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08:00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나는 다시 센서 교신을 시도한다. 즉시 격한 음성이 포착된다. 그 음성의 주인공은 시위중인 시민들을 대표하는 자로, 그는 게라라는 자를 향해 어떤 책임을 묻는 중이다.* 나는 교신을 포기한다.
*당시 에스파냐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의 부총재 알폰소 게라의 형 후안 개라의 비리 스캔들을 암시한다. - P20
09:45 나는 바르셀로나 도시 지도(이중 타원형 축 형식으로제작된 지도)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소위 가난한 자들이 거주하는 어떤 외곽 지대에서 구르브를 찾기로 한다. 카탈로그에 따르면, 가난한 자들의 인성 지수는 이른바 부자들보다 조금 덜열등하고, 중류층보다는 훨씬 덜 열등한 것으로 나와 있다. 나는 카탈로그에 등재된 인물들 중에서 개성이 강한 게리 쿠퍼라는 인물을 선택한다. - P21
10:01 몸에 비수를 지닌 젊은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더니나한테서 지갑을 빼앗는다.
10:02 몸에 비수를 지닌 젊은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더니나한테서 권총과 보안관 배지를 빼앗는다. - P21
10:10 순찰차가 나타난다. 국립경찰 소속이다. 순찰차에서경찰들이 내리더니 법 조항을 들먹이면서 내 손목에 수갑을채우고 나를 순찰차에 태운다. 섭씨 21도, 상대습도 75퍼센트, 남쪽에서 돌풍이 불어오고, 해상에는 큰 파도가 일고 있다. - P22
10:45 나에 대한 불신이 사라졌는지, 그 친구가 대화를 시도하며 명함을 내민다. 명함에는 이런 내용이 박혀 있다.
헤툴리오 펜카스 구걸 대리인 타로 점, 바이올린 연주, 고통 분담 찾아가는 서비스 - P22
10:50 (중략), 부친한테 하느님의 가호가 있을 거라고, 부친의 유골을 미라도르 델 알칼데*에서 도시를 향해 뿌릴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방금 나한테 말한 얘기는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다고, 왜냐하면 이나라의 정의가 썩었기 때문에 증거도 필요 없고, 증인도 필요없다고, 우리 둘을 감방으로 보낼 거라고 덧붙이더니, 우리같이 몸뚱이밖에 없는 사람들은 벼룩에 시달리고 에이즈에 걸려 출감할 거라고 확언한다.
*몬주익에 위치한 전망대. 바르셀로나 시내와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 P23
10:50 (전략) 또한 그 친구는 내가 미처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화장실만 스물두 개인 별장을 지었다는 아무개**의 경우를 들먹이며 그 아무개가 설사병이 났으면 좋겠다고, 그 와중에 변기 스물두 개가 몽땅 사용 중이었으면 좋겠단다. 이어 허접한 유치장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후략)
** 에스파냐 정치인으로 경제재무성 장관을 지낸 미겔 보이어를 암시한다. 모델 출신 이사벨 프레이슬러와 결혼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P23
11:30 유치장 문이 열린다. 경찰이 상관한테 데려가겠다며우리더러 유치장 밖으로 나오란다. 나는 새로운 친구의 훈계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터라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인물로 변신하고, 잠시나마 나와 함께했던 유대감을 감안하여 그 친구를 미겔 데 우나무노**라는 인물로 변신시켜 준다.
* 에스파냐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 에스파냐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 P24
14:45 나는 어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검은 옷을 입은 신사가 뻣뻣한 자세로 나한테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예약은 안 했지만 화장실이 스물두 개인 별장을 짓는 중이라고대답하고, 꽃다발로 장식된 테이블을 잽싸게 차지한다. 그리고 결례가 될까 봐서 꽃송이를 냉큼 먹어 치운다. 신사가 차림표(코드화가 안 되어 있다.)를 내놓으며 무엇을 먹을 거냐고 묻는다. 내가 차림표를 보면서 하몬", 멜론이 들어간 하몬, 멜론을 차례대로 주문하자, 신사가 이번에는 무엇을 마실 거냐고묻는다. 나는 남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지구인들 사이에서가장 일반적인 액체, 즉 오줌을 주문한다.
* 돼지 뒷다리로 만든 에스파냐 전통 생햄, - P25
16:40 나는 자동차에 깜빡 놓고 내린 게 있다고 둘러대며밖으로 나와서 가까운 에스탄코*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직접 대행 판매하는, 다양한 복권 시스템으로 찍어 내는 복권과 쿠폰을 구입한다.
16:45 나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복권 번호를 조합한다. 당첨금이 1억 2200만 페세타다. 레스토랑으로 돌아온다. 나는 계산을 끝내고, 팁으로 1억 페세타를 내놓는다.
*담배, 우표, 복권 판매점.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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