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2007년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철학 운동을 낳은 워크숍이 개최된 이후로 거의 한 세대가 지나고 있다 - P6

(전략). 어쨌든 2006년 4월에 학회 참석을 위해 아이슬란드로 가는 도중에 메이야수의 책을 읽을 여유 시간이먼저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 불과 한 장쯤 읽었을 때 메이야수의 철학적 상상력에 매우 큰 감명을 받게 된 나는 이 상황을 이메일로 브라지에에게 알렸고, 그는 나의 보고에 열렬히 반응했다. - P7

(전략).
이 책은 그런 역사보다는 오히려 최초의 사변적 실재론자들의 실제 저작과 관련되어 있다. 브라지에의 경우에 여태까지 첫번째 저서 외에 후속 저서가 출판되지 않았기에 그것은 몇 편의 논문을 뜻한다. - P8

이 책의 2장에서 서술되듯, 그랜트 역시 사변적 실재론 워크숍 이후에 뜻밖의 행보를 밟았다.  - P9

메이야수는 브라지에와 마찬가지로 2007년 워크숍 이후에간헐적으로 출판했다. 메이야수는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에 관한 뛰어난 연구서인 『수와 사이렌』을 출판했다. 그 책에는 말라르메의 주요 시 「주사위 던지기」 Un Coup de Dés가 비밀리에 숫자 암호 707의 지배를 받는다는 놀라운 발견이 수록되어 있다. - P9

나 자신의 경우에는 2007년 워크샵 이전에 세 권의 저서(『도구-존재』, 『게릴라 형이상학 그리고 『설명된 하이데거』)가 출판되었었고, 그 밖의 모든 책은 그 워크샵 이후에 출판되었다. - P10

1. 건축용어로서의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은 "건축 설계의 의장에서 결합부분을 다듬는 방식의 하나"를 가리킨다. - P10

네 명의 최초 사변적 실재론자는 모두 정확히 이른바 X세대²에 속한다. (중략). 이 사상가 무리가 우리 세대 집단에서, 적어도 대륙 전통에서 가장 두드러진 철학자들의 이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2.* 하먼은 ‘X세대‘라는 용어를 1960년대에 서구에서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 P11

독일에서는 마르쿠스 가브리엘1980-이 가장 저명한 젊은 철학자임이 확실하다. 본대학교의 중요한 교수직과 더불어 네일에 못지않은 다작의 경력 덕분에 가브리엘은 대륙 사상가 중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사가 되었다. - P12

또한 스위스의 엠마누엘 알로아1980- 역시 지적 경력에서 첫출발이 빨랐다. 현상학적 사조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알로아는 사변적 실재론에 특별히 가깝지는 않더라도 그의 사상은 적어도 우리 중 한 사람(즉, 나 자신)에게 흥미롭다. - P12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이 모두 애호하는 인물인 것처럼 보이는 독일인 철학자 프랑크 루다1978. 역시 언급되어야 한다. - P12

의심할 여지가 없이 나는 중요한 다른 인물들을 빠뜨렸지만, 이들은 대륙철학의 전통에서 새롭게 부각하는 몇몇 인물들이다. (중략). 가르치는 이들과 배우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각 절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능한 연습문제들을 나열한다. (후략).


2021년 12월 29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그레이엄 하먼 - P13

:: 서론


사변적 실재론(이하 SR)은 등장한 지 겨우 10년이 지났지만이미 미술과 건축, 인문학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철학적 운동중 하나가 되었다. - P14

나는 이 과제를 맡게 되어 기분이 좋았지만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잠재적으로 어색한 두 가지 상황을 처리해야만 했다. 첫 번째 상황은 내가 이 책의 저자일 뿐만 아니라 그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점으로, (후략). - P13

. 나는 이 책 전체에 걸쳐서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인칭으로 언급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훨씬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삼인칭으로 언급해야만 하는가? 내가 선택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 P15

두 번째 어색한 물음은 이 책의 객관성과 관련이 있다. 최초의 SR 집단은 그다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고, 오늘날 그 구성원 중 일부 사이에서는 철학적 견해가 뚜렷이 불일치할뿐더러 심지어 개인적 불화도 존재한다. - P16

브라지에 신봉자인 피터 올펜데일은나의 객체지향적 입장의 지적 무가치성을 예증한다고 주장하는 400쪽이 넘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⁵

5. Peter Wolfendale, Object-Oriented Philosophy. - P17

2007년 4월 27일에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한흥미로운 철학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사변적 실재론‘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그 행사에는 철학의 대륙적(즉, 프랑스-독일적)전통에서 작업하는 네 명의 저자가 모였는데, 그들은 각자 성의알파벳 순서대로 한 시간가량 강연했다.⁷ 


7. Ray Brassier, Iain Hamilton Grant, Graham Harman, and Quentin Meil-lassoux, "Speculative Realism." - P17

나는 2005년에 브라지에를 처음 만난 이후로 그와 꽤 잘 알고 지냈다. 우리가 처음 만날 당시에 브라지에는 나를 미들섹스대학교로 초청하여 불명료한 개념으로 악명 높은, 땅과 하늘, 신들, 필멸자들이라는 하이데거의 사방 개념을 주제로 강연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⁸ - P18

사변적 실재론 같은 것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존재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인가? 지금까지 다양한 비판자는 이들 질문 중 하나 혹은 둘 모두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 대답이 둘 다 ‘예‘임은 명백하다. - P20

. 우리 시대에는 다작의 슬로베니아인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 1949- 이 철학적 관념론자의 훌륭한 실례다.  - P20

(전략). 그 이유는 그것들이 언제나 오직 상관관계를 맺은 상태로만 현존하는 한 쌍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분석철학은 지금까지 언제나 실재론과 (그보다 덜한 정도로) 관념론을 통용되는 두 가지 선택지로여긴 반면에 대륙 사상은 실재론 대 관념론 문제가 철학적으로 진지한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없는 어설픈 허위 대립이라는 후설과 하이데거의 견해를 거의 한결같이 채택했다.  - P21

내가 보기에는 잘못되게도 지금까지 몇몇 비판자가 상관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최초의 사변적 실재론자들은 상관주의를 거부한다는 점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틀림없다. 대체로 이런 의견 불일치의 결과로, 사변적 실재론은미합중국에서 <현상학과 실존철학 협회>(이하 SPEP) - 나는1993년 대학원생 시절 이후로 SPEP의 연례 총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로 대표되는 대륙철학 체제의 소수자 경향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 P22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장르의 사상 혹은 예술이 더 강력할수록 그것은 더욱더 많은 변양태를 생성할 것이다. 현상학과 정신분석 같은 20세기의 중요한 경향들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대체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여전히 해당 창시자들, 즉후설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권위에 의한 지배를 견고하게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었기 때문이다. - P23

. 객관적이고자 하는 나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내가 논의될 여타의 세 가지 철학보다 나의 철학을 선호하는 것은 명백하기에 나는 공평무사한 ‘신의 목소리‘로말하는 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여타의 철학을 얼마간 비판할 것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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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의 시대


요즘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받아들인 탓에 생활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 P131

필요가 없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결국 구매버튼을 누른다. 우리의 생활은 이런 일들로 넘쳐나고 있다. 완전히 앱에 휘둘리는 셈이다. - P131

이득 상품이나 포인트 두 배 타이밍에 신경을 빼앗기는 것도 모두 습관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퍼센트 할인‘이라는 글자에 낚여 세일 상품을 살 뻔한 적이 있다. - P132

나는 다음과 같이 실천하고 있다.

• 쇼핑하러 가는 날짜를 정해둔다.
• 자주 들여다보는 앱을 삭제한다.
• 쇼핑 사이트의 신용카드 등록을 해제한다.

모두 사소한 일이지만, 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바뀐다. - P133

생활이 과해졌다는 신호는 바로 괴로움이다. 힘들다는 감각은 그만해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P133

항상 사용하는 것을 잘 살핀다


적은 물건으로 살면서 실감하는 사실은 가진 것이 조금이면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 P134

잘 맞지 않는 상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내가 뭘 필요로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면서 비슷한 실패를 반복한다. 결국 물건은 늘어나고, 돈은 줄어든다. - P135

결국 마음에 들고, 사용하기 편하려면 같은 상품에 정착해야 하지 않을까? 멋지게 말하자면 소수 정예로 갖춰놓는다고 할 수 있다. - P137

생필품과 사치품


우리 생활 속에는 생필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치품인 물건이 상당히 많다. - P138

. 나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사치품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것은 ‘사치품=모두 불필요한 물건‘이라는 뜻이 아니다.  - P138

옷을 고르는 기준

세상에는 언제, 어디서든 대량의 옷이 팔리고 있다. (중략).
가짓수가 많으면 입기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옷은 많지만 입을 옷이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일어난다.  - P140

판단 기준이 생기고 나자 불만이 줄어들고, 곤란한 일도 생기지 않게 되었다. - P141

마음에 드는 옷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른다. 써놓고 보면 아주 평범한 말 같지만, 나 자신에게 애정이 없으면 옷에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된다. - P142

취향을 확고히 한다


문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나는 여러 방법을 시도한 결과,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으려면 가지고 있는 옷과 취향을 맞추는 것이 요령임을 알게 되었다. - P143

새것으로 사지 않는다

티셔츠처럼 해지기 쉬운 아이템은 새것으로 구매하는 편이 나을 수 있지만, 셔츠나 원피스처럼 색상이나 모양이 잘 변형되지 않는 옷이라면 재사용으로 충분하다. - P144

감사하게도 일본의 유니클로 같은 의류 매장에는 소재나 형태 등이 부분적으로 변경되어도 상품명은 똑같은 사례가 많이 보인다. - P145

중고 매장에서도 할인을 하므로 5,000원짜리 청바지나 7,000원짜리 아우터가 더 저렴해지기도 한다. 참고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원피스는 태그가 붙은 새 상품으로 5,000원이었다. - P146

전기 주전자와 밥솥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조리 기구는 소형 전기밥솥과 전기 주전자가 전부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랩이나 저장용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 P146

그런데 저소비 생활을 실천하면서 빌트인 인덕션만있어도 충분했다. (중략).
과연 월세를 5만 원 올리면서까지 가스레인지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냉장고가 필요할까? - P147

. 지금 식비는 적을 때 월 4만 원을 밑돌기도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식재료를 구매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비용 차이가 상당히 크다. 갓 만든 음식이 맛있고, 먹고 싶은 만큼만 조리하는 편이 마음이 편해서 건강함도 쾌적함도 향상되었다. - P148

먹을 만큼만 사서 만든다

냉장고에 방치된 채소나 반찬을 ‘슬슬 먹어치워야 하는데…‘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먹는 것은 정말 힘들다. - P149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을 그만둔 결과가 지금의 식생활이다. 만약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건어물을 하룻밤 불려서 국물을 낼 수도 있고, 슬슬 건조시킨 재료를 만들거나 채소 재배를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지만, 그것은 인생 후반의 즐거움으로 좀 더 미뤄둘까 싶다. - P150

몸의 소리를 듣는다

식생활을 간소하게 하면서 고려한 점은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 P151

몸은 정말로 정직하다. 식사가 맞으면 몸도 마음도 좋아진다. 맞지 않으면 분명히 몸에 이상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복잡하게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식사를 정하려고 한다. - P152

찾을 것이 없는 환경


(전략).
집에서 물건을 찾지 않으려고 나는 철저하게 소지품을 늘리지 않고, 물건의 위치를 정해놓으려고 한다. 정리법에서 흔히 보이는 물건을 숨기는 수납도 멋있지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 P153

참고로 ‘그냥 놓기‘ 방식의 세 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자주 사용하는 것은 매달아 놓는다.
2. 서랍이나 선반에는 칸막이를 해놓는다.
3. 세트로 사용하는 물건은 가까이 둔다.

이 세 가지 규칙으로 취급하기만 해도 물건 찾는 일을100퍼센트 박멸할 수 있다. - P154

어질러져 있는 것이 더 편한 사람도 있고, 깔끔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다. 생활감이 있으면 싫은 사람도 있고, 안심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같은 집안이라도 받는 느낌은 정말 제각기 다르다. - P155

메인 디시가 있는 공간


(전략). 채광, 통풍, 집세 등은 집을 고르는조건으로 중요하지만, 그만큼 그 거주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다. - P156

메인을 한두 개 명확하게 정하기만 해도 돈을 들이지않고 내가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메인의 큰 틀만 맞으면 나머지는 살아가는 동안 신경 쓰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 P157

증정용 접시와 고급 접시

예전에 잡지나 SNS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해서 의식주에 쓸데없이 힘을 주다가 배운 교훈이 있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낯선 물건은 사용하지않는다는 것이다. - P158

마음이 편한 방향과 반대로 ‘빵 축제에서 받은 접시‘를처분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려 하니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 P161

마음 편한 것을 소중히 한다

다른 물건을 사용해도 결국 같은 물건으로 돌아온다면 애착이 있다는 뜻이다. 애착이 있으므로 마음이 편해서 항상 사용한다. 익숙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 P161

자신의 만족이 세간의 기준과는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위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생활의 만족도가 오른다. - P162

그것은 돈을 들여 물건을 갖추는 일도 아니고, 불필요한 물품을 처분하는 일도 아니며, 진정으로 좋은 느낌을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 P163

Q.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서
못 버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나는 취미로 주식을 하는데, ‘내일 주가가 폭등하면 어쩌지?‘, ‘내가 사면 주가가 내려갈 거야‘라는 생각이 떠올라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략).
물건을 정리하는 일도 꽤 비슷하다. 처분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유는 시뮬레이션 부족, 생각 부족, 공부 부족이라는 세 가지 부족이지 않을까? - P165

제3장

생각과
습관을
정리한다


부드럽게 들어오는 압박

우리 주위에는 편리해 보이는 서비스나 좋아 보이는물건이 넘쳐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 P169

외부에서 ‘좋아진다‘고 하는 것을 계속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중략).
그것은 마치 "당신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강요하는 부드러운 압박과 같다. - P170

사회나 주변에서 ‘좋아진다‘고 말하는 쪽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나는 ‘좋아진다‘를 제멋대로 ‘해야한다‘로 바꿔서 들었다. (중략).
하지만 그것도 전부 내가 멋대로 믿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세상은 더 넓고, 훨씬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 P171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말 말로만 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끈질기게 탐구한다면 문득 깨달음이 찾아올 것이다. - P172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한다

(전략).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접은 자신이나 일상의 생각을 SNS에 올리면서 지금까지스스로 선택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음을 깨달았다. - P173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소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신뢰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성격이나 취향 같은 본질은 예전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P174

(전략). 원하는 이상이 확고한 사람은 멋있다. 하지만 내 이상은 늘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고 싶은 것이었다. - P175

조직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환상


나는 긴 시간 동안 고집스럽게 ‘일= 직장‘이라고 믿었다. 회사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사회 부적응자라는 생각이 들자 일하기가 싫어졌다. - P176

어딘가에 근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업무 방식의 선택지가 나에게 주어지자, 조직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거리에 나앉을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 P177

자신감을 북돋는 방법


칭찬을 습관적으로 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어려울 수있다. 좋은 칭찬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이 나열해 보면 알기 쉽다.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면 어느 쪽이 기분 좋을까? - P182

대단하다고 그저 칭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표현이 단조로워질 수 있으니 더 다양하게 나타낼 만한 단어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포인트다. - P184

스마트폰과 내면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스마트폰의 내용물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앱이나 메모를 위해 찍은 스크린샷 등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 P185

사진폴더


한 장씩 보면서 지금 도움이 되는 것, 남겨 두고 싶은것만 남긴다. 완전히 기억에서 사라졌던 이미지가 발굴되면 삭제한다. - P185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문제없이 계속 사용하려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들도 스마트폰의 정리 작업처럼 싫은 일, 안 맞는 일, 이제 필요 없는 일을 쌓아놓고 있지 않은지 정기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 P186

내면에 있는 스트레스는 스마트폰 앱과는 달리 바로지울 수 없다. 쉽게 사라지지 않거나 삭제해도 부활하는것처럼 만만치 않은 상대도 있는데,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마주해 보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간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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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X 취미 X 일상의 조합을 탐구한다


일하는 시간은 정말 길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꽤 길지만, 이전에는 매일 직장에다니며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 P107

프리랜서는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어서 자유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퇴근 시간이 따로 없어서 계속 일하게 된다‘라는 체감이 있는 데다가 회사와 달리 정기적으로 일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가할 때와 바쁠 때의 기복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 P107

나는 다양한 업무 방식을 경험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면 일하기 싫어지고 쉽게 지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 P107

흔히 일에서 한숨 돌린다고 하면 취미 생활을 즐기려고 하는데, 나는 일과 취미를 대립 관계로 의식했기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취미가 되어버려 양쪽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 P109

그런데 반대로 일상만을 지나치게 소중히 여기면 역시나 균형이 무너진다.  - P109

일, 취미, 일상의 균형에 정답은 없다. - P110

세상에 ‘워라밸‘을 실현해 낸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일과 일상을 다 해내려면 ‘일은 바쁘지만, 요리도 제대로 하는 사람‘처럼 부담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 P112

우리 생활에는 분명 나만의 알맞은 균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균형은 평생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 P114

생활의 조합을 스스로 정한다

세상에는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들 한다. 아마도 일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강요받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 P114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세상이나 누군가가 "넌 일을 삶의 90퍼센트만큼 해야 해"라고 멋대로 비율을 정해서억눌린 느낌을 받는다면 그만큼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거나 조절할 필요가 생긴다. - P115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지금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으면 돈을 낭비하거나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줄어든다. - P115

궁금한 것은
모조리 해보기


(전략).
어떻게 그렇게 되었냐면 이름하여 ‘궁금한 것은 모조리 해보기‘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시간이없다. 돈이 없다, 의욕이 없다‘고 하지 않고, 흥미와 관심이 생기는 일은 다 한다.  - P117

‘궁금한 것은 모조리 해보기‘를 하면서 흥미만 보였다가, 하고 싶다는 마음만 먹었다가 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방대한지 깨달았다. - P118

나는 이 기간을 통해 나에게 부족한 점이 능력보다추진력임을 깨달았고, 이후로 움직임이 훨씬 좋아졌다. - P119

아직 아무것도 모르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때는그것이 잘될지, 잘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 P119

제2장

의식주를
정리한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지 않는다


의식주와 물건을 정리한다고 하면 일단 줄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물건을 버리고 홀가분하게"라는 문구에 마음이 설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 P123

실한 말 같지만, 원하는 물건을 바로 사는 것은 재산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 P124

바로 사지 않는 연습


불필요한 물건이 없도록 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효율적인 물건 정리 방법은 대강 이런 순서다.


• STEP 1. 새로 들이지 않는다.
• STEP 2. 확실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처분한다.
• STEP 3. 사용하는 물건을 조금씩 정리한다. - P125

우리는 쇼핑이 점점 더 간단하고 편리해지는 세상에살고 있다. 수중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나 후불을 이용하면 지불을 미룰 수 있다. - P125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실제 매장에서도 자택 배송, 포인트 적립 서비스, 쿠폰 배포, 사은품 증정 등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서비스가 앞다투어 우리를 기다린다. - P126

바로 사는 습관에서 있는 물건으로 지내는 습관으로서서히 옮겨가면 지출도 줄어들고, 불필요한 행동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어진다.  - P127

큰 변화는 가성비가 나쁘다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물건이 확 늘어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지출 내역을 살피며 내 씀씀이를 되짚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몹시 지루한 상황에서 생긴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가 대부분이었다. - P127

사실 물건의 위치나 사용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면이미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 바로 구매하는 것이 습관인 경우, 현재 상황을 바꾸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결국 물건을 늘린다. - P128

정말로 바라는 것


바꾸고 싶다는 의욕이 끓어오를 때일수록 아주 냉정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평소 생활에서 뭔가를 바꾸고 싶을 때는 도대체 언제일까?  - P129

갖고 있는 물건으로 생활하려면 사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필수다. 바꾸고 싶다는 기분은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거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에너지도 되기 때문에 중요한 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생각하지 않고쇼핑으로 발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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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5



완벽에의 강박

우유부단함이
우리를 어리석게 만든다


관계의 예


옛사랑과
새로운
사랑



(전략) 단순한 질문이지만 인간은종종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 대면한다. (중략).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괴로워하는 것이다. - P172

결정 장애는 대부분 내면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으며 심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슴이 답답하거나 위장 장애, 두통, 몸살 등의 징후를 동반하기도 한다. 내면의 괴로움은 갈라진 목소리나 피부 트러블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P174

예전처럼 사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그렇게 우유부단할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손에 쥔 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 P174

일과 공부


완벽주의는
그만


끊임없는 개선의 회로


이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감각생리학 교수의 예를 들어보자. (중략). 교수의 목적은 가능한 한 완벽한 논문을 써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먼저 써놓은 내용을 다시 새롭게 고쳐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 P176

종종 이러한 망설임은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과 맞물린다. 완벽한 내용을 제출하려는 것은 좋다. 하지만 한 치의 결함도 없는 작업이란 있을 수 없으며 모든 자료와 최신 정보를 담은 학술 논문을 쓴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 P177

조언!
파레토의 법칙을
기억하라



논문을 쓰든 프로젝트에 참가하든일에 관한 것이라면 파레토의 법칙(‘80대 20 법칙‘이라고도 하며 ‘어떤 현상의 80퍼센트는 20퍼센트의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옮긴이)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P177

(전략). 그런데 종종 목표에 이르기위해서는 100퍼센트에 이를 필요도 없이 80~90퍼센트 선에서 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압박감을 덜 느끼고 약간 모자라는 상태에 만족하는 법을 깨우치게 되며 일을 끝내고 시작하는 것이 더 쉬워질 수 있다. - P178

두뇌 탐험

우리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일단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직관이다.  - P178

그렇지만 사실과 직관, 이 두 가지 모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두 체계를 분리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작은 결정에 관해서는 순수하게 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기가 쉽다. - P179

머리와 가슴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를 결정하는 데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골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볼 수 있다. - P180

초급 골퍼와 프로 골퍼에게 똑같이 3초 안에 샷을 하라는 요구가 주어졌다. (중략). 경험이많은 골프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을 평소와 마찬가지로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 - P180

심리학자인 게르트기거렌처 Gerd Gigerenzer는 《위험: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하는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린다. 경험이 풍부할 때 직관은 아주 유용하지만 경험이 적을 때는 그렇지 않다. - P180

직관의 합리적인 균형이 두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1848년심한 사고로 머리를 다친 미국의 철도 노동자 피니어스. P. 게이지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 P181

게이지에게 일어난 극단적인 성격 변화를 정확하게 기록한 자료는 이후에 그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게이지의 사후에 두개골에 남겨진 구멍을 보고 연구자들은 두뇌의 부상 부위를 확인할수 있었다. 손상을 입은 부위는 안와전두피질과 대뇌 전두엽 부분이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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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반은 끝나고 드릴게요. 다 그렇게 한다고 들어서요."
역시, 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이 여자는 당분간 절대 자살 같은건 안 하겠구나 싶었다. (후략). - P22

여자가 건네준 파일에는 ‘가영‘이 엄마와 연락이 끊긴 이후 대충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사진과 주소, 신상명세들이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다. - P23

제일 앞 페이지에 나온 사람의 이름은 ‘김지훈‘이다.
(중략). 최근에 노예니 뭐니 하는 텔레그램 ‘성 착취 방‘의 가해자로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내용도 있었다.  - P23

너절한 오피스텔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사양의 컴퓨터가 여러 대 있었고 그 옆으론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여러 개 쌓여있었다. 딱히 열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P23

음, 죽여 마땅한 놈이다. - P24

 ‘기생오라비‘처럼 반반하게 생긴 얼굴에 기름이 낀둔탁한 눈빛으로 바스락거리는 정크푸드 봉지를 들고 더스티 핑크가 들어왔다. 나는 빠르게 침대 아래로 숨었다. - P24

"제, 제가 안 죽였어요!!!"
아, 지겨운 레퍼토리.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이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불태워야만 죽이는 건가? - P25

"저, 저는 가영이 못 본 지 진짜 오래됐어요. 진짜예요. 걔가 지, 진짜 주, 죽었으면, 가영이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니까요!"
아, 어머니. 조금만 더 돈을 마련해 오시지. 그럼 이놈도 저놈도 다 죽였을 텐데. - P25

놈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더스티 핑크의 내장을때려 부수는 대신 그의 컴퓨터를 때려 부순 뒤 쌓여있던 하드디스크들을 들고나왔다. 그리고 가게에 굴러다니던 네일 폴리시 배송박스에 하드디스크 하나를 넣고 포스트잇에 놈의 인적 사항을 적어 경찰서로 보냈다. - P26

(전략). ‘주민호‘. 그게 가영을 ‘넘겨받은 놈의 이름이었다.
주민호는 의사였다.  - P26

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다. 아. 그동안 놈들이 하고 다녔을 일들이4K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 두 놈이 함께 가영을 그 외딴창고로 끌고 간 것일까? - P27

각종 수상한 약품들이 가득 찬 서랍도 있었다. (중략), 대개 이런 짓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놈들의 얄팍하고 제한적인 우정이라도 꽤 길게 가는 경향이 있었다. - P27

(전략). 비록 1인분의 돈을 받았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상 1+1 같은 것이라서 여자에겐 비밀로 하고 둘을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테니까. - P28

팔을 뒤로 결박당하고 있는데도 놈의 말투는 차분했다. 꼭 진료실에서 만나는 의사 선생님 같은투로, ‘가영이‘란 이름을 부를 때는 마치 다정함을 담기라도 한 듯특히 더 느끼했다. - P29

"난 여자 안 죽여. 왜 죽이겠어."
메탈릭 네이비가 다시 한번 심야방송 남자 디제이 같은 말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 말이 너무 진심인 것이 느껴져서, 너무 진심으로 욕지기가 솟았다. - P30

‘박동현‘, 그것이 가영과 함께 사라진 남자의 이름이었다.
그는 울산의 대형 학원에서 일하는 국어 강사였다. (중략). 흥신소에 따르면 ‘사람이 서글서글하고 착하다는 평판‘이 있다고 했다. - P30

. 여기까지 읽으니, 왠지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는 베이비 블루 색이 떠올랐다. 순진한척하지만 교활한 이중적인 느낌이 닮았달까. - P31

. 겉으로는 수줍은 척, 숙맥인 척하지만 자기가 채갈 수 있는 그 좁은 영역에 떨어지는 고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 섹스에 밥도 청소도 빨래도 다 해줄 테니까, 이런 남는 장사가 없었겠지. - P32

게다가 이런 자식들이 외롭다고 말하는 건, 그냥 거기가 근지럽고 심심하다는 뜻이다. - P32

이 사회의 ‘승자‘가 되지 못한 분풀이를 자기보다약한 존재에게 해야 하니까. 그건 많은 경우, 옆에 있는 여자이고. 아아, 죽여 마땅한 놈이다. 집 여기저기 어설프게 보수한 흔적이보이는 건 베이비 블루가 성질나는 대로 이것저것 집어 던진 결과겠지. 성질내는 이유는 뻔하다. 이를테면…. - P33

아.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나는 그만 놈의 팔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조금, 프로답지 못했을지도. 하지만 뭐, 그의 말처럼 죽진 않으니까. 그 정도면 자비를 베푼 셈이다. - P34

슬픔 때문인 척하지만, 사실 저건 내가 부러뜨린 팔이 아프기 때문이다. 잠시 보다가 퍽,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 발길질했다. 아, 추한 것을 보면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 P35

같지는 않다. 그는 올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고 결혼도 했는데, 아내의 직업은 검사였다. 아내 아버지의 직업도 전직 검사였다. (중략). 겉으로는 점잖고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둡고 재수 없는 음험한 색. 나는 배준호를 딥 그린이라 부르기로 했다. - P35

어느새 여자가 준 파일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그렇다면 역시 딥그린이 가영을 죽인 것일까. 목적도 확실해 보인다. 어쩌면... 가영이 임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 P36

딥그린은 화장실 벽에 고개가 처박힌 상태로도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자신이 가영을 믿고 편찮으신 장인어른의 관리를 맡겼는데 장인어른이 실종되었고, 책임을 추궁하려 했더니 가영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 P38

다시 찾아간 더스티 핑크의 오피스텔은 텅 비어있었다. 경찰들이 그렇게 빨리 움직인 건가? 에이 설마. 부동산 아저씨에게 비타민 음료를 건네고 들은 이야기. 놈이 며칠 전 방 안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이제 진짜로 좆됐다 싶어서? 그럴 리가. - P40

메탈릭 네이비의 아파트. 역시 이사가 한창이었다. (중략).
아.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설마 그 리클라이너도 니가 가져갔냐? 갑자기 확 약이 올랐다. - P41

. 아, 벌써 죽은 건가. 그린씨는 평생쉽게 살아서 그런가, 끈기가 부족하네. 아니 어쩌면, 이 친구가 내생각보다 유능한 것일지도. 그러니까, ‘가영‘이가. - P42

"불에 탄 거, 치매 할아버지였구나"
그러자 가영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상큼하게 넘기면서 대답했다.
"좀 걱정했는데, 면허증 놓은 게 그래도 통했네. 경찰들이 멍청해서 살았지. 할배가 워낙 왜소해서 덩치는 비슷했어" - P42

아, 근데 아까부터 자꾸 약 오르네. 이쪽에도 천부적인 재능이있어. 사람 목 조르는 거만큼.
"어머니가 슬퍼하시는 거 알잖아"
"이렇게 살아있는 거보다는, 그렇게 죽어있는 걸로 아는 게 엄마 마음이 더 낫지 않을까?"
흠. 그 역발상의 효심에는 조금 감탄했다. - P43

"너, 나랑 일 같이 하자."
(중략).
"네일, 실컷 해줄게. 니가 해달랄 땐 언제든."
어느덧 자영업 5년 차, 이제 슬슬 사업을 확장할 때도 됐지.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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