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우리 동네가 아니라 어떤 동네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는 중년 남성이 조깅을 한답시고 거리를 뛴다든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 P46
12분 안에 3킬로미터를 달리면 건강이 양호한 상태? - P47
나도 그 테스트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졌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했다. 12분 동안 할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갔다 오는 게 전부였다. 방법은 뛰는 것이 원칙이지만, 12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없다면 가다가 중간중간에 걸어서 가도 괜찮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말로는 ‘매우 양호한‘ 건강 상태를 의미하는 최고 점수를 받으려면 12분 동안 최소한 3킬로미터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즉시 그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다. - P47
시커먼 먼지와 질척질척한 눈더미가 도로 양쪽 가장자리에 쌓여 있는, 12월의 추운 어느 날이었다. 사실은 그날 오후에 공부나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 P47
때는 1970년대였고, ‘건강을 위해달린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금시초문의 처방이던 시대였다. 그러므로 러닝복이니 러닝화니 그런 것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었다. - P48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은 내가 너무나 기본적인 질문조차떠올려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체 그 의사는 누구인가? 12분 동안 3킬로미터를 달리면 ‘매우 양호한‘ 건강 상태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것을 그 의사는 어떻게 알았는가? - P48
1968년에 출판된 『유산소 운동(Aerobics)』은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후에도 수주 동안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다. 쿠퍼가 내놓은 다음 책 『여성들을 위한 유산소운동 (Aerobics for Women)』과 『새로운 유산소 운동(The New Aerobics)』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P49
1970년대에 수많은 사람들을 스포츠로 이끌었으며 의사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조지 시언도 "케네스 쿠퍼의 『유산소운동』을 읽어 보면 운동생리학에 대해서는 보통 의사들보다도 훨씬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 P49
(생략) 그러나 쿠퍼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새로운 사상을 불어넣는 데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는 이내 큰 바람을 일으켰다. - P49
쿠퍼의 책은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 지금도 브라질에서는 조깅을 ‘쿠퍼링(Coopering)‘이라고 부르거나 조깅을 한다‘는 뜻으로 ‘쿠퍼를 한다(doing the Cooper)‘라고 말한다. 헝가리에서는 국가공인 체력 테스트의 명칭이 ‘쿠퍼 테스트(Cooperteszt)‘일 정도다. - P49
요즘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피트니스의 진실은 무엇이며 어떤 것이 피트니스를 빙자한사기인지, 라이프 웨이브스 같은 회사가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트니스와 건강산업이 활황을 누리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그것이 쿠퍼를 중심으로 한 피트니스 바람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 P50
그는 1960년대에 샌 안토니오에서 공군의 의뢰를 받아 사람이 침대에만 갇혀 있을 때 몸에 어떤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몰두했다. 쿠퍼에게 주어진 진짜 연구 과제는 우주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신체가 쇠약해지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 P50
그러나 쿠퍼는 "그 과제는 일시적인 흥밋거리에 불과했습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연구는 일반 대중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운동이 필요한지를 말해 줄 수 있는 조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P50
그의 의문은 단순했다. 1킬로미터를 ‘걷는 운동‘과 1킬로미터를 ‘뛰는 운동‘은 똑같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1킬로미터를 뛴 것과 똑같은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몇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하는가? - P50
그러나 쿠퍼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한지겨우 한두 주 만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그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포기하기 이전에 이미 정신적으로 포기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P51
쿠퍼는 자신이 원하는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쿠퍼는 운동을제대로 하려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더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하며 폐가 확장될 정도까지 해야 한다고 추론했다. - P52
그리고 그 운동을 할때 인체가 소비하는 산소량에 따라 각 운동에 점수를 부여했다. "점수는 운동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서 매겨집니다." 그 점수는 정확한 평가일까? 내가 의문을 제기했다. "글쎄요. 솔직히 어떤 부분은 추측을 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쿠퍼가 대답했다. - P52
8분 이내에 1.6킬로미터를 달리는 것과 15분 이내에 500미터를 수영으로 가는 것과 20분 이내에 자전거로 8킬로미터를 가는 것은 운동량이 서로 같다는 식이다. - P52
12분 동안 1.6킬로미터 미만으로 달리면 ‘매우 허약한 상태이고, 12분 동안 2.8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으면 ‘매우 건강한 상태다. 그 사이에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 P53
예를 들어보자. ‘매우 허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한 첫 주에 10점을얻어야 한다. 10점을 얻으려면 5일 동안 매일 1.6 킬로미터를 걷되 13분30초 안에 운동을 마쳐야 한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16주가지난 후에는 30점을 얻어야 한다. - P53
최소한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20분씩 (20분을 한꺼번에 걸어도 좋고, 조금씩 걸은 시간을 모두 합해 20분이 되어도 상관없다고까지 한다.) 걸을 것을 권하는요즘, 쿠퍼의 운동 처방이 과도하거나 극단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 P53
운동을 할 목적으로 달린다는 것은 이상한 버릇으로 취급받았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다가 뭇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총을 받았다는 경험담은 너무나 많다. - P54
워싱턴 대학교의 스포츠 역사학자인 잭 베리먼은 매일 역기와 달리기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이다. (중략) 그 코치는 매일 아침마다 6시에 일어나 인적 없는 거리를 달렸다. 그러나 1킬로미터도 채 못 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 P54
경찰들은 그 코치가 어디서 도둑질을 하다가 들켰거나 도둑질을 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는 거라고 여겼던 거죠. 그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 거리를뛰어다니는 사람은 도둑밖에 없었으니까요. 그 코치가 경찰에게 "난 조깅을 하는 중입니다." 하고 설명하면, 경찰은 "그게 뭐요?" 하고 물었답니다. - P54
역사 속에서 운동은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으며, 때로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지만, 때로는 오히려 위험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계를 받았다. - P55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신체를 숭배했던 만큼, 피트니스 트레이닝에 대한 책을 가장 먼저 저술한 것도 그들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랄 일이아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과 그리스인들의 사상을 수용했던 로마 인들에게 있어서 완벽한 신체로 가꾸는 것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 P55
그렇다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질병을 막을 수 있을까? 베리먼같은 스포츠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헤로디쿠스는 그렇다고 확신했던것 같다. 베리먼은 헤로디쿠스가 원하는 사람에게는 각자 어떤 운동을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며, 운동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지에 대해 무료로 조언을 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 P56
"운동이 누구의 영역이냐를 두고 체육선생 (gymnast)들과 의사들 사이에 큰 논쟁이 있었습니다." - P56
‘건강을 위한 섭생』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예방 의학의 중요성을 누누이 역설했다. 예방 의학에는 운동도 포함된다고 독자들에게 설명했다. - P57
또한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갈 정도로 빨리 달리는 운동"을 할 것과 저녁 식사 후에는 걷기 운동을할 것을 권했다. "건강은 운동과 음식이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유지된다."라고 히포크라테스는 주장했다. 그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 P57
자신이 헤로디쿠스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히포크라테스는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 P57
갈레노스의 영향력은 짧게 잡아도 르네상스 시대까지이어진다. 갈레노스는 스물여덟 살 때까지 병약한 편이었지만, 그때에이르러 ‘건강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발견의 가장 큰 공로는 ‘운동‘에 있었다. - P57
그의 판단에 따르면, 격렬한 운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숨이 가빠질 정도가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움직임을 통해 사람이 더 빨리 숨을 쉬게 하거나 더 많이 숨을 쉬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움직임이 바로 운동이다." 갈레노스의 생각은 20세기 후반 쿠퍼가 주장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 P58
세월이 흐르자 운동에 관련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국 왕립 학회 회원이며 의사였던 조지 체인 박사가 1724년에 펴낸 『건강과 장수에 관한 에세이 (An Essay of Health and a Long Life)』도 그러한 책 가운데 하나였다. - P59
18세기와 19세기 초 유럽에서는 운동 시합이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등장했고, 나중에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물결이 번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운동 시합에 뛰어들었으며 운동 시합이 열린다 하면 수천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 P59
그러나 웨스트 런던에 있는 브루넬 대학교의 스포츠 과학자 피터 래드포드에 따르면, 당시의 운동 시합은 요즘의 스포츠 경기와는 달랐다고 한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참가자가 승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치밀하게 계산된 도박이었다. - P59
래드포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기에서 정해진 시간보다 더 빨리 달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런 대회에 단골로 참가하는 소위 ‘꾼‘들은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를 노출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진짜 실력이 노출되면 다음 내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계속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에도 실력은 꾸준히 향상되기 때문에 진작부터 자기 실력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었지요." - P60
그러나 래드포드 교수는 당시 영국에서 벌어진 운동 시합에 참가했던 스물다섯 명의 남자들에 대한 신상 기록을 입수할 수 있었다. 스물다섯 명의 남자들 중에서 최연소자는 열두 살의 소년이었지만, 스물다섯 명 중에서 3분의 2에가까운 사람들이 쉰 살을 넘긴 나이였다. - P60
리처드 브라운이라는 남자는 1794년에 39킬로미터의 거리를 8시간 동안 달렸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114세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도널드 맥리어드라는 남자는 1790년에 16킬로미터를 2시간 23분에 달렸는데 나이는 102세와 104세 사이였다고 되어 있다. - P60
어떤 시합에서는 마른 사람과 뚱뚱한 사람이 공평한 조건에서 시합을 치르도록 하기 위해마른 사람이 몸에 무거운 것을 달고 시합에 임해야 했다. 젊은이와 노인이 한 시합에서 실력을 겨루는 경우에는 젊은 사람이 몸에 무거운 것을 달고 시합에 참가했다. - P61
래드포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23년, 11세의 소녀가 직업 선수들 사이에 끼여서 18킬로미터 경주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녀는 3킬로미터를 달린 후 경주를 포기하고 나막신을 신은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가는 길에 한 무리의 소년들을 만나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P61
기록상 가장 어린 선수로 엠마 프리드먼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잉글랜드의 서포크 출신인 이 소녀는 ‘도보 경주의 소녀‘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여덟 살이던 1823년에 9주 동안 네 번의 시합에 참가했다. 처음 세 번의 시합에서는 48킬로미터를 달렸고, 마지막 네 번째 시합에서는 64 킬로미터를 7시간50분에 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P61
가장 큰 상금이 걸린 시합으로 150년 동안 기록이 깨지지 않았던 내기 시합은 1809년에 열렸던 시합이었다. 상금을 탄 주인공은 알라디스바클레이 대위로, 시합의 내용은 1,609킬로미터를 1,000시간 동안 걷는 것이었다. 이 시합을 위해 뉴마켓 히스에 1.6킬로미터짜리 코스를설치해 놓고 참가자들은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코스를 계속 왕복했다. 이 시합으로 바클레이 대위가 탄 상금은 1만6000파운드로이것은 당시 영국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320 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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