 차가 평소에 내지 않던 소리를 냈지만 선준은 멈추지 않았다.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 P112

다시 한번 섬광이 눈앞을 갈랐다. 그의 머릿속이 그 빛을 따라 하얗게 변해버렸다. 선준은 온 힘을 다해 핸들을 꺾었다. 크게 차머리가 돌았다. 중앙선을 넘어 온 길을 되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P113

"안돼, 선우야."
신음과도 같은 말이 예원의 입에서 흘렀다. 천둥과 함께 찾아온 악몽이 그녀를 괴롭혔다.
번쩍, 또 한 번 번개가 쳤다.
쉑 소리를 내며 밝은 빛이 하늘을 향해 쏘아 올랐다. - P113

"선우야!"
외치고 싶은데 가슴속 응어리져만 갈 뿐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밀쳤다. 여기저기서 불평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 P114

그때 움켜쥔 그녀의 주먹을 가만히 잡는 손이 있었다.
‘선우야?"
예원은 자신의 손을 잡은 작은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P114

비에 흠뻑 젖은 채 선준은 문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로운의 손에 진정되어가는 예원의 존재가 애처로웠다. - P115

선준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머리카락 끝에서 빗물이 뚝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버릴 자신도 없었다. - P115

희망 정신요양원의 간판이 보이자 선준은 속도를 늦췄다. 경비실의 문이 열리며 그의 차량을 확인한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은 심명훈의 근무 날이 아닌 모양이었다. - P116

요양원에 온 것은 불과 이틀만이었지만 차에서 내려 건물을 올려다보는 선준에게는 생경하게 느껴졌다. 한때는 그의 짐을 덜어주는 존재였지만, 오늘은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 P116

지금부터 요양원으로 들어가 벌이려는 말도 안 되는 일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선준은 곧장 원장실로 향했다. - P116

"이선준 씨!"
선준을 발견한 민서진이 반색했다. 그녀의 얼굴에 안도의 기운과 함께 화색이 돌았다. 반면 선준을 훑어보는 총무의 눈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 P117

"도와주세요, 원장님. 제발 한번만 도와주세요."
"무슨 일이에요, 선준 씨? 혹시 로운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예요?" - P117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일어나서 차분히 말해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가잖아요."
그녀는 설득하듯 말하며 선준을 일으켰다. 선준은 두 손을 모으고 죄인 같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 P118

"로운이가.....… 우리 선우를 봤대요."
"네?"
상상치도 못한 것을 들었다는 듯 민서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총무를 돌아보았다. - P118

민서진은 거의 아무 말도 못 한 채 터질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선준을 쳐다보기만 했다. 몇 번이고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었지만 그의 말을 끊지는 않았다. 선준이 말을 마쳤을 때 그녀는 믿을수 없다는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기막힌 한숨을 터뜨릴 뿐이었다. - P119

"근데 로운이가 마지막 희망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오늘왜 로운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거예요?"
선준이 얼굴을 들었다. 민서진의 이마가 구겨져 있었다.
"로운이를 데리고 기도원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민서진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앉아서는치솟는 화를 감당하는 게 버거운 듯했다. - P119

"일주일만 아니 5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절대 로운이를 다치게 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병원에 피해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 선우의 이름을 들은 이상, 이전처럼 살 수는 없어요." - P120

민서진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3년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예원이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도 친분이 있다. 예원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누구보다도더 잘 알았다. 선준의 고민도 고통도 자주 전해 들었다. - P121

예원이 다쳐 사정이 안 된다면 자신이 직접 차를 끌고 가 로운을 데려올 생각까지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 P121

이번에는 선준이 돌아섰다. 민서진이 잡을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선준은 주저 없이 원장실을 나갔다. 민서진은 한 손을 이마에 얹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 P122

"일부러 애도 안 데리고 온 사람이야. 지금 막아 세운다고 애가 어디 있는지 순순히 말할 것 같아?"
"그래서 신고를... ..:
"정부 지원 평가가 코앞이야."
민서진의 말문이 막혔다. - P122

. 이미 선준이 하려는 말이 무언지를 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아파?"
예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퇴원할까?"
그제야 예원의 고개가 들렸다. - P123

"어쩌면 로운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고, 그냥 비슷한 아이일 수도 있어. 우리는 그 기도원을 찾아내지 못할지도 몰라."
예원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말없이 선준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선준이 부드럽게 웃었다.
"가보자." - P124

깡마르고 윤기 하나 없는 팔의 살갗이 그의 목에 닿았다. 그에게 안긴 예원의 무게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말라버리고 가벼워져버린 몸이 버틸 세상의 무게를, 그는 함께 지기로 결심했다. - P124

퇴원 수속 및 수납이라고 적힌 푯말 앞에 앉아 있던 여자가 기계적으로 플라스틱 바구니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선준을 향해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 P124

"퇴원 수속이시고요. 68만 3200원입니다. 다음 예약까지 수납하실 건가요?"
간호사실에서 알려준 내원일은 일주일 뒤였다. 꿰맨 부위에 염증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 P125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를 밀치며 달려 나갔다. 그의 눈이빠르게 예원과 로운을 찾아 헤맸다. 예원은 병원 로비에서 로운의 손을 잡고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P125

오랜 시간 보안 회사에 근무하면서 보안 회사의 긴급 출동 차량, 구급 차량, 경찰 차량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데도 그것조차 잊을 정도로 긴장했던 모양이다. - P126

창구로 다시 갔을 때 선준이 서 있던 창구에는 다른 사람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멀뚱히 보자니, 창구 직원이 선준을 발견하고는 귀찮은 내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 P126

그녀는 출력된 종이를 한 번 확인하고는 카드와 함께 내밀었다.
"수고하세요."
카드를 주머니에 넣다가 선준은 문득 현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P126

그런 생각이 들자 선준은 마음이 급해졌다. 예원은 아직도 게시판 앞에 있었는데 무엇을 보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게시판에는 선우의 실종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예원이 붙였을 터였다. - P127

예원을 향해 그가 내지르는 소리가 선준의 귀를 파고들었다.
"여기에 아무거나 함부로 붙이면 안 돼요! 사무실에서 허가받은 것만 붙일 수 있다고요!"
그는 예원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 P127

선준이 주저 없이 예원을 향해 뛰었다. 그 순간 로운이 예원의 부들거리는 손을 잡았다. 당장에라도 집어삼킬 듯 경비원을 노려보던 예원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로운이 그녀를 보며 웃었다. - P128

선준은 로운을 보았다. 요양원을 나올 때 예원의 손을 잡았던 로운은 이번에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선우를 본 적이 있고, 기도원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아이. 그리고 예원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 - P128

아내가 물건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뭔 기도원인가 뭐라든가."
"이상한 여자네."
평소 성격대로라면 손님 흉은 보는 게 아니라며 한 마디를 할거라 생각했는데, (후략) - P134

 여자가 지낸다는 기도원이 어떤곳인지, 여자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같은 것들이었다. 그때 생각났다는 듯 아내가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
"기억났어. 울림 기도원이야. 저 여자 사는 곳." - P134

"20분 정도 됐죠? 다시 전화해볼까요?"
"아뇨. 재촉하다가 괜한 소리 들을지도 몰라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그렇게 말하는 최두연도 답답한 내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발끝을 들어 안쪽을 흘깃거렸다. 안에서 누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근데 여기가 맞긴 맞는 거죠?" - P135

두 사람은 교육청 전수조사 때문에 이곳에 서 있었다. 몇 년 전아동 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학교 장기 미출석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이 교육부에서 내려왔다. - P135

신미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석희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어야 할 나이지만 종교적 문제로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신고된 어린이였다. 그러나 홈스쿨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점검해봐야 했고, 혹시 모를 가정 내 폭력이 이루어지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였다.  - P136

"이곳은 신의 영역입니다. 함부로 들어올 수 없어요."
신미현은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종교적 문제를들고 나오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인터폰을 받은 사람은 아이의 엄마인 김실자가 돌아올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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