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없다면, 유권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보비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최소정의에 "의사 결정자, 또는 의사 결정자를 선출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실질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라는 조건을 포함했다.¹ - P194

5. 선택과 참여

1 Bobbio(1987 [1984], 25). - P344

다시 한 번 중위 투표자 모델을 떠올려 보자. 두 정당은 유권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가령 세율과 같은 하나의 쟁점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두 정당은 서로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대표하더라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결정적 투표자가 만족하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결과 두 정당은 결정적 투표자가 원하는 걸 하겠다고 약속하는 똑같은 강령을 제시한다. 그러나 결정적 투표자는 독재자가 아니다.³ - P194

3 Downs (1957), Roemer (2001). - P344

사실 선택은 이미 내려졌다. 정당들은 모든 시민의 선호를 읽고, 각각의 선호에 대한 지지자 수를 비교한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들 사이에서 어떤 대안이 다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지 계산을 한 후, 선거 시기에 유권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안이 시민 다수가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미 선택을 내렸고,
이 대안은 우리 모두가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시민 선호와 정당 강령이 독립적이라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유권자가 결과적으로 각 정당 강령에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정당이 예측할 수 있다고만가정하면 된다. - P195

게다가 비록 유권자가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 정당들은 사실 완전히 똑같은 강령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 해도, 어느 한 개인이 혼자서특정 대안이 선택되도록 할 수는 없다. 물론 만장일치 규칙 아래에서는집단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결정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1652년에서 1791년 사이에 만장일치제를 도입했던 폴란드인들은1795년 [프로이센·러시아·오스트리아의 분할 점령으로] 국가가 붕괴할 때까지이 규칙을 열성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⁴ - P196

4 Jędruch (1998). - P344

선거에서의 선택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 P196

(전략), 모든 투표자가 각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에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자들은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정책 강령이 자신의 선호에 충분히 가까우면 선택하기로 한다.  - P197

그러나 이 유권자들이 도구적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일부 유권자들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는 일견 충분한 증거로 여겨진다. - P198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극소수의 투표자들만 지지하는 강령을 제시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가생각하는 어떤 이상점들은 다당제에서조차 그 어떤 정당도 선택지로 제안하지 않을 수 있다. - P199

 정당이 여전히 한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지만, 어떤 정책들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을기울이고,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정보도 불확실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정당들은 어느 정도 서로 구별되는 강령을 제시할 것이다.⁶ 3개 이상의 정당이 있다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⁷* - P199

+ 이렇게 가정한 오스틴-스미스의 모형에서 결정적 투표자는 세율이 정해진 뒤에고용될 이들 가운데 소득이 평균인 투표자[즉, 세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는 지점에 위치한 사람]이다(Austen-Smith 2000, 1259). - P200

6 Roemer (2001). - P344

7 Austen-Smith (2000). - P345

즉, 다운스가 지적한 것처럼,⁸ 정당이 이기려면 정치적으로 가운데쯤에 있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이 오직 선거 승리에만 관심을 쏟든, 아니면 유권자의 복지도 같이 신경을 쓰든 마찬가지다. 또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완전 정보를 갖고 있든, 아니면 불완전 정보만 갖고 있든 마찬가지다. 정당이 몇개든, 선거에서 몇 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든 상관없다. - P200

8 Downs (1957). - P345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추진된 경제정책을 보면, 이 같은 논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시기 역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 P200

제1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30년대까지 각국 정부는 균형재정, 디플레이션 방지, 금본위제 등과 같은 황금률을 따랐다.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경제가 자연법칙을 따른다고 믿었고, 그래서 경기순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았다. - P201

케인스주의가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는 당파적 성향에 관계없이 수요 조절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의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공공재를 공급하고, 기반시설에 투자해 외부성externality을 바로잡고, 자연적 독점을 규제해 시장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 P201

신자유주의자는사적 소유가 다른 재산 소유 방식보다 효율적이라고 믿으며, 국가는 ‘너무크다‘고 생각하고, 거시 경제 균형이 투자를 촉진한다고 본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들은 경기순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정책이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늘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국유재산을] 민영화하고, 공공 지출을 삭감하며, 거시경제 준칙을 지키고, ‘시장‘이 나머지 모든 일을 하도록 한다. - P201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로 다른 정당이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까닭은 선거 경쟁이라는 긴박한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다른정책을 펼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 P202

1925년 스웨덴 의회 토론에서 리카르드 산들레르 사회민주당 총리가 자유당 지도자들에게 공격받았을 때, 그는 사회민주당이 자유주의적 사고를 받아들인 것에 자유당은만족해야 한다고 받아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투쟁을 휘감고 있는자욱한 화약 연기가 걷히고 나면, 합리적인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 그렇듯이, 투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의 중요한 측면에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쉽게 발생한다."¹⁰ - P202

10 Tingsten (1973, 26). - P345

현상 유지 정책이 명백히 실패할 때, 더 나은 사상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을 때, 자신들이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유권자가 믿어 주리라 생각할 때에만 정당들은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다. - P203

그러나 정당이 시민에게 선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 것에 타당한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작동과 선거제도의 정당성에는 경고음이 울린다. ‘정당이 언제나 똑같은 정책만 제시하면,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가 집권하든] 집권당이 똑같은 정책만 펼치면, 선거에서의선택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들어 왔다. - P203

세 번째로, 이른바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도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1968년에 터져 나왔다. [68혁명 학생 지도자인] 콩방디 형제는 선거 경쟁을 고작 ‘진과 토닉 또는 토닉과 진‘ 사이의 선택으로 간주했다.¹³ - P204

13 Cohn-Bendit andCohn-Bendit (1968). - P345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는 원인이 정당 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당들이 내놓는 정책들이 그들의 당파적 스펙트럼에 갇혀 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 P205

당신이 보다 를 선호한다고 해보자. 즉, x>y다. 지금 당신에게 두 가지 가능한 세계의 상태가 있다. 그중 한 세계에서 당신은 x를얻는다. 다른 세계에서는 x와 y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할 수있다는 것이 당신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가? - P205

집단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해, (중략). 즉, x가 다수파다[따라서 다음의 두 경우 모두에서 결정은다]. 두 정당 모두 를 제시해 기회 집합이 {x, y}인 경우와, 두 정당I이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해 {x, y}인 경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당신은 생각하는가? - P205

당신은 두 정당이 {T, T}를 제시하는 경우와 {T-C, T+c}를 제시하는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가? {T, }가 제시되면, 확실히 당신의 이상점이 선택된다.
{T-C, T+c}가 제시되면 결과는 당신의 이상점에서 만큼 멀어지지만,
대신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 P206

세율 선택이라는 예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들에 내재된 모호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안 집합 {T-C, T+c}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중심 위치가 라는 것과 범위가 2라는것이다.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위치인가 0.45라고 해보자. 당신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선택 범위가 좁기 때문일 수 있다. T=0.45,c=0.01,
{0.44, 0.46}인 경우처럼 말이다. - P206

내가 알기로는, [사람들이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의 문제와 관련된] 유일한 증거는 로빈 하딩에 의해 제시된다.¹⁸ - P207

18 Harding (2009). - P345

하딩은 38개국의 40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① 경쟁하는 정당가운데 적어도 한 정당이라도 자신의 선호와 가깝다고 느낀 응답자는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② 승자, 즉 총선에서 자신이 투표한 정당이 집권한 응답자는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③승자는 경쟁하는 정당들 사이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느낄수록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 P207

 즉,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에게만 가치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 요소‘를 확보한 사람[승자]은 그 결과를 더 넓은 선택 집합에서 얻었을 때 민주주의에 더 만족한다. - P207

 결국 "사람들은 선택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어쨌든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말이다."로 보인다. 비록 선택이 사치재라고 해도, 민주주의가 선택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만든다.
몇 가지 선택지들이 유권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은 [선거 경쟁의논리에 따른] 타당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적절한 이유 때문일수도 있다. - P207

세율과 투자, 평등과 효율, 분배와 성장은 맞교환관계에 있다는 [우파 정당의 주장에] 좌파 정당이 부화뇌동한다면,
유권자는 조세, 평등, 분배 정책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은 부유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기 때문에, 좌파 정치인들 역시 그런 맞교환 관계가 불가피하다고 믿는지, 중도로 이동해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이익집단의 압력 때문에 그런 것인지에 대해 누군가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 P208

 존 던은이렇게 분석했다.

돌이켜보면 대처 총리의 가장 결정적인 정치 행위는 첫 임기 초반에 내린결정으로,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철폐한 것이다. 이 결정은자본과 조직화된 노동 사이의 정치적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을 규정했다.
그 공간에서 노동 세력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 공간에서 싸우면, 이미 정해진 노동 세력의 패배가 명백히 국민 다수의 이익에 도움이되는 척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²⁰ - P209

20 Dunn (2000, 152). - P345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이 당선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도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보자. (중략). 그러면[금융 개방으로] 소득재분배가 더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부적절한이유에서 유권자에게 제시되는 선택지를 제한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는대처에게 그녀가 생각하기에 최선인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 P210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자는 참여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이는 앞에서 제기한[즉,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과는 다른 질문이다. 앞에서 다룬 질문은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 P210

세 가지 가능한 상태를생각해 보자. ① 내가 참여했고 내 선호가 우세하다, ② 내가 참여했지만 내 선호는 패배한다, ③ 내가 선호하는 법질서가 자리 잡았고, 그 질서에 따라야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 - P211

개인이 사적인 선택을 할 경우 그의 선택은 결과로 이어진다. 센²²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적극적 행위자, 즉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내 행동을 통해 획득한 결과는 내 행동과 무관하게 도달한 동일한 결과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이다. - P211

22 Sen (1988). - P345

여기서 투표 참여가 개인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212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지 "나는 A에 투표했다.
그래서 A가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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