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외적 언어는 무언가에 대해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법과 더불어 하나의 문화로서 생각하는 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언어학자 조지 라코프George Lakoff가 제안하기로, 개념적 은유는 한 사회가 그 자신을 어떻게생각하는지에 큰 역할을 한다(Takoff & Johnson, 2008). - P355

라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이 개념적 은유들은 사고 과정에 제약을 가하고 영향을 미친다. 그는 ‘논쟁‘ 사례를 제시한다. 논쟁이란 전쟁과 같다고 하는 개념적 은유가 있다. 만약 논쟁을 그런 식으로 여긴다면,
‘나는 그가 논쟁에서 내놓은 주장을 사살했다‘거나 그는 상대방이 논쟁에서 내놓은 주장을 철저히 파괴했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 P356

 가령 이렇게 말한다. "너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라든가 "시간을 더 잘 짜야 해" 또는 "이 장치로 시간이 크게 절약돼". 라코프에 따르면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우리가 그러한 기본적인 개념적 은유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은유들이 우리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라코프는 이를 가리켜 프레이밍이라고 불렀다. - P356

라코프의 이론은 1980년대에 도입된 이래로 줄곧 유력한 견해였다. 하지만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이론의 타당성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라코프는 언어에 관해, 그리고 언어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수십 년 동안 계속 생각하고 저술해왔다. - P357

 라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단순한 반복이 목표의 전부다. 비록 여러분이 트럼프 대통령을 믿지 않더라도 여전히 이런 말과 개념은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것들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리트윗하는 바람에 종종 증폭된다. 활성화가 확산된다. 생각들이 연결된다. - P358

(전략) 트럼프는 적어도 2가지 방법으로 그렇게 한다. 하나는 별명 사용하기다. 가령 이전 대선의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가리켜 ‘구부러진 힐러리‘라고 부른다. 한편 ‘구부러진‘은 부정직함을 뜻하는 은유로 쓰인다. 우리는 ‘진실은 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359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나, 라코프에 따르면 이런 반복과 프레이밍 및 은유의 사용은 어쨌든 연관짓기 association를 이끌어낸다. 더 자주 들을수록 기억이 강해진다. 이는 단지 트럼프 대통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코프의 메시지는 다른 지도자,
정치인, 매체에도 해당한다. - P359

언어는 어떻게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가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언어와 언어적 맥락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또는 서두에서 내가 제시했듯이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다. 이런 발상에 대해 언어학자들이 이론을 내놓았는데, 언어상대성 linguistic relativity 이라는 이 이론은 우리의 모국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 P360

 즉, 사고가 언어에 대해 상대적relative 이다. 이런 주장의 가장 강한 형태를 가리켜 종종 언어결정론linguistic determinism 또는 ‘사피어 워프 가설 Sapir-whorf hypothesis‘ 이라고 한다.
에드워드 사피어 Edward Sapir와 제자 벤저민 워프Benjamin Whorf 의 이름을 딴명칭이다. - P360

출처가 불분명한 어느 이야기에 따르면, 언어학에 대한 그의 발상과 관심은 워프가 화재 방지 기술자 겸 검사원으로 일하는 동안 생겼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워프 직원들이 휘발유통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비록 직원들 말로는 통에 비어 있다는 표시가적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비어 있다면 그 주변에서 담배를 피워도안전하지 않은가? 아니다. 빈 휘발유통은 증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증기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361

 달리 말해서, ‘비어 있는‘이 실제로는 비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 P361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을 가리키는 단어가 수백 개나 된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는가? 이 주장 뒤에는 때때로 다음 주장이 따라온다. 그러므로 에스키모 언어의 화자는 영어 화자에 비해 눈의 유형을 더 많이 구분할수 있다. 이 주장의 이면에 깃든 생각은 만약 여러분이 무언가에 대해 더많은 용어나 꼬리표를 갖고 있다면 더 많은 범주를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프도 이에 관한 추정을 내놓았는데, (후략) - P362

하지만 언어가 지각과 인지를 제약하거나 결정한다는 이 주장은 대담하기 그지없었고 20세기 중반에 매우 도발적으로 여겨졌다. 인류학자와심리학자, 언어학자는 이 발상을 검증할 방법을 찾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도전은 엘리노어 로쉬의 연구에서 나왔다. 앞 장에서 나왔듯이 엘리노어 로쉬는 개념 및 가족 유사성에 대한 연구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 P363

워프 자신도 그 주장을 검중하거나 조사한 적이 없는데, 이 주장을 다룬 대다수의 보도는 북쪽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온갖 방언을 구별하지 않았다. 세상에 단 하나의 ‘에스키모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 P362

하지만 언어가 지각과 인지를 제약하거나 결정한다는 이 주장은 대담하기 그지없었고 20세기 중반에 매우 도발적으로 여겨졌다. 인류학자와 심리학자, 언어학자는 이 발상을 검증할 방법을 찾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 P363

만약 워프의 주장이 옳다면, 특히 ‘눈을 가리키는 단어‘ 사례와 같은 가장 강한 버전이 옳다면,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2개뿐인 언어는 그 두 색깔에 따라서 세상을 보게 된다. 다른 색깔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이름이 동일한 색깔들을 구별해서 알아보기는 필시 어려울 것이다. - P363

로쉬(Heider, 1972)는 이 이론에 대해 파푸아뉴기니의 한 원주민 부족을대상으로 검증에 나섰다. 다니Dani죽은 색깔을 가리키는 단어가 둘뿐이기에 다니족의 언어에서는 색이 2가지 범주로 정의된다. 한 범주는 밀리mili라고 부르는데, 시원하고 어두운 색조를 가리킨다. - P364

‘색깔 칩colour chip‘이라고 하는 이 카드들은 먼셀 색체계 Munsellcolor system에서 가져왔다. 이 체계는 색상hue, 명도 value (밝기), 채도chroma (순도)라는 3요소에 따라 색깔을 기술하는 방식이다. 먼셀 체계는 1930년대 이후로 과학자와 디자이너, 화가에게 표준적인 색 언어로 사용되어왔다. - P364

로쉬가 실시한 과제 중 하나는 쌍연상학습paired associate learning 과제였다.
참가자들은 항목들로 이루어진 목록을 배우게 되는데, 각 항목은 참가자들이 이미 아는 것, 즉 기억 단서 역할을 하는 단어와 쌍을 맺고 있다. - P364

로쉬가 피실험자들에게 ‘최상의 예‘를 고르라고 했더니, 순도가 제일높은 색들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함이 드러났고 영어 화자들은 그런 중심 색들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었다. 빨강에 대한 초점색은 대다수 영어 화자들이 빨강에 대한 최상의 예라고 여길 단일 칩이었다. 다른 칩들도 빨강이라고 불릴지 모르지만 해당 범주의 중심 내지는 최상의 예로 여겨지진 않았다. 그리고 좀 더 애매한 다른 칩들도 있었다. - P365

로쉬의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한테 한 칩을 보여주고서 새로운 이름을 하나 가르쳤다. 16가지의 색과 단어 쌍에 대해 그렇게 했다. 로쉬는 영어 화자라면 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에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추론했다.
초점색은 기존 색 범주에 대한 원형을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 P365

언어결정론으로 보자면, 그들은 영어 화자와 동일한 초점색을 가질 수가 없다. 다니족은 모국어로 인해영어 화자와는 다른 색 범주를 지니기 때문이다. 빨강에 대한 초점색을 보여주어도 다니족 언어 화자들에게는 기존의 언어적 범주를 활성화시키지않을 테니. 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과 비초점색에 대한 쌍연상학습 성적에 차이가 거의 없어야 마땅하다. - P366

더욱 최근의 연구도 언어결정론 이론에 계속 의심의 눈길을 던졌다. 바바라 몰트Barbara Malt 의 연구는 인공물과 제조된 물품을 대상으로 삼아 영어와 스페인어 사이의 언어적 차이를 연구했다(Malt, Sloman, Gennari, Shi &Wang, 1999).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bottle, container, jug, jar와 같은 흔한 물체를 여러 개 보여주었다.  - P366

영어 화자들은 정확한 범주 경계에 관해서는 입장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무엇을 병으로 부를지 주전자나 그 밖의 명칭으로 부를지에 동의할 것이다. - P367

북미 영어 화자들이 jug jar 와 별도로 지칭하는 데 반해 스페인어 화자들은 보통 이 2가지를 단일 용어로 부른다. 달리 말해서 유리 bottle.
jug 및 jar는 전부 ‘frasco‘라고 부른다. 만약 언어결정론이 제조된 물품에도 참이라면, 스페인어 화자들은 표면적인 유사성에 따라 그것들을 상이한 범주로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해야 마땅하다. - P367

어떻게 언어가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최종적인 사례는 리라 보로디츠키 Lera Boroditsky의 연구에서 증명되었다(Boroditsky, Fuhrman &McCormick, 2011). 보로디츠키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이한 언어별 문화별로 시간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은유에 차이가 있다.  - P367

영어 화자와 스페인어 화자 피실험자들은 각종 보관용 물품을 전반적인 유사성을 통해 구분할 때 서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즉, 상이한 물품 전부에 대해 동일한 명칭을 갖고 있지만 스페인어 화자들은 유사성에따라 집단별로 분류하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영어 화자 피실험자들과 대량 동일한 방식으로 분류했다. - P367

영어 화자들은 종종 수평적이라는 듯이 시간에 대해 말한다. 즉, 수평적 은유로 인해 ‘마감을 뒤로 밀다(pushing back the deadline)‘라거나 ‘회의를 앞으로 옮기다(moving ameeting forward)‘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 한편 표준중국어 mandarin 화자들은종종 수직적이라는 듯이 시간에 대해 말한다. 즉, 사건의 시간적 순서를가리키기 위해 위와 아래에 해당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 P368

나도 여전히 ‘이 프로젝트가 뒤로 처지네 (I‘ve been falling behind on thisproject)‘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긴 하지만, 시간을 수직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꽤 익숙한 편이다. 영어에도 수직적인 시간 은유가 있는데, 가령 어떤것을 ‘하루의 맨 위에서 (at the top of the day)‘ 한다는 표현이 그런 예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이런 은유는 관용어와 문구에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깊게 침투해 있는 듯 보인다. - P368

개념적 은유와 언어가 피실험자의 장면 이해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검증하기 위해, 피실험자들한테 우선 수직이나 수평 차원을 향하도록 하는시각적 점화 표시 prime을 보여주었다. - P368

가령, 검은 공 옆에 흰 공이 놓인 사진과 함께 ‘검은 공이 흰공 앞에 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것은 수평적 점화 표시다. 검은 공이 휜공 위에 놓인 사진과 함께 ‘검은공이 흰 공 위에 있다‘라는 문장이 적힌 것은 수직적 점화 표시다. - P369

하지만 후속 연구들에서 밝혀지기로 이 기본 방향성은 무효가 될 수 있다. 가령, 보로디츠키는영어 화자인 피실험자들에게 수직적 은유의 사례들을 보여주어 시간을 수직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시켰다. 이 경우, 훈련을 마친 후 영어 화자들은 이전의 수평적 점화 효과 대신에 수직적 점화 효과를 보였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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