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대사의 영문 번역은 Netflix의 영어 자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변경된 것도 있습니다) - P4

주의사항

◆ 음성은 mp3 형식으로 보존됩니다. 청취를 위해서는 mp3를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 다운로드 페이지로 액세스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하시는 브라우저가 최신 버전인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다운로드하기 전에 PC에 충분한 빈 공간이 있는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폴더는 압축되어 있으므로 압축을 푸신 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음성은 PC에서 재생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일부 포터블 플레이어에는 데이터의 전송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본 다운로드 데이터를 개인적 사용 범위를 넘어선 복제 또는 제3자에게 양도, 판매, 재배포하는 행위는 엄격히금지되어 있습니다.
◆ 아울러 본 서비스는 예고 없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 P7

10enchant
(~에게) 마법을 걸다


마법 같은 효과로 누군가를 ‘매료시키다‘라고 할때 사용합니다. 명사인 enchantment는 ‘마력‘이나 ‘매력‘이라는 뜻입니다. - P17

9 resurrect
소생하다

‘죽음에서 되살려내다, 부활시키다‘라는 뜻입니다.
‘되살아나다‘는 수동태로 써서 be resurrected라고 표현합니다. - P16

 clean out


clean out은 ‘~을 비우다‘라는 뜻입니다. be cleaned out은 ‘텅 비었다‘‘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충청의 말』들을 써 보자는 청탁 메일을 받은 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유약한 심신으로 지질하게 중딩 시절을 보내던 중 갑자기 지구를 지키라는 임무를 짊어진 에반게리온의 파일럿 ‘신지‘가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언어학자는커녕 국문학도도 아닌 공대 출신 군필 주부인저 따위가 이런 걸 쓸 수 있을 리 없어요!" - P10

청탁 메일을 받았을 무렵엔 바다사자처럼 바닥에 배를 붙이며 유튜브나 보는 100킬로그램짜리 중년이었지만, 「들어가는말」을 쓰고 있는 지금은 소설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97킬로그램짜리 중년이 되어 있네요. - P10

느긋하면서 긍정적인, 그러나 약간은 슬픈, 그 충청의 기운을 독자분들이 조금이나마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가을
나연만 - P11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2006년 「씨네21』에 올린 「류승완의 『짝패』」라는 글에서 ‘액션‘이라는 단어를 무려 47번 사용했다. 그는『짝패』가 순수한 액션영화 그 자체이므로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점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 P15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짝패」다. - P15

 청주 방언의 가장 큰 특징은 종결어미로 ‘~거여‘, ‘~거유‘보다는 ‘~겨‘, ‘~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예) 워째 그르케 흐름을 잘못 타는겨, 내가 혼자 먹을 놈유?
(영화 『짝패』에서) - P15

요즘 잘 나간다매?
잡지 나부랭이에 글 좀 쓰는 게,
뭐 잘나가는 거래유?
그게 아니고, 요새 툭 하면 집 나간다매?

이정록, 「잘 나간다는 말」, 『정말』
(창비, 2010) - P16

아는 작가(그들은 날 모른다)들은 모두 잘 나간다. - P17

나는 소설을 쓰면서 산책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 P17

힘세고 활기찬 성격의 개와 함께하는 산책의 최대 장점은
‘도무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이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른 작가들의 목적과는 많이 다른 셈이지만 나도 밖으로 나간다. - P17

"난 아부지가 싫어. 그까짓 게 씨팔
무슨 아부지여. 엄마만 만날 때리는 게
무슨 아부지여."

강준희, 『이카로스의 날개는 녹지 않았다』
(새미, 1996) - P20

충북에서 나고 자랐다는 강준희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나오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민법 제840조 제3호에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혼을 청구할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옆의 말을 들은 화자의 어머니가한 말을 고르시오. (3점)
① 내 맘은 너밖에 모르는구먼. 느그 아부지 땜에 죽겄다.
② 그러잖어도 낼 법원에 갈라 한다.
③ 이 천하의 고얀놈! 뭣이 어쩌고 어째? 아부지가 싫다고? 당장 회초리 가져와 맞어. - P21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고들 한다. 학생시절 이후 인권에 대한 교육을 따로 받는 사람이 있던가. 그런 인식은 가장 늦게 바뀌거나 퇴보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이런 구태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 P21

"공기는 좋잖여!"

김종광, 「학생댁 유씨씨」, 『성공한 사람』
(교유서가, 2021) - P24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유명한 충청도 말 있잖은가. 그 뭐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한테 한다는 말.

"애는 착혀." - P25

"내 죽음을 숨겨야 써."

정찬주, 『이순신의 7년 7』
(작가정신, 2018) - P26

이순신이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고 했다는 말은 근거가없다고 한다. 전투 중에 적에게 알릴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 P27

티브이를 보면 이상하게도 양반은 ‘했느냐, 말았느냐‘ 하면서 표준어를 쓰는데, 몸종은 ‘했구마니라우, 했슈‘ 같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양반과 하인이 사는 동네가 다른가. 건달은 또 어떤가. 인구의 반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데 건달의 반 이상은 사투리를 쓴다. 주인공은 태생이 비천해도 서울말을 쓰는 일이 허다하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왜 그럴까. 내 생각을 다 쓰기엔 지면이 작다.


- P27

"븰소릴 다 허면서 뉘럴 죙애골리잖어유."

김성동, 『국수 2』,
(솔출판사, 2018) - P28

‘죙애골리다‘는 남을 놀리며 약올린다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다. 충청남북도에서 고루 쓰였다. - P29

(전략). 그러면 충청인과의 대화는 짧게 끝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문장만 짧다. - P29

‘이게 도대체 워치게 (어떻게 된겨?‘는 ‘워치게 된겨?‘와는 뜻이다르다. ‘워치게 된겨?‘는 보통 ‘어제 한화 경기는 어떻게 됐어?"처럼 어떤 일의 진행 결과를 묻는 의미다.  - P31

남들헌티사 잊은 듯 씻은 듯 그렇게 허고
그냥 사는겨


도종환, 「사랑방 아주머니」, 『접시꽃 당신』
(실천문학사, 2011) - P34

슬픈 일은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지독히‘ 슬펐던 경험은잊힌다. - P35

굳이 그 위험한 곳으로 갈 용기도, 의지도 없다. 그냥 ‘그렇게 허고 그냥 살 뿐이다. - P35

모시를 들구 닥을 불를 적인 ‘꼬꼬꼬‘ 허구,
도야지를 불를 적인 ‘오래오래‘ 허잖어.
그거차람 송아치를 불를 적인 ‘매미야‘라구
허넝 겨.

이명재, 『충청도말 이야기』
(신원문화사, 2016) - P36

‘모이를 들고 닭을 부를 때는 ‘꼬꼬꼬‘ 하고, 돼지를 부를 때는 ‘오래오래 하잖아. 그것처럼 송아지를 부를 땐 ‘매미야‘라고 하는거야‘라는 뜻이다. - P37

그제야 ‘오래오래‘나, ‘맴맴맴, 매미‘도 모두 의성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이전 세대의 말이다.  - P37

요즘은 충청도를 가도 억양만 조금 남아 있을 뿐 사투리를쓰는 사람이 전처럼 많지 않다. 충청도의 말이 사라지는 게 아쉬울 뿐이다. - P37

정육점 가서 찌개 넣는 고기 맛있는 거
달라 허면 줘. 이름은 물러.

51명의 충청도할매들, 『요리는 감이여』
(창비교육, 2019) - P40

다시금 책 제목을 본다.
‘요리는 감이여‘ - P41

오늘은 그냥 경로석에 앉어유.
성장판 수술했다맨서유.

이정록, 「팔순」, 『그럴 때가 있다』
(창비, 2022) - P42

어릴 적 우리 세대에 좀 산다 하는 집은 세계동화전집을 세트로갖춰 놓았다고 한다. 전집 세트를 실물로 본 적이 없다 보니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 P45

우리 집에도 책 자체가 별로 없었다. 내가 읽은 책은 월간『새농민』에 실려 있는 연재소설과 어떻게 굴러 들어왔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그리고 제지공장의 폐지 야적장에서 가져온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생명의 신비』 (1985년에 발간된 책인데, 잃어버린 후 마흔 넘어서 어렵게 다시 구했다. - P45

『걸리버여행기』대신 『제프리 다머*의 일생』 같은 책이 있었다면 내 인생이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연쇄살인범.
- P45

 오늘은 살인을 예고하는 글 작성자 60여 명을 검거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글을 쓴 날은 2023년 8월 5일이다.
신문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올렸다.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가해자들이 현실에 불만을 품고 불특정 다수를 해함으로써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동기가 있으며, 이는 영미권의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들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말했다. - P47

세상에 어떤 늑대가 되는 일이 없다고 동료들을 살해한단 말인가. 충청도 말로 ‘가의‘는 개를 의미한다. - P47

대궐 한번 지어를 봅시다
에헤라 지점*이호

충주시 주덕읍에서 집터를 다지며
부르는 지경소리


* ‘지경‘의 충청 방언. 지경은 일정한 테두리 안의 땅을 의미한다. 이 민요에서 ‘지점‘은 지경 혹은 땅을 다지는 지경돌을 뜻한다. - P50

"여기는 초상집 뷰도 오지게 좋네. 서울이믄 그냥 아파트가줄줄이 섰을 건디......." - P51

"뭔 골프여. 관심 읎구, 나는 지하실에 사람 좀 잡아다가 가뒀으믄 좋겠구먼."J가 숟가락을 뜨며 말했다.
"느그들은 그런 생각 안혀? 싸가지 읎는 놈 잡아다가 팔두좀 한짝씩 썰어 놓쿠......." - P51

"그게, 참, 머시냐. 말허기가 참 그런디, 그게
가랑비 오는 소리 같기두 허구, 개미겨가는
소리 같기두 허구, 뭐 그래요."

이명재, 『속 터지는 충청말 1』
(작은숲, 2019) - P54

많은 사람이 누에가 뽕잎 먹는 소리와 개미떼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 P55

누에가 뽕잎을 먹는 광경도 마찬가지다. 누에 수천 마리가머리를 움직여 뽕잎을 갉아먹는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순간 누에의 모습이 마치 외계인들의 행위처럼 비현실적으로 와닿음과 동시에 세상일이 덧없게 느껴지곤 한다 - P55

충청북도 청주에는 한국잠사박물관이 있다. 혹시라도 청주에 여행을 가시는 분이라면 잠사박물관에 들러 누에를 보고 오는것도 좋을 것이다. - P55

"그 글씨허구 이 글씨는 다르잖어유, 글씨."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강성욱 옮김, 온스토리, 2014) - P58

"이제 와서 뭘 따지나 싶겠지만 말여, 역시 남의 이름을 잘못부르는 거이 보통 실례가 아녀."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은혼』의 등장인물 사카모토 다쓰마의 대사다. - P59

오사카 방언을 부산 사투리로 번역하는 일은 흔하다. 각각 일본과 한국의 제2의 도시이자 최대의 항구도시고, 야구를 유독 사랑하는 도시인 데다 힘찬 이미지까지, 여러 공통점 외에도 어떤 공통 정서가 있기 때문 아닐까. - P59

시코쿠 방언을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하는 게 어울리는 이유가 있을까.  - P59

"너두 언능 일어나 영근이마냥
학교 댕겨야 할 것 아녀."

육근상, 「절창」(솔출판사, 2013) - P62

"이게 워치게 태우 형만의 문제여. 우리동네 전체의 심각한 문제지. 범죄 없는 마을기록 행진도 이제 중단된 거 아녀?"

황세연,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마카롱, 2019)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래하면 할수록 명백한 빈부 격차가 발생한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이 생겨나는 거다. 이 점이 뜻밖의 결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라는 개념으로 이미 수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이다. - P81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뇌 회로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뇌는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시냅스의 ‘불평등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에 연결한다. - P81

(전략). 이렇게 말하면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설사 현실이 불공평하다 할지라도 뇌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뇌란 녀석은 그저 묵묵히 일하는 하류 시냅스 계급들이 뒷받침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P82

인간의 도덕성은
얼마의 돈 앞에서 무너질까?


본대학 팔크 교수의
‘실험용 쥐 살처분 실험‘



본대학교 아르민 팔크 교수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사용하여 살처분 실험을 했다. (중략). 그런 다음, 쥐의 생태계와살처분 방법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그 결과, 46퍼센트의 사람들이 현금을 받는 안을 선택했다. - P83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생명보험이 그런 예 중 하나다. ‘매달 일정 금액을 꼬박꼬박 내면 사망 시 얼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하여 생명의 가격을 제시한다. - P84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곳에 가면 ‘생명 매매‘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 중 어느쪽의 ‘생명‘이 더 무거울까?  - P85

연구팀은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은 위의선택지에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참여자를 편의상 ‘매수자와 ‘매도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쥐의 생명을 구하거나 각 10유로씩 받는 식으로 가상 ‘거래‘하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그러자 75퍼센트라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 P86

"거래 현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으므로 죄책감도 여러 조각으로 분할된다. 또 주위 사람이 쥐를 희생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에 도덕성은 더욱 급속히 무너져 내리기 쉽다."
연구팀의 분석이다. - P86

돈은 분명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돈은 우리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샘물‘에서 마음을 바짝 마르게 만드는 ‘제초제‘로 변모한다. - P88

남자는 왜
이성보다 동성의 감정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뒤스부르크-에센대 시퍼 교수의
‘눈을 읽는 능력 측정 실험‘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마이클 시퍼 교수 연구팀은 21~52세 남성에게 다양한 ‘눈‘ 영상을 보여주고 2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남성인가 여성인가?‘ 둘째, ‘즐거워보이는가 슬퍼 보이는가?‘ 그 결과, 남녀 구별은 비교적 정확하게 했지만, 여성의 눈을 보고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95

"남자는 여자 마음을 읽는 데 선천적으로 서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자는 왜 여자 마음을 잘 못 읽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 P96

꾸며낸 표정으로본심을 교묘히 위장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대체 무엇을 믿고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 - P97

재미있게도,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진심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본능적인 재능이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저 얼굴어딘가 수상해 뭔가 냄새가 나!‘라고 간파한다. - P98

눈 주위 근육은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눈둘레근(Orbicularis Oculi=안륜근)은 ‘불수의근‘이다. ‘눈이 웃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래서다. 즉.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낼 때는 ‘눈(또는 눈 주변)‘으로 진심을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 P98

영국의 퀸 메리대학교(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라만(Q. Rahman) 교수팀은 ‘남성의 뇌는 이성보다 오히려 동성의 감정 및 위험한 표정을 읽는 쪽으로 진화해왔다‘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 P99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성간 혐오‘ 문제의 근원도 아마 라만 교수팀이 밝힌 이런 연구 결과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 P99

자기 자신을 점점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도쿄대 유지 교수의
‘베터-댄-에버리지 효과 실험‘

(전략). 말하자면, 자신을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 P105

잠깐, 질문을 바꿔보자. "주위의 평균적인 사람들과 비교해당신은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다른 사람을 공평하게대하는가?"라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내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말하자면, 자신을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거의 없다는 얘기다. - P106

인간은 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까? 아니, 단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 P107

베를린자유대학교의 콘(Korn) 교수팀의 연구결과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너는 성실한 사람이야", "항상 친절할 뿐 아니라, 믿고 기댈 만해!"와 같은 긍정적인평가를 받으면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 낯선 이름의 뇌 부위는 보수계에 속한다. - P107

 미국 듀크대학교 마크 리어리(Mark Leary) 교수는 "설령 자아상이 본래 모습과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긍정적자아상은 건전한 정신과 행복감, 사회적 성공 등에 관여하므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 P110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학교 오키모토(Okimoto) 교수연구팀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사죄를 거부했을 때‘의 심리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 P110

자기가 명백히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으면 ‘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우월감과 함께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 P111

힘껏 주먹을 쥐기만 해도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몽클레어 주립대 프로퍼 교수의
‘기억력 향상 비법 연구‘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프로퍼 교수 연구팀은 ‘주먹을꼭 쥐기만 해도 기억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 P112

(전략), 사실 기억력을 향상하는 ‘마법‘은 없다. 부단한 노력과 끈기만이 요구될 뿐이다. - P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 선행하는 세계관의 심리학


마지막으로 우리는 체계적인 세계관의 심리학이 성취되었는지, 성취되었다면 어디서 성취되었는지의 문제를 두루 살펴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하나의 위대한 시도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다. 그러나 이 저작은 단순한 세계관의 심리학 그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 P50

내가 진행하는 여기 이 작업에서 헤겔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관의 심리학에 결정적인 교훈을 준 가르침들은 다음에 열거하는 인물들에게서 비롯된 것들이다.

1. 칸트는 그의 이념론을 통해서 세계관의 심리학에 근간이 되는 사상의 창조자가 되었다.⁵

5 칸트(Immanuel Kant)의 이념론에 대해서는 이 책 뒷부분에 있는 「부록」을 참조할 것. - P51

2. 키에르케고르와 니체, 이 두 사람은 그들을 피상적으로만 관찰하는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단순히 상극적인 인물들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예를 들어 한 사람은 그리스도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반그리스도인이다). 이들은아주 독창적인 경험을 통해서 현존재의 문제를 경험하였고, 최고로 위대한 세계관의 심리학자로 인정되어야만 할 만큼 훌륭하게 인간의 가능성을 아주 독특한 자신들의 저작들에 묘사해 놓았다. - P51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개성적인 삶, 즉 ‘실존‘이다. - P52

키에르케고르와 니체에게는 그들이 직접 겪은 경험의 격정과 성스러운 진지함의 격정으로부터 생겨 나온 것이 있는데, 그것은 19세기에 인간과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문학적 성찰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다. 그것은 원래 낭만주의에, 즉 단순한 정신성의 이런 자기 독립성에 기반해 있다가 그 다음에 독일 철학, 특히 헤겔로부터(더 나아가 셸링으로부터, 셸링에 대해서 폰슈타엘 여사는 셸링의 철학을 수용하면 사람들이 평생 재치 있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겨 나왔고, 결국 (덴마크어로 글을 썼고 최근에야 비로소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키에르케고르가 아닌) 니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풍성한 정신적‘ 작업의 광범위한 흐름으로서 그것은 19세기 독일을 풍미했다. - P52

3. 막스 베버의 종교사회학적이고 정치학적인 저작에는 선행하는 작업들에 비해서 새로운 세계관의 심리학적 분석이 들어 있는데, 이 분석이 새로운 것은 그것이 이전 같았으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작업, 즉 아주 구체적인 역사적 연구와 체계적 사고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결국 단편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체계의 형태로 고착되지 않은 체계적인 객관화의 힘이 생동하는 격렬함과 연결되고 있다. - P53

우리의 시도는 체계적인 성질의 시도여야지 구체적인 개별 사례 중심의 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종종 사례들을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되기는 해도 입증은 되지 않는 유형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것이 명료한 것은 내적 직관성으로서다. - P53

이 책에서 내가 제시하는 모든 것들은 선언들이나 실제의 주장들에서와 같이 ‘증거‘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직관적인 명료성만 있을 뿐이다. - P54

종종 언급되는 역사적인 인물들은 또한 증거가 아니라 예증을 위한 사례들일 뿐이며, 그들은 그때그때 주어지는 관점 아래에서만 전적으로 일면적인 성질을 띠며, 그것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례로서만 이해된다. 그것들 자체가 경험적으로 잘못 이해되는 일이 발생할 때, 이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 의도된 맥락에서는 별로 신경쓸 것 없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특화되기는 하지만 각 경우에서 풍자적이고 과장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것까지 의도적으로 기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 P55

그러한 개별 사례를 끌어들이는 시도는 하나의 모험이다. - P55

이런 반론들과 더 나아간 반론들은 논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정당화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라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세계관의 심리학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잘 정돈된 형태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늘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음에 틀림없을 정도로, 충분히 많이 알려져 있다.
2. 과거가 다른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던 것을 생생하고 새롭게 갱신할 필요와 권리, 오래전에 달성한 것을 재차 수행하는 필요와 권리, 이런 것은 매 시대마다 있어 왔다. (후략). - P55

3. 체계적인 근본 사고들


1) 일반론: 배치의 절차조망 불가한 것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일정한 의미에서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모든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경계를 설정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P56

이해심리학의 다른 영역들에서 그런 것처럼, 누군가가 세계관의 심리학에 입문하고자 할 때 밟게 되는 외적 절차로는 가령 관찰, 회상, 의견, 주석, 앞서 특징지어진 세계관의 심리학의 원천들에서 자료를 뽑아내는 등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있다. 목록은 끝이 없다.  - P56

다수의 도식들을 형성하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는 미결정 상태에 머물면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모든 체계화 작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결이라는 것을 모른다.  - P57

 새로운 것은 기존의 형식 아래에서 이해되고 식별된다. 새로운 것은 풍부하게 작용하지만 틀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다. - P57

2) 체계화를 위한 몇 가지 법칙성

전체 질서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그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에 준해서 정리되는지의 문제는 우선 다음과 같은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응답될 수 없다. 각각의 특별한 자료들에 헌신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정돈 작업에 유리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 P58

(1) 단선적인 특징

모든 체계학은 직선 형태로 작용하고, 늘 한 줄로 늘어선 연속적인 형태를 취하며, 아마도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폐곡선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자체는 거의 그렇지가 않다. 사실 자체는 다차원적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매번 단일한 차원으로 정돈한다. - P59

(2) 통일성과 다양성, 체계화 목록

정리 정돈 작업을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우리 안에서 직관적인 형태들, 통찰된 상관관계들을 그저 단순히 앞에 세워 놓고 나란히 배열하면서 하나의 목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 P59

체계적인 이념들이 우리를 지배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통일성에 적응하게 되고, 인간들은 그만큼 더 마치 중앙으로부터 광선들이 분산되어 나오는 것처럼 다수의 형태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인식 불가능한 전체가 된다. - P60

통일성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이념으로서, 체계적인 질서 안에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비판적인 작업이고자 하는 한 체계와 각 목록 사이를 오가는 구조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정리 정돈 작업을 할 때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완전한 외형적 목록을 만드는것이 아니라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늦게 전하는 말


만약 이 책을 통해서 글을 쓴다는 행위가 더구나 어떤 종류의 글이든 간에 책을 출판한다는 행위가 이미 허영심에 속하는 것으로 상정된다면,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난 후에, 책이라는 형식 안에서 글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자기만족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 P5

『나자』를 쓰면서 특히 이런 점에 신경을 쓰게 된 까닭은 이 작품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 중요한 ‘반(反)문학적인 필요성 때문인데,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쓸모없다고 공격한 바있는 모든 묘사를 없애 보려고 많은 사진과 삽화를 집어넣은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서술에서 채택된 어조가 의학적인 관찰, 그중에서도 신경정신 의학적으로 관찰하는 어조와 일치하도록 하여 문체에 신경 쓰지 않고 꾸밈을 최소화하여 실험과 조사의 성격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흔적을 그대로 남겨 두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 P6

 서른다섯 살 나이의 끝에서(정말이지 녹슨 나이인데), 오류투성이인 사랑의 편지 속에, ‘문법이 따로 없는 사랑을 주제로 한 책들‘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주관성의 가장 좋은 면이고, 이것은 변함없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하겠지만, 객관성에 대해서 사소한 배려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결국 객관성만을 존중하여 좀 더 정확한 표현에 이르게 되었음을 보여 주고 싶을 뿐이다.


1962년 크리스마스 - P7

나자


"나는 누구인가?" 예외적으로 이번에만 격언을 끌어들여말하자면, 사실상 이런 질문은 모두 왜 내가 어떤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아는 것으로 귀착되는 문제가 아닐까?  - P11

관습적으로 제시되는 ‘유령‘에 대해 내가 갖는 표상은, 겉모양 때문이든 시간과 장소의 어떤 우연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든 간에, 내게는 무엇보다도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고통이 끝난 이미지와 같다. - P12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여러 가지 취향,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느끼는 친근성, 내가 빠져 드는 매력, 나에게 발생하는 사건들, 오직 나에게만 발생하는 사건들을 넘어서, 또 내가 실천한 수많은 행동, 나만이 체험하게 된 감정들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차별성이 무엇이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하겠다. - P12

바로 이런 상념에서 출발하여 나는 비평이라는 것이, 사실 가장 소중한 자기의 특권을 포기하더라도, 그러나 결국 깊이 생각해 보면 모든 사고의 메커니즘을 정리하려는 목표보다는 덜 공허한 목표를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스스로 가장 금지된 곳이라 여기는 영역 속으로, 또 작품 바깥에서 일상생활의 사소한 사건들의 포로가 되어 있는 작가의 자아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적으로 표현되는 영역 속으로 파고 드는것은 비록 학술적인 외도를 하더라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3

(전략), 그렇다면 위고의 작품에 대해 아무리 훌륭한 연구가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위고의 과거와 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이해와 느낌을 과연 이 일화만큼 생생하게 전해 줄수 있을까? - P14

 쿠르베⁵ 그림의 장엄한 빛은 내게는 기념탑이 무너져 내린 그때의 방돔 광장의 빛과 같다. 

5) 쿠르베(Gustave Courbet)는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 미술의 선구자다. - P15

키리코는 사물들의 어떤 배열을 통해 갖게 된 놀라움(무엇보다 큰 놀라움)밖에는 그럴 수 없으며, 그에게 있어서 직관적 인식의 모든 수수께끼는 놀라움이란 단어만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그 결과로 생긴 작품이 "그 탄생을 야기했던 것과 긴밀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의 유사 관계는 "두 형제가 닮은 것같은 모습이거나, 보다 정확히 말해서 특정한 인물의 꿈속 이미지와 실제의 그 사람이 닮은 것 같은 기이한 방식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 P15

나의 관점에서, 오직 두 종류의 성향만이 모든 감수성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정신에 대한 사물들의 특정한 성향의 마주침보다는 특정 사물들에 대한 정신의 성향이 더 중요해 보인다.  - P16

그러나 그는 또한 우리를 곧바로 침몰시키려고 획책하는 온갖 세력들의 현기증 나는 장치와, 겉보기에는 대단히 약하지만 우리에게 큰도움이 될 수 있는 너무나 연약한 고리 사이에 있는 이 필연적이고 중대한 구별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일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 P17

나의 관점에서, 오직 두 종류의 성향만이 모든 감수성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정신에 대한 사물들의 특정한 성향의 마주침보다는 특정 사물들에 대한 정신의 성향이 더 중요해 보인다. - P16

위스망스 이전에는 그 누구도, 의식적인 가능성들의 황폐한 토양 위에서 무의식적인 것의 이 위대한 깨어남을 목격하게 해 주지 못했고, 적어도 무의식적인 것의 절대적인 숙명과 거기서 나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일의 무용함에 대해, 인간적인 관점에서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 P17

 자신과는 아주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지만 그 인물들을 육체적으로건 도덕적으로건 자기 식으로 묘사하는 모든 경험주의적 작가들과 위스망스를 내가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 말해둘 필요가 있다. - P17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작가에게 누군가가, 곧 출판될 예정인 그의 작품에 관해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너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니 적어도 그녀의 머리색이라도 바꿀 것을 조언했다는 것이다. - P18

이제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는 먼 지점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들을, 그것의 유기적인 측면과는 상관없이 내가 이해하는 대로, 즉 가장 중요한 것뿐 아니라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우연의 흐름에 놓여 있는 범위 내에서, 내가 갖고 있는 상식적인 생각과 어긋나는 삶이 나로 하여금 갑작스러운 연결과,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일치의 세계, 그 어떤 정신 상태의 자유로운 비상을 능가하는 반사적 행동과, 피아노처럼 동시에 연주되는 화음의 세계, 아직 다른 빛들만큼 빠르지는 않더라도 보여 주고 볼 수 있게 만드는 그와 같은, 빛의 세계와 같은 금지된 세계 속으로 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 P19

 대단히 희귀한 물건을 보거나 이런저런 장소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좌우할 만큼 아주 분명한 감각과 함께 촉발되는, 특별하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의 동요에서부터, 우리의 이해력을 훨씬 넘어서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자기 보존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지해서 간신히 이성적인 활동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상황들이 교차 혹은 연속되면서 우리 자신과의 평화를완전히 잃어버릴 정도에 이르기까지, 가장 단순한 것으로부터 가장 복잡한 것 사이에 있는 이 사건들의 등급을 매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P20

독자들은 이 분야에서 내가 경험하게 된 일에 대해 전체적인 설명을 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여기서 나는 나만의 어떤 방식과도 일치하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나에게 일어난 사건과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발생하여 내가 특별한 매력을 느끼거나 저항감을 느끼게 되어 그것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만든 것을 쉽게 떠올려 보는 일에 만족할 것이다.  - P22

물론 도처에 실수라든가 사소한 누락이 있을 수 있고 게다가 몇 가지 혼동이나 명백한 망각 때문에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에,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는 의심할 수가 없는 이야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 P24

르네 모벨 예술학교에서 아폴리네르의 「시간의 색깔」¹¹이 초연되던 날, 내가 막간 휴식 시간에 피카소와 발코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내게 다가와 몇 마디 말을중얼거렸는데, 알고 보니 그가 나를 전쟁 때 죽은 것으로 짐작했던 자기의 친구로 착각했던 것이다.


11)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20세기 초 프랑스 시인이며, 시선집 「미라보 다리가 있다. 희곡 「시간의 색깔(Couler du Temps)」은 1918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 P27

『자장』¹⁴의 끝부분에 나오는 ‘나무숯(BOISCHARBONS)‘이라는 단어는 수포와 함께 산책했던 어느 일요일에, 간판에 그단어들이 붙어 있는 모든 상점들을 탐사하는 데 내가 특이한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4) 「자장(Champs magnétiques)」(1921)은 브르통이 필리프 수포(PhilippeSoupault)와 함께 쓴 최초의 ‘자동기술(오토마티슴)‘ 시이다. - P27

역시 팡테옹 광장의 어느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이도 어렴풋하고 지금은 얼굴 생김새도 기억나지 않는 한 여자가 들어왔다. 상복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리테라튀르》¹⁵의 몇 호를 찾고 있었는데, 그것은다음날 낭트에 있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꼭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 P29

며칠 후, 벵자멩 페레¹⁶가 그곳에 나타났다. - P31

파리와 더불어 아마도 프랑스의 도시들 중에서 어떤 의미있는 사건이 내게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인상을 갖게 된 유일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낭트는, 넘치는 정열로 불타오르는 시선과 마주칠 수 있는 곳이고(나는 작년에 자동차로 낭트를 가로지르다가 아마도 남자와 동행했을 것 같은 노동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눈을 들었을 때,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때 멈추어섰어야 했는데), 나에게 있어서 삶의 리듬이 다른 곳과 같지 않은 곳이다. 모든 모험을 능가하는 모험 정신이 아직도 몇몇 사람에게 깃들어 있는 도시 낭트는 여전히 나를 만나러 와 줄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 P31

어쨌든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오후 늦게쯤 파리의 ‘마탱‘인쇄소와 스트라스부르 대로 사이에 있는 본누벨 대로에서 오가는 나를 사흘 안에 못보고 지나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왜 내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하는지를 모르고, 내가정해진 목적도 없이, 또 바로 그런 일(?)이 거기서 일어나리라는 막연한 느낌 외에는 어떤 결정적인 정보도 없이, 무슨 이유로 거의 매일 그곳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 P35

(전략). 그 중국인은 안경을 벗고 있었던 윌슨 대통령의 사무실에 들어갔고, 그 다음으로 또 그가, 또 그가, 또 그가, 또 그가 들어갔다. 나에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영화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던이 영화의 제목은 「문어의 포위」²¹였다.

21) 문어의 포위(L‘Etreinte de la Pieuvre)」는 열다섯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는데, 브르통이 언급하는 에피소드의 제목은 「사탄의 눈(L‘(Eil de Satan)」이다. - P35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팸플릿을 보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프로그램을 참고해 보더라도 어차피 연기자이름은 대여섯 명밖에 기억하지 못하니까 별로 도움이 되지않아서였는데, 그러다 보니 아무리 내가 그야말로 아주 형편없는 프랑스 영화들에 대해 약점이 있다는 것을 여기서 고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보다 ‘재수 없게 될‘ 위험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 P37

 그래도 10구에 있는 몇몇 영화관들은, 내가 자크 바셰²²와함께 ‘폴리 드라마티크‘라는 오래된 극장의 상등 관람석에 앉아서 관객들이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경악하는 가운데마치 저녁상을 차리듯이 음식 상자를 열고 빵을 자르고 병마개를 따면서 식탁에서처럼 큰 소리로 이야기하던 때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앉아 있기에는 특히 안성맞춤인 장소로 보인다. - P37

지금은 철거된 오페라 극장 길 안쪽에 자리 잡은 ‘테아트르모데른‘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극을 공연했는데, 이런 점에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극장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 P37

나는 밤에, 숲 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어떤 예쁜 여인을 만났으면 하고 늘 간절히 바랐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소망이란 한 번 표현하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게 되므로, 나는 그런 여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 P42

 나는 무엇보다도 임기응변의 재치를 전혀 발휘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아주 좋아한다. 어쩌면 지금은 어디로도 달아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생각이 든다.(이 마지막 문장에서 웃는 녀석들은 돼지 같은 놈들이다.)  - P42

그러나 나에게 해가 지고 해가 뜬다는 것이(그렇다면 낮이 되는 것일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의 제일 밑바닥까지 실제로 내려가 본다는 것은 나중에 선술집으로 바뀐 퐁텐 거리의 ‘테아트르 데 되 마스크‘²⁴로 돌아가는 일이다. 


24) ‘테아트르 데 되 마스크(Théâtre des Deux Masques)‘는 ‘두 개의 가면극장‘이라는 뜻이다. - P42

1915년경 랭보가 내게 행사한 주술적 힘, 그 이후로 「신앙심과 같은 보기 드문 시들을 통해 극도로 정교하게 작용한랭보의 주술적 힘* 때문에 그 여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P53

 우리의 관심은 헌 옷들, 누렇게 바랜 지난 세기의 사진들, 값싼 책들, 철제 숟가락들이 놓여 있는 얇은 선반에 숨어 있는 랭보의 『전집』 최신 판본으로 동시에 집중되었다. 내가 그 책을 대충 훑어보고 싶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 P55

그 책은 판매용이 아니고, 책 속에있는 자료들은 그녀의 것이다. - P55

대단히 교양 있던 그녀는, 거침없이 셸리, 니체, 그리고 랭보에게로이끌린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초현실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그녀가 끝까지 읽을 수 없었던 루이 아라공의 소설 『파리의 농부』에 대해서, 특히 그녀의 독서를 가로막았던 ‘비관주의‘라는 단어의 의미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P57

며칠 전에, 루이 아라공은 빨간색 글자로 쓰인 푸르빌 호텔의 간판을 주의 깊게 보라고 내게 말했다. ‘MAISONROUGE‘(빨간 집)은 길의 특정한 경사에서 보면 ‘MAISON‘ (집)은 안 보이고, ‘ROUGE‘는 ‘POLICE‘(경찰)로 읽혔다.* - P58

어쨌든, 나는 이런 순서로 진행된 일련의 관찰에 대한 진술과 그 다음에 계속될 일련의 진술로 인해, 최소한 몇 사람만이라도 적어도 자신에 대한 그들의 소위 엄격히 계산된 생각이 무의미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참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집중력이 필요한 계획적인 모든 행동이 부질없다는 것은 깨닫고 난 뒤에 거리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P60

각자가 그 자리에서 자신만이 가지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기대할 권리가 있는 사건, 아마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내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이 사건은, 꼭 노동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 P61

지난 10월 4일,* 그야말로 할 일이 없고 매우 침울한 오후가계속되던 날들 가운데 어느 저녁 시간에, 나는 마치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비결이라도 있는 것처럼 라파예트 가를 서성대고 있었다. - P63

 나는 그 이름을 몰랐거나 잊어버린 교차로를 막 건너갔는데, 그곳은 바로 성당 앞이었다. - P65

나는 주저하지않고 모르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진짜 행동에 옮길 때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다. - P65

그녀는 마장타가에 있는 미용실에 가려는 길이라고 둘러대며 말했다. (내가 둘러댔다고 말하는 이유는 순간적으로 그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자 그녀는 약간 당황하여곧바로 아무 목적지도 없이 가는 길이라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 P66

그녀의 고향이자 떠나온지 이삼 년밖에 되지 않은 릴에서 그녀는, 아마도 자기가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자기를 사랑했던 한 학생이 있었다는 것이다. - P66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기 손을 잡고 있는 그의 한쪽 손을보고는, 끝의 두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너 다쳤구나!" - P67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바보 같으니! 나는 알자스로렌으로 돌아갈거야. 사랑할 줄 아는 여자들은 거기밖에 없어.‘ 왜 바보라는거죠? 당신은 아시겠어요?" - P67

 나는 그녀에게 내 이름을 말했다. - P68

우리 집에서, 물론 모든 게 아주 깨끗했지만, 아버지는 집에 돌아왔을 때, 앞치마를 두른    아내를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 P68

 그녀는 그들 사이에 앉아서, 그들의 얼굴에서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걱정거리를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