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나눈 이야기를 메모장에 정리했다.
•삼각형 방은 뭔가 이유가 있어 증축했다. •정원 밑에는 시체를 보관하기 위한 지하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의 집과 차이점은 ‘창문 개수‘, ‘아이 방의 문‘, ‘부부침대‘. - P90
다음주 일요일,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미야에 씨와는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곳에 들르기로했다. 도쿄의 집, 모든 일의 발단인 그 집이다. - P93
그런데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가타후치 씨라면, 이사 간 지 좀 됐어요." 그쪽을 보자 이웃집 정원에 한 여자가 작은 개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아주 싹싹해 보이는 오십 대 여자다. - P93
‘가타후치‘・・・・・・ 그 가족의 성씨.
여자 : 가타후치씨 친구 아니에요? 그 집에는 무슨 볼일이에요? - P94
필자 : 음..……. 실은 곧 이사할 생각이라. 요 부근에 좋은매물이 없는지 산책도 할겸 살펴보러 왔어요. 여자 : 어머, 그렇구나. 요 부근은 조용하니 참 살기 좋은곳이에요. 필자 : 확실히 공기도 좋고, 살기 편할 것 같네요. - P94
여자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 갔지 뭐예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필자 : 어느 날 갑자기요? 여자 : 네, 이웃사촌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필자 :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말씀이세요? - P95
여자 : 뭐, 알았어요. 분명・・・・・・ 석 달쯤 전이었을 거예요. 분명..…우리 아저씨가 밤중에 자다깨서 화장실에 갔대요. 우리 집 화장실 창문으로 가타후치 씨 집이 보이는데요. 밤중이라 불이 켜져 있었는데, 창문 앞에 누가 서 있더래요. 저기, 저 창문이요.
여자가 가리킨 곳은 가타후치 씨의집 2층, 부부 침실 창문이었다.
여자 : 누군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처음 보는 아이였대요. - P96
필자 : 깜짝 놀랐어요. 설마 아이가 두 명이었을 줄이야. 구리하라 : 저도 그 가능성은 간과했네요. 하지만 아이가 두 명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부분이 단번에 해명돼요. 일단 시간 순서에 따라 사실을 정리해 보죠. - P98
필자 : 네?! 아이 방・・・・ 이라는 말씀이세요? 구리하라 : 그렇습니다. 좀 좁지만 아기 침대 정도는 들일 수필자있겠죠. 큰 창문이 있어서 볕도 잘 들 테고요. 필자 : 하지만 큰아들을 살인에 이용하는 인간이 작은아들을 위해 일부러 방을 새로 만들까요? - P99
구리하라 : 즉, 가타후치 일가는 부동산 중개소에 거짓말을 한셈입니다. 실제로는 네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약할 때 호적 등본을 제출하면 당장 들통날 거짓말이에요. 끝까지 들통나지 않았으니, 가타후치 일가의 호적등본에는 A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죠. 호적이 없는 아이. 어쩌면 팔려 온 아이였을지도 몰라요. - P100
확실히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가 예쁜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된다. 가타후치 부부의 인간성을 종잡을 수가 없다. - P101
구리하라 : 이 부부는 과연 자신들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는걸까.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협박에 가까운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필자 : 주모자가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 P102
구리하라 : 2018년, 일가는 무슨 이유 때문에 도쿄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계기로 그들은 새집을 지었죠. 저는 이 집에 대해 잘못 판단했어요. 이 집은 부부가 ‘살인‘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면밀하게 설계한 집이었습니다. - P104
구리하라 : 이 집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빛과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빛은 거실, 주방, 침실등 창문이 많으며, 밖에서 보더라도 무엇 하나 부끄럽지 않은 방. 그건 전부 히로토를 위해 만든 방이었을 겁니다. 부부는 그런 방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며 히로토를 키웠겠죠. (후략) - P104
구리하라 : (전략) 이 이중문은 A와 히로토가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위한 장치였던 겁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A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이 방에들어갈 때, 문이 하나뿐이면 A가 히로토를 볼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이중문이라면 그런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 P105
구리하라 : 자, 그러면 더블베드의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부부는 각자 싱글베드를 사용했죠. 하지만 도쿄의 집에서는 더블베드 하나뿐이에요. 이 차이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이 더블베드는 부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P106
필자 :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했을까요? 구리하라 : 아마도 집 전체의 감시를 맡았겠죠. 1층 침실, 여기는 손님방으로 사용했을 테지만, 평소에는 아버지의 침실 아니었을까요? 그들은 일상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어요. 반대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당할 위험성도 있겠죠. (후략) - P106
구리하라 씨는 방바닥에서 노트 한 권을 집어서 팔락팔락펼쳤다.
구리하라 : 당시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뒤져서 제법 다양한 정보를 건졌죠. 그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있었습니다. 미야에 교이치 씨에게 부인은 없었다고 해요. - P110
필자 : 하지만.....… 미야에 씨는 분명 ‘남편‘이라고…………. 구리하라 : 어쩌면 내연남이었을지도 모르고, 약혼한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미야에 씨를 너무 무방비하게 믿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 P111
1시 반에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구리하라 씨는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세요."라고 말하며 배웅했다. 나는 역으로걸음을 옮겼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더운 탓만은 아니다. - P111
단단히 마음먹고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를 둘러보았다. 안쪽 자리에 미야에 씨가 있었다. 나를 보고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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