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대조적으로 육체는 데카르트에 따르면 육체적 속성³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크기와 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연장성을 갖는다. 육체에 없는 것은 생각이다. 육체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말을 하지 못한다. 육체는 마음이 아니며 의식이 아니다. 이 말은 모든 육체와 개별 육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39) (옮긴이) ‘physical properties‘는 ‘물리적 속성‘ 또는 ‘물질적 속성‘으로 많이 번역된다. 육체는 수많은 물리적인 것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 맥락에서는 물리적인 것 중 육체와 정신만을 비교하고 있으므로, ‘육체적 속성‘으로 번역한다. - P126
이렇게 보았을 때 본질적으로 인간의 육체 자체는 다른 종류의 육체와다르지 않다. 인간의 육체가 다른 종류의 육체와 다른 점은 마음, 곧 인간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다른 모든 육체들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 P126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잘 알려진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는 단 하나만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상호 작용의 문제이다. 우선 (1) 우리 육체안에서 또는 우리의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인지하는 바에 변화를 일으키고, (2) 우리의 정신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이 흔히 우리의 신체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일상적인 경험의 상식이다. - P126
. 이러한 고통의 경험은 데카르트에 따르면, 내 육체 내에서 혹은 육체에서 일어나는 별개의 일이 아니다. 반대로 나는 의식적으로 통증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이를 내 마음속에서 인식해야 한다. - P127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제기하는 한 가지 문제는 데카르트의 심신이론이 이와 같은 추정된 심신의 연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그들 간에 추정된 인과적 상호 작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의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27
질문은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가?"가 아니라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이다. 데카르트가 주장하고 있듯이, 마음은 비물질이고 육체는 물질이라고 주장할 경우 데카르트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 일어나고 있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 P127
데카르트의 이론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결정은 마음의 사건이다. 이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일이다. 내가 결정한 후에 이어지는 것은 내 몸이 특정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P128
하지만 비물질적인 것(내 결정)이 물질적인것(나의 육체적인 운동)을 야기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무리 잘 평가해도 신비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최악으로 평가한다면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P128
만약 마음(의식)과 육체가 상호작용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상호 작용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적절한 심신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면, 데카르트의 심신 이론은 그러한이론이라고 평가받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해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설명력이라는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 실패한다. - P128
이러한 결과를 피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중략). 이는 인간 심신의 상호 작용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다. - P128
심신이 실제로 상호 작용하지 않으면 데카르트가 상호 작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데카르트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호 작용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내 발에 박힌 압정이 나의 고통을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면 이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 P129
일부 데카르트주의자들이 선호하는 한 가지 대응 방법은 기회 원인론(occasionalism)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이를 이원론 옹호 노력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한 사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P129
(전략) 나의 결정은 그 자체가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신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압정이 내 발에 박히는 것 또한 나에게 고통을 야기할 신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신은 전능하기에 내 몸을 잠자리에서 일으키고, 내 발에 고통을 야기하는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P129
그러나 이는 문제를 한 단계 뒤로 미루어놓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이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만약 인간의 심신 간에 상호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신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신과 인간의 육체 사이에어떻게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가? - P129
그리스인들은 ‘기계 속의 신(deus ex machina)⁴⁰이라는 어구를 사용했다. 이는 연극 속에서 위험에 처해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을 인위적으로 구출하는 신을 가리킨다.
40) (옮긴이) 원문에는 "deux ex machina"로 되어 있는데 오타인 듯하다. 레건은 이것을 영어로 God in a machine이라고 말하는데 God from a machine이 정확한 번역이다. - P130
철학자들 또한 유사한 방법으로 이론을 구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회 원인론의 방식으로 신의 개입 메커니즘을 도입해 데카르트주의 이원론을 구하려는 노력은 철학에서 확인되는 이와 같은 현상의 고전적인 사례이다. - P130
인간의 심신을 관장하는 인과 관계의 중재자로서의 신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이원론이 상당히 많은 가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신들이 있고, 다음으로 육체들이 있다. 꽤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신이 제3의 인물로 도입될경우 매우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가정이 추가된다. - P130
데카르트의 몰락으로 얻게 되는 교훈이 있다. 이 교훈은 마음을 ‘비물질적인 것‘, 즉 영혼으로 보면 우리가 분명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겉보기와 다르게, 모든 것이 비물질적이라고 주장하려 하지 않는 이상, 상호작용의 문제는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며, 원리적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일어나지 않는지, 일어난다면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적으로 만족할 만한 대답을 제공할 수 없는 이론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 P131
의식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장점 중 하나는 심신과 관련한 이원론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진화론이 진실임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적어도이러한 입장은 가능한 반박의 원천 하나를 제거한다. 진화론이라는 배경관점에서 볼 때, 동물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이 "비물질적이면서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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