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릴러에선 이런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막상 읽으면서도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 책이 1990년대에 나왔었다는데, 그때는 이런 식의 전개가 익숙하지 않아서 인기가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재미있는 책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할만하다.

그의 대답은 명료하고 게다가 흥미로웠다. 『야광충』은 노노구치 오사무의 노트나 플로피디스크 속에서 내용이 일치되는 원고가 발견되지 않았던 작품 중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 P144

그날 밤부터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노노구치 오사무에게 히다카 구니히코의 작품 중에 추리소설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이 작품의 제목을 말했었다. 뭔가 다른 의도가 있어서 이 책을 거론했는지 어떤지는 아직 알수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일부러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작품을 추천했는지도 모른다. - P145

고뇌를 거듭하던 그는 밤이면 밤마다 자신이 살해되는 꿈을꾼다. 천사의 얼굴을 가진 아내가 그에게 미소를 보낸 뒤에 침실의 창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로 한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는 나이프를 들고 그에게 덤벼들지만 그 직후에 남자의모습은 아내로 바뀐다. 그런 꿈이었다. - P146

히다카 쿠니히코는 모 사립대학의 계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그대로 그 대학 문학부 철학과에 진학했다. 그곳을 졸업한뒤에는 홍보대리점과 출판사 등을 전전했고, 그 사이에 응모한 단편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활동을시작했다. 그게 약 10년 전의 일이다. 데뷔 후 3년쯤은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았지만, 4년째 되던 해에 『타오르지 않는 불꽃』이라는 작품으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 P147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재회한 것은 노노구치 오사무에 의하면 7년 전쯤이었다. 소설 및 잡지 등을 통해 히다카의 이름을 보고 반가워서 찾아갔던 게 계기였다고 한다. - P148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오르지 않는 불꽃이 히다카 씨에게 모종의 분기점이 되었던 건 분명해요. 그 작품으로 한 꺼풀을 벗었다고 할 수 있죠. 둔갑을 했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P149

『타오르지 않는 불꽃』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한 남자가출장길에 목격한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폭죽 장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불꽃의 묘사가 특히 훌륭했다. - P150

"그걸 두 분이서 함께 생각해내는 건가요?"
"아뇨, 기본적으로는 모두 히다카 씨가 생각해냅니다. 당연하죠, 그쪽이 작가니까요. 나로서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간단한 의견을 말해주는 정도예요." - P150

"별로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전혀 뜻밖인 것도아니었죠. 폭죽 장인에 대해 다룬 소설가가 적지 않으니까요."
"미무라 씨가 뭔가 충고를 해서 그 내용이 바뀌었다. 하는부분은 없습니까?" - P151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건 구별하기 힘들어요. 그 작가의 글이냐 아니냐를 알 수 있는 단서는 단어의 사용이나 표현 방식에 있거든요." - P151

나의 고스트라이터설은 흔들리지 않았다. - P152

단서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에이프런이다. 체크무늬로,
여성용이 분명한 디자인의 에이프런이 노노구치 오사무의 서랍장에 세탁하여 다리미질을 한 상태로 들어 있었다. - P153

두 번째는 금목걸이였다. 이쪽은 아직 케이스에 든 채로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가게의 물건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려다가 그대로 넣어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P153

그리고 세 번째는 여행 신청서였다. 그것은 작게 접혀서 목걸이 포장과 함께 작은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신청서는 모 여행대리점의 것으로, 그 내용에 따르면 노노구치 오사무는 오키나와 여행을 신청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신청서의 날짜는 7년 전 5월 10일로 되어 있었다. 출발 예정일이 7월 30일인 것을 보면 여름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던 듯했다. - P153

이런 세 가지 단서에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노노구치 오사무에게는 적어도 7년 전에는 연인이라고 할 만한 여자가 있었고, 현재 그 여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노노구치 쪽에서는 아직도 그여자에 대해 호감을 품고있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추억의 물건을 오랜 세월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리 없는 것이다. - P154

하지만 7년 전이라면, 히다카 구니히코가『타오르지 않는 불』을 발표하기 1년 전이었다. 그 무렵에 노노구치 오사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여자를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P154

"공개하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저한테만 말해주시면 돼요.
만일 수사 결과,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게 밝혀지면 두 번 다시 이런 질문은 안 할 것이고, 물론 보도기관에 발표하지도 않겠습니다. 또한 상대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제가 보증하지요." - P155

하지만 노노구치 오사무는 그 여자의 이름을 말하려 하지않았다. 그 대신, 수사 방식에 클레임을 걸어왔다.
"아무튼 더 이상 내집을 휘젓지 말아줘. 그 속에 남에게서맡아둔 귀중한 책도 있으니까." - P156

하지만 이 탐문수사에서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노노구치의 자택 왼편 이웃집에 살고 있고 전업주부라서 늘 집에 있다는 아줌마조차 그의 집에 여자 손님이 찾아오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 P156

나는 노노구치 오사무의 교제 범위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보았다. 올 3월에 사직했다는 중학교에도 가보았다. 그러나 그의 사적인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적었다. 예전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지만, 건강이 나빠진뒤로는 학교 밖에서 다른 교사들을 만나는 일은 아예 없어졌다고 한다. - P157

나는 다시금 인사말을 건네고 도네 선생의 근황 등을 으레하는 절차대로 물어보았다. 그런 뒤에 노노구치 전임 교사에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슬그머니 운을 뗐다.
도네 선생은 그 즉시, 요즘 큰 화제가 된 인기작가 살인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렸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승낙해주었다. - P158

"하지만 여자의 감이라는 건 적중했을 때는 꽤 인상적이지만 실은 틀리는 일도 많거든. 그러니까 객관적인 정보도 말해두는 편이 좋겠지? 노노구치 선생이 중매로 몇 번인가 선을 봤었다는 건 알고 있어?"
"아뇨, 모르는데요." - P159

나는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갔다. 노노구치 오사무와 히다카 구니히코의 관계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때 이미 가가 선생은 학교를 사직한 뒤였지?"
"그때, 라고 하시면?"
"히다카 구니히코가 무슨 신인상을 탔을 때 말이야." - P160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마 그 시점에는 아직 교류가 없었을 거야. 한참 뒤에야 그를 요즘 다시 만나게 됐다고 우리한테 얘기했었으니까."
"한참 지난 뒤라면 2, 3년쯤 지난 다음이라는 뜻인가요?" - P161

"노노구치 선생도 작가지망생이었잖아. 어렸을 때 친구가자기보다 먼저 작가가 된 걸 보고 나름대로 초조했던 거 아닐까? 그렇다고 모른 척 무시할 수도 없고 자기도 모르게 찾아서읽었겠지. 그러고는 뭐야, 이 따위 글로 작가가 되다니,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낫겠다,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거라고."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히다카 구니히코가 『타오르지 않는 불꽃』으로 문학상을 탔을 때는 노노구치 선생님이 어떤 모습이었어요?" - P162

"여전히 학교폭력은 없어지지를 않아."
그렇겠지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학교폭력에 관한 사건에는 나도 민감해져 있었다. 예전에 내가 범한 실수가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 P163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목적은 노노구치와 특별한 관계였던 여성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에이프런, 목걸이, 여행 신청서. 현재로서는 그 세 가지 물품이 단서였지만 그 밖에 좀더 결정적인 증거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63

에이프런이 있으니까 여자가 가끔 이 집에 왔었다는 건 틀림이 없다. 그런 때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했을 터였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오토포커스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
"사진이 있는데도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거라면 어딘가에감춰뒀다는 얘기겠죠?"
"그런 얘기가 되지. 하지만 왜 감춰뒀을까? 노노구치는 체포될 때까지 이 집이 경찰에 수색을 당하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 P164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퍼뜩 생각나는 게있었다. 지난번에 노노구치 오사무가 했던 말이다. 더 이상 집안을 휘젓지 말아달라, 남에게서 맡아둔 귀중한 책도 있다, 라고 했었다. - P165

"일하는 틈틈이 문득 그녀를 보고 싶다면 여기쯤에 사진을 세워두면 딱 좋을 텐데 말이에요."
그가 말한 자리는 워드프로세서 바로 옆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물론 탁상용 사진 액자 같은 건 없었다. - P166

사진 속의 여자는 히다카 하쓰미라고 했다. 즉 히다카 구니히코의 전처였다. - P167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 장례식 때였는데요, 노노구치 씨가 나한테 이상한 걸물었어요."
"뭐였지요?"
"비디오테이프는 어디에 있느냐고 했어요."
"비디오테이프?"
"처음에는 남편이 수집한 영화 비디오인 줄 알았어요. 근데그게 아니라 취재용으로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얘기더라고요." - P169

"짐이 도착하는 대로 알려달라고 했어요. 자신의 집필에 사용할 테이프를 우리 남편에게 맡겨뒀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찍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군요?"
네, 라고 대답하면서 히다카 리에는 탐색하듯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 P170

"이건 좀 지난 일인데요, 노노구치 씨가 하쓰미 씨에 대한얘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나는 내심 놀랐다.
"어떤 얘기였지요?"
"하쓰미 씨가 사망한 사고에 대한 거예요."
"노노구치 씨가 그 사고에 대해서?"
히다카 리에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입을 열었다.
"그건 단순항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노수치 씨가 그렇게 말했어요." - P171

"네. 나도 물어봤죠. 그건 무슨 뜻이냐고. 그랬더니 노노구치씨가 그 즉시 후회하는 표정으로, 방금 한 말을 잊어버려라, 히다카에게는 말라고 하더라고요." - P171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추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노구치의 집에 에이프런이 있고, 그에게 목걸이 선물을 받을 예정이었던 여자, 그와 함께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려 했던 여자의 정체가 히다카 하쓰였다는 것이다. 그 시점에 그녀는 분명 히다카 구니히코의 아내였으니까 두 사람은 불륜관계였다는 얘기다. 노노구치 오사무가 히다카 구니히코를 다시 만난 게 7년 전이고, 히다카 하쓰미가 사망한 것은 5년 전이니까 두 사람이 깊은 관계로 발전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한 노노구치의 집에서 발견된 여행 신청서에 적혀 있던 또 한 사람의 이름이 노노구치 하쓰코였다. 그건하쓰미의 가짜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172

나는 노노구치 오사무가 히다카 구니히코의 고스트라이터였다는 건 거의 명확하다고 추리했다. 많은 정황 증거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추리는 왜 노노구치가 계속 고스트라이터로 하가카의 글을 대신 써주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되지 못했다. - P173

하지만 어쨌든 노노구치 오사무와 히다카 부부 사이에 어떤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부부가 모두 사망해버려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 - P173

노노구치가 하쓰미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노노구치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가. 또, 사고사가 아니라면 무엇이라는 건가. - P174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자살뿐이다. 즉 노노구치는 히다카 하쓰미가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자살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 P175

"아뇨 사위가 하는 일이 워낙 바빴으니까요. 웬만해서는 친정 나들이는 못 했어요. 그래서 전화로 잠깐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는 정도였지요."
"목소리를 통해서는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 P179

"앨범은?"
"그건 있지요."
"그럼 우선 그것부터 좀 보여주세요."
"하지만 앨범에 붙여놓은 건 사위하고 딸 사진뿐이에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참고가 될지 어떨지는 저희가 판단하니까요." - P180

이윽고 마키무라 형사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말없이 내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키무라가 어째서 그 사진을 점찍었는지 금세 이해했다. - P181

나는 그의 빈정거리는 말에는 대응하지 않고, 가져간 사진을 그 앞에 내밀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국어사전에 끼워져있던 히다카 하쓰미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당신 방에서 발견되었어요."
그 순간, 노노구치 오사무의 안면이 기묘하게 뒤틀린 채딱 굳어버렸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 P185

"글쎄, 그게 언제 찍은 사진인지도 모른다니까. 더구나 그사진들이 어딨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앨범에 넣었는지 내버렸는지, 그것도 몰라. 아무튼 나는 기억에 없는 사진이야."
노노구치 오사무는 낭패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나는 다시 두 장의 사진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두 장모두 멀리 후지산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다. - P187

내 말에 대해 노노구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물론 긍정한다는 뜻의 침묵이었다.
"여기 하쓰미 씨가 입은 에이프런은 어때요? 노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가 눈에 익은 것이겠지요? 당신 집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에이프런이니까요." - P189

"제발 사실대로 얘기해주세요. 당신이 자꾸 감추려고 들면우리는 다시 조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당연히 매스컴에서 냄새를 맡을 확률도 높아져요. 아직은 그런 낌새가 없지만 곧 눈치를 채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기사를 써낼 거라고요. 당신이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그런 쪽에 대한 대책도 세울 수 있어요." - P190

"세키카와? 그게 누구지?"
"모르세요? 세키카와 다쓰오라는 게 풀네임이죠.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텐데요."
"모르겠어. 나는 그런 이름, 들어본 적이 없어."
그가 단언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답을 알려주기로 했다.
"트럭 운전기사예요. 하쓰미 씨를 치었던 사람입니다."
노노구치는 허를 찔린 얼굴이었다. - P194

"짐 속에 들어 있던 비디오테이프는 이것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히다카 리에가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것은8 밀리미터 비디오테이프 일곱 개였다. 모두 한 시간짜리 녹화용 테이프였다. - P196

상자를 당겨 뚜껑을 열었다. 비닐봉투에 담긴 나이프가 들어 있었다. 손잡이는 플라스틱이고 칼날은 20센티미터 정도였다. 비닐봉투째 들고 가늠해보니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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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어려운 책은 손도 대기 싫은 날이다.


"아, 맞다. 에노시마...!"
이제야 떠올랐다. 이날, 예전에 약속한 바와 같이 하야카와가의 세 사람과 마키마까지 넷이서 에노시마 여행을 가게 된것이다. - P211

"너희, 시끄러워. 여긴 공공장소야."
맞은편 자리에 앉은 아키가 인상을 팍 쓰며 야단쳤다.
덴지는 파워와 얼굴을 마주 본 다음, 거만하게 팔짱을 꼈다.
"꼬장꼬장하게 굴지 좀 마. 이럴 때 신나게 떠들고 놀지 않으면 언제 노냐?" - P212

"그 왜, 섬이란 주위가 전부 바다로 둘러싸여서 어딘가 고독하잖아? 하지만 에노시마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니 외롭지않다는 뜻이야."
"그렇군요." - P214


"덴지, 실은 저 섬에 내 별장이 있느니라.‘
"아, 그래..."
적당히 대꾸했더니 언짢은 목소리로 항의를 했다.
"뭐냐, 그 성의 없는 대답은 설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 P215

"뭐, 대체로 이런 느낌이네요."
언제나와 같은 멤버들과 나누는 언제나와 같은 대화. 그러나 오늘처럼 비일상적인 자리에서는 그것도 왠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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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목차에는 아마 뚜렷이 나타나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많은 문제들을 제기한다. 이 책은 우리의 문명, 즉 인간다움과 합리성, 평등과자유를 목표로 한다고 기술될 수 있는 문명, 사실은 아직 유아기 상태이지만 인류의 수많은 지적 지도자들에 의해 그렇게도 자주 버림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문명이 직면한 몇 가지 어려움을 묘사하고 있다. - P1

이렇게 함으로써 이 책이 전체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줄기찬 투쟁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P2

나는 주로 물리학의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따라서 이 책에서 다룬 문제들과는 거리가 먼 종류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또한 몇몇 사회과학과 특히 사회철학의 다소 불만족스러운 상태에도 여러 해 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 P2

이런 연관에서 볼 때 한 가지 점이 나에게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전체주의의 이런저런 형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너무 자주 듣는다. 지성과 수양을 쌓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많은 사람들이 전체주의는 피할 수 없다는 공언을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민주주의가 영원하리라고 믿을 정도로 순진한가? - P3

역사주의의 발전 과정을 더듬어가면서 나는 우리의 지적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널리 퍼져 있는 역사적 예언이라는 위험한 관습이 여러 가지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밀에 정통한 사람들의 집단에속하고, 역사의 과정을 예측할 특이한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항상 기분좋은 일이다. - P5

나는 역사주의가 언제나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같이 책임감에 대한 긴장을 풀지 않으려 하는 역사주의자들도 있다. - P6

왜 이 모든 사회철학자들은 문명에 대한 반역을 지지하고 있는가? 그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그들은 왜 많은 지식인들을 사로잡고 오도하는가? 나는 그들이 우리의 도덕적 이상이나 완전에 대한 꿈과는 조화되지 않고 조화될 수도 없는 이 세계에 대한 깊은 불만을 표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7

 먼저 정의에 대한 플라톤적인 이론과 현대의 전체주의적이론이나 실천이 얼마나 유사한지 혼란을 겪어본 후라야 이런 문제들을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일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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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자살 대체물

중세 사회가 자살 문제에 있어서 예외였을 확률은 매우 낮다. 비록 고대비그리스도교 사회와 대조적으로 중세에는 널리 알려진 자살이 거의 없다고 해도 그렇다. 중세에는 루크레티우스, 브루투스, 카토, 세네카 같은사례가 없다.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명한 자살 사례가 한 건도 없다. - P24

이러한 관점에서 마상시합은 ‘유희적 자살‘과 유사하다. 결투 재판이나 신의 심판을 가리는 그 밖의 다양한 형식들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끊이지 않는 전쟁은 자살 충동의 중요한 배출구인 동시에 직접적 자살을 방지하는 수단이었다. - P25

프루아사르는 14세기에 90명의 기사가 싸움터에서 물러나느니 그 자리에서 죽기를 택했다고 전한다. 『플랑드르 연대기』에 따르면 쿠트레 전투에서의 라울드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꽃이 죽어 버리는 꼴을 보느니 살고 싶지 않다고 했을 것이다. - P25

중세의 연대기에는 이러한 전사들 특유의 간접 자살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때로는 직접적 죽음까지 등장한다. 그래서 외드에게 패배한 부르주 주교와 그 무리는 검을 들어 자기 몸을 찔렀다고 『생 브누아의 기적』은 전한다. 불로뉴 백작 르노처럼 모욕을 당하느니 죽음을 원한 죄수들도 있었다. - P26

잔다르크의 예는 좀더 심란하다. 그녀는 죄수 신분으로 탑에서 투신했는데 그 이유가 아주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심문을 받는 동안잔다르크는 콩피에뉴 민간인 학살을 암시하여 "선량한 사람들이 죽어나간 후에 계속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했다. 한번은 "프랑스의 적영국인들의 손아귀에 떨어지느니 죽는 편이 낫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 P27

그러니까 중세에도 자살은 있었지만 사회계층에 따라 그 양상은 크게 달랐다. 농민과 수공업자는 가난과 고통을 못 이겨 스스로 목을 맸다.
기사와 성직자는 수치를 면하고 이교도의 승리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서죽음을 자초했다. - P27

문학에 나타난 자발적 죽음

문학은 이 이분법적 시각, 즉 어떤 때는 자살을 저주하고 어떤 때는 자살을 칭송해 마지않는 태도를 잘 보여 준다. 작가, 성직자, 음유시인 들은 대개 자살을 그리스도교 원칙에 따라 비난한다. - P28

 자살의 이유는 불가능한사랑, 지나친 번민, 후회, 수치, 패전의 모욕을 피하고픈 의지 등이다. 요컨대, 실패했는데 그 패배를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것이다. 자살이라는 치명적 행위를 촉발하는 것은 분노 폭발적인 질투심이나 절망,
즉 죄다. 게다가 자살은 주로 악한들이 한다. - P30

무훈시들은 일견 대체로 자살에 매우 적대적인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이 노래들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서 바예는 "가장 잘알려진 무훈시들의 유명한 주인공 중에서 죽음을 자초하지 않은 자는 한명도 없다"고 했다. - P30

무훈시들은 직접적이지만 명예로운 자살의 예들도 담고 있다. 「오베리」에서 고트롱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스스로 목을 맨다. 「도렐과 배통」에서 베아트리스는 아들이 죽고 남편이 유배당하자 탑에서 뛰어내린다. - P31

이 모든 자살은 분명히 실추 행위로서, 슈미트의 말마따나 "문학에서도 자살은 모든 행위 가운데서도 오직 넘어설 수 없는 고통만이 명령할수 있는 불길한 행위"라는 데 동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귀족들의 행적에서 자살은 칭송할 만한 영웅적 행위로 여겨질 뿐,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 P33

자살도 계급 따라

중세의 자살은 두 얼굴을 지닌다. 거의 평민들에게만 자살을 탄압하고 귀족들은 봐주는 식이다. - P33

이러한 차이는 권리와 도덕에서 재발견된다. 대의를 위한 이타적 자살이든 사랑·분노· 광기에서 비롯된 자살이든 귀족의 간접 자살은 허용될 수 있었다. 그러한 자살은 어쨌든 귀족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것이었다. - P34

반면, 상놈의 자살은 이기주의자와 비겁자의 고립된 행위다. 그는 몰래 목을 매닮으로써 자신의 책임을회피한 셈이다. 그의 동기는 절망, 곧 사탄이 사주한 치명적 죄악이다. - P34

자살 성향이 있는 성직자들도 특수한 하나의 부류로 묶인다. 문헌상으로 사제나 수도승의 자살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추문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은폐하거나 사고나 자연사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 P35

자살한 성직자의 시신은 민법에 의한 형 집행은 면했다. 14세기 말에왕실 법관 장 르 코크는 성직자는 온전한 정신으로 자살을 해도 그 시신을 관할 교구의 주교에게 인도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얼마 전에 자살한 생트 크루아의 원장신부에 대하여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사제였으므로시신이 교수되어서는 안된다." - P35

사실, 이따금 민법과 교회법 사이의 의견차가 발생했다. 특히 자살한 사람의 재산을 지방풍습에 따라 몰수하는 문제를 두고 곧잘 이러한 의견차가 빚어졌다. 몽트뢰유 벨레에서 칼로 자신을 찔러 자살한 사제 장 앙브루아 사건에 대해서도 양주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 P36

이단의 자살은 박해 때문에, 혹은 독자적인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개종을 거부하고 형벌을 피하려는 뜻에서 자결을 택하는 경우는 많았다. - P37

 게다가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수장들은 알비파의 신앙적 고집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자살로 내몬 면도 없지 않았다. - P37

그러나 영웅적인 시대의 자발적인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은 존경할 만할지언정 기쁜 마음으로 화형대로 걸어가는 알비파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악마가 알비파들에게 그 같은 대담성을 불어넣는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똑같은 자살 행위를 해도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은 구원받고 알비파 순교자들은 저주받는다. - P38

 행위 그 자체보다는 자살자의 동기, 인물, 사회적 출신이 더 중요했다. 물론 법과 원칙은 매우 엄격했으나그 적용 실태는 놀랄만큼 유연했다. 그리스도교 문명에서 자살을 죄로보는 원칙은 자명하지도 않고 본래적이지도 않다. 사실, 그리스도교의 초기 자료들은 이 주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 P39

히브리 문화권에서의 자살

구약성서는 자발적 죽음의 몇몇 사례를 철저하게 중립적으로 다룬다. 사울 왕은 팔레스타인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무엘서』는 그저 "그러자 사울은 손수 칼을 뽑아 자결하였다"라고만 말한다.  - P39

삼손도 자신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머리 위로 신전을 무너뜨렸으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 P39

이 자살들은 대체로 영웅적인 행위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전통이 지속되다가 1,2차 유대전쟁에서 더욱 확장되어 개인 및 집단자살이 크게늘었다.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저작도 이 영웅적 행위들을 전한다. - P40

이러한 예들을 나열하기보다는 요세푸스가 말하는 ‘영웅적 행위들‘
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마사다 항전을 살펴보자. 서기 73년, 1000여 명의 유대인들은 바위 요새에서 로마인들에게 악착같이 항거하였으나 결국 요새가 함락될 위기에 이르렀다. 유대인들의 수장 엘레아잘은 상황에 걸맞지 않은 장문의 연설로 집단자살을 종용한다. 이 연설은 구약성서적인맥락에 스토아주의, 신플라톤주의, 힌두교를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결합한 명실상부한 자살옹호론이다.  - P41

독이 있으면 해독제도 있는 법,『유대전쟁사』에서는 엘레아잘의 연설에 정반대되는 주장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요세푸스가 민감한 상황에서 직접 자신의 뜻을 밝힌다. 요세푸스가 자기편 사람들과 함께 로마인들의 포로가 된다. 그는 로마인들이 그들의 목숨을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자기편 사람들에게 자살을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 P43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자신이 직접 자살할 위기에 놓여 자살반대론을 펼치는 요세푸스? 아니면 (엘레아잘의 연설은 요세푸스의 창작이 명백하므로) 엘레아자의 목소리를 빌려 자살옹호론을 펼치는 요세푸스? 이 문제는 매우 부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구약성서와 직결된 유대인들의 세계에서 자살에 대한 입장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데 있다.  - P45

물론 모세의 율법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제5계명을 자살에 대한 금지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계명이 자기 자신의 생명에도 적용되는지는 명시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성경은 자살의 사례를 전하면서 타살의 경우처럼 명백하게 비난을 하지 않는다. - P45

 게다가 제5계명은 다양한 예외들을 인정한다. 전쟁에서 적군을 죽이거나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거나 죄인을 처형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세 그리스도교가 성경에서 자살반대론의 근거를 찾기란 상당히 곤란했다. - P45

하지만 요한이 전하는 예수의 말, 즉 "누가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다"라는 "나는 내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같은 발언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 소위 자살에 대한 긍정 아닌가?


요한복음 10:15 - P46

그리스도는 유월절을 맞으러 예루살렘에 입성하면서 자신의 운명을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알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향하여 걸어갔고 재판을 받는 동안 죽음을 피하기 위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예수의 자살은 신인(神人)과 대속이라는 맥락에서 일반 자살과는 전혀 다른 의미, 전혀 다른 차원을 지닌다.  - P47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박해를 받는 동안 이러한 뜻에 입각하여 기꺼이 순교했다. 1세기 말에 성 요한은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죽기까지 싸웠다"라고 기록했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했다고 해서 목이잘린 사람들을 하늘나라에서 보았다고 했다. - P48

그러나 그리스도교인의 죽음은 신심의 증거라야만 했다. 죽음 그 자체를 추구하거나 절망을 이유로 죽음을 원해서는 안 된다. 순교자의 복된 죽음은 죄인의 절망적인 죽음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 P48

삶은 멸시할 만하나 참아내야 한다. 죽음은 바랄 만하나 스스로 죽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교인의 삶은 이 어려운 연습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신약성서에서 단초를 얻어 여러 신앙 유파들에서 발전된 주요한 가르침들은 오히려 자발적 죽음을 자극하는 콘텍스트를 구축했다.  - P49

성 아타나시우스는 원칙적으로 그리스도교인은 스스로 죽음을 구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그리스도가 보인 모범을 생각하여 그들을 비난하지는 못했다. 나시안스의 성 그레고리우스는 일반적인 자살을 단죄하면서도 마카베오 형제의 모친의 자살은 찬양했다. - P50

이러한 망설임은 순교외의 상황들에까지 확장된다. 314년 앙카라공의회에서 공포된 법령 제25조는 남성의 유혹에 넘어가 임신했다가 버림을 받고 자살한 여인을 단죄한다. - P51

다른 여러 영역에서 그랬듯이 교리와 처벌에 대한 입장도 이단 종파들과의 투쟁 과정에서 강경하게 변했다. 348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부터 자살을 찬양하는 도나투스파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발적 죽음은 규탄의대상이 되었다. - P51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자살 금지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이르러 이러한 강경론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가「신국론』에서 발표한 엄격한 교리는 훗날 교회의 공식 입장이 되었다.
"우리가 말하고, 선언하고, 확증하나니 어떤 식으로든 일시적인 고행을피하기 위해 스스로 죽는 자는 영벌에 떨어질 위험을 무릅쓰는 셈이다.
아무도 타인의 죄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타인의 죄가 우리를 더럽히지 못하니 이는 가장 큰 죄를 범하는 것이다. 아무도 사후의 삶이 더 나을 거라는 희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죽는 죄를 저지른 자들은 그러한 내세에 결코 이르지 못한다." - P52

자살에 대한 절대 금지는 당시 지배적이었던 플라톤주의의 영향과 도나투스파에 대한 과도한 반발에서 유래했다. 플라톤주의자들은 실제로 일부 예외를 인정하긴 했지만 자살을 신권 침해로 여겼고 이러한 사상은 플로티노스, 포르피리오스, 마크로비우스, 아폴레이우스에게이어졌다. - P53

아우구스티누스는 당혹감이나 모순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삼손도 죄인인가? 교회가 우러러보는 성녀 펠라기아는 목숨을 바쳐 순수를지켰는데 그녀도 죄인이란 말인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도식에 들어맞지 않는 이 예외들에 대해서 그들은 신의 특별한 부름을 받은 것이분명하다고 인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자발적이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제5계명은 절대적이지 않다. 죄인을 사형시키거나 전쟁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되니까.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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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이 혹시 완결?







아이들과 합류한 뒤 나기는 주차장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동차들 틈새에서 나기를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는 조금 당황했지만 마주 손을 흔들었다. 나기의 어머니를 발견한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P17

"근데 정말 볼수록 신기해. 이 많은 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추운 날씨에 아주 작은 물방울을 뿌려서 얼리는 거야. 특수한 모양의 프로펠러를 이용하면 물방울을 5㎛(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쪼갤 수 있대. 그럼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넓어져서 물이 빠르게 얼어 눈처럼 변하는 거지." - P20

"물질은 압력과 온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잖아. 얼음에 압력을 주면 얼음이 녹으면서 표면에 수 마이크로미터의 얇은 물층이 생겨 스키는 표면이 매끈한데다 왁스도 발라져 있어서 물과 만났을 때 쉽게 미끄러지는 거야."
"아, 아하, 그렇구나. 하하하." - P21

지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소녀는 날다람쥐 모양의 점프 슈트를 입고 있었다. 눈밭에 인형이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지오는 당황했지만, 그보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고글을 벗은 소녀의 얼굴이었다. 오뚝한 코에 선명한 쌍꺼풀, 얇고 곧게뻗은 눈썹은 방금 TV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지오가 넋을 잃고 앉아 있자 소녀가 조금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 P22

지오는 거듭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소녀를 유심히 살펴봤다.
분명 방금 전과 똑같은 옷과 짧은 스키에 똑같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지오는 구미호에게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 방금도 부딪히지 않았어요?"
"네? 아닌데.… 아, 아마 제 쌍둥이였을 거예요." - P23

지오는 날다람쥐 소녀가 다른 사람과 충돌하기 직전에 그녀를 뒤에서 붙잡고 함께 쓰러졌다. 활강 중이던스키어는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을 피해 방향을 바꿨다. 지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글을 벗고 소녀에게 소리쳤다.
"큰일 날 뻔했잖아요! 저기 표지판 못 봤어요?!" - P25

잠시 후,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로프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능숙해 보였다. - P26

방학 동안 학교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목성관 앞엔 360°로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레일을 일부 떼어온 것 같은 커다란 구조물이 생겼다. 슬로프-고리-슬로프 형태로 이어진 이 구조물은 15m 정도 높이로 ‘지혜의 고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야외에 설치된 여러 조형물 외에도 일부 교실이 새롭게 단장해 복도엔 페인트 냄새가 남아 있었다. - P27

아쉬워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금슬이 말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졸업까지 쓸 수 있는 아지트가 있잖아."
"맞아. 근데 우리가 졸업하면 아지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오가 물었다. - P28

졸업을 생각하면 리나는 벌써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구들과헤어지는 것도 아쉽고, 어떤 학교에 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지만, 복권이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무리였다. 무용과가 유명한 예술고등학교의 학비는 부수 비용을 빼고도 연간 10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 P29

"선서, 저희 신입생 일동은 재학 중 학칙을 지키고 학업에 충실하며, 대한민국의 과학 발전을 위한 창의적 인재로 거듭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XX년 3월 2일 신입생 대표 노.인.성." - P30

그날 미로는 한 대형 기획사의 핵심 인물에게서 명함을 받았다. 미도와 함께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당부와 함께. 미로는 1분 먼저 태어난 미도를 처음으로 언니라고 부르고, 무릎을 꿇고 빌다가, 나중엔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까지 했다. 하지만 미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 P31

 결과적으로 졸업 때까지 미로는 미도를 공부로 이기지못했지만, 대신 과학특성화중학교에 나란히 합격했다.
"봐봐, 애들도 물어보잖아. 지금이라도 마음 바꿔서…."
"그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했잖아." - P32

입학식이 끝난 후, 강당에서는 특별활동 홍보가 이어졌다.
"저희 과특중 e-스포츠부는 지난해 전국 LOL(라일락의 전설,
Legend of lilac) 학교 대항전에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지금부터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P33

무대에 선 지오의 얼굴을 본 순간, 미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가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탈춤 왕자님이 우리 학교 선배였다니!‘ - P34

"아, 나 얼마 전에 흥미로운 소문을 들었는데."
"뭔데?"
"개학식 때 문자로 수상한 링크가 날아왔잖아. 금슬이 너도 받았지?"
"응. 프로젝트 가디언즈인가 하는 그거? 난 게임 광곤 줄 알고 지웠는데?"
"들어가 보니 그냥 허접한 그래픽 게임이라 나도 지웠거든?
근데 그 게임에서 문제를 풀면 돈을 준대. 5000포인트가 쌓이면 문화상품권 번호를 받는 식으로." - P35

 미도가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심하고있을 때, 미로가 그녀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말했다.
"야, 생뚱맞게 무슨발레냐? 방송댄스면 몰라도"
"어? 방송댄스부는 없던데?"
"내가 만들 거야. 이 학교는 5명만 모이면 새로운 부를 만들수 있대." - P37

미도는 미로가 있어야 자신을 알아본다는 게 섭섭했지만, 지오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이 더 기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오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P37

"아, 나미션 나왔어. ‘지도에 표시된 알을 찾아 둥지에 넣어라."
"몇 번 푸니까 나왔어?"
"10번 전에 지수가 말한 대로야." - P40

잠시 후, 나기와 친구들은 나무 밑에서 투명한 유리병과 핀셋을 발견했다. 병 안엔 투명한 액체가 절반쯤 담겨 있었는데, 그속에 콩알만 한 하얀색 구슬이 가라앉아 있었다. 유리병을 살펴보던 금슬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 P41

나기는 신중하게 핀셋으로 구슬을 집었다. 구슬은 보기보다가볍고, 무른 느낌이 있었다. 핀셋으로 구슬을 꽉 잡았다 놓자 구슬 표면에 흠집이 났다. 표면이 긁힌 부분은 은색을 띠었다.
액체 속에서 구슬을 꺼내자 은색 표면은 곧 광택을 잃고 하얀색으로 변했다. - P41

지수가 나기의 다리를 꽉 잡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나기가구슬을 둥지 안에 떨어트리자,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며 구슬이 물 표면에서 마구 굴러다녔다. 지수는 팔을 움찔하긴 했지만 침착하게 한 걸음 물러나 나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P42

"아마 비콘(beacon) 기능을 활용한 트릭 같아. 나트륨이 녹아서 물의 전기 전도도나 피에이치(pH)가 변하면 주변에 있는 핸드폰에 성공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겠지." - P42

"일단 병을 열었을 때 기름 냄새가 났어. 알칼리 금속은 반응성이 커서 공기 중의 수분이나 산소와 반응하니까 기름에 보관하거든 그리고 무게도 가벼웠어."
"속이 비어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래서 핀셋으로 조금 세게 잡았더니, 흠집이 나면서 찌그러졌어. 알칼리 금속은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무르거든. 그리고 긁힌 부분이 은색이었다가 밖으로 꺼냈을 때 하얗게 변하는 걸 보고 알칼리 금속이라 확신했어." - P44

 알칼리 금속은 물과 만나면 격렬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서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깜짝 놀라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둥지가 있었던 곳의 높이를 생각하면 의자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만했다.  - P44

MISSION 2 황록액 안개를 모아라

a. 천왕관 203호 과학실1로 오세요. - P47

테이블 위엔 아래쪽에 탄소 전극이 달린 H 형태의 유리관과 직류 전원 공급 장치, 클램프, 삼각 플라스크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직류 전원 공급 장치의 빨간 선을 시험관 우측에 연결하고,
검은 선을 좌측에..…."
금슬은 안내에 따라 실험 기구를 연결했다. - P48

상황을 지켜보던 금슬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염소 가스!"
"맞아, 이 안에 있는 액체엔 염소화합물이 녹아 있을 거야.
아마도 소금 (NaCl) 같은 거겠지." - P54

"염소 가스는 물에 녹아 염산이 되기 때문에 폐와 기관지에심각한 손상을 줘 금슬이는 환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염소가스를 포집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 메시지를 받았던 것 같아 이런 실험으로 생기는 가스는 소량이지만, 밀폐된 환경이라면 위험할 수 있어." - P54

공전하는 천체들은 타원 궤도를 그리지만, 그 정도는 조금씩달랐다. 궤도가 원에서 벗어난 정도를 ‘궤도 이심률‘이라고 하는데, 완벽한 원의 경우 궤도 이심률은 0이고 1을 넘어가면 공전운동을 하지 못하고 쌍곡선을 따라 탈출하게 된다. 지구의 궤도 이심률은 0.017로 원에 가깝지만 수성은 0.206 정도로 살짝눌린 타원 모양이다. 0.967의 궤도 이심률을 가진 핼리 혜성의궤도는 쿠키를 옆에서 본 것 같은 모양이다. 이렇게 궤도 이심률이 증가할수록 타원의 두 초점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게 된다. 에리스의 궤도 이심률은 0.44였다. - P62

"명왕성은 다른 목성형 행성들과 달리 크기도 작고, 궤도이심률도 커서 때로는 해왕성 궤도 안쪽을 지난다. 이런 이유로 명왕성을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2005년,
명왕성보다 크고 멀리 있으면서 위성까지 가지고 있는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명왕성은 2006년에 에리스와 함께 왜행성으로 분류된다. 관측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와 비슷한 왜행성은 계속해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P66

"마름모 가운데 저항이 있는데 합성저항을 어떻게 구했어?"
"음.… 힌트만 알려줄게. 휘트스톤 브리지.."
"휘트스톤 브리지... 아! 대각선에 있는 저항끼리 곱한 값이서로 같으면 마름모 가운데 있는 선에는 전류가 안 흐르니까빼고 계산해도 되는구나!"
"맞아. 저항이 2개씩 들어 있는 병렬 저항만 구하면 돼." - P78

비슷한 시각, 인성은 태한과 교실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인성이 태한에게 소리쳤다.
"건물 한 군데씩 나눠서 찾아보자는데 너는 뭐가 불만이야?"
말했잖아. 아이디어는 내가 냈으니까, 노가다는 너희 둘이서하라고."
"네가 그렇게 잘났어?"
"내가 잘난 게 아니면 네가 못난 거지." - P79

인성이 이를 뿌득 갈았다. 만만한 상대였다면 바로 발차기든 주먹이든 날렸겠지만 태한은 인성보다 키도 크고 단련된 몸을가지고 있었다. 태한이 춤만 잘 추는 게 아니라 격투기라도 배웠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성은 그런 불확실한 싸움에 앞으로의 체면을 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싸움을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바꾸기로 했다. - P79

"뭘 믿고 이렇게 나대?"
"공부, 학생의 본분이 공부 아냐?"
"참 나, 그래서 뭐 공부로 붙자고? 문제집 놓고?"
"이번 중간고사, 10만원빵 어때?" - P80

미로는 얼굴을 붉히며 핸드폰을 낚아채 성큼성큼 교실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왁자지껄하게 들려오는 교실 소음이 그녀의 심기를 다시 불편하게 했다. 발끈한 미로가 씩씩거리며 걸어가고 있을 때, 낯선 번호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Han
양팔 저울 - P82

미로는 메시지 내용을 곱씹었다.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만약 달에서 평범한 저울에 6kg짜리 물건을 올려놓으면 1kg으로 표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분동으로 무게를 재는 양팔 저울은 지구에서도 달에서도 똑같이 사용할수 있다. 물체와 저울의 맞은편 분동에 작용하는 중력이 똑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P83

의상을 갈아입은 리나는 커튼 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앞선 학생은 <돈키호테> 키트리 베리에이션을 추고 있었다. 콩쿠르에선 이렇게 기술적으로 화려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는 편이었다.
리나는 다시 불안해졌지만, 천천히 심호흡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 P85

"아 싫어~ 공부하기 싫어~"
아이처럼 떼쓰는 리나의 모습에 나기는 피식 웃었다. 평소의 굳센 리나도 좋지만,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오늘 하루만 놀까?"
"...정말?"
"응. 뭐 하고 싶어?" - P87

"여! 너희도 꽃구경 왔구나?"
갑작스럽게 들려온 지오의 목소리에 나기와 리나는전기에 감전된 듯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두사람 사이에 공간이 생기자, 지오는 자연스럽게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기가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오에게 물었다. - P88

며칠이 지나고, 중간고사 2일째가 끝났다. 인성은 궁지에 몰런 기분이었다. 시험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태한이 몇 점 앞서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인성은 50만 원짜리 내기에서 지는 것보다 자신의 평판이 땅에 떨어지는 게 더 두려웠다. 소문이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 P91

만약 자신이 이번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한다해도 태한에게 진다면 졸업 때까지 ‘1등에게 주제 모르고 깝치다가 참교육당한 2등‘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 상황만은 피해야 했다. - P91

"... 뭔데?"
"내일 아무 과목이나 80점 밑으로 깔아줘. 100만원 줄게."
"100만 원은 무슨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태한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인성의 품에서 나온 지폐 다발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 P92

"아깝네. 벼락치기하다가 4교시 때 좋았어."
"... 쿨거래 감사요."
인성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등엔 식은땀이 흐르고있었다. 인성이 태한에게 받은 지폐를 높이 들고 외쳤다.
"매점 갈 사람! 내가 쏜다!"
"와아아!" - P92

MISSION 4 포스가 함께하길 (May the Force be with you)

a. 화관 102호에서 광선검을 찾으세요.
b. 화관 메인홀에서 광선검을 높이 들어 빛나게 하세요. - P93

"이거다 싶은 건 없는데 일단 난 손전등에 한표."
인자는 선반 위에 놓인 손전등을 들어보였다. 지오는 인자의 추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금슬은 아래쪽 선반에서 빨간색 막대기를 들어 보였다. - P94

"다들 이거 봤어? 레이저포인터야."
레이저 포인터의 등장에 순간 분위기가 술렁였다. 금슬과 인자는 고민에 빠졌다.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을때 지오가 손전등, 불꽃 신호기, 레이저 포인터를 손에 들고 물었다. - P95

네 사람은 비품을 바리바리 들고 화성관 메인홀로 향했다. 1층에 있는 메인홀은 건물 중앙에 있는 커다란 오픈 구조 공간이었다. 3층 천장에 있는 채광창까지 막힘없이 트여 있는 공간은 백화점에라도 온것같은기분이 들게 했다. 메인홀이 가까워질 무렵, 낯선 구조물이 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P95

"이거 설마...?"
인자와 나기가 서로를 동시에 바라봤다. 바로 다음 순간, 구조물 앞에 있는 액정에 60초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 P96

"이거 받아!"
카운트는 어느새 5초를 남겨 놓고 있었다. 나기와 인자는 철근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형광등을 높게 들어 보였다. 형광등을 건네받은 금슬 지오도 두 사람의 행동을 따라 했다.
‘빠직 - 빠지지지지직 - 빠지직!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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