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켄 족은 언제 어디에서나 싸움밖에 생각 안 하나?"
"그런 일족이다."
"드라켄식 결혼식엔 순백의, 적의 목이라도 등장할 것 같다." - P108

"잘 알고 있군. 드라켄 족의 기다렐라 가문 풍습 같은 건 연구자들도 아는 사람이 적은데."
내 상상보다도 비스듬히 위쪽에서 더욱 도약하는 그 일족에 진저리가 난다. - P109

헤로델은 우리 대화를 무시한 채로 걸어 2층 건물 현관에 도착.
떡갈나무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안에서 문이 열렸다.
문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응접실이었다. 가운데 있는 응접실 세트 주위에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 P109

일곱 명의 공성주식사가 에워싸고 있는 것은 응접세트의 가죽 소과, 우아하게 앉아 있는 것은 중년 남자였다.
백발이 섞인 검은 머리, 은테 안경 안쪽에 검은 눈동자가 차분히우리를 응시한다. 검은 바탕에 치밀한 은실로 짜인, 화려한 건지 수수한 건지 모를 법의를 입고 있다. - P109

남자는 석학 그 자체의 풍모였다. 입가에 웃음을 갖다붙인 것 같은 이 중년 남자가 그 자리의 중심이라는 걸 알았다.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어딘가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다. - P109

헤로델은 내 악우에서 충실한 신하로 변모해 있었다.
"나의주군 몰딘 오제스 규네이 추기경 회의 의장 각하를 재회할수 있어서 기쁩니다." - P110

"몰딘 오제스 규네이라고?"
계시파 교회의 추기경 회의 의장이며황츠에리아르노스 VII세의 의지를 위임받은 전권 대사. 오제스 선황왕의 후견인이며 오제스 선황왕군 최고사령관 대리, 용황국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원탁 평의회의 일원이고 계시파 교회 독립 이단 검사관. - P110

눈앞에 있는 것은 츠엔베른 용황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중요인물, 게다가 황위 계승권 일곱 번째의 황족이었다. 화면으로밖에 본 적 없는 인물이 눈앞에 실제로 있는 것이다. - P110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가 가르쳐준 귀족의 예법을 떠올렸다. 헤로델을 따라 제1종 최경례를 하려고 하자 몰딘 추기경장은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가유스 레비나 소렐 군. 나는 무의미한 일은 좋아하지 않네." - P110

어느샌가 물러나 있던 헤로데이 홍차 세트를 담은 은쟁반을 들고돌아왔다. 호박색 홍차가 자베지회사 제품 도자기 잔에 부어진다. 나는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일곱명정도 통하면 대통령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말은 들었지만 악우 헤로델에서부터 바로 몰딘 예하에 다다른 놀라움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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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현대 컴퓨터들이 비트라고 부르는 2진 상자를 내부 언어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사람들은 10진수를 잘 사용하는데 왜 컴퓨터는 2진수를 사용하는지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비트를 사용하지 않는 초기 계산 장치를 살펴봄으로써 왜 비트가 오늘날사용하는 기술에 어울리는 올바른 선택인지 배운다. - P91

1장에서 비트에 대해 논의한 내용은 상당히 추상적이었다. - P91

 조합 논리는 1장에서 설명한 불리언 대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1장에서 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먼저 간단한기본 요소를 살펴보고, 이들을 조합해 더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낼 것이다. - P91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돌아가면 각 톱니바퀴의 톱니 비율이 두 바퀴의 상대적인 회전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곱셈,
나눗셈, 기타 계산에 톱니바퀴가 유용하다. 톱니바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계산기로는 기원전 1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제도에서 발견된 안티키테라Antikythera기계가 있다. - P92

톱니바퀴를 사용하지 않는 기계식 컴퓨터로는 영국의 성직자이자 수학자인 윌리엄 오트레드William Oughtred (1574~1660)가 발명한 계산자side rule 가 있다. - P92

계산자에는 로그 눈금이 매겨진 고정부와 이동부가 있다. 고정된 x의 로그 눈금과 움직이는 y로그 눈금의 기준선을 맞추면 그림 2-1처럼 두 수의 곱을 계산할 수 있다. - P92

역사적으로는 계수(숫자를 세는 행위가 계산 장치를 활용하는 주된 용도였다. 손가락이 열 개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용도로 손가락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인해) 기원전 18,000 년 전부터 탤리 막대tally stick를 사용해왔다. - P93

하지만 간단한 기계적 10진수 계산기는 차분 기관 같은 복잡한 금속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 P93

계산자와 손가락은 모두 1부터 10까지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계산자에서는 1.1 등의 수를 표현할 수 있고 표현 방법도 아주 쉽지만, 뭔가 멋진 요술(현란한 손기술을 쓰거나 어쩌면 손가락을춤추듯 움직여야 할 것이다)을 쓰기 전에는 손가락으로 1.1을 표현할 수는 없다. 계산자는 수학적으로 연속적 continuous 이기 때문이다. - P94

전자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날로그 analog는 연속적인 것을 뜻하며, 디지털digital은 이산적인 것을 뜻한다(라틴어로 손가락이 ‘digitus‘라는 점을 알면, 손가락이 디지털이라는 사실은 기억하기 쉽다). 여러분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자 같은 아날로그 컴퓨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을 수도 있다. - P94

현대 컴퓨터는 아이들 대신 전자를 움직인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빛의 속도는 초당 3억 미터다(초당 10억 피트인 미국은 예외). 이런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아직 발견하지못했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전자의 여행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부품을 가능한 한 가깝게 위치시키는 것뿐이다. - P95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를 오갈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하려면 커피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드웨어를 작게 만들면 필요한 여행 거리가 줄어들고, 여행 거리가 줄어들면 필요한 에너지 양도 줄어든다. - P96

계량컵과 계산자는 모두 아날로그(연속적) 장치로, 정확하게 값을 읽으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 P97

 결과적으로 판정 기준을 도입하면 값 중에 어떤 범위의값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다. 수학적으로 이는 숫자를 가장 가까운 정수로 반올림하는 것과 비슷하다. - P97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오는 간섭에 대해 살펴봤다. 따라서 어떤 차폐막shielding을 추가하면 이런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결국 슈퍼맨은 납을 사용해 크립토나이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간섭에는 좀 더 은밀한 내부적인 근원이 존재한다. - P97

현대 CPU에서 신호 간섭은 마치 도로에서 마주 보는두 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느껴지는 바람과 같다. 이런 누화crosstalk 효과를 방지할 적절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높은 판정 기준을 통해 잡음 내성noise immunity을 갖는 디지털 회로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P97

하지만 여러분도 이미 눈치챘듯이 너무 작아서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것들을 피하면 세상은 아날로그인 (연속적인 장소다. 다음 절에서는 아날로그 세계를 어떻게 조작해서 안정적인 계산 장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디지털적 동작을 얻어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 P98

수많은 엔지니어가 과학자들이 발견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이 함수transfer function를 영리하게응용하는 데 참여했다. 전이 함수는 수학 시간에 배운 함수와 같지만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현상을 표현한다는 점만 다르다. - P98

 곡선이 직선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라. 빛이 곡선의 상단부에 많이 닿으면 필름이나 센서에 기록되는 밝기 값이서로 모이면서 최댓값에 가까워져서 이미지 노출이 과해진다. 비슷한 방식으로 빛이 곡선의 하단부에 많이 닿으면 이미지 노출이 부족해진다. - P98

볼륨은 게인gain 또는 곡선이 가파른 정도를 조절한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인이 높으면 곡선이 가팔라지고 출력도 커진다. - P99

입력이 조금만 변해도 곡선의 가파른 부분 때문에 출력이 확 달라진다. - P99

어린 시절 시소에서 놀면서 직관적으로 이런 현상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여러분이 교육기관의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를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시대 이전에 교육을 받은 행운아라면 말이다). 하단부영역(내가 앉은 자리가 완전히 내려간 상태)이나 상단부 영역(내가 완전히 올라가 있는 상태)을 유지하기가 그 중간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쉽다. - P100

10진 숫자 대신 비트를 사용하는 이유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기술이 더 나은 선택인 이유를 살펴봤다. 하지만 왜 컴퓨터가 10진 숫자가아니라 비트를 사용할까?
(중략)
분명한 이유는 컴퓨터에는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있다면 기괴할 것이다. 한편,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것은 아주 직관적이지만 한 손가락이 한 숫자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다. - P100

실제로 중국인들은 기원전 9년에 쓰인 『역경』에서 6비트 수(육효)를 사용했다. 손가락 대신 비트를 사용하면 100배보다 더 효율이 좋아진다. 심지어 4개의 손가락을 활용해 1장에서 배운 BCD (2진 코드화한 10진수) 표현을 사용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숫자를 세는 방법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 P100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숫자 하나보다는 10비트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이것이 현대적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전이함수의 하단부와 상단부 영역을 활용하며, 전기 엔지니어들은 하단부 영역을 차단cutoff 이라고 부르고 상단부 영역을 포화saturation 라고 부른다. 비트를 사용하면 재량권이 아주 커진다. - P101

* 간단한 전기 이론가이드

현대 컴퓨터는 전기를 조작해 작동된다. 현재 사용 가능한 다른 기술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보다전기를 사용해 컴퓨터를 만들면 더 빠르고 쉽게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 P101

물이 파이프를 흘러가는 것처럼 전기도 선을 통해 이동한다. 다만 이런 전기의 이동은 실제로는 전자의 흐름은 아니고 전자기 에너지 반응이 전파되는 현상을 (과거 과학자들이) 전기라고 불렀고 (과학적 의미를 100% 담지는 못하는) 이 단어가 정착한 것뿐이다. - P104

물의 흐름을 밸브로 제어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수 있는 밸브를 스위치 switch라고 부른다. 스위치는 모두 다 너무 비슷해서 현재는 거의 쓰이지않는 진공관vacuumtube 을 열전자 밸브 thermionic valve라고 부를 정도다. - P104

물은 굵은 관이나 가는 관을 통해 흐를 수 있다. 하지만 관이 더 가늘수록 관을 통해 흐를 수 있는 물의 양을 제한하는 저항이 더 커진다. 전압(수압)이 더 높더라도 너무 가는 도체(관)를 사용함으로 인해 저항이 아주 크면 전류(물의 흐름)가 커지지 못한다. 저항resistance (‘R‘이라는 글자로표현)을 측정할 때는 옴ohm 을 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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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사라졌다.












과연 사상 최악의 영화는 어떤 것일까. 여기에 선정되려면 기획에서부터 연출, 음악, 미술, 연기 등 영화를 구성하는 제반요소 모두가고르게 형편없는 질을 고수하고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은커녕,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설을 제어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 P384

그러나 이것은 흔히 말하는 엉터리 영화가 아니다. 엉터리이긴 하되 일부러 못 만든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한 술 더 뜨는<핑크 플라밍고>의 감독 존 워터스가 자기 영화를 규정한 용어대로,
이것은 쓰레기 예술Trash Art‘이고, 여기서 ‘일부러 엉터리 기법은나름대로 하나의 세계관의 표현인 것이다. - P384

<토마토 공격대>는 영화 문법을 해제하거나 제거하는 대신, 패러디한다. 우선 장르 컨벤션을 폭로 (1950년대의 공포-SF 형태로 답습한다)하는 데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영화의 ‘게임의 규칙을교란(갑자기 감독과 스태프가 화면에 끼어들어 2편의 제작비 부족을 한탄한다)시키고 관객의 기대를 고의적으로 배신(뻔히 샌프란시스코로보이는 거리 장면에 태연스럽게 ‘뉴욕‘ 이란 커다란 자막을 넣는다)하는나머지, 끝내는 영화 자체를 조롱(<돌아온 킬러 토마토>에서는, <가슴이 큰 계집애들, 해변으로 간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벗다>라는 허구의 영화 속 영화가 본 영화와 수시로 뒤섞인다)하는 지경에 까지이른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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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만 이따금씩 알아냈을 뿐이다. - P59

그는 또한 의사결정에 개입된 선택지들에 대한 ‘재구성" (restructuring) 또는 ‘재평가‘ (revaluation)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 P60

아담스는 ‘갈등 해소‘와 ‘갈등 축적에 대해 논의할 때, ‘부조화 감소‘와
‘부조화 축적‘을 언급한다. 여기서 사용된 ‘갈등‘ (conflict) 이라는 단어의사용범위 안에 ‘부조화‘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나중에 ‘갈등‘이라는 단어의 좀더 제한된 용례를 제시할 것이다. - P60

이른바 의사결정의 ‘동결효과‘ (freezing effect) 는 실제로 그 결정과 일치하는 인지요소를 형성하고 부조화 요소를 제거하는 과정의 결과로 발생한다. 이 의사결정의 최종 결과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에 수반되는 행동을 취하면서 이전까지는 거의 동일하게 매력적이었던 선택지들이 더이상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의 인지를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 될 것이다. - P61

어떤 결정의 결과로 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와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유형의 의사결정 상황 중에서, 우선 두 개의 매력적인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를 분석해보자.  - P62

예를 들면, 좋은 조건의 두 직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각 직장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할 것이다. 선택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조건 하나만 고려할경우 직장 A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도 많이 있을 것이고, 동시에 직장 B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 P62

 이 사람이 A라는 직장을 선택하고, B라는 직장을 버렸다고 해보자. 따로 떼어 놓고 고려했을 때 이 사람이 A를 선택하도록 만든 모든 인지 요소는 이제 그가 선택한 이 행동에 해당하는 인지요소와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동시에따로 떼어 놓고 고려할 경우 B를 선택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인지 요소도 많이 존재하고, 이 모든 인지 요소들은 결국 그가 택한 행동과 관련된 인지와 부조화를 이룬다. - P62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부조화의 크기를 결정하는 구체적 요인과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압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논의에 앞서, 다른 종류의 의사결정을 포함하기 위해 현재의 분석을 조금 확장하는 논의를 간략하게나마 할 필요가 있다. - P63

(1) 완전히 부정적인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기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조건이지만 어쩌면 거의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선택지가 모두 부정적일 때에는 외적 요인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두 개 주어졌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이 경우에 의사결정이 일어난다면 의사결정이 일어난 후에 발생한 부조화와 관련해서 똑같은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 P63

(2)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는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기

이와 같은 상황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흔히 겪는 의사결정 유형일 것이다. 앞서의 논의로 본다면 여기서도 분명 의사결정을 할 때 부조화가 발생할 것이다.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의 긍정적 측면에 관한 인지 요소와 선택된 선택지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인지 요소가 있게 마련인데, 이 인지요소들은 특정한 선택지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부조화를 이룰 것이다. - P64

(3) 3개 이상의 선택지가 있는 경우

가장 흔한 경우는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많은 경우 3가지 이상의 선택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우선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즉 의사결정 당사자가 여러 개의 절충안과 새로운 방식의 행동을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복잡성의 증가는 의사결정 과정의 분석을 어렵게 하지만, 다행히 의사결정 후에 뒤따르는 부조화에 대한 분석을 크게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따로 떼어 놓고 보았을 때에는 다른 선택을 하게 했을 모든 인지요소는 의사결정의 결과로 선택된 행동에 관련된 인지요소와 부조화를 이룬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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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으며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가 보인다. 기록을 하려고 할 때면 노트나 펜이 없고, 핸드폰도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찾으려고 하면 어느 구절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세스 몰리는 앞에 놓인 그뤼예르 치즈를 플라스틱 자루가 달린 나이프로 깔끔하게 자른 다음 말했다. "난 떠나겠어." - P23

메리 몰리가 조용히 말했다. 이이는 이미 8년 전에 전근 신청을 했어요. 여기 자리를 잡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요. 알잖아요." - P23

"이 행성에는 수역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잖나." 고심은신경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양생물학자의 직함에 맞는 일을 시키려고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어." - P24

"우리 노우저를 타고 가면 되잖아." 니맨드가 말했다.
"자네는 텔맥 O로 전근을 가도 된다는 지시도 허락도 못 받았잖아." 몰리는 입 한가득 치즈를 우물거리며 대꾸했다.
"우리가 가는 걸 원하지 않는 거로군." 니맨드가 말했다. - P25

"나 자신의 형상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건가." 몰리는 반쯤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이제는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고심도 신경에 거슬렸다. 고심은 엔지니어 치고는 언제나 놀랄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사람들이 자기 업무를 내팽개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해온 것은 오로지 고심의 능란한 언변 덕이었다. - P25

"돌아오고 싶어질걸." 고심이 주장했다.
"흐음." 몰리는 말했다.
"그럴 경우 내가 뭐라고 대답할지 알아?" 고심은 큰 소리로 말했다.  - P26

"만약 두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테켈 우파르신 카부츠로 돌아오고 싶다는 요청을 내게 보내온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거야. ‘해양생물학자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바다조차도 없는 곳입니다. 당신들이 다시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구실을 줄 목적으로 물웅덩이 따위를 만들어줄 생각 또한 추호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이야." - P26

"델맥에 수역이 있는 건 확실해?" 고심이 캐물었다.
"아마 있을 거라고" - P26

"괘씸하기 짝이 없군." 고심이 말했다.
몰리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다른 골목이군요."니맨드가 말했다. "고심, 당신은 억지로 우리를 여기 머물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고함이나치는 게 고작이죠." - P27

노우저란 참 묘한 물건이야 몰리는 주기장 가장자리에서서, 꼼짝도 않는 우주선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우선 황당할 정도로 값이 싸다. 은화 4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한 척을 살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단 출발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노우저로는 오로지 편도 비행밖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8

‘병적인 닭‘이라 흠, 찾았다. 그다지 심원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병적인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사람은 비난 메리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그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게는 ‘신랄한 위트‘ 라고 해야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29

"난 바빠" 담당자는 내뱉듯이 말하고 이 키부츠의 주산물인 1파인트짜리 마멀레이드 병 열 개를 꺼내서 몰리에게 건넸다.
마분지 상자가 아니라 종이 봉지에 넣어서.
"상자 없어?"
"시끄러워." - P29

라벨에는 ‘테켈 우파르신 키부츠산마멀레이드! 라고 쓰여 있었다. ‘진짜 세빌레오렌지 (분류군3-B 변종 아문)로 만든 순정품입니다. 당신의 주방이나 조리 구획에 스페인의 햇살을!‘ - P30

"내가 기계라면 빠삭하다는 걸 알면서." 몰리는 퉁명스럽게대꾸했다. "로켓 엔진, 배선, 조종 계통, 생명유지시스템까지빠짐없이 전부 확인했어." 그는 마지막 마멀레이드 병을 화물칸에 밀어 넣고 단단히 문을 닫았다. - P30

"짐도 좀 실었어."
"짐이라니, 뭐?"
몰리는 화물칸을 열고 마멀레이드 병 열 개를 보여주었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메리가 말했다. "하느님 맙소사." - P31

"개자식." 몰리는 무력감에서 비롯된 시뻘겋고 거대한 분노가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것을 자각했다. "다른 사람의 기도문을 읽는 건 도의에 반하는 일인 걸 모르나." - P32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신은 고심 같은 유대인의 기도따위는 잘 들어주지 않아. ‘중재신‘이 등장하기 전, 형상 파괴자‘의 힘이 그토록 강했을 때 유대인들이 맺었던 성약 탓이겠지. 우리들과 그와의-그러니까, 신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던 시절에 말이야." - P33

가슴속에서 무력감이 솟구치며 목에 메었다. "가지마!" 아내의 등에 대고 외쳤다. "가면 그냥 두고 갈 거야!"
메리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 P33

메리 것은 밖에 쌓아두고 내 것만 실어야겠군. 몰리는 결심했다. 자업자득이다. 당연히 와서 도왔어야 했다. 그 여자의 잡동사니까지 실어줄 의무는 없다. - P34

옷을 한 아름 안고 서있었을 때, 어스레한 황혼 속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굴까? - P34

사내는 눈앞에서 멈춰 섰다. "미스터 몰리." 그는 말했다.
"예."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두피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얼굴을 따라 뚝뚝 떨어지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려고했다. "전 지쳤습니다. 벌써 몇 시간째 이노우저에 짐을 싣고있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 P35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 P35

 몰리는 흐릿하게 보이는 ‘지상을 걷는 자‘의 얼굴을 응시하며, 책망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지는 않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어스레한 저녁 안개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오래 헛수고를 한 것은 유감이네."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 P36

"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네."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저도 논리적으로는 그걸 압니다만." 몰리가 말했다. - P36

"정신과 의사와 상담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나?"
마침내 ‘지상을 걷는 자‘가 입을 열었다.
"안 했습니다."
"잠시 쉬기로 하세. 얘기를 좀 나누지."
"괜찮습니다." - P37

" 병적인 닭‘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았잖나."
"메리의 지적은 정확합니다. 저는 운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메리까지 함께 죽었을 텐데."
"그 얘긴 본인한테 해주십쇼." 나한테 그러지는 말아줘. 제발그러지 말아줘. 알고 싶지 않아! - P37

"저녁을 못 먹었네. 당신답지 않게."
"만났어."
"누구를?"
메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몰리를 쳐다보았다.
"‘지상을 걷는 자‘. 내가 고른 노우저를 타고 가면 죽을 거라는얘기를 해주러 온 거야. 그것으로는 절대로 못 갈거라고 했어." - P40

"바보 같으니라고." 메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지상을 걷는 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해줘."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본 적이 없다는 거 알잖아!"
"아름답고, 친절했어. 손을 내밀어서 나를 축복해줬어."
"그럼 남자 모습으로 현시했던 거네. 재미있어. 여자였다면 당신은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을 거ー" - P41

"난 당신이 안쓰러워.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간섭한 적은 단한 번도 없었지. 아마 당신은 구원할 가치도 없다고 보는 건지도 몰라."
메리는 격하게 포크를 내려놓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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