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음엔 뭐라고 써야 해요?"
"아쉬운 대답 드려 죄송하다고 쓰면 좋아요."
"아쉬운 대답 드려 죄송하다~ 좋다!"
"왜냐하면 진심이기 때문이에요."
슬아의 말에 복희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진심으로 죄송해~" - P91

복희는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그 문장을 적는다. "아쉬운 대답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가 생각하기엔 그것은 여러 의미로 쓰일 수 있는 문장이다. 어렵사리 제안해주셨는데 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바빠서 죄송합니다. 몸이 하나라서 죄송합니다. 돈을 밝혀서 죄송합니다, 까다로워서 죄송합니다. 오후 강의보다 낮잠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죄송합니다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하면서도 어쨌거나 만족스러운 대답을 드리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가벼운 유감을 표하기에 적절하다. 아쉬운 대답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까지 써놓고 복희가 또 묻는다.
"이제 어떻게 마무리하지?"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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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읽었던 책.
생각해보니 이 작가님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름방학이 왔다.
처리장 아이들에게도 여름방학이 왔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갑자기 먼지투성이가 되어 낡은 섬처럼 곰팡내를 풍겼다. 반대로 처리장은 무더운 날씨에 쓰레기가 썩어서 온통 온실처럼 푹푹 썼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기운차게 뛰어 놀았다.
어느 날 데쓰조는 고다니 선생님한테서 편지를 받았다. 바쿠 할아버지가 편지를 읽어 주었다. - P24

이번에는 철사로 낚싯바늘을 만들기로 했다. 쥐가 앞발로 붙잡지않으면 먹을 수 없도록 미끼를 조금 높게 달았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지혜를 뭉쳐 만든 치즈 덩어리는 또다시 시궁창 안으로 들어갔다.
준이 데쓰조에게 물었다.
"어때, 데쓰조, 잘 될 것 같아?"
데쓰조는 짧게 신음하듯 긍정인지 부정인지 분간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 늘 있는 일이라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패거리는 말을 걸어 주는 방법으로 말수가 적은 데쓰조를 배려하고 있었다. - P27

시로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은 끄덕였지만,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은빛 눈을 한 쥐가 잡히기를 바라고는 있었지만, 너무 싱겁게 잡혀서는 곤란했다. 좀 더 힘세고 다루기 힘든 상대여야했다.
준이 앞장서서 시궁창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찰박찰박 물을 차며걸어가는 소리뿐,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잡았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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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책.
뒤의 서문에서도 종교학과 지정학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뭔 소리인지 와닿은 것이 없습니다.






종교의 협동작용은 인간을 통합하는 데 이용된 동시에, 외부 세력을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협동작용은 안팎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협동작용을 노련하게 활용하는 지배자는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지배자는 쇠락하는 것이 역사의 일반적인 원칙이었다. - P13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통합에 이용되었다. 기독교 세력은 로마 제국의판도를 넘어 계속 확장되었고, 중동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때 중동에 급격히 확산된 기독교를 네스토리우스파라고 한다. 위기감을 느낀 이란인 사산 왕조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지정하고 3~6세기에걸쳐 기독교 세력에 대항했다. 그러나 조로아스터교는 이란인이 우월하다는 선민주의 사상 때문에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중동을 통합하지 못했다. 그러다 7세기에 선민주의를 비판하고 신 앞의 평등‘을 외치는 이슬람교가 등장해 기독교 세력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올랐다. - P13

기독교 선교사들은 세계 각지에서 포교 활동을 하며 신도들을 협력자내통자)로 만들고 정보를 입수해 내란을 일으켰다. 표면적으로는 인간의구원을 위한 포교 활동이었지만, 사실상 침략의 첨병으로서 공공연하게공작 활동을 펼쳤다.
일신교인 기독교는 스스로를 절대화하며 다른 종교를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이비종교에 사로잡힌 이교도를 해방시키는 일은 숭고한사명이며 흉악한 침략이 아니었다. 일본을 방문했던 예수회 선교사 알레산드로 발리냐노는 1582년 마카오에서 필리핀 총독에게 다음과 같은편지를 보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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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서 읽고 싶었다. 하지만 바쁘고 해서 그러지 못 했다.








복희는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알게 되는 거야?"
"어플에서요."
"어플에 괜찮은 사람 많아?"
"없어요. 거의 멸종 직전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찾았어?"
슬아는 한숨을 쉰다.
"존나게 열심히 찾으면 나와요."
"그렇게까지 노력해야 돼?"
"노력해야죠." - P73

"젊음은 괴로워....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거든."
복희가 묻는다.
"그게 행운이지, 왜 괴로워?"
정수리를 굴리던 아가 대답한다.
"다 해봐야 할 것 같잖아. 안 누리면 손해인 것 같잖아."
복희는 다 해볼 수는 없다고 말하려다가 만다. 아도 이미 알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이렇게만 말한다.
"인생에서 손해 같은 건 없어."
정말 그런가 하고 슬아는 생각한다.
"누굴 얼마나 만나봐야 진짜 충분하다고 느낄까."
복희는 그런 충분함 같은 건 영원히 없다고 말하려다가 만다.
슬아의 앞날엔 아직도 무수한 데이트가 남아 있을 테니까. - P78

복희의 기억력은 고유명사일수록 취약해지는 듯하다. 거래처 송승언 선생님을 송승헌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 슬아 친구 새롬이를 초롱이라고 부르거나 숙희를 숙자라고 부르는 식이다.
최근 아침식사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새롭게 호명했다.
"어제 뉴스 보니까 트렁크 대통령 개 진짜 미쳤더라~"
너무 자연스럽게 지나가서 웅이도 슬아도 못 알아챌 뻔했다.
한끗 차이인데 치명적인 실수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된다. - P80

"그거 뭐더라. 낮에는 버스 기사로 일하는데 퇴근하고 시 쓰는사람 나오는 영화 있잖아."
슬아는 원고 마감을 하며 대충 대답한다.
"<패터슨> 말하는 거지?"
"어. 그거! 거기 나오는 개 이름 뭐였더라? 키 크고, 코 크고,
웃기게 생긴 것 같으면서도 잘생긴 그 남자 있잖아. 이름에 ‘아담‘이 들어갔던 것 같은데…… ‘뭐뭐뭐 아담‘인가? 그런 식의 이름이었어. 아닌가. ‘아담 뭐뭐뭐인가?"
"아담 드라이버야."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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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있어야한다, 재미가 있어야한다.
아, 이 책은 정말로 재미가 있어서 한 쪽 한 쪽 읽을 때마다 시간이 가는 것이 체감이 안 될 정도다, 제발.




지금까지 그 특색을 보여 주었던 생명관리 역시 이미 낭만주의적 자연관의 특징들인 역동적 계기와 극성 이념을 두드러지게 해 주었는데, 그것들은 이미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다. - P37

괴테는 낭만주의의 다른 어떤 주요 인물보다 셀링에 가까이 서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관점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상술되었는데,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들의 근본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여기서는 오토 카인과 에르빈 제클레의 저서들에 주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 P38

 피히테 철학에서 자연은 소홀히 다루어지고 조롱거리가 되었으며, 단지 의식의 생산으로서 인식되었다. 이에 반해 셀링은 현실을 존중하고 그의 시대의 자연과학적 이론과 발전, 갈바니 전류 법칙에 대한 리터의 견해와중력에 대한 바더의 견해 등등에서부터 시작해 현실의 이해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러한 자연을 사변적으로 꿰뚫고, 생산물과 생산성의 동일성, 창조하는 자연과 창조된 자연의 동일성 속에서 궁극적인 원칙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한편, 동시에 그는 소위 스피노자의 실체(Substanz)를 피히테의 절대 자아와 동일시했다. 그렇게 그는 자연과 정신이 하나의 통일로 용해되어 있음을 보았는데자연과 정신이 그 토대를 구축해 주는 이 통일은 ‘두 개의 상이한 세계가 아니라 전적으로 같은 하나의 세계일 뿐이다.
자연은 그에게 통일적인 유기체이며 우리의 정신 구조와 일치할 뿐만 아니라, 정신을 필연적이고 근원적으로 실현하도록 해서 정신의 발전 국면이 자연 현상의 단계이며 모든 의식적인 삶은 무의식의 강화가 되도록 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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