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전제정에 대한 매디슨의 명시적인 개념 정의를 받아들이고 전제정을 피해야 한다고 가정하게 되면, 조건 1은 단순히 정의상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① 전제정은 모든 권력의 집중 등을 의미한다(개념 정의). ② 전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공리). ③ 따라서 모든 권력의 집중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개념 정의를 통해 이문제를 해결해 버리면 많은 중대한 문제점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된다. - P26

매디슨주의 논리 체계를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기 위해 나는 임의로 그 결과란 바로 "자연권에 대한 심대한 박탈"²¹임이 분명하다고 명시한 바 있다. - P27

하지만 만약 이제 이 내포적 가설들과 개념 정의들을 추가해서 매디슨주의 논리 체계를 별 의미가 없는 주장이 되지 않도록 되살려 내려고 시도할 때, 우리는 어떤 딜레마에 빠진다. 만약 우리가 "권력"을 헌법에 규정된 권한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면, 조건 1은 명백하게 오류다. - P27

예를 들어, 선거 과정은 어떤 개인들이 다른 이들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분명히 이는 지도자가 아닌 이들이 지도자들을 통제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이 단순히 집중되었다고 해서 권리의 심대한 박탈이라는 의미에서의 전제정이 반드시 등장할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다. - P27

가설 6: 빈번하게 치러지는 보통선거는 전제정을 방지할 만큼 충분한 외부 견제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 가설을 입증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가설이 오류이고, 빈번하게 치러지는 보통선거가 전제정을 막을 만큼 충분한 외부 견제를 제공한다고 해보자. 그렇게 되면 전제정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을 통해서다른 방법을 통해서건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매디슨의 주장 역시 명백히 오류가 되기 때문이다. - P28

21 비록 이 개념 정의가 매디슨의 저술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내가 찾을수 있는 한에서 볼 때, 이는 분명히 암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정의롭고자유로운 정부......"에서 "...... 재산권과 인권은 모두 효과적으로 수호되어야한다."라고 여러 곳에서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보통선거권은 주어졌는데 시민 다수가재산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때에는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재산권이 다수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한다(Padover, 앞의 책, pp. 37-38).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정의롭고 자유롭지 않을것이다. 나는 단순히 "정의롭고 자유로운"을 "비전제적인"에 상응하는 것으로, 그리고
"전제정"을 "정의롭고 자유롭지 않음에, 즉 자연권의 박탈에 상응하는 것으로만들었을 뿐이다. 만약 매디슨의 "다수의 전제" 개념이 이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 P277

분명히 『페더럴리스트』 49번²²은 선거 과정이 제공하는 견제만으로는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권력이 동일한 세력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시도한다.  - P28

 이 주장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① 민중에게 자주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정부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게될 것이며 결국 정치 안정에 필요한 경외심을 약화시킬 것이다. ② 공공영역에서의 열정을 너무 강하게 고취시키는 것은 이 공공 영역의 평화로운 상태를 위험하리만치 흔들어 놓게 될 것이다. ③ 수적으로 극소수이다보니 행정부와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유권자들의 아주 일부에게만 알려진다. - P29

이상에서 보듯, 유감스럽게도 조건 1의 타당성은 확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전제적인 공화정을 위해서는 이 조건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미국의 정치적 신조 가운데 하나다.  - P29

이런 조치들은, 대법원의 위헌법률심사권, 지방분권적인 정당들, 상원에서의 의사 진행 방해filibuster,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자에 관해 해당 주의 상원의원에게 미리 인준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는 관례를 말하는] 상원 "예우"courtesy, 의회 상임위원장들의 막대한 권한, 그리고 이외에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외부 견제로 기능하도록 고안된 거의 모든 조직 내부 구조상의 장치를 포함한다. - P30

VII

개념 정의 4: 파벌은 "다른 시민들의 권리나 공동체의 영속적이고 집합적인 이익에 반하는 어떤 정념이나 이해관계 등과 같은 공통의 욕구에의해 결합해 행동하는, 상당수의 시민들²⁵이다. - P31

22 한때는 이 논문의 진짜 저자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해밀턴이 아니라 매디슨이저자라는 것이 이제는 분명히 밝혀졌다(Irving Brant, James Madison, Vol. III: Father ofthe Constitution, 1787-1800 [New York: Bobbs-Merrill Co., 1950], p.184). - P278

25 The Federalist, No. 10, p. 54.; E, 80. - P278

즉 그 원인은, 인간 이성이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나기 마련인 의견의 차이. 서로 다른 지도자들에 대한 애착심, "인간 재능의 다양성에서 생겨나는 재산상의 차이로부터 유래한다. 사람들이 똑같아질 수 없다면, 오직 사람들의 자유를 없애야만 파벌의 원인을 통제할 수 있다-하지만 이는 분명 비전제적인 공화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취할 수 없는 해결 방안이다. - P31

가설 7: 만약 파벌을 통제하고 전제정을 피하고자 한다면, 이는 파벌의 폐해를 통제함으로써 성취되어야 한다.

전제정을 피할 수 있도록 파벌의 폐해가 통제될 수 있는가? 다음의 두 가지 추가 조건이 충족된다는 가정하에, 매디슨은 그렇다고 답한다.

가설 8: 만약 파벌이 수적으로 다수에 미치지 않으면, 입법기관에서 투표의 "공화주의 원칙", 즉 다수는 소수를 투표로 제압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파벌을 통제할 수 있다.
가설 9: 전체 유권자의 수가 아주 많고, 널리 퍼져 있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 다수 파벌majority faction의 발달은 제한될 수 있다.

가설 8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디슨은 이 가설의 타당성은 자명하다고 보았음이 분명하다.  - P32

매디슨은 다수 파벌의 폐해는 오직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만 통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다수가 동일한열정이나 이익을 동시에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수 파벌이 애초부터 형성되지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매디슨은 파벌의 원인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던 자신의 이전 주장을 여기에서는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혹시라도 다수 파벌이 존재한다면, 그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함께 행동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 P32

그런 다음 매디슨은 너무나도 중요한마지막 명제를 제시한다. "범위를 확대하면 엄청나게 다양한 당파들과집단들이 들어오게 되고,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동기를 전체 중의 다수파가 공통으로 갖게 될 개연성은 아주 희박해질 것이다. 또는 만일 그런 공통의 동기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의 힘을 발견하고 서로 일치단결해 행동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²⁶ - P33

26 The Federalist, No. 10, p. 61. 또한 The Federalist, No.51, pp. 339 ff의 마지막 문단을참조할 것. 「페더럴리스트」 10번, 87쪽. - P278

가설 10: 전체 유권자의 수가 아주 많고 널리 퍼져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는 한, 다수 파벌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고, 그리고 설사 존재하더라도 하나의 통일체로 행동할 가능성이 낮다. - P33

가설 1: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한, 어떤 개인이든 집단이든 타인들이게 전제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중략)
가설 1은 특히 다음의 주장들을 함축하고 있다.

1. 정부의 통치 과정을 통해 타인들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표다. 즉 그런 통제는 그것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는 보람 있는 일로 여겨진다.
2. 정치 지도자들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전제정으로의 충동을 억제할만큼 충분한 자기 절제력을 갖게 되기란, 사회적 훈련으로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매디슨은 이렇게까지 얘기한다. "양심 -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연결고리-은 개인들에게서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큰 무리를 이루고 있을 때, 양심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²⁷
3. 한 개인이 또 다른 개인에게 공감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범위는 너무 좁아서 결코 전제점으로의 충동을 제거할 수 없다. - P34

 "내부의 견제"-양심(초자아), 태도, 기본 성향 - 가 어떤 특정한 개인이타인들에 대해 전제적으로 행동할지의 여부를 정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다. 그리고 이런 내부 견제는 개인에 따라, 사회집단에 따라, 때에 따라달라진다. - P35

27 Elliot‘s Debates, V, 162. - P278

 미국 독립 이전 시기의 저술가들은이미 공화정의 필요조건이 시민들의 덕성moral virtue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시민들의 덕성은 다시 "사람들을 고양시키는 종교, 건전한 교육,
정직한 정부, 단순한 구조의 경제"²⁹를 필요로 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매디슨의 명시적인 주장을 살펴보면, 그는 자신의 시대에 분명히 공유되었던 이런 가정을 무시하거나 경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 P36

29 Rossiter, Seedtime of the Republic (New York: Harcourt, Brace & Co., 1953), pp. 429-32. - P278

가설 1‘ : 어떤 개인이든 집단이든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한 타인들에 대해 전제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아주 높다. 따라서 전제정을 오랜 기간 동안 피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부에서든 헌법에 규정된 장치들이 모든 공직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외부 견제를 가하는 역할을 계속 담당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제안은 합당해 보인다. 설사 내부의 견제가 전제정으로의 충동을 자주 막아낼 수 있을지라도, 전제적이 될 수 있는 위치의 개인들 모두에게 항상 작동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P36

IX

인간은 자신의 사회화된 욕구들에 부과될 수 있는 보상 및 처벌과 관련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예측을 하는데, 행위란 바로 그런 예측의 산물이라고 가정해 보자.³⁰  매디슨주의자들은 전제정을 억제하는 장치로서 어떤 종류의 외부 견제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 P37

30 심리에 관한 용어로 표현할 때, 행위에 대한 내부 통제와 외부 통제의 구분이 다소 흐릿해진다는 점에 주목하자. 양심에 의한 내부 통제의 경우에도, 고통스런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을 예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외부 대상이나 행동일 수도있다. 더 나아가, 예를 들어, 수입이나 존경의 경우처럼 심지어 그 특정 개인 외부의 근원에 의해 보상과 처벌이 제어될 때조차,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만족감이나 박탈감에 대한 내적 예측 또는 실제 느낌이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자면, 매디슨주의 이론은, 이 책에서 "매디슨주의적"이라고 이름 붙인 사고방식과 더 이상 일치하지 않을 정도로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십중팔구 현대 정치학으로 만족스럽게 변형될 수 없다. - P278

그렇다고 보상과 처벌이 정부 재정과 관련되어 있는 것 또한 아닌데, 왜냐하면 입법부가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을까 염려하여, 헌법은 이 통제 수단을 제약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상과 처벌은 물리적인 강압의 위협을 의미하는가? 탄핵과 유죄판결, 무력의 사용이 아마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경우 공화정은 항상 언제라도 폭력과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태가 될것이다. 왜냐하면 물리적인 강압이 전제정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고, 매디슨의 주장이 가정하듯이 전제정이 근본적인 위협이라면, 물리적 강압의 위협과 이로 인한 폭력의 위협은 정치에서 결코 제거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9

 분명 매디슨은 기본적인 개념, 즉 지도자들끼리의 상호 통제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매디슨주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부족해 보인다.
1. 지도자들 간의 상호 통제가 전제정을 막을 만큼 충분하려면, 미국헌법이 그렇게 하듯이, 권력분립이 반드시 헌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고 매디슨주의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런 목적으로 매디슨주의를 이용할 수도 없다.
2. 매디슨주의의 주장은, 외부 견제로서 헌법상의 규정이 갖는 중요성을 과장하거나, 행위에 대한 견제나 통제라는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인간 심리 차원의 요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 행위에 관한 명제들에 대한 것이건 비전제적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에 대한것이건 부정확한 전제로부터 추론된 주장은 오류다.
3. 매디슨주의의 주장은, 제정을 방지하는 데 있어, 어떤 정부 공직자들에 대해 다른 특정 정부 공직자들이 가하는 구체적인 견제 장치들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있다. 결국 이는 모든 다원주의적 사회에 존재하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사회적인 견제와 균형 없이도 공직자들에 대한 정부 내부의 견제가 실제로 작동하여 제정을 방지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반대로 이런 사회적인 견제와균형이 존재한다면, 미국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정부 내부 견제 장치들 즉 매디슨주의 논리 체계의 견제 장치들 모두가 전제정을 방지하는데 필요할지 의문스럽다. - P40

X

전제정은 자연권에 대한 모든 종류의 심대한 박탈을 의미한다고 했던정의가 기억날 것이다. 왜 이런 개념 정의가 필요해 보이는지에 관해서는이미 설명한 바 있다. 사실 다수의 전제라는 개념은 매디슨주의 논리 체계가 세워진 핵심 이유인데,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의미는, 다수가 선거와 입법, 다수 지배라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에게서 자연권을 박탈해 버리는 식으로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P41

그렇다 하더라도 매디슨이 "제정"을 "자연권에 대한 모든 종류의 심대한 박탈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내 입장이 옳다면, 자연권 개념을 검토하지 않고 이 개념 정의의 유용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 P41

 우리에게 오직 필요한 것은, 내가 제시했던 전제의 개념 정의(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인 매디슨의 명시적인 개념정의]을 따르게 되면, 결국 매디슨에게 핵심적이었던 조건 1에 대한 부질없는변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였다)와 대략이라도 유사한 어떤 개이건, 그것이 매디슨주의 논리 체계에 유용한지의 여부다. - P42

다소 터무니없지만 만약 자연권을 모든 개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면, 모든 형태의 정부는 전제적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어떤 정부는 최소한 일부 개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때문이다. - P42

 한가지 가능성은 공동체의 모든 개인(혹은 모든 성인)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 그런 종류의 행위만을 제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행위에 대한 만장일치가 필요할 것이고 결국 통치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 P43

그래서 그런 다툼은 통치 과정을 통해 해결된다. 그런데 개인들의 의견이 다를 때, 일부 구체적인 행동을 처벌하는 것이 전제적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려면 어떤 규칙을 사용해야 하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다수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규칙이 갖는 몇 가지 문제점은 2장에서 검토하겠다. 그런데 이런 결정 방식이 바로 매디슨이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고, 게다가 다수의 전제라는 개념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 - P43

XI

파벌에 대한 매디슨의 명시적 개념으로 돌아가 보면, 이 역시 전제정에 대한 [앞절에서 설명한] 내포적 개념과 똑같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다수"³⁴에 대항하는 견제 장치들이 헌법에 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옹호하려는 많은 다른 시도 속에 파벌에 대한 매디슨의 명시적 개념과 유사한 어떤 인식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개념도 어느 정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 P44

34 그 어떤 국가에서건 그 어떤 사회조직에서건 그 언제이건, 일반적인 의미에서,
다수는 좀처럼 지배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데, 이런 나의 입장을 보여 주기 위해서인용부호를 붙였다. 따라서 다수 지배에 대한 옹호뿐만 아니라 다수 지배에 대한두려움 역시 정치적 현실에서 실제 가능할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를두고 있다. 이 점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5장을 볼 것. - P279

파벌에 대한 이 개념 정의가 갖는 문제는 "전제"에서 우리가 마주쳤던 것과 유사하다. 이 개념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 - P45

(전략)
이런 어려움에 처할 때 좀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파벌을 정의하는 특징들을 찾으려고 하는 대신, 파벌을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정치적 과정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그려 보는 것이다. 이는 매디슨이 염두에 두었던 방식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자신이 우리에게 어떤 길잡이도 남겨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길을 따라가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P45

그러나 만장일치가 필요하지 않다면 그보다는 덜 엄격한 다수결로 충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무엇이 파벌이라 할 수 있는지를 다수에게 결정하게 하고, 그 파벌에 대항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하자. 이 경우 현실적으로 다수는 결코 파벌일 수가 없다. - P46

만장일치와 다수결에 의한 결정 모두를 배제하고 나면, 유일하게 남는 대안은 어떤 소수가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런 힘을 다수에게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앞서의 논지는 분명 그 어떤 소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P47

XII

지금까지 보았듯이 "파벌"과 "전제정"이라는 용어가 그 어떤 구체적인 의미도 갖지 않기 때문에, (중략) 결국 이들은 그저 검증 불가능한 주장에 머문다.
하지만 이 가설들을 이런 식으로 매몰차게 대해 버리는 것은 나도 그렇지만 독자들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 P48

다음과 같은 방식이라면 어려움을 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자유의 박탈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외부의 제약 없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개인의 자유"라고 정의하자. - P48

(전략), 예를 들어, 설령 범죄자들이 상당한 크기의 집단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거부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예외가 허용되면, 여러 개인들이 예외로 치부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전제정과 파벌에 관한 앞서의 논의들에서 보았던 그 딜레마의 미로에 갇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서 매디슨주의 원칙들과 모순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모든 소수가 아니라 일부 소수에게만 효과적인 거부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 P49

다수는 정책 결정 단계에서 쟁점들에 관해 정치적으로 소극적이라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일단 제쳐 두면, 아주 좁게해석하는 한 가설 8은 타당하다. 여기서 좁게 해석한다는 의미는, 이 가설이 다수는 소수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많으면 충분하다고 명확하게 밝혀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 P49

그런데 다수의 자유를 증대할 목적으로 제안된 그 조치를 거부권을 가진 소수가 싫어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소수는 이 거부권을 사용해 다수의 자유에 대한박탈을 온존시킬 수 있고, 결국 다수에 대해 전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³⁵ 
아동노동, 저임금, 열악한 주거 상황, 게다가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나 사회보장정책, 빈민가 재개발사업 등의 부재 등, 이 모든 문제는 자신들의 자유가 심각하게 박탈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다수는 믿을지도 모른다.
(중략)
그렇다면 가설 8은 오류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공화주의 원칙"이, 소수가 다수를 박탈하는 것을 방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50

XIII

 하지만 매디슨 자신이이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했던 주장을 검토해 보면, 분명히이 가설(가설 9)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즉, 전체 유권자가 아주 많고, 널리 퍼져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 어떤 다수이건 그효력은 크게 제한된다. 이런 제약은 그 다수가 파벌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 P51

XIV

헌법 제정 당시에 매디슨주의의 주장은, 자신들의 첨예한 적대자들-즉, 부지위·권력에서 열등하지만 스스로 "민중의 다수"를 구성한다고 생각했던 기능공과 농부들을 불신하고 두려워하고 있던, 부지위·권력을 가진 소수에게 만족스럽고 설득력 있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역사적으로 납득이 가는 이유들때문에)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압도적 숫자의 미국인들이 적어도 어떤 시기에는 자신들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소수 - 더욱이 헌법상 보장된다수의 권위가 법률적으로 제한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표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소수에 속하게 된다고 믿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 P52

 한편에서 보면, 매디슨은 공화정의 모든 성인 시민들은 정부 정책의 일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권리를 포함해, 동등한 권리를 부여 받아야 한다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의미에서 다수 지배는 "공화주의 원칙"이다. 다른 한편으로 매디슨은 헌법상 제약되지 않는 다수는 아마도 지위·권력·부에서 갖는 특정 소수의 우위를무기한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소수의 자유를 보장할 정치체제를 세우고 싶어 했다. 따라서 다수는 헌법상 억제되어야 했다. - P53

두 번째 대안은 정치적 평등을, 극대화할 목표로 삼는 것, 즉 공화정의 모든 성인 시민이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을 내리려면 어떤기본 조건들이 존재해야 하는가? 이것이 이제 우리가 살펴볼 대안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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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절 정의의 질서 안에서는 노동은 소유를 파괴한다.

고립된 인간은 자신의 욕구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만족시킬 수있을 뿐이다. 그의 모든 힘은 사회 안에 있으며 모든 사람들의 노력의 현명한 결합 속에 있다. 노동의 분업과 협업은 생산물의 양과 종류를 증대시키며, 기능의 전문화는 소비재의 질을 높인다.
따라서 수천의 여러 생산자들의 생산품으로 살지 않는 자는 한명도 없다. - P223

 농사꾼의 수확은, 다른 이들이 그를 위해 헛간, 수레, 쟁기, 의복 따위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학자에게 서적상이 없었다면, 출판업자에게 주물공과 기계공이 없었다면,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또 다른 많은 일꾼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부한 말을 늘어놓는다고 핀잔할 터이니 더 이상 길게 명단을 나열하지않겠다. 나열하기란 너무 쉬운 일이니 말이다. - P224

생산자 자신은 자기가 만든 생산물의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지며, 그 전체 분모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수와 맞먹는다. 반면에 이 생산자는 자기의 것이 아닌 모든 다른 생산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며, 따라서 모든 다른 이들에 맞서 일종의 저당권을 갖는 셈이다. - P224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다 쓰지 않고 절약할 경우 누가 감히 그와 다툴 것이냐라고. 노동자는자기 노동의 값어치에 대한 소유자조차 아닐뿐더러 그것을 결코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다. 잘못된 정의(正義)에 속아 넘어가지말자.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대가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그가 행한 노동에 대한 보수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노동에 대한 지급이자 선불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 P225

결론을 맺자.
일하는 자는 누구나 사회에 대하여 필연적으로 지불불능 상태로 죽어 가는 채무자이다. 소유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수탁을 부인하고 일수, 월수, 연수로 보관료를 받기를 원하는 불성실한 보관자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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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웬일로 상냥한 목소리로 아줌마, 하고 부르더니 묘한 얘기를 했다.
"저기, 사사하라 선생님에게 내 얘기 좀 해줄래요? 착하다,
지나칠 만큼 순수하다, 순정파다, 라고 말해주시면 돼요. 주간지에 실린 기사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세요. 그러면 다음 달부터 월급도 더 올려드릴게."
누군가 병문안하며 들고 온 백장미 꽃잎을 한 장 한 장 뜯어내며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바닥에 흩어진 흰 꽃잎을 바라보며 이 여자가 이번에는 의사 선생의 백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심산이구나, 하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도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 P56

"위자료를 2천만 엔이나 받아갔으면서 왜 징징거리는 거야!"
언젠가 레이코가 통화 중에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아마 사실일 것이다. 주간지에는 ‘사사하라는 이혼한 전처에게 위자료로 전 재산을 내주고 무일푼이었기 때문에 레이코의 2천만 엔을 말없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나와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사하라의 일 처리 방식도 남자답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아줌마, 그 남자가 집에 와도 절대 안에 들이지 말아요." - P57

"병원을 휴직하기로 했어. 어쩌면 사표를 내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레이코만 내게 돌아와 주면 다 잃어도 두렵지 않아."
그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겨우 스물세 살이지만 남자와 밀고 당기는 데 선수급인 여자 앞에서 평생을 성실하게 의사 일만 해온 남자는 어린애나 마찬가지였다. - P58

"아줌마는 이런 거밖에 못 해요?"
레이코의 말대로 한 시간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든 미치코에게 사사하라는 사과부터 했다.
"아주머님, 조금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너무 지쳐서 나도모르게 불끈했어요."
그러고는 레이코가 전화를 안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전언을 부탁했다.
"다음 주에 파리에 간다고 하던데 그전에 꼭 한번 만나자고 얘기해주십시오." - P59

. 실제로 15일 전에 사사하라가 연락을 했는지, 레이코가 거기에 응해 사사하라를 만났는지, 미치코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닷새 뒤인 11월 10일, 파리로 출발할 날이 다가오자 레이코가 말했다.
"오늘부터 월말까지 안 와도 돼요. 12월 1일에 귀국이니까 그 전날에 청소는 꼭 해주세요." - P59

"아차, 내가 11월 30일에는 집에 일이 좀 있어. 29일에 미리 와서 청소해도 되지?"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 하루쯤 미리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레이코의 표정이 갑작스레 험악해졌다.
"집안에 어떤 일이 있건 호출하면 꼭 온다는 조건으로 월급을 듬뿍 쥐여주잖아요. 반드시 30일에 오셔야 해요. 하루라도 더 일찍 왔다가는 절대 안 봐줘요. 내가 돌아와서 먼지 상태 보면 금세 알아요. 약속 안 지키면 당장 해고예요." - P60

그리고 11월 30일, 미치코는 별수 없이 시골 고향 집의 아버지 13주기 제사에는 아이들만 보내고 자신은 청소를 위해 맨션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치코가 현관문을 연 것은 정확히 오후 2시 8분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상한 냄새가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고기가 썩는 듯한 냄새였다. - P60

테이블 옆에 떨어진 담요를 짖어 들고 미치코난 침실로 다가갔다.
(중략)
미치코는 저도 모르게 담요로 얼굴 아랫부분을 가렸다. 냄새를 막으려고 했는지, 순간적으로 치민 구토를 막으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담요 너머로 침대를 가로지르듯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 사람의 몸이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여자인 줄 알았다. 베갯머리의 스탠드는 불이 꺼졌고 창문에 두툼한 커튼이 드리워져 문밖에서 흘러든 거실의 연한 불빛은 침대에 쓰러진 여자의 얼굴까지는 비춰내지 못했다. - P63

몇 분이나 그곳에 서 있었을까, 이윽고 미치코는 자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깨달았다.
"아줌마, 그러고도 가사도우미라고 할 수 있어요?"
삼년 전, 이 여자가 처음 욕을 퍼부었을 때부터 언젠가는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날이 오기를 오래오래 기다려온 것 같기도 했다. - P64

한 시간 뒤, 미치코는 1층 관리실에서 형사 두 명을 마주하고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낱낱이 진술했다. 이미 죽은 사람이니 앞으로 단돈 1엔도 나올 리 없다. 이제 더 이상 감추고 말고할 것도 없었다. - P64

3장, 경찰

 사사하라 노부오의 이혼한 전처와 아이가 사는 요코하마에 가봤지만 아무수확도 없었다, 라는 신호였다. 한 시간 전에 이미 요코하마 역에서 전화 보고는 받았다. 지난 7월에 정식으로 이혼한 뒤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아무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그 두 달 전인 5월,
사사하라와 미오리 레이코의 약혼이 전격 발표되기 직전부터 이미 아내 야스코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모양이었다.
"여간 쌀쌀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이가 죽였겠죠, 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던데요."
오니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컹컹 기침을 했다. - P68

당연히 주요 용의자로 사사하라 노부오의 이름이 올랐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지문 중에서 특히 침실 문 앞의 깨진 유리잔조각과 붉은 약봉지에 찍혀 있던 게 가장 유력한 증거였다. 피해자의 사인으로 밝혀진 청산화합물이 약봉지에 극소량 남아 있었고 유리잔 파편이며 카펫 얼룩에서도 발견되었다. - P68

이제 곧 나올 부검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자세한 시각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아사이는 사건 발생 시각을 12일부터 14일 사이의 밤 시간으로 추정했다. - P69

밤이라는 건 사건 현장의 거실 조명이 계속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침실 침대 옆 스탠드도 스위치가 켜져 있었다. 즉, 사건 발생 이후에 전구가 끊긴 것으로 보였다.
사사하라는 11월 초 병원에 한 달간 휴가를 신청했다. 7일저녁에는 레이코의 맨션에 찾아와 "내 손으로 죽일 거야!"라고소리쳤고, 이어서 걸려온 전화에서는 파리로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만나자는 전언을 남겼다. 게다가 닷새 뒤인 12일 오후에는 병원에 나타나 한 시간쯤 머물렀다. - P69

오카베 게이조라는 스물여덟 살의 젊은 형사다.
"자살로 볼 수는 없을까요?"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자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첫째로 파리에 갈 예정, 절대 자살할 사람은 아니라는 가사도우미의 증언, 그리고 약봉지에 미오리 레이코의 지문이 없었던 점 때문이잖습니까."
"그렇지. 게다가 청산가리 약봉지에 사사하라의 지문도 있었어. 그거면 충분하잖아?" - P71

이윽고 아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니시와 오카베에게 마지막에 들은 얘기부터 전했다.
"피해자 미오리 레이코의 얼굴에 성형수술 흔적이 있다는거야. 게다가 얼굴 각 부위를 아주 정교하게 수술했대." - P72

"진짜 실력 있는 명의가 수술해준 모양이네요. 다른 스캔들은 많았어도 성형 얘기는 나온 적이 없거든요. 차가운 인상이지만 성형 특유의 인공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와아, 그렇구나,
모든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얼굴이 성형이었다니."
오카베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P72

4장, 용의자

 하마노는 의자에 앉히고 그는 침대 끝에 자리를 잡았다.
(중략)
"괜찮습니다. 경찰에서는 아직 제가 선생님께 신세진 사이라는 건 알지 못해요. 4시쯤에 병원으로 형사 두 명이 찾아왔는데 저한테는 어떤 질문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전화로 말씀하신 대로 프런트를 통하지 않고 옆의 출입구로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 P74

"정말로 선생님이 죽였습니까?"
(중략)
 세상을 너무 고지식하게 바라보는 눈빛.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죽이지 않았어."
"하지만...." - P75

"그날 밤에 내가 레이코의 집에 갔던 것은 사실이야. 12일 오후에 병원에 잠깐 들렀었지? 그때 슬쩍 집어온 독약을 들고….
레이코가 문도 열어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순순히 안에 들여줬어. 빈틈을 노려 술잔에 그 독약을 타려고 했어. 하지만 약봉지를 뜯으려는 순간에 레이코에게 들켜버렸어. 그게 뭐냐고 캐묻는 바람에 결국 청산가리라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어. 그다음에는 오로지 자기를 죽이려고 했느냐는 비난만 듣다가 아무 변명도 못 하고 그 집에서 쫓겨났어.
그날 밤에 내가 그 집에서 한 일은 그게 전부야." - P75

"그러시다면 그런 얘기를 경찰에 가서...."
"그건 안 돼. (중략). 그날 밤에 내가 약봉지를 테이블에 남겨둔 채 그 집을 뛰쳐나왔고, 그 뒤에 거의나와 교대하듯이 레이코를 찾아간 자가 있었어. (중략)
아마 레이코는 방금 자신이 살해될 뻔했다는 얘기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그자에게 떠들어댔겠지. (중략), 청산가리 봉지를 일부러 내보이면서.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전부터 레이코가 죽기를 원했던 자라면 얘기가 어떻게 되겠나.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독약을 써먹으려고 하지 않았겠어?" - P76

 호텔 이름이 인쇄된 메모지에 여섯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약혼한 무렵에 레이코가 나한테 얘기해준 적이 있어. 자신을 죽이고 싶어할 만큼 미워하는 자가 일곱 명이라고. 한명 한명 이름을 들면서, 이유까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정확히 그렇게 얘기했어. 사진작가, 여성 디자이너, 신인 남성 디자이너, 광고 모델을 했던 회사의 젊은 사장, 동료 패션모델, 그리고 레이코의 음반을 제작해준 여성 디렉터 나야 거의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었지만, 레이코를 사귀면서 차츰 누군지 알게 됐어. 틀림없이 여기 적힌 이 이름들을 말했어. 자네도 알 만한 사람이있지?" - P77

"방금 일곱 명이라고 하셨지요? 여기에는 여섯 명만 적혀있는데요."
(중략)
"그 얘기를 할 때 레이코가 손가락을 꼽아가며 한명 한명이름을 알려줬어. 그런데 일곱 번째로 약지였나, 실은 한 명 더있는데 그 사람 이름은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면서 손가락을 입에 댔어. 남자 같긴 한데 나는 누군지 짐작도 못 하겠어. 내가 아는건이 여섯 명뿐이야." - P78

그는 다시 침대 끝에 앉아 메모지에 적힌 이름들을 손으로 짚어가며 말했다.
"우선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반응을 살펴보자. 내가그날 밤 우연히 레이코의 맨션 뒤쪽에 있었는데, 당신이 안색이홱 변한 채 6층에서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와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게 얘기하면…."
"말하자면 포커의 블러핑 같은 거네요.‘ - P80

그렇게 대답하는 하마노를 지켜보다가 그는 가방에서 50만 엔을 꺼내 내밀었다.
"아뇨, 보수는 필요 없.."
"그게 아니라 실제로 비용이 들 거야. 그러기 위한 돈이야."
하마노는 잠시 말이 없었지만 이윽고 돈을 받아 레인코트안주머니에 넣었다. 그게 그의 대답이었다. - P81

일 분 뒤,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마노에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전부터 자네에게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게 있었어. 자네는 나를 닮아 지나칠 만큼 성실하지. 행여나 나처럼 못된 여자에게 너무 진지하게 빠져들어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 - P82

그리고 다음 날 정오 뉴스에 그의 얼굴이 거의 확정적인 범인으로서 화면에 나왔다. (중략). 약사는 그가 12일에 병원에 왔을 때 약품실 보관창고에서 약병의 내용물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붉은 종이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야마네 하루코 약사가 틀림없었다. - P83

 그는 자신을 끼고 양쪽에 앉은 두 형사 중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물었다.
상의 안주머니에 골루아즈 마지막 한 개비가 남았는데 그걸 피워도 괜찮겠습니까....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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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을 시작합니다

‘에디토리얼 씽킹‘이 뭐예요?

편집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 그 자체다.
우리 뇌는 장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동결시켜 기록하는 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은 주목하고, 어떤 부분은 무시한다. 새로 들어온 정보를 원래의 것과 연결하고, 정보의 공백을 스스로 채워 넣기도 한다. - P25

책은 보통 단일 저자의 목소리를 선형적으로 따라가지만, 잡지는 여러 화자가 갖가지 방향에서 등장하며 독자의 주의를 빼앗는다. 지면에 올라가는 재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단행본과 달리 잡지에서는 서로 다른 크기의 텍스트 덩어리와 이미지, 다채롭게 변하는 레이아웃이 시선 경쟁을 한다. 독자는 덩어리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 P25

나는 에디토리얼 씽킹을 이렇게 정의한다.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  - P26

위의 놀이에서 경험한 것처럼 에디팅은 의미화되기 전의 잡음‘ 속에서 특정 정보에 주목해서 ‘신호 다시 말해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 P29

여기까지는 ‘정보와 재료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는 일‘
에 관한 내용이었다. ‘의미와 메시지를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구조화하고 재배열하는 일, 다시 말해 시각화 작업에 대해선 아직 언급도 못 했다. - P30

. 사물이나 현상을 낯설게 보면서 질문을 찾아내는 능력,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개별 재료들을 연결하는 능력,
필요한 정보를 어디 가야 얻을 수 있는지 아는 노웨어 know-where, 노후know-who 능력, 컨셉을 정확히 설명하는 능력, 자신의 창작물이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위험은 없는지 데스킹하는 능력, 어떤 헤드라인과 이미지를 써야 주목도가 올라갈지 판단하는 능력 등 에디팅은 종합적이고 메타적인 사고 행위다. - P32

니콜라 부리요의 선언처럼 우리 시대의 예술적 질문이 이미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면 The Kiffness는 정확히 그 답을 보여준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 누구든 접속 가능한사실, 발에 차이게 많은 재료 중 일부를 선택하고 재배열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편집 행위가 얼마나 멋지고 창의적인지 피부로 곧장 느끼게 한다. - P33

저는 에디터가 아닌데, 에디토리얼 씽킹이 왜 필요해요?

2021년 가을, ‘아장스망‘이라는 에디토리얼 컨설턴시를 만들었다. 아장스망 agencement은 프랑스어로 ‘배치, 배열, 조합‘이란 뜻으로, 철학자 질 들뢰즈가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배치‘라는 의미로 정립한 철학 용어이기도 하다.  - P34

과거에는 노동 산출물로 업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중략) 하지만 정보와 지식 기반 산업이 커지면서 물리적 제품보다 연구, 분석, 문제 해결 서비스 개선, 경험 기획등 작업 프로세스 자체가 직업 정체성의 중심이 되는 일이 많아졌다. 기존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이종 간 협업이 너무나 활발해진 시대라서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능력, 설득력, 갈등 해결 능력, 리더십 같은 소프트 스킬이 핵심 프로덕트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 P35

크게는 브랜드명과 슬로건을 짓고 브랜드 아키텍처를 정리하는 일부터 작게는 상사나 고객사에 보낼 보고서의 스토리라인을 짜는 일까지, 의미를 다룬다는 것은 타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활동이다. 누가 계산해도 동일한 답이 나와야 하는 과학 언어와는 성격이 다르다. 상대에 따라 구사하는 전략이 달라진다. - P36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빚어가는 행위는 지각, 패턴 인식, 연상, 범주화, 기억 검색, 추론, 맥락화 같은 복잡한 인지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는 이 사안/작품/현상/데이터를 이렇게 읽고해석했습니다. 제가 가진 입장은 이것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 P37

얼마 전 첫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열어젖힌 문으로 거대한 변화가 들이닥쳤다. 챗 GPT는 긴 글의 핵심도 뚝딱 요약하고, 원문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독자 수준에 맞게 수십 가지 문체로 고칠 줄도 알았다. 함께 일하는 1~3년 차 주니어 에디터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줬다. - P38

 챗 GPT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입장을 갖지 못한다. 입장이 없기 때문에 주장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생성형 AI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가지 단어와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무엇이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지, 무엇이 신선하고 매력적인지 의미 부여하고 주장하고설득하는 일은 언제나 인간이 할 것이다. - P38

10. 생략: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

회고형 에세이 쓰기는 오래 방치한 서랍을 정리하는 일과 비슷하다. (중략),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깊은 곳에 있던 서랍을 열어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 다시 말해 내밀한 기억을글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 P179

 지나가던 행인이 부당한 언사를 보일 땐 곧장 ‘미친 사람 아냐?‘라고 거침없이 판결내리지만, 가족이나 친구의 경우라면 온갖 모순된 감정이 동시에 찾아온다. - P179

‘A이면서 B이면서 C이자 D일 수 있는데, 내가 이렇게 느꼈다고 주장해도 될까?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도 분명 있는데, 그걸 배제해도 될까?‘라는 고민은 사실 에세이 쓰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 P180

이렇게 망설이는 사람은 일단 칭찬받아야 한다.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를 다각도에서 섬세하고 종합적으로 살피는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피곤해하는 시대, 복잡한 이해관계나 사연을 단순화해서세줄 요약으로 알려주길 기대하는 시대이기에 저런 류의 망설임은 소중하다.  - P181

하지만 창작을 하려면 어느 순간에는 주장으로 도약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취하고 어떤 정보를 버릴지 선택하고,
그 결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야 한다. - P181

생략은 첨가보다 용감하고 힘 있다. 무언가를 하기로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은 극악무도할 정도로 어렵다. - P182

2022년에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렸던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검은 깃털》은 역광 사진으로만 채워진 전시였다. 사진에서 역광은 가급적 피해야 할 조건으로 여겨진다. - P182

 노순택 작가는 전시 작가 노트에 이렇게 썼다.

"사람 사진의 경우 중요한 세부는 얼굴과 표정인데, 역광사진은 그걸 가림으로써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한다. 누군지 알 수도 없는사진을 대체 왜 찍는단 말인가. (..) 가끔은 질문이 대답이 된다."

노순택 작가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그림이 있다면 아마 <회화의 기원 The Origin of Painting>이 아닐까. - P185

알랭 드 보통이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 썼듯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화가들은 무엇을 기념해야 하고 무엇을생략해야 할지 적절하게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디부타데스는 연인의 얼굴 윤곽선이 미래에 자신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킬 효과를 이해하고 있다. - P188

생략이라는 중요한 편집 기법을 창작 전략으로 사용하는 작가는 아주 많다. 특히 동시대 미술은 빼기의 고수들이 벌이는 인식의 전쟁터다. 손에 잡히지 않는 빛과 텅 빈 공간으로 관람자에게 엄청난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는 제임스 터렐James Tierrell, 재하얀 전시장 벽에 UV 라이트 손전등을 비추어야 작품이 보이도록한(그냥 보면 아무것도 없는 벽처럼 보이게 한) 박관태 작가, 그림을 한 장도 그리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황홀한 그림책 『It Looks LikeSnow (눈처럼 생겼어)』를 지은 안무가이자 그림책 작가 레미 찰립Remy Charlip까지.... - P188

생략이 임팩트를 만들어낼 때, 수용자는 초대장을 받는 기분을 느낀다. 궁금증을 느끼면서 정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작가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부지런히 오간다. 이럴 때 생략은 그자체로 주장이 된다. 반면 생략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숨기는 창작자도 있다. - P190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애초에 일을 시작한 목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 P190

기준점을 마련한 다음 수집한 재료를 검증한다. 더했을 때효과와 뺐을 때 효과를 비교하고 기억한다. 수집한 재료가 100개라면 100번의 가능성을 지었다가 부순다. 생략할 용기와 본질을 알아차리는 눈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경험치와 노력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커진다. - P191

9. 객관성과 주관성: 주관적인 것의 힘

다음에 맡은 인터뷰는 재즈 뮤지션 그룹 기사였다. 선배의조언대로 그들의 음악과 인터뷰 답변을 나름대로 해석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았다. 두어 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겨우 완성했던 첫 기사보다 원고 쓰는 속도가 빨라졌고, 온전히 집중하는 몰입감을 느끼기도 했다.
(중략)
그 두 페이지짜리 기사에는 ‘나‘라는 단어가 아홉 번 들어가 있었다. - P170

. 당시 ‘나‘를 빼라는 데스크의 가이드라인은 막내에게 취재를충실히 하는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조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근거, 데이터, 출처를 댈 수는 없지만, 분명 내 안에 머무는 질문이나 감정을 기사에 담을 때마다 입이 마르고 심장이 뛰었다.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 P171

잡지 에디터는 자기 이름을 걸고 개성 있는 지면을 만들어야한다. 동시에 불특정다수에게 내보이는 공적 지면을 책임지기에팩트 체크, 데스킹 등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 P171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객관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객관이 티 없이 완전무결한 세계라면 주관은 허술하고유아적인 주장으로 점철된 세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단나만 느끼는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건 당신의 주관적 판단이고요"라는 문장 앞에서 움찔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 P172

정치사회문화적 제도가 바뀌면 주류 시각도 바뀐다. 이상하지 않은가? 객관이 완전무결한 절대 진리라면 시대와 상황을 불문하고 변치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 P173

(전략)
(갈릴레오 사례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어지는 퍼즐 조각을 김정운의 에디톨로지에서 찾았다.

객관성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관점이란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기 joint-attention‘로 서로 약속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객관성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합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 P173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 자리 잡는다. 냉철하게 숫자를 보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책상 위로 온갖 곳에서 기록한 데이터가 쌓인다. 숫자들은 중립적이지만, 그중 특정 지표에 ‘주목‘하고, 경영 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려 ‘전략‘을 세우는 경영자는 결국 자신의 주관을 바탕으로 일한다. - P174

 내 관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 P175

변수와 맥락으로 요동치는 이 세계에선 어제 통했던 방법이 오늘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게을러질 수 없다. 20년을 해도 이 일이 지겹지 않은 이유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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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절 능력의 불평등은 재산의 평등의 필요 조건이다.

반론은 다음과 같다: 해야 할 노동이 모두 한결같이 쉬운 것은아니다. 그 중에는 아주 뛰어난 재능과 지력을 요구하는 것도 있으며, 이러한 우수성 자체가 값어치를 낳는다. 예술가, 학자, 시인, 정치인 등은 그들의 탁월성에 준해서만 평가받으며, 이러한탁월성은 그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등한 관계를 파괴한다. - P196

이러한 반론은 늘 만만찮게 보였다. 그것은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평등의 주창자들에게도 거추장스러운 걸림돌이 된다. 그것은 전자를 엄청난 오류 속에 몰아넣었으며, 후자로 하여금 믿기 어려울 정도의 어설픈 말을 내뱉게 했다.  - P196

우리는 무지한 유권자들이 지식의 불평등을 배척하는 것을 봐왔으며, 나로서도 언젠가 누군가가 미덕의 불평등에 맞서 들고일어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 P197

사회에서는 두 가지 사실, 즉 <기능>과 <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1) <기능> 노동하는 자는 누구나 자기의 맡은 바 일을 완수할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즉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모든 수공업자는 자기의 일métier을 알아야만 한다. - P198

그런데 자연의 경제를 우러러보자. 우리가 안고 태어났으나 우리 개인들의 고립된 힘만으로는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이 무수한 필요들에 대하여, 자연은 개체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힘을 집단espèce에게 주지 않았는가. 여기에서 <업무의 전문화>에 근거한원리, 즉 <분업>의 원리가 나온다.
게다가, 어떤 필요들은 충족되려면 인간의 지속적인 창조를 요구하는 반면에, 어떤 다른 필요들은 단 한 명의 노력만으로도 몇백만 명을 그것도 몇 세기 동안이나 충족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의복과 식량의 필요는 끝없는 재생산을 요구한다. - P199

나는 여기서 사람들의 재능과 지성의 차이가 우리의 개탄할 문명에서 유래하는 것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오늘날 <능력의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은 조건에서라면 사실 <능력의 다양성>에 다름아닌 것인지를 묻고자 하지 않는다. - P200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요점이다.
(2) <관계> 노동의 요소를 다루면서, 나는 같은 종류의 생산적 봉사에서는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힘의 불평등이 보상의 불평등을 낳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201

모든 거래는 생산물이나 용역의 교환을 목적으로 하므로 <상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상거래 commerce를 말하는 자는 동등한 가치의 교환을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치가 동등하지 않고 손해를 본 계약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그는 교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상거래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 P202

그가 몸 바쳐 일하는 주인은 임금과 용역의 교환에 의해 그와 한동아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적이다.
사랑으로 조국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끌려 조국에 봉사하는 병사는 자유롭지 않다. 그의 동지들, 그의 상관들, 장관 또는 군사재판 기구들, 이 모두가 그의 적이다. - P203

아킬레우스(일리아드』에 나오는 그리스의 영웅 - 옮긴이)의 시인이 마땅한 보수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나서야 그의 시와얼마간의 급료 사이의 교환은 자유로운 행위이자 동시에 정당한행위가 될 것이다. 즉 시인의 급료는 그의 생산물과 동일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생산물의 가치는 무엇인가? - P205

 즉 이 상대적 가치란 무엇인가? 『일리아드』와 같은시의 저자에게 돌아가야 할 마땅한 보수는 얼마인가?
이 문제는 정치경제학이 학문으로 정립된 후에 해결해야 할 첫번째 문제였다. 그런데 정치경제학은 그 문제를 풀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해결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 P206

세가 든 예는 나름대로 결실을 맺었다. 정치경제학은 그것이 현재 다다른 지점에서 볼 때 존재론과 유사하다. 결과와 원인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며 아무 결론도 맺지 못한다. - P208

산업의 모든 창조물은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따라서 정당하고 참된 시장가치를 갖는가? 그렇다.
인간의 모든 생산물은 인간의 다른 생산물과 교환될 수 있는가? 역시 그렇다.
얼마만큼의 못이 나막신 한 켤레와 맞먹는가?
우리가 이 엄청난 문제를 풀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난 6,000년동안 인류가 찾던 사회체제의 열쇠를 쥘 수 있으리라. - P208

이것은 몇 가지 의견을 일깨운다.
(1) 같은 생산물이라도 시기와 장소에 따라 투자된 시간과 경비가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다. 이 점에서 가치의 양이 변동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략) 요컨대, 어떤 물건의 참된 가치는 화폐적 표현에서는 변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대수적 표현에서는 불변인 것이다.
(2) 수요를 가진 모든 생산물은 그것에 들어간 시간과 경비만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지불되어야 한다. 
(3) 평가의 원리에 대한 무지, 또 대개의 경우 그 원리를 적용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은 상업상의 기만의 원천이며 재산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가장 유력한 원인들 중 하나이다.
(4) 어떤 산업들, 어떤 생산물들의 값을 지불하는 경우, 재능이희소할수록, 생산물이 비쌀수록, 예술과 과학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그만큼 인구가 더 많은 사회를 필요로 한다. - P210

사실상, 사람의 손을 거치는 모든 작품은 그 작품에 들어가는 원료와 비교할 때 무한한 값어치를 갖고 있다. - P211

4) 철학 교수 한 명에게 봉급을 지불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민이 필요한가?
3,500만 명이다. 경제학자 한 명에게는? 20억 명이다. 그러면 학자도 예술가도 철학자도 경제학자도 아닌, 그저 신변잡기 소설을 쓰는 글쟁이에게는? 한 사람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생산물을 교환하는 일은 어떠한가? 이러한 교환은재능이나 천재성에 대한 고려와는 관계없이 경제적 추산 아래서만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 교환을 규제하는 법칙은 막연하고 무의미한 감탄이 아니라 차변(借, le doit)과 대변, l‘avoir) 사이의 정당한 균형, 즉 상업적인 산술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파는 자유가 임금의 평등에 대한 유일한 근거이고,
사회는 권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떤 타성적인 힘에서만 재능의 우월성에 맞선 도피처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있다. - P212

평등은 경제학자에게는 대단히 역겨운 것이라 할지라도,
사실 정치경제학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어느 의사(원문에는 변호사라고 되어 있으나 이 역시 좋은 예가 아니다)의 가족이 그의 교육에 4만 프랑을 들였다고 했을 때, 이 금액은 그의 머리에 투여된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투하된 자본이 앞으로 매년 4,000프랑 정도의 수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 보자.
의사가 3만 프랑을 번다면, 따라서 자연이 부여한 그의 개인적 능력에서 나오는 수입의 몫은 2만 6,000 프랑인 셈이다. 이러한 계산에 따른다면, 이자율을 10%로 할 경우, 자연적 자본은 26만 프랑이 된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그에게 학비로 제공한 자본은 4만 프랑이다. 이 두 가지 자본금을 합한 것이 바로 그의 재산이다.>(세, 『경제학 강의』등) - P213

. 나는 이 대전제를 아무런 유보조건없이 받아들인다. 이제 그 결과를 보자.
(1) 세는 의사의 교육에 들어간 4만 프랑을 그의 대변 쪽에 집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 4만 프랑은 그의 차변 쪽에 넣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지출은 비록 그를 위해 쓰이기는 했지만 그가 쓴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 4만 프랑을 자기 것으로 하기는커녕 의사는그것을 자기의 생산물에서 공제하고 빚진 자에게 갚아야 한다.  - P214

(2) 재능에 대한 교육비를 상환해야 할 의무에 관해 내가 지금말한 것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중략)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재능의 권리 문제를 벗어나서 선점권의 문제와 다시 마주치게 되며, 우리가 앞의 제2장에서 제기한 모든 문제가 다시 나타난다. 선점권이란 무엇인가? 상속이란 무엇인가? - P215

(3) <자연이 부여한 그의 개인적 능력에서 나오는 수입의 몫은2만 6,000프랑이다.> (세, 앞의 책) 여기서 출발해서 세는 우리의사의 재능은 26만 프랑의 자본과 맞먹는다고 결론짓는다. (중략)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재능에 의해 그의 급료가 산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의 의사가 자신의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벌지 못하는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데 어떤 재능이든 그것을 현금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능과 돈은 서로 공통의 척도로 측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 P216

(4) 우선 나는 의사가 어떤 다른 생산자보다 불리하게 보수를받아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과 대등한 수준 아래에 머물러서도안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점을 줄기차게 입증할 것이다. 그러나나는 의사가 이 평등의 수준을 넘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인다. - P216

의사가 자신의 선생님에게 지불하고, 자기 책과 자격증의 값을 치르고, 모든 비용을 다 청산했을 때에도,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는 값을 치르지 않았다. 이는 자본가가 노동자들에게 봉급을 지불하면서도 자신의 영지와 성(城)에 대해서는 값을 치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 P217

재능의 우월성이라는 것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어떤근거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봉급을 공통의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보다는 차라리 낮추는 동기를 재능에서 찾아야 하리라. 모든 생산자는 교육을 받는다. 모든 노동자는재능이자 능력 즉 달리 말하자면 집합적 재산이다. 그러나 그 재산을 창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같지가 않다. - P217

물론,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복음서에 따르자면,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야> 한다. 즉 선을 사랑하고 실천하며, 미를 알고 즐기며, 자연의 경이를 탐구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영혼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육체를 보존하는 일부터 시작하지않으면 안 된다.  - P218

따라서 사회가 분업의 원리에 충실하여 구성원 중 한사람에게 예술이나 학문의 사명을 맡기고 공통의 노동을 면제해 줄때, 그는 자신이 생업에서 면제받은 모든 것에 대하여 사회에 보상할 책임을 진다. 사회가 바라는 것은 다만 이것뿐이다. 만일 그가 더 이상을 요구한다면, 그의 봉사를 거부하고 그의 주장을 무효로 할 것이다. - P219

우리가 기만적인 거래를 받아들이고 노동자가 권력의 위압과재능의 이기심에 눌려 한가한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보수를 지불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며 충분히 개명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론이 조장하고 갈채를 보내는이 기괴한 불평등들에 늘 분개하며 사는 것이다.
국민 전체가 그리고 오직 국민만이 이들 작가, 학자, 예술가, 공무원 등에게 보수를 지불한다. 그 보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들에게 전달되든지 간에 말이다.  - P221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든 자본은 집합적 소산이며 따라서 집합적 재산을 이룬다.
강자는 약자의 노동을 강압적으로 침해할 권리가 없으며, 유능한자는 단순한 자의 선의를 이용할 권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물건을 사도록 강요당하지 않으며 자신이 사지 않은 물건의 값을 지불하도록 강요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 생산물의 교환가치는 사는 이의 의도나 파는 이의 의도를 척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척도로 하기 때문에 소유는 누구에게나 항상 평등하다. - P222

기하학자들의 경우, 이들이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가장 추상적인 명제들로부터 시작해서 공리(公理)로 끝을 맺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장을 끝맺기 전에 경제학자도 법학자도 꿈꿔보지 못한 엄청난 진실들 중 하나를 드러내 보자.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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