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읽으며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가 보인다. 기록을 하려고 할 때면 노트나 펜이 없고, 핸드폰도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찾으려고 하면 어느 구절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세스 몰리는 앞에 놓인 그뤼예르 치즈를 플라스틱 자루가 달린 나이프로 깔끔하게 자른 다음 말했다. "난 떠나겠어." - P23

메리 몰리가 조용히 말했다. 이이는 이미 8년 전에 전근 신청을 했어요. 여기 자리를 잡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요. 알잖아요." - P23

"이 행성에는 수역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잖나." 고심은신경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양생물학자의 직함에 맞는 일을 시키려고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어." - P24

"우리 노우저를 타고 가면 되잖아." 니맨드가 말했다.
"자네는 텔맥 O로 전근을 가도 된다는 지시도 허락도 못 받았잖아." 몰리는 입 한가득 치즈를 우물거리며 대꾸했다.
"우리가 가는 걸 원하지 않는 거로군." 니맨드가 말했다. - P25

"나 자신의 형상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건가." 몰리는 반쯤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이제는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고심도 신경에 거슬렸다. 고심은 엔지니어 치고는 언제나 놀랄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사람들이 자기 업무를 내팽개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해온 것은 오로지 고심의 능란한 언변 덕이었다. - P25

"돌아오고 싶어질걸." 고심이 주장했다.
"흐음." 몰리는 말했다.
"그럴 경우 내가 뭐라고 대답할지 알아?" 고심은 큰 소리로 말했다.  - P26

"만약 두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테켈 우파르신 카부츠로 돌아오고 싶다는 요청을 내게 보내온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거야. ‘해양생물학자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바다조차도 없는 곳입니다. 당신들이 다시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구실을 줄 목적으로 물웅덩이 따위를 만들어줄 생각 또한 추호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이야." - P26

"델맥에 수역이 있는 건 확실해?" 고심이 캐물었다.
"아마 있을 거라고" - P26

"괘씸하기 짝이 없군." 고심이 말했다.
몰리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다른 골목이군요."니맨드가 말했다. "고심, 당신은 억지로 우리를 여기 머물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고함이나치는 게 고작이죠." - P27

노우저란 참 묘한 물건이야 몰리는 주기장 가장자리에서서, 꼼짝도 않는 우주선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우선 황당할 정도로 값이 싸다. 은화 4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한 척을 살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단 출발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노우저로는 오로지 편도 비행밖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8

‘병적인 닭‘이라 흠, 찾았다. 그다지 심원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병적인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사람은 비난 메리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그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게는 ‘신랄한 위트‘ 라고 해야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29

"난 바빠" 담당자는 내뱉듯이 말하고 이 키부츠의 주산물인 1파인트짜리 마멀레이드 병 열 개를 꺼내서 몰리에게 건넸다.
마분지 상자가 아니라 종이 봉지에 넣어서.
"상자 없어?"
"시끄러워." - P29

라벨에는 ‘테켈 우파르신 키부츠산마멀레이드! 라고 쓰여 있었다. ‘진짜 세빌레오렌지 (분류군3-B 변종 아문)로 만든 순정품입니다. 당신의 주방이나 조리 구획에 스페인의 햇살을!‘ - P30

"내가 기계라면 빠삭하다는 걸 알면서." 몰리는 퉁명스럽게대꾸했다. "로켓 엔진, 배선, 조종 계통, 생명유지시스템까지빠짐없이 전부 확인했어." 그는 마지막 마멀레이드 병을 화물칸에 밀어 넣고 단단히 문을 닫았다. - P30

"짐도 좀 실었어."
"짐이라니, 뭐?"
몰리는 화물칸을 열고 마멀레이드 병 열 개를 보여주었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메리가 말했다. "하느님 맙소사." - P31

"개자식." 몰리는 무력감에서 비롯된 시뻘겋고 거대한 분노가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것을 자각했다. "다른 사람의 기도문을 읽는 건 도의에 반하는 일인 걸 모르나." - P32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신은 고심 같은 유대인의 기도따위는 잘 들어주지 않아. ‘중재신‘이 등장하기 전, 형상 파괴자‘의 힘이 그토록 강했을 때 유대인들이 맺었던 성약 탓이겠지. 우리들과 그와의-그러니까, 신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던 시절에 말이야." - P33

가슴속에서 무력감이 솟구치며 목에 메었다. "가지마!" 아내의 등에 대고 외쳤다. "가면 그냥 두고 갈 거야!"
메리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 P33

메리 것은 밖에 쌓아두고 내 것만 실어야겠군. 몰리는 결심했다. 자업자득이다. 당연히 와서 도왔어야 했다. 그 여자의 잡동사니까지 실어줄 의무는 없다. - P34

옷을 한 아름 안고 서있었을 때, 어스레한 황혼 속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굴까? - P34

사내는 눈앞에서 멈춰 섰다. "미스터 몰리." 그는 말했다.
"예."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두피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얼굴을 따라 뚝뚝 떨어지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려고했다. "전 지쳤습니다. 벌써 몇 시간째 이노우저에 짐을 싣고있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 P35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 P35

 몰리는 흐릿하게 보이는 ‘지상을 걷는 자‘의 얼굴을 응시하며, 책망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지는 않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어스레한 저녁 안개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오래 헛수고를 한 것은 유감이네."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 P36

"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네." ‘지상을 걷는 자‘가 말했다.
"저도 논리적으로는 그걸 압니다만." 몰리가 말했다. - P36

"정신과 의사와 상담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나?"
마침내 ‘지상을 걷는 자‘가 입을 열었다.
"안 했습니다."
"잠시 쉬기로 하세. 얘기를 좀 나누지."
"괜찮습니다." - P37

" 병적인 닭‘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았잖나."
"메리의 지적은 정확합니다. 저는 운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메리까지 함께 죽었을 텐데."
"그 얘긴 본인한테 해주십쇼." 나한테 그러지는 말아줘. 제발그러지 말아줘. 알고 싶지 않아! - P37

"저녁을 못 먹었네. 당신답지 않게."
"만났어."
"누구를?"
메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몰리를 쳐다보았다.
"‘지상을 걷는 자‘. 내가 고른 노우저를 타고 가면 죽을 거라는얘기를 해주러 온 거야. 그것으로는 절대로 못 갈거라고 했어." - P40

"바보 같으니라고." 메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지상을 걷는 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해줘."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본 적이 없다는 거 알잖아!"
"아름답고, 친절했어. 손을 내밀어서 나를 축복해줬어."
"그럼 남자 모습으로 현시했던 거네. 재미있어. 여자였다면 당신은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을 거ー" - P41

"난 당신이 안쓰러워.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간섭한 적은 단한 번도 없었지. 아마 당신은 구원할 가치도 없다고 보는 건지도 몰라."
메리는 격하게 포크를 내려놓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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