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에게 이케우치 씨에 관해 묻자 상대방은 놀란 표정을지었다.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윽고 점장인 듯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이케우치 씨는 자리에 없다고 말했다. 의도를 탐색하는 눈치기에 시라이시 씨는 이케우치 씨와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 P136

"오늘은 출근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안 오는 거예요. 호텔에 문의했더니 그저께 체크아웃 했다고 하더군요. 무단결근은 고사하고 지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니까 여행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저희도 걱정이 돼서 말이죠………. 댁에도 연락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중이랍니다." - P137

이케우치 씨는 열대의 비밀을 풀기 위해 교토로 간 거예요. 하지만 사실은 저희들 모두 『열대』 안에 있고, 그러니까 이케우치 씨의 실종은 『열대』라는 소설에 포함되는 거예요. 그런 설명을 듣고 납득할 인간이 세상 어디에 있겠나. - P137

지하상가의 모형 상점으로 돌아온 시라이시 씨를 보고 삼촌은 놀란 듯했다. 미간에 깊게 주름을 잡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38

"왜 그러는 건데."
삼촌은 걱정스레 말했다.
"죄송해요."
"너 없는 사이에 우편물이 왔어." - P138

"교토에 아는 사람이 있어?"
삼촌이 무심코 물은 말에 놀라 시라이시 씨는 소인을 확인했다. 정말 교토에서 부친 것이었다. 봉투를 뜯자 낯익은 검정 노트가 나왔다. - P139

시라이시 씨는 황급히 노트를 폈다.
‘시라이시 다마코 씨께‘
이케우치 씨의 또박또박한 글씨가 공책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잘 지내시는지요. 이케우치입니다.
당신은 『열대』를 탐구하는 학파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동료입니다. 저는 이 만남이 새로운 전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제 확신은 옳았습니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이런 수기를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꼭 이케우치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P139

신칸센이 도쿄역을 출발한 뒤로도 자기가 자기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감각이 한동안 이어졌다. 유라쿠정을 지날 때 차창 밖으로 그녀가 일하는 건물이 보였다. 그곳 지하상가의 모형 상점에서 또 한 명의 자신이 지금도 상점을 지키고 있을것만 같았다. - P140

사야마 쇼이치를 지요 씨가 뒤쫓았다.
지요 씨를 이케우치 씨가 뒤쫓았다.
그리고 지금 이케우치 씨를 자신이 뒤쫓고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는 처음이었다. - P141

시라이시 씨는 무릎 위에 놓인 이케우치 씨의 노트를 내려다봤다.
교토까지 두 시간 조금 더 걸린다. 그때까지 이 노트를 읽자. - P141

제 3장 보름달의 마녀

시라이시 다마코 씨께

잘 지내시는지요. 이케우치입니다.
당신은 『열대』를 탐구하는 학파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동료입니다. 저는 이 만남이 새로운 전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제 확신은 옳았습니다. 그 만남이 없었다면 이런 수기를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 수기는 저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림 동화의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 깊은 곳에 버려졌을 때미리 떨어뜨려놓은 하얀 자갈을 따라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수기가 당신을 인도할 하얀 자갈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헨젤과 그레텔』과는 달리 자갈은 더더욱 열대의 숲속 깊은 곳으로 당신을 끌어들일 테죠. - P145

호텔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밤이 깊어서 널따란 로비에는사람이 얼마 없었습니다. 프런트에서 수속을 마쳤을 때 직원 한 명이 다가왔습니다.
"이케우치 님, 우미노 지요 님께서 전갈을 남기셨습니다."
전갈.
그 말을 듣고 제 가슴은 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 P146

"어쩌면 아직 교토에 계실지도 모릅니다. 전에 알던 분을 찾아간다고 하셨거든요."
물론 저는 사야마 쇼이치를 떠올렸습니다.
"혹시 사야마라는 분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성함까지는…………."
저는 직원에게 고맙다고 하고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 P146

저는 전기스탠드를 켜고 그림엽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내 『열대』만이 진짜랍니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좀처럼 잠들 마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침대에 누워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습니다. - P147

일요일 밤에 도쿄로 돌아간다 치면 꼬박 이틀을 쓸 수 있습니다.
교토로 오기 전에 저는 지금까지 『열대』에 관해 메모해 온 노트 몇 권을 다시 읽고 새 노트에 전부 묶어서 정리했습니다.
인양된 이야기, 학파에서 제기됐던 몇몇 가설, 지요 씨와 당신이 주고받은 대화.
역시 지요 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겠죠. - P148

시커먼 산비탈에 떠오르는 오쿠리비는 딴 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세로 돌아왔던 죽은 이들을 보내는 거야." 친구는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오쿠리비, ‘보내는 불‘이라고 하는 거지."
"그럼 무카에비, ‘맞이하는 불‘도 있으려나."
그런 말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P149

사야마 쇼이치는 어떤 생활을 했을까요.
그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고 합니다. 지요 씨집을 찾아오게 된 계기도 사본 해독이라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제 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그늘진 외모가 떠올랐습니다. 『열대』라는 수수께끼 같은 소설을 달랑 한편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는 비극적인 기억이 그런 이미지를 자아냈을 테죠. - P149

‘사야마 쇼이치의 눈으로 바라보자‘
일부러 숲길에서 벗어나 낙엽을 밟으며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봤습니다. 주위는 색 바랜 겨울 숲이었습니다만, 과거에 사야마는 이 숲에 ‘열대의 숲‘을 겹쳐 봤을지도 모릅니다. - P150

멍하니 걸어 다니다가 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양새는 라면 포장마차처럼 생겼는데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게 꼭 이동식 골동품 상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주인인 듯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중략)
‘아라비야 책방‘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 P150

그곳은 시라이시 씨가 『열대』를 샀다는 헌책방이었습니다.
기상천외한 이름에 어울리는 색다른 상품들은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열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P151

"이런 서점은 처음 봤군요."
"재미있지?"
"재미는 있습니다만......."
"왜 이런 산속에 있나 싶지?" 주인은 말했습니다. "며칠 전까진 시모가모 신사 언저리를 얼쩡거렸다고. 난 늘 신출귀몰을 명심하고 살거든." - P151

"......『열대』라는 책을 찾고 있습니다."
"열대?"
주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책꽂이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런 책은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 이곳에서 샀다고 합니다만."
저는 노트 페이지를 넘기며 시라이시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주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당신이 『열대』를 만난 건 히에이산으로 가는 케이블카 앞에서였죠. - P152

주인은 수염을 긁적이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냥 가기는 뭐해서 뭐라도 한 권 사려는 마음으로 제가 책꽂이를 물색하고있으니 주인이 "부탁 하나 들어주겠어?"라고 묻는 겁니다. - P152

"가게 봐주면 좋은 거 가르쳐 주지."
"좋은 거라고요?"
"댁이 찾는 책에 관해서 말이야."
"뭔가 아시는 겁니까?"
제가 흥분해서 묻자 주인은 눈을 찡긋했습니다.
"그건 나중에 그럼 부탁하자고." - P153

하여간 묘한 역할을 졸지에 떠맡고 말았습니다.
가게를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도 마음에 걸렸고 말이죠. 흩날리기 시작한 눈을피해 저는 지붕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 P153

「산월기」 이야기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릉이라는 젊은이가 좌절 끝에 호랑이가 된다는 이야기. 저도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남학생이 이백 엔을 계산대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별난 가게네요."
"제 가게가 아닙니다만."
"네?"
"부탁받고 잠깐 봐주는 것뿐입니다." - P154

저는 잡념을 떨쳐내고 포장마차의 책꽂이를 살펴봤습니다.
그때 문득 문고본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천일야화』 중 한 권이었습니다.
『천일야화』에 관해서는 당신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지요 씨 아버지가 사야마 쇼이치를 자택으로 부른 것도 『천일야화』 사본을 읽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 P155

저는 「짐꾼과 여자들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P156

(전략). 남자가 동의하자 여자들은문위에 금색으로 쓴 글자를 가리키며 "저걸 읽어라"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그리하지 않으면 너는 원치 않는 것을 듣게 되리라.

여기까지 읽고 나서 저는 움찔했습니다.
물론 시라이시 씨도 기억하시겠죠.
그건 『열대』의 서두에 쓰여 있던 말이었습니다. - P157

이야기를 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점에서 화자인 셰에라자드 자신의 처지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샤흐리야르 왕에게 참수될 운명을 계속 면하니까요.
정말이지 기상천외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문 위에 새겨진말을 빼면 『열대』와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P158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습니다.
"이거야 원,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수고했어."
캔커피를 받아든 저는 그제야 몸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때 저는 종종 제 몸의 존재를 잊어버립니다.  - P159

"사흘쯤 전인가, 여자가 혼자 숲에서 나왔어. 색을입힌 안경을 쓴 세련된 부인이었지.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아는 사람이 『열대』라는 책을 여기서 산 것 같다고. 다시 말해서댁이랑 같은 걸 물은 거야. 희한한 우연이잖아?"
"무슨 말을 하던가요?"
"별 대단한 말은 안 했어. 옛날에 이 근처에 살았다느니, 그책 쓴 사람하고 아는 사이였다느니, 그런 이야기." - P160

"그 사람이 고물상에 간다는 말을 했어. 이치조지에 위치한 ‘호렌도‘라는 곳인데 나도 몇 번 거기서 뭘 산 적이 있지. 거기에 물어보면 어떨까."
주인은 제 노트에 간단한 약도를 그려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P160

"댁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주인은 말했습니다.
"어디선가 또 만나자고."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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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비비안이 아이를 돌본 경험은 거의 없었던것 같지만, 여러 배경의 다양한 나이대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비비안이 빠른 속도로 아이들과 깊고 친숙한 관계를 맺었음을 알 수 있다. 비비안은 아이들의 매력과 자연스러운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는 것을 즐겼다.

프랑스에서 비비안은 훗날 자신이 깊게 탐구하게 될 주제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인다. 이른 시기에 성별과 인종,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졌던 비비안은 공산주의자 집회,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들, 다인종 가족을 사진에 담으며 사회적 대의에 대한 깊은 헌신을 미리 드러내고 있다.  - P93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강박에 가까운 열정은 생 보네에서부터시작되었는데,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어떻게 찍어야 할지까지 지시했던 것 같다.  - P93

가족과 친구들

1950년 4월에 프랑스에 온 비비안은 자신이 찍은 첫 번째 사진에 메모를남겼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눈보라가 지나간 어느 봄날에 알프스를 배경으로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통통한 과부가 사진의 주인공이다.  - P94

비비안이 프렉세드를 어떻게 만났는지, 둘 중 한 명이라도 외제니와 프랑수아의 비밀을 알고 있었는지 밝힐 방법은 없다. 어쨌거나 비비안은 프렉세드를 만났고, 믿기 힘들지만 프렉세드가 비비안의 첫 번째 뮤즈가 되었다. 프렉세드는 자신처럼 남편을 잃은 자매, 마리아 파스칼Maria Pascal 과함께 사진을 찍을 때가 많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이 옛날 여인들의 모습은 강렬하고도 극적이어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P95

비비안은 1950년 여름에 넬리라는 이름의 친구와 시간을 보내려고 레리쿠스 외곽으로 갔다. (중략)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에서 담장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자세가 부자연스럽고 표정이 잔뜩 긴장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만남이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때 비비안은 스물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가족과 찍은 사진은 이게 마지막으로 알려져 있다. - P96

. 사진을 현상하는 법을 전혀 몰랐던 비비안은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우려고 자신의 스승에게 크게 의지했다. 두 사람은 뉴욕으로 돌아가서 엽서 사업을 추진하려던 비비안의 계획에 관해 논의했고, 시몽은 비비안이 집으로 가져가 참고할 수 있도록 엽서 샘플도 만들어주었다. - P96

노출 부족, 흐릿한 초점 등, 수많은 시행착오가 보이는 초기 사진 수천장은 비비안이 샹소르에 있는 동안 사진의 기본 지식을 완전히 익히려고엄청나게 노력했음을 말해준다. 이 기간 동안 비비안이 찍은 사진의 양만보면 그녀가 1년이 아니라 10년은 프랑스에 있었던 것 같다. - P98

비비안은 1951년 봄에 뉴욕으로 돌아왔고, 집으로 오는 여정 내내 사진을 찍었다. 같은 배에 거리 사진가 비비안 체리 Vivian Cherry도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비비안이 갑판 위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을 거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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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동물에게 의식이 있음을 옹호하는 누적 논증

(중략). 하지만 상식적 믿음을 버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것을 반대하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동물의 의식 문제라는 특정한 경우나 일반적인 경우나 할 것 없이 상식에 호소하는 일이어떤 믿음이 진리임을 혹은 합당함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 P132

두 번째 언급할 점은, 이 또한 앞서 말했지만, 동물이 정신적 삶을 영위함을 함의하는 방식으로 동물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일상 언어가 상황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32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 언어가 교정이나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에 기댄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상 언어에 기대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일상 언어의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고쳐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제시할 입증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 P132

그러나 우리가 동물에게 정신적 삶을 부여하는 말하기 방식이 명쾌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방해가 되는가? 동물에 대해 좀 더 명쾌하고 좀 더 신중하고 덜 ‘의인화하여‘ 말하는 방식이 있는가? 이에 답하고자할 때 오늘날의 심리학자 헵(D. O. Hebb)의 발견보다 더 적절한 것을 찾을수는 없을 것이다. - P133

그러나 감정과 태도에 대한 ‘의인화한 서술‘이 허용되자,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특이점들을 빠르고 쉽게서술할 수 있게 되었고, 신참 연구자들은 이 정보를 가지고 동물을 별문제없이 다룰 수 있었는데, 이는 그러한 정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미국의 현대 철학자 개리스 B. 매튜스(Gareth B. Mattews)는 협의 발견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방법론적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어떤 동물은 두려워하고, 또 어떤 동물은 신경질적이고, 또 어떤 동물은 부끄러워한다는 데에 꽤 쉽게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동물이 성미는 급하지만 인간에게 우호적이라고 자연스럽게 묘사했고, 또 다른 동물은 우리가 흔히 말할 때처럼 인간을 미워한다고 묘사했어요.⁴²

42) D. O, Hebb, "Emotion in Man and Animal," Psychological Review 53(1946): 88(GarethB. Matthews, "Animals and the Unity of Psychology." Philosophy 53, no. 206[October1978]: 440)에서 인용. - P134

협과 그의 동료들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여러 동물들에 대해말할 때 일상적으로 쓰는 정신주의적(mentalistic) 언어 대신에 객관적이라고 생각되는, 비정신주의적(nonmentalisic) 언어를 사용할 경우 아무것도얻지 못하고 상당히 많은 것을 잃게 되리라는 것이다. 동물에 대해 말할때 일상 언어가 적절하고, ‘의인화된 서술이 없는 언어가 실패한다고 해서그 자체가 동물이 정신적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 P134

동물에 정신적 삶을 부여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과 관련해서 언급할 세번째 점은 (최소한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에서) 단지 인간에게만 의식을한정해서 부여하려는 데카르트와 같은 시도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의식과관련해서 인간이 특별하다고 본다면 그런 주장을 지지하는 논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증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할까? - P134

그렇다면 인간이 그리고 인간만이 의식적이라는 논제를옹호할 수 있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이는 비생물학적이고 비생리학적이며 비해부학적이라고 일컬어지는어떤 것, 한마디로 인간의 비육체적인 특성에 의존해야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가 선택한 길인데, (비물질적인) 인간 영혼의 불멸성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았을 때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P135

물론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이 우리가 동물이 정신적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하는 바와 상충한다면, 우리의 구상은 틀어지게 될 것이다.
예컨대 며칠 굶은 생쥐에게 치즈를 줄 경우 생쥐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비데카르트주의자들은 이 동물이 결국 제멋대로 구는 ‘기계‘가 아닐까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 P135

. 이렇게 보았을 때, 동물의 행동방식은 그 자체가 동물이 정신적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할 근거를 제공한다. - P136

상식에 입각한 판단, 그리고 정신주의적 용어를 이용해 동물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분명히 유용하다는 사실이 진화론이 함의하는 바에 부합하듯이, 이러한 발견 또한 진화론이 주장하는 바와 부합한다.  - P136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가 어떤 한 가지 이유를 들어 어떤 동물에 의식이나 정신적인 삶을 부여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것을 모두 모으면 동물의 의식에 대한 누적 논증(cumulativeargument for animal consciousness)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된다. 그 논증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동물에게 의식을 부여하는 것은 상식적 세계관의 일부이다. 이런 믿음을 버리려는 시도는, 데카르트의 시도가 보여주는 것처럼, 적절한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2. 어떤 동물에게 의식을 부여하는 것은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 잘 부합한다.
협과 그의 동료들의 실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런 말하기 방식을 개선하고 변경하려는 시도 역시 적절한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3. 동물들에게 의식을 부여하는 것은 동물이 불멸적(비물질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함의하거나 가정하지 않으며, 그래서 사후 세계에 대한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게 제시되고 옹호될 수 있다.
4. 동물의 행동 방식은 동물이 의식을 갖는다고 보는 것과 일관된다.
5. 의식에 대한 진화론적인 이해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 인식 능력을 부여하는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 P136

1.10 어떤 동물이 의식이 있는가?

누적 논증은 위의 1부터 5까지의 논점을 통해 동물에게 의식을 귀속시키는 입장이 강화될 경우 그러한 귀속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시 말해 다음 조건이 만족되면 어떤 동물이 의식이 있다고 본다. (1) 의식 귀속이 상식적 세계관과 일치한다. (2) 정신주의적 용어로 동물에 대해 말하는것이 일상 언어와 잘 어울린다. (3) 동물에 의식이 있다고 본다고 해서 동물에 비물질적인 마음(영혼)을 부여하는 견해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4) 동물의 행동은 동물에 의식을 귀속하는 것과 일관된다. (5) 동물에 대한 상식적인 믿음들,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 말하기 방식, 동물의 행동은 모두 진화론의 원리에 입각해 옹호할 수 있다.  - P138

의식의 유무를 가늠하는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를 결정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 없어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서의 우리의 판단이 쓸모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의 나이와 키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고 키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지않는가? - P140

의인화와 인간 쇼비니즘

. 가령 과부인 에임스가 "우리 고양이가 중동의 긴장 상태와 핵 쓰레기 저장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먹지 않고있어요"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가능한 한 최대한 점잖게 표현하자면이 경우 과부는 고양이의 지적인 교양에 다소 과도하게 경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140

앞서 인용한 적이 있는 동물 생리학자 그리핀은 다시 한번 가감 없이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다.

동물들이 정신 경험을 할 가능성은 종종 의인화라고 묵살당한다. (...) 정신경험이 단일 종에만 특별하게 부여된다는 이러한 믿음은 인색할 뿐만 아니라자만심이 가득 찬 생각이다. 다른 많은 특성들과 마찬가지로 정신 경험은 널리퍼져 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커 보인다.⁴⁵

그리핀이 자만심이라는 낱말을 쓰고 있는 것에 특별히 관심이 간다. 그는 동물이 정신적 삶을 영위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그들이 결점을 갖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45) 같은 책, p. 104. 강조는 추가함. - P141

다른 모든 형태의 쇼비니즘과 마찬가지로 인간쇼비니즘은 우리 자신에게 또는 우리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에게 가장 중요하거나 감탄스럽다고 생각되는 특성들을 우리 자신 또는 우리가 속한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개체들 역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거부한다. 이것은 남성 쇼비니스트들이 자신들만이 훌륭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 P142

1.11 요약과 결론

. 1절에서동물의 인식을 부정하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논의를 소개했고, 그의 입장에 대한 도전을 회피하려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괄했다(1.2), 데카르트와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 간의 핵심적인 의견 차이는 동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관련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 P142

나는 데카르트에 반대하여, 언어 사용 여부를 의식을 갖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검사 방식으로 이용할 경우 몇몇 동물들(예: 침팬지와 고릴라)도 정신적인 삶을 가질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더욱 근본적인 측면에서 나는 데카르트가 의식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검사 방식에 의존하고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P143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도덕 이론은 인간이 정신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가정한다(예를 들어 우리가 욕망이나목표를 가지고 있고, 만족하거나 좌절하고, 감정을 느끼고, 즐거움과 고통을 경험한다고 가정한다). 이를 가정하지 않을 경우 도덕 이론은 어떤 것에 대한 이론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제기될 수 있는 회의적인 도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서 인간이 정신적인 삶을 영위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동물권을 옹호하고자 하는 작업에서만 살펴볼 수 있는 특이 사항은 아니다(1.6). - P143

이론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해 볼 경우(1.8), 데카르트의 입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만약 이론을 단순하게 유지한다면(즉 우리가 [인간과 비인간] 육체, 그리고 인간의 마음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기본적인 지상의 실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데카르트의 입장은 자신이 비물질적으로 간주하는 마음이 어떻게 육체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 P144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의식의 소유 여부는 누가 또는 무엇이 비물질적인(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별개이다. 이에 따라 의식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질문은 종교적 편향성과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동물의 행동은 그들을 의식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진화론은 전형적인 의식적 존재(즉 인간)와 가장 유사한동물이 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과 유사하다고 보는 견해를 지지한다. 다른 종류의 동물들도 의식적일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포유류가 의식적 인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인화가 아니다. - P144

 호모사피엔스 외에 다른 많은 동물을 정신적인 삶을 영위하는 존재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다.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편견에 빠진 자들이며, 인간 쇼비니즘, 즉 우리(인간)가 너무 특별하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생명체라는 자만심의 희생양들이다. 이 장에서 제시한 논증과 분석을 통해 나는 이러한 자만심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⁴⁷

47) 조지 피처(George Pitcher)는 도움이 되는 비판을 해줌으로써 이 장과 다음 장에서 범할수 있는 수많은 오류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그의 도움에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포기할 것을 조언한 몇 가지 착상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그 때문에 나는 내가 견지하는 모든 입장에 그가 동의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감사해야 할 또 다른 사람은 내 동료 해롤드 레빈(Harold Levin)이다. 그는 나와 함께 동물의 인식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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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전략) 나는 페드랄베스가 아니라 굳이 슬픈 추억이 서려 있는 산 코스메 같은 동네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중략)
지구인들은 여러 범주로, 특히 부자와 빈자로 나뉘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나는 잘 모르지만 그들이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들 중 하나다. 내가 보는 부자와 빈자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이런 것 같다. 부자들은 그들이 가는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무리 많이 손에 넣거나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돈을 내지 않는 반면, 빈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돈을 낸다. 부자들이 향유하는 면세는 이전부터 내려오거나 최근에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거나 속임수일 수도있지만, 결과적으로 다 똑같다. 한 - P27

21:30 우주 비행선으로 돌아가야겠다. 내가 페드랄베스 수도원 앞에서 나를 해체하는데, 바로 그때, 쓰레기를 들고 밖으로 나오던 수녀가 내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한다. - P28

12일

08:00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비가 내린다. 세찬 비다.
바르셀로나에 비가 내릴 때는 단순히 내리는 게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퍼붓는다. - P29

09:10 나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텔레비전에 눈길을 던진다. 출연자들은 다양한데, 하나같이 인간들뿐이다. 가만히들여다보니 우리 별에서 다들 좋아하는 퀴즈 게임과 유사하지만 내용은 훨씬 조잡하다. - P29

09:55 나는 훌리오 로메로 데 토레스로****(그의 그림에 나오는 우산을 쓴 모습)으로 변신하고 동네에 있는 바르*****로 간다. 나는베이컨에 달걀 프라이 두 개를 후딱 먹어 치우고 조간신문을뒤적이기 시작한다. 지구인들은 개념 인지 시스템이 지극히 원시적이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문을 통해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 에스파냐 코르도바 출신의 화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물화를 남겼다.
*****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에스파냐식 소규모 카페나 레스토랑. - P30

10:30 카라히요*를 마셨더니 왠지 씁쓸해진다. 나는 비행선으로 돌아와서 파자마를 입고 몸을 누인다. 오늘은 하루 종일쉬어야겠다. 나는 무료한 시간도 때울 겸 지구 안팎에서 명성이 자자한 현대 에스파냐 소설에 관한 체계적인 책 읽기에 들어간다.

* 뜨거운 커피에 독한 술을 가미한 음료 - P31

13:50 나는 시에라 모레나 저축은행*에 들어선다. 업무 종료십분 전이다. 지금 나는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피오 12세**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은행은 신뢰를 중시하는곳이다.

*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은행. 시에라 모레나 지역은 한때 절도범들의 피신처였다.
** 2차 세계대전 당시 로마 가톨릭 교황 - P32

13:55 (전략), 이런저런 명목으로 최고의 이자와 혜택과 재정 수익이 보장된다는 내용도 덧붙인다.
나는 25세타짜리 동전을 예치금으로 내민다.

13:57 창구 직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한참 열을 올리던 입이 닫힌다. 창구 직원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P32

13:59 당좌 예금 계좌가 열렸단다. 나는 업무 마감일 초전에 단말기를 조작한다. 25 페세타에 ‘0‘을 열네 개나 더 붙이는것은 나한테는 일도 아니다. 나는 유유히 은행을 나선다.  - P33

14:45 나는 잠시 (십오 분 동안) 고민하고 있다. 나 혼자서 어물전 잔치를 벌일 것인가. 나는 잔치를 미루기로 한다. 구르브가 돌아오면 규율을 어긴 벌을 주기 전에 함께 즐거운 식사를하면서 해후의 기쁨을 나누어야겠다. - P33

17:00 식품 매장에서 흑오리 햄 칠백 개를 구입한다.

17:10 야채 매장에서 당근 0.5킬로그램을 구입한다.

17:20 자동차 매장에서 마세라티 한 대를 구입한다.

17:45 가전제품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종류별로 모두 구입한다. - P34

18:30 주류 매장에서 1952년산 와인 바론 모우초이르 모케다섯 병과 가정용 와인 엘 펜타테우코 8리터짜리 한 병을 구입한다.*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와인들. - P34

19:00 보석 매장에서 금장 롤렉스 손목시계를 구입한다. 자동 태엽 방식이자, 방수성이자, 반(反)자성이자, 절대 내진성이란다. 하지만 나는 시계를 ‘인 시투(in situ)‘, 즉 ‘바로 그 자리‘에서 박살을 낸다. - P35

20:00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는 방금 전에 쇼핑한 모든 물건을 분해한 다음,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채 홀가분하게 걷기 시작한다. - P35

21:03 빗방울이 떨어진다. 딱 네 방울이다. 그러더니 이내 무지막지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수구를 빠져나온 생쥐들이 콜론**으로 기어오른다. 나 역시 가까운 타스카***로 몸을 피한다. - P36

** 콜럼버스 광장에 세워진 콜럼버스 탑을 가리킨다. ‘콜론‘은 콜럼버스의 에스파냐식 이름이다.
*** 대중적인 선술집. - P36

21:10 밖에서 흠뻑 맞은 빗물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나는 비노 틴토**를 한 잔 주문한다. 굳은 몸을 술로 데울 요량이다. 나는 꼬치 막대기로 타파스 *** 한 조각을 찍다가 흠칫놀란다. 

** 검붉은 포도로 빚은 에스파냐풍 적포도주.
***다양한 요리를 접시에 조금씩 담아 내놓는 에스파냐의 대표적인 술안주이자 간식. - P37

21:30 (전략) 그렇지만 그들로서는 이런 식의 기본적인 문장조차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109328745108y34-19 <poe8vhqa9enf087qjnrf-09aqsdnfňn9q8w3r4v21dfkf=q3wy oiqweq3u 109-853491926rn Infp24851ir09348413k8449f385j9c830c82 = 34 utt2egu-34851mfkfg-231fgklwhgq0i2ui34756-13ir2487-2349r20i45u62-4852ut-34582-9238v43 597 46 82 = 3t984589672394ut945467 = 2-3tugywoit= 238tej 93 46 7523fiwuy 6-23f3yt-238984rohg-2343ijn87b8b7ytgyt6543766687by79 - P37

21:30 (전략) 지구인들은 말을 할 때 오만상을 찌푸리고 손짓 발짓을 동원하다가 급기야 괴성까지 내지른다. 그들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한계성 탓이다. - P38

21:50 (전략). 그런데와인 색깔이 이상하다. (중략) 그러나 나는 트리니트로톨루엔**이 확인되자마자 분석을 포기한다. 종업원이 빈 잔을 다시 채워 준다.

**강력 폭약(TNT) 성분. - P38

22:00 내가 씩 웃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자기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게 아니라 느닷없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실없이 웃었다고 대답한다.  - P38

22:05 (전략). 교황의 외모(와 실체)로 감추어진 나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더니 구도자가 될 거라고, 구도하는 자는 신앙심이 깊다고 말한다.  - P39

22:12 신앙심이 돈독한 손님이 나한테 그런 말은 뻥끗도 하지 말라고, 내가 술값을 냈으니 안주는 자기가 계산하겠다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나는 안주도 내가 주문했고, 그러기에 계산도 내가 해야 한다고 우긴다. - P39

22:24 여태 카요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나는 참다못해 재떨이로 계산대를 내리치면서 항의한다. 그 바람에 재떨이와 계산대의 대리석 상판이 깨진다. 종업원이 다시 와인을 내놓는다. 그러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손님 한 사람이 답례로 솔레아*를 몇 곡 부르겠다고 한다.

*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노래와 춤 - P40

22:41 (아마도 22시 41분이었을 것이다.) 노래하던 손님이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다가 알본디가스* 접시에 틀니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노래하던 손님이 틀니를 주우려고 접시에 손을 대자, 그를 지켜보던 종업원이 케소 데 볼라"로 그의 머리를 때리며 이제 그만하라고, 이번 주만 해도틀니로 사기 행각을 벌여 알본디가스를 여덟 접시나 훔쳐 먹었다고, 그렇지만 자기는 그런 사람(이해를 못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장부에 기입하겠다고 경고한다.

* 아랍에서 유래한 에스파냐풍 미트볼. - P41

23:00 혹은 24:00 자기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묻던 손님이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자기 생각이 잘못된 적이없고, 잘못된 생각을 끝까지 고집한 적도 없지만, 안타깝게도세 가지 불행스러운 일들이, 다시 말해 하나는 타고난 불운이.
다른 하나는 술과 도박과 여자에 빠진 것이, 마지막은 자신이원하지 않은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원망이 자신의 성공을 옭아맸다고 한탄한다. - P41

??:?? 마침내 주방에서 내가 주문했던 카요스가 스스로 걸어 나오고 있다. 그사이 천박한 여자가 자기는 자신 있게 스스로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끝내주는 여자였다고, 그로 인해 자기 구역에서 오클라호마의 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강변한다. - P42

??:?? (중략) 나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물을 그치라고, 그녀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위로한 다음,
그녀와 기꺼이 결혼할 용의가 있지만 내가 외계인인 데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여정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는데, 그녀는 남자들이 나처럼 그런 식으로 자기를 기만했다고 반박한다.  - P42

??:?? (중략). 그러자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의 애인이, 그러니까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고 물었던 사내가 이제 됐다고(무엇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그만 입을 다물라고 다그치는데, 그녀가 남의 말을 잘 받아치는 그녀가 자기 입을 다물게 하지 말라고, 자기를 낳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조차도그러지는 않는다고, 그가 자궁에서 나오지 않으면 대체 어디서 나왔느냐고 쏘아 댄다. - P42

 그 와중에 솔레아를 부르던 가수는 손으로 알본디가스를 한 움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고, 종업원이 프라이팬으로 가수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하여 배속에 들어갔던 것을(혹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토해 내게 만든다. 그때다. 누군가가 들이닥친 것은 국립경찰두 명이다. 나는 경찰이 들고 있던 곤봉을 빼앗아서 다른 경찰을 때리고, 곤봉을 빼앗긴 경찰도 신나게 때린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찮다. 나는 서둘러서 나를 해체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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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쓰가와 씨가 책상 위의 전기스탠드를 켰다.
"실은 칼 같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확신할 수 없겠죠. 도망치려고 하면 내가 살인귀로 표변할지 모르니까요."
그곳은 복도처럼 길쭉한 형태의 기묘한 방이었다.  - P130

시라이시 씨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가씨하고 한번 차분히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늙은이가 젊은 아가씨에게 마음이 있다거나 그런 하잘것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신은 분명히 매력적인 사람이지만내가 하고 싶은 건 『열대』 이야기랍니다." - P131

‘신조 군도 참 난감한 친구죠. 『열대』의 수수께끼를 자기가풀었다고 생각해요. 그 또한 『열대』가 만들어 내는 마술 세계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겁니다. 불굴의 탐정 정신이 안 좋게 작용한 셈이에요. 저래서는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 테죠."
시라이시 씨는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생각했다. - P131

그녀는 나카쓰가와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거래할까요."
"어떤 거래죠?"
"실은 저 『열대』를 입수했거든요."
그녀는 가방에서 가짜 『열대』를 꺼내 보였다.  - P131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요? 아무튼 여기 『열대』가 있어요. 저를 무사히 보내주면 이건 당신한테 드릴게요." - P132

"하지만 난 가짜에는 관심 없어요. 아가씨."
"이건 가짜가 아닌데요."
"아니, 가짜입니다. 왜냐하면 진짜는 이미 입수했으니까요."
나카쓰가와 씨는 유유히 커피를 마셨다. 이 노인은 허풍을떠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열대』를 손에 넣었나.
"핵심은 무풍대에 있어요. 아가씨." - P132

"우리는 이 공백 지대에서 이야기의 줄기를 놓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학파는 존재해야 할 유일한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이야기 체계를 세우는 데 부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일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잘못이었던 겁니다. 그런 사고로는 이 가공할 책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어요. 지요 씨가 남긴 말을 생각해 봐요." - P132

"다시 말해 『열대』는 우리한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거죠 모두 진짜인 동시에 모두 이본異本인 겁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열대』는 마술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 P133

"우리는 제각각 『열대』를 만납니다." 나카쓰가와 씨는 말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겨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이윽고 이야기는 각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마치 사막을 흐르는 강이가지를 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그 물줄기들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마술적 정신으로 생각하면 답은 저절로 나옵니다.
어째서 우리는 『열대』의 결말을 모를까요. 어째서 『열대』는 사라졌을까요?"
나카쓰가와 씨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 P133

"왜 우리가 『열대』를 끝까지 읽을 수 없었는가 하면 현실과의 경계가 되는 결말이 『열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다시 말해 무슨 뜻인가. 우리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날 당신이 책을 펴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그대로 이 방으로 이어집니다. 알겠어요? 우리는 지금도 계속해서 읽고 있습니다. 이 『열대』라는 세계의 책장을 넘기는 중인 겁니다." - P134

"만약 우리가 『열대』 안에 있는 거라면." 시라이시 씨는 중얼거렸다. "이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죠?"
"그건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이란 그런 거예요."
"하지만 『열대』는 이야기잖아요."
"아닙니다. 아가씨." 나카쓰가와 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그게 그녀가 기억하는 나카쓰가와 씨의 마지막 말이었다. - P135

그녀는 무거운 발을 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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