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에게는 복리(welfare)가 있다.¹ 그들은 삶을 편히 살거나 어렵게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일부 동물들의 삶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동물들의 삶보다 낫다.
1) (옮긴이) welfare는 복리 또는 복지로 번역되는데, 전자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과 이익이고, 후자는 행복한 삶이다. 이 문장은 영어로 "Mammalian animals have a welfare"인데, 여기서 레건이 포유동물들이 충족해야 할 일정한 조건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복리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P231
설령 이러한 이야기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어도, 그렇다고 주목할 만한 철학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무엇인가가 변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동일하게 남아 있는가?"를 설명하는 해묵은 문제이다. - P232
이와 같은 성가신 질문은 다른 것들의 동일성에 관한 질문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이러한 질문이 가령 의자, 나무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인간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 P232
모든 도덕 이론은 한결같이 이것이 인간의 경우에 참이라고 가정하고 있으며, 이때 아무런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다시 말해,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며, 좋거나 나쁜지에 관한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피도와 같은 동물이 인간과 다를 바없다고 가정할 때에도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 P232
동물들의 동일성에 대한 설명은 그러한 설명이 밝히고자 하듯이, 그들의 육체적인 동일성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동일성까지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육체적인 동일성만을 다루는 설명은 기껏해야 이러한 동물들의 동일성에관한 절반의 이야기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 P233
두 번째 문제는 동물 복리의 본질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검토해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익(interests), 이득(benefits) 그리고 해악(harms)이라는 개념에 천착해볼 것이며 (3.2~3.4), 이에 앞서 (3.1)동물에게 자율성을 귀속하는 근거를 밝혀볼 것이다. - P233
(전략), 나머지 하나는 안락사 개념을 동물들에게 적용할 경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3.7)에 대한 문제이다. - P233
3.1 동물의 자율성
우리는 자율성을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칸트의 저술에서 고전적인 진술들을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해석에 따르면, 개체들은 ‘오직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개체들이 따를 것을 의욕할 수 있는 이유들에 따라행동할 수 있을 경우‘에만 자율적이다. - P234
달리 말해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할지를 물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231
어떤 동물이 칸트적 의미에서 자율적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런존재가 되려면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아마도 자신이 속한 종에 속하는)이 유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거나 혹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볼 수 있는 실로 상당히 복잡한 수준의 사유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P235
하지만 칸트적 의미의 자율성만이 유일한 의미의 자율성은 아니다. 또다른 견해로는 ‘개체들이 선호를 갖고, 이를 충족할 목적으로 행동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율적‘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 P235
다음에서 살펴볼 두 유형의 사례는 이러한 동물들이 선호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로 보는 것이 타당함을예시해준다. 첫 번째 사례는 이것 또는 저것을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동물들이 주어진 방식으로 일정하게 행동하는 경우이다. - P236
두 번째 사례는 주어진 경우가 최초의 상황이라 일정한 행위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 P237
자율성을 선호의 의미로 파악할 경우, 우리는 많은 동물들이 자율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동물을 합당하게 자율적으로 파악할 것인지는 첫째, 그들을 바람 혹은 목표, 다시 말해 선호를 갖는 존재로 파악하기 위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둘째, 이는 그들의 선호를 말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갖는 선호로 어떤 선택을 한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명료하게 서술할 수 있는지에, 또한 절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 P237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의미 - 칸트적 의미와 선호적 의미- 의 자율성이있음을 알게 되었다. - P237
그 해석은 어떤 개체가 자율적인도덕 행위자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시말해 이는 자신이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며, 또한 적절하게 비난받거나 칭찬받을 수 있는, 혹은 비판받거나 욕을 먹을 수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칸트적의미의 자율성은 "자율적 개체들이 스스로의 개인적인 선호에 관한 생각을 넘어설 수 있으며, 자신들의 고찰에 대한 공평무사한 이유를 마련하여 스스로의 도덕적 의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 P238
3.2 이익
동물이 자율적 존재라는 입장의 적절함을 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동물의 복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러한 함의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복리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 P239
예를 들어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감에도 운동을 하는 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있다. 이 두 가지를 선호-이익(preference-interests)과 복리-이익(welfare-interests)으로 구분해보자. - P239
미국의 철학자 랠프 바턴 페리(Ralph Barton Perry)는 이익의 특징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공통의 특징을 갖는 특정 부류의 행동이나 상태로 규정했는데, 이때그는 바로 이와 같은 의미의 - 이익 -선호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² 하지만 페리가 규정한 이익의 특징은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2) R. B. Perry, Realms of Value(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54), p. 7. - P240
선호-이익은 누군가의 정신적 삶에서의삽화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원하고 좋아하는 등의 성향(dispositions)일수도 있다. - P240
복리-이익은 선호-이익과는 다르다. 복리-이익의 경우, "A가 X와 관련된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시적 혹은 성향적 의미에서 X에대한 선호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함의하는 것도아니다. - P241
어떤 것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며, 어떤 것들은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어떤 것이 한 개체(A)에게 이익인 경우, 이는 A에게 이득이 된다. 반면 A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것은 A에게 해악이 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가 개체의 일반적인 복리 개념을 이해하려면 이득과 해악 개념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 P241
3.3 이득
개체는 이득으로 인해 스스로의 능력 범위 내에서 좋은 삶을 영위할 수있게 되고, 그런 삶을 영위할 기회가 증진되기도 한다. - P241
하지만 동물이 바람을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프레이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가 동물들이 기본적인 필요에 관한 일시적인 그리고 성향적인 이익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 P243
음식과 물이 동물에게 이익이 되듯이, 그들은 음식과 물에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일부 ‘하‘ 동물의 경우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만이유일한 바람 혹은 선호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개체의 복리는 이러한 바람들을 얼마만큼 조화롭게 충족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조화로운 충족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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