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 (전략) 나는 페드랄베스가 아니라 굳이 슬픈 추억이 서려 있는 산 코스메 같은 동네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중략)
지구인들은 여러 범주로, 특히 부자와 빈자로 나뉘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나는 잘 모르지만 그들이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들 중 하나다. 내가 보는 부자와 빈자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이런 것 같다. 부자들은 그들이 가는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무리 많이 손에 넣거나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돈을 내지 않는 반면, 빈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돈을 낸다. 부자들이 향유하는 면세는 이전부터 내려오거나 최근에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거나 속임수일 수도있지만, 결과적으로 다 똑같다. 한 - P27

21:30 우주 비행선으로 돌아가야겠다. 내가 페드랄베스 수도원 앞에서 나를 해체하는데, 바로 그때,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오던 수녀가 내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한다. - P28

12일

08:00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비가 내린다. 세찬 비다.
바르셀로나에 비가 내릴 때는 단순히 내리는 게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퍼붓는다. - P29

09:10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텔레비전에 눈길을 던진다. 출연자들은 다양한데, 하나같이 인간들뿐이다. 가만히들여다보니 우리 별에서 다들 좋아하는 퀴즈 게임과 유사하지만 내용은 훨씬 조잡하다. - P29

09:55 나는 훌리오 로메로 데 토레스로****(그의 그림에 나오는 우산을 쓴 모습)으로 변신하고 동네에 있는 바르*****로 간다. 나는베이컨에 달걀 프라이 두 개를 후딱 먹어 치우고 조간신문을뒤적이기 시작한다. 지구인들은 개념 인지 시스템이 지극히 원시적이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문을 통해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 에스파냐 코르도바 출신의 화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물화를 남겼다.
*****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에스파냐식 소규모 카페나 레스토랑. - P30

10:30 카라히요*를 마셨더니 왠지 씁쓸해진다. 나는 비행선으로 돌아와서 파자마를 입고 몸을 누인다. 오늘은 하루 종일쉬어야겠다. 나는 무료한 시간도 때울 겸 지구 안팎에서 명성이 자자한 현대 에스파냐 소설에 관한 체계적인 책 읽기에 들어간다.

* 뜨거운 커피에 독한 술을 가미한 음료 - P31

13:50 나는 시에라 모레나 저축은행*에 들어선다. 업무 종료십분 전이다. 지금 나는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피오 12세**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은행은 신뢰를 중시하는곳이다.

*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은행. 시에라 모레나 지역은 한때 절도범들의 피신처였다.
** 2차 세계대전 당시 로마 가톨릭 교황 - P32

13:55 (전략), 이런저런 명목으로 최고의 이자와 혜택과 재정 수익이 보장된다는 내용도 덧붙인다.
나는 25세타짜리 동전을 예치금으로 내민다.

13:57 창구 직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한참 열을 올리던 입이 닫힌다. 창구 직원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P32

13:59 당좌 예금 계좌가 열렸단다. 나는 업무 마감일 초전에 단말기를 조작한다. 25 페세타에 ‘0‘을 열네 개나 더 붙이는것은 나한테는 일도 아니다. 나는 유유히 은행을 나선다.  - P33

14:45 나는 잠시 (십오 분 동안) 고민하고 있다. 나 혼자서 어물전 잔치를 벌일 것인가. 나는 잔치를 미루기로 한다. 구르브가 돌아오면 규율을 어긴 벌을 주기 전에 함께 즐거운 식사를하면서 해후의 기쁨을 나누어야겠다. - P33

17:00 식품 매장에서 흑오리 햄 칠백 개를 구입한다.

17:10 야채 매장에서 당근 0.5킬로그램을 구입한다.

17:20 자동차 매장에서 마세라티 한 대를 구입한다.

17:45 가전제품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종류별로 모두 구입한다. - P34

18:30 주류 매장에서 1952년산 와인 바론 모우초이르 모케다섯 병과 가정용 와인 엘 펜타테우코 8리터짜리 한 병을 구입한다.*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와인들. - P34

19:00 보석 매장에서 금장 롤렉스 손목시계를 구입한다. 자동 태엽 방식이자, 방수성이자, 반(反)자성이자, 절대 내진성이란다. 하지만 나는 시계를 ‘인 시투(in situ)‘, 즉 ‘바로 그 자리‘에서 박살을 낸다. - P35

20:00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는 방금 전에 쇼핑한 모든 물건을 분해한 다음,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채 홀가분하게 걷기 시작한다. - P35

21:03 빗방울이 떨어진다. 딱 네 방울이다. 그러더니 이내 무지막지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수구를 빠져나온 생쥐들이 콜론**으로 기어오른다. 나 역시 가까운 타스카***로 몸을 피한다. - P36

** 콜럼버스 광장에 세워진 콜럼버스 탑을 가리킨다. ‘콜론‘은 콜럼버스의 에스파냐식 이름이다.
*** 대중적인 선술집. - P36

21:10 밖에서 흠뻑 맞은 빗물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나는 비노 틴토**를 한 잔 주문한다. 굳은 몸을 술로 데울 요량이다. 나는 꼬치 막대기로 타파스 *** 한 조각을 찍다가 흠칫놀란다. 

** 검붉은 포도로 빚은 에스파냐풍 적포도주.
***다양한 요리를 접시에 조금씩 담아 내놓는 에스파냐의 대표적인 술안주이자 간식. - P37

21:30 (전략) 그렇지만 그들로서는 이런 식의 기본적인 문장조차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109328745108y34-19 <poe8vhqa9enf087qjnrf-09aqsdnfňn9q8w3r4v21dfkf=q3wy oiqweq3u 109-853491926rn Infp24851ir09348413k8449f385j9c830c82 = 34 utt2egu-34851mfkfg-231fgklwhgq0i2ui34756-13ir2487-2349r20i45u62-4852ut-34582-9238v43 597 46 82 = 3t984589672394ut945467 = 2-3tugywoit= 238tej 93 46 7523fiwuy 6-23f3yt-238984rohg-2343ijn87b8b7ytgyt6543766687by79 - P37

21:30 (전략) 지구인들은 말을 할 때 오만상을 찌푸리고 손짓 발짓을 동원하다가 급기야 괴성까지 내지른다. 그들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한계성 탓이다. - P38

21:50 (전략). 그런데와인 색깔이 이상하다. (중략) 그러나 나는 트리니트로톨루엔**이 확인되자마자 분석을 포기한다. 종업원이 빈 잔을 다시 채워 준다.

**강력 폭약(TNT) 성분. - P38

22:00 내가 씩 웃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자기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게 아니라 느닷없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실없이 웃었다고 대답한다.  - P38

22:05 (전략). 교황의 외모(와 실체)로 감추어진 나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더니 구도자가 될 거라고, 구도하는 자는 신앙심이 깊다고 말한다.  - P39

22:12 신앙심이 돈독한 손님이 나한테 그런 말은 뻥끗도 하지 말라고, 내가 술값을 냈으니 안주는 자기가 계산하겠다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나는 안주도 내가 주문했고, 그러기에 계산도 내가 해야 한다고 우긴다. - P39

22:24 여태 카요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나는 참다못해 재떨이로 계산대를 내리치면서 항의한다. 그 바람에 재떨이와 계산대의 대리석 상판이 깨진다. 종업원이 다시 와인을 내놓는다. 그러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손님 한 사람이 답례로 솔레아*를 몇 곡 부르겠다고 한다.

*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노래와 춤 - P40

22:41 (아마도 22시 41분이었을 것이다.) 노래하던 손님이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다가 알본디가스* 접시에 틀니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노래하던 손님이 틀니를 주우려고 접시에 손을 대자, 그를 지켜보던 종업원이 케소 데 볼라"로 그의 머리를 때리며 이제 그만하라고, 이번 주만 해도틀니로 사기 행각을 벌여 알본디가스를 여덟 접시나 훔쳐 먹었다고, 그렇지만 자기는 그런 사람(이해를 못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장부에 기입하겠다고 경고한다.

* 아랍에서 유래한 에스파냐풍 미트볼. - P41

23:00 혹은 24:00 자기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묻던 손님이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자기 생각이 잘못된 적이없고, 잘못된 생각을 끝까지 고집한 적도 없지만, 안타깝게도세 가지 불행스러운 일들이, 다시 말해 하나는 타고난 불운이.
다른 하나는 술과 도박과 여자에 빠진 것이, 마지막은 자신이원하지 않은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원망이 자신의 성공을 옭아맸다고 한탄한다. - P41

??:?? 마침내 주방에서 내가 주문했던 카요스가 스스로 걸어 나오고 있다. 그사이 천박한 여자가 자기는 자신 있게 스스로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끝내주는 여자였다고, 그로 인해 자기 구역에서 오클라호마의 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강변한다. - P42

??:?? (중략) 나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물을 그치라고, 그녀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위로한 다음,
그녀와 기꺼이 결혼할 용의가 있지만 내가 외계인인 데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여정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는데, 그녀는 남자들이 나처럼 그런 식으로 자기를 기만했다고 반박한다.  - P42

??:?? (중략). 그러자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의 애인이, 그러니까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물었던 사내가 이제 됐다고(무엇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그만 입을 다물라고 다그치는데, 그녀가 남의 말을 잘 받아치는 그녀가 자기 입을 다물게 하지 말라고, 자기를 낳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조차도그러지는 않는다고, 그가 자궁에서 나오지 않으면 대체 어디서 나왔느냐고 쏘아 댄다. - P42

 그 와중에 솔레아를 부르던 가수는 손으로 알본디가스를 한 움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고, 종업원이 프라이팬으로 가수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하여 배속에 들어갔던 것을(혹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토해 내게 만든다. 그때다. 누군가가 들이닥친 것은 국립경찰두 명이다. 나는 경찰이 들고 있던 곤봉을 빼앗아서 다른 경찰을 때리고, 곤봉을 빼앗긴 경찰도 신나게 때린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찮다. 나는 서둘러서 나를 해체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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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쓰가와 씨가 책상 위의 전기스탠드를 켰다.
"실은 칼 같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확신할 수 없겠죠. 도망치려고 하면 내가 살인귀로 표변할지 모르니까요."
그곳은 복도처럼 길쭉한 형태의 기묘한 방이었다.  - P130

시라이시 씨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가씨하고 한번 차분히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늙은이가 젊은 아가씨에게 마음이 있다거나 그런 하잘것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신은 분명히 매력적인 사람이지만내가 하고 싶은 건 『열대』 이야기랍니다." - P131

‘신조 군도 참 난감한 친구죠. 『열대』의 수수께끼를 자기가풀었다고 생각해요. 그 또한 『열대』가 만들어 내는 마술 세계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겁니다. 불굴의 탐정 정신이 안 좋게 작용한 셈이에요. 저래서는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 테죠."
시라이시 씨는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생각했다. - P131

그녀는 나카쓰가와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거래할까요."
"어떤 거래죠?"
"실은 저 『열대』를 입수했거든요."
그녀는 가방에서 가짜 『열대』를 꺼내 보였다.  - P131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요? 아무튼 여기 『열대』가 있어요. 저를 무사히 보내주면 이건 당신한테 드릴게요." - P132

"하지만 난 가짜에는 관심 없어요. 아가씨."
"이건 가짜가 아닌데요."
"아니, 가짜입니다. 왜냐하면 진짜는 이미 입수했으니까요."
나카쓰가와 씨는 유유히 커피를 마셨다. 이 노인은 허풍을떠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열대』를 손에 넣었나.
"핵심은 무풍대에 있어요. 아가씨." - P132

"우리는 이 공백 지대에서 이야기의 줄기를 놓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학파는 존재해야 할 유일한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이야기 체계를 세우는 데 부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일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잘못이었던 겁니다. 그런 사고로는 이 가공할 책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어요. 지요 씨가 남긴 말을 생각해 봐요." - P132

"다시 말해 『열대』는 우리한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거죠 모두 진짜인 동시에 모두 이본異本인 겁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열대』는 마술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 P133

"우리는 제각각 『열대』를 만납니다." 나카쓰가와 씨는 말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겨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이윽고 이야기는 각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마치 사막을 흐르는 강이가지를 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그 물줄기들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마술적 정신으로 생각하면 답은 저절로 나옵니다.
어째서 우리는 『열대』의 결말을 모를까요. 어째서 『열대』는 사라졌을까요?"
나카쓰가와 씨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 P133

"왜 우리가 『열대』를 끝까지 읽을 수 없었는가 하면 현실과의 경계가 되는 결말이 『열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다시 말해 무슨 뜻인가. 우리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날 당신이 책을 펴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그대로 이 방으로 이어집니다. 알겠어요? 우리는 지금도 계속해서 읽고 있습니다. 이 『열대』라는 세계의 책장을 넘기는 중인 겁니다." - P134

"만약 우리가 『열대』 안에 있는 거라면." 시라이시 씨는 중얼거렸다. "이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죠?"
"그건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이란 그런 거예요."
"하지만 『열대』는 이야기잖아요."
"아닙니다. 아가씨." 나카쓰가와 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그게 그녀가 기억하는 나카쓰가와 씨의 마지막 말이었다. - P135

그녀는 무거운 발을 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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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08:00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나는 다시 센서 교신을 시도한다. 즉시 격한 음성이 포착된다. 그 음성의 주인공은 시위중인 시민들을 대표하는 자로, 그는 게라라는 자를 향해 어떤 책임을 묻는 중이다.* 나는 교신을 포기한다.


*당시 에스파냐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의 부총재 알폰소 게라의 형 후안 개라의 비리 스캔들을 암시한다. - P20

09:45 나는 바르셀로나 도시 지도(이중 타원형 축 형식으로제작된 지도)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소위 가난한 자들이 거주하는 어떤 외곽 지대에서 구르브를 찾기로 한다. 카탈로그에 따르면, 가난한 자들의 인성 지수는 이른바 부자들보다 조금 덜열등하고, 중류층보다는 훨씬 덜 열등한 것으로 나와 있다. 나는 카탈로그에 등재된 인물들 중에서 개성이 강한 게리 쿠퍼라는 인물을 선택한다. - P21

10:01 몸에 비수를 지닌 젊은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더니나한테서 지갑을 빼앗는다.

10:02 몸에 비수를 지닌 젊은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더니나한테서 권총과 보안관 배지를 빼앗는다. - P21

10:10 순찰차가 나타난다. 국립경찰 소속이다. 순찰차에서경찰들이 내리더니 법 조항을 들먹이면서 내 손목에 수갑을채우고 나를 순찰차에 태운다. 섭씨 21도, 상대습도 75퍼센트,
남쪽에서 돌풍이 불어오고, 해상에는 큰 파도가 일고 있다. - P22

10:45 나에 대한 불신이 사라졌는지, 그 친구가 대화를 시도하며 명함을 내민다. 명함에는 이런 내용이 박혀 있다.

헤툴리오 펜카스
구걸 대리인
타로 점, 바이올린 연주, 고통 분담
찾아가는 서비스 - P22

10:50 (중략), 부친한테 하느님의 가호가 있을 거라고, 부친의 유골을 미라도르 델 알칼데*에서 도시를 향해 뿌릴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방금 나한테 말한 얘기는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다고, 왜냐하면 이나라의 정의가 썩었기 때문에 증거도 필요 없고, 증인도 필요없다고, 우리 둘을 감방으로 보낼 거라고 덧붙이더니, 우리같이 몸뚱이밖에 없는 사람들은 벼룩에 시달리고 에이즈에 걸려 출감할 거라고 확언한다.

*몬주익에 위치한 전망대. 바르셀로나 시내와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 P23

10:50 (전략) 또한 그 친구는 내가 미처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화장실만 스물두 개인 별장을 지었다는 아무개**의 경우를 들먹이며 그 아무개가 설사병이 났으면 좋겠다고,
그 와중에 변기 스물두 개가 몽땅 사용 중이었으면 좋겠단다.
이어 허접한 유치장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후략)

** 에스파냐 정치인으로 경제재무성 장관을 지낸 미겔 보이어를 암시한다.
모델 출신 이사벨 프레이슬러와 결혼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P23

11:30 유치장 문이 열린다. 경찰이 상관한테 데려가겠다며우리더러 유치장 밖으로 나오란다. 나는 새로운 친구의 훈계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터라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인물로 변신하고, 잠시나마 나와 함께했던 유대감을 감안하여 그 친구를 미겔 데 우나무노**라는 인물로 변신시켜 준다.

* 에스파냐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 에스파냐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 P24

14:45 나는 어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검은 옷을 입은 신사가 뻣뻣한 자세로 나한테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예약은 안 했지만 화장실이 스물두 개인 별장을 짓는 중이라고대답하고, 꽃다발로 장식된 테이블을 잽싸게 차지한다. 그리고 결례가 될까 봐서 꽃송이를 냉큼 먹어 치운다. 신사가 차림표(코드화가 안 되어 있다.)를 내놓으며 무엇을 먹을 거냐고 묻는다. 내가 차림표를 보면서 하몬", 멜론이 들어간 하몬, 멜론을 차례대로 주문하자, 신사가 이번에는 무엇을 마실 거냐고묻는다. 나는 남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지구인들 사이에서가장 일반적인 액체, 즉 오줌을 주문한다.

* 돼지 뒷다리로 만든 에스파냐 전통 생햄, - P25

16:40 나는 자동차에 깜빡 놓고 내린 게 있다고 둘러대며밖으로 나와서 가까운 에스탄코*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직접 대행 판매하는, 다양한 복권 시스템으로 찍어 내는 복권과 쿠폰을 구입한다.

16:45 나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복권 번호를 조합한다. 당첨금이 1억 2200만 페세타다. 레스토랑으로 돌아온다. 나는 계산을 끝내고, 팁으로 1억 페세타를 내놓는다.

*담배, 우표, 복권 판매점.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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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모습
샹소르에서 비비안은 풍부한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마치 이 작은 계곡에 프랑스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인간 군상이 모두 모여 있는 것같다. 말뿐이건 진심이건 간에, 샹소르에서는 모두가 ‘가족‘이었기에 비비안은 편안하게 즐기면서 근접 촬영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다. - P90

대가족이던 조소 일가는 자주 비비안의 피사체가 되었다. 일가의 큰어른인 장은 꼿꼿한 자세와 차분하고도 확신에 찬 태도의 소유자였는데, 비비안은 가족 내 장의 위치를 명확하게 보여주려는 듯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 P90

비비안의 초기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을 보면 그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진다. 보통 원샷one shot (한 프레임에 한 사람만을 담은 샷. 옮긴이)으로 피사체를 담았는데, 그것은 비비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비안은 하층과 중산층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점점 더 많이 찍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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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육체는 데카르트에 따르면 육체적 속성³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크기와 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연장성을 갖는다.
육체에 없는 것은 생각이다. 육체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말을 하지 못한다. 육체는 마음이 아니며 의식이 아니다. 이 말은 모든 육체와 개별 육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39) (옮긴이) ‘physical properties‘는 ‘물리적 속성‘ 또는 ‘물질적 속성‘으로 많이 번역된다. 육체는 수많은 물리적인 것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 맥락에서는 물리적인 것 중 육체와 정신만을 비교하고 있으므로, ‘육체적 속성‘으로 번역한다. - P126

이렇게 보았을 때 본질적으로 인간의 육체 자체는 다른 종류의 육체와다르지 않다. 인간의 육체가 다른 종류의 육체와 다른 점은 마음, 곧 인간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다른 모든 육체들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 P126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잘 알려진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는 단 하나만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상호 작용의 문제이다. 우선 (1) 우리 육체안에서 또는 우리의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인지하는 바에 변화를 일으키고, (2) 우리의 정신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이 흔히 우리의 신체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일상적인 경험의 상식이다. - P126

. 이러한 고통의 경험은 데카르트에 따르면, 내 육체 내에서 혹은 육체에서 일어나는 별개의 일이 아니다. 반대로 나는 의식적으로 통증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이를 내 마음속에서 인식해야 한다. - P127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제기하는 한 가지 문제는 데카르트의 심신이론이 이와 같은 추정된 심신의 연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그들 간에 추정된 인과적 상호 작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의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27

 질문은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가?"가 아니라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이다. 데카르트가 주장하고 있듯이, 마음은 비물질이고 육체는 물질이라고 주장할 경우 데카르트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 일어나고 있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 P127

 데카르트의 이론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결정은 마음의 사건이다. 이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일이다. 내가 결정한 후에 이어지는 것은 내 몸이 특정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P128

하지만 비물질적인 것(내 결정)이 물질적인것(나의 육체적인 운동)을 야기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무리 잘 평가해도 신비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최악으로 평가한다면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P128

 만약 마음(의식)과 육체가 상호작용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상호 작용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적절한 심신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면, 데카르트의 심신 이론은 그러한이론이라고 평가받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해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설명력이라는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 실패한다. - P128

이러한 결과를 피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중략). 이는 인간 심신의 상호 작용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다.  - P128

심신이 실제로 상호 작용하지 않으면 데카르트가 상호 작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데카르트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호 작용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내 발에 박힌 압정이 나의 고통을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면 이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 P129

일부 데카르트주의자들이 선호하는 한 가지 대응 방법은 기회 원인론(occasionalism)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이를 이원론 옹호 노력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한 사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P129

(전략) 나의 결정은 그 자체가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신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압정이 내 발에 박히는 것 또한 나에게 고통을 야기할 신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신은 전능하기에 내 몸을 잠자리에서 일으키고, 내 발에 고통을 야기하는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P129

그러나 이는 문제를 한 단계 뒤로 미루어놓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이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만약 인간의 심신 간에 상호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신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신과 인간의 육체 사이에어떻게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가?  - P129

 그리스인들은 ‘기계 속의 신(deus ex machina)⁴⁰이라는 어구를 사용했다. 이는 연극 속에서 위험에 처해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을 인위적으로 구출하는 신을 가리킨다.

40) (옮긴이) 원문에는 "deux ex machina"로 되어 있는데 오타인 듯하다. 레건은 이것을 영어로 God in a machine이라고 말하는데 God from a machine이 정확한 번역이다. - P130

철학자들 또한 유사한 방법으로 이론을 구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회 원인론의 방식으로 신의 개입 메커니즘을 도입해 데카르트주의 이원론을 구하려는 노력은 철학에서 확인되는 이와 같은 현상의 고전적인 사례이다. - P130

 인간의 심신을 관장하는 인과 관계의 중재자로서의 신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이원론이 상당히 많은 가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신들이 있고, 다음으로 육체들이 있다. 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신이 제3의 인물로 도입될경우 매우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가정이 추가된다. - P130

데카르트의 몰락으로 얻게 되는 교훈이 있다. 이 교훈은 마음을 ‘비물질적인 것‘, 즉 영혼으로 보면 우리가 분명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겉보기와 다르게, 모든 것이 비물질적이라고 주장하려 하지 않는 이상, 상호작용의 문제는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며, 원리적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일어나지 않는지, 일어난다면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적으로 만족할 만한 대답을 제공할 수 없는 이론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 P131

 의식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장점 중 하나는 심신과 관련한 이원론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진화론이 진실임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적어도이러한 입장은 가능한 반박의 원천 하나를 제거한다. 진화론이라는 배경관점에서 볼 때, 동물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이 "비물질적이면서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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