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원근법은 통제 강박이다.

내비게이션이고 휴대폰이고, 아무것도 없을 때다. 너무 두려웠다. 더구나 뒷자리에는 젊은 여자가 둘이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면서 그토록 막막했던 적은 없다. 그저 차 엔진 뚜껑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중략)
"어머, 저 별 좀 봐요! 너무 예뻐요! 어떻게 저렇게 많죠?"
아, 그 순간 난 미치는 줄 알았다. 하마터면 그 여자의 목을 확 조를뻔했다. 그녀는 나중에 아주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다가 만장일치로 서울대 교수가 된 최희연이다. 그렇게 철이 없었으니 탁월한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모양이다. - P158

시간과 공간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가 생겼다 - P158

좌표가 잡히지 않는 공간은 ‘공포‘다. 도무지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은 더 큰 공포다. - P158

하이데거의 ‘세계-내 - 존재 In-der_Welt-Sein‘란 시간과 공간에 아무 대책 없이 내던져짐Gewortenheit‘을 의미한다. 내던져짐을 한자로 표현하면
‘피투성被投性‘이다. - P158

시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시간을 ‘분절화‘한다. - P159

반면 공간에 대한 공포는 시간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며 감각적이다.
인간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공간의 저항은 매순간 경험된다.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내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면서부터 무한한 공간에 대한 공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 P159

어느 순간부터 인류는 공간에 대한 공포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재현representation‘이다. - P159

지도는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을 위도와 경도라는 규칙 안에 재현하기 때문이다. 규칙이 있으면 통제 가능하다는믿음이 생긴다. 그 어떠한 공간도 가로, 세로의 질서가 세워져 있는 지도로 나타내면 두렵지 않다. 더 이상 무한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60

재현 가능성이란 반복 가능하다는 뜻이고, 반복 가능성은 곧 통제가능하다는 뜻이다. 규칙과 질서를 부여해 무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시도는 시간과 공간, 두 영역 모두에 해당된다. - P161

시간과 비교하면 공간에 대한 공포는 비교적 쉽게 극복된다. 2차원적 환원을 통해 규칙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P161

권력은 원근법으로 공간을 편집한다 - P162

인류가 만든 가장 문양적(?)인 정원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이다.(사진 2)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의 화려함은 그렇다 치자. 도대체 그엄청난 규모의 정원은 왜 만들었을까? 걸어서는 하루 종일 다녀도 다볼 수 없다. 관광객들에게는 전기 자동차까지 대여해준다. - P162

단순히 절대권력의 과시를 위해서가 아니다. 불안해서 그렇다. 언제 절대권력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그 엄청난 정원을 만든것이다.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의 구조는 철저하게 대칭적이다.  - P162

절대권력의 정원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근법적 원리까지 적용하여 자신의 성이 소실점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했다. 대칭과 균형의 정점에 자신의 시점을 위치하도록 한 것이다. - P163

동전의 양면인 권력과 불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원형은 ‘보르 비콩트 성Château de Vaux-le-Vicomte‘이다. (사진 3, 4) 루이14세의 재정을 담당했던 니콜라 푸케가 지었다. 성이 완공된 후 열린화려한 연회에 참석한 루이 14세는 보르 비콩트 성의 원근법적 정원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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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에 제임스(William James)와 듀이는 이렇게 연관적인 철학적 전통을 효과적으로 주장했다. 이는 경험의 의미에 기반을 둔 민주적인 문화 이론, 즉 심오하게 생태학적인 함의를 가지는 방식을 만들어냈다.²⁸ - P58

28) 존 듀이, 「경험과 교육(Experience and Education)(1938), 존 듀이의 후기(The Later Works of John Dewey), 13(Carbondale: Southern IllinoisUniversity Press, 1988)FREE FOR(William James),
(Essays in Radical Empiricism)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12] 1984) - P293

최근에 퍼트넘(Hilary Putnam)과 맥도웰(John McDowell)은 경험을 부수적인 지식과 연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철학의 재건을 옹호했다.³⁰ 다시 말해, 구현된 지식은 추상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지, 주위에 다른 길이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퍼트넘의 용어는 결과적으로 사물들에 도달하는 - P58

30) 힐러리 퍼트넘, 『실용주의: 개방된 질문(Pragmatism: An Open Question)」(Oxford: Basil Blackwell, 1995); REFERPhilosophy)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2);Press, 1994).
(Renewing(Mind and World)(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 P293

 즉 "자연적인 사실주의자들은 성공적인 지각이 거기에 있는 사물들을 단지 보거나 듣거나 느끼는 것이지, 그 사물들에 의해 한 개인의 주관성이 단순히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³¹ - P58

31) 힐러리 퍼트넘, 실용주의: 개방된 질문』 454쪽. - P293

 중요한 점은 모든 감각(시각, 청각,
후각, 미각과 촉각)에 걸쳐 일차적인 경험과 지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적 사실주의와 만나는 데에는 다양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플럭스키트는 감각적인 형태의 지식을 생산한다. - P59

플럭스키트와 이벤트는 주요한 경험의 발전기로서 "우리가 스스로 사물들을 경험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리드의 용어에 의하면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기위한 메커니즘, 그리고 퍼트넘의 용어에 의하면 완전하게 사물들 자체를생각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발생시킨다. - P59

레빈에게 있어서그 용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더불어 생기는 진리의 시각적인 패러다임에 의하거나 물질에 대한 과학적인 합리주의로 생기는 더 큰 의미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감각 속으로 합병시키는 지시어를 의미한다. - P60

레빈은 다음과 같이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지각의 현상학(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에서 인용한다.


감각, 예를 들어 시각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어떤 지각적인 분류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의 도움을 받아 잠재적인 시각 형태 관계들의 틀이라는 일반적인 설정을 소유하는 것이다. 신체를 가진다는 것은 모든 지각적 전개 유형,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지각하고 있는 세계의 부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모든 그러한 감각 간 관련성의 도식인 보편적인 설정을 소유하는 것이다.³⁴ - P60

34) 데이비드 레빈, 존재에 대한 신체의 회상(London: Routledge and KeganPaul, 1985), 145쪽. 인용은 모리스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London: Routledgeand Kegan Paul, 1962), 326쪽. - P293

나는 플럭서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엄밀하게는 이 과업에 있다고 믿는다. 즉 "존재론적인 지식"과 "인간 경험의 설정"의 확장으로 향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 P61

예를 들면 플럭서스에서 가장 촉각적인 작품은 의심할 바 없이 일본계 예술가인 아이-오(Ay-O)가 제작한 <손가락 상자(Finger Boxes)>이다.
1964년에 처음으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그 이후로 개별적으로 판매되거나플럭스키트에 포함되어 판매되었다(<그림 16>). - P61

이와 유사하게 브레히트의 <발로시/플럭스 여행 기구(Valoche/A Flux Travel Aid)>는 사물들로가득 채운 상자로 이루어져 있다. 즉 스물여섯 개 공, 배드민턴 셔틀콕, 고무 밴드, 볼링핀과 같은 형태의 장난감들이다(<그림 17>). - P62

아이오의 <손가락 상자>와 브레히트의 <플럭스 여행 기구> 키트는 세심하게 다뤄야 하고 손으로 탐색해야 한다. 그 작품들은 우리에게서 해석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면서 촉각적이고 피부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 P62

손톱을 담아놓은 몇 점의 <손가락 상자>는 작품이 제기할 수 있는 도전을피하지 않겠다는 아이-오의 의지를 보여준다. 즉 상자를 만지는 것이 본능적으로 불안함에 주저하는 사용자에게는 위험한 일이지만, 그 행동은탐구적이고 배우려는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다.³⁵ - P62

35) 데이비드 레빈, 『존재에 대한 신체의 회상』, 126쪽. - P293

레빈은 또한 "만지고 이용하는 감각에 열려 있는 신중한 접촉과 관련지어" 의도를 갖고 파악하고 고수하는 손보다는 좀 더 심오하고도 면밀하게접촉하는 한 사물이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에의 이러한 접근 또는 우리의목적을 위해 <손가락 상자> 안에 있는 물질에 대한 이러한 접근을 논의한다. 사용자가 <손가락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면, 그 사물에 도달하기 위해 파악하고 매달리는" 대신에 사물이 그 자체에 관한 정보를생산하도록 기꺼이 내맡기면서 신중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얻어진 정보는 완전히 고립되어 즐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P64

보이지 않는 재료의 공유 경험을 전제로 하기에, 일반적으로 플럭스키트와 특히 <손가락 상자>는 레빈의 의미에서 보면 분명하게 공동사회-구축이라는 하나의 소통적인 차원을 갖는다. 플럭스키트는 위에서 논의했던 플럭서스 영화와 이미지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진실 묘사 미술의 시각적인 모델을 투시화법으로 조절되고,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더 큰 사회적 혹은 환경적 맥락으로 연결하는 근본적으로 능력을 부여받은 미술의경험을 위한 감각 정보를 제공한다. - P66

냄새의 사회적 차원을 탐구하는 클래센(Constance Classen). 하우즈(DavidHowes)·시넛(Anthony Synnott)은 공저인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Aroma:The Cultural History of Smell)』에서 향수를 존재론적 사고, 사회적 교감과 분류에 연결하고 있다. - P66

근본적인 열등감, 정서적인 효능, 향수의 물리적인 무정형성은 심각하게 애매한 현대 서구 세계의 사회적, 철학적 체계와 그것을 연관시킨다.
플럭서스 예술가인 사이토의 <냄새 체스(Smell Chess)>는 향수가 서구의주류 문화에서 어떻게 주관적으로, 그리고 좀 더 보편적으로 기능하는지를 실험한다(<그림 18>).⁴⁰ - P67

40) 비록 사이토가 <냄새 체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고 할지라도, 지난 30여 년동안 그녀는 촉각적, 그라인더, 소리, 무게, 열매 체스 게임들도 만들어냈다. 머추너스는 각각 향신료, 향수와 썩은 달걀이나 음식으로 채워진 부푼 달걀로 이루어진 <좋은 냄새의 달걀(Good Smell Eggs)>과 <나쁜 냄새의 달걀(Bad SmellEggs> 같은 관련 작품들을 제작했다. 체스 작품과 마찬가지로 달걀 작품도 같게 보일 것이다. - P294

1976년에 베를린에 지어진 플럭서스 미궁을 위해 <냄새 체스> 방의 크기를 변경하는 일이 결코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계획되었다. 밀러가 그 프로젝트의 공동 작업자인 머추너스에게 보낸 서신에는 신체적인 연관성이잘 드러나 있다.  - P67

속이 부글거림과 관련된 방귀 쿠션과 유황 냄새 외에는 실현되지 않았던 냄새가 나는 방은 타르, 대마초, 에어로졸의 냄새가 포함되어야 했다.⁴¹ - P69

41) 밀러가 머추너스에게 보낸 서신은 존 헨드릭스, 『플럭서스 코덱스』, 570쪽에 있음. - P284

냄새는 <냄새 체스>와 <냄새 룸(Smell Room)> 그 어디에서나 다른 느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열어야 하는 작더라도 호소력이 있는 병들은 그래서 체스판 위에서 손으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 P69

물론 향수는 분명한 물질적인 정체성이 없다. 왜냐하면 클래센, 하우즈,
시넛이 지적하고 있듯이 "냄새는 쉽게 가두거나 억제할 수 없으며, 특정 경계를 넘어 다른 요소들과 섞여 향기 전체를 형성한다." 그들은 계속해서
"후각적인 신호는 후각 뉴런의 말단에서 작은 머리카락 같은 섬모들을 경유한 후 정서와 기억의 심장부인 두뇌의 대뇌변연계 영역으로 전달된다"⁴² - P69

42)콘스턴스 클래센 · 데이비드 하우즈 · 앤서니 시넛,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 132쪽. - P294

그러므로 <냄새 체스>와 <냄새 룸>의 환기하는 효과들은 생리적인 기반을 갖는다. 냄새의 극단적인 내면성은 냄새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인간의 뇌에 직접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우리의 인지 능력이 실제로 사물 자체에까지 도달하며, 퍼트남의 말처럼 지각이 "단순히 사물에 의해 사람의 주관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⁴³라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 P70

43) 힐러리 퍼트넘, 실용주의: 개방된 질문』, 454쪽.

클래센, 하우즈, 시넛은 "냄새가 관계하는 한에서는 물질과 의미는 어떠한 점에서는 항상 초연해 있는) 기호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혼합성 액체가 된다. 이것은 기호론자가 짐을 떠넘기려고 찾는 엄밀하게는 무관계성 (혹은 무언가 다른) 양분을 확립한다"⁴⁵라고 지적한다. - P70

45) 콘스턴스 클래센 · 데이비드 하우즈 · 앤서니 시넛,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 135쪽. - P294

이것은 몇몇 저명한 인식론자들이 냄새의 유용성뿐만 아니라 일부 맥락에서 관련된 후각의 유용성에도 자격을 부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다. - P70

많은 플럭서스 작품들은 비록 많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할지라도 맛과 냄새를 통해 기능한다. 예를 들어 놀즈는 세 편의 음식 이벤트, 즉 <샐러드 만들기(Make a Salad)>(1962), <수프 만들기(Make a Soup)〉(1962), <같은 점심(The Identical Lunch)>(1967~1973)을 제작했다. 그러나그러한 작품의 후각적, 미각적 요소들은 여백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 P71

이러한 연회들은 1967년의 크리스마스, 1968년과 1969년의 신정, 그리고 1978년에 머추너스가 죽을 때까지 간헐적으로 열렸다(그 이후로는 개별적인 플럭서스 예술가들이 음식으로 작업을 계속했다). - P71

쿠이퍼스(Joel C. Kuipers)는 「예와에서 맛의 문제(Matters of Taste inWeyeya)」라는 글에서 어떻게 "맛을 내는 재료들이 주어진 문화, 때로는 실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체계적으로 명령되는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⁵² ‘달다‘, ‘짜다‘, ‘쓰다‘, ‘맵다‘, ‘시다‘, ‘싱겁다‘와 같은 여섯 가지 기본적인 서술 용어는 문화를 초월하지만, 특정 사회에서 각각의 의미와 특정 요리에서 그 조합은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다. - P72

52) 조엘 쿠이퍼스, 『웨예에서 맛의 문제』, 데이비드 하우즈 편, 『감각적 경험의 다양성』 117쪽. - P295

플럭서스 미각 작품의 다른 예들은 한 끼 식사에서 풍미의 전통적인 연속성을 유사하게 방해하는 어떤 임의성의 특징을 갖는다. 보티에는 1963년에 니스에서 열린 플럭서스 축제를 <플럭스 미스터리 푸드(Flux MysteryFood)>로 시작하면서 식품점에서 상표가 붙지 않은 같은 크기의 캔을 구입하고서 리치 견과류(첫 번째 퍼포먼스에서처럼)나 연어, 캔 소시지나 독일식 김치 등 캔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무엇이나 먹었다. - P73

1967년부터 놀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첼시에 있는 리스 푸드 다이너(Riss Foods Diner)라는 음식점에서 버터로 굽고 마요네즈를 바르지 않은 통밀 참치 샌드위치와 한 잔의 버터밀크 혹은 그날의 수프처럼 같은 메뉴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코너(Philip Corner)는 이것을 확장된 명상, 악보,
일지로 만들었다.⁵³ 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식사가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자아 의식적인 성찰이 되게 했다. 이에 친구들과 관심을 가진 예술가들이 합류했다. 영수증들을 모았고, 식사에서의 사소한 차이점들이 기록되었다. - P73

53) 필립 코너, 「같은 점심: 놀즈에 의한 코너의 악보 퍼포먼스(The Identical Lunch:Philip Corner‘s Performances of a Score by Alison Knowles)」(San Francisco.
Nova Broadcast Press, 1973); 앨리슨 놀즈, 「같은 점심 일기(Journal of theIdentical Lunch)」(San Francisco: Nova Broadcast Press, 1971) 참고, 스타일스는 점심에 관해 광범위하게 기술했다. 예를 들면 「플럭서스 이벤트에 대한 참치와 다른 물고기 생각들(Tuna and Other Fishy Thoughts on FluxusEvents), 놀즈: 인디고 섬에 대한 주석(Alison Knowles: Notes toward IndigoIsland) (Saarbrücken, Ger,: Stadtgalerie Saarbrücken, 1995) 참고 - P295

이 모든 작품은 닮은꼴을 만들어내어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먹을 수 없는 무언가와 연관시킨다. 사실 미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시트로엥은 실제로 오리를 닮았지만, "시트 포리지"는 글쎄.
음식에 기반을 둔 플럭서스 작품의 마지막 범주는 측정과 계산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1972~1973년, 머추너스는 자신이 사용했던 모든 음식 용기를 신중하게 수집했다. - P74

많은 다른 플럭서스 작품들이 양쪽에 똑같이 초점을맞추고 있지만, 머추너스의 강박적인 축적은 강박적인 분류에서나 측정에서 논리적인 대위법을 가지고 있다.⁵⁶ 이 논의에서 특별하게 지적할 점은1993년에 한 개의 치즈 벽돌을 계속해서 절반으로 잘라놓으면서 먹으라고 한 관객에게 보낸 안데르센의 초대장이다. 그는 정확한 분할을 위해 현미경을 준비했다.⁵⁷ - P74

56) 예를 들면, 일본계 플럭서스 예술가 그룹인 하이 레드 센터(Hi Red Center)는방문자의 신장, 체중, 체격, 머리 힘, 손가락 힘 등을 측정하는 <플럭스클리닉(Fluxclinic)>(1966)을 조직했다. 임상 카드는 인쇄되었으며, 이후 플럭스키트에포함되었다. 존 헨드릭스, 플럭서스 코덱스 참고. - P295

57) 이것은 1993년 시카고의 미술 클럽에서 열렸던 플럭서스 축제 시카고의 ‘아라카르트(A la Carte)‘에서 일어났다. - P295

그러나 1960년대에 다감각적 사고를 이론화한 옹(Walter J. Ong)과 매클루언이라는 두 명의 문학적 인물에게서 그 지침을 찾을 수 있다. 1962년 매클루언은 자신의 대작 구텐베르크 갤럭시(The Gutenberg Galaxy)를 출판한 이후, 머리나 마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모아 플럭서스의 섬싱 엘스 프레스(Something Else Press)와 함께 『베르비-보코-비주얼 탐구(Verbi-Voco-58)Visual Explorations)』라는 문집을 출간했다.⁵⁸ - P75

58) 마셜 매클루언, 「베르비-보코-비주얼 탐구(New York: Something Else Pres,
1967). 또한 마셜 매클루언, 구텐베르크 갤럭시」(Toronto: The University ofToronto Press, 1962) 참고 - P296

대부분의 플럭서스 작품은 예술에 재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에 그것은 일반적으로 제시되거나 실제에 기반을 둔 것이다. <블링크>의 이미지나 플럭스필름에서처럼 하나의 재현적인 방식을 선택하는플럭서스 예술가조차도 서구식 환상주의의 교리를 약화하고 재현 그 자체를 여기서 논의했던 경험의 주요한 방식을 향하도록 밀어내기 위해 관습적인 재현에 대한 반대 목적에서 그것을 이용한다. - P76

브레히트의 <드립 뮤직>(<그림 2> 참고) 같은 전형적인 이벤트는 장소, 연주자, 공연 상황에 따라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연히 또는 선택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브레히트가 1962년경에 육필로 작성하고 등사 인쇄한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그 자신의 악보는 이벤트에 대한 유사하고 우연적이며 비특정적인 형식을 제안한다(<그림 19>). - P76

이것들은 배려하는 탐구적인 형식이나 파괴적인 형식을 취할 수 있다(플럭서스에 대한 많은 설명은 이벤트들에 대한 인습 파괴나 파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 결함이 있으며, 그래서 그것은 단순한 반회화로서 간단히 해체되거나 알려진다).⁶⁰ - P76

60)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은 나의 박사 논문 「플럭서스를 해석하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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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구조물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기이한 동굴의 입구가 나타났는데, 그 역시 규칙적인 형태를 가진 점이 의아했다. 레이크 교수의 보고대로, 동굴의 입구는 주로 사각형이나 반원형에 가까웠다. 처음엔 자연적으로 발생했지만 이후 어떤 손길에 의해 훨씬 다듬어진 형태로 바뀐 것 같았다. - P273

 캠프에서 느꼈던 공포와 기이함에 사로잡힌 그는 녹색 동석의 이상한 반점이나 괴생물체가 매장된 봉분, 그리고 동굴의 형태가 무섭도록 일치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점점 높은 구릉지대를 넘어 예정된 고개로 향했다. 간혹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육로를 내려다보며, 장비가 단순했던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등반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 P273

그건 지극히 미묘해서 글자로 표현할 성질은 아니었다. 차라리 모호한 심리적 상징이자 미학적 연상에 가까웠으며, 이국적인 시와 그림, 우리가 멀리하고 금기시하는 책 속에 숨어 있는 고대 신화와 맞닿아 있었다.  - P274

천천히 고도를 높이자, 어느새 고도계는 해발 7180미터를 가리켰고눈으로 뒤덮인 지역은 발밑으로 멀어져 있었다. 위쪽에는 어둡고 황량한 암벽과 거칠게 갈라진 빙하가 놓여 있었지만, 도발적인 정육면체와성벽, 메아리치는 동굴 입구는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이며 몽환적인 전조를 더욱 고조시켰다. 나는 최고봉들을 올려다보면서 레이크 교수가 말한 성벽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P274

고개랄 통과하며 노도처럼 울부짖는 바람 소리와 소음기가 없는 엔진 소리로 인해 고함을지르지 않고는 대화를 할 수 없었으므로 댄포스와 나는 눈빛만 주고받았다. 마지막 몇 미터를 올라, 우리는 드디어 산맥 저편의 오래되고 이질적인 지구의 비밀을 앞에 두었다. - P275

V

고개를 넘어 그곳의 광경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외경심과 놀라움,
공포와 착각이라는 감정이 뒤섞여 동시에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물론그 순간에도 머리 한편으로는 동료들을 납득시킬 만한 그럴듯한 설명을 생각해 냈다. 우리가 콜로라도의 ‘신들의 정원‘¹⁰⁵에 있는 기암괴석,
혹은 바람에 의해 기막힌 대칭 구조로 새겨진 애리조나 사막의 암석을 연상했을지도 모르겠다. - P275

105)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북서쪽에 있는 공원. - P352

기존의 자연 법칙에 완전히 반하는 그 기괴한 광경을 대해 차마 형용할 길이 없었다. 6000미터 높이의 까마득한 원시 고원, 고작 50만년의역사를 지닌 인간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극한 공간에 온통 질서정연한 석조물이 들어차 있었다. - P275

아무튼 정사각형과 곡선, 각진 석조물로 이루어져 미로를 방불케 하는 거석의 도시는 마음 편히 보고 있을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우리의 불안한 이성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기루에서 본불경한 도시가 황량하고 객관적이며 회피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섬뜩한 전조는 결국 근거 있는 실체였다. - P276

우리는 광활한 산맥 중에서한군데 낮은 지점을 그야말로 우연하게 발견했던 것이다. 기괴한 석조물이 비교적 드문드문 세워져 있는 구릉지대는 음산한 도시와 그 외곽을 형성하는 산맥의 정육면체 성벽을 이어주고 있었다. - P277

도시 전체는 심한 풍상을 겪었으며, 건물이 뚫고 나온 빙하 표면에는부서진 석조 블록과 태고의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투명한 빙하 밑으로건물의 거대한 하부 구조가 나타났는데, 빙하 위의 지상 건물로 연결되는 돌다리가 얼어붙은 채 보존된 상태였다. 빙하 위로 솟구친 성벽에도지하처럼 통로와 다리가 연결되었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창문도 무수히 발견되었다. - P277

폐허가 된 건물 위를 뒤덮고 있는 얼음층은 여러 가지 지질학적 요인을 떠올리게 했다. 일부 지역의 석조물은 빙하 표면까지 주저앉아 있었다. 고원의 안쪽에서 우리가 넘어온 고개 왼쪽의 1.5킬로미터 지점까지넓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자리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수백만년 전 제3기 무렵에 큰 강이 도시를 관통하며 지하의 심연으로 흘러들었을 거라고 결론지었다. 그 도시는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동굴과 심연, 지하의 비밀 위에 세워진 것이 분명했다. - P278

 그러나 우리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하고 세밀하게 관찰한 끝에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일 만한 일련의 사진을 신중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타고난 과학적 사고방식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리둥절함과 위기감 속에서도 나는 태고의 비밀을 좀 더 파고들어, 그토록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고 살았던 존재가 누구이며, 그들의 삶이 집중됐던 시기가 언제였으며 다른 세계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알고 싶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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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로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할 때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도덕 판단의 신경 메커니즘은 무엇이기에 앞의 첫 번째 사례와 두 번째 사례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 P132

도덕심리학자 조슈아 그린 Joshua Greene과 조너선 코헨Jonathan Cohen은 트롤리의 딜레마에 대한 도덕 판단을 할 때 피험자의 실제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fMRI를 이용하여 연구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사례(레버를 당기는 경우)에서는 피험자 뇌의 배외측 전전두피질DLPFC이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도덕적 판단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인지 기능(이성적 추론)이 개입되었다는 증거이다.  - P132

 반대로 덩치가 큰 사람을 밀어야 하는두 번째 사례에서는 감정적 반응과 연관된 뇌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피질vmPFC, 전두대상피질ACC, 편도체amygdala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즉 정서적인 각성이 일어난 경우이다.⁸ - P132

8. Wojciszke, B., Bazinska, R., & Jaworski, M. (1998). On thedominance of moral categories in impression form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4(12), 1251-1164l3 - P287

트롤리 사례들에서 드러났듯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이 뚱뚱한 사람을 밀치는 경우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한 반면에 레버를 당기는 경우에는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뇌에서 일어났다. - P133

 뇌 영상 연구 결과 전자의 경우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 반면 후자의 경우 인지적 추론을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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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느낌이 든다.
비슷한 구절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어느 구절이고 어디서 비슷한 것을 봤는지 몰라서 그렇지만.

 민주주의국가로서 고대 그리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19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나타났다.⁸ 그러나 민주주의와 좋은 정부를 동일시하는 관점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일반화됐다. - P29

8 Hansen (2005). - P340

나는 여기서 그저 돈던이 놀라워하며 한 말을 반복 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정당성의 기준 [정당한 정부의 기준]이 단 하나[민주주의]라는 생각이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가 택한 이 정당성의 기준이 당시로서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는 점이다. 최악의 환경을 제외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든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정치의 방식에 붙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선택됐다는 것은 ・・・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 P30

 로버트 달이 매디슨이 36세 때보다 80세에 더 민주주의자다워졌다고 봤다면,¹² 2달 자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특정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리 윌스는 매디슨이 필라델피아제헌회의 때도 노년 시절 못지않게 민주주의자다웠다고 주장한다.¹³ - P30

12 Dahl (2002).
13 Wills (1981). - P340

1955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15판은 ‘민주주의‘를 이렇게 정의했다. "인민의 자치 self-rule에 기초한 정부 형태. 현대에는 자유로운 투표로 선출돼 인민에게 책임지는 대의 기구와 행정부, 모든 개인이 평등하고 생명,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 행복 추구에서 동등한 권리랄 누려야 한다는 근본 가정이 전제된 삶의 장식에 기초한 정부 형태를 말한다." - P30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가 만들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라는 부정적사례 때문에 민주주의자라는 이름표는 불길하게 여겨졌다. - P31

누가 비민주주의자였는지 질문하는 편이 더 유용할지 모르겠다.
법이란 신 또는 자연에 의해 주어졌기 때문에 인간은 법을 만들 수 없으며,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 이들이 분명 비민주주의자들의 반열에 포함된다. 그럼 일단 정부를 선출하면, 그다음에는 모두가 조용히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는 견해는 어떨까? - P32

단순히 이름표의 문제라면 우리가 다루는 역사 속 주인공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무시해도 별 상관 없을지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체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곧 ‘민주주의자‘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 P32

한편 우리는 계보학적으로, 즉 민주주의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가진생각에서 출발해 그 역사적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가 자치, 평등, 자유로 이뤄진다는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인물과사상, 제도를 판단하려고 하면 곧 의견이 엇갈린다. - P33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대의제의 창설자들이 과거에 그랬듯이 갈등을 겪고 있으며,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이견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들이 보여 준 이견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좋은 제도가 무엇인지 합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다. - P34

심지어 오늘날에도 평등, 자치, 자유라는 삼총사가 일관되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아니다. "자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의justice가 그러하듯이,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적 요청이자 본원적 목적에 해당한다. (후략)." - P34

내가 보기에, 그 이상은 바로 인민의 자치다. 물론 어원으로 보면 인민의 자치가 곧 ‘민주주의‘ 민주주의demokratia는 인민demos; people과 지배kraiten; rule의 합성어다 - 다. 그렇지만 자치라는 이상이 고대 그리스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 한센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의 대의제 창설자들이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영감을받았다는 신화는 한나 아렌트가 혁명론』On Revolution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Han-sen 2005). - P36

인민이 유일한 주권자여야 한다. 인민이 스스로 통치해야 한다. 모든 인민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인민의 삶은 정부를 비롯한 타인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자유로워야 한다. 이런 이상은 과거 대의제 창설자들이 가졌고 또 오늘날 우리도 그렇다. 약 200년 뒤 켄틴 스키너가 말했듯이,²⁴ 민주주의는 인민이 통치하는 체제다. 그 외의 다른 무엇도 아니다. - P37

「정치적 말의 힘, 후마니타스, 2023,
95쪽])에서 인용.

24 Skinner (1973, 299).

이상, 행위, 그리고 이해관계

분명, 어떤 관념은 제도보다 앞서 존재한다. 정치제도는 언제나 의도적인 행위 deliberative act를 거쳐 창조되는데, 그 궁극적 형태는 헌법 제정이다. 따라서 정치제도는 관념들을 물질화한 것이다. 그러나 헤겔의 말과달리, 역사는 관념이라는 하나의 원인에 따라 추동되지 않는다. - P37

로버트 로스웰 팔머가 칸트에 대해 말했듯이,²⁵ 철학은 현실의 혁명이 아니라 단지 "정신의 혁명"에 불과할지 모른다.**

** ‘정신의 혁명‘이라는 말은 팔머가 독일에 관해 쓴 장의 제목이다. 팔머 (Palmer1964,447)는 이렇게 말했다. "칸트는 비판받을 점이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는당대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철학은 두 영역 사이에 건널 수 없는경계를 그었다. 경계 한편에는 자유와 정치적 행위에 대한 사상을 놓았고, 다른 편에는 경험적 지식과 개개인들의 현실적인 생각을 두었다." - P38

25 Palmer (1964). - P340

관념이 제도에 앞선다고 해도 사상thought의 역사에서 실제 행동의역사를 유추하면 안 된다. 곧 명백히 밝혀지겠지만, 대의제 창설자들은어둠 속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 P38

무엇을 관찰할 수 있고 무엇을 관찰할 수 없는지를 질문해 보면, 관념과 행동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역사 속 주인공들의 발언과 행위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마음속으로 원한것이나 생각한 것은 관찰할 수 없다. 그들은 종종 때에 따라 말을 바꿨다. 또는 말과 다르게 행동했다. 또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큰소리로 외치고, 정작 자신이 한 일은 조용히 소곤거리기도 했다. - P39

나는 두 명제를주장한다.


1. 대의제 설립을 정당화하고, 대의제가 민주주의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실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했다.
2. 대의제 창설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식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만든 제도는 그들의 특권을 보호했다. - P40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우리는 대의 정부의 창설자들이 자치, 모든 이들의 평등과 모두를 위한 자유를 말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동시에 그들이 전체 인구 가운데 다수를 배제하는 제도를 만들었고, 인민의 의지로부터 현 상태를 보호하려 했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이 배제하려 했던 이들을 두려워했으며, 자신들이 만든 제도가재산권을 지켜 주길 바랐다는 점 - 이에 대해서는 이어질 내용에서 많은 증거를 제시하겠다 - 을 안다. - P41

민주주의가 세 가지 이상 - 평등에 기초하며, 자유를 뒷받침하는 자치 - 을 실현한 것이라고 믿으려면, 어느 정도 사실이 이 같은 믿음을 뒷받침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상이 사실을 추동하는 지뿐만 아니라, 어떤 사실이 그 이상을 신뢰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 P43

평등, 참여, 대표, 자유

자치라는 이상은 원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루소와 (거의 영향을 못 미친칸트가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 이상에 따르면 인민은 스스로 통치할 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롭다. 자치라는 이상은 여기서 출발했지만 논리적·실천적·정치적 문제에 봉착한다 - P43

 인민이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현실이 명백해지면서, 누군가가 모든 인민을 동시에 대표할 수 있다는 관념은 유지될 수 없었다. 주기적인 선거로 선출되는 일군의 정치인들이 통치하는 것이 차선의 선택지가 됐다. - P43

[오늘날 국민국가와 같은] 대규모 사회에서는, 매우 짧은 순간이라도,
모든 사람이 통치할 수 없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의 통치 아래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가치, 열정, 이해관계도 사람마다 다르다. - P44

여기서 내 핵심 주장을 간략히 소개하겠다. 대의제 창설자들이 평등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실상 그들이 말한 것은 의미가 달랐다. 그것은 기껏해야 익명성 anonymity이다. - P44

우리에게 남겨진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왜 민주주의는 사회를 좀 더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만들지 못하는가? 이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이 여러 이유로 평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다른 설명에 따르면, 부자가 대의 기구를 장악하고, 그들이 머릿수에 비해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등을 가져오는 정책이 채택되지 않는다고 한다. - P45

・[옮긴이] 단순 다수제simple plurality system는 다른 후보보다 한 표라도 더 득표하면승리하는 것을 말하고, 절대 다수제majoritarian system는 총 유효표의 2분의 1을 초과해 (50퍼센트+1) 득표하면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초다수제supermajoritarian system는 승리하기 위해선 절대다수보다 더 큰 특정 수준의 득표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대의 기구가 초다수제로 운영될 때 법안의 제정·개정은 좀 더 엄격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 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 간의 합의를 촉진하거나 강제할 수도 있다. - P45

날것 그대로의 인민의 의지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권리의 제한, 인민의 의지에 대한 제도적 견제가 생겼다. 이때 제기되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선거를 통해 자치가 실행되는 대의제에서 좀더 효과적인 정치 참여는 가능한가?  - P46

우리 제도는 대의제다. 즉, 시민이 [직접] 통치하지 않는다. 시민은 다른 이에게 통치된다. 아마 통치하는 이는 매번 바뀔 것이다. 그래도 다른이가 통치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없다. - P47

특히 선거에서 다수가 요구한 것이 [현 상태의] 변화일 때 더 그렇다. 여러 초다수제적, 혹은 노골적으로 반다수제적인 제도는 표면상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소수자라는 명칭은 여러 이유로 소외 계층underprivileged을 지칭하는 데 쓰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여겨진다. 심지어 수적으로 다수인 집단, 즉 여성을 언급하면서도 소수자라는 말을 쓴다. - P47

따라서 민주주의는 경제적 평등, 효과적 참여, 완벽한 대리인, 자유라는 네 가지 점에서 모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정치체제도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없다고 믿는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경제적 평등을 만들어 내고 유지할 수 있는 정치체제는 없다. - P48

나는 이 같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야 그 어떤 정치체제도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민주주의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49

5. 선택과 참여

들어가며

(전략)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들에는 모든 시민의 이상점들ideal points,
즉 그들 각자가 가장 선호하는 모든 대안이 포함되지 않는다. 선택지는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선호가 충분히 이질적이면,
일부 시민은 제시된 공약 가운데 [자신의 선호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도애초 자신이 선호했던 것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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