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은 책!


신념에 따라 도둑질이나 살인, 폭력을 혐오하는 사람도 권위자에게서 명령을 받으면 그러한 행위를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 P17

권위에 대한 복종에 내재하는 딜레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도덕적 관점에서 이 딜레마를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이 연구는 실험적 탐구를 위해 복종을 주관적인 문제로 취급함으로써 그 딜레마를 오늘날의 형태로 바꾸었다. - P17

 하지만 그 문제가 단지 학문적으로 또는 그 외의 모든 상황에서, 실제로 권위에 복종하거나 불복하는 사람이 있고,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 P18

우리가 실험실로 이동할 때, 문제의 영역은 좁아진다. 즉 실험자가한 피험자에게 다른 사람을 점점 더 가혹하게 대하라고 말할 때, 그 피험자는 어떤 조건에서 따르고, 어떤 조건에서 따르지 않는가?  - P18

문제는 우리가 실험실에서 연구한 것과 우리가 그토록 비통해하는나치 시대의 복종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두 상황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러나 규모, 숫자, 정치적 맥락과 같은 것들은 필수적인 특징이 유지된다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 P18

 따라서 일반화의 문제는 심리학 실험실과 그 밖의 상황들 간의 모든 구체적인 차이점을 일일이 나열함으로써가 아니라,
복종의 핵심을 포착하는 상황을 주의 깊게 구성함으로써 해결된다. - P19

자발적이면서 강박적인 성향이 없는 만큼 복종은 협동적인 분위기를 띠고, 또한 개인에 대한 강요나 처벌의 위협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만큼 공포는 복종을 강요한다. 우리의 연구는  - P19

일단 피험자가 실험자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통제 과정을 위임하면,
그의 핵심 문제는 그러한 통제 과정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이때 곤란한 점은 연구 상황에서 마음이 아프고 다소 비극적인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스스로 중요한 상황에서 제 행동을 노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 더 마음 쓸쓸한 일은 없다. - P19

01복종의 딜레마


알다시피, 복종은 사회적 삶의 구조에서 기본적인 요소이다. - P25

행동의 한 결정 요인으로서 복종은 특히 우리 시대와 그 연관성이크다. 1933~1945년 무고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처형되었다.  - P25

 이러한 비인간적인 정책들은 단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명령에 복종했다면, 그 정책들은 대규모로 실행되었을지도 모른다. - P25

복종은 개인의 행동과 정치적 목적을 연결해주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 P25

최근의 역사적 사실과 일상적인 삶에 대한 관찰은 복종이 뿌리 깊은 경향, 즉 도덕적 공감적·윤리적 행동에 관한 훈육을 압도하는 강력한 충동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P26

스노(C. P. Snow, 1961)는 그것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의 어둡고 긴 역사를 생각할 때, 반란이라는 이름보다는 권위의 이름으로 극악한 범죄들이 더 많이 발생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윌리엄 샤이러(William Shirer)의 《제3제국의 흥망(Rise andFall of the Third Reich)》을 읽어보라. - P26

그러나 정도는 덜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현재에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즉 평범한 시민들도 다른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으면 그렇게 하게 되는데, 이는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26

즉 미덕은 커녕 사악한 죄악으로 바뀐다. - P26

보수적인 철학자들은 불복종이 사회의 핵심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권위자의 지시 사항이 사악한 행동이라 해도 권위의 구조를 흔드는 것보다는 그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 P27

더욱이 홉스는 그 명령을 수행한 사람에게 행위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명령한 권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P27

권위의 법적·철학적 측면들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경험에 기초하는 과학자들은 결국 추상적 토론에서 구체적인 예들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쪽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복종행동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예일대학교에서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다. - P27

그러나 독자는 이 실험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기억과 학습이라는 연구에 참가하기 위해 두 사람이 심리학 실험실에 온다. 그중 한 사람을 ‘선생‘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학습자‘로 명명한다. - P27

이 실험의 핵심은 선생이다. 그는 학습자가 묶여 있는 것을 본 후에주 실험실로 들어가서 전기충격기라는 인상적인 기계 앞에 앉는다. - P28

선생만이 실험에 참여하는 진짜 피험자이다. 희생자 역할을 맡은 학습자는 실제로는 어떤 전기충격도 받지 않는 연기자이다. 실험의 핵심은, 항의하는 희생자에게 점점 더 심한 충격을 가하라는 구체적이고측정 가능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디까지 그 명령을 따르느냐 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 피험자는 실험자의 명령을 거부할 것인가? - P28

실험을 관찰한 사람들은 실험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 P28

 피험자가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주저할 때마다 실험자가 그에게계속할 것을 요구한다. 피험자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그 권위자와 한 약속을 확실하게 깨야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사람들이 분명한 도덕적 명령에 직면한 상황에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권위에도전하는가이다. - P29

합법적인 권위자가 제3자에게 해를 가하라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처음에 우리는 실험자의 권력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보다 훨씬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P29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약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복종조차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일반 명제를 도출할 수 있는통찰력을 제공하길 바란다. - P29

이 실험에 대한 독자의 첫 반응은 제정신인 사람이 어떻게 첫 전기충격조차 가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일 것이다. - P29

 여기에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데, 그 이유는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조금 걱정을 하면서도처음부터 협조적이기 때문이다. - P30

전기충격을 받는 희생자가 아무리 강하게 간청하고, 전기충격이 아무리 고통스러워 보여도, 그리고 희생자가 아무리 풀어달라고 애원하더라도 많은 피험자들은 실험자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생략)  이 연구의 주요 발견의 근간이고 또한 가장 긴급하게 설명해야 할 점은 권위의 명령에 끝까지 따르려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자발성이다. - P30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가학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며, 그는 단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수행한 생각 없는 관료주의자에 가까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러한 주장으로 아렌트는 비웃음을 샀고, 심지어 조롱거리가 되어야 했다. - P31

 우리의 실험에서 수백 명의 피험자들이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사실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 P31

어쩌면 이것이 우리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교훈일지 모른다. 다시말해서, 적대감 없이 자기 일을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도 어마어마한 파괴적 과정의 대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P31

이때 권위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억제변수들이 작동해 사람들이 계속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 - P31

이러한 일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복종적인 피험자들의 행동을 비난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피험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불공정하다. - P31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 도덕적 판단을 내리도록하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불복종행동이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가치가 행동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 P32

개인의 도덕의식은 우리가 믿는 사회적 통념보다 그 영향력이 떨어진다. "살인하지 말라"는 도덕적 명령은 도덕률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함에도, 사람들의 심리적 구조 안에서는 그만큼 확고한 자리를 잡고있지는 못하다. 신문 제목의 조그만 변화, 징병위원회의 요청, 권위 있는 사람의 명령은 사람들에게 별 어려움 없이 살인을 하도록 만든다. - P32

그러면 무엇이 사람을 실험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첫째, 피험자를 상황에 묶어두는 ‘구속 요인들‘이 있다. - P32

둘째, 피험자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순응적 변화가 권위자에게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 P32

그러한 메커니즘의 하나가 과제의 기술적 측면 일부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 과제의 결과를 폭넓게 보지 못하는 개인의 경향성이다. 영화<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는 한 나라에 핵폭탄을 투하하기위해 정밀한 기술적 업무에만 열중하는 비행기 조종사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 P33

즉 목표를 설정하고 도덕성을 평가하는 좀 더 폭넓은 일은 자신이 돕기로 한 실험의 권위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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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입식지는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나요?" 메리가 물었다.
"두 시간쯤 뒤에 알 수 있을 거예요." 베티조가 말했다. - P60

"그럼 지금은 모른다는 겁니까?" 몰리가 말했다. "오기 전에아무 얘기도 못 들었습니까?" - P61

"그럼 몰리 씨도 제말에 찬성해주시는 것이로군요. 우리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다니 정말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파는 몰리에게 낮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P61

"나는 찬성하지 않아, 몰리." 프레이저가 말했다. "예비 테스트에 의하면 이들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인 그룹이라는 결과가 나왔거든. 전체적으로 보면 각자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겠지. 몇몇 사람들은 도대체 왜 선발되었는지도 이해가 안 될 정도야." - P61

"우리든 이들이든." 심리학자는 경련하는 듯한 동작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다들 강박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그룹 전체가 보이는 또 하나의 비정상적인 통계적 특징이지. 당신들 모두가 극도로 강박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뜻이야."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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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깊이는 2미터에서 2.5미터로 얕은 편이지만,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 있고 상쾌하고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 광범위한 지하 세계에 생물체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 P240

중생대의 나무 고사리와 균류, 제3기의 소철 잎이 부채꼴인 야자수, 원시적인 속씨식물들이 미지의정글을 이루었던 흔적과 함께 뼈 조직에는 백악기와 에오세의 대표적인 생물을 비롯해 다른 동물의 흔적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고생물학자라도 분류하는데 1년은 족히 걸릴 만 했다. - P240

그렇게 해서 발굴의 첫 번째 보고가 내게 들어왔으며, 원시 조개류와 경린어를 비롯한 원시 어류, 멸종된 양서류와 조치류, 모사사우어의 두개골 일부와 공룡의 척추뼈, 갑각류, 익룡의 이빨과 날개 뼈를 비롯해 기제류와 우제류, 유제류와 에오히푸스 등을 포함하는 원시 포유동물의 뼈들도 열거돼 있었다. 마스토돈, 코끼리, 낙타, 사슴, 소의뼈처럼 최근의 동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 P241

 이 지역에서만 유독 3억 년전의 생물체와 3천만 년 전의 생물체 사이에 이례적이고 독특한 연속성이 있었다는 추정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동굴이 폐쇄된 올리고세 이후까지 어떻게 그토록 오랜 시간 연속성이 지속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 P241

레이크 교수는 첫 번째 보고에 만족하지 못했고, 몰튼이 캠프에서 발굴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추가로 작성한 메모를 보냈다. 그 이후 몰튼은 비행기의 무선기 앞에 앉아 레이크 교수가 줄기차게 인편으로 보내는 추가 보고를 내가 있는 남쪽 기지와 아컴 호에 타전했고, 그 내용은 아컴호에서 곧바로 외부 세계로 전해졌다. - P242

 남쪽 기지의 무선 기사인 맥티그가 연필로 받아 적은 레이크 교수의 전문 내용을 있는그대로 여기 옮기는 편이 낫겠다. - P242

"(생략) 시생대 점판암에서 발견된 것처럼 삼각형 줄무늬가 또렷한화석을 몇 개 더 발견, 이는 화석의 주인공이 형태와 크기에서 큰 변화를 겪지 않고 6억 년 이전부터 코만치기까지 생존했음을 말해 줌. 육안으로 보기에 줄무늬 화석보다 코만치아기의 화석이 오히려 더 원시적이고 퇴행한 것으로 보임. 이번 발견의 중요성을 언론에 강조해 주기바람. 이번 발견은 생물학계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며, 아인슈타인이 수학과 물리학에 가져온 변화와 비견되는 것임.
(후략)" - P242

(중략) 지구가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생명체나 일반적인 원형질 구조가 출현하지 않았다고알려진 10억 년 전 이미 일단의 생명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임. 그 생명체가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화했는가가 문제임." - P243

"추가사항 육지와 해양에 서식하던 대형 도마뱀속 동물 및 원시 포유류의 뼈 조직에서 독특한 상처와 절상 흔적 발견. 그러나 천적이나 다른 육식 동물에 공격받은 상처는 아닌 듯. 상처는 두 종류로, 관통된 구멍과 불규칙하게 찢어진 것임. 뼈가 완전히 살려진 경우도 있음. 그러나 대부분의 표본에는 상처가 없음. 전둥을 가지러 캠프로 사람을 보냄. 종유석을 제거하면서 더 깊숙이 탐사할 계획임." - P243

"(중략) 5각형의 별 모양으로 끝이 부서진 상태며, 끝에서 중앙으로 금이 가 있음. 손상되지 않은 중심부 표면에서 움푹 들어간 작고 매끄러운 함몰 발견, 동석의 출처와 풍화 작용의 가능성에 상당한 호기심이 느껴짐. (중략)" - P243

"오후 10시 15분, 중대한 발견, 전등이 도착하자, 오렌도프와 왓킨이작업을 하던 9시 45 분 전혀 알려진 바 없는 통 모양의 기괴한 화석을발견함. 미지의 해양 발광체가 과도하게 성장한 형태가 아니라면 식물로 추정됨. 광물성 염분 덕분에 조직이 또렷하게 보존된 상태임. 가족처럼 질기지만, 군데군데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말단과 측면에 떨어져나간 흔적이 있음. 길이는 1미터 80센티미터, 가장 두툼한 중심부의 지름이 1미터 정도, 양끝으로 갈수록 30센티미터까지 좁아짐. 통 주변에통널 형태로 다섯 개의 널판이 붙어 있는 형태임. (중략)" - P244

"(중략) 날개모양의 조직들은 거의 손상된 상태지만, 그중 하나를 펼쳐 보자 길이가2미터가 넘음. 『네크로노미콘』의 ‘고대 존재‘처럼 원시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떠올리게 함. 날개로 추정되는 조직은 얇은 막 구조이며,
형태는 선형의 관 조직으로, 이관 조직에서 날개를 펼칠 때 신축성을주는 것으로 보임. (후략)" - P244

"오후 11시 30분. 다이어, 피버디, 더글러스 박사님, 모두 집중하시기 바람. 감히 미증유의 사안이라고 할만큼 중대한 문제임. 아김 호도지체 말고 이 내용을 킹스포트 헤드 기지국으로 전송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모두 밖으로 가져 왔고, 개들의 접근을 막고 있음. 개들은 여전히 표본들을 보고 미친 듯이 날뜀. 지금부터 전달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정확한지 그쪽에서 다시 확인 바람. (중략)" - P245

(중략)
몸통 위에 연한 회색의 뭉툭한 구근 모양의 목과 아가미로 추정되는조직이 있음. 목에 달려 있는 불가사리 모양의 머리에 형형색색의 근육질 섬모가 8센티미터 길이로 뒤덮여 있음. 머리는 뭉툭하게 부풀어오른 형태로, 양끝까지 60센티미터, 5개의 모서리마다 길이 8센티미터 정도의 노르스름하고 부드러운 관 조직이 달려 있음. 머리 중심부에 나있는 가늘고 긴 홈이 숨구멍으로 보임. 관의 끄트머리마다 둥근 조직이달려 있으며, 이곳의 노르스름한 점막을 걷어 올리면 광택이 있는 붉은홍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눈이 분명함.
(중략) - P246

"(중략)
발견 당시, 불가사리 형태의 머리와 그 꼭짓점에 해당하는 모서리, 머리에 붙어 있는 관과 섬모들이 모두 단단하게 아래로 접혀 있는 상태였음. 관과 머리의 모서리 부분이 구근처럼 생긴 목과 몸통쪽으로 향해있음. 매우 튼튼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함.
(중략)" - P246

"(중략)
몸통의 아래쪽은 단단하지만, 역시 유연성이 뛰어나 머리의 기관들에 상응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임. 구근 형태로 연한 회색빛을 띠고 있는 목과 유사한 부분은 아가미의 흔적이 없지만, 불가사리 모양의녹색 머리를 적절히 지탱하는 역할을 함.
 (중략)" - P246

"(중략) 불가사리 머리에서 튀어나온 60센티미터 길이의 붉은 색 관들은 지름이 7.5센티미터 정도지만 끝으로 갈수록 2.5센티미터 정도로 가늘어짐. 관의 끝마다 구멍이있음. 모든 신체 기관들이 매우 단단하고 질긴 동시에 놀랄 만큼 유연함. 물갈퀴가 달린 120센티미터 길이의 팔을 볼 때, 해양과 기타 지역에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분명함.
(중략)" - P247

"(중략)
아직 동물과 식물 중 어느 쪽인지 분류가 어려우나, 동물일 가능성이큼, 원시적인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상태에서 놀랄 만큼 진화한 발광체일 수도 있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극피동물의 일종으로 볼여지도 있음. 해양 생물이라고 가정한다면 날개 구조가 의아하지만 수중에서 방향을 잡는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음. 일부 대칭 구조는 식물에 더 근접해 있기도 함. 이 생물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시생대의 가장단순한 원생동물보다 훨씬 앞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며, 그 기원을 추정조차 하기 어려움.
(중략)" - P247

"(중략)
 학자들은 지금까지 그것을 태고의 열대 발광체를 바탕으로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생각해 왔음. 또한 월마스가 말한 바 있는 크툴루 숭배를 비롯한 신사 시대의 전설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임.
(중략)" - P248

"(중략)
 생물체의 표본 위쪽으로 거대한 석순이 자라 있음. 석순 제거 작업이 몹시 어려웠지만, 표본 조직이 단단해서 별다른 손상은 없었음.
(중략)" - P248

"(중략)
현재 개들의 도움 없이 14개의 거대한 표본을 캠프로 이송 중인데, 개들이 사납게 짖어서 표본을가까이 두기 어려운 상태임. 3명이 발굴 현장에 남아 개를 지키고 있으므로 격렬한 바람을 뚫고 9명이 간신히 개썰매로 표본을 옮김.
(중략)" - P248

"(중략)
다이어 교수는서쪽 탐사 계획을 극구 반대했으므로 지금쯤 면목이 없을 거라 생각.
우린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산맥을 발견한데 이어 이 표본들까지 발견했고, 특히 표본이야말로 이번 탐사의 최대 성과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임. 틀림없이 과학적으로 대단한 개가를 올릴 것으로 자신함.
(중략)" - P248

이 소식을 접하고 피버디 교수와 내가 얼마나 감격했는지 형용할 길이 없으며, 다른 동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맥티그는 줄곧 단조로운 수신기에서 전해지는 내용을 간략히 해독해 놓았다가, 레이크 교수와 교신이 끝난 직후속기한 전문을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했다. - P249

물론 그 같은 흥분에 휩싸여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속히 레이크 교수의 탐사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돌풍이 심해서 당장은 비행할 수 없다는 말에 몹시 실망하고 말았다. - P249

표본이 예상외로 무거워서썰매를 끄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9명의 대원이 아주 훌륭하게 일을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캠프에서 꽤 떨어진 곳에 눈으로 임시 축사를지어 개들을 따로 수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이었다. - P249

해부 작업은 예상보다 어려운 것 같았다. 실험실을 위해 새로 설치한막사에 석유난로를 피웠지만, 보존 상태가 완벽한 그 해부용 표본이 딱딱한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 P249

상태 완벽한 표본이 7개 더 남아 있지만, 동굴에서 표본을 무한정 발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므로 섣불리 해부를 강행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 P250

해부 과정에서 곧바로 전해진 무선 내용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도발적인 것이었다. 일반적인 도구로는 그처럼 기이한 조직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해부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해부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 결과에만도 우리는 깜짝 놀라고 얼이 빠져 버렸다. - P250

 퇴화의 흔적이 없는질기고 튼튼한 구조가 그 생물의 조직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척추동물의 진화 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건조한 상태였지만, 실험 막사 안의 열기에 생명체가 녹기 시작하면서 손상되지 않은 부위에서 지독한 악취의 수분이 배어 나왔다. 그 짙은 녹색의 액체를 혈액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 P250

레이크 교수의 해부 작업은 기이한 생명체의 정체를 밝히기는커녕의혹만 증폭시켰다. 외부 조직에 대해 추론한 부분은 모두 맞아떨어졌으며, 그런 점만 놓고 보면 생물체를 동물이라고 부르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 P250

소화 기관과 순환 기관 외에도 불가사리 모양의 조직에서 나온 붉은 관들을 통해 노폐물을 처리했고, 호흡 기관은 희한하게도 이산화탄소 대신에 산소를 내보내는 것 같았다. 공기를 저장하는 기관이 따로있으며, 아가미와 숨구멍처럼 최소한 두 가지의 호흡 기관이 완벽하게발달된 상태라 호흡 방법을 자유자재로 바꾼 흔적도 발견됐다. - P251

 주요 호흡 기관과 관련해 발성 기관의 흔적도 발견됐지만, 당장은 추론하기 어려운 모종의 변형을 겪은 것 같았다. 실제로 명확한 발음을 통해 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P251

레이크 교수가 혼비백산할 정도로 신경 체계가 복잡하면서도 고도로 발달돼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원시적이고 오래됐지만 고도로 분화된 신경절과 신경계를 지닌 생물임은 거의 확실했다. - P251

 레이크 교수의 의견으로는 이 생물이 오늘날의 개미나 벌처럼 원시 환경에서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기능을 소유했을 확률이 컸다. 민꽃식물, 특히 양치류처럼 날개 끝에서 포자를 재생산하는 능력이 있었으며, 이는 엽상체나 전업체에서 진화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 P251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생물체의 정체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발광체처럼 보였지만, 분명히 그 이상이었다. 부분적으로 식물의특징을 보이면서도, 4분의 3은 동물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52

어떻게 신생 지구라는 환경에서 그토록 복잡한진화를 거치고 시생대 암석에 화석을 남겨 놓았는지 고민한 나머지 레이크 교수는 어느 별에서 온 ‘그레이트 올드원‘이 장난이나 실수로 지구의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원시 신화까지 떠올렸다. 미스캐토닉 대학 영문학과에서 민속학을 연구하는 동료 교수의 말처럼 산골에 은둔한다는 외계 생물체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 P252

당연히 그는 현재 발견된 표본보다 덜 진화한 생물체가 선캄브리아기의 화석을 남겼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그의 경솔한 추론은 곧바로 부정되었다. - P252

레이크 교수는 신화를 떠올리며 자신이 발견한 생물체에 임시적으로 ‘엘더원‘이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 P252

그는 밖에 놔둔 표본들을 새로운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다. 지지 않는 남극의태양 빛에 조직이 약간 녹아서 표본 두세 개의 촉수와 관들이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그러나 레이크 교수는 영하 18도의 기온을 감안할 때쉽게 표본이 부패될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해부하지 않은 표본들을 한군데로 모으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게 텐트를 씌웠다. - P253

캠프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고 레이크 교수가 교신을 끊겠다며 우리도 휴식을 취하라고 알린 것은 새벽 4시가 넘었을 때였다. 그는 피버디교수와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면서 뛰어난 드릴 장비 덕분에 이번 발견을 할 수 있었다며 또 한 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P253

우리는 다음날 아침 10시에 교신을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레이크 교수는 폭풍이 잠잠해지면 우리가 있는 캠프로 비행기를 보내겠다고 했다. - P253

 좀 더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불신만 일으킬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 P254

우리 중에서 아침까지 숙면을 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레이크 교수의 발견이 가져온 흥분이 가시지 않은데다 바람이 점점 거세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는 지역에서도 돌풍이 심한 편이라 바람의 근원인 미지의 거대한 산봉우리 바로 밑에 자리잡은 레이크 교수의 캠프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이었다. - P254

 3시 이후 바람이 잠잠해지자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의 교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레이크 탐사팀의 비행기 4대 모두 고성능 단파 장비가 장착돼 있었으므로 왜 그들 무선 장치가 한꺼번에 사용불가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묵직한 침묵은 변함이 없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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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야스시는 내 동서다. 즉 아내의 여동생인 쓰구미의 남편이었다. - P124

다음해에 첫 작품집을 내놓으며 소설가로서 위치를 굳힌 그는 자기 작품의 영상화로 관심을 돌렸다. 8밀리 독립영화를 계획했는데 당연히 본인이 감독 겸 주연이었다. 제작비는 책 인세로 충당할 생각이었지만 여주인공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 P124

쓰구미는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추천이나 부탁으로 아마추어 극단 무대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한 연극에서 우연히 선보인 애드리브가 반응을 얻고 인기몰이를 하자 그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팬까지 생기게 됐다. - P125

나도 회사 행사 때 그녀에게 몇 차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전무의 가족으로서 가깝게 지내게 된 게 이 무렵부터다. 쓰구미는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아서 맞선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전무인 아버지가 알아서 다 잘랐던 모양이지만. - P126

 요새 유행하는 페미니즘과는 다른 자기만의 쿨한 남성관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던 것이다. 쓰구미가 이렇게 된 데는 주변의 남자들이 그녀를 특별 취급하며 손에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떠받든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 P126

쓰구미 앞에 나타난 청년은 재능과 야심으로 넘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저높은 곳에 두고 올려다보지 않고 대등한 인격으로 대했다. 두 사람이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 P126

미우라는 영화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나 본인의 의욕과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 년이 지나도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중략)
 이유는 훨씬 간단했고,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 미우라는 쓰구미를 찍은 장면을 단 한 컷도 자르지못했다. 그래서는 영화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일 년이 두 사람에게 완전히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 P127

"자네한테 가즈미를 보낼 때가 더 가슴 아팠어." 피로연 후가도와키 료이치 전무는 내게 털어놓듯 말했다. 나는 이미 칠 개월 전에 그의 사위가 되어 있었다. - P127

"만약 쓰구미가 얼토당토않은 남자를 잘못 고른 거라고 해도그때 가서 얼른 정리하고 돌아오면 그만이야. 언니와 달리 보통고집이 센 게 아니니까 그 정도 고생은 해야 아비 말을 듣겠지." - P127

물론 당시에는 신랑이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가 아니었고, 장인도 자기 딸이 고생하기를 부러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우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프로덕션에 들어갔다. 여기에도 장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구 년 전의 일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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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의 자료에 따르면 "여배우 에드나 월레스 호퍼는 아틸라의 체육관에서 덤벨 운동이나 메디신 볼(medicine ball: 무거운 가죽공으로 하는 근육 단련 운동) 운동 외에도 정기적으로 잭 쿠퍼와 권투 시합을 했다." 아틸라의 스크랩북에 남아 있는 《배니티 페어》의 한 기사는 ‘뉴욕 여성들의 몸매 가꾸기‘ 라는 제목 아래 한 여성이 아틸라의 스튜디오에서샌드백을 치고, 남자를 상대로 권투 연습을 하고 덤벨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P71

"스포츠 역사가들은 1920년대를 스포츠의 황금기라고 간주합니다."라고 토드는 말했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곤봉과 역기로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운동을 했으며, 직업적인 차력사와 여성 차력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테니스를 치거나 트랙과 필드에서 육상 경기를 즐겼고수영 시합도 했다. 피트니스는 "큰 유행을 탔다." 그러나 모든 유행이그렇듯이 운동의 유행 역시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다. - P72

1960년대, 운동을 권하지 않는 시대

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은 징병령과 함께 시작되었다. 뉴욕 대학교 벨레뷰 메디컬 센터 산하 신체 의학 및 재활연구소의 한스 크라우스와 루스 허시랜드는 미국 아동 4,264 명을 대상으로 한 체력장에서 56.6퍼센트가 기준 체력 미달이었으며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최저 기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 P72

크라우스와 허시랜드는 미국 어린이들의 운동부족이 "비타민 결핍증에 비유할 수 있는 심각한 결핍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결론 내렸다. - P73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그 내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청소년 건강 위원회를 조직할 것을 명령하고 부통령 리처드 닉슨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회에는 내각의각료 다섯 명이 소속되어 있었다. - P73

아기들은 유모차에 태워서 밀고 다니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태워서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차에 태워서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자녀들이 집에 와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모두 끝날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빈둥거리도록 방치한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모두가 걸어 다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고 바깥 날씨가 추우면 몸에서 온기를 느끼기 위해 뛰어 다녔다. - P73

물론 이러한 의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 P73

 만약 어린이들이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5분만준비 운동을 했더라도 기준에 미달되었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합격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P74

그러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보고서는 미국 국민들의 건강과 운동을 국가적 정책의 대상으로 부상시켰다. - P74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완전히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 P74

여성들은 그 시대에도 몸매에 무척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패션 스타일이 바뀌면서 몸매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는 비키니가 등장했습니다. 짧은 바지를 입는 것도 유행이었죠.
홀터 탑은 대담한 노출에 속했습니다. 의상이 이렇게 크게 변하다 보니 여성들이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윗몸 일으키기를 하든 운동을 좀 해야겠어‘ 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죠."라고 토드는 말했다. - P75

당시 사람들이 완벽한 육체미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람한 근육질의몸이 아니었다. 또 여성이든 남성이든 신체 단련을 위해 격렬하게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당시 사람들이 이상적 몸매라고 생각했던 몸은 근육질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몸이 아니라 남성의 경우는 영화배우 캐리 그랜트, 여성의 경우는 오드리 헵번 정도였다. - P75

그 이유는 패션과 문화 때문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청년층 문화와 히피 운동이 미와 건강의 척도를 제시했다.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쿨하지 못하다."고 여겼다고 토드는 전한다. - P76

물론 1960년대나 1970년대에도 시대적인 조류를 무시하는 운동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경우 열심히 운동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었다. - P76

연방 정부도 당시 미국인들의 운동 습관에 대한 통계 자료는 갖고있지 않았다. 이러한 종류의 통계는 1985년 질병 통제 센터가 낸 보고서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 번에 최소한 20분씩,
매주 최소한 세 번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성인은 15퍼센트, 한 번에최소한 30분씩, 매주 최소한 다섯 번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성인은 22퍼센트에 불과했다. - P78

건강한사람들은 운동을 경시했고, 심장병처럼 만성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은 격렬한 운동이 죽음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인 것처럼 두려워하고 멀리했던 것이다. "내가 의과 대학생이던 1960년대에는 40대가 넘은 사람은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까지 말했습니다."라고 쿠퍼는 말한다. - P78

"1968년에도 나는 40대, 50대, 60대, 심지어 70대인 사람도 조깅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쿠퍼는 회고했다. 당시 그의 주장은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 P78

드디어 시작된 달리기의 대유행

그러나 쿠퍼와 달리기의 효과를 주장하던 몇몇 의학자들의 목소리가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미 일시적인 유행의 물결이 서로 교차하기 시작한 탓인지도 모른다. 운동의 효과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지칠 줄 모르는 열성으로, 그들은 헬스클럽과 에어로빅 강습,
개인 트레이너 양성, 보디스컬프팅, 특수 운동 장비 제작, 피트니스를통한 건강과 아름다움을 약속하는 잡지와 책의 출판 등을 위한 초석을 깔았다. - P79

달리기의 유행을 더욱 부채질한 사람은 뉴저지 주, 바다에서 멀지않은 네이브싱크 강 주변의 조용한 소도시 럼슨에서 가정의로 일하던 조지 시언이었다. - P79

그러나 결국 조지 시언은 거리로 나섰다. 시언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엉뚱한 행동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우리 형제들은 ‘너희 아버지는 도대체 왜 속옷 바람으로 온 동네를 헐레벌떡 뛰어다니니?‘ 라는 친구들의 놀림 섞인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나는 그런 질문에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황당했고 곤혹스러웠다." - P80

조지 시언 외에 짐 픽스라는 또 한 명의 달리기 전도사가 있었다. 이사람이 쓴 『달리기 완전 정복(The Complete Book of Running)』은 1978년의베스트셀러였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달리도록 만들었다. - P80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스, 시언, 쿠퍼 같은 달리기 운동의 전도사들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당장 거리로 나가 달리기를 시작하라고자극했다. 물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려하지 않았다. - P81

드디어 피트니스 프로모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성들은 에어로빅 강습을 받으러 다녔고, 여배우 제인 폰다가 에어로빅 열풍에 편승해내놓은 에어로빅 비디오 (1982년)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폰다는 운동이 여성을 더욱 활달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하며 바로 자기자신을 그러한 예로 들었다. - P82

헬스클럽마다 운동 강습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분주했으며, 1985년에는 신체의 충격량이 적은 새로운 에어로빅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기존의 에어로빅 프로그램에서 높은 도약을 시도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었다. - P83

1991년에 IDEA에 등록되어 있는 개인 트레이너의 수는 791 명이었는데, 2001년에는 8,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2002년을 기준으로 개인 트레이너의 유료 지도를 받아 운동을 하고 있는 미국인은 520만 명에 달했다. - P83

그러나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직접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면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었다. 어느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한가? 운동에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어떤 경우에 운동이 사람의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되는가?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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