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딜런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이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괴롭히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니, 바로 뒤이어서 학교 운동 경기 도중에 어떤 아이들이 담배꽁초가 가득한 탄산음료 캔을 자기한테 던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런 친구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다른 차에 탄 아이들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유리병과 쓰레기를 자기들한테 던졌다고 했다.(라킨은 사회적지위가 낮은 아이들에게 차에서 쓰레기를 던지는 일이 아주 흔했다고 한다.⁵³) 한아이가 체념한 듯한 말투로 겁에 질린 전학생을 달랬다고 한다. "익숙해질 거야. 원래 늘 그래." - P307

53. Larkin, p. 91. - P458

우리는 딜런의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2011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에 따르면⁵⁴ 전국 고등학생의 20퍼센트가 조사 전 30일 이내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일이 있다고 답변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의 비율은 더 높았다. - P307

54.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Youth Risk Behavior Surveillance-United States, 2011,"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SurveillanceSummaries, vol. 61, no. SS-4 (2012), www.cdc.gov/mmwr/pdf/ss/ss6104.pdf - P485

괴롭힘과 우울증, 자살 사이에도 강한 연관성이 있다.⁵⁷ 괴롭힘의 대상이나 주체나 둘 다 우울증,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위험이 높아진다. 예일대학교 연구에서 괴롭힘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할 확률이 다른 아이들보다 2~9배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괴롭힘과 타인에 대한 폭력의 연관성은⁵⁸ 더 복잡한 문제이기는하나 여기에서도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 P308

57. B. Klomek, F. Marrocco, M. Kleinman, I. S. Schonfeld, and M. S. Gould, "Bullying, Depression, and Suicidality in Adolescent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vol. 46, no. 1 (2007): 40-49.
Y. S. Kim and B. Leventhal, "Bullying and Suicide," International Journal ofAdolescent Medicine and Health, vol. 20, no. 2 (April June 2008): 133-154.

58. T. R. Nansel, M. D. Overpeck, D. L. Haynie, W. J. Ruan, and P. C. Scheidt,
"Relationships Between Bullying and Violence Among US Youth," Archivesof Pediatric and Adolescent Medicine, vol. 157, no. 4 (2003): 348-353, doi:10.1001/archpedi.157.4.348. - P459

의사가 환자의 우울증 증상과 자살 성향을 일상적으로 가려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교사, 상담교사, 코치 등이 중요한 감시자가 될 수 있다. 리빙웍스의 실용적 자살 방지 기술 훈련
‘ASIST‘ 같은 문지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 충동에 끝없이 시달리는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개입하면 생명을구할 수 있다. - P310

(중략)
이게 역설 가운데 하나다. 우울에 시달리는 십대 아이들이 상냥하게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한다면 도와주기도 더 쉬울 것이다. 우울증 안내 책자 사진처럼 깔끔하고 예쁘장한 외모에 주먹으로 턱을괴고 슬픈 듯한 눈으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는 막상 만나면 불쾌할 때가 많다.  - P311

살면서 어떤 깨달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기도에 응답이 있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는 것 같은 때에는 더더군다나 예측하기 어렵다. 그때에는 딜런이 다이버전에 들어가게 되어 감사했다. 하지만 지금은 딜런을 청소년 교정시설에 보냈더라면 딜런의 목숨도, 딜런이 앗아간 목숨들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P317

바깥세상과의 관계도 삐걱대는 듯했다. 절도 사건이 있고 일주일쯤 뒤에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딜런은 그 일을 싫어했고 유니폼이 꽃무늬 셔츠라 질색을 했다. 당연히 태도가 엉망이었고 금방 해고되었다. 그러더니 과속을 해서 딱지를 받았다. 또 얼마 안지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집에 오는 길에 신호위반을 하고달리다가 딜런이 체포된 날 심문을 했던 경관에게 딱지를 받았다. - P318

체포 한 달쯤 뒤에 나는 해리스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들에게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서 양쪽 집에서 아이들에게 내린 처분을 맞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해리스 부인과 두 아이를 떼어놓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의논했다. 해리스 부인은 에릭의 분노 폭발에 대해 말하며 바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도 딜런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닐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 P319

그래도 3월에 드디어 다이버전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그제야 한결마음이 놓였다. 입소 설문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긴 목록에서 자기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르게 했다. 에릭은 분노, 자살 생각, 살인생각 등 여러 군데에 체크 했지만 딜런은 단 두 군데에만 체크했다.
돈과 일자리입소 과정에서 가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평가가 이루어졌다. - P320

나중에 이 기록이 우리가 위험한 징후를 무시하고 공격적 성향을 방치하여 폭력적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때에 나는 딜런을 맡은 전문가들이 딜런에게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딜런의 최악의 면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 P320

 다이버전 상담 때 딜런은 형을 좋아하긴 해도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런은 이때 술을 "두어 번 마셔봤다"고 말했지만, 일기를 보니 상당히 많이 마시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딜런이 죽은 뒤에 인터넷 등에서 딜런이 쓰는 별명이 ‘VoDKa‘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드카에서 자기 이니셜인 D와 K를 대문자로 쓴 것이었다. - P321

비극적 사건으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에 대기실에서 육아 잡지를 펼쳤는데 "윤리적 육아 퀴즈가 나와 있었다. 질문 열 개에서 내가고른 답이 한 문제만 빼고 전부 "옳은 선택"이었다. 틀린 문제는 "아이의 사적인 일기를 읽나요?"였다. 육아 잡지에서 말하는 맞는 답은
"아니오"였다. 딜런이 살아 있을 때에는 나도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대답할 수 없다.
아이들 방을 뒤지고 일기를 읽는다면 아이들이 배신감을 느낄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감추고있을 수도 있다. - P322

그해 다이버전 프로그램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딜런은 상담,
분노 조절 훈련, 윤리 교육을 받았다. 사회봉사 활동도 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도 마련해야 했고 정기적으로 약물 검사를 받았다.
우리는 딜런이 막중한 처벌을 받으면서 자기가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깨닫기를 바랐다. - P323

에릭은 증오 발언과 폭력적 이미지가 가득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거기에 브룩스를 위협하는 글을 적고 브라운네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써놓았다. 나는 콜럼바인고등학교가 총격을 당한 그날 오후 이전에는 에릭의 웹사이트에 대해 몰랐다. 하지만 딜런은 알았고, 에릭과 다이버전 프로그램 입소 면담을 받기로 되어 있던 날 전날에 브룩스에게 웹사이트에 대해 귀띔해주었다고 한다. - P324

에릭의 웹사이트를 몰랐던 게 뼈아픈 후회거리다. 부모들끼리 서로 불편하더라도 정보를 교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주디가 나에게 웹사이트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납득이 간다. 두 아이가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고 경찰이 그 문제에 손을 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 P324

딜런이 체포된 뒤에 우리가 정한 한계가 딜런에게는 지나친 제약으로 느껴졌는지 우리에게 짜증을 자주 부렸다. 다이버전 프로그램의 검사에서 심리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딜런의 짜증을 참으며 최대한 가족 활동을 함께하도록 달랬다. - P325

3학년 말이 되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딜런은오후와 저녁 시간을 학교 연극 「비소와 낡은 레이스」 리허설을 하며보냈다. 우리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딜런은지쳤다며 대학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 P326

그해 봄, 딜런과 나는 평생 최악의 말다툼을 했다. 그날은 어머니날이었다. 우리가 같이 보낸 마지막 어머니날이었고,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무엇 때문에 폭발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한 해 동안 두 아이 다 걱정을 끼쳐서 속상했고, 딜런이 계속 부정적인 태도로 버릇없이 굴어 화가 났고, 딜런이 어머니날을 잊어버렸다는 것에 속으로 상처를 입었다. - P326

지금 생각하면 딜런의 3학년 생활에 우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배경에는 톰의 병, 재정적 불안, 나와 톰과 바이런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이런 요인들은 취약한 사람의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 - P328

그러니 부모가 흔한 청소년기의 행동(게으르다. 태도가 까칠하다. 감정기복이 심하다)과 우울증이나 다른 병의 지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사례로부터 어떤 행동이나 말이 걱정할 만한 상태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사실 행동의학 분야에는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큰 문제들이 있다. - P329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에릭의 부모님은 체포 뒤에 에릭을 정신과의사에게보였고 투약도 시작했다. 그래도 에릭이 1999년 4월 20일 사건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 P331

요즘에 옛날 일기를 넘기다가 "딜런에게 고양이 밥 주는 것 잊었다고 일러줬더니 짜증을 낸다." 등의 글귀를 보면 머리 한 구석에서이런 외침이 들려온다. ‘어떻게 그걸 그냥 넘겼어?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우울증이 짜증으로 나타난다는 걸 몰랐니?‘ 나는 몰랐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도 미국 어딘가에서 평범한 엄마가 십대아들이 고양이 밥 주는 걸 잊어버려 배고픈 고양이들이 아들 언저리를 맴도는 걸 보고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고 있을 거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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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사회의 특징 2 - 가부장제

그러나 ‘인류‘가 항상 전쟁을 일으켜 왔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잘못된 주장이다. 실제로는 인류의 절반, 즉 거의 남성들만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 P22

사회학자 스티븐 골드버그가 《가부장제의 필연성 The Inevitabi-lity of Patriarchy》¹²에서 주장한 것처럼 가부장제 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는 필연적이며, 남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 P22

12) Goldberg, 1973. - P411

구석기시대에서 초기신석기시대 사이 인류 사회의 문화적 관습을 담은 미술품들을 보면 남성의 지배를 나타내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¹³ - P22

13) Eisler, 1987; Gimbutas, 1991; DeMeo, - P4111

무엇보다 가장 소름 끼치는 일은 일부 문화권에서 인류학자들이 의례적 과부 살해(또는 의례적 과부 자살)라고 부르는 악행이다.
남편이 사망하면 그 즉시 부인을 살해하거나 또는 자살하게 종용하는 행위는 20세기까지 인도와 중국에서 성행했다. - P23

 예를 들면 9세기 동안 유럽에서는 주로 여아 살해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3대2였다. 14세기에 들어서 이 비율은 더 높아져서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은 172대 100이었다.¹⁷ 마찬가지로 한 학자에 따르면 19세기 중국 일부 지역들에서는 여아의 4분의 1이 태어나자마자 살해됐다.¹⁸ - P24

17) DeMeo, 1998.
18) Lenksi, 1995. - P411

인류 사회의 특징 3 - 사회적 불평등


불평등과 사회적 억압은 먼 과거의 인류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또 현존하는 많은 원시 토착민 사회에는 계급이나 카스트가 없고, 식량과 재화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고있으며, 민주적인 정책 결정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P25

이와 비슷한 사회구조가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시아 전지역에서 작동했다. 국가 인구의 1~2퍼센트에 불과한 소수의 특권층이 국가의 부와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며, 국가의 정치적·경제적·법적 결정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사회학자 제라드 렌스키의 조사에 따르면 선진 농경사회의 지배자와 통치계급이 기원전 1000년경부터 19세기까지 유럽·아시아·중동 지역을 지배했으며, 이들이 전체 국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전형적인 현상이었다.²¹ - P26

21) Lenski, 1995. - P411

통치계급은 국가의 토지와 부의 대부분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지배하는 농민들도 실제로 소유했다. 이 농노 제도는 유럽에서, 특히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일반적이었다. 절대다수의 인민들은 실질적으로는 노예였으며, 지주의 허락 없이는 결혼도 할 수 없었고, 사는 곳에서 떠날 수도 없었다. - P26

 지주들은 높은 지대, 높은 비율의 세금, 막대한 이자율, 헌금, 벌금 그리고 의무적인 선물 등을 강요해 농민들을 무지막지하게 착취했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재화 가치의 최소한 절반을 - 보통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내놓을 수밖에 없었다.²⁴ 그 결과 주인들은 사치품과 여가를 즐기게 된 반면, 농민들은 극도로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살아갔으며 굶어 죽는 일도 허다했다.
여성 농민들이 지주들에게 강간당하는 일도 자주 발생했으며, 지주들이 농민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 이산가족으로 만드는일도 다반사였다. - P27

24) Lenski, 1995, - P411

중세 영국의 법적 문서에서는 실제로농민의 아이들을 "새끼"나 "깔개" 등으로 표현했다. 유럽, 아시아,
미국에서는 농민들을 가축과 동일한 범주로 등록한 부동산 문서들도 발견되었다.²⁵
도대체 인간은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러한 사회 병리 현상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나머지 우리는 이런 것들이 얼마나 기이한지, 얼마나 광기 어려 보이는지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 P27

인류의 내면적 고통

이 모든 내용이 그 자체로 이미 끔찍하게 느껴지겠지만 이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 서로에게 가하는 사회적 고통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그러나 인류는 지성과 창조성을 위해 또 다른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또 다른 고통, 즉 정신적 고통이다. - P28

행복은 주관적인 상태다. 그러니 누가 행복을 경험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의 인류와 최근까지 살아남은 원주민들은 우리보다 더 평화로운 정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많은 인류학자는 원주민들이 평정심을 갖고 만족감을 느끼며 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 P29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의 저자인 진리들로프도 남아프리카의 "타우리파 인디언들이 내가 본 이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썼다.²⁸
도대체 인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떤 순간 인류에게는 거대한 변형이 일어난 듯하다. 마치 인류의 마음속에서 정신병을 옮기는 벌레들로 가득한 깡통이 열린 것처럼.

**미국의 작가 진 리들로프가 남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1975년에 출판한 책으로 인간이 최적의 육체적·정신적·감정적 상태로 발달하려면 아기일 때 어머니의팔에 안기고, 함께 잠자고, 모유 수유 등의 체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세기 3대 육아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는 등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 P30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외계인들은 우리가 자신이 무력하지 않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가 틈날 때마다 SNS를 들여다보고, 쉴 새 없이 친구와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잠들기 직전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수년 전에 은퇴했을 수도 있었던 부유한 사업가가 여전히 주 60시간 일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 P31

왜 인류는 항상 뭔가를 해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 걸까? 왜 사람들은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방 안에앉아서 동영상이 나오는 화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나머지 시간은각종 활동과 오락거리들로 채우는 걸까? - P31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실업자들에게서는 우울증, 자살, 알코올 중독의 비율이 높고, 건강 문제도 많으며, 사망률도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³⁰ 은퇴한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퇴 직후 잠깐은 마치 짧은 신혼여행 같은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곧이어 공허감을 느끼거나 자신감을 상실하고, 일반적으로는 우울함을 느끼는 각성의 시간이 뒤따른다.³¹ - P32

30) Argyle, 1989; Raphael, 1984.
31) Argyle, 1989; Atchley, 1985.

우리가 실업자가 되거나 은퇴하게 되면 매일 8~9시간가량 해왔던 자동적인 행동이나 오락을박탈당한다. 그 결과 우리는 외부에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우리의 주의가 내면으로 향함으로써 정신 내면에 있는 일종의 근본적인 불화 또는 불만족과 대면하게 된다. - P32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자들이 신경쇠약 증세가 일요일 아침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사실과도 들어맞는다. 이는 일요일 아침이 일주일 중 활동과 오락이 가장 적은 시간이어서 우리 외부에 주의를 기울일 기회가 평소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 P33

소유를 향한 열광

왜 인간들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
또 대부분 자신에게 별다른 기능을 선사하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새 옷, 새 보석, 새차, 새 가구들을 사는 데 열광하는가? 작은 집,
작은 차, 작은 가구가 사람들의 사는 목적에는 잘 맞는데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호사스러운 큰 집에서 살고 싶어 하고, 비싼 차를몰고 싶어 하고, 사치스러운 가구를 들여놓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가?

시팅 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인들은 뭐든지 만들 수 있지만 분배할 줄은 모른다. 그들의 소유에 대한 사랑은 질병이다. 그들은 지배자인 부자에게 바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거둬간다. 그들은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웃을 울타리로 막는다.³⁴

이처럼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면 많은 사람이 성공하거나, 다른 사람의 칭송을 받거나, 존경받는 일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의아해 보인다.

*아메리카 인디언 수족의 추장으로 미국 카스터 장군이 지휘한 기병대를 격파한 일로 유명하다. - P34

그리고 이 결핍의 끝없는 순환은 우리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일어난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욕망이 실현될 때마다 그 욕망은 거의 즉각적으로 새로운 욕망으로 대체된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 내부에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고문하는 내면적인 불만, 일종의 정신적 불화가 존재하는 듯하다. - P35

 예를 들면 지난 수천 년간 인류 역사를 관통해 온 인간의 육체와 성에 대한 적대적이고 죄의식으로 가득 찬 태도, 자연으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자연을 지배하려는 욕망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파괴는 인간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일 것이다. - P36

그래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진화심리학자들(전쟁과 가부장제는 자연도태와 자웅도태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물리학자들(전쟁과 가부장제는 호르몬과 뇌의 화학물질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인간은 천성적으로 폭력적이고, 가학적이고, 만족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 P37

04
타락하지 않은
사람들

기원전 300년까지 부성선호사상은 유라시아 전역을 완전히 석권했다. 기원전 1200년대에 비커인들이 영국에서 건너가면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에도 부성선호사상이 전파됐다. 동쪽의 끝자락인 일본에도 기원전 300년 야요이 문화*인들이 모성선호문화였던 조몬과 아이누**를 정복함으로써 부성선호사상이 전파되었다.


*한반도와 중국에서 건너간 세력이 형성한 문화로 수도작 농업을 시작하고 금속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석기 문화였던 이전의 조몬 문화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 홋카이도에 사는 소수민족 - P78

애버리진

얼핏 보면 애버리진 사회는 가부장제의 특징을 나타내는 듯하다. 남자는 한 명 이상의 부인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부인을 한 명만 둔다. 애버리진 사회의 일부다처제는 경제적·사회적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로, 이슬람 사회의 일부다처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왜냐하면 애버리진의 관습에서 남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만 결혼할 수 있어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기 때문이다. - P80

물론 이러한 결혼이 사하라시아 문화의 특징 (특히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문화)인 여성들을 성적으로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P80

아메리카 원주민-이상징후

다양한 아메리카 원주민 종족이 일반적으로 모성선호적이며 평화롭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중략)
그러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이런 이미지는 수족. 샤이엔족 포니족 같은 18세기와 19세기의 대평원 인디언들이 지닌 하나의 인디언 문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P81

 대평원의 인디언들은 확실히 폭력적이었다. 그들은 유럽인들을 상대로만 투쟁한 것이 아니라 다른종족들과도 부단히 싸웠다. 100년 동안 대평원 지역은 부족 간의충돌이 극심한 곳 중 하나였다.⁵ 동시에 그들은 상당히 높은 정도로 사회가 계층화되었다. (중략)
그러나 대평원 인디언들을 아메리카 원주민 전체의 전형이라고 보는 것은 큰 실수다. 그들의 문화는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결과 나타난 인위적인 발전에 따른 것일 뿐이다. - P82

02 타락 이전 시대

5) Ryan, 2003. - P411

남아메리카의 가장 유명한 세 문명인 잉카마야. 아즈텍문명은 모두 유럽·중동·아시아의 부성선호적인 문명과 매우 흡사하다. 이 문명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마야문명은 복잡한 상형문자, 고도의 수학적·천문학적 지식 그리고 오늘날 현재 세계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그레고리력*보다 훨씬 더 정밀한 달력을 개발하였다. - P83

그보다 1,000년가량 후에 번영하기 시작한 잉카문명은 포장도로와 현수교를 건설했으며, 거대한 돌을 깎아서 대규모 사원들,
요새, 궁전들을 세웠다. 그들도 거대한 피라미드와 정교한 무덤을건설하였다. - P83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농업, 전쟁, 역사, 종교를 가르쳤으며, 특수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성직(聖職)을 가르쳤다. 비슷한 방법으로 잉카인들도 그들의 거대한 제국을 4개 지역으로나누었다. 각각의 지역은 다시 주로 나뉘었다. 각각의 주에는 수도가 있었으며, 다시 두세 개의 자치구로 세분화되었다.
그러나 사하라시아인들처럼 이들의 창의성과 실용성은 어두운 면과 균형을 이루었다. 문명을 일으킨 정신이 고강도 전쟁, 사회적 계급 분화 그리고 가부장제를 낳았다. 이 사람들도 구세계의 부성선호적인 사람들과 같은 권력과 부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제국 건설에 대한 본능도 가지고 있었다. - P84

그러는 동안에 아즈텍 문화는 매우 높은 수준의 야만성과 잔인한 특징을 보였는데 나중에 이를 정복한 스페인 병사들조차도 그들의 일부 관행에 대해 충격받을 정도였다. 대평원 인디언들처럼 아즈텍인들도 장기간의 싸움을 벌이지는 않았으며, 대규모 사상자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 P84

(전략). 이 문명들은어마어마하게 부유하고 강력한 왕이 지배했으며, 특권 귀족과 성직자의 계급이 있었고, 계급의 맨 아래에는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엄청난 수의 노동자와 노예가 있었다. 앨빈 M. 조세가 잉카에 대해 설명한 대로 "귀족계급은 당당하고 화려하게 살았다.
그들의 집과 개인적은 소지품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치스러웠으며, 음식, 서비스, 다량의 재화들이 장인들이나 평민들에 의해 제공됐다."⁷ 그러나 이 문화들은 사하라시아인들처럼 여성들에게 억압적이지는 않았다. - P85

7) Ferguson, 1997, p.333.

그러면 이 사람들은 왜 유럽과 아시아의 사하라시아인들과 비슷해졌을까? 하나의 가능성은 환경적 요인이다. - P86

마야 - 그리고 그들의 후손인 아즈텍인들의 부성선호사상은 설명하기가 좀 더 복잡하다. 이 문명들이 발전한 지역은 광범위한 열대우림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메오가 지적한 대로 고고학적 기록들은 "많은 메소아메리카*의 집단이 - 특히 아즈텍인들 원래는 그들 역사상 최소한 한 번은 사막 환경에서 이주했음"을 보여준다.¹⁰ - P87

10) Gabriel, 1990, p.21, - P411

이 부성선호사상은 유럽인들이나 다른 부성선호적인 사람들과의 접촉에 따른 문화적인 혼돈의 결과일 수 있다. 지바로인들은 수세기 동안, 처음에는 잉카인들에게, 그다음에는 스페인에게끊임없이 공격을 받았으며 그 결과 좀 더 공격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퍼거슨이 지적한 대로 야노마모족도 1700년대부터 유럽인의 침입에 대처해 왔으며, 그들의 전쟁도 유럽인들의 주둔과 긴밀하게 연관돼 왔다. - P88

 대평원 인디언들은 끊임없이분쟁을 벌이고, 자신들 지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지만 여전히모계중심적이었으며, 처가중심적이었다. 우리가 앞서 주목한 대로 아즈텍인들은 가부장적이지 않았기에 여성들이 성직자가 될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그들의 정치기구는 ‘사람들의 우두머리‘
가 궁극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민주적이었다. - P90

타락한 사람들과 타락하지 않은 사람들 간의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종교에 대한 관념이다. ‘타락한 종교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지배하는 의인화한 신들에 대한 숭배에 바탕을 둔다. 반면
‘타락하지 않은‘ 종교는 세상과 세상 모든 사물에 들어 있는 영적인 힘에 대한 인식과 세상은 수많은 개별적인 영으로 충만하며,
이것들은 종종 자연현상과 결합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평원 인디언들의 종교는 근본적으로 타락하지않았다. - P90

아메리카 원주민 - 일반적인 패턴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일반적인 모성성호 문화에서 고립된 몇몇 부족에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다. 드메오의 주장대로 이러한 각 지역은 일반적으로 평화적인 모성선호문화 가운데에서 상대적으로 전투적인 부성선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¹⁹ 인디언 부족의 절대다수는 원래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었으며, 가부장적이지 않았다. - P91

19) Barnard and Woodburn, 1988. - P412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사람들이 완벽하게 평화적이었다고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웃한 종족들과의 충돌도 자주 일어났으며, 때로는 소규모의 접전을 벌이거나 공격으로 이어지기도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대평원 인디언들 사이에서 항상 발생하는 충돌과는 다르며, 사상자들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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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에마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 한편, 예전에는 그녀를 볼 때마다 얼마나 달콤하고 몽롱하고 뜨거운 느낌이었는지 떠올리고는 우울해했다. 정말 그랬다. 전에는 모든 것이 전혀 달랐다. 훨씬 더 아름다웠고, 훨씬 더 즐거웠으며, 활력도 훨씬 넘쳤다! - P156

(전략), 저녁이면 나숄트네 집 현관에 앉아 리제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가리발디라고불리던 이웃 노인 그로스요한이 살인강도인 줄 알고 한참 동안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일 년 내내 매달 무언가에 빠져 지냈다. 때로는 풀 베는 일에, 때로는 클로버 수집에그러다 다시 낚시나 가재잡이에 빠져 지냈다가 홉 수확철, 자두 수확철, 감자 굽는 철, 타작철이 오기를 기다렸으며, 중간중간 찾아오는 일요일과 축제일을 고대했었다. - P157

이제 그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리제 곁에서 보내던 저녁 시간이 다음에는 일요일 오전의 금붕어잡이 놀이가 사라졌고, 그리고 동화책 읽는 시간이, 홉 수확과 정원의 물레방아가 차례로 사라졌다. 아,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걸까? - P157

억압받고 기만당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오랫동안 갇혀 있던샘물처럼 끊임없이 샘솟았다. 한스는 기억 하나하나에서 그 시절에 실제로 느꼈던 것만큼 뜨거움과 열정을 경험했다. - P158

오래된 돌다리 근처 한스의 집은 매우 다른 모습의 두 길이만나는 모퉁이에 있었다. 두 길 중 한스의 집이 속한 길은 마을에서 가장 길고 넓은 중심 거리인 게르버 거리였다. - P158

게르버 거리에는 관청 건물이 전혀 없었지만 웅장한 문이 달린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저택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들, 호감을 주는 밝은 박공지붕들을볼 수 있었다. 집들이 거리 한쪽에만 늘어서 있고 맞은편에는통나무 울타리 아래로 강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친근하고 쾌적하며 밝은 느낌을 주었다. 게르버 거리가 길고 넓은 데다 밝고 웅장하며 고상했다면 매의 골목은 정반대였다. - P159

갓 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한스는 매의 골목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남루한 차림의 불량한 금발 소년 무리와 함께 그 골목에서 유명했던 로테 프로뮐러가 들려주는 살인 이야기를 듣곤 했다. 로테는 작은 여관 주인과 함께 살다가 이혼하고 오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여자였다. 젊은 시절에는 대단한 미인으로 많은 공장 노동자들을 애인으로 두고 있어서 그녀를 놓고 갖은 추문과 칼부림이 일어났다고 한다. - P160

여덟 살 소년 한스는 그곳에서 핑켄바인 형제를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엄하게 금지했는데도 한스는 그 형제와 일 년가량 우정을 맺었다. 두 형제의 이름은 돌프와 에밀이었다. 골목소년들 중 가장 약아빠진 그들은 과일을 훔치거나 숲에서 소소한 불범행위를 저질러 유명해졌다. - P160

매의 골목 아이들 중 한스가 가장 가깝게 지낸 아이는 헤르만 레히텐하일이었다. 고아인 레히텐하일은 몸이 약했지만 또래보다 조숙했고 독특한 면이 있었다. 그 아이는 한쪽 다리가짧아 목발을 짚고 다녔기 때문에 골목 소년들의 놀이에 끼지못했다. 매우 야위고 턱이 유난히 뾰족했으며, 아이답지 않게 말수가 적었고 창백하고 고통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 P161

핑켄바인 형제는 한스와 한차례 다투고 나서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은 반면, 말이 없던 절름발이 레히텐하일은 싸우지도 않았는데 한스를 떠나갔다. 그는 2월의 어느 날 옷가지가 걸쳐진 의자에 목발을 기대놓은 채 작고 초라한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열이 올라 그대로 조용히 세상을 떠나버렸다. 매의 골목에서레히텐하일은 금방 잊혀졌지만 한스는 그 친구와의 좋은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했다. - P162

오래된 시골 학교의 엄격한 교사의 아들이었던 포르슈는 성경의 절반을 외우고, 수많은 격언과 도덕적인 잠언도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지식이나 하얗게 세버린 머리에도 불구하고 여자들 앞에서는 난봉꾼처럼 굴었으며 툭하면 술독에 빠졌다. 조금 취한 상태가 되면 기벤라트의집 모퉁이 길가에 있는 돌 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격언을 퍼붓곤 했다. - P163

열쇠 수리공 브렌들레 역시 사업이 망하고 방치된 작업장까지 엉망진창이 되자이 골목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는 반나절 내내 작은 창가에앉아 활기찬 골목을 불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종종남루한 차림으로 지저분하게 돌아다니는 이웃집 어린아이를발견하면 귀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온몸에 파란 멍이 들도록 꼬집고 괴롭히면서 굉장히 고소해했다. - P164

힘이 세고 무뚝뚝한 공장장은 왠 지식인종 같아서 무서운 존재였다. 이 무시무시한 건물에서 요정처럼 이리저리 다녔던 리제는 모든 아이들과 새와 고양이와개들의 보호자이자 어머니였다. 인정이 가득한 그녀는 동화 이야기와 노래 가사도 많이 알고 있었다. 오래전에 멀어진 이 세계에서 한스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꿈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 P165

한스는 몇 번이고 다시 매의 골목을 찾아갔었다. 그곳에서 정겨운 어스름과 익숙한 악취, 예전과 똑같은 모퉁이와 빛이 들지 않는 계단을 발견했다. 여전히 문간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들과 여자들이 앉아 있었고, 지저분한 금발꼬마들이 소리 지르며 날뛰고 있었다. 기계공 포르슈는 늙을 대로 늙어서 한스를 알아보지 못했고, 한스가 머뭇거리며 인사하자 경멸하듯 신경질을 냈다. - P166

굽은 계단과 돌이 깔린 문간을 지나 어두운 계단을 더듬어올라가 창고에 이르렀다. 창고에는 잘 펴서 걸어놓은 가죽들이 있었다. 지독한 가죽 냄새와 함께 자욱한 기억의 연기가 갑자기 솟아올랐다. - P166

어스름이 깔린 가죽 공장 뜰에 평화가 넘실거렸다. 담 너머로 희미하게 철썩대는 강물 소리 외에는 서걱서걱 감자 깎는소리와 리제의 이야기 소리만이 들려왔다. 아이들은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리제는 성 크리스토포루스(그리스도를 짊어진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천주교 성인의 이름, 사람들을 몸에 태워 강을 건네주는 일을 했는데 하루는 어린아이를 건네주다가 너무 무거워 넘어졌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세상의짐을 모두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였다-옮긴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밤에 어린아이 목소리가 강 건너편에서 성 크리스토포루스를 불렀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P167

 6장

의사는 물약과 간유, 계란과 냉수욕을 처방해주었다. 그 모든 처방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모든 건강한 인생에는 의미와 목표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젊은 한스에게는 벌써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 P168

자신도 가을과 함께 소멸하고 잠들고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의 젊음이 이를 거부하고 조심스럽고 끈질기게 삶에 집착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는 누렇게 되었다가 갈색이 되어 떨어지는 낙엽들이며 숲에서 피어나는 우윳빛 안개를 지켜보았다. - P169

방앗간 앞마당에는 크고 작은 압착기들과 수레며 바구니, 과일 포대, 물통, 거름망, 양동이와 나무통, 산더미같이 쌓인 갈색 과일 찌꺼기, 나무 지렛대,
손수레와 빈 마차가 흩어져 있었다. 압착기가 돌아가며 삐거덕거리는 소리와 신음하는 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대부분의 압착기는 초록색 칠이 되어 있었다.  - P169

누구든 가까이에서 그 광경을 본다면 주스 한 잔만 달라고 청하여 한 모금 맛볼수밖에 없으리라. 맛보고 나서는 그 자리에서 두 눈이 촉촉해진 채 달콤하고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끼게 되리라. 달콤한 과일 주스의 기쁘고 강렬하고 근사한 향기는 먼데까지 퍼져 대기를 가득 채웠다. 이 향기야말로 성숙과 수확의 꽃이자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 P170

 부드러운 5월의 봄비, 속삭이는 여름비, 다정한 봄 햇살과 따갑고 뜨거운여름 태양, 서늘한 가을 새벽이슬, 희고 붉게 핀 꽃잎들, 수확을 앞둔 과일나무의 잘 익은 적갈색 반짝임, 그 외에도 즐겁고 아름다운 일들이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누구에게나 찬란하게 빛나는 계절이었다. - P170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수백 명이 서로 외쳐대는 소리가 대단했다. 모든 목소리에서 분주함과 흥분감과 기쁨이 넘쳐났다.
"여기야, 하네스, 이쪽이야! 이리 좀 와봐! 한잔 마셔봐!"
"에 거참 고맙네만 너무 많이 마셔서 배가 아플 지경이야."
"자네, 50킬로그램에 얼마나 줬나?"
"4마르크 줬네. 하지만 맛은 끝내준다네. 자, 마셔보게!"
가끔 작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과 자루 하나가 터지는 바람에 사과들이 온통 땅을 뒹굴게 된 것이다.
"맙소사, 내 사과들이! 여보게들, 이것 좀 도와주게!" - P171

올해도 몇 명의 심술쟁이 노인들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직접주스를 짜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뭐든 더 잘 알고 있었고, 과일이 넘치게 풍년이었던 예전의 축복받은 해에 대해 떠들었다.
그 당시에는 뭐든지 더 싸고 품질도 좋았고 설탕을 섞는 일 같은건 생각도 못 했으며 나무에 과일이 달리는 것부터가 아주달랐다고 했다. - P172

"내가 말이야." 노인이 변명하듯 투덜거렸다. "예전에 저런거 열 개쯤은 거뜬히 먹었는데 말이야."
그러고는 진심으로 한숨을 내쉬며 커다란 사과를 열 개쯤 먹어도 거뜬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었다. - P172

한스는 갑자기 근심에 싸였다. 에마가 그냥 가버렸으면 하고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에마는 계속 머무르며 웃고 떠들고 어떤 농담도 노련하게 받아넘겼다. 한스는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존댓말을 써야 하는 소녀들과 어울리는 일은 그러잖아도 고역인데, 이 아가씨는 활달하고 수다스러운 데다 한스를 보고 주저 없이 말을 걸어왔다. - P174

. 그녀는 또한 골목 소년들마다 불러서 "사과 하나 줄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고는예쁘고 빨갛게 익은 사과 하나를 집어 들고 양손을 등 뒤에 숨긴 채 "오른손이게, 왼손이게?" 하고 맞혀보게 했다. 그런데 매번 사과는 아이들의 대답과는 다른 손에 있었다. - P175

한스는 슬슬 무리에서 빠져나가 집에 가려고 했다. 그때 플라이크가 손에 지렛대를 쥐여주며 말했다.
"자아, 조금만 더 해줄 수 있겠니? 에마가 거들어줄 거다. 나는 작업장에 가봐야 하거든." - P175

한스는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에마와 대화를나누었다. 에마가 웃으면 따라 웃었고, 말도 안 되는 그녀의 장난에 손가락을 뻗어 겁을 주기도 했고, 두 번이나 그녀가 주는주스 잔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동시에 이런저런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집안일을 하는 하녀들이 저녁마다 문간에 남자들과 함께 서 있던 기억, 이야기책 속의 어떤 문장들, 헤르만 하일너에게 받았던 입맞춤 ‘여자애들‘과 ‘애인이 생기면 어떤지‘에 대해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남학생들 사이에 오가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 - P177

그때부터 한스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녀의 시선을피했다. 하지만 에마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마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며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 P178

모든 것이 설레고 아름다웠고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과일찌꺼기로 배를 불린 참새들이 요란하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늘이 이토록 높고 아름답고 그립도록 파랬던 적은 없었다. 강물 역시 청록빛으로 웃는 거울같이 이렇게나 맑았던 적이 없었다. 강둑에 부딪혀 이토록 눈부신 물보라를 일으켰던 적도 없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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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have high hopes
포부가 크다, 낙관적으로 보다
to be optimistic; to have a great ambition
유래 hope는 ‘기대(expectation), 가망(promise)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뒤에 전치사 for나 of가 올 수도 있고, to부정사가 올 수도 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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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면아이

우리 정서의 구조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다. 성인의 정서 인형 내부에서 뭔가 덜거덕거린다면 그 안에는 상처 입은 어린아이의 정서 인형이 들어 있다.
요쉬카 브라이트너, 『귀한 내면아이』 - P12

1년 전만 하더라도 내면아이에 관한 책은 임신부들이나 읽는 줄 알았다. 남성들에게 파트너의 생물학적 과정에 대해 정보를 아주 많이 주기는 하지만 그들 자신의 정신생활을 위해서는 별 의미 없는 책들 가운데 한 권이라고. - P13

내면아이에 몰두하는 일은 내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데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는 이 문제가 불러온 결과를 매일 신중하게 줄여갔다. - P13

내가 마흔세 살이 되어서야 내 내면아이의 아버지가 된 여러이유 중 하나는, 지금 별거 중인 아내와 피임하지 않은 채 싸웠기 때문이다. 카타리나의 문제 해결 방식은 늘 무척 효율적이었다.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는 사람이 언제나 아내의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었다. - P14

지금까지 내 분노 폭발은 그저 사소한 일에 한정되었다.
밤에 집 건너편 공원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에게 각 얼음을 던졌다.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의뢰인들에게는 변호사로서 일부러틀리게 조언했다. - P15

그렇게 9월 초 어느 비 내리는 저녁, 휴가에서 돌아온 지일주일 되던 때 나는 다시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문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은 지 거의 반년 뒤였다.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일단 문 앞에서 내 안을 들여다봤다.
지난 반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때는 봄이었고, 여름이 목전이었다.
지금은 가을이고, 겨울이 가까워졌다. - P16

내 삶은 원래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행복해야 했다. 지난 반년 동안 나는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에 사랑과 마음을 듬뿍 쏟아부어 그 영역을 늘 꿈꾸던 대로 바꾸었다.
심신이 마비될 것 같은 대형 로펌의 정규직에서, 재정적으로 단단한 안전장치를 확보해둔 개업 변호사가 되었다. - P16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난 모든 변화는 반년 전 내가 드라간을살해한 일과 관련이 많았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나에게는 꽤 중요한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아무도 몰라야하므로 나는 어쩔 수 없이 드라간의 이름으로 그의 범죄 조직을 계속 운영했다. 또한 드라간 일당에게는 그들의 보스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 P17

내 인생의 오류는 단 하나의 오류도 일어나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내 현재는 과거보다 아름다울지 몰라도 미래는 엄청나게 두려웠다.
이것이 스트레스였다. 이 스트레스를 명상으로 다스릴 수있었다. 하지만 원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명상은 다람쥐 쳇바퀴를 늦췄지만 나는 어쩐 일인지 그곳에서 완전히 탈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시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문 앞에 서게 되었다. - P18

하지만 나를 무겁게 억누르는 사건들은 말할 수 없었다.
지난봄 저지른 살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해.
그 후로 지속하고 있는 이중생활에 대해서도 입 다물어야지.
보리스 이야기도 물론 절대 하지 않을거고. - P19

내 삶과 딸의 삶을 구하려고 내가 반년 전 납치한 보리스.
하지만 살인이 싫어 그냥 살려두고 싶은 보리스. 내가 살인을 거부했다는 살아 있는 증거인 보리스. 그러나 나는 그를 평생 포로로 잡아둘 수도, 언젠가 풀어줄 수도 없었다. 그의 미래에 대해 나는 여전히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지금 살아 있는 게 부담스럽지만 죽더라도 똑같이 나에게부담이 될 보리스,
보리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겠군. - P19

내가 재킷을 벗는 동안 그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나를 빤히바라봤다.
"달라지신 것 같네요." 그가 가치 중립적으로 말했다.
나는 나를 내려다봤다. 반년 전에는 맞춤 정장과 명품 옷을입었다. 오늘은 나도 청바지에 티셔츠, 스웨터와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 P21

"오래간만에 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가 물었다.
나는 미지근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을 네 명 죽였고, 예전 고용주를 협박했고, 딸이 유치원에 자리를 얻도록 유치원의 예전 경영자를 위협해 지분을 팔라고 강요했고, 러시아 마피아를 납치했지. 이 중 이번 상담에서 다룰만한 것은 전혀 없군. - P22

"그런데 있잖아요, 당신이 제게 전화해 상담 예약을 요청한계기가 있을 겁니다. 그렇죠?"
"네." 산장 종업원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상담하러 오게 된, 예기치 못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일이 내 내면아이에 매우 깊이 몰두하는 첫걸음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내면아이는 내가 6개월 전쯤 안도하며 그만뒀던 일, 그러니까 명상 살인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조만간 재개하게 할 존재였다. - P24

2
휴가

휴가의 의미는 차단이다. 일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극을 철저하게 차단할수록 긴장 완화는 극대화된다. 차단은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부담스러운 소식을 휴가지에서만난 사람과의 대화로 대체하라.
요쉬카 브라이트너, 『추월차선에서 감속기 명상의 매력』 - P25

"아내는 저와 같은 침대를 쓸 때면 수면 안대와 귀마개를사용한답니다. 그러니 무척 일방적인 대화가 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성생활의 부재 때문이 아닙니다."
"2분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여기에 온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일단 제게 전화한 계기부터 이야기하죠. 여기 온 이유는 그다음에 다루기로 하고요. 더 길게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가족 여행을 가셨다고요. 계속 말씀해보세요." - P27

"왜 알프스로 가셨죠?"
세 살배기를 데리고 마요르카로 가서 여행 첫날, 그리고 특히 마지막 날을 공항에서 술에 취한 패키지 여행객들 틈에서보내고 싶지 않았다는 말은 너무 세속적으로 들릴 것 같았다.
"저희는 산에 꼭 가고 싶었답니다." - P28

농장은 두 마을 사이의 분지에 놓여 있어 목가적이었다. 통신망 서비스를 벗어난곳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다. 이곳에서 디지털 디톡스는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이었다. 디젤 모터는 사람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래 목적에 맞게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데 사용됐다. - P28

나는 한시간반째 어깨에 에밀리를 태우고 있었다. 딸의 눈으로 다시 한번 산꼭대기와 케이블카를, 소들이 풀 뜯는 초원을 본다는 게 기뻤다. 카타리나가 이렇게 느긋한 것도 무척 오랜만이었다. 다른 사람들 험담을 하지 않았다. - P29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어느 자리에서든 탁 트인 알고이 지방의 그림 같은 풍경이 거의 100킬로미터까지 내다보였다.
"에밀리와 배낭을 내려놓자 가루 설탕을 뿌린 김이 오르는카이저슈마른(오스트리아식 팬케이크-옮긴이) 한 접시와 얼음처럼 차가운 알름두들러 (탄산음료- 옮긴이) 한 병과 반짝반짝윤이 나는 란트예거(납작한 반건조 소시지옮긴이)만 있으면 완벽하게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도요."
"왜요?" 브라이트너 씨가 물었다. - P30

"아니, 그게 아니라 왜 하필 그런 음식들의 조합이냐고 질문한 겁니다. 김이 오르는 접시, 가루 설탕을 뿌린 카이저슈마른,
얼음처럼 차가운 알름두들러, 반짝반짝 윤이 나는 란트예거 모두 무척 구체적이고 눈에 보일 듯 그림 같은 표현이라서요." - P30

"어쩌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자, 계속 말씀해보시죠."
그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카타리나는 양지에 앉아 있고, 에밀리는 산장 옆 초원 가장 가까이 있는 소에게 달려가고, 저는 화장실로 갔습니다." - P31

"전 그저 정중하게 물어보려던 건데..." 나는 이 산장에서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된 휴가의 일부를 평화롭게 만들고 싶어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은 쉬는 시간입니다." 서빙하러 금방 온다던 닐스는 몸을 돌려 휴식 시간을 시작하고는 오직 자기 휴대전화 시중 만들었다. - P32

나는 "금방 갑니다"라는 말이 병참학적 장애물에 걸려 실패하지 않도록 화장실에 가기 전에 우리를 찾는 데 필요한 모든정보를 알려줬다.
"알겠습니다... 저흰 입구에서 세 번째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쉬는 시간이 끝나고 보면 금방 눈에 띌 겁니다. 바깥 테이블은 거의 모두 비어 있으니까요."
"예, 예." 닐스는 이번에도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닐스와 내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두에게 더 나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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