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딜런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이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괴롭히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니, 바로 뒤이어서 학교 운동 경기 도중에 어떤 아이들이 담배꽁초가 가득한 탄산음료 캔을 자기한테 던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런 친구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다른 차에 탄 아이들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유리병과 쓰레기를 자기들한테 던졌다고 했다.(라킨은 사회적지위가 낮은 아이들에게 차에서 쓰레기를 던지는 일이 아주 흔했다고 한다.⁵³) 한아이가 체념한 듯한 말투로 겁에 질린 전학생을 달랬다고 한다. "익숙해질 거야. 원래 늘 그래." - P307

53. Larkin, p. 91. - P458

우리는 딜런의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2011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에 따르면⁵⁴ 전국 고등학생의 20퍼센트가 조사 전 30일 이내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일이 있다고 답변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의 비율은 더 높았다. - P307

54.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Youth Risk Behavior Surveillance-United States, 2011,"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SurveillanceSummaries, vol. 61, no. SS-4 (2012), www.cdc.gov/mmwr/pdf/ss/ss6104.pdf - P485

괴롭힘과 우울증, 자살 사이에도 강한 연관성이 있다.⁵⁷ 괴롭힘의 대상이나 주체나 둘 다 우울증,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위험이 높아진다. 예일대학교 연구에서 괴롭힘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할 확률이 다른 아이들보다 2~9배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괴롭힘과 타인에 대한 폭력의 연관성은⁵⁸ 더 복잡한 문제이기는하나 여기에서도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 P308

57. B. Klomek, F. Marrocco, M. Kleinman, I. S. Schonfeld, and M. S. Gould, "Bullying, Depression, and Suicidality in Adolescent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vol. 46, no. 1 (2007): 40-49.
Y. S. Kim and B. Leventhal, "Bullying and Suicide," International Journal ofAdolescent Medicine and Health, vol. 20, no. 2 (April June 2008): 133-154.

58. T. R. Nansel, M. D. Overpeck, D. L. Haynie, W. J. Ruan, and P. C. Scheidt,
"Relationships Between Bullying and Violence Among US Youth," Archivesof Pediatric and Adolescent Medicine, vol. 157, no. 4 (2003): 348-353, doi:10.1001/archpedi.157.4.348. - P459

의사가 환자의 우울증 증상과 자살 성향을 일상적으로 가려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교사, 상담교사, 코치 등이 중요한 감시자가 될 수 있다. 리빙웍스의 실용적 자살 방지 기술 훈련
‘ASIST‘ 같은 문지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 충동에 끝없이 시달리는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개입하면 생명을구할 수 있다. - P310

(중략)
이게 역설 가운데 하나다. 우울에 시달리는 십대 아이들이 상냥하게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한다면 도와주기도 더 쉬울 것이다. 우울증 안내 책자 사진처럼 깔끔하고 예쁘장한 외모에 주먹으로 턱을괴고 슬픈 듯한 눈으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는 막상 만나면 불쾌할 때가 많다.  - P311

살면서 어떤 깨달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기도에 응답이 있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는 것 같은 때에는 더더군다나 예측하기 어렵다. 그때에는 딜런이 다이버전에 들어가게 되어 감사했다. 하지만 지금은 딜런을 청소년 교정시설에 보냈더라면 딜런의 목숨도, 딜런이 앗아간 목숨들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P317

바깥세상과의 관계도 삐걱대는 듯했다. 절도 사건이 있고 일주일쯤 뒤에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딜런은 그 일을 싫어했고 유니폼이 꽃무늬 셔츠라 질색을 했다. 당연히 태도가 엉망이었고 금방 해고되었다. 그러더니 과속을 해서 딱지를 받았다. 또 얼마 안지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집에 오는 길에 신호위반을 하고달리다가 딜런이 체포된 날 심문을 했던 경관에게 딱지를 받았다. - P318

체포 한 달쯤 뒤에 나는 해리스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들에게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서 양쪽 집에서 아이들에게 내린 처분을 맞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해리스 부인과 두 아이를 떼어놓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의논했다. 해리스 부인은 에릭의 분노 폭발에 대해 말하며 바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도 딜런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닐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 P319

그래도 3월에 드디어 다이버전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그제야 한결마음이 놓였다. 입소 설문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긴 목록에서 자기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르게 했다. 에릭은 분노, 자살 생각, 살인생각 등 여러 군데에 체크 했지만 딜런은 단 두 군데에만 체크했다.
돈과 일자리입소 과정에서 가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평가가 이루어졌다. - P320

나중에 이 기록이 우리가 위험한 징후를 무시하고 공격적 성향을 방치하여 폭력적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때에 나는 딜런을 맡은 전문가들이 딜런에게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딜런의 최악의 면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 P320

 다이버전 상담 때 딜런은 형을 좋아하긴 해도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런은 이때 술을 "두어 번 마셔봤다"고 말했지만, 일기를 보니 상당히 많이 마시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딜런이 죽은 뒤에 인터넷 등에서 딜런이 쓰는 별명이 ‘VoDKa‘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드카에서 자기 이니셜인 D와 K를 대문자로 쓴 것이었다. - P321

비극적 사건으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에 대기실에서 육아 잡지를 펼쳤는데 "윤리적 육아 퀴즈가 나와 있었다. 질문 열 개에서 내가고른 답이 한 문제만 빼고 전부 "옳은 선택"이었다. 틀린 문제는 "아이의 사적인 일기를 읽나요?"였다. 육아 잡지에서 말하는 맞는 답은
"아니오"였다. 딜런이 살아 있을 때에는 나도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게 대답할 수 없다.
아이들 방을 뒤지고 일기를 읽는다면 아이들이 배신감을 느낄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감추고있을 수도 있다. - P322

그해 다이버전 프로그램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딜런은 상담,
분노 조절 훈련, 윤리 교육을 받았다. 사회봉사 활동도 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도 마련해야 했고 정기적으로 약물 검사를 받았다.
우리는 딜런이 막중한 처벌을 받으면서 자기가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깨닫기를 바랐다. - P323

에릭은 증오 발언과 폭력적 이미지가 가득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거기에 브룩스를 위협하는 글을 적고 브라운네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써놓았다. 나는 콜럼바인고등학교가 총격을 당한 그날 오후 이전에는 에릭의 웹사이트에 대해 몰랐다. 하지만 딜런은 알았고, 에릭과 다이버전 프로그램 입소 면담을 받기로 되어 있던 날 전날에 브룩스에게 웹사이트에 대해 귀띔해주었다고 한다. - P324

에릭의 웹사이트를 몰랐던 게 뼈아픈 후회거리다. 부모들끼리 서로 불편하더라도 정보를 교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주디가 나에게 웹사이트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납득이 간다. 두 아이가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고 경찰이 그 문제에 손을 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 P324

딜런이 체포된 뒤에 우리가 정한 한계가 딜런에게는 지나친 제약으로 느껴졌는지 우리에게 짜증을 자주 부렸다. 다이버전 프로그램의 검사에서 심리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딜런의 짜증을 참으며 최대한 가족 활동을 함께하도록 달랬다. - P325

3학년 말이 되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딜런은오후와 저녁 시간을 학교 연극 「비소와 낡은 레이스」 리허설을 하며보냈다. 우리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딜런은지쳤다며 대학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 P326

그해 봄, 딜런과 나는 평생 최악의 말다툼을 했다. 그날은 어머니날이었다. 우리가 같이 보낸 마지막 어머니날이었고,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무엇 때문에 폭발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한 해 동안 두 아이 다 걱정을 끼쳐서 속상했고, 딜런이 계속 부정적인 태도로 버릇없이 굴어 화가 났고, 딜런이 어머니날을 잊어버렸다는 것에 속으로 상처를 입었다. - P326

지금 생각하면 딜런의 3학년 생활에 우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배경에는 톰의 병, 재정적 불안, 나와 톰과 바이런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이런 요인들은 취약한 사람의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 - P328

그러니 부모가 흔한 청소년기의 행동(게으르다. 태도가 까칠하다. 감정기복이 심하다)과 우울증이나 다른 병의 지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사례로부터 어떤 행동이나 말이 걱정할 만한 상태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사실 행동의학 분야에는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큰 문제들이 있다. - P329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에릭의 부모님은 체포 뒤에 에릭을 정신과의사에게보였고 투약도 시작했다. 그래도 에릭이 1999년 4월 20일 사건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 P331

요즘에 옛날 일기를 넘기다가 "딜런에게 고양이 밥 주는 것 잊었다고 일러줬더니 짜증을 낸다." 등의 글귀를 보면 머리 한 구석에서이런 외침이 들려온다. ‘어떻게 그걸 그냥 넘겼어?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우울증이 짜증으로 나타난다는 걸 몰랐니?‘ 나는 몰랐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도 미국 어딘가에서 평범한 엄마가 십대아들이 고양이 밥 주는 걸 잊어버려 배고픈 고양이들이 아들 언저리를 맴도는 걸 보고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고 있을 거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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