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에게는 복리(welfare)가 있다.¹ 그들은 삶을 편히 살거나 어렵게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일부 동물들의 삶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동물들의 삶보다 낫다. 

1) (옮긴이) welfare는 복리 또는 복지로 번역되는데, 전자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과 이익이고,
후자는 행복한 삶이다. 이 문장은 영어로 "Mammalian animals have a welfare"인데, 여기서 레건이 포유동물들이 충족해야 할 일정한 조건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복리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P231

설령 이러한 이야기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어도, 그렇다고 주목할 만한 철학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무엇인가가 변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동일하게 남아 있는가?"를 설명하는 해묵은 문제이다. - P232

이와 같은 성가신 질문은 다른 것들의 동일성에 관한 질문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이러한 질문이 가령 의자, 나무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인간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 P232

 모든 도덕 이론은 한결같이 이것이 인간의 경우에 참이라고 가정하고 있으며, 이때 아무런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다시 말해,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며, 좋거나 나쁜지에 관한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피도와 같은 동물이 인간과 다를 바없다고 가정할 때에도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 P232

 동물들의 동일성에 대한 설명은 그러한 설명이 밝히고자 하듯이, 그들의 육체적인 동일성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동일성까지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육체적인 동일성만을 다루는 설명은 기껏해야 이러한 동물들의 동일성에관한 절반의 이야기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 P233

두 번째 문제는 동물 복리의 본질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검토해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익(interests), 이득(benefits) 그리고 해악(harms)이라는 개념에 천착해볼 것이며 (3.2~3.4), 이에 앞서 (3.1)동물에게 자율성을 귀속하는 근거를 밝혀볼 것이다. - P233

(전략), 나머지 하나는 안락사 개념을 동물들에게 적용할 경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3.7)에 대한 문제이다. - P233

3.1 동물의 자율성

우리는 자율성을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칸트의 저술에서 고전적인 진술들을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해석에 따르면, 개체들은 ‘오직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개체들이 따를 것을 의욕할 수 있는 이유들에 따라행동할 수 있을 경우‘에만 자율적이다. - P234

달리 말해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할지를 물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231

어떤 동물이 칸트적 의미에서 자율적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런존재가 되려면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아마도 자신이 속한 종에 속하는)이 유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거나 혹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볼 수 있는 실로 상당히 복잡한 수준의 사유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P235

하지만 칸트적 의미의 자율성만이 유일한 의미의 자율성은 아니다. 또다른 견해로는 ‘개체들이 선호를 갖고, 이를 충족할 목적으로 행동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율적‘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 P235

다음에서 살펴볼 두 유형의 사례는 이러한 동물들이 선호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로 보는 것이 타당함을예시해준다. 첫 번째 사례는 이것 또는 저것을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동물들이 주어진 방식으로 일정하게 행동하는 경우이다.  - P236

두 번째 사례는 주어진 경우가 최초의 상황이라 일정한 행위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 P237

자율성을 선호의 의미로 파악할 경우, 우리는 많은 동물들이 자율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동물을 합당하게 자율적으로 파악할 것인지는 첫째, 그들을 바람 혹은 목표, 다시 말해 선호를 갖는 존재로 파악하기 위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둘째, 이는 그들의 선호를 말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갖는 선호로 어떤 선택을 한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명료하게 서술할 수 있는지에, 또한 절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 P237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의미 - 칸트적 의미와 선호적 의미- 의 자율성이있음을 알게 되었다.  - P237

그 해석은 어떤 개체가 자율적인도덕 행위자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시말해 이는 자신이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며, 또한 적절하게 비난받거나 칭찬받을 수 있는, 혹은 비판받거나 욕을 먹을 수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칸트적의미의 자율성은 "자율적 개체들이 스스로의 개인적인 선호에 관한 생각을 넘어설 수 있으며, 자신들의 고찰에 대한 공평무사한 이유를 마련하여 스스로의 도덕적 의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 P238

3.2 이익

동물이 자율적 존재라는 입장의 적절함을 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동물의 복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러한 함의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복리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 P239

 예를 들어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감에도 운동을 하는 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있다. 이 두 가지를 선호-이익(preference-interests)과 복리-이익(welfare-interests)으로 구분해보자. - P239

 미국의 철학자 랠프 바턴 페리(Ralph Barton Perry)는 이익의 특징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공통의 특징을 갖는 특정 부류의 행동이나 상태로 규정했는데, 이때그는 바로 이와 같은 의미의 - 이익 -선호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² 하지만 페리가 규정한 이익의 특징은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2) R. B. Perry, Realms of Value(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54), p. 7. - P240

선호-이익은 누군가의 정신적 삶에서의삽화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원하고 좋아하는 등의 성향(dispositions)일수도 있다. - P240

복리-이익은 선호-이익과는 다르다. 복리-이익의 경우, "A가 X와 관련된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시적 혹은 성향적 의미에서 X에대한 선호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함의하는 것도아니다. - P241

 어떤 것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며, 어떤 것들은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어떤 것이 한 개체(A)에게 이익인 경우, 이는 A에게 이득이 된다. 반면 A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것은 A에게 해악이 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가 개체의 일반적인 복리 개념을 이해하려면 이득과 해악 개념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 P241

3.3 이득

개체는 이득으로 인해 스스로의 능력 범위 내에서 좋은 삶을 영위할 수있게 되고, 그런 삶을 영위할 기회가 증진되기도 한다. - P241

하지만 동물이 바람을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프레이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가 동물들이 기본적인 필요에 관한 일시적인 그리고 성향적인 이익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 P243

음식과 물이 동물에게 이익이 되듯이, 그들은 음식과 물에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일부 ‘하‘ 동물의 경우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만이유일한 바람 혹은 선호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개체의 복리는 이러한 바람들을 얼마만큼 조화롭게 충족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조화로운 충족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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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건물 위를 뒤덮고 있는 얼음층은 여러 가지 지질학적 요인을 떠올리게 했다. 일부 지역의 석조물은 빙하 표면까지 주저앉아 있었다. 고원의 안쪽에서 우리가 넘어온 고개 왼쪽의 1.5킬로미터 지점까지 넓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자리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 P278

 물론 우리는 지구의 연대기, 과학 이론, 인식같은 것들이 어긋나 있다는 서글픈 비애를 느꼈다. 그러나 우리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하고 세밀하게 관찰한 끝에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일 만한 일련의 사진을 신중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타고난 과학적 사고방식이 도움이 된 것 같다. - P278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제3기의 거대 도시와 비교할 때, 전설의아틀란티스와 레무리아¹⁰⁸, 코모리엄, 우줄더럼¹⁰⁹, 로마르의 올라소¹¹⁰등은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 거석의 도시는 인류 이전의 불경한 속삭임으로 전해지는 벨루시아¹¹¹, 리예, 나르의 아이브¹¹²,
아라비아 사막의 ‘이름 없는 도시‘ 등과 비견될 만 했다. - P279

108) 레무리아(lemuria): 인도양에 가라앉았다는 전설적인 선사 시대의 대륙.
109) 우줄더럼(Uzuldaroum); 역시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가 북방정토를 배경으로 지어낸 또 다른 가상의 도시.
110) 올라소(Olathoe): 로마르(Lomar)는 드림랜드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으로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에 나온다. 올라소(Olathoe)는 「북극성」에서 로마르의 사르킨 고원에 있는 도시로 묘사됐으며, 이곳에서 차토구아를 숭배한다.
111) 벨루시아(Valusia) :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 Howard)가 지어낸 가상의 대륙이자왕국.
112) 나르(Mnar): 나르는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 The Doom That Came to Sarmath」(1919)에서 언급됐다.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으로 흑인 유목민이 정착하고 있다. - P352

산맥은 끝이 없었고, 구릉지역 안쪽을에워싼 거석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으로 80킬로미터를 비행했지만 영겁의 빙하를 뚫고 시체처럼 일어선 암석과 석조물의 미로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 P279

산맥에서 고원 안쪽으로 비행하는 동안, 도시가 무한한 것 같다는 처음 생각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50킬로미터쯤 비행하고 나니 기괴한 석조 건물이 뜸해졌고, 16킬로미터를 더 가자 인공물이 전혀 없는 천연의 황무지가 나타났다. 도시 너머의 강줄기는 움푹 들어간 선으로 변했다.
한편 거칠어진 지표면은 안개에 휩싸인 서쪽으로 멀어질수록 점점 더 경사가 급해졌다. - P280

 완만한 비탈에도 폐허의 잔재가 뒹굴었지만, 고도를 낮추자 착륙할 만한 지역이 꽤 많이 나타났다. 캠프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고개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선택한 후, 우리는 오후 12시 30분경 평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 P280

장비들은 착륙이 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지층 조사용, 혹은 동굴에서의 암석 채취용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다행히 찢어 쓸 만한 종이가 충분해서 여분의 표본 가방에 넣었는데, 복잡한 내부로 들어갈 경우 전통적인 방법대로길을 표시하는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 P281

사실 그때 우리는 봉우리에 가려져 있던 어마어마한 비밀에 어느 정도 시각적으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수백만 년전 어느 존재가 건설한 원시의 성벽 안에 실제로 발을 들여놓는다는 생각은 두려움뿐 아니라 우주적인 비정상성이라는 오싹함마저 던져 주었다. - P281

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성벽의 두께는 1.5미터에 달하고, 내부에는 따로 구획을 한 흔적이 없는 반면 안쪽 벽면에 줄무늬 조각이나 얕은 돋을새김이 보였다. 성벽 위를 저공으로 비행할 때 예상한부분이 맞아떨어졌다. 성벽의 아래 부분이 더 있는 것 같지만, 그 위치에서는 두꺼운 얼음층과 눈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P282

정찰 비행에서 얼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건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므로, 지붕이 남아 있고 내부가 깨끗한 건물로 들어간다면 원래의 지표면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 P282

피버디 교수가 그곳에 함께 있지 않아서 아쉬움이 들었는데, 그의 공학 지식이라면 까마득한 옛날 그처럼 거대한 석조 블록을 어떻게 다루었을지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 P282

서쪽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수증기와 우리들 사이에 검은색 석조물이 괴기스럽게 엉켜 있었다. 그 불가해한 윤곽은 우리의 위치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띠었다. - P282

우리가 촬영한 사진들마저 그 도시의 기괴함과 끝없는 다양성, 초자연적인 거대함과 완벽한 이국의 정취를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변칙적으로 절단된 원추형 건물을 본다면 유클리드도 할 말을 잃었으리라. 도발적으로 균형을 파괴한 계단식 단, 구근 형태로 기이하게 확대된 축대, 기묘하게 배치된 기둥, 광적인 기괴함을 드러내는 별 모양의 5각형 혹은 5개의 홈이 파인 구조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 P283

이른 오후의 낮게 걸린 붉은빛 태양이 빛을 발산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발밑에 펼쳐진 광경은 서쪽 안개에 묻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햇빛이 한순간 짙은 안개에 가려지자, 돌연한 어둠에빠져든 발밑의 세계에서 나는 차마 입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미묘한 위협을 느꼈다. - P283

붕괴된 석조물을 기어올라 위압감에 움츠러들고 거대한 폐허에 왜소해지는 느낌으로 마침내 미로처럼 얽혀있는 도심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스스로 놀랄 만큼의 자제력을 발휘했다. 솔직히 댄포스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캠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기분 나쁜 억측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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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없다면, 유권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보비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최소정의에 "의사 결정자, 또는 의사 결정자를 선출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실질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라는 조건을 포함했다.¹ - P194

5. 선택과 참여

1 Bobbio(1987 [1984], 25). - P344

다시 한 번 중위 투표자 모델을 떠올려 보자. 두 정당은 유권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가령 세율과 같은 하나의 쟁점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두 정당은 서로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대표하더라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결정적 투표자가 만족하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결과 두 정당은 결정적 투표자가 원하는 걸 하겠다고 약속하는 똑같은 강령을 제시한다. 그러나 결정적 투표자는 독재자가 아니다.³ - P194

3 Downs (1957), Roemer (2001). - P344

사실 선택은 이미 내려졌다. 정당들은 모든 시민의 선호를 읽고, 각각의 선호에 대한 지지자 수를 비교한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들 사이에서 어떤 대안이 다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지 계산을 한 후, 선거 시기에 유권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안이 시민 다수가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미 선택을 내렸고,
이 대안은 우리 모두가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시민 선호와 정당 강령이 독립적이라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유권자가 결과적으로 각 정당 강령에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정당이 예측할 수 있다고만가정하면 된다. - P195

게다가 비록 유권자가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 정당들은 사실 완전히 똑같은 강령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 해도, 어느 한 개인이 혼자서특정 대안이 선택되도록 할 수는 없다. 물론 만장일치 규칙 아래에서는집단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결정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1652년에서 1791년 사이에 만장일치제를 도입했던 폴란드인들은1795년 [프로이센·러시아·오스트리아의 분할 점령으로] 국가가 붕괴할 때까지이 규칙을 열성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⁴ - P196

4 Jędruch (1998). - P344

선거에서의 선택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 P196

(전략), 모든 투표자가 각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에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자들은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정책 강령이 자신의 선호에 충분히 가까우면 선택하기로 한다.  - P197

그러나 이 유권자들이 도구적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일부 유권자들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는 일견 충분한 증거로 여겨진다. - P198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극소수의 투표자들만 지지하는 강령을 제시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가생각하는 어떤 이상점들은 다당제에서조차 그 어떤 정당도 선택지로 제안하지 않을 수 있다. - P199

 정당이 여전히 한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지만, 어떤 정책들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을기울이고,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정보도 불확실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정당들은 어느 정도 서로 구별되는 강령을 제시할 것이다.⁶ 3개 이상의 정당이 있다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⁷* - P199

+ 이렇게 가정한 오스틴-스미스의 모형에서 결정적 투표자는 세율이 정해진 뒤에고용될 이들 가운데 소득이 평균인 투표자[즉, 세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는 지점에 위치한 사람]이다(Austen-Smith 2000, 1259). - P200

6 Roemer (2001). - P344

7 Austen-Smith (2000). - P345

즉, 다운스가 지적한 것처럼,⁸ 정당이 이기려면 정치적으로 가운데쯤에 있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이 오직 선거 승리에만 관심을 쏟든, 아니면 유권자의 복지도 같이 신경을 쓰든 마찬가지다. 또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완전 정보를 갖고 있든, 아니면 불완전 정보만 갖고 있든 마찬가지다. 정당이 몇개든, 선거에서 몇 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든 상관없다. - P200

8 Downs (1957). - P345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추진된 경제정책을 보면, 이 같은 논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시기 역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 P200

제1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30년대까지 각국 정부는 균형재정, 디플레이션 방지, 금본위제 등과 같은 황금률을 따랐다.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경제가 자연법칙을 따른다고 믿었고, 그래서 경기순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았다. - P201

케인스주의가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는 당파적 성향에 관계없이 수요 조절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의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공공재를 공급하고, 기반시설에 투자해 외부성externality을 바로잡고, 자연적 독점을 규제해 시장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 P201

신자유주의자는사적 소유가 다른 재산 소유 방식보다 효율적이라고 믿으며, 국가는 ‘너무크다‘고 생각하고, 거시 경제 균형이 투자를 촉진한다고 본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들은 경기순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정책이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늘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국유재산을] 민영화하고, 공공 지출을 삭감하며, 거시경제 준칙을 지키고, ‘시장‘이 나머지 모든 일을 하도록 한다. - P201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로 다른 정당이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까닭은 선거 경쟁이라는 긴박한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다른정책을 펼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 P202

1925년 스웨덴 의회 토론에서 리카르드 산들레르 사회민주당 총리가 자유당 지도자들에게 공격받았을 때, 그는 사회민주당이 자유주의적 사고를 받아들인 것에 자유당은만족해야 한다고 받아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투쟁을 휘감고 있는자욱한 화약 연기가 걷히고 나면, 합리적인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 그렇듯이, 투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의 중요한 측면에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쉽게 발생한다."¹⁰ - P202

10 Tingsten (1973, 26). - P345

현상 유지 정책이 명백히 실패할 때, 더 나은 사상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을 때, 자신들이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유권자가 믿어 주리라 생각할 때에만 정당들은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다. - P203

그러나 정당이 시민에게 선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 것에 타당한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작동과 선거제도의 정당성에는 경고음이 울린다. ‘정당이 언제나 똑같은 정책만 제시하면,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가 집권하든] 집권당이 똑같은 정책만 펼치면, 선거에서의선택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들어 왔다. - P203

세 번째로, 이른바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도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1968년에 터져 나왔다. [68혁명 학생 지도자인] 콩방디 형제는 선거 경쟁을 고작 ‘진과 토닉 또는 토닉과 진‘ 사이의 선택으로 간주했다.¹³ - P204

13 Cohn-Bendit andCohn-Bendit (1968). - P345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는 원인이 정당 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당들이 내놓는 정책들이 그들의 당파적 스펙트럼에 갇혀 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 P205

당신이 보다 를 선호한다고 해보자. 즉, x>y다. 지금 당신에게 두 가지 가능한 세계의 상태가 있다. 그중 한 세계에서 당신은 x를얻는다. 다른 세계에서는 x와 y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할 수있다는 것이 당신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가? - P205

집단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해, (중략). 즉, x가 다수파다[따라서 다음의 두 경우 모두에서 결정은다]. 두 정당 모두 를 제시해 기회 집합이 {x, y}인 경우와, 두 정당I이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해 {x, y}인 경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당신은 생각하는가? - P205

당신은 두 정당이 {T, T}를 제시하는 경우와 {T-C, T+c}를 제시하는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가? {T, }가 제시되면, 확실히 당신의 이상점이 선택된다.
{T-C, T+c}가 제시되면 결과는 당신의 이상점에서 만큼 멀어지지만,
대신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 P206

세율 선택이라는 예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들에 내재된 모호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안 집합 {T-C, T+c}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중심 위치가 라는 것과 범위가 2라는것이다.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위치인가 0.45라고 해보자. 당신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선택 범위가 좁기 때문일 수 있다. T=0.45,c=0.01,
{0.44, 0.46}인 경우처럼 말이다. - P206

내가 알기로는, [사람들이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의 문제와 관련된] 유일한 증거는 로빈 하딩에 의해 제시된다.¹⁸ - P207

18 Harding (2009). - P345

하딩은 38개국의 40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① 경쟁하는 정당가운데 적어도 한 정당이라도 자신의 선호와 가깝다고 느낀 응답자는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② 승자, 즉 총선에서 자신이 투표한 정당이 집권한 응답자는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③승자는 경쟁하는 정당들 사이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느낄수록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 P207

 즉,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에게만 가치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 요소‘를 확보한 사람[승자]은 그 결과를 더 넓은 선택 집합에서 얻었을 때 민주주의에 더 만족한다. - P207

 결국 "사람들은 선택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어쨌든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말이다."로 보인다. 비록 선택이 사치재라고 해도, 민주주의가 선택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만든다.
몇 가지 선택지들이 유권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은 [선거 경쟁의논리에 따른] 타당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적절한 이유 때문일수도 있다. - P207

세율과 투자, 평등과 효율, 분배와 성장은 맞교환관계에 있다는 [우파 정당의 주장에] 좌파 정당이 부화뇌동한다면,
유권자는 조세, 평등, 분배 정책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은 부유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기 때문에, 좌파 정치인들 역시 그런 맞교환 관계가 불가피하다고 믿는지, 중도로 이동해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이익집단의 압력 때문에 그런 것인지에 대해 누군가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 P208

 존 던은이렇게 분석했다.

돌이켜보면 대처 총리의 가장 결정적인 정치 행위는 첫 임기 초반에 내린결정으로,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철폐한 것이다. 이 결정은자본과 조직화된 노동 사이의 정치적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을 규정했다.
그 공간에서 노동 세력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 공간에서 싸우면, 이미 정해진 노동 세력의 패배가 명백히 국민 다수의 이익에 도움이되는 척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²⁰ - P209

20 Dunn (2000, 152). - P345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이 당선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도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보자. (중략). 그러면[금융 개방으로] 소득재분배가 더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부적절한이유에서 유권자에게 제시되는 선택지를 제한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는대처에게 그녀가 생각하기에 최선인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 P210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자는 참여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이는 앞에서 제기한[즉,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과는 다른 질문이다. 앞에서 다룬 질문은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 P210

세 가지 가능한 상태를생각해 보자. ① 내가 참여했고 내 선호가 우세하다, ② 내가 참여했지만 내 선호는 패배한다, ③ 내가 선호하는 법질서가 자리 잡았고, 그 질서에 따라야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 - P211

개인이 사적인 선택을 할 경우 그의 선택은 결과로 이어진다. 센²²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적극적 행위자, 즉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내 행동을 통해 획득한 결과는 내 행동과 무관하게 도달한 동일한 결과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이다. - P211

22 Sen (1988). - P345

여기서 투표 참여가 개인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212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지 "나는 A에 투표했다.
그래서 A가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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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in charge?

‘Who‘s in charge?‘ is one of the biggest political questions in large societies. The answer is important, because whoever‘s in charge gets to tell everyone what to do. - P8

Who has authority?

In a fair society, the people in charge need to have authority, notjust power. The political system will only work if most people agreethat those in charge are allowed to tell everyone what to do.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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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원근법은 통제 강박이다.

내비게이션이고 휴대폰이고, 아무것도 없을 때다. 너무 두려웠다. 더구나 뒷자리에는 젊은 여자가 둘이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면서 그토록 막막했던 적은 없다. 그저 차 엔진 뚜껑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중략)
"어머, 저 별 좀 봐요! 너무 예뻐요! 어떻게 저렇게 많죠?"
아, 그 순간 난 미치는 줄 알았다. 하마터면 그 여자의 목을 확 조를뻔했다. 그녀는 나중에 아주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다가 만장일치로 서울대 교수가 된 최희연이다. 그렇게 철이 없었으니 탁월한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모양이다. - P158

시간과 공간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가 생겼다 - P158

좌표가 잡히지 않는 공간은 ‘공포‘다. 도무지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은 더 큰 공포다. - P158

하이데거의 ‘세계-내 - 존재 In-der_Welt-Sein‘란 시간과 공간에 아무 대책 없이 내던져짐Gewortenheit‘을 의미한다. 내던져짐을 한자로 표현하면
‘피투성被投性‘이다. - P158

시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시간을 ‘분절화‘한다. - P159

반면 공간에 대한 공포는 시간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며 감각적이다.
인간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공간의 저항은 매순간 경험된다.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내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면서부터 무한한 공간에 대한 공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 P159

어느 순간부터 인류는 공간에 대한 공포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재현representation‘이다. - P159

지도는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을 위도와 경도라는 규칙 안에 재현하기 때문이다. 규칙이 있으면 통제 가능하다는믿음이 생긴다. 그 어떠한 공간도 가로, 세로의 질서가 세워져 있는 지도로 나타내면 두렵지 않다. 더 이상 무한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60

재현 가능성이란 반복 가능하다는 뜻이고, 반복 가능성은 곧 통제가능하다는 뜻이다. 규칙과 질서를 부여해 무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시도는 시간과 공간, 두 영역 모두에 해당된다. - P161

시간과 비교하면 공간에 대한 공포는 비교적 쉽게 극복된다. 2차원적 환원을 통해 규칙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P161

권력은 원근법으로 공간을 편집한다 - P162

인류가 만든 가장 문양적(?)인 정원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이다.(사진 2)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의 화려함은 그렇다 치자. 도대체 그엄청난 규모의 정원은 왜 만들었을까? 걸어서는 하루 종일 다녀도 다볼 수 없다. 관광객들에게는 전기 자동차까지 대여해준다. - P162

단순히 절대권력의 과시를 위해서가 아니다. 불안해서 그렇다. 언제 절대권력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그 엄청난 정원을 만든것이다.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의 구조는 철저하게 대칭적이다.  - P162

절대권력의 정원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근법적 원리까지 적용하여 자신의 성이 소실점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했다. 대칭과 균형의 정점에 자신의 시점을 위치하도록 한 것이다. - P163

동전의 양면인 권력과 불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원형은 ‘보르 비콩트 성Château de Vaux-le-Vicomte‘이다. (사진 3, 4) 루이14세의 재정을 담당했던 니콜라 푸케가 지었다. 성이 완공된 후 열린화려한 연회에 참석한 루이 14세는 보르 비콩트 성의 원근법적 정원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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