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같다.
막 26시를 지났고, 나는 거친 돌바닥에 큰대자로 널브러져있었다. 사방이 어찌나 캄캄한지 마치 장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9

기억 속 마지막 몇 분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미지와 소리 들로 조각조각 나 있다. 베르토가 크레바스 입구에 나를 내려 준 기억이 났다. 부서진 얼음 조각들과 함께 크레바스 아래로 내려간 기억, 걸어간 기억이 났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남쪽 벽 위쪽에 바윗덩어리가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원숭이 머리처럼 생긴 바위였다. 웃음이 났다. 그러다가.....
·왼발이 허공을 디디면서 그대로 추락했다. - P10

추락하면서 어딘가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부러졌을까? 그럴수도 삐었을까? 확실히 그런 것 같다.
통증을 느낀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겠지? - P11

[RedHawk]: 작은 구덩이도 아니었어, 미키. 엄청나게 컸다고. 이친구야. 대체 왜 그랬어?
[Mickey7]: 바위를 구경하고 있었어.
[RedHawk]: .......
[Mickey7]: 원숭이처럼 생긴 바위였거든. - P11

[RedHawk]: 음, 난 네가 빠진 지점의 상공 200미터 위를 선회하는 중이라 네가 보내는 메시지도 겨우 받고 있어. 너 엄청 깊이 빠졌어, 이 친구야. 게다가 여기는 크리퍼들 구역이야. 너를 구출하려면 고생도 죽어라 하고 위험도 감수해야 하겠지. 너도 알겠지만 익스펜더블(본작품에서 소모품 역할을 하는 작업자를 가리킨다-옮긴이)에 그만한 희생을 할 이유는 없잖아. - P12

[RedHawk]: 미키, 왜 이래? 동정심 유발 작전이라니. 진짜 죽는것도 아니잖아. 돔으로 돌아가면 네 손실 보고서를 올릴 거야. 임무중 손실이니까. 마샬이 재생을 반대할 리도 없잖아. 내일이면 재생탱크에서 나와서 네 침대에서 깨어날 수 있다고.
[Mickey7]: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것참 편리하겠구나. 그동안 나는 구덩이에서 죽어 가고 말이야. - P12

. 겁쟁이 같은 베르토 녀석. 나를 구하러 오지 않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 내가 무슨 소릴 한담. 날 구하러 올 턱이 없는 녀석이지 - P13

이 일을 하다 보면 죽음에 이르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실제로 죽음의 과정을 밟고 있지 않을 때 그런다는 얘기다. 이제껏 한 번도 얼어 죽은 적은 없다. 물론 상상해 본 적은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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