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와 같은 맛, 언제나와 같은 분위기.
카프카이즘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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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만화책도 늘었다. 그런데 부록 때문에 늘은 것일까.
이 책의 구매 시기가 요원하다.







첫 번째 메일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남의 글을 다듬으며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20여 년이니이런 메일이 낯설다거나 놀랍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엔 뭐랄까, 분위기가 좀 달랐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을함부로 수정한 것에 화가 나서 쓴 메일이 아니었다. 발신인은 ‘내 문장을 그렇게까지 고쳐야 했습니까?‘ 하고 따지지 않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고 물었다. - P17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선배들이 알려 준 문구였다. 실제로 예전엔 문장에 ‘적, 의, 것, 들‘이 더러는 잡초처럼 더러는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 P18

우선 사전은 접미사 ‘-적‘의 뜻을 이렇게 풀어 놓았다.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접미사. - P18

우리말에 원래 없는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원래‘를 따지는 것에 큰 의미를두지 않아서인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말이라면 ‘원래 없다‘는 말만큼이나 이상한 말이 또 있겠는가. - P19

조사 ‘-의‘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은 모두의 것인데 일부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이상하잖은가. 그러니 누구도 어떤 말을 쓰라거나쓰지 말라고 할 수 없다. - P22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떤가.

1. 문제의 해결
2.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3. 노조 지도부와의 협력
4. 문제 해결은 그다음의 일이다.
5. 이제는 모든 걸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6.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 P22

앞에 나열한 문장 중 ‘의‘를 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문장은,

1. 문제 해결
4. 문제 해결은 그다음 일이다.
5.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등이다. - P23

그런가 하면

2.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3. 노조 지도부와 협력하는 일

등은 ‘-의‘를 빼는 대신 문장 일부를 다듬어 좀 더 다양한 표현을 담게 되었다. - P24

편견

(전략)
외국 문학 전공자들에 대한 편견? 솔직히 없다고는 말못 하겠다. ‘옮긴이 해설‘이나 ‘옮긴이의 말‘에서는 멀쩡한문장을 구사하면서 정작 번역문은 절뚝거리는 문장으로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같은 사람의 문장이라고? 늘의심하곤 했다. - P25

오죽하면 해당 작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되도록 번역을 맡기지말라는 말이 다 있겠는가.  - P25

자기 글에서 이상한 부분을 빠짐없이 짚어 낼 만큼 완벽하게 객관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글을 쓰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문장을 궁글린 데다 쓰고 나서도 여러 번 읽었을 테니 자연스레 눈에 익게 되고 마음에도 익게 된다. 확신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 P26

적•의를 보이는 것•들 3

‘사과·배·포도 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의존 명사이니 당연히 앞말과 띄어 쓴다. 이 문장을

‘사과들과 배들과 포도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라고 쓰면 ‘들‘을 의존 명사가 아니라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로 쓴 것이다. 한눈에 봐도 어색하다. - P27

그만큼 우리말 문장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조금만 써도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1.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2. 모든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자신들의 부모들을 향해 뛰어갔다.
3.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4. 문들이 열리자 그는 관람자들의 무리에 휩쓸려 전람실들이 줄지어 있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 - P28

더군다나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것이 자연스럽다. - P29

적·의를 보이는 것들 ④

의존 명사 ‘것‘을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①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②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③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 P32

문제가 되는 건 ①의 용례를 변형해서쓸 때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이 문장에서는 내가 살아 있는 현상을 추상적으로 이르기 위해 ‘것‘을 붙인게 아니라, 명사절로 만들어 그럴듯한주어로 보이게 하려고 붙인 것이다. - P32

그런가 하면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를 만들기 위해 ‘것‘
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P33

 심지어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해 주는 것에서부터 상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 읽다 보면 어쩐지 리듬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 쓸 수 없다는 데 있다. - P33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것‘도 모자라 ‘한다는‘까지 덧붙여 반복한 경우다. 얼마나 중독성이 강하면 이 짧은 문장에 두 번이나 썼겠는가. ‘한다는‘은 ‘것‘뿐만 아니라 ‘한다고 하면‘,
‘~한다고 했을 때‘처럼 여러 표현과 함께 쓰이기 때문에따로 다뤄 줘야 할 정도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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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사회계약에 관하여


둘째, 양도가 전적이기에 결합은 더없이 완전하며, 어떠한 구성원도 이제 주장할 권리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 P47

마지막으로, 각자는 전체에게 자신을 양도하기에 아무에게도 양도하지 않는 것이 되며,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양도한 권리와 동일한 권리를 타인들로부터 받기에 그가 잃은 모든 것과 동일한 대가를 뿐만 아니라 그가 소유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더 많은 힘을 얻는다. - P47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신체와 모든 힘을 공동의 것으로 만들어, 보편적 의지¹²라는 최고 지휘권 아래 둔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 구성원을 전체와 불가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 P48

당장 이 결합 행위는 각 계약자의 개별적인 인격 대신에 총회가 가지는 투표자 수만큼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정신적이고 집합적인 단체¹³를 만들어낸다. - P48

 이처럼 모든 개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이 공적인 인격은 예전에는 도시국가 (Cité) (3*)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공화국(Republique) 혹은 통치체(corps politique)로 불린다. 그것은 또 수동적일 때에는 구성원들에 의해 국가라고불리며, 능동적일 때는 주권자(Souverain)라고 불린다. - P48

 그런데 이 용어들은 자주 혼동이 되어, 서로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니 아주 정확한 의미로 사용될 때, 그것들을 구분할 줄만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P48

7장
주권자에 관하여

우리는 이 공식을 통해 결합 행위는 집단과 개인들 간의 상호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또한 각 개인은 이를테면 자기자신과 계약을 하는 것이기에 이중으로, 즉 개인들에 대해서는주권자의 구성원으로서, 주권자에 대해서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계약이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49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의무를 지는것과 자신이 속한 전체에 대해 의무를 지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P49

 즉, 각 신민이그 두 가지의 다른 관계로 고찰되기 때문에 공공의 심의 의결은모든 신민에게 주권자에 대한 의무를 지울 수는 있지만 반대로 주권자에게 주권자 자신에 대한 의무는 지울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주권자가 자신이 지켜야 할 법률을 자신에게 부과하는 것은통치체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것을 말이다. - P49

사회계약이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인민 집단이 그 계약을 위반하지 않을 경우에도 다른 인민집단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년 이 집단도 외부의 타 집단에 대해서는 단순한 하나의 존재,
하나의 개인이 되기 때문이다. - P49

그런데 주권자는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들에 의해서만 성립되기에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이익은 갖지도 않고, 가질 수도 없다. 따라서 주권자의 권력은 신민들에 대하여 어떠한 보장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P50

그러나 주권자에 대한 신민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 관계에서는 만일 주권자가 신민들의 충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지 못할경우, 공동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약을 지키리라는 것을 누구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P50

또한 그는 국가를 이루는 정신적인 인격을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관념적 존재로 간주함으로써, 신민의 의무는 이행하려 들지 않은 채 시민권만 향유할 것이다. 그것은 부당한 행위로, 그 행위가 진척되면 결국 통치체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 - P51

 그 약속만이 다른 약속들의 효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것은, 시민에게 자유롭도록 강요하는 것 외의 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각 시민을 조국에 바침으로써 그를 모든 개인적 종속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조건,
즉 정치조직의 형태와 기능을 만들어내는 조건이며 시민으로서의 약속들을 합법적이게 만드는 유일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 P51

8장
사회 상태에 관하여

그때에야 비로소 의무의 목소리가 육체적인 충동을 그리고 권리가 욕망을 대신함으로써,
그때까지는 자기 자신만 바라보았던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원리에 기초하여 행동해야 하고, 자신의 기호(好)에 따르기에 앞서이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52

 즉, 그의 능력은 단련되어 계발되고, 사고는확대되며, 감정은 고상해지고, 또 그의 영혼 전체는 고양되어서이 새로운 상태의 남용으로 자신이 벗어났던 자연 상태 이하로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자신을 자연 상태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게해주어 지적 능력이 한정되고 둔한 동물을 지적인 존재, 즉 인간으로 만들어준 그 행복한 순간에 끊임없이 감사해할 것이다. - P52

사회 상태에서 득이 된 것으로는, 앞에서 말한 것 외에 정신적인 자유를 덧붙일 수 있을 텐데, 그것만이 인간을 자신의 참된 주인이 되게 만든다.  - P52

9장
소유권에 관하여

그러나 국가의 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의 힘보다 크기 때문에, 국가의 점유역시 실제로 개인의 점유보다 더 안전하고 변경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점유보다 더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외국인들에 대해서만큼은 그렇다. - P53

선점권은, 비록 최강자의 권리보다 진실하다 할지라도 소유권이 확립되어야만 진정한 권리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를 한 재산의 소유자로 만드는 적극적인 행위는 그 밖의재산에 대해서는 소유를 금하게 한다. - P53

첫째, 그 토지에 아무도 거주하지 않을 것, 둘째,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점유할 것,
셋째, 쓸데없는 의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과 경작을 통해 점유할 것. 이것이야말로 법률상의 권리는 없지만 타인으로부터 틀림없이 존중받을 소유에 대한 유일한 표시이기 때문이다. - P54

한 공유지를 자신의 것이라고 바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인가? 그곳에 타인이 절대로 오지 못하게 하는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한동안 그를 그곳에서 쫓아낼 만한 힘을 갖는 것으로 충분할 것인가? 어떻게 한 사람, 혹은 한 국민이 그저 용서받지 못할 침탈에의해서 거대한 영토를 독점하여 인류 전체에게서 그것을 빼앗을수 있다는 말인가? - P54

우리는 개인들의 땅이 어떻게 서로 합쳐지고 연결돠어 공공의 영토가 되는지, 또 어떻게 주권의 권리가 신민들에서부터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토지까지 확대됨으로써 대인적임과 동시에대물적이 되는지를 이해한다. 그것은 섬유자들을 더욱 주권에의존하게 하며, 그들의 힘 자체를 주권에 대한 그들의 충성의 보중으로 만든다. - P55

 따라서 공공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는 한층 더 이익이 되는 양도를 통해, 점유자들은 자기가 양보했던 것을 모두 되찾는 것이다. 이 역설은 주권자와 소유자가 동일한 토지에 대해 갖는 권리를 구별하여 생각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그점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보게 될 것이다.¹⁶ - P55

모든 사회제도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 하나를 지적하면서,
이 부(部)와 장을 끝맺고자 한다. 이 기본적인 계약은 자연적 평등을 파괴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이 인간 사이에 생겨나게 할수 있었던 육체적 불평등을 정신적이고 법적인 평등으로 바꾸어놓는다는 것과, 사람들은 체력이나 타고난 능력에서 불평등할 수 있지만 계약에 의해 법적으로 모두가 평등해진다는 것(4*)이 그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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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가자,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당신 열차는 저겁니다"라며 거대한 쇳덩어리를 가리켰다. 하얀 증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그는 어떻게 당신이 탈 열차를 알았을까. - P65

검은 재가 날벌레처럼 공중을 떠다녀서 기침이 나오고 눈물도 번졌다.
통로 유리창은 얼음벽 같아서 그저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춥다. 당신은새우등을 하고 객실로 들어갔다. 쉰 살쯤 되는 아름다운 러시아 여성이 뺨을 붉게 물들이고 안으로 들어왔다. - P65

 무슨 얘기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남자 쪽이 "그렇지만, 마리"라고 하는 소리는 또렷이 들렸다. 두 사람이 당신의 객실 문앞에 나타났다. "여기야"라고 말한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본 당신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 P65

열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파스텔 색조로 칠한 통나무집이 눈밭 속에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자작나무는 눈범벅이 되기 전에 스스로 하얀 껍질을 덮어써버렸다.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 P66

복도에서 스쳐가는 순간, 켄이 눈짓을 보냈다. 당신은 시선을 피했다. 멋대로 공범자취급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마리가 호텔에서 폭탄에 날아갔다는 뉴스를 듣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객실 문은 거의 다 닫혀 있고, 조그만 들창도 안쪽에서 커튼이 쳐져 있다. - P66

잠은 밋밋하고 얕았다. 당신은 잠의 시야의 테두리가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 P66

위쪽 침대의 켄과 마리는 아직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다. 당신은 꾸물꾸물 굼뜨게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세면실에서는 흔들리는 열차를 따라 수도관이나 변기 뚜껑, 거울이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 P67

 당신은 자기 방에서 남이 멋대로 밀회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것처럼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나가도 딱히 갈 곳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마리 옆에 앉으며, "이름이 마리 씨라고 했던가요?"라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 P67

이대로 푹 빠져서 갈 수밖에 없다. 당신은 우선 배낭에서 문고본을 한 권 꺼내들고, 단어를 하나하나 확인하듯 읽기 시작했다. 줄줄 읽으면 금세 다 읽어버린다. 그러면 그후에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곤란해지겠지. 마리와 켄은 이따금 속삭이듯 대화를 주고받았다. - P68

마리는 잠시 뺨을 부풀렸지만,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 딱히 말을 받아치려 하지 않았다. "어쨌든 서두르는 편이 좋겠군, 찻집 주인은 젊은 아가씨가 아니면 싫어할 테고,
너도 이미 그리 젊진 않으니까 청춘의 아름다움은 다리가 없어도 쏜살같이 도망친다고들 하잖아"라고 켄이 말하자, 이번에는 마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난 결혼 같은 건 안 해" 하고 말했다. - P69

여기에서는 모든 바다가 멀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직 바다를 못 본 사람도있겠지. 사샤는 좌석 밑에 밀어넣어둔 보스턴백에서 보드카 병을 꺼내작은 컵에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유리컵은 부옇게 흐려져 있었다. 한 잔을 더 따르는데 양이 너무 많아 흘러넘쳤다. 자고로 욕심에는 - P70

사샤는 별다른 말 없이 이따금 당신에게저민 생선을 건네며 보드카를 마실 뿐이었지만 그런데도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 차츰 안구 언저리가 안쪽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에따라 열차의 진동이 커졌고, 그런데도 밖에 혼자 내동댕이쳐졌다기보다는 공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취해버렸는지도 모른다. - P70

 켄이 몸을 구부려 당신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있잖아요, 그 그림엽서 얘기는 마리에게 하지 마세요. 그건 조라는 나쁜 녀석에게 속아넘어갈뻔한 그녀를 구해내기 위한 트릭이었으니까. 그때 마리는 사랑에 눈이멀어 내 충고도 이상하게 오해만 할 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리가 신뢰하는 마이크의 이름을 빌린 겁니다." 만약 이 말이거짓이라면 상당히 잘 꾸며냈다는 생각에, 당신은 칼날을 더욱 벼리며
"그리고 당신은 마리 씨에게 푹 빠진 거죠"라고 몰아쳤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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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며 좀 더 가다 보니 그렇게 안 보이던 카페가 갑자기 떼로 모여 있네요.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이디야.…별의별 카페가 다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일단 카페를 찾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디멘의 마음에는 불만이 생깁니다. 동네에 균일하게 카페를 배치해 놓으면 소비자는 카페를 찾기 쉽고, 업체는 경쟁을 피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 P298

만약 디멘이 이 마을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려고 한다면 어디에자리를 잡는 게 좋을까요?
(중략) 이 상태는 단 1개의 업체가 모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과점 상태입니다. - P299

‘내쉬 균형

각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없는 상태


이처럼 같은 업종의 가게가 내쉬 균형으로 접어들어 한곳으로 모이는 현상을 ‘호텔링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 P302

호텔링의 법칙은 게임 이론의 예시 중 하나입니다. 게임 이론이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스템이 어떠한 상황으로 접어들 것인지 예측하는 수학 분야입니다. - P302

게임 이론의 가장 유명한 예시는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원래 게임 이론에서 시작한 개념이지만 방송 프로그램과 소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소재로 쓰인 덕분에 널리 알려졌죠. - P303

하지만 아르센이 자백을 하게 되면 자신의 형량을 더욱 줄일 수 있습니다. 아르센이 자백하는전략을 취했을 때 게임의 결과는 아래와 같이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 P304

둘다 1년형을 받는다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처럼 게임을 분석하는 방식을 보수 행렬 (Pay-off Matrix)이라고 부릅니다. - P305

광고를 하든 말든, 흡연자들은 계속 담배를 구입합니다.
회사들이 광고를 하는 목적은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바꾸기 위해서라거나, 흡연자가 계속 담배를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P306

원래 이 게임의 이름은 매-비둘기 게임입니다. 이번 내용은 유튜버 Primer의<Simulating the Evolution of Agression>(출처: https://youtu.be/YNMkADpvO4w)이라는 영상의 예시를 이용해 구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P308

위 게임에서 최적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만약 상대방이 찹쌀떡이라면 마카롱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마카롱이라면 찹쌀떡과 같이 행동하는 게 유리합니다. 즉 상대방 전략의 반대로 택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입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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