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기가 끝나고 그 소년이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크 트웨인조차도 말이다. 나는 그런 순간을 목격했다. 그 소년은 당시 열한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있던 딘이었고 그 ‘순간‘은 1992년 8월 23일, 온화하고 화창한 한여름의 일요일 오후였다. 장소는 뉴욕주 조지 호수 인근에 있는, ‘위대한 탈출 Great Escape‘이라는 정말 멋지고 독특한 놀이공원이었다. - P205

그러므로 광활한 애디론댁공원 Adirondack Park의 동쪽 경계선을 따라 미들베리에서 남서쪽으로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위대한 탈출 놀이공원은, 더 위대한 탈출로부터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이행의 과정에서 이상적인 기착지가 되어주었다. - P206

작긴 하지만 둘도 없이 특별한 이곳은, 사실 놀이공원이라기보다 놀이공원의 박물관에 더 가깝다. 공원 안의 작은 ‘묘지‘에는 ‘정글랜드‘, ‘대니 더 드래곤‘, ‘크랙 액슬 캐넌의 악몽‘ 등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놀이기구와 테마들을 기념하는 푯말이 꽂혀 있다. - P206

마치 모든 방문객이 매표구에서 미국인의 습관적인 초조함을 스무디 한잔과 바꾼 뒤 칼로리의 환희를 맛보며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한번은 고개를 들어보니 대머리에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격투기 선수처럼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EVERLAST" 라고 적힌 몸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 차림으로 권투 장갑을 낀 채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공에 펀치를 날리며 구르듯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그는, 마지막 순간 예의 바르게 나를 피해 옆으로 지나갔다. - P207

그 일요일, 우리는 위대한 탈출에서 오후를 보냈다. 지는 해가 아이들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케빈의 금빛 머리카락과 딘의 적갈색 머리카락에 이글거리는 빛을 던졌다. - P207

며칠 뒤 딘이 소년기를 뒤로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며, 그 소년기는나의 주문 속에 영원히 멈춘 채 남겨졌다. 그로부터 5년 뒤면 영원히어릴 것 같던 날들의 모든 흔적이 영영 사라질 터였다. - P208

딘의 행동은 점점 더 반항기를 보이며 천천히 변해갔고, 사춘기중반기에 이르자 변화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아너리와 나는 여전히 그 변화를 거쳐 가는 단계‘로, ‘호르몬‘ 탓으로, 부모에게서 ‘분리되고자 하는 정상적인 심리 욕구에서 촉발된 ‘부모에대한 반항‘으로 치부했다. 우리가 그 시기를 무리없이 넘기고 딘과대치하는 일을 최소화하면 언젠가는 그것도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 P208

딘이 막무가내로 반항적인 태도만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 애는기타 교습을 받아도 되느냐고 물었고, 그래서 우리는 케빈의 선생님에게 교습을 받게 했다. 딘은 빨리 배웠다. 딘의 취향은 포크와 록 음악쪽이었다. 중학교 교내 재즈밴드에서는 색소폰을 연주했다. - P208

 우리 집 마당은 나무들이 시작되는 숲의 가장자리 근처에서 위쪽으로 경사가 져있었는데, 딘은 자기가 팔을 뻗었을 때 손가락 끝보다 조금 높게 날아가게끔 공을 던져주면 좋아했다. 공을 잡든 놓치든, 드라마틱하게 몸을 날려 비탈 위에 부드럽게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쉬운 동작은아니라, 내가 경기를 챙겨 보는 몇몇 팀에도 이 기술을 완벽히 구사하는 프로쿼터백들은 많지 않다). - P209

그리고 자기만의 신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경기장에서 작전 회의가 진행되던 중 경기에 참여하라는 의미로 자신의 등번호 "36"을 처음으로 부른 순간이었다. 짐작건대 딘은 그 일을 잊었을리 없고, 어쨌든 나는 분명히 잊지 않았다. - P209

다음 시즌에 딘은 패스를 하고 오른쪽으로 날렵하게 돌아 경기장 가운데로 45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려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딘이 골라인을 넘는 순간 엔드 존 가까이 서 있던 코치는, 나중에 내게 그날 딘이 달려오는 내내 웃고 있었다고 말해줬다. - P210

그러나 딘은 질문받는 것을 싫어했고, 특히 집밖에서의 생활이나 친구들에 관한 질문을 싫어했다. 아너리와 나는 딘과 케빈에게 맥주를 포함해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 담배와 마약의 경우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 P210

 아이들을 집 안에가둬두지 않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그리고 오래지 않아 우리는 집 안에 가두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게 된다). 우리가 매일 밤희망한 것은..……… 그랬다, 우리는 희망을 품었다. 매일 밤. - P210



1997년 가을 케빈이 갓 열네 살이 되었을 때, 케빈의 기타 선생님이 케빈을 경연에 내보내자고 제안했다. 경쟁의 세계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 P211

우리에겐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돌이켜보면 필요 이상 호들갑을 떨었던 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격주로간행되는 미들베리의 지역 언론에 케빈의 2관왕 소식을 알렸고, 편집자는 케빈이 기타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실었다. 친구들과 친척들에게도 당연히 이 소식을 알려야 했다. - P212

8장. 광기와 천재 - P215

예술적 천재성을 지녔거나 전반적 인지능력이 비범하게 높다는사실이 조현병과 관련이 있을까? 이는 조현병의 특성을 둘러싼 여러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다. 물론 나에게는, 그리고 아너리에게도 이 질문은 단순한 학술적 관심사를 넘어선다. - P215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가장 잘하는 일은 시험관을 흔들며 바로 그런 가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다. 미친 과학자 영화는 공포영화라는 더 큰 장르의 하위 장르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신 또는 신들의 의지에 함부로 간섭하는 일(마치 영화가 광기 어린 눈을 번득이는 주인공에게 "미치지 않고서야 네가 그런 일을 시도라도할 수 있겠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에 사람들이 느끼는 원초적 불안을표현한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독보적이다. - P215

오늘날 전반적인 반지성주의 정서의 거대한 흐름이 과학자들을향한 증오를 키우는데, 특히 지구온난화, 낙태와 성교육, 특정한 기반의 경제적 현실에 맹목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그 흐름을 대표한다. - P216

그 세력이란 성서 속 절대론을 인용하는 기독교 복음가, 그 인용 또는 주장을 믿고서 ‘현실에 근거한‘ 공동체를 가리켜가소롭고 순진하다며 업신여기는 정치 지망생, 과학이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상업과 교육의 거대 시스템, 그리고광기를 지나치리만치 이성적인 사고의 부산물로 의심하도록 훈련된 대중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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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에 대한 사설, 흥미로운.


카페에 있던 책.

초콜릿의 역사

초콜릿의 기원은 온두라스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지방에서 초콜릿 잔여물이 든 토기가 발견된 것을 근거로 하여 약 B.C 1400년경으로 추정된다. 현대와 같은 초콜릿 가공 기술이 없었던 고대에는 카카오의 과육을 그대로 먹거나 밀대로 으깨어 먹거나 발효시켜 물에 타서 바닐라, 칠레 고추, 과일 혹은 꿀과 섞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멕시코의 올맥족, 마야족 그리고 아즈텍 문명에서 카카오는 ‘신들의 열매‘로불리며 황제에게 진상되었고, 매우 귀한 음식으로 왕족과 귀족들만이 먹을 수 있었다. 이 귀한 카카오빈은 높은 영양가와 원기회복의 효능을 가진 음료이며, 화폐의 용도로 사용되어 가축, 농작물, 노예 등의 거래뿐만 아니라 세금, 공물로도 이용되었다. - P10

그 후 18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화학자인 반호텐(Coenraad Vanhouten)이 카카오 리커에서 카카오버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분말 형태의 초콜릿과 고체 형태의 초콜릿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스위스에서는 1876년 다니엘 피터(Daniel Peter)에 의해 밀크초콜릿이 개발되었고 처음으로 초콜릿에 헤이즐넛이 첨가되었다. - P10

• 포라스테로 Forastero

전체 생산량 90%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일대이다. 카보스의 크기가 비교적 큰 편이며,
병충해에 강하지만 맛이 쓰고 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최하위등급의 종이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의 주요 품종에 관하여 - P12

와인 제조자와 달리 초콜릿 제조자는 대부분 재배, 수확, 발효에 해당하는 원산지에서의 품질관리 권한을 갖지 못한다. 그 이유는 전 세계 대다수 카카오 농장의 카카오 재배 시스템이 거대 플랜테이션에서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이 소유한 넓지 않은 땅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P13

 건조 방법으로는 태양볕에 넣어서 말리거나 불이나 열기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건조를 마친 카카오빈은 재배지에서 여러 가지 불순물들을 포함한 채 오기 때문에 가공을 하기 전에 세척을 해야 한다. 세척은 몇 단계로 나뉘어지는데, 먼저 체와 자석을 이용하여 돌과 금속을 제거하고 그 다음 먼지를 제거한다. - P14

미분 Micronizing

미분은 카카오빈을 가루 형태로 빻는 것을 말하며, 카카오빈은 카카오 셀(Cacao shell)과 카카오닙(Cacao nib)으로 구성된다.
껍질 부분에 해당하는 가벼운 카카오 셸은 바람을 일으키는 장치로 날려보내서 제거하고, 무거운 카카오닙만을 남겨 다음 가공 단계로 보내게 된다.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미 식품의약국)에서는 초콜릿 리커에 함유되는 카카오 셸은 1.75%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셸의 잔여물이 많이 남아있을 경우 초콜릿의 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4

카카오버터 Cacao Butter

초콜릿 리커를 압축해서 추출한 지방 성분을 말한다. 카카오버터는 그 자체의 향은 없지만 초콜릿이녹을 때 점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또한 녹는점이 사람 체온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초콜릿은 입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단단한 상태로 있다가 입 안에서 서서히 녹는다. 그리고 카카오버터는 결정화되었을 때 수축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몰드 작업 시 틀에서 쉽게 뺄 수 있다. 카카오버터는 초콜릿의 원료중 가장 비싸며 템퍼링 작업이 필요한 이유도 카카오버터 때문이다. - P17

커버추어 Couverture

초콜릿 작업에서 사용할 기본 재료가 되는 초콜릿을 말한다. 카카오매스에 카카오버터를 첨가했기때문에 녹았을 때 흐름성이 좋고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WHO(World Health Organisation, 세계보건기구)와 FAO(Food and Agricultural Organisation of the United Nations,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의 지침에 따라 최소 코코아 파우더 35%, 카카오버터 31% 이상을 함유하고 있어야 커버추어라고할 수 있다. 코코아파우더와 카카오버터를 기본으로 당분, 착향료, 분유, 레시틴 등이 첨가된다. 커버추어는 그 구성 성분에 따라 다크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으로 나눠진다. - P17

다크 펠코

•특징 : 카카오버터의 풍미가 입 안에서 향긋하게 도는 쌉쌀한 초콜릿, 카카오 함량52%로 향이 깊고 진하며 벨코라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달고 부드럽다. 모든 초콜릿 레시피에 사용할 수 있으며 그냥 먹어도 그 맛과 향이 다른 초콜릿에 비해 탁월하다.

●성분 : 카카오매스 36.2%, 카카오버터 16.11%, 설탕, 레시틴, 천연바닐라 향 - P19

화이트 에델바이스.

· 특징 : 스위스 우유로 만들어진 정통 스위스 화이트 초콜릿으로 다른 유럽산 제품과는 차별화된 풍부한 우유 맛을 낸다.

- 제조국 : 스위스 - 빈원산지 : 가나 - 카카오 함량 : 36%-빈 종류 : 가나 포레스테로 - 공급형태 : 론도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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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연륜 있는 베테랑 프로그래머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컴퓨터의 동작 방식과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에 집약해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컴퓨터를 더 많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개발자와 컴퓨터공학 전공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강유 /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P6

이 책은 프로그램의 세계에 대한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컴퓨터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이런 것이 어떤 식으로 실제로 활용되는지를 두루두루, 하지만 꽤 상세하게담고 있다.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던 초심자에게 이 책은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이미 오래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자신의 분야에만 익숙하거나 본질적으로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잠시 잊었던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넓은 프로그램 세계에서 어디에 안착하고 있는지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권정민/ODK Media, Data Analytics Lead(데이터 분석 리드) - P6

오늘날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최신 노트북조차 분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 P7

 결국에는 층층이 쌓인 모든 구성요소가 제대로맞물려 돌아갈 때 기능이나 성능 측면에서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탄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부분뿐만 아니라 큰 그림에서 바라봐야 하므로 어느 정도까지는 컴퓨터 하부에서 동작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P7

이 책은 소프트웨어를 지탱하는 기술을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반이 되는 주요 지식과 팁을, 때로는 고전적으로 때로는 현대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빠른 템포로 정리해준다. 컴퓨터전공자라면 과거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비전공자라면 전공자들이 학교에서 어떤 지식을 배우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궁극적으로 비트와 바이트를 처리하는 논리적인 생각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이 책의 내용이 훨씬 더 가슴속에 와 닿을 것이다.

- 박재호 / Clean Code 클린 코드」 역자 <컴퓨터 vs 책> 블로그 운영자 - P7

프로그래밍은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다. 덕분에 프로그래밍의 저변이 확대되어 개발자의 수도 많아졌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세상사를 효율화할 수 있었으며, 소프트웨어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됐다. 하지만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는 컴퓨팅의 중심에서 반대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개발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흔한 개발자 중한 사람이 되고 있다. - P8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컴퓨터 상식과 기본이 가득한 책이다. 컴퓨터가 동작하는 원리부터 시작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네트워크 통신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래밍의 기본이 되는 지식들을 총망라한 바이블이다. - P8

아직 프로그래밍에 입문하기 전이거나 혹시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분명 이 책을 다 본 후에는 세상이 다시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감히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컴퓨터공학/과학 전공자에게도 자신의 지식을 복기하기 위한 필독서로 꼭 한 번쯤은읽어보길 권한다.

-오창훈 / 토스증권 CTO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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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식은 어떤 책도 전혀 펼쳐보지 않는 것이다. - P22

 책을 자주 접하는 독자에게도 출판물 대부분은 거의 완전히 외면을 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극히 일부를 읽을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22

그리하여 이 단체의 책임자들 소설에서 무질은 이들을 우스꽝스런 어광대들로 묘사하고 있다―은 모두 "대속(代)의 사상‘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이 사상을 애매모호한 자신들의 상투적 표현을 통해 부단히 상기시키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과연 어떤 사상이 그런 사상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그것이 자신들의 나라 바깥에서 구제 기능을 발휘하게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 P23

그런 태도의 극단에서 우리는 어떤 책이건 책을 전혀 펼쳐보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책을 모른다거나 책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완전한 비독서자의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무질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에 등장하는 사서(司書)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 P22

무질의 이 소설은 지난 세기 초의 카카니-‘카카니Cacanie‘ 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머러스한 표현이다 라는 나라에서 펼쳐지는데, 황제의 다음 번 생일잔치를 본국 바깥에 있는 나머지 세계의 죄를 씻어주는 하나의 범례로 삼아 엄숙하게 거행하자는 생각을 중심으로, 비밀운동‘ 이라는 한 애국운동단체가 결성된다. - P23

이 비밀 운동‘의 책임자들 중에서도 가장 우스꽝스런 인물이 바로스톰(Stumm은 독일어로 ‘벙어리‘ 라는 뜻이다) 장군이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이 대속의 사상을 찾아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역시 이
‘비밀 운동‘의 일원인 디오팀에게 주기로 결심한다. - P23

특별한 아이디어도 수단도 없을뿐더러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낼 방도는 더더욱 없는 처지였기에, 스톰 장군은 "적의 힘에 관한 정보도 좀얻고 자신이 찾고 있는 독창적인 관념을 가장 잘 조직된 방식으로 손에 넣기 위해, 독특한 사상들을 얻는 데 이상적인 장소라 할 수 있는 황실 도서관에 가보기로 결심한다. - P24

독서는 우선 비(非)독서라 할 수 있다. 삶을 온통 독서에 바치는 대단한 독서가라 할지라도, 어떤 책을 잡고 펼치는 그 몸짓은 언제나 그것과 동시에 행해지는, 그래서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그 역의 몸짓을 가린다. 즉, 그 책 외의 다른 모든 책들, 어떤 다른 세상이었다면, 선택된 그 행복한 책 대신 선택될 수도 있었을 다른 모든 책들을잡지 않고 덮는 몸짓을 가리는 것이다. - P26

특성 없는 남자는 교양과 무한을 가로지르는 이 오래된 문제의 한계를 상기시키지만 가능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스튬 장군이 만난 그 사서가 선택한 해결책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책들, 혹은 최소한 자신의 도서관에 소장된 수백만 권의 책들 속에서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아냈다. - P26

무식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책들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일부러 어떤 책도 읽지 않도록 주의하는 그 특이한 사서 앞에서 장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 P27

이 입장의 지혜로움은 진정한 교양은 완전성을 지향해야 하며 국소적인 지식의 축적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전체라는 관념에 중요성을 부여한다는 데 있다. 더욱이 그러한 전체성의 추구는 개개의 책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책의 개별성을 넘어 그 책이 다른 책들과 맺는 관계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 P29

사상들 사이의 모든 소통과 원하는 연결선 설정을 가능케 하는 철도 노선표 같은 뭔가에 관해 몇 마디만 덧붙이고 싶네. 사실 그는 불안할 만큼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네. 나를 카탈로그 실로 안내해서는 거기에 혼자 머무를 수 있게 해주었지.  - P29

교양을 쌓은 사람들은 안다. 불행하게도 교양을 쌓지 않은 사람들은모르고 있으나, 교양인들은 교양이란 무엇보다 우선 ‘오리엔테이션‘
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31

티나는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 책을 읽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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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도입부.

우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 - P7

이 책을 살펴보고 읽고 소장하고 곁에 둔 분들은 아마도 친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분들, 혹은 인간관계의 과학적 실체가 궁금한분들일 것이다. 친구관계에서 사소한 문제를 겪고 있을 수도 있고,
친구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안 돼 화가 많이 나 있거나 심각하게 절교를 고민하는 분일 수도 있겠다. - P7

 우리는 왜 친구를 사귀며 우정이 필요한지,
우리는 누구와 친구가 되는지, 우정은 어떻게 형성되며 언제 균열이생기는지, 그야말로 우리가 우정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다. - P8

하지만 동화에서처럼 우정은 다른 동물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이 아니며, 서로 다른 종들 간엔 더욱 그렇다. 사회적 동물 중에는 서로 무리 지어 다니거나 깊은 유대를 보이는 종도 있긴 하지만, 세심히 살펴보면 대개 혈연관계를 맺고 있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전략적 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8

다시 말해, 인간의 우정과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 무리 지어 다니는 인간들과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르냐고? 인간들의 친구는 대개 생존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너무 냉정했나?). - P9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존이나 경제적 이득과 상관없이, 그저 ‘관계‘ 그 자체가 좋아서 곁에 두고 교류하게 되는 사람들을 우리는 ‘친구‘라 부른다. 도대체 왜 우리는 그들과함께 인생을 살아가는가? 이 책에는 그 답이 있다. - P9

로빈 던바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한다.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앉아 있다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냥 보내지 않고 옆에 앉히고 싶은 사람, 혹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다면 ‘받을 사람 리스트‘
에 꼭 포함시키고 싶은 사람 말이다.  - P9

 따라서 우리는 우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내 삶의 지향점을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록가수 짐 모리슨의말처럼, 친구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가 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주는 사람이다. - P10

던바는 이 책에서 숱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준다. 진심 어린 우정이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 조목조목 일러준다. 실제로 고독이란 것도그저 외롭고 심심한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발달한 감정으로서 내 삶과 사회적 관계에 있어 뭔가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사회적 신호라고 경고한다. - P10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중요한 공부는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할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P10

그런데 로빈 던바의 《프렌즈》는 좀 더 각별하다. 우선 최근 학자들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우정‘이라 불릴 만한 관계에 대해 특별히 학문적으로 주목했다. - P11

 나의 특질이고스란히 반영되고, 아무나와 맺지 않고 매우 선별해서 정하며, 한번관계를 형성하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호혜적인 특징을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이익/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행복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정이야말로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 P12

덧붙이자면, 사회과학을 탐구하는 학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회과학의 연구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직감할 것이다. 네트워크 과학retwork science, 복잡계 물리학 complexsystem research,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같은 방법을 이용해 이른바 ‘계산사회과학computational social science‘이라 불리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 P13

추측컨대, 앞으로 인공지능, 그중에서도 머신러닝이나 자연어 처리 분석법은 온라인 데이터로 파악된 인간관계만으로 우리가 누구와 친구가 될지, 이 우정이 얼마나 오래갈지 정교하게 예측해주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 P13

 우리는 우정에대해 훨씬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생물학적 증거들을 수집할 수 있게된 것이다. 특히 우정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 기능인 공감empathy, 타인에 대한 인지적 이해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제삼자의 입장되어보기 (정신화mentalising) 같은 기능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탐구할 수 있게 됐다. - P14

덧붙여, 경제적 요건, 가족 관계,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질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온 사회의학이  글로벌 데이터의 수집, 코호트 집단에 대한 분석, 오래 축적된 장기적 연구 등으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정이 얼마나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 P14

던바 교수는 당시 우리 연구를 매우 흥미로워하면서 가십 연구의대가답게 통찰력 있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가 던진 질문들은 우리의 후속 연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너무나 고마워하고있다. - P15

로빈 던바는 오랫동안 영장류를 관찰하고 연구해온 동물행동학자로서,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진화적 기원을 밝히는 데 힘을 쏟아왔다. 그의 연구가 독창적인 이유는 영장류 연구를 토대로 다른 대형 유인원들과 인간을 비교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뇌 가설 socialbrain hypothesis‘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해, 인간과 영장류들의 사회성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 P16

특히 그는 인간의 뇌가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발달해왔으며, 따라서 뇌의 크기와 용량으로 인간관계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숫자가 바로 ‘150명 ‘이며, 이를 우리는 ‘던바의 수Dumbar‘s Number‘라고 부른다. 특히 이 책에서 던바는 던바의 수를 비롯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그것이 인간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의 학문적 여정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 P16

당시 우리가 만났을 때, 던바 교수는 지도학생이 얻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숱한 뒷담화와 가십‘들을 녹음해 그 안에 담긴 어휘 분석의 결과를 흥분된 어조로 내게 설명해주었다. - P16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프렌즈》를 통해 그가 최근에 얻은 우정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 P17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친구관계도 보다 가늘지만 폭넓어졌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여전히 대화하고 친교를 나누는 친구의 수는 150~250명 사이라는 것이다. - P17

 이 분야를 직접 연구해온 학자답게 우정에 대한 최신 연구 논문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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