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우리 쌀 100퍼센트에 우리 누룩을 쓰고, 감미료를 넣지 않은 막걸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주류(主流는 밀과 입국, 그리고 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다.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술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술꾼의 깊은 고민이 아닐수 없다. - P249

‘재래식 막걸리‘가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 중 큰 부분은서민들과 함께해 온 시간일 것이다. 끼니를 때울 양곡도 모자라던 시절,
1961년 주세법 개정으로 탁주와 약주에 백미의 사용이 제한되고, 1966년에는 쌀을 사용하는 것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면서 막걸리는 오로지 밀로만 빚게 됐다. - P249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렇게 만들어진 밀, 입국, 감미료 막걸리는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술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현대사의 질곡을 타넘었다. 1960년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 우리 곁에 존재해 오고 있는 것이다. - P250

 할아버지인 故 이종진 창업주의 뒤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동중 대표는 1978년부터 아버지를 도와 양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혼란스러운 것이 많았어요. 원료, 제조 방법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다 보니 처음에는 쌀로 만들던 것을 밀가루로 만들어라, 옥수수가루로 만들어라. 그러다가 쌀 생산량이 많아지니 다시 쌀로만들어라. 그러다 보니 술맛도 안정되지 않고 변화가 많았죠. 품질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술이 출고되는 일도 있었는데 특히나 여름철에는 그런 술이 달구지나 자전거에 실려 가다가 후발효가 일어나는 바람에 터져버리는 일도 많았죠" - P251

벽면에는 그때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19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정겹게 느껴질 만한 모습들이 가득하다. 탱크 앞에 길게 줄지어 있는 플라스틱 말통, 그 사이사이에 섞여 있는 양푼 주전자,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호스로 그 통에 술을 채우는 일꾼, ‘양촌‘이라고쓰인 막걸리 통을 싣고 기다리는 소달구지와 자전거. 막걸리가 본격적으로 병입돼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1978년이니, 그 이전의 풍경일 것이다. - P251

이동중 대표가 술을 내왔다. 양촌양조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만들어왔고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양촌 생막걸리다. - P252

"사람들 입맛이 그동안 단맛에 적응하다 보니, 술 만드는 사람들이 감미료를 과하게 넣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단맛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쓴맛만 가릴 정도로 넣습니다. 들어가는 감미료도 자연에서 추출한 효소 처리 스테비오사이드고요." - P252

(전략), 초기의 사카린에서 좀 더 천연 물질에 가까운 아스파탐으로, 그리고 아예 스테비아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자연 물질 스테비오사이드로 변화해 왔다. (중략). 이것을 넣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논쟁은음식에 MSG를 넣는 것이 맞나 틀리냐 하는 것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옳고 그름보다는, 어느 정도의 가격대에 맞춰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 P253

"출고가가 1,500원입니다. 많이 싸죠. 막걸리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가격 조정을 하려 해도 어렵습니다."
기존의 막걸리가 ‘서민의 술‘이라는 지위를 굳건히 지켜온 데는 이렇듯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 가격 정책과 그 가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양조업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양촌양조에서 부리는 가격의 마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술은 양촌 생동동주다 - P253

공정의 편이성과 술맛의 풍부함을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한 선대 양조사들의 연구의 산물이다. 이 술의 출고가는 3천 원대. 하지만 입에서는 옅은 사과와 바닐라의 향이 느껴진다.  - P254

 우렁이쌀은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이용해 재배한 친환경 무농약쌀을 말한다. 이동중 대표의 농업대학교 동기 중에서 그간 쌀농사만을 연구해 온 분이 농사지은 우렁이쌀을 원료로 2016년부터 우렁이쌀 손막걸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 P254

 또한 커다란 흐름이라 할 수 있는 감미료 무첨가 막걸리에도 도전해,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찹쌀을 원료로 한 우렁이쌀 드라이를 내놓았다. - P254

"시중에는 비싼 술 많잖아요. 저희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가격을 많이 올릴 수가 없죠.
좋은 원료로 만들고도 저렴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게 술 만드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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