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양소들은 언론에 의해 어떤 달에는 악마화되기도하고 또 어떤 주에는 찬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세 영양소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 식단에 금속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트륨, 칼륨, 칼슘 같은 물질은 화학적으로 금속으로 분류되지만, 일반적으로 금속이라 하면 우리는 철이나 구리 또는 알루미늄 같은 것을 떠올린다. - P265

 이런 금속 성분들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인체가 식품으로부터 금속을 흡수하기 위한 특별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P265

1903년, 피에르와 마리 퀴리가 방사능 연구와 마리의 모국인폴란드에 헌정하는 의미로 폴로늄polonium이라 이름 지은 새로운 방사능 원소의 발견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수상했다. - P266

비스무트 bismuth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폴로늄210 이 생성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어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동물 실험을 통해 폴로늄210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졌다. 1밀리그램, 즉 먼지 한 톨만큼의 폴로늄-210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 P267

폴로늄-210은 핵무기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촉발제로 쓰일 수 있음이 밝혀졌고, 한때 미국과 소련, 영국과 프랑스가 모두 핵폭탄을 만들 목적으로 폴로늄을 생성하는 원자로를 갖고 있었다.¹ - P267

1 소련은 1970년에 달 탐사선 루노호트Lunokhod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다(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이 탐사선의 전자 부품들은 폴로늄-210 의 방사능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로 온도를 유지한다. - P366

폴로늄-210은 완벽한 암살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극히 적은양으로도 치명적이어서, 같은 질량의 청산가리보다 25만 배나 더 치명적이다. - P267

●에드윈 카터 사건

에드윈 카터는 어쩐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도착했다. 감기 기운이거나 음식을 잘못 먹은 탓이거니 했다. 밤 11시,
에드윈과 아내는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 침대에 누운 지 채 10분도 못 되어 에드윈이 토하기 시작했다. - P268

여러 번 반복적으로 검사를 했음에도, 의사들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환자는 분명히 통증을 겪고 있었고, 설사와 구토도 멈추지 않고 반복되었다. 환자의 목에는 점점이 궤양이 나타났고, 그 때문에 먹거나 마실 때 심한 통증을 느꼈다. - P269

카터는 계속해서 자신은 독성 물질에 중독되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에서는 환자의 주장을 신뢰하지않았지만, 병원의 독물학자들도 일단 중금속 중독 검사에 동의했다. 샘플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탈륨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 P270

카터의 첫 진술부터 놀라웠다. 그는 경찰에게 자신의 이름은 에드윈 카터가 아니라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이며 전직 KGB 요원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KGB에서도 최고 비밀 부서에 소속된 중령이었다. - P270

사샤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알렉산더 발테로비치 리트비넨코는 1962년 12월 12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10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의 소도시 보로네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처럼 사샤도 군에 입대해 소대장까지 진급했다. 1988년, 내무부 소속 특수부서로 전출되어 모스크바로 옮겼고, 그곳에서 KGB요원으로 차출되었다.  - P271

리트비넨코는 자신의 직속 상관마저 범죄 조직과 손을 맞잡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 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발견하고는 러시아라는 국가의 시스템 전체에 환멸을 느꼈다. - P271

그는 이 밀매 조직이 블라디미르 푸틴을 포함한 FSB 고위 관료들까지 연루된 신디케이트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첩보조직의 동료들이 보기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FSB의 더러운 돈세탁을 까발린 리트비넨코의 행동은 대역죄와 다름이 없었다. - P272

 이러한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푸틴은 TV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냈고, 메시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메신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전술을 썼다. "FSB 요원은 기자회견을 해서도 안 되고 내부의 스캔들을 대중 앞에 노출시켜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 P272

금속도 나름의 수송체를 이용하는데, 철과 아연 같은 금속은 DMT1이라는 특수한 수송 단백질을 이용해 내장의 세포 속으로들어간다. DMT1은 철, 구리, 아연을 차별하지 않고 활발하게 이금속들을 체내로 운반한다. 그러나 DMT1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금속과 납, 카드뮴, 폴로늄 같이 인체에 해로운 금속을 구분하지 못한다. - P273

 아이러니하게도, 레이건 동상으로부터 엎어지면 코 닿을 자리에 있는 밀레니엄 호텔에서 전직KGB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 작전이 실행되었다. - P275

두 러시아인은 차를 주문했고 4시 30분, 리트비넨코가 바에 도착해 루가보이, 코브툰과 합석했다. 차는 이미 찻잔에 따라져있었다. 루가보이는 웨이터에게 리트비넨코가 사용할 찻잔을 다시 부탁했다. 찻주전자에는 차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데다 많이식어 있었지만 리트비넨코는 그 차를 몇 모금 마셨다. 그 몇 모금의 차가 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 P275

이제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리트비넨코가 무언가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확히 무엇에 중독되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탈륨이라는 전제하에 프러시안 블루 치료를 했지만. 그 효과는 매우 미미했다. - P276

그때, 리트비넨코를 치료하던 의사 중 한 명이 자신이 치료하는 백혈병 환자 중에서 화학 요법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과 리트비넨코의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렇다면 리트비넨코에게 화학 요법 약물을 과다 처방했던 것일까? - P276

 응급 소생팀이 즉각 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리트비넨코를 살려내는 데 30분이나 걸렸다. 다음 날 오후,
올더마스턴에서 전화로 소변 샘플의 검사 결과를 알려왔다. 중독물질이 무엇인지 드디어 밝혀졌다. 폴로늄-210이었다. 소변에서 발견된 양은 치사량의 100만 배에 달했다. 리트비넨코가 그때까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 P277

폴로늄-210은 1밀리그램 미만의 극미량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리트비넨코가 이 물질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이 물질이 살인 무기로 쓰인 적이 없었기때문이었다. - P277

법의병리학자 너새니얼 캐리는 방호복 두 겹을 겹쳐 입고 장갑을 낀 후 손목을 테이프로 감아 밀봉하고, 머리에 쓴 플라스틱 후드 안으로 여과된 공기를 흡입했다. 두 번째 병리학자, 형사, 그리고 사진사도 비슷하게 방호복을 착용했다. 방사능 전문가가 옆에 서서 부검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튀는 피를 즉시 닦아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누구든 이상 징후를 보이면 즉시 철수시킬 수 있도록 구급대원이 대기했다. - P278

 사실, 소장 내막의 모든 세포는 대략 3일에서 7일마다 교체된다. 따라서 소장 내막은 우리 인체에서 교체 주기가 가장 빠른 조직에 속한다. 세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자주 교체되려면 DNA 합성도 자주, 많이 일어나야 하며, 이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그 속도때문에 내장은 DNA 합성을 방해하는 물질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 P279

사실, 소장 내막의 모든 세포는 대략 3일에서 7일마다 교체된다. 따라서소장 내막은 우리 인체에서 교체 주기가 가장 빠른 조직에 속한다. 세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자주 교체되려면 DNA 합성도 자주, 많이 일어나야 하며, 이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그 속도 때문에 내장은 DNA 합성을 방해하는 물질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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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모든 제전은 특정한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올림피아 제전은 전 그리스인들의 최고 축제인 만큼,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신인 제우스에게 영광을 돌리는 제전이었죠. 여러 가지 기원 신화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오래된 신화는 그리스의 역사가 파우사니아스 (Pausanias)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P240

또 다른 기원 신화는 어린 제우스가 커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후에 아버지 크로노스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도전하기 위해 뱃속에 갇힌 형제 자매를 모두 구하고, 힘을 합해 아버지와 싸워 승리를 거둡니다. - P240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과업을 모두 성공한 다음에 그 업적을 기념하고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올림피아 제전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 제전은 처음에 달리기 경기만 있었는데, 점점 종목이 늘어서 스물세 종목까지 되었죠. - P241

우리는 축구장을 포함한 종합 경기장을 ‘스타디움 (stadium)‘
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바로 그리스어 스타디온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은 원래 구조물이나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길이의 단위였죠.  - P241

 65회에는 완전 무장을 하고 스타디온을 한 번 또는 두 번 왕복하는 호플리토드로모스(hop-litodromos)라는 경기도 시작되었고요. 이 모든 경기는 이후에 생겨난 다른 범그리스 축제의 운동 시합에서 표준이 되었습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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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저어……….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볼게요………. 미야에 교이치 씨와는 어떤 관계십니까? 아까 사건에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미야에 교이치 씨는 미혼이었다.‘라는 구절이 있었거든요. - P113

미야에 : 네. 미야에 교이치 씨는 제 남편이 아니에요.
제 본명은∙∙∙∙∙∙ 가타후치 유키. 그 집에 살았던 가타후치 아야노의 여동생이에요. - P113

언니가 사라진 후로 우리 가족은 점점 망가졌어요. 아빠는 느닷없이 일을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다가…………2007년에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서 돌아가셨어요.
그 후 엄마는 ‘기요쓰구‘라는 남자와 재혼했는데요. 아주 고압적인 사람이라 저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어요. - P115

스무 살이 넘어 생활이 안정되자, 가족 생각도 덜 나더라고요. 생각나지 않도록 애썼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싫은 기억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2016년 10월, 갑자기 편지 한 통이 왔어요.

언니가 보낸 편지였죠. - P116

언니가 얼마 전에 결혼해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죠.
형부는 레이타 씨라는 사람인데, 우리 집안 성씨를 선택하는 형태로 결혼했대요. 그래서 결혼해도 성씨가 바뀌지 않고
‘가타후치 아야노‘라는 이름 그대로라고 했어요.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어렵지만, 언젠가 저를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도 했죠. - P117

하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좀 섭섭하더군요. 저는 언니가 임신한 줄조차 몰랐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지 한동안 연락이 끊겼어요. 쓸쓸했지만 언니가 행복하다면 저는 만족할 수 있었어요. - P118

그리고…… 뭐라고 하면 좋을까, 언니 부부가 내내 뭔가에겁먹고 긴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느낀 작은 위화감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게 지금도 후회스럽네요.

도쿄의 새집에 다녀오고 두 달 후, 또 언니와 연락이 끊겼어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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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세계화 시대의 무역협정이 미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한 몫은 미미했다. 어떤 추정에 따르면, 그 효과는 국민총생산 성장분의 0.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¹⁰ 이 무역협정들은 주로 기업과 전문직 계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미국 경제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층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 - P328

실제로 2000년과 2017년 사이에 55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¹² 이렇게 일자리가 사라진 원인을 순전히 세계 무역으로 볼 수는 없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도 그 과정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제품은 중국의 수입품과 경쟁을 벌여야 했고, 그 바람에 약 240만 개나 되는 일자리가 미국에서 사라졌다.¹³ - P328

12 Richard Hernandez, "The Fall of Employment in the Manufacturing Sector," Monthly Labor Review, Bureau ofLabor Statistics, August 2018: https://www.bls.gov/opub/mlr/2018/beyond-bls/the-fall-of-employment-in-the-manufacturing-sector.htm: Kerwin Kofi Charles, Erik Hurst, and Mariel Schwartz, "The Transformation ofManufacturing and the Decline in U.S. Employment,"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March 2018:http://www.nber.org/papers/w24468.

13 Daron Acemoglu, David Autor, David Dorn, Gordon H, Hanson, and Brendon Price, "Import Competition and theGreat U.S. Employment Sag of the 2000s." Journal of Labor Economics, 34, no. 1 (January 2016), S141-5198:https://www.journals, uchicago.edu/doi/abs/10.1086/682384; David H, Autor, David Dorn, and Gordon H.
Hanson, "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AmericanEconomic Review, 103, no, 6 (October 2013), 2121-2168: https://pubs acaweb.org/doi/pdfplus/10.1257/aer.103.62121.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함께 2001년과 2018년 사이에 미국에서 3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정하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Robert E. Scott Scott and ZaneMokhiber, "Growing China Trade Deficit Cost 3.7 Million American Jobs between 2001 and 2018," EconomicPolicy Institute, January 30, 2020: https://www.epi.org/publication/growing-china-trade-deficits-costs-us-jobs/ - P414

11 Dani Rodrik, "The Great Globalisation Lie," Prospect, December 12, 2017: https://www.prospectmagazine.co.uk/magazine/the-great-globalisation -lie-economics-finance-trump-brexit: Rodrik, "What Do Trade AgreementsReally Do?"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2, no. 2 (Spring 2018), 74: https://j.mp/2ESEOPK; LorenzoCaliendo and Fernando Parro, "Estimates of the Trade and Welfare Effects of NAFTA," Review of Economic Studies,
82, no. 1 (January 2015), 1-44: https://doi.org/10.1093/restud/rdu035. - P414

 또 부시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대통령 재임: 2009~2017)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제안했다. 이것은 중국의 힘이 점점 커지을자 여기에 대응해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 환태평양 12개국을 상대로 체결한 무역협정이었다. 그러나 이 협정은 민주당원, 노동조합,
진보적인 단체에게 인기가 없었다. 그들은 이 협정이 다국적기업들에서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초안을 작성했으며 오로지 다국적기업들에게만 이익을 몰아준다고 주장했다. - P329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20년 동안 민주당이 찬성했던 무역 정책에 반대하는 역풍 앞에서 고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반대했던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에 일자리를빼앗긴 여러 카운티에서 이전의 공화당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¹⁴ - P329

"중국 경제는 새로운 초세계주의 체제의 핵심적 원칙들을 깨뜨린 산업·금융 정책들을 기반으로 기적을 이뤄냈다. 그 정책들은 바로 유망 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국가 소유권 확보, 철저한 통화 통제 등이었다."¹⁶ - P330

비교우위 comparative advantage 경제 이론에 따르면 자유무역은 거래 당사국들에게 모두 이익을 안겨준다. 자유무역이라는 조건에서는 거래 당사국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 전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30

세계화 시대의 무역 거래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공적 토론에서 자주놓치는 정치적 선택 하나가 더 내재돼 있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의 대상이 무역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1990년대를고려하면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관세 인하가 아니었다. 그보다 협정과 관련된 국가들의 규제 정책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데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 P331

기업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은밀하게 협상된 조항들은 대기업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독점지대 monopoly rent*를 낳았다. 예를들어 제약 산업에서는 거대한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약물 특허를 확보했고,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관련 저작권을 한층 더 오래 보호받을 수 있게됐으며, 월스트리트의 은행과 투자사는 해당국 은행법의 제약을 받지 않고서도 개발도상국으로 자본을 가져가거나 자본을 빼낼 수 있게 됐다.

*토지의 공급을 독접함으로써 발생하는 지대. - P331

이라는 깃발 아래 꾸준하게 발전했다. 조지 W. 부시의 뒤를 이은 오바마는 "이 21세기 경제에서는 무역을 제한하거나 보호무역주의를 마냥 끌어안고 가는 것은 효과가 없다. 국경선을 경계로 삼아 바깥세상으로부터우리 스스로를 봉쇄해서도 안 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라고 천명했다.²⁰ - P332

20 Barack Obama, Remarks to the Parliament in Ottawa, Canada, June 29, 2016, 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 : https://www.presidency, ucsb.edu/node/318096. - P415

또한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지자 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법인세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그 바람에 노동자와 소비자 몫의 세금 부담은그만큼 더 늘어났다.²⁵ - P333

25 Rodrik, "Great Globalisation Lic. 1980 20202. Leigh Thomas, "The Four-Decade Decline in Global Corporate Tax Rates," Reuters, April 29, 2021:https://www.reuters.com/business/sustainable-business/four-decade-decline-global-corporate-tax-rates-2021-04-29/ - P415

산업화 시대에 기업이 지배하던 경제가 금융이 지배하는 경제로 자리를 내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늘린다거나 공장을 신설한다거나 시설이나 직원을 확충하는 등의 미래 생산 역량에 수익을 투자하는 전통적 기업 운영 방식은 투자보다 금융 공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밀려났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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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식사를 마치고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나눈 이야기를 메모장에 정리했다.

•삼각형 방은 뭔가 이유가 있어 증축했다.
•정원 밑에는 시체를 보관하기 위한 지하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의 집과 차이점은 ‘창문 개수‘, ‘아이 방의 문‘, ‘부부침대‘. - P90

다음주 일요일,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미야에 씨와는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곳에 들르기로했다.
도쿄의 집, 모든 일의 발단인 그 집이다. - P93

그런데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가타후치 씨라면, 이사 간 지 좀 됐어요."
그쪽을 보자 이웃집 정원에 한 여자가 작은 개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아주 싹싹해 보이는 오십 대 여자다. - P93

‘가타후치‘・・・・・・ 그 가족의 성씨.

여자 : 가타후치씨 친구 아니에요? 그 집에는 무슨 볼일이에요? - P94

필자 : 음..……. 실은 곧 이사할 생각이라. 요 부근에 좋은매물이 없는지 산책도 할겸 살펴보러 왔어요.
여자 : 어머, 그렇구나. 요 부근은 조용하니 참 살기 좋은곳이에요.
필자 : 확실히 공기도 좋고, 살기 편할 것 같네요. - P94

여자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 갔지 뭐예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필자 : 어느 날 갑자기요?
여자 : 네, 이웃사촌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필자 :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말씀이세요? - P95

여자 : 뭐, 알았어요. 분명・・・・・・ 석 달쯤 전이었을 거예요.
분명..…우리 아저씨가 밤중에 자다깨서 화장실에 갔대요.
우리 집 화장실 창문으로 가타후치 씨 집이 보이는데요. 밤중이라 불이 켜져 있었는데, 창문 앞에 누가 서 있더래요. 저기, 저 창문이요.

여자가 가리킨 곳은 가타후치 씨의집 2층, 부부 침실 창문이었다.

여자 : 누군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처음 보는 아이였대요. - P96

필자 : 깜짝 놀랐어요. 설마 아이가 두 명이었을 줄이야.
구리하라 : 저도 그 가능성은 간과했네요. 하지만 아이가 두 명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부분이 단번에 해명돼요. 일단 시간 순서에 따라 사실을 정리해 보죠. - P98

필자 : 네?! 아이 방・・・・ 이라는 말씀이세요?
구리하라 : 그렇습니다. 좀 좁지만 아기 침대 정도는 들일 수필자있겠죠. 큰 창문이 있어서 볕도 잘 들 테고요.
필자 : 하지만 큰아들을 살인에 이용하는 인간이 작은아들을 위해 일부러 방을 새로 만들까요? - P99

구리하라 : 즉, 가타후치 일가는 부동산 중개소에 거짓말을 한셈입니다. 실제로는 네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약할 때 호적 등본을 제출하면 당장 들통날 거짓말이에요.
끝까지 들통나지 않았으니, 가타후치 일가의 호적등본에는 A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죠. 호적이 없는 아이. 어쩌면 팔려 온 아이였을지도 몰라요. - P100

확실히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가 예쁜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된다. 가타후치 부부의 인간성을 종잡을 수가 없다. - P101

구리하라 : 이 부부는 과연 자신들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는걸까.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협박에 가까운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필자 : 주모자가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 P102

구리하라 : 2018년, 일가는 무슨 이유 때문에 도쿄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계기로 그들은 새집을 지었죠. 저는 이 집에 대해 잘못 판단했어요. 이 집은 부부가 ‘살인‘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면밀하게 설계한 집이었습니다. - P104

구리하라 : 이 집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빛과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빛은 거실, 주방, 침실등 창문이 많으며, 밖에서 보더라도 무엇 하나 부끄럽지 않은 방. 그건 전부 히로토를 위해 만든 방이었을 겁니다. 부부는 그런 방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며 히로토를 키웠겠죠.
(후략) - P104

구리하라 : (전략) 이 이중문은 A와 히로토가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위한 장치였던 겁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A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이 방에들어갈 때, 문이 하나뿐이면 A가 히로토를 볼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이중문이라면 그런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 P105

구리하라 : 자, 그러면 더블베드의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부부는 각자 싱글베드를 사용했죠.
하지만 도쿄의 집에서는 더블베드 하나뿐이에요.
이 차이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이 더블베드는 부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P106

필자 :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했을까요?
구리하라 : 아마도 집 전체의 감시를 맡았겠죠.
1층 침실, 여기는 손님방으로 사용했을 테지만, 평소에는 아버지의 침실 아니었을까요? 그들은 일상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어요. 반대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당할 위험성도 있겠죠.
(후략) - P106

구리하라 씨는 방바닥에서 노트 한 권을 집어서 팔락팔락펼쳤다.

구리하라 : 당시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뒤져서 제법 다양한 정보를 건졌죠. 그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있었습니다.
미야에 교이치 씨에게 부인은 없었다고 해요. - P110

필자 : 하지만.....… 미야에 씨는 분명 ‘남편‘이라고………….
구리하라 : 어쩌면 내연남이었을지도 모르고, 약혼한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미야에 씨를 너무 무방비하게 믿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 P111

1시 반에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구리하라 씨는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세요."라고 말하며 배웅했다. 나는 역으로걸음을 옮겼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더운 탓만은 아니다.  - P111

단단히 마음먹고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를 둘러보았다. 안쪽 자리에 미야에 씨가 있었다. 나를 보고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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