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만화책도 늘었다. 그런데 부록 때문에 늘은 것일까.
이 책의 구매 시기가 요원하다.

첫 번째 메일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남의 글을 다듬으며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20여 년이니이런 메일이 낯설다거나 놀랍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엔 뭐랄까, 분위기가 좀 달랐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을함부로 수정한 것에 화가 나서 쓴 메일이 아니었다. 발신인은 ‘내 문장을 그렇게까지 고쳐야 했습니까?‘ 하고 따지지 않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고 물었다. - P17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선배들이 알려 준 문구였다. 실제로 예전엔 문장에 ‘적, 의, 것, 들‘이 더러는 잡초처럼 더러는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 P18
우선 사전은 접미사 ‘-적‘의 뜻을 이렇게 풀어 놓았다.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접미사. - P18
우리말에 원래 없는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원래‘를 따지는 것에 큰 의미를두지 않아서인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말이라면 ‘원래 없다‘는 말만큼이나 이상한 말이 또 있겠는가. - P19
조사 ‘-의‘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말은 모두의 것인데 일부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이상하잖은가. 그러니 누구도 어떤 말을 쓰라거나쓰지 말라고 할 수 없다. - P22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떤가.
1. 문제의 해결 2.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3. 노조 지도부와의 협력 4. 문제 해결은 그다음의 일이다. 5. 이제는 모든 걸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6.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 P22
앞에 나열한 문장 중 ‘의‘를 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문장은,
1. 문제 해결 4. 문제 해결은 그다음 일이다. 5.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등이다. - P23
그런가 하면
2.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3. 노조 지도부와 협력하는 일
등은 ‘-의‘를 빼는 대신 문장 일부를 다듬어 좀 더 다양한 표현을 담게 되었다. - P24
편견
(전략) 외국 문학 전공자들에 대한 편견? 솔직히 없다고는 말못 하겠다. ‘옮긴이 해설‘이나 ‘옮긴이의 말‘에서는 멀쩡한문장을 구사하면서 정작 번역문은 절뚝거리는 문장으로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같은 사람의 문장이라고? 늘의심하곤 했다. - P25
오죽하면 해당 작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되도록 번역을 맡기지말라는 말이 다 있겠는가. - P25
자기 글에서 이상한 부분을 빠짐없이 짚어 낼 만큼 완벽하게 객관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글을 쓰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문장을 궁글린 데다 쓰고 나서도 여러 번 읽었을 테니 자연스레 눈에 익게 되고 마음에도 익게 된다. 확신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 P26
적•의를 보이는 것•들 3
‘사과·배·포도 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의존 명사이니 당연히 앞말과 띄어 쓴다. 이 문장을
‘사과들과 배들과 포도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라고 쓰면 ‘들‘을 의존 명사가 아니라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로 쓴 것이다. 한눈에 봐도 어색하다. - P27
그만큼 우리말 문장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조금만 써도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1.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2. 모든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자신들의 부모들을 향해 뛰어갔다. 3.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4. 문들이 열리자 그는 관람자들의 무리에 휩쓸려 전람실들이 줄지어 있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 - P28
더군다나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것이 자연스럽다. - P29
적·의를 보이는 것들 ④
의존 명사 ‘것‘을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①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②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③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 P32
문제가 되는 건 ①의 용례를 변형해서쓸 때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이 문장에서는 내가 살아 있는 현상을 추상적으로 이르기 위해 ‘것‘을 붙인게 아니라, 명사절로 만들어 그럴듯한주어로 보이게 하려고 붙인 것이다. - P32
그런가 하면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를 만들기 위해 ‘것‘ 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P33
심지어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해 주는 것에서부터 상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 읽다 보면 어쩐지 리듬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 쓸 수 없다는 데 있다. - P33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것‘도 모자라 ‘한다는‘까지 덧붙여 반복한 경우다. 얼마나 중독성이 강하면 이 짧은 문장에 두 번이나 썼겠는가. ‘한다는‘은 ‘것‘뿐만 아니라 ‘한다고 하면‘, ‘~한다고 했을 때‘처럼 여러 표현과 함께 쓰이기 때문에따로 다뤄 줘야 할 정도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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