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원래 무엇보다 더 그를 사로잡은 건 그녀의 별난 표정이었다. 줄리아나는 아무 이유 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유별나게 멍청해 보이는 모나리자 같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그러면 상대는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쩔 줄을 몰랐다. - P31

지금도 그녀는 무척 가깝게, 마치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프랭크의 삶 속에서 줄리아나의 영혼은 그녀가 추구하던뭔가를 찾아 여전히 바삐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처럼 우울한 조언을 얻었을까?
‘순간‘의 흐름은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대적이었을까? - P32

02.

다고미 노부스케는 자리에 앉아 (중략).
테일러 가에 있는 니폰타임스빌딩 20층에 자리 잡은 그의 호화로운 사무실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만이 내려다보였다. - P33

이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건 그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칠던이 어떤 물건을 가져오든 마찬가지였다. 고객이 깊은 인상을 받을 리가 없었다. - P34

고객은 이제 곧 독일의 메서슈미트9-E형 신형 로켓의 일등석에 앉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다. 다고미는 그런 로켓을 타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바이네스 씨를 만나는 자리에서는로켓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런 것에 아주 익숙한 듯 심드렁해보이도록 신경 써야 했다. 연습을 좀 해둬야했다. - P34

정치 얘기를 삼가는 건 기본이다. 최근 주요 관심사에 대해바이네스 씨가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니까. 하지만 정치가 화제에 오를 수도 있다. 바이네스 씨는 스웨덴 사람이니 아마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겠지.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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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외적 언어는 무언가에 대해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법과 더불어 하나의 문화로서 생각하는 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언어학자 조지 라코프George Lakoff가 제안하기로, 개념적 은유는 한 사회가 그 자신을 어떻게생각하는지에 큰 역할을 한다(Takoff & Johnson, 2008). - P355

라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이 개념적 은유들은 사고 과정에 제약을 가하고 영향을 미친다. 그는 ‘논쟁‘ 사례를 제시한다. 논쟁이란 전쟁과 같다고 하는 개념적 은유가 있다. 만약 논쟁을 그런 식으로 여긴다면,
‘나는 그가 논쟁에서 내놓은 주장을 사살했다‘거나 그는 상대방이 논쟁에서 내놓은 주장을 철저히 파괴했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 P356

 가령 이렇게 말한다. "너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라든가 "시간을 더 잘 짜야 해" 또는 "이 장치로 시간이 크게 절약돼". 라코프에 따르면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우리가 그러한 기본적인 개념적 은유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은유들이 우리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라코프는 이를 가리켜 프레이밍이라고 불렀다. - P356

라코프의 이론은 1980년대에 도입된 이래로 줄곧 유력한 견해였다. 하지만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이론의 타당성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라코프는 언어에 관해, 그리고 언어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수십 년 동안 계속 생각하고 저술해왔다. - P357

 라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단순한 반복이 목표의 전부다. 비록 여러분이 트럼프 대통령을 믿지 않더라도 여전히 이런 말과 개념은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것들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리트윗하는 바람에 종종 증폭된다. 활성화가 확산된다. 생각들이 연결된다. - P358

(전략) 트럼프는 적어도 2가지 방법으로 그렇게 한다. 하나는 별명 사용하기다. 가령 이전 대선의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가리켜 ‘구부러진 힐러리‘라고 부른다. 한편 ‘구부러진‘은 부정직함을 뜻하는 은유로 쓰인다. 우리는 ‘진실은 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359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나, 라코프에 따르면 이런 반복과 프레이밍 및 은유의 사용은 어쨌든 연관짓기 association를 이끌어낸다. 더 자주 들을수록 기억이 강해진다. 이는 단지 트럼프 대통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코프의 메시지는 다른 지도자,
정치인, 매체에도 해당한다. - P359

언어는 어떻게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가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언어와 언어적 맥락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또는 서두에서 내가 제시했듯이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다. 이런 발상에 대해 언어학자들이 이론을 내놓았는데, 언어상대성 linguistic relativity 이라는 이 이론은 우리의 모국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 P360

 즉, 사고가 언어에 대해 상대적relative 이다. 이런 주장의 가장 강한 형태를 가리켜 종종 언어결정론linguistic determinism 또는 ‘사피어 워프 가설 Sapir-whorf hypothesis‘ 이라고 한다.
에드워드 사피어 Edward Sapir와 제자 벤저민 워프Benjamin Whorf 의 이름을 딴명칭이다. - P360

출처가 불분명한 어느 이야기에 따르면, 언어학에 대한 그의 발상과 관심은 워프가 화재 방지 기술자 겸 검사원으로 일하는 동안 생겼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워프 직원들이 휘발유통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비록 직원들 말로는 통에 비어 있다는 표시가적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비어 있다면 그 주변에서 담배를 피워도안전하지 않은가? 아니다. 빈 휘발유통은 증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증기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361

 달리 말해서, ‘비어 있는‘이 실제로는 비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 P361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을 가리키는 단어가 수백 개나 된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이 주장 뒤에는 때때로 다음 주장이 따라온다. 그러므로 에스키모 언어의 화자는 영어 화자에 비해 눈의 유형을 더 많이 구분할수 있다. 이 주장의 이면에 깃든 생각은 만약 여러분이 무언가에 대해 더많은 용어나 꼬리표를 갖고 있다면 더 많은 범주를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프도 이에 관한 추정을 내놓았는데, (후략) - P362

하지만 언어가 지각과 인지를 제약하거나 결정한다는 이 주장은 대담하기 그지없었고 20세기 중반에 매우 도발적으로 여겨졌다. 인류학자와심리학자, 언어학자는 이 발상을 검증할 방법을 찾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도전은 엘리노어 로쉬의 연구에서 나왔다. 앞 장에서 나왔듯이 엘리노어 로쉬는 개념 및 가족 유사성에 대한 연구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 P363

워프 자신도 그 주장을 검중하거나 조사한 적이 없는데, 이 주장을 다룬 대다수의 보도는 북쪽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온갖 방언을 구별하지 않았다. 세상에 단 하나의 ‘에스키모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 P362

하지만 언어가 지각과 인지를 제약하거나 결정한다는 이 주장은 대담하기 그지없었고 20세기 중반에 매우 도발적으로 여겨졌다. 인류학자와 심리학자, 언어학자는 이 발상을 검증할 방법을 찾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 P363

만약 워프의 주장이 옳다면, 특히 ‘눈을 가리키는 단어‘ 사례와 같은 가장 강한 버전이 옳다면,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2개뿐인 언어는 그 두 색깔에 따라서 세상을 보게 된다. 다른 색깔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이름이 동일한 색깔들을 구별해서 알아보기는 필시 어려울 것이다. - P363

로쉬(Heider, 1972)는 이 이론에 대해 파푸아뉴기니의 한 원주민 부족을대상으로 검증에 나섰다. 다니Dani죽은 색깔을 가리키는 단어가 둘뿐이기에 다니족의 언어에서는 색이 2가지 범주로 정의된다. 한 범주는 밀리mili라고 부르는데, 시원하고 어두운 색조를 가리킨다. - P364

‘색깔 칩colour chip‘이라고 하는 이 카드들은 먼셀 색체계 Munsellcolor system에서 가져왔다. 이 체계는 색상hue, 명도 value (밝기), 채도chroma (순도)라는 3요소에 따라 색깔을 기술하는 방식이다. 먼셀 체계는 1930년대 이후로 과학자와 디자이너, 화가에게 표준적인 색 언어로 사용되어왔다. - P364

로쉬가 실시한 과제 중 하나는 쌍연상학습paired associate learning 과제였다.
참가자들은 항목들로 이루어진 목록을 배우게 되는데, 각 항목은 참가자들이 이미 아는 것, 즉 기억 단서 역할을 하는 단어와 쌍을 맺고 있다. - P364

로쉬가 피실험자들에게 ‘최상의 예‘를 고르라고 했더니, 순도가 제일높은 색들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함이 드러났고 영어 화자들은 그런 중심 색들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었다. 빨강에 대한 초점색은 대다수 영어 화자들이 빨강에 대한 최상의 예라고 여길 단일 칩이었다. 다른 칩들도 빨강이라고 불릴지 모르지만 해당 범주의 중심 내지는 최상의 예로 여겨지진 않았다. 그리고 좀 더 애매한 다른 칩들도 있었다. - P365

로쉬의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한테 한 칩을 보여주고서 새로운 이름을 하나 가르쳤다. 16가지의 색과 단어 쌍에 대해 그렇게 했다. 로쉬는 영어 화자라면 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에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추론했다.
초점색은 기존 색 범주에 대한 원형을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 P365

언어결정론으로 보자면, 그들은 영어 화자와 동일한 초점색을 가질 수가 없다. 다니족은 모국어로 인해영어 화자와는 다른 색 범주를 지니기 때문이다. 빨강에 대한 초점색을 보여주어도 다니족 언어 화자들에게는 기존의 언어적 범주를 활성화시키지않을 테니. 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과 비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 성적에 차이가 거의 없어야 마땅하다. - P366

더욱 최근의 연구도 언어결정론 이론에 계속 의심의 눈길을 던졌다. 바바라 몰트Barbara Malt 의 연구는 인공물과 제조된 물품을 대상으로 삼아 영어와 스페인어 사이의 언어적 차이를 연구했다(Malt, Sloman, Gennari, Shi &Wang, 1999).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bottle, container, jug, jar와 같은 흔한 물체를 여러 개 보여주었다.  - P366

영어 화자들은 정확한 범주 경계에 관해서는 입장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무엇을 병으로 부를지 주전자나 그 밖의 명칭으로 부를지에 동의할 것이다. - P367

북미 영어 화자들이 jug jar 와 별도로 지칭하는 데 반해 스페인어 화자들은 보통 이 2가지를 단일 용어로 부른다. 달리 말해서 유리 bottle.
jug 및 jar는 전부 ‘frasco‘라고 부른다. 만약 언어결정론이 제조된 물품에도 참이라면, 스페인어 화자들은 표면적인 유사성에 따라 그것들을 상이한 범주로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해야 마땅하다. - P367

어떻게 언어가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최종적인 사례는 리라 보로디츠키 Lera Boroditsky의 연구에서 증명되었다(Boroditsky, Fuhrman &McCormick, 2011). 보로디츠키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이한 언어별 문화별로 시간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은유에 차이가 있다.  - P367

영어 화자와 스페인어 화자 피실험자들은 각종 보관용 물품을 전반적인 유사성을 통해 구분할 때 서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즉, 상이한 물품 전부에 대해 동일한 명칭을 갖고 있지만 스페인어 화자들은 유사성에따라 집단별로 분류하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영어 화자 피실험자들과 대량 동일한 방식으로 분류했다. - P367

영어 화자들은 종종 수평적이라는 듯이 시간에 대해 말한다. 즉, 수평적 은유로 인해 ‘마감을 뒤로 밀다(pushing back the deadline)‘라거나 ‘회의를 앞으로 옮기다(moving ameeting forward)‘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 한편 표준중국어 mandarin 화자들은종종 수직적이라는 듯이 시간에 대해 말한다. 즉, 사건의 시간적 순서를가리키기 위해 위와 아래에 해당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 P368

나도 여전히 ‘이 프로젝트가 뒤로 처지네 (I‘ve been falling behind on thisproject)‘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긴 하지만, 시간을 수직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꽤 익숙한 편이다. 영어에도 수직적인 시간 은유가 있는데, 가령 어떤것을 ‘하루의 맨 위에서 (at the top of the day)‘ 한다는 표현이 그런 예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이런 은유는 관용어와 문구에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깊게 침투해 있는 듯 보인다. - P368

개념적 은유와 언어가 피실험자의 장면 이해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검증하기 위해, 피실험자들한테 우선 수직이나 수평 차원을 향하도록 하는시각적 점화 표시 prime을 보여주었다. - P368

가령, 검은 공 옆에 흰 공이 놓인 사진과 함께 ‘검은 공이 흰공 앞에 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것은 수평적 점화 표시다. 검은 공이 휜공 위에 놓인 사진과 함께 ‘검은공이 흰 공 위에 있다‘라는 문장이 적힌 것은 수직적 점화 표시다. - P369

하지만 후속 연구들에서 밝혀지기로 이 기본 방향성은 무효가 될 수 있다. 가령, 보로디츠키는영어 화자인 피실험자들에게 수직적 은유의 사례들을 보여주어 시간을 수직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시켰다. 이 경우, 훈련을 마친 후 영어 화자들은 이전의 수평적 점화 효과 대신에 수직적 점화 효과를 보였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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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관‘이란 그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가와미나미의 가슴은 이상하게 설레고 있었다. 암흑관・・・・・・ 암흑관? 설마 설마 ・・・・・ 하는 그런속마음을 뻔히 들여다보듯이 작은 외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도미시게 형님한테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말이야." - P54

"그건 그 나카무라 세이지라고 하는・・・・・…."
"으음, 그런 이름이었냐?"
작은 외할아버지는 또 씩 웃으며 말했다.
"자 한잔 해라. 다카아키."
따라 준 술을 시키는 대로 비우고 나서 가와미나미는 약간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그 암흑관이란 저택도 나카무라 세이지가?" - P55

"도미시게 형님한테 사건 이야기를 들은 순간, 오래 잊고 있던 그 저택 이야기가 생각나서 계속 마음에 걸리더구나. 나카무라 뭐라는이름 때문에도 기억이 나지만, 그 저택-암흑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말이야." - P55

작은 외할아버지는 "그래"라고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술잔에 새로 술을 따랐다.
"끔찍한 사건이 몇 번이나 일어났던 집이란 소문이 있었어.-아, 다카아키. 너도 한 잔 더 할래?"
몽롱한 뇌리에 본 적도 없는 저택, 암흑관의 그림자가 떠올라 불규칙하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계속 출렁거렸다. - P56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가슴에 걸쳐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 안전벨트를 묶은 자리다. 벨트를 벗기려고 들어 올린 왼손에서 다른 아픔을 느꼈다. 눈을 돌려 손을 보고, 저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빨갛다. 피가나고 있었다. 손등에 꽤 큰 상처가 났다. 깨져 떨어진 유리 파편에 벤것일까? - P57

그런데, 아까 그것은 대체?
살펴보니 타이어는 네 개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펑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지진이었을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한 숲의 서늘한 공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조용하다. - P58

다시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안주머니에 넣고, 가와미나미는 차를 등졌다. 쓰러진 풀과 나무에 난 흔적을 더듬어 원래 달리던 길로 돌아갔다.
이 길을 더 가면 문제의 저택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 P60

얼마간 걷다가 I** 마을 상점 주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얼굴 상처 자국을 쓰다듬던 그 손의 움직임. "조심하게"라고 반복하던 그 충고, 그 목소리에 겹쳐져 시시야 가도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조심해, 코난 군.
이제 ‘걱정할 것 없다. 그냥 구경하러 가는 것일 뿐이니까‘ 라고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P61

15분도 채 안 걸었을 때였다. 길가에 낡은 팻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혹시 조금 전의 지진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낡은 사각 나무 팻말에, 붉은색 페인트로 적은 빛바랜 각진 글씨 -.

여기부터는 우라도 가문 사유지
무단출입 금지 - P62

요즘 연락이 뜸하기는 했는데, 어디 멀리 가기라도 한 걸까? 그러고 보니 전에 올 가을에는 오이타에 있는 고향집에 잠깐 다녀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지금 고향에 가 있는 걸까?
한참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시시야는 역시 부재중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전화를 걸어볼 만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구마시로 슌노스케神代舜之介. - P63

근대 건축사를 전공한 구마시로 씨는 세이지를 직접 담당한 지도교수는 아니었지만 그 자신의 말에 따르면 세이지와는 ‘왠지 뜻이 맞았던 모양이다. 연구실 출입은 물론 요코하마에 있는 구마시로씨의 집에도 몇 차례 놀러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 P63

가와미나미가 이름을 대자 히로요는 "어머, 오래간만이네요"라며 기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 지내세요? 전 이제 곧 입시라 책을 많이 읽을 순 없지만, 그래도 시시야 선생님 작품은 모두 읽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제가 대학에합격하면 가와미나미 씨와 시시야 선생님도 불러서 축하 파티를 하자고 벌써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까요.….…." - P64

"아하, 또 나카무라 군 이야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겠지. 그래. 뭘 묻고 싶은 거지?"
"예, 그게 말입니다………."
가와미나미가 구마모토 산속에 있다는 암흑관에 대해 이야기하자. 구마시로 교수는 "으음" 하며 낮게 신음했다. - P65

"글쎄, 어떤 이야기였더라. 원래 있었던 저택의 보수인지 개축인지, 사정이 있어서 그런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분명히・・・그 이상은 아무리 물어도 소용이 없었다. 가령 ‘암흑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물인가 주인은 어떤 사람인가, 그 뒤 그 건물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예정에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군"이란 말이었다. - P66

구마모토 산속에 암흑관이라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 있다. 내일 혼자 찾아갈 생각이다ㅡ라고. - P66

5

마치 그 풍경 자체가 숨을 죽이고 숲 속에 묻혀 있는 것 같았다. 호수가 거기 있었다. 낮게 드리웠던 구름이 어느새 옅어져, 선명한 저넉놀이 펼쳐지기 시작한 하늘 아래, 붉게 물든 호수가 괴이한 빛을내고 있었다.
호수 위에 섬이 떠 있었다. 성벽처럼 돌을 쌓아올린 벽이 둘러쳐져있었다. 그 너머에 있는 저것이-
저것이 암흑관인가? - P67

암갈색 석재를 쌓아올린 벽에 검게 칠한 평평한 지붕. 여기서는 창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뭐랄까, 거인을 위해 주문한 돌로된 관해 같은 느낌이었다. 건물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오두막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중후한 모습이었다.
길 쪽으로 작은 현관이 있었고, 검게 칠한 문이 보였다.
"실례합니다."
가볍게 노크하면서 가와미나미는 소리쳐 불렀다.
"실례합니다. 계십니까?"
대답이 없었다. - P68

건물이 무너져 있었다.
돌로 쌓은 벽 일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건-이것도 조금 전 지진 때문일까? 무너진 상태를 보니 며칠전이나 예전에 무너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도 안 계세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 P69

가와미나미는 잔교로 향했다.
배가 한 척 있었다. 고물 왼쪽에 노가 달린, 손으로 젓는 작은 배가 잔교의 말뚝에 로프로 연결되어 있다.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잔교는 상당히 낡아 있었다. - P69

해질녘 호수에 뜬 섬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가와미나미는 문득 의문에 휩싸였다.
대체 나는 무엇을⋯⋯⋯⋯⋯
의문은 불안이 되고, 불안은 두려움이 되어 점점 부풀어올랐다. 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 P70

6

선착장에서부터 높은 석축 담을 따라 완만한 경사의 돌계단이 놓여있었다. 말하자면, 이 섬 전체의 ‘현관‘으로 이어지는 통로인 모양이었다.
가와미나미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역시 숨이 차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도중에 한 번 벽에 기대어 쉴 수밖에 없었다. - P71

드넓은 집터였다. 얼마나 넓은지는 여기서 봐서는 짐작을 할 수 없다. 문에서 시작되는 오솔길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정원수 사이를지나 안으로 이어진다. 흔히 저녁놀이 질 무렵 귀신들이 움직이기시작할 때라고 하는데, 그에 어울릴 정도로 괴이한 어두컴컴한 공간에 얼핏얼핏 드러나는 건물의 그림자는 날갸를 펼치고 대지에 엎드린 거대한 박쥐를 연상케 한다. - P71

(전략), 어둠 속에 녹아들듯 서 있는 그 검은 탑 앞으로 뻗어 있었다.
원형도 네모도 아니었다. 그것은 정다각형의 탑이었다. 같은 각도로 꺾어진 같은 폭의 벽이 여러 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셀 필요도 없이 가와미나미는 그 벽면의 숫자를 금방 눈치챘다. -열 개.
십각형 탑이다. 이것은. - P73

희미하게 스며드는 바깥의 빛에 이끌려 가와미나미는 창문 하나로 걸음을 옮겼다. 창문을 열자 좁은 발코니가 있었다. 당장에라도 그 빛깔을 잃을 것 같은 검붉은 하늘이 보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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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프랭크는 몸을 뒤로 기댔다. 그러니까 나랑은 맞지않는 여자라는 얘긴가. 그야 알고 있었지. 내가 물은 건 그게아니잖아. 그걸 굳이 떠올리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그녀를 만나 사랑했던 일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지만 내겐 끔찍한운명이야. - P30

하지만 원래 무엇보다 더 그를 사로잡은 건 그녀의 별난 표정이었다. 줄리아나는 아무 이유 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유별나게 멍청해 보이는 모나리자 같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 P31

하지만 그 뒤로 두 사람이 수없이 다투며 결혼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고 나서도, 프랭크는 줄리아나가 그로서는 평생 가도 모를 이유로 하늘이 내려준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종교적 직관이나 믿음에 가까운 그런 이유 탓에, 그는그녀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도무지 극복할 수가 없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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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산도를 걸으며 나는 환상의 소설을 둘러싼 소설을 생각했다. 친구에게 『열대』 이야기를 하자 그도 호기심을 보였다.
"아깝군. 그 책이 여기 있었으면 ‘침묵 독서회‘에 안성맞춤일텐데." - P28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가니 유리벽 건물 2층에서 미녀들이머리를 손질하거나 노출 콘크리트의 반지하 공간에서 화이트보드를 놓고 수수께끼 같은 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느낌의 뒷골목을 지나 단독주택이 늘어선 조용한 주택가에 들어섰다. - P29

"늘 이곳에서 하는 모양이야. 주인이 독서 모임 주최자거든."
"이상한 나라의 입구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침묵 독서회에 발을 들였다. - P30

백발 남자가 오카모토 기도의 괴담에 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거기서 아서 매컨의『괴기 클럽 The Three Impostors The GreatReturn』 이야기로 넘어가고, 나아가 햐쿠모노가타리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마침적당한 전개다 싶어 나는 『천일야화』에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명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P30

내가 그렇게 벼락치기로 얻은 지식을 선보이자 거기서부터화제가 이어졌다. 가짜 사본에서 연상해 보이니치 사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라는 기묘한 소설을 소개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 P31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건 싫은데요. 귀꼬리의 정체가 알고 보니 시시한 거면 내 어린 시절 자체가 시들어 버릴 것 같아요. 그건 저한테 소중한 추억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와서 다시 그 책을 읽어볼 생각은 없고, 이 계단이나 계단참을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인 채로 두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제야 나는 주인이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아하, 그래서 ‘침묵‘ 독서회군요." - P34

(전략)
‘이거 또 난해한 이야기를 하는군…………….?
나는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때 소파 안쪽에 앉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체격이 작고 이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는데,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이 생기 넘쳤다. 분명히 매력적인 외모였지만 그보다 더 내관심을 끈 것은 그녀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책이었다.  - P36

사야마 쇼이치의 『열대』였다.
나는 너무 놀라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친구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큰일 났는데요."
"뭐가? 무슨 말썽이라도 생겼어?"
"『열대』를 발견했습니다." - P36

우리는 그룹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조금 전 그룹으로 다가갔다. 그리스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던 남자는 우리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말씀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라고운을 뗀 뒤 여자에게 말했다.
"그 책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말입니다."
그녀는 경계하듯 『열대』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 P37

그녀는 잠자코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대로 휙 어디론가 가버릴 듯한 낌새에 불안했지만 그녀는 뜻밖에 생긋 웃었다.
"그럼 어떤 책인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그녀는 도전적으로 말하며 테이블에『열대』를 올려놓았다. - P37

나는 가까이 있던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건 압니다."
그녀는 엄격한 면접관처럼 매섭게 말했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열대』의 내용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동안 그녀는 테이블 위의 『열대』에 손을 올려놓은 채 보일 듯 말듯 눈썹을 찌푸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말 듣고 있는지 불안해질 정도였다. - P38

"그게 끝이라고? 모리민!"
"끝까지 못 읽었으니까요. 실물을 읽으면・・・・・・.‘
나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의 『열대』를 가리켰다. 그러자그녀는 『열대』를 집어 다시 품에 안았다.
아아, 이렇게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있건만 왜 나를 경계하는 걸까. 내가 그 정도로 수상쩍은 아저씨로 보이는 걸까. - P39

"정말 그렇게 읽고 싶으신가요?" 그녀는 말했다. "실제로 읽어봤더니 당신이 생각하던 것과 전혀 딴판일지도 모르는데요."
그건 확실히 그녀 말이 맞을 것이다. 과거에 걸작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하는 것은 곧잘 있는 일이다. 과거에는 지루했던 책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더라 하는 일도 있다.  - P39

"사실은 저도 이 책을 다 못 읽었거든요."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다 읽을 때까지."
그녀는 기이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 P40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그녀는 손가락을 쳐들고 조용히 말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거든요." - P40

나는 헛기침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말 그대로예요.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없어요." - P40

그녀는 냉랭하게 그를 바라봤다.
"마지막 페이지만 읽으면 소설을 읽은 게 되나요? 첫 문장부터 소설 속 세계에 들어가서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야 그 소설을 읽은 거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으음."

"열대』는 소설입니다." 나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 "소설은 누가 뭘 해서 어떻게 됐다는 식으로 요약해 봤자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그 세계에 살면서 푹 빠져 읽는 동안에만 존재한다. 그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그런데 『열대』는 그런 식으로 읽으면 끝까지 다다를 수 없다는 뜻입니까?" - P41

"당신도 끝까지 못 읽었잖아요?"
99
"그건 제가 『열대』를 분실하는 바람에……….
"우리 말고도 『열대』를 읽은 사람들을 알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도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 P41

제2장
학파의 남자

시라이시 씨가 다시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첫 직장을 그만둔 다음이었다. 얼마 동안 고이시카와에 있는 본가에서 울적하게 지내다가 작년 가을경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 P47

그런 하루하루가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문득 ‘오랜만에 소설이라도 읽어볼까‘ 싶어 점심시간에 산세이도 서점으로가서 문고본을 샀다.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 1』이었다. - P48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 이루 다 읽을 수없을 만큼 있다는 건 무조건 좋은 일, 근사한 일, 다들 애썼다.
인류 만세!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러다가 11월에 들어선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계산대에 턱을 괴고 앉아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있었다. - P49

이케우치 씨의 직장은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수입 가구 회사였다.
아마 서른 살쯤 됐을 것이다. 그는 늘 거무스름한 양복을 입고 큰 검정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시라이시 씨는 초연히 비를 피하는 야윈 새가 생각났다. - P50

철도와 독서가 이케우치 씨의 취미였다.
"기차 여행만큼 멋진게 없어요. 차창을 봐도 즐겁고, 책을읽어도 즐겁고, 온통 즐거운 것투성이입니다."
이케우치 씨는 책을 꽤 많이 읽는 사람인 듯했다. 잡담을 주

이케우치 씨에 관해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시라이시 씨가 일하는 유라쿠정 건물 지하, 의원과 여행사가 늘어선 구역에 ‘메리‘라는 고풍스러운 찻집이 있다. 그녀는 오후 2시쯤 점심을 먹으러 나가 빵이 버석버석거리는 마른 샌드위치와 미지근한 커피를 음미하며 문고본을 읽곤 했다. - P52

12월에도 이케우치 씨는 꼬박꼬박 모형 상점을 찾았다.
정체불명의 모임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시라이시 씨는 별별 망상을 다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 P53

. 이케우치 씨는 시간표대로 운행되는 열차고, 이 철도 모형 상점은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고, 자신은 역무원이다. 통과하는 열차와 역무원 사이에 로맨스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 주 수요일도 낮이 되자 삼촌이 슬그머니 나가려고 했다.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가게 부탁한다."
"어디 가려고요?"

"늘 그 노트를 가지고 다니시네요."
그녀가 말하자 이케우치 씨는 "네?" 하고 놀라더니 다시 손에 든 노트를 봤다. 자신이 메모하던 것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은 사람 같았다.
"이게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말이죠."
"업무에 쓰시는 거예요?"
"아뇨, 완전히 사적인 노트입니다. 읽은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베껴 쓴다든지 생각한 걸 쓰곤 하죠." - P55

"노트가 얼마 남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노트가 다 차면 그때까지 적어놓은 문장을 가지고 다닐 수 없게 되니까요. 소위 거함거포주의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럼 디디욱 이별이 힘들지 않나요?"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정말이지 딜레마예요. 아주 난감한일입니다." - P56

"웬걸요. 지금도 충분히 자신감 있어 보이시는데요?"
"웬걸요, 속은 정말이지 한심이입니다."
"한심이!"
시라이시 씨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럼 무슨 계기로노트를 쓰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케우치 씨는 "그게 좀 묘한 경위랍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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