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 - P7
이 책을 살펴보고 읽고 소장하고 곁에 둔 분들은 아마도 친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분들, 혹은 인간관계의 과학적 실체가 궁금한분들일 것이다. 친구관계에서 사소한 문제를 겪고 있을 수도 있고, 친구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안 돼 화가 많이 나 있거나 심각하게 절교를 고민하는 분일 수도 있겠다. - P7
우리는 왜 친구를 사귀며 우정이 필요한지, 우리는 누구와 친구가 되는지, 우정은 어떻게 형성되며 언제 균열이생기는지, 그야말로 우리가 우정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다. - P8
하지만 동화에서처럼 우정은 다른 동물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이 아니며, 서로 다른 종들 간엔 더욱 그렇다. 사회적 동물 중에는 서로 무리 지어 다니거나 깊은 유대를 보이는 종도 있긴 하지만, 세심히 살펴보면 대개 혈연관계를 맺고 있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전략적 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8
다시 말해, 인간의 우정과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 무리 지어 다니는 인간들과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르냐고? 인간들의 친구는 대개 생존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너무 냉정했나?). - P9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존이나 경제적 이득과 상관없이, 그저 ‘관계‘ 그 자체가 좋아서 곁에 두고 교류하게 되는 사람들을 우리는 ‘친구‘라 부른다. 도대체 왜 우리는 그들과함께 인생을 살아가는가? 이 책에는 그 답이 있다. - P9
로빈 던바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한다.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앉아 있다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냥 보내지 않고 옆에 앉히고 싶은 사람, 혹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다면 ‘받을 사람 리스트‘ 에 꼭 포함시키고 싶은 사람 말이다. - P9
따라서 우리는 우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내 삶의 지향점을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록가수 짐 모리슨의말처럼, 친구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가 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주는 사람이다. - P10
던바는 이 책에서 숱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준다. 진심 어린 우정이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 조목조목 일러준다. 실제로 고독이란 것도그저 외롭고 심심한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발달한 감정으로서 내 삶과 사회적 관계에 있어 뭔가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사회적 신호라고 경고한다. - P10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중요한 공부는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할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P10
그런데 로빈 던바의 《프렌즈》는 좀 더 각별하다. 우선 최근 학자들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우정‘이라 불릴 만한 관계에 대해 특별히 학문적으로 주목했다. - P11
나의 특질이고스란히 반영되고, 아무나와 맺지 않고 매우 선별해서 정하며, 한번관계를 형성하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호혜적인 특징을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이익/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행복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정이야말로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 P12
덧붙이자면, 사회과학을 탐구하는 학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회과학의 연구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직감할 것이다. 네트워크 과학retwork science, 복잡계 물리학 complexsystem research,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같은 방법을 이용해 이른바 ‘계산사회과학computational social science‘이라 불리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 P13
추측컨대, 앞으로 인공지능, 그중에서도 머신러닝이나 자연어 처리 분석법은 온라인 데이터로 파악된 인간관계만으로 우리가 누구와 친구가 될지, 이 우정이 얼마나 오래갈지 정교하게 예측해주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 P13
우리는 우정에대해 훨씬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생물학적 증거들을 수집할 수 있게된 것이다. 특히 우정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 기능인 공감empathy, 타인에 대한 인지적 이해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제삼자의 입장되어보기 (정신화mentalising) 같은 기능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탐구할 수 있게 됐다. - P14
덧붙여, 경제적 요건, 가족 관계,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질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온 사회의학이 글로벌 데이터의 수집, 코호트 집단에 대한 분석, 오래 축적된 장기적 연구 등으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정이 얼마나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 P14
던바 교수는 당시 우리 연구를 매우 흥미로워하면서 가십 연구의대가답게 통찰력 있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가 던진 질문들은 우리의 후속 연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너무나 고마워하고있다. - P15
로빈 던바는 오랫동안 영장류를 관찰하고 연구해온 동물행동학자로서,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진화적 기원을 밝히는 데 힘을 쏟아왔다. 그의 연구가 독창적인 이유는 영장류 연구를 토대로 다른 대형 유인원들과 인간을 비교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뇌 가설 socialbrain hypothesis‘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해, 인간과 영장류들의 사회성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 P16
특히 그는 인간의 뇌가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발달해왔으며, 따라서 뇌의 크기와 용량으로 인간관계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숫자가 바로 ‘150명 ‘이며, 이를 우리는 ‘던바의 수Dumbar‘s Number‘라고 부른다. 특히 이 책에서 던바는 던바의 수를 비롯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그것이 인간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의 학문적 여정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 P16
당시 우리가 만났을 때, 던바 교수는 지도학생이 얻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숱한 뒷담화와 가십‘들을 녹음해 그 안에 담긴 어휘 분석의 결과를 흥분된 어조로 내게 설명해주었다. - P16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프렌즈》를 통해 그가 최근에 얻은 우정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 P17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친구관계도 보다 가늘지만 폭넓어졌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여전히 대화하고 친교를 나누는 친구의 수는 150~250명 사이라는 것이다. - P17
이 분야를 직접 연구해온 학자답게 우정에 대한 최신 연구 논문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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