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건축과 오프모던

이 이상한 도시 경관을 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강변에 자리한 유서 깊은 페트로파블롭스키 요새의 첨탑이 인류 해방의기념비 혹은 그저 타틀린 탑이라 알려져 있는 블라디미르 타틀린 Vladimir Tatlin의 제3인터내셔널 기념비와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 P7

결코 실현된 적이 없는 현대 건축의 추론적 conjectural 역사를 꿈꾸게 될 때 관건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비스듬한 움직임은 예술과 기술, 노스탤지어와 진보, 그리고 건축적 상상의 미래를 둘러싼 우리의 이해에 어떤 도전을 안기는가? - P7

 나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안에 있고자 골몰하는 카리스마적인 포스트비판의 저 모든 [접두어들], "포스트post" "neo" "전위avant" "트랜스trans" 따위가 지긋지긋하다. 이들과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 P8

채택되지 못한 길 하나가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 P8

지난 20세기 초반에 건축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와다비드 블뤼크David Burlyuk의 [미래주의 선언문] 「일반적 취향에 날리는 따귀」를 빌려 말하건대, 어떤 이들이 "현대의 기선" 밖으로 내던져버리길 꿈꾸었던 논쟁적 개념이 되었다. - P9

그에게 있어 "건축은 사회적 존재 그 자체의 표현," 곧 사회적 위계의 표현이다. - P9

건축이 사회의 물질적 표현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크라카우어가 말한 "실존의 위상학 existential topography" 혹은 내가 문화적 기억술cultural mnemoties이라 부른 것의 관점에서 고려하고 탐색할 필요가 있다. - P10

 건축은 포에시스 poiesis의 형식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지 위계를 구체화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수완을 기리고, 자신의 직접적인 기능을 초과하며, 세계 문화의 창조에 기여할수 있는, 그런 만듦의 형식.²

2 건축에 관한 다른 사유방식에 관해서는 다음을 보라. KennethFrarupton, "The Status of Man and the Status of His Objects: ATReading of The Human Condition." in Labor, Work, and Architecture,
London: Phaidon, 2002, pp. 24-43,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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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해외 K-문화 열풍을 타고 한국어 학습 열기가 열풍에서 태풍으로 고조되고있습니다. 같은 한국어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집니다. "서로 실력이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입니다."라는 장황한 표현 대신에 백중지세(伯仲之勢)입니다"라고 하면 간단명료한 뿐만 아니라, 말의 품격이높아집니다. - P4

품격이 높은 한국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학생 모두 한자라는 관문을 돌파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 P4

끝으로, 보잘것없는 저의 소견과 노력이, 한국 학생들이 한국어·영어·한자를 한꺼번에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논술 시험을 대비한 고품격 어휘력과 문해력, 문장력을 높이는 데 일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초급 한국어 과정을 마친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을 더 높이고, 한자를 효과적으로 익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성공을 빕니다.

2024년 1월 11일
엮은이 전광진 - P5

PREFACE

Riding the global K-culture wave, the enthusiasm for learningKorean is rising from a craze to a typhoon. The quality of thesame Korean expression varies depending on how it is used.
Instead of the long-winded expression, "It is difficult to determinesuperiority or inferiority because their skills are even to eachother.", if you say, "It is Baekjungjise (伯仲之勢)", your expression become simple and clear. - P6

일러두기
Introduction

1
한국어에 있어서 사자성어는 품위와 품격의 상징이다. 사자성어를 많이 아는 것이 고급 한국어로 통하는 지름길이고, 그 길로 오르는 사다리이다.
In Korean, four-character idioms are symbols of elegance and dignity.
Knowing many four-character idioms is both a shortcut to advanceKorean and a ladder to climb over that wall. - P10

3

한국 학생의 경우, 고품격 어휘력을 높이고 아울러 한자와 영어를 동시에 익히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사자성어 학습이 한자는 물론 영어 학습에도 도움을 주도록 한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시도되었다.

For Korean students, this book was designed to help improve high-quality vocabulary and learn both Hanja and English at the sametime. The first attempt to improve English and Hanja learningthrough studying four-character idioms was made in this book. - P10

11

이 책에는 총 424개의 4자성어가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선정하여 8급부터 2급까지 급수별로 배열한 것이다. 급수가 높을수록 쉬운 한자로 구성된 것이다.

This book contains a total of 424 four-character idioms. They wereselected by the Korean Language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 and arranged by grade from level 8 to level 2. The higher the level, the easier the Hanja becomes. - P13

한자 필순 5대 원칙

Five Principles of Hanja Stroke Order

한자를 멋있게 쓰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많이 써보는 것이 최상의방법이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많이 쓴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후략).


What should you do if you want to write Hanja nicely? Of course, the best way is to write Hanja often. However, simply writing alot does not guarantee that you will become proficient at writing. (후략). - P14

보충 설명

 제1부 사자성어 편 네모 칸에 한자가 희미하게 쓰여 있다. 그것을 덧칠하듯이따라 써보자. 이때 앞에서 본 ‘한자 필순 5대 원칙‘을 활용하면 쉽게 잘 쓸 수있다. 그렇게 자주 쓰다 보면 금방 한자와 친해진다.


 Supplementary explanation In Part 1, Four Character Idioms, Hanja is faintly written in the squares. Just trace it as if you were painting over it. At this time, you can use it easily by using the ‘Five Principles of Hanja Stroke Order‘ seen above. If you use it often, you will quickly become familiar with Hanja.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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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는 다음 날 저녁에 이케부쿠로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이케부쿠로에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나는 약속장소를 어디로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116

분게이자에 있는 카페는 극장 안에 있다는 입지 조건 때문에아무리 생각해도 카페의 손님=분게이자의 손님일 텐데, 이상하게도 영화 마니아 분위기를 풍기는 손님은 늘 적었다. 안에 들어가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카페였다.  - P117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에게 오야나기 감독이 들르지 않았느냐고 묻자, 감독을 알긴 하지만 요즘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맥주 두 병과 피자 하나를 시키고 한동안 앉아 있었다. - P119

두 번째 간 술집은 ‘도리하치鳥八‘.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꼬치구이집이었다. 감독이 학생 때부터 단골로 드나들었던 가게라는데, (중략).
"옛날부터 영화감독이 꿈이라는 소리를 했지만 진짜 감독이될지는 몰랐지. 자, 한 잔 받아." - P119

우리는 다시 이케부쿠로의 네온사인 번쩍이는 길거리로 나와 오늘 마지막으로 들러볼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 이름은 ‘라메르‘. 우리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고급 라운지였다.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갔는데, 역시 평소라면 들어올 곳이 아니었다. - P120

우리 테이블에 온 눈이 무척 큰 호스티스가 작은 목소리로 "시노부입니다" 하며 인사했다. (중략).
우리가 불편해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시노부가 말했다. - P120

"여긴 처음이에요?"
(중략).
"오야나기 도시조라고, 영화를...."
"어머! 도시짱을 알아요?"
- P121

"감독님 밑에서 일해요. 지금도 영화를 찍는 중이지만요.‘"
"알아요. <탐정영화> 맞죠? 여러 번 이야기했거든요. 맥주만시킬 거예요? 돈 때문이라면 괜찮으니까 더 마셔요. 아, 감독님이 드시던 술 내드릴까요?"
"아, 아뇨. 그건 좀......." - P121

"아,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지? 음, 어제다. 맞아요. 어제요. 요즘 내가 날짜 계산을 영 못하네. 왜 이러지?"
나와 미나코는 재빨리 눈빛을 교환했다.  - P122

술값은 딱 만 엔이 나왔다. 맥주 두 병과 안주, 얼음 값인데 비싼 건지 싼 건지 알 수 없었다. - P123

5

"그런 내용은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감독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이 투숙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프런트의 젊은 직원은 답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략).
"이 친구의 아버지일지도 모릅니다."
미나코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역시 눈치 빠르게 고개를 숙이는 정도의 재치는 보여줬다. - P125

"그분은 틀림없이 이 호텔에 투숙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마키노 마사히로³*라는 이름으로......."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중략).
"안타깝게도...... 한 시간쯤 전에 체크아웃하셨습니다."



*일본의 영화감독

3장

3. 마키노 마사히로, 牧野雅裕, 1908 - 1993 - P126

"<탐정영화>를 완성하는 거야."
"우리가?"
미나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 P128

la foli4장 피프회의


1

11월 23일 오전 열한시. 치프회의가 끝났다. 사무실에는 전스태프에 연기자들까지 모여 있었다. - P131

"오늘로 감독은 열흘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는 개봉 날에 맞춰 영화를 완성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치프회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각 파트가 협력하여 어떻게든 <탐정영화>를 완성한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사람들이 살짝 술렁거렸다. - P131

히사모토는 또 당신이냐는 투로 하스미를 바라봤다.
"우리에게도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명 공동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연기자라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투자자로서도 이 영화가 성공하지 못하면 큰일이니까. 잠자코 보고만있을 순 없어요." - P132

"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녜요. 다 함께 결정한 겁니다.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결정할 때는 우리도 참여했으면 해요. 연기를 하는 건 우리니까. 우리도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니면 곤란합니다."
그다지 무리한 주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한 사람‘의 의견이기까지 하니 더욱 거절할 수 - P132

정말이지 지난번 전화도 그렇고 히사모토는 미나코와 내 문제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설마 마흔 가까운 나이에 처자식까지 있으면서 미나코에게 반한 것은 아니겠지. - P134

"그렇다고 끙끙거리며 고민하진 마. 자, 여기서 특별 퀴즈!"
기운 내라는 듯이 미즈노가 멋대로 퀴즈를 냈다.
"<니켈로디언>¹에서 언급되는 D. W. 그리피스²의 영화 제목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왔다.
"<국가의 탄생>³"
・・・・・・ 그럼 <굿모닝 바빌론>에서 언급되는 영화는?"
"<인톨러런스>⁴...... 지금 문제 두 개 냈지?"


4장

1. LA, Nickelodeon, 1976.
2. D. W. 12, D. W. Griffith, 1875-1948.
3. 7, The Birth Of A Nation, 1914.
4. 2, Intolerance, 1916. - P135

나는 원래 추리력이 뛰어난 편이 못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해 자주 읽기는 해도 돌이켜보면 범인을 맞힌 적은 없다. - P136

그런데 이 <탐정영화>는 짚이는 부분이 없었다. - P136

결국 바꾸어 말하면, 이때 내 머릿속에 있던 의문은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누가 범인이라야 제대로 된 영화가 될까?‘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저택의 여주인인 사기누마 준코의 죽음은 혹시 살인이 아닐까? - P137

2

몰아치는 비바람 소리를 뚫고 비명이 울려 퍼졌다. (중략). 그는 벌떡 일어나 숨을 죽였다. 비명은 저택 안에서 들린 것 같기도 했고, 밖에서 난 것 같기도 했다. - P137

"아가씨는 분명 조금 전에 욕실에 들어가셨.."
다카오는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들더니 욕실로 달려갔다. 다쓰미와 야부이도 뒤따랐다.
다카오가 탈의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P139

"저는 사모님 방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호소노 선생도 어떤지 봐주세요."
혹시 모르니까,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그 말을 한 다쓰미도 알지 못하는 듯했지만 야부이는 아무것도 되묻지 않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 P140

돌아보니 이스즈가 비난이 담긴 눈으로 다쓰미를 향해 버티고서 있었다.
"여기・・・・・・ 이방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죠?"
"열쇠? 거긴 하야시 씨 방이에요. 아세요?"
"압니다! 하야시 씨 이외에 이 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누굽니까?" - P143

"사기누마 준코 씨. 사모님은요?"
"글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가지고 있었을지도? 가지고 있었을지도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은 어떻다는 겁니까?" - P144

야부이가 바로 부정했다.
"말도 안 됩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죠? 이건 사고예요. 아니면 자살이겠죠. 거기 문이 잠겨 있죠? 보조열쇠는 저하고 사모님만 관리합니다. 설사 누가 방에 들어가 하야시 간호사를 밀어 떨어뜨렸다고 해도 문을 잠글 수는 없었을 겁니다." - P145

3

우리는 러시를 보고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화이트보드를 준비해서 사기누마 저택의 평면도를 그렸다.  - P145

호소카와는 아직도 모르겠느냐는 투로 두 손을 자기 가슴에 얹고 말했다.
"나죠. 당연하잖아요? 내가 아니면 대체 누가 범인이겠습니까?"
사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아니면 대체 누가 범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 P146

호소카와는 호기롭게 자신을 ‘살인범‘으로 고발했다.
호소카와의 의견을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니, 너무나도 당연한 추리였다. 그러나 그 점이 어려운 문제였다. 의사가 범인이라는 결말에 의외성을 느낄 관객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 - P148

그러면서 호소카와는 간호사 역을 맡은 모리 미키를 가리켰다. 갑자기 눈길을 받게 된 모리 미키는 불편하다는 듯이 고개를돌렸다.
"그럼 하야시 간호사의 방 열쇠는 어떻게 손에 넣은 거죠?"
히사모토가 가장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 P149

"그럴까요? 호소카와 씨가, 아니 호소노 의사가 투약 실수로 사기누마 준코를 죽게 만든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을 하야시 간호사가 알고 있었다고 하면, 당연히 의사가 자기 입을 막으려 들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히사모토가 정확히 찔렀다. 호소카와는 얼굴을 찡그렸다. - P151

히사모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세부적인 문제는 나중에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 P152

"물론 가짜지. 아마 사기누마 준코는 병으로 글씨도 제대로쓸 수 없는 상태였을 게 틀림없어. 게다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글씨를 쓸 수 없지. 삐뚤삐뚤 엉망으로 써놓으면 누구 글씨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
소도구인 유서는 그냥 접은 백지였고, 내용이 화면에 나온 것도 아니라서 부정할 수 없었다. - P153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가 범인이 아닐 경우, 준코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자, 준코가 진짜 자살했다고 생각합니까?"
어려운 문제였다. - P153

히사모토가 말했다.
"사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기누마 준코는 자살한 게 아니라, 애당초 죽지도 않았을 가능성 말입니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 P154

"아, 아, 안 돼요! 우, 우리, 어, 엄마는, 침대에 누, 누워 있기만 하면 되. 된다고 해서 추, 출연한 건데……………"
그렇다!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왕년의 유명한 여배우, 사기누마 준코를 연기한 사람은 스도의 어머니였다! - P155

"아무리 재미있어도 앞뒤가 맞지 않으면 곤란하지."
"뭐라고?"
호소카와가 매서운 눈으로 하스미를 바라보았다. 하스미는 태연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며 대꾸했다.
"투약 실수로 죽었다고 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그 행방불명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은 뭐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건가?" - P156

4


(전략).
미스즈는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알리바이 시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의사가 수상쩍어. 하지만 수상한 사람이 그대로 범인이 되는 탐정영화가 과연 있을까? 하야시 간호사를 충동적으로 살해했다면 몰라도 호소노 의사 같은 인텔리가 알리바이 공작도 없이 그랬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 - P158

히사모토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끼어들었다.
"미스즈 씨는 대체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걸 먼저 말씀해주시죠."
미스즈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얼굴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사기누마 이스즈죠." - P158

"내 말 좀 들어보겠어? 난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 욕실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어. 발가벗은 채." - P159

나는 깜짝 놀랐다. 미스즈의 추리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도. 호소카와는 호소노 의사가 범인이라고 하고, 미스즈도 자기가 연기한 사기누마 이스즈가 범인이라고 한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잠시 그들의 표정을 살핀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호소카와나 미스즈나 자기가 범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 P159

결국 그들에게 감독의 실종으로 야기된 지금의 사태는 자기가 주인공으로 올라설 기회인 셈이다. - P160

사실은 역시 옷 벗기는 싫어 하는 비장할 정도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것도 오야나기 감독에게 단련된 연기일까?
"벗고 싶어서 벗는 거야 자기 맘이지만 난 아무래도 사기누마 이스즈가 간호사를 죽여야 하는 동기가 뭔지 모르겠네." - P161

히사모토가 내용을 정리하며 기록하는데 머뭇머뭇 손을 든사람이 있었다. 미술감독인 가와마타였다. (중략).
가와마타도 쑥스러운지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니까 그게, 욕실 문제 말인데요...." - P162

히사모토가 꼬박꼬박 재촉하지 않으면 가와마타는 설명을 이어가지 않았다.
"욕실 창문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만들지 않았어요." - P162

어떤 창문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잠깐만요. 드나들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창문은 충분히 크잖아요?"
미스즈가 당황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붙박이창이라 여닫을 수 없습니다. 양옆으로 비스듬하게 낸 작은 창은 열 수 있지만 기껏해야 15센티미터쯤 되는 틈이에요. 개나 고양이라면 몰라도 성인은 절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 P163

내가 입을 열었다.
"저,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요."
(중략).
"예를 들어 아주 훌륭한 추리가 여기서 나왔다고 가정해보죠. 지금까지 전개된 스토리의 여러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재미까지 있는 추리가요."
"가정을 전제로 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히사모토는 지긋지긋하다는 투로 말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 P164

미스즈는 내 의도를 바로 깨달았는지 표정이 확 밝아졌다.
"맞아! 한신 정도라면 다시 찍어도 상관없잖아? 욕실 창문만 교체하고 같은 앵글에서 다시 연기하면 돼. 간단하잖아!"
히사모토는 얼굴을 찡그리며 턱을 괴었다.
"글쎄, 그게 어떨까? 촬영이 끝난 부분을 의심한다는 거야? 그러자면 한도 끝도 없어."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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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나코는 잠시 내가 제정신인지 의심하는 것 같았다. 아니, 진짜 의심했다.
"무슨 뜻? 그게 무슨 뜻이지?" - P104

"맞아! 무슨 이유이든, 한창 촬영중인 감독이 사라질 리가 없어. 이건 방해공작이야. 사보타주야!"
"사보타주라기엔 좀 지나치지."
"이 영화를 완성하지 못하면 FMW는 도산해 누군가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거라고." - P105

3

다음으로 우리가 한 일은 다시 전화통을 붙잡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도쿄 안에 있는 유명 호텔들을 뒤졌다. - P106

"어쩌지? 좀 더 수준이 떨어지는 호텔에도 전화해볼까? 감독이 좁고 불편한 비즈니스호텔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내가 물었지만 미나코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별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작은 호텔까지 샅샅이 걸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전화요금은 감독의 부담이 될 것이었다. - P107

"아냐. 지방엔 당연히 많지만 도쿄에도 호텔보다 여관이 훨씬더 많을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정말이라니까."
"그럴 리 없어. 도쿄에서 여관이라니. 난 몇 번 본 적도 없는데." - P108

도쿄의 숙박시설이라는 항목을 보니 1988년도 집계가 나와있었다. 호텔은 481곳, 여관은 무려 2106곳이었다.
"이천! 이럴 수가. 이렇게 많으면 조사할 수 없어!" - P108

. 어쩌면 감독은 밤에 출발한 게 아니라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쯤 맥도널드에 앉아 빅맥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파는 것과 같은 맛인지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 P110

맞는 말이다. 직접 아는 사람일수록 소문이 퍼질 가능성은 더 크다. (중략).
히사모토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출자자나 매스컴에 들통 날 위험은 절대 피해야 해. 그것만은 피해." - P111

히사모토는 이케부쿠로 부근에 있는 술집 세 곳과 아카사카에 있는 요정 한 곳, 긴자의 고급으로 여겨지는) 스낵바 두 곳의 이름을 가르쳐줬다.
"위치는 알지? 모르면 술집에 전화해서 물어봐."
"술집에서 든 비용은 당연히 경비로 청구할 겁니다. - P112

"..... 할 수 없군. 하지만 최소한만 경비로 인정할 거야. 알겠어? 맥주 한 병과 간단한 안주 정도라면 경비로 처리해줄게. 물론 영수증이 있어야 인정해 그 이상은 네 돈으로 해결해."
미나코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 P112

"미나코? · 할 수 없지. 둘이 다니면 수상하게 여기진 않겠군. 알았어, 경비로 처리해줄게. 하지만 똑똑히 들어. 영수증 잊지 말라고. 뭘 주문했는지 내역도 꼼꼼하게 적어달라고 해. 맥주와 간단한 안주만 인정이다. 알았지?"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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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결혼할래?"
"뭐?"
난데없는 민석의 질문에 홍미는 삼겹살을 뒤집던 집게를 떨어뜨릴 뻔했다. - P50

"너는 가끔 도가 지나친 농담을 하더라." - P51

"소개팅해줄게."
"너 친구 없잖아."
"친구 말고 그냥 회사 사람."
"너 회사 사람들이랑도 안 친하잖아." - P52

 홍미는 그걸로 약간 안심이 되었다. 민석에게도 거절할 기회를 한 번 준 셈이니까 그걸로 공평해지지 않았을까. 홍미는 민석이 좋았다. - P54

. 양지는 고맙다고 말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서 다시 쪼그려 앉았다. 홍미는 또 그 뒤통수를 지켜보았다. - P55

어떤 날에 양지는 악감정 같은 건 다 잊은것 같다. - P56

집까지는 승용차로 30분 남짓이었고그동안 경식은 옆 좌석에 앉은 홍미를 힐끔거리면서 자신의 연애사를 들려주었다.
"이런 얘길 해도 되려나." - P58

"홍미 씨도 어른이니까, 이런 얘길 해도되겠지."
홍미는 웃으면서 들었다. - P59

"그럼 같이 하나 만들까?"
홍미는 어안이 벙벙했다. 가끔 어떤말들은 무슨 뜻인지를 바로 알아채고 싶지가않다.
"내일 뵐게요." - P60

 이직을 결심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냈을 때 홍미는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아주잘 알았다. 그런 걸 모른 척하고 살아가는 일이 불가능하다. - P61

그렇기 때문에 자잘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날 밤 늦은 귀갓길에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서 뭔가 허전한 걸느꼈다. - P62

이제 홍미는 양지의 일기 중 절반 정도를 세단했다. - P63

"이거 뭐지?"
청소를 하는 날이었다. 세단함 속의 종이들을 꺼내다가 누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홍미는 그쪽을 돌아보았다. - P64

일기장을 거의 다 갈고 겨우 한 권의분량이 남았을 때 홍미는 그 모든 것들을 야금야금 갈아버리지 말았어야 했나, 살짝후회했다. 하지만 그걸 남겨두어서 어쩌잔 말인가. 그건 결국엔 짐이 될 것이다. - P65

 단번에 모든 걸 포기하게 될지도 몰랐다. 홍미는 방으로 뛰어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하기 시작했다. - P66

홍미가 양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결국 일기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홍미는 양지에 대해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게 될확률이 컸다. - P69

공씨가 홍미를 찾고 있다는 연락을받았을 때 홍미는 깜짝 놀랐다. - P69

 홍미는 무슨 대답을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일기는이미 없었기 때문이다. 일기는 이미 모두 세단해버린 뒤였다. - P70

"그거 제가 버렸어요."
무슨 권리로 그걸 다 버렸냐는 듯 공씨는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걸 가진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으면서 어떻게 그걸버릴 수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 P71

공씨는 별다른 표정 없이 그종잇조각들을 보다가 누런 것을 가려내려는홍미를 만류했다.
"됐어요. 그만해요. 이만큼만 가져갈게요." - P72

"잠깐, 잠깐만 더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흥미가 숨을 헐떡이며 묻자 공씨는 근처 카페로 가자고 홍미를 이끌었다. - P74

오후 1시에 퇴근하고 점심을 먹으면서나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걸었죠. - P75

하루는 오늘 뭐 하셨느냐고 물으니까일기를 썼다 하더라고요. 일기도 쓰세요? 하고 물으니까 몇 년 전부터 소일 삼아 쓰기시작했대요. 제 얘기도 썼다면서 웃었어요. - P77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은, 말하자면 때가 탈 만큼다 탄 사람들인데, 가끔 순수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늙을수록 애 같아진다는말이 그런 건가 싶더라고요. - P78

그래도 그 뒤로도 아주 가끔씩 전화했어요. 이미 봉사나 그런 게 아니라 친근한 사이가 되어있었으니까요. 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고 저도 할머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 P80

 나는진짜 내 속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게 너무서운했어요. 할머니는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을까요? - P81

그러고 얼마 뒤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들었어요. 처음에는 슬펐다가 자살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서웠어요. 내 책임인 것 같아서요. - P82

일기는 전부 가짜였다. 사실이 써 있는것이 아니었다. - P82

"일기는 안 읽어본 게 차라리 나을지도몰라요. 공씨라는 사람에 대해 쓴 내용이많지만 사실이 아닌 것 같거든요."
(중략).
공씨는 그렇게 결론 내린 듯했다. - P83

"그리고 저는 이걸로 다 떨쳐버릴 거예요.
못 읽게 된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네요.
아가씨 말대로 어차피 다 거짓말이라니까." - P83

"옥상에서 뭘 태우는 건 불법이라고요."
홍미의 말에 공씨는 웃었다.
"그게 중요해요, 지금?" - P84

뿔테 안경 너머의 눈빛이 흰 담배연기가 뒤섞인 입김을 내뱉으며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 P84

 나는 왜 서둘러 늙어버렸을까. 아직도미처 써보지도 못한 새날들이 너무 많은데. - P86

일기장의 모든 것이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일부는 분명 가짜였다.
"희망 사항을 쓴 걸까? 누가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일어날 일들을 미리 연습해본거지." - P87

"집주인이 빚이 많나 봐."
(중략).
"인터넷에 물어보니까 내가 못 받을수는 없다. 소송을 걸면 내가 무조건 이기고소송비용도 주인이 내야 되니까 소송 걸기전에 아마 다 줄 거래. 그렇게 법으로 정해져있대." - P88

홍미는 잠깐 헷갈렸다. 법 없이도 산다는건 착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나.
"법 같은 건 상관없이 산다고. 배 째라하고 산다고." - P88

홍미는 제도가 양지에게 맺어줬던 공씨라는 사람을 떠올렸다. 양지는 법에 기대지 않고는 관계도 맺을 수 없는사람이었다. 왜 홍미를 찾아보지는 않았을까. - P89

"민석아, 나랑 결혼할래?"
"안 돼."
"왜, 전엔 하자며."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친구가 한 명은 결혼식에 와야 할 것 같아서. 너 말고는 친구가 없거든." - P90

"이러다 혼자 죽으면 어떡하지?"
"매일 일기를 쓰자."
"그게 무슨 도움이 돼?"
"덜 심심하겠지." - P91

무표정하게 아무 대꾸도 않고있다가 언젠가 한번은 사장님, 심심해서그러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 P91

얼마 뒤에 경식은 조용히 홍미를 불러서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아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며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P92

부당해고, 권고사직, 실업급여 같은 것들을 잔뜩 검색해본 다음에 홍미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 P92

홍미는 그날 밤 사무실에 갔다. 세단함에는 세단된 새하얀 종이들이 또 잔뜩있었고 홍미는 그걸 사장실 곳곳에 마구뿌렸다.  - P93

집으로 돌아온 홍미는 자신이 한움큼 집어 온 종잇조각을 좌식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 P94

한창때
달의 빛은
공짜다


홍미는 그것을 자신의 수첩에 잘끼워두었다. 할머니로부터 물려받기로 한것은 그게 전부였다. - P95

홍미는 밤 10시쯤 일찌감치 잠들었다가 깨서 자정이 넘은 것을 확인하고 문득 누구에게라도 새해 인사 메시지를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P96

좋아하는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싶고 그걸미리 연습 삼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할까하다가 말았다.

-그럼 고민석의 명복을 빕니다.
-불길하게 무슨 소리야!
-이것도 연습 삼아 - P96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어느 자리에선가 "너는 왜이렇게 늙어 있냐?"라는 말을 들은 데서부터 출발했다.  - P98

(전략). 잘 알지도 못하는사람이 나를 알아보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그러니까 어쩌면 그 사람의 말이 맞을지도모른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뒤이어 아주 늙어버린 여자와 아직 늙지 않았지만 서둘러 늙어버린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 P99

누군가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면 매일이 일종의 연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생각부터 한다. 쓰고 버려지는 습작들을 떠올려서만은 아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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