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을 읽기 싫은 날이다.
오늘도 일을 간다. 일 하기 싫다.
책을 읽고 일을 하면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 물론 게임할 시간은 제외한다.
몸이 좋은 사람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너무 다른 세계이다.

하긴,
우리 동네가 아니라 어떤 동네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는 중년 남성이 조깅을 한답시고 거리를 뛴다든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 P46

12분 안에 3킬로미터를 달리면 건강이 양호한 상태? - P47

나도 그 테스트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졌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했다. 12분 동안 할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갔다 오는 게 전부였다. 방법은 뛰는 것이 원칙이지만, 12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없다면 가다가 중간중간에 걸어서 가도 괜찮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말로는 ‘매우 양호한‘
건강 상태를 의미하는 최고 점수를 받으려면 12분 동안 최소한 3킬로미터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즉시 그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다. - P47

시커먼 먼지와 질척질척한 눈더미가 도로 양쪽 가장자리에 쌓여 있는, 12월의 추운 어느 날이었다. 사실은 그날 오후에 공부나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 P47

때는 1970년대였고, ‘건강을 위해달린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금시초문의 처방이던 시대였다.
그러므로 러닝복이니 러닝화니 그런 것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었다. - P48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은 내가 너무나 기본적인 질문조차떠올려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체 그 의사는 누구인가? 12분 동안 3킬로미터를 달리면 ‘매우 양호한‘ 건강 상태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것을 그 의사는 어떻게 알았는가? - P48

 1968년에 출판된 『유산소 운동(Aerobics)』은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후에도 수주 동안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다. 쿠퍼가 내놓은 다음 책 『여성들을 위한 유산소운동 (Aerobics for Women)』과 『새로운 유산소 운동(The New Aerobics)』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P49

1970년대에 수많은 사람들을 스포츠로 이끌었으며 의사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조지 시언도 "케네스 쿠퍼의 『유산소운동』을 읽어 보면 운동생리학에 대해서는 보통 의사들보다도 훨씬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 P49

(생략)
그러나 쿠퍼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새로운 사상을 불어넣는 데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는 이내 큰 바람을 일으켰다. - P49

쿠퍼의 책은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지금도 브라질에서는 조깅을
‘쿠퍼링(Coopering)‘이라고 부르거나 조깅을 한다‘는 뜻으로 ‘쿠퍼를 한다(doing the Cooper)‘라고 말한다. 헝가리에서는 국가공인 체력 테스트의 명칭이 ‘쿠퍼 테스트(Cooperteszt)‘일 정도다. - P49

요즘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피트니스의 진실은 무엇이며 어떤 것이 피트니스를 빙자한사기인지, 라이프 웨이브스 같은 회사가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트니스와 건강산업이 활황을 누리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그것이 쿠퍼를 중심으로 한 피트니스 바람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 P50

 그는 1960년대에 샌 안토니오에서 공군의 의뢰를 받아 사람이 침대에만 갇혀 있을 때 몸에 어떤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몰두했다. 쿠퍼에게 주어진 진짜 연구 과제는 우주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신체가 쇠약해지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 P50

그러나 쿠퍼는 "그 과제는 일시적인 흥밋거리에 불과했습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연구는 일반 대중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운동이 필요한지를 말해 줄 수 있는 조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P50

그의 의문은 단순했다. 1킬로미터를 ‘걷는 운동‘과 1킬로미터를 ‘뛰는 운동‘은 똑같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1킬로미터를 뛴 것과 똑같은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몇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하는가? - P50

그러나 쿠퍼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한지겨우 한두 주 만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그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포기하기 이전에 이미 정신적으로 포기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P51

쿠퍼는 자신이 원하는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쿠퍼는 운동을제대로 하려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더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하며 폐가 확장될 정도까지 해야 한다고 추론했다. - P52

 그리고 그 운동을 할때 인체가 소비하는 산소량에 따라 각 운동에 점수를 부여했다.
"점수는 운동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서 매겨집니다."
그 점수는 정확한 평가일까? 내가 의문을 제기했다.
"글쎄요. 솔직히 어떤 부분은 추측을 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쿠퍼가 대답했다. - P52

 8분 이내에 1.6킬로미터를 달리는 것과 15분 이내에 500미터를 수영으로 가는 것과 20분 이내에 자전거로 8킬로미터를 가는 것은 운동량이 서로 같다는 식이다. - P52

 12분 동안 1.6킬로미터 미만으로 달리면 ‘매우 허약한 상태이고, 12분 동안 2.8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으면 ‘매우 건강한 상태다. 그 사이에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 P53

예를 들어보자. ‘매우 허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한 첫 주에 10점을얻어야 한다. 10점을 얻으려면 5일 동안 매일 1.6 킬로미터를 걷되 13분30초 안에 운동을 마쳐야 한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16주가지난 후에는 30점을 얻어야 한다. - P53

최소한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20분씩 (20분을 한꺼번에 걸어도 좋고, 조금씩 걸은 시간을 모두 합해 20분이 되어도 상관없다고까지 한다.) 걸을 것을 권하는요즘, 쿠퍼의 운동 처방이 과도하거나 극단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 P53

운동을 할 목적으로 달린다는 것은 이상한 버릇으로 취급받았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다가 뭇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총을 받았다는 경험담은 너무나 많다. - P54

워싱턴 대학교의 스포츠 역사학자인 잭 베리먼은 매일 역기와 달리기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이다.
(중략)
그 코치는 매일 아침마다 6시에 일어나 인적 없는 거리를 달렸다. 그러나 1킬로미터도 채 못 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 P54

경찰들은 그 코치가 어디서 도둑질을 하다가 들켰거나 도둑질을 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는 거라고 여겼던 거죠. 그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 거리를뛰어다니는 사람은 도둑밖에 없었으니까요. 그 코치가 경찰에게 "난 조깅을 하는 중입니다." 하고 설명하면, 경찰은 "그게 뭐요?" 하고 물었답니다. - P54

역사 속에서 운동은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으며, 때로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지만, 때로는 오히려 위험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계를 받았다. - P55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신체를 숭배했던 만큼, 피트니스 트레이닝에 대한 책을 가장 먼저 저술한 것도 그들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랄 일이아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과 그리스인들의 사상을 수용했던 로마 인들에게 있어서 완벽한 신체로 가꾸는 것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 P55

그렇다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질병을 막을 수 있을까? 베리먼같은 스포츠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헤로디쿠스는 그렇다고 확신했던것 같다. 베리먼은 헤로디쿠스가 원하는 사람에게는 각자 어떤 운동을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며, 운동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지에 대해 무료로 조언을 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 P56

"운동이 누구의 영역이냐를 두고 체육선생 (gymnast)들과 의사들 사이에 큰 논쟁이 있었습니다." - P56

‘건강을 위한 섭생』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예방 의학의 중요성을 누누이 역설했다. 예방 의학에는 운동도 포함된다고 독자들에게 설명했다. - P57

또한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갈 정도로 빨리 달리는 운동"을 할 것과 저녁 식사 후에는 걷기 운동을할 것을 권했다. "건강은 운동과 음식이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유지된다."라고 히포크라테스는 주장했다. 그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 P57

자신이 헤로디쿠스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히포크라테스는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 P57

 갈레노스의 영향력은 짧게 잡아도 르네상스 시대까지이어진다. 갈레노스는 스물여덟 살 때까지 병약한 편이었지만, 그때에이르러 ‘건강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발견의 가장 큰 공로는 ‘운동‘에 있었다. - P57

 그의 판단에 따르면, 격렬한 운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숨이 가빠질 정도가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움직임을 통해 사람이 더 빨리 숨을 쉬게 하거나 더 많이 숨을 쉬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움직임이 바로 운동이다." 갈레노스의 생각은 20세기 후반 쿠퍼가 주장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 P58

세월이 흐르자 운동에 관련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국 왕립 학회 회원이며 의사였던 조지 체인 박사가 1724년에 펴낸 『건강과 장수에 관한 에세이 (An Essay of Health and a Long Life)』도 그러한 책 가운데 하나였다. - P59

18세기와 19세기 초 유럽에서는 운동 시합이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등장했고, 나중에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물결이 번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운동 시합에 뛰어들었으며 운동 시합이 열린다 하면 수천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 P59

그러나 웨스트 런던에 있는 브루넬 대학교의 스포츠 과학자 피터 래드포드에 따르면, 당시의 운동 시합은 요즘의 스포츠 경기와는 달랐다고 한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참가자가 승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치밀하게 계산된 도박이었다. - P59

래드포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기에서 정해진 시간보다 더 빨리 달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런 대회에 단골로 참가하는 소위 ‘꾼‘들은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를 노출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진짜 실력이 노출되면 다음 내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계속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에도 실력은 꾸준히 향상되기 때문에 진작부터 자기 실력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었지요." - P60

그러나 래드포드 교수는 당시 영국에서 벌어진 운동 시합에 참가했던 스물다섯 명의 남자들에 대한 신상 기록을 입수할 수 있었다. 스물다섯 명의 남자들 중에서 최연소자는 열두 살의 소년이었지만, 스물다섯 명 중에서 3분의 2에가까운 사람들이 쉰 살을 넘긴 나이였다. - P60

리처드 브라운이라는 남자는 1794년에 39킬로미터의 거리를 8시간 동안 달렸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114세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도널드 맥리어드라는 남자는 1790년에 16킬로미터를 2시간 23분에 달렸는데 나이는 102세와 104세 사이였다고 되어 있다. - P60

어떤 시합에서는 마른 사람과 뚱뚱한 사람이 공평한 조건에서 시합을 치르도록 하기 위해마른 사람이 몸에 무거운 것을 달고 시합에 임해야 했다. 젊은이와 노인이 한 시합에서 실력을 겨루는 경우에는 젊은 사람이 몸에 무거운 것을 달고 시합에 참가했다. - P61

래드포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23년,
11세의 소녀가 직업 선수들 사이에 끼여서 18킬로미터 경주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녀는 3킬로미터를 달린 후 경주를 포기하고 나막신을 신은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가는 길에 한 무리의 소년들을 만나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P61

기록상 가장 어린 선수로 엠마 프리드먼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잉글랜드의 서포크 출신인 이 소녀는 ‘도보 경주의 소녀‘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여덟 살이던 1823년에 9주 동안 네 번의 시합에 참가했다. 처음 세 번의 시합에서는 48킬로미터를 달렸고, 마지막 네 번째 시합에서는 64 킬로미터를 7시간50분에 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P61

가장 큰 상금이 걸린 시합으로 150년 동안 기록이 깨지지 않았던 내기 시합은 1809년에 열렸던 시합이었다. 상금을 탄 주인공은 알라디스바클레이 대위로, 시합의 내용은 1,609킬로미터를 1,000시간 동안 걷는 것이었다. 이 시합을 위해 뉴마켓 히스에 1.6킬로미터짜리 코스를설치해 놓고 참가자들은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코스를 계속 왕복했다. 이 시합으로 바클레이 대위가 탄 상금은 1만6000파운드로이것은 당시 영국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320 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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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되어 신입생 대상 가입 홍보 기간도 끝났고,
1학년이 몇 명 들어온 뒤로 대립 상황이 바뀔 계기가 있었다.
실은 훌륭한 만화를 그리면서도 주위에 그 사실을 숨기고 읽기만 하는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고치 아야코 선배가 다른 3학년보다 한발 먼저 은퇴한 것이다. 직접 그려보고 싶은그룹 안에는 이로써 이겼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 - P193

만연이 부실로 쓰는 제1 예비 교실에서 읽기만 하는 그룹은 교실 앞쪽에, 직접 그려보고 싶은 그룹은 뒤쪽에 뭉쳐 있다. 출입할 때도 다른 문을 쓴다. - P193

"잠깐 시간 돼?"
만연에서 만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으니 부끄러울 건없지만 반사적으로 공책을 덮어버렸다.
"응, 왜?" - P194

축제에서 고치 선배와 대립한 건 나였지만 그후 직접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그룹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만연의 주도권을 휘어잡으려 한 게 아사누마였다. - P195

"이번에 동인지를 낼건데, 이바라 네 작품도 싣고 싶어."
무심결에 주위를 살폈지만 우리를 쳐다보는 기색은 없었다. 예상도 못 한 일이다. 나는 내 만화를 동인지로 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사누마하고 같이 내본 적은 없었다. - P195

"이대로 가다간 올해 축제 때도 감상문만 내놓게 될 거야." - P195

"만연하고는 별개의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뜻이야?"
아사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P196

비릿한 걸 삼킨 기분이었다. 기습으로 기정사실을 만들어사태를 유리하게 끌어나가려는 거라면 쿠데타나 다름없다.
서글프게도 현재 만연이 파벌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건사실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만화를 그리는 나의 행동이 읽기만 하는 그룹에게 공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 P196

"또 누가 그리는데?" - P196

"나, 다이, 니시야마, 하리가야, 그리고 이바라 너. 이제부더 설득할 거지만."
전부 직접 그려보고 싶은 그룹의 사람들이지만 내가 아는바로는 어느 정도 제대로 그려본 적이 있는 이는 아사누마뿐이다. - P197

"스토리 만화도 그릴 수 있대?"
아사누마가 슬그머니 웃었다.
"아마 못 그릴 테지만, 그렇게 긴 만화는 안 그려도 돼. 네다섯 페이지면 족해. 여차하면 양면 두 페이지라도 괜찮아.
가급적 많은 인원이 참가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 P197

"아예 새로운 걸 그려달라는 게 아니야. 주제는 정해놨으니 편하게 그려주면 돼."
내 만화에 자부심을 갖기에는 너무 이를지 모르지만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아사누마도 잘 알 텐데 저렇게 말하는 건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증거라고믿고 싶다. - P198

"이런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동아리에서는 책한권못 내 실적을 확보하려고 만드는 동인지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가미 고 만연의 이름을 등에 업고 그린 만화를남들에게 보여줄 기회는 졸업하면 평생 다시 오지 않아. 그런건 싫어, 이바라 너도 그렇지?"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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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지만 기록을 하지 않는.










마침 금홍이 축음기 레코드판을 갈았다. 슈베르트의 곡 들장미>가 흘러나왔다. 상이 감았던 눈을 떴다. 구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괴테가 지은 시 아닌가? 지난번에 서점에 들른 이유는 바로이 시를 찾아보기 위함인가?" - P52

"참으로 아름다운 시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생각을 엿보게된다면 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네. 아름다운 빨간 장미를 꺾으려는 소년, 그리고 소년을 가시로 찌르려는 장미, 고통이라는하나의 관념이 매개체가 되어서 서로 고통을 주고받으려는 의도가 있네.‘ - P52

그렇다면 괴테의 시에 가학을 즐기는 사디즘과 학대를 받는것을 즐기는 마조히즘이 뒤얽혀 있다는 말인가? 이거참, 사디즘의 원조 사드 후작과 괴테의 시가 통한다니." - P53

"그렇다면 이제부터 범인의 윤곽을 그려나간다면 말일세. 셸리의 시를 들먹일 정도로 멋진 척하는 머리에 잉크 물든 자일것이고, 또한 가학적인 행위에 만족감을 느끼는 자일 것일세." - P53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지식인들이 있다. 그들 사이에 유행이 되는 아보타라는 놀이가 있다.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위험한 단계에까지 진출해 있다. 이건 한 모던보이 머리에서 계획된 것은 아니네. 이런 일들을 조직적으로 벌이고 사상과 관념으로 투철한 이가 배후에 있을 것이야. 그가 젊은 청년들의 사상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는 데에 내 이름을 걸겠네." - P54

본정 뒷골목에 있는 병목정 갈보집으로 불리는 유곽 거리에있는 애한테 들은 얘기예요. 걔네들 열심히 뛰어봤자 하루벌이가 얼마 안 되는데 하여튼, 하루는 검은색 포드 승용차에서 내린 하얀 머리의 점잖게 생긴 신사가 내일 유곽 여자 세명정도만 밖에서 놀 수 있게 해달라고 했대요. 가게에다가는 선금으로50원을 내놓고, 애들에게는 일인당 20원씩 지급한다고 약속하고요. 다음 날 밤, 차를 몰고 나타나 여자들을 데리고 갔대요. 제친구도 거기 끼어 갔다는데, 포드 승용차에 올라타자마자 눈가리개를 하고 손목을 묶었다는 거예요. - P55

"문제는 그 여인들 중에 한 여인이 실종되었다네."
구보가 놀란 눈으로 이상을 보았다.
"실종이라면 또 다른 범죄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친구분을 만나러 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오늘 병목정에 가보려고 하네만."
"병목정?" - P56

"무얼 그렇게 생각하는 게인가? 아하, 금홍이? 아내가 아닌것은 알 테고."
구보는 깜짝 놀라 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뭘그리 놀라나.자네양볼이 붉어지는 걸 보면 허리 아래남녀관계를 생각하는 게 맞을 터이고, 좀 전에 본 여자는 금홍이밖에 없잖은가?" - P57

구보가 반문하였다.
"좀 이상한 게 있네. 아무리 즐기는 것이라지만, 그들은 한 가지 약속은 하고 있네. 바로 서로 죽이지 않겠다는 것. 즐거움을주는 일이라 해도 죽을 지경에 이른다면 얼마나 겁이 나고 손해볼 것인가?" - P58

본정 대로변에 위치한 은행, 호텔, 상점, 우체국 등을 뒤로하여 뒷골목으로 들어가 삼정목 경성극장을 끼고 돌아서 오정목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들이 골목을 장악하고 있었다. 본정에서 일하는 은행원과 샐러리맨들을 부르는 선술집들은 집집마다 가스등을 내걸고 화려한 입간판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었다. - P58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시지 않을래요?"
상의 코트자락을 끌어당기는 앳된 얼굴의 여인이 은근하게말을 걸어왔다.
"여기 와서 금화정 꽃순이를 찾으면 된다고 하던데?" - P59

"형사인데 알아볼 게 있으니 안내를 해주오."
상은 진지한 어투로 말하였다. 구보는 상이 형사를 사칭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꽃다운 아가씨들과 말동무만 하다 지쳐 돌아갈 게 뻔하였다. - P59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손님은 아니고 잠시 할 말이 있으니 꽃순이라는 여인을 불러주시오."
상과 구보는 경계하는 표정의 여주인에게 5전을 건네고 방으로 안내되었다. 차와 과자가 나왔고 뒤이어 장지문이 열리며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왔다. - P60

"잘 모르고 계시나본데, 그 아이는 실종이 아니라 고향에 내려간 걸 거예요."
"진실을 말해주시는 편이 실종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꽃순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겁에 질린 얼굴이 되어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 P60

"친구는 고향에 내려간 게 확실합니까?"
꽃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나 무언가 생각나는 게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종로통 ‘제비‘의 금홍에게 전해주시오."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나갔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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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심을 불어일으키는 독서 목록.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

강민선, 도서관의 말들, 유유, 2019
강민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임시제본소, 2018
강유원, 문학 고전 강의 라티오 2017
권범준, BRITPOP 브릿팝 안나푸르나 202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진인혜 옮김, 부비르와 페귀, 책세상, 2023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대니얼 스탠더, 정지인 옮김. 판단하지 않는 힘, 동녘 2019
데이비드 허프, 신동현·최홍준 옮김.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 루비박스 2013
도다야마 가즈히사 전화윤 옮김,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플루토 2019
로버트 무어, 이동훈 옮김, 쿠르스크 울력 2021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리 스콧, 이용훈 옮김, 마르셀로 비열사, 삼호미디어,202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곽광수 옮김,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민음사 2008
마이클 톱스, 홍범 옮김, 1945 모딘아카이브 2018
마이클 돕스 박수민 옮김, 1962 모던아카이브 2019
마이클롭스 허승철 옮김. 1991 모던아카이브 2020
만프레트 라이츠, 장혜경 옮김. 설마 있을까 싶은 기이한 동물 추적기 프로네시스 2007
에리 위스너-행크스, 류형식 옮김. 케임브리지 세계사 콘사이스 소외당 2018
박민영,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샘터사, 2019
박상훈, 정치적 말의 힘, 후마니타스 2022
박종진, 만년필입니다! 멜빅미디어, 2013
박태하,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 민음사,2019
배리 스트라우스, 최파일 옮김. 로마 황제 열전 까치 2021
배은숙, 로마 전차 경기장에서의 하루 글항아리, 2021
슈테판 츠바이크, 안인희 옮김. 위로하는 정신, 유유 2012
시미즈 레이나, 윤희육 옮김. ‘세계 물의 도서관 지식여행, 2014
아서 쾨슬러, 문광훈 옮김, ‘한낮의 어둠, 후마니타스, 2010
알베르 카뮈 모형인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남방 우편기』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야마우치 도시히데 김성훈 유병준 옮김, 『잠수함』 북스힐, 2017
요한 볼프강 폰 괴테『파우스트」
윌리엄 케인, 김민수 옮김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교유서가 2017
이마미치 도모노부, 이엄마 옮김. 『단테 『신곡』 강의』 교유서가 2022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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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생이 읽기 부적절한 책.
1장은 읽었지만, 2장부터는 손이 안 가던 책.









2년 뒤 마틴 부부는 월도프 호텔에서 또다른 파티를 벌였고, 이때 손님들에게대접한 호화 저녁은 인당 116달러에 달했다. 당시 뉴욕 노동자들은 일년 내내 일해야 364 달러에서 624달러 사이의 돈을 벌수 있었다 - P51

우리가 살펴보았듯이런 투쟁들은 20세기 중반 무렵 전 세계 산업국가들을 실질적으로, 때로는 놀랄 만큼 더 평등하게만들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이 평등화에 균열이 생겼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영어권 국가들에서 심했다. - P52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피케티Thomas Piketty 는 우리가20세기 초의 엄청나게 불평등한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P52

 피케티는 2014년에 출간한 저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Twenty-First Century》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주요 메시지는 비행기 안에 조종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비행기가 멈출 거라고 보장해주는 자연적인 과정은 없습니다." - P53

좋은 소식은 없을까? 샤이델에게서는 없다. 그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력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부와 소득의 더 공평한 분배로 가는 평화적이고 쉬운 길은 없다고 말한다 - P54

하지만 샤이델 입장에서 보면, 그는 보수주의자들에게서그런 아찔한 호평을 끌어내려고 한 적이 없다. - P54

 그 대신 그의 책은 우리에게 불평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우리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방안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 P55

그들이 숨겨놓은 부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피케티의 동료인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은 조세 회피를 가능하게 만드는 ‘변칙적인‘ 국제 금융 기록을 조준했다. - P55

만약 이렇게 숨겨진 막대한 부에 글로벌 세금을 물리면 전세계 갑부들의 엄청난 개인 재산을 어느 정도 떼어내 각 국가정부에 충분하고 새로운 수입으로 돌려주는 일이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의 부유세 제안은 주류 평론가들은물론이고 평등한 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 P56

 다른 평등주의자들은 단순히 정치적 현실성의 문제를 뛰어넘어 피케티의 글로벌 부유세에 의구심을 품는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피케티의 부유세는불평등을 막는 종래의 소득 재분배 접근법의 또다른 변형일 뿐이다. - P56

부자들이엄청난 재산을 회복하면서 연금이나 현장 안전관리 같은 다양한 사회 발전의 전선이 붕괴되는 일이 여러 국가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 P57

 좌파 비평가들은 전통적으로 실행했던 소득 재분배 접근법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득 재분배는 불평등을 일으키는 경제를 주어진 상태로 간주하고, 이런 경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게 귀결된다는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했다. - P57

영국의 경제학자 페이자 샤힌Faiza Shaheen은 종래의 소득분배 접근법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약화되는지 의학적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키울 수 있는데, 부자들 역시 소득 재분배성 세금에 내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 P58

현명한 공중보건당국자들은 예방을 강조한다. 샤힌은 현명한 사회경제 정책 또한 예방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한다. - P58

요약하면, 우리는 불평등이 일으킨 혼란을 수습할 목적의소득 재분배 조치만이 아니라 불평등을 덜 초래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 P58

그 예로 피케티는 자신의 획기적인 저서 <21세기 자본이
"자본에 대한 누진과세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똑같이 중요하다고 판명된 수많은 제도의 진화에는 주의를 거의 기울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피케티는 부의 사전분배와 재분배는 대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 P59

 지적재산권부터 토지 사용까지 모두 포함하는 수많은 불평등의 동인은 확실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 논의되는 소득 사전분배론 전반의 초점은 수십 년간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의 임금 비율이 떨어진 것에 맞춰져 있다. - P59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분석 자료랄 보면, 21세기에 접어들어 15년 동안 법인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퍼센트 하락했으며, 이 임금 감소분은 50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임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처럼 임금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 P60

이처럼 국민소득에서 근로 가정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 논리상 말이 안 된다. 근로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돈이 없어진다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거나 가계 빚이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혹은 그 두 가지가 모두 발생한다는 뜻이다. - P60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 임금 점유율이 하락하자 급여 개
‘선‘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계획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거기에 협조할 의향이 별로 없어보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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