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왜 사야마 쇼이치는 『열대』 첫머리에 일부러『천일야화』를 인용했을까요.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그 말의 인용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P162
아라비야 책방 주인이 그려준 약도 덕에 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호렌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유리문 밖의 작은 선반에 낡은 도기며 목각 호테이가 늘어 놓여 있었습니다. 가게 앞에 노부부가 걸음을 멈추고 서 있었습니다. 저는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귓전에서 속삭이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P162
"멋진 곳이군요." "감사합니다." "아는 분이 자주 오셨다고 하던데요." 저는 말했습니다. "전에는 기타시라카와에 있었다고 하죠?" "저희 아버지가 계실 때군요. 제가 아직 어렸을 때겠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게를이전했습니다. 벌써 30년쯤 전이랍니다." - P163
훌륭한 상점은 반드시 하나의 닫힌 세계를 이루고 있는 법입니다. 언뜻 보면 맥락 없는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 같지만 각 물건에 담긴 작은 이야기가 서로 공명해 불가사의한 조화를 자아냅니다. 호렌도가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 P163
이곳 또한 『열대』 탄생의 자취일지 모릅니다. 가게 안을 둘러보던 저는 구석에 있는 작은 선반을 발견했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달마 인형들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하나같이 - P164
저는 카드 상자를 열어봤습니다. 언뜻 보면 빈 듯 보였지만 낡아서 변색된 카드 몇 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앞쪽 카드에는 기이한 시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대는 밤의 날개로 새벽을 어둡게 하는구나." 그러나 그대는 내게 대답한다. "아니, 한 조각 구름이 달을 감추었을 뿐." - P164
"이거 카드 상자죠? 오랜만에 보는군요. 지금은 쓰는 사람도별로 없을테죠." "거기 있는 물건들은 아버지가 남긴 거예요. 왜 그런 걸 소중히 간직한 걸까요. 지금에 와선 알 수 없겠죠." "그대로 보관하고 계시는군요." "아버지가 거기 계시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눈은 상냥해 보이면서 불안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 P165
"이곳을 가르쳐 준 것도 그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도쿄에서 살지만 전엔 요시다산에 집이 있었다더군요." - P165
주인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듯 보였습니다. 그녀는 차를 제게권하며 말했습니다. "지요 씨라면 알죠." "그러시군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까요. 바로 얼마 전에도 오셨는데요." 저는 지요 씨와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 P166
호렌도 주인이 들려준 것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긴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주전자에서 차를 따라주었습니다. "사야마 씨의 비밀 말씀입니다만, 그 사람이 모습을 감춘 것과 관계있을까요?" 저는 말했습니다. "......모르겠군요." - P171
지요 씨의 아버지 나가세 에이조 씨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원래 사야마 쇼이치는 에이조 씨가 고용한 학생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었나. 사야마 쇼이치는 무엇을 감추고 있었나. 왜 모습을 감추었나. 그런 수수께끼들은 『열대』와 관계있나. 떠오르는 의문을 노트에 적어 봐도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P174
"실은 지난번 뵈었을 때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답니다." "뭐죠?" "그날 지요 씨는 뒷문으로 도망치셨어요." "도망쳤다고요? 왜죠?" "모르겠습니다. 친구분도 놀라시더군요." "......지요 씨는 혼자 오신 게 아니란 말씀입니까?" 동행자는 호렌도 주인도 이제껏 본 적 없는 노년의 남자였다고 합니다. - P172
"이것저것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지요 씨가 오시면 이 전화번호로 연락 부탁드린다고 전해 주시겠습니까. 내일밤까지는 교토에 있을 예정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만." 저는 말했습니다. "뒷문으로 나가도 될까요?" - P173
걸음을 떼려는데 주인이 "잠깐만요" 하고 불렀습니다. (중략) "혹시 ‘보름달의 마녀‘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확인하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맞아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P174
‘보름달의 마녀‘라는 이름을 들은 게 우연일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중략) 보름달의 마녀에게 간다. 그 말에는 분명히 숨은 의도가 있습니다. - P175
밤의 날개. 그 아름다운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때 저는 제 기억 속에서 그 말을 찾아낼 때까지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됩니다. 스스로도 다소 편집증적이다 싶습니다만저도 어떻게 할 수 없더군요. 머리에 먼저 떠오른 것은 소설가 로버트 실버버그의 「밤의 날개Nightwings』라는 작품이었습니다. - P176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느닷없이 이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대는 밤의 날개로 새벽을 어둡게 하는구나.‘ 그러나 그대는 내게 대답한다. "아니, 한 조각 구름이 달을 감추었을 뿐."
(중략) 호렌도 구석에서 발견한 낡은 목제 카드 상자. 거기에 남아있던 카드에 적힌 비슷한 글귀 - P176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제가 독립할 때 이전 가게 단골손님이 지어주셨답니다. 천일야화』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읽어본 적이 없지만요. 추리소설만 읽어서말이죠." "『천일야화』라고요?" "아세요? 『아라비안나이트』랍니다." "이 책 말씀입니까?" - P178
주인은 제 문고본을 그녀에게 들어보이며 "마키 씨" 하고 불렀습니다. "이거 흔치 않은 손님이 오셨는데요." "처음 아니에요?" 여자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가들었으면 기뻐하셨겠네요." - P178
(전략) "할아버님께서 이 가게 이름을 지으셨다고 하셨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가 『천일야화』를 읽게 된 것도 할아버지 때문이거든요. 꽤 기이한 이야기인데요." "흥미로운 이야기일 것 같군요." "흥미로워요." - P181
할아버지가 화가이셨기 때문에 제가 작업실에 자주 놀러갔거든요. 할아버지는 소위 고독한 예술가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느긋한 신선 같은 분이셨어요. 작업실에서 작업할 때 손주가 주위를 얼쩡거려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시며 ‘방해해 주는 편이 딱좋지‘라고 말하셨답니다. - P181
원래 공업소였다 보니 작업실이 아주 넓었거든요. 할아버지는 그곳에 별별 물건을 다 가져다 놓으셨어요. 작품과 화구, 온갖 자료와 과거의 기록들도 있었죠. 게다가 할아버지는 취미가 ‘발명‘이셨던 분이라 거기에 쓰는 도구도 있었답니다. 도움이되는 발명은 하나도 없었지만요. - P182
그런데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허락해 주지 않으신 게 있었습니다. 작업실 뒤에 작은 단층집이 있었는데 거기 들어가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 P182
. 포기하고 어머니한테 여쭤봤더니 "거긴 도서실이야"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어머니도 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 P183
그러다가 제가 시조에 있는 화랑에 취직한 지 얼마 안 돼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예요. 무척 슬펐지만 각오했던 일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게 이치하라의 작업실이에요. 할아버지는 그곳에 아무거나 다 가져다 놓으셨어요. 물건을 처분하는 걸 싫어하셔서 별의별 게 다 뒤죽박죽되어 있었어요. - P183
땀을 훔치면서 작업실을 정리하는데 어렸을 때 제가 그렸던 그림이 나와서, 할아버지는이런 것까지 안 버리고 갖고 계셨나 싶어 괜히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작업실 뒤에 있는 단층집을 ‘어쩌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게 됐습니다. - P184
"그 단층집이 어째 무서워요." 제가 그런 말을 했더니 부모님도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오빠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겁을 준 탓이라고 말하더군요. "내가 대신 열어주지." "나도 가마." 아버지도 말씀하셨습니다. - P185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단층집은 마물의 보금자리도 뭣도 아니었어요. 그밖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안은 정말 쾌적한 ‘도서실‘이었던 거예요. 바닥에는 페르시아 양탄자를 깔았고 아주 편해보이는 소파며 앤티크 테이블, 램프가 놓여 있더군요. 그리고 세 벽에 전부 책꽂이를 짜 넣었고요. - P186
하나 마음에 걸린 건, 『천일야화』가 참 많다는 거였어요. 당신은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천일야화』는 아랍어 원전을번역한 것, 영어로 번역된 버턴 판을 중역한 것, 마르드뤼 판에 갈랑 판 같은 프랑스어 판을 중역한 것도 있습니다. - P186
다양한 번역판 『천일야화』를 빼면 나머지 책들은 잡다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옛날 책 같은 게 있는가 하면 비교적 최근책도 있고, 일본 작가의 책이 있는가 하면 번역본도 있고, 하드커버가 있는가 하면 문고본도 있었습니다. 맥락이 전혀 없는거예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아무도 들여놓지 않을 정도였으니이 장서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분명했죠. - P187
"할아버지도 책에 뭔가 쓰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것도 그렇군. 한번 볼까." 저희는 책꽂이 책을 훑어봤습니다. 제가 별 생각 없이 꺼낸 책은 이자와 나쓰키의 『마티아스길리의 실각マチアス•ギリの失脚』이었어요. 책장을 넘기다가 전 숨을 훅 들이마셨습니다. 천일야화 속에 이미 나타난다‘라는문장에 검은 밑줄이 그어져 있는 거예요. 옆에 있던 야나기 씨를 봤더니 야나기 씨도 놀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책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야나기 씨가 들고 있었던 건 요시다 겐이치의『서가기書架記』였죠, 옆에서 봤더니 차례 중에서 ‘마르드뤼 역 『천일야화』‘에 밑줄이 그어져 있더군요. 그 다음 제가 꺼낸 책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여뀌 먹는 벌레』였는데, 그 소설도『천일야화』와 관련된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 P189
"그럴 만도 해. 별다를 게 없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놨으니까. 의식해서 찾아보지 않으면 놓치고 넘어갈 거야. 그나저나 이걸로 납득이 가는데 스티븐슨의 『신 아라비안나이트』가 있고 이나가키 다루호의 『일천일초이야기』있어. 『천일야도화』에서 촉발돼서 쓴 작품들이지." - P190
할아버지의 단순한 취미였을까요. 하지만 도서실에 모아놓은 막대한 책을 보다 보면 어쩐지취미만은 아닌 듯한 집념이 느껴지는 거예요. - P190
역을 향해 걷는데 야나기 씨가 중얼거렸습니다. "건물이 어째 묘하군." "야나기 씨 생각에도 그런가요?" "그 문도 창문도 어딘가 이상해. 게다가 말이지, 자네하고 거기 있는 동안 줄곧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거야. 대체 뭐였을까." - P190
"도서실은 어떻게 됐는지요?" "지금도 그대로 있어요. 할아버지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고싶어 거기에서 『천일야화』를 여러 번 읽었답니다. 온갖 이야기가 머리에 새겨졌어요. 혹시 임금님이 제 목을 베려고 하면 셰에라자드처럼 이야기를 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할아버님께서 남기신 수수께끼는 풀렸습니까?" 수수께끼는 지금도 수수께끼예요." - P191
저는 미키 씨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물론 『열대』 때문입니다. 시라이시 씨는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가설을 기억하시는지요? 학파 멤버들이 읽은 『열대』는 모두 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이본‘이었다는 가설 말입니다. - P193
제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네요"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불안하지 않으세요?" "뭐가 말이죠?" "작가인 사야마 쇼이치는 사라졌고 지요 씨라는 사람도 사라졌어요.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 생각은 안 드세요?" - P194
그 뒤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술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마키 씨가 쫓아온 겁니다. "교토시 미술관에 가보세요." 그녀는 속삭였습니다. "참고가될지 모르겠지만요." "미술관이라고요? 뭐가 있는데요?" - P194
"이런 시간에 죄송합니다. 이마니시라고 합니다." "이마니시 씨?" "호렌도에서 명함을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상대방은 말했습니다. "지요 씨를 찾으신다죠?" 그 순간 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깨달았습니다. "지요 씨 친구 분이시군요?" - P195
"그 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이마데가와 거리에 ‘신신도‘라는 커피집이 있습니다. 거기서 오후 1시는 어떻습니까?" 제가 당혹해하면서 승낙하자 상대방은 느닷없이 이런 말을했습니다. "『열대』를 읽었습니까?" - P195
지난밤은 너무 피곤해서 노트를 쓸 수없었기 때문에 자기 전에 단어만 먼저 메모해 뒀던 겁니다. 키워드만이라도 적어 놓으면 나중에 기억을 재현하기가 쉬워집니다. 단어들을 다시 읽으면서 저는 어제 있었던 일을 되도록 정확하게 노트에 메모했습니다.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 P197
말할 것도 없이 『천일야화』 말입니다.
아라비야 책방에서 읽은 『천일야화』 호렌도의 카드 상자에서 발견한 『천일야화』 속의 시 그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폰토정의 술집 ‘밤의 날개‘ 그 술집에서 『천일야화』 이야기를 한 마키라는 여성 그녀의 할아버지가 남긴 『천일야화』 관련 서적 컬렉션
폰토정 술집에서 마키 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P197
조사해 보니 교토시 미술관은 헤이안 신궁 옆에 있고 호텔에서도 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마니시 씨를 만나기로 한것은 오후 1시이니 미술관을 둘러볼 시간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 P198
이득고 서양화가 전시된 큰 방에 들어갔을 때 안쪽 벽에 걸린 그림 한 장이눈에 띄었습니다. (중략) 소개문을 읽은 순간 전율했습니다. <보름달의 마녀, 마키 노부오, 1984〉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 P199
파란 옷을 입은 여성이 홀로 황무지에 서 있습니다. 그녀는 이쪽을 등지고 황무지 너머로 이어지는 모래 언덕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군청색 하늘은 해가 진 다음 같기도 하고 해 뜨기 전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면 왼쪽 뒤로 하얀 궁전이 동그마니 그려져 있습니다. 사막의 궁전. - P199
문득 모래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해 눈을 떠보니 저는 어둑어둑한 공간에 있었습니다. 미술관 전시실과는 전혀 다른 장소인 듯했습니다. 눈이 점점 어둠에 익자 성당처럼 천장이 높은 홀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 P200
저는 놀라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림 속 사막의 궁전에 있었던 겁니다. 그때 홀 안쪽 어둠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 P200
모습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는 저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상대방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보름달의 마녀인가?" 그러자 발소리가 뚝 멎었습니다. 그리고 텅 빈 공간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케우치 씨세요?" - P201
"말씀드릴 게 많은데 시간이 없어요. 폭풍이 오거든요." 그러더니 당신은 서둘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케우치 씨가 교토로 가신 다음에 나카가와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했어요. 나카쓰가와 씨는 『열대』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었어요. 『열대』는 실로 마술적인 책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열대』 안에 있다고요." "『열대』 안에 있다고요?" - P202
먹구름 속을 번개가 용처럼 내단고, 천둥이 우르릉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에 관해 생각난 게 있어요. 마왕이 하는 말인데…………‘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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