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위기와 그 너머
IDENTITY CRISIS AND BEYOND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아 발달의 종점을 lieben und arbeiten, 즉 사랑하고 일하는 능력으로 요약했다. - P147

해리슨의 모델은 ‘사랑하고 일하는‘ 투쟁을 분리된 두 가지의 정체성 위기, 즉 정체성 형성의 위기와 장기간 친밀한 관계 형성의 위기로 나뉜다.  - P147

정체성 대 정체성 혼란

정체성 위기의 다섯 번째 단계는 에릭슨 이론의 중심부다. 에릭슨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력이나 인생을 걸만한 일을 찾으려는 청년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데, 영화에서 정체성의 탐색은 흔히 자신이 동일시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이유를 찾는 투쟁으로 묘사된다. - P148

화면 밖 소리, 혹은 화면 밖 소리가 아닌 것으로
To Voice Over or Not to Voice Over

때로, 배경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서 실제 장면으로 펼쳐내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슈퍼맨>처럼 150분 넘는 분량의 시나리오를 쓸 마음이 아니라면 그렇다-. 이런 이유로, 화면 밖 소리 내레이션은 배경 이야기를 설명하는 시작 부분에 흔히 사용되며, 관객이 빠르게 그것을 따라잡도록 도와준다. - P149

배경 이야기의 개인적 폭로배경 이야기의 공개는 캐릭터 자신이 개인적 정보를 폭로할 때, 특히 정서적 차원에서 각별할 수 있다. - P150

폭로와 자기성찰의 조용하고 진지한 순간은 매우 강력할 수 있다. 폭로하는 캐릭터가 말하고 있는 상대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동안, 그는 관객과도 친밀한 정서적 연대감을 창조한다. - P151

정체성 혼란

어떤 영화들, 특히 전기적 주제는 모두 배경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중략). 이런 영화에서는 연기가 진정 캐릭터이며, 모든 플롯과 이야기는 영화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 주인공의 초상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 P152

유예와 압류 Moratorium and Foreclosure


당신 캐릭터의 정체성 위기를 구조화할 때, ‘유예‘란 요소즉 정체성 성취에 선행하는 능동적 탐색 단계를 명심하라. (중략). 에릭슨 모델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압류‘인데, 그것은 탐색을 너무 일찍 끝낸 위험으로 인해, 자신의 발견을 통해 성취된 개인적으로 중요한 정체성보다 다른사람에 의해 제공된 정체성에 정착하는 것이다. - P152

저항


(전략). 에릭슨은 십대에게 저항은 공통적이라고믿었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아이로서 자신이 동일시할 역할 모델에게 저항할 인생의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아이로서 존경했던 부모나 권위적인 인물들은 이제 과잉 비판적인 십대의 시선에서 보면, 엄격하고 위선적이고, 구식이고 억압적이며 절망적인 고지식한 존재일 뿐이다. - P153

자기 자신의 발견

정체성 문제는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다. 당신의 주인공이 친구와 멘토에게 도움과 안내를 받을 수 있거나, 때로는 받아야만 하지만, 위기의 최종적 해결은 늘 자기 추동적이어야만 한다. 캐릭터는 자신을 발견해야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은 누군가로부터 완성된 채로 넘겨받을 수 없다. - P154

당신의 주인공이 정체성 위기로 인한 혼란, 고통과 비판에 시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의 주인공이 더 힘겹게 투쟁할수록, 관객은 그의 갈등을 더욱 동일시할 수 있으며, 결말에서 그의 성공을 더욱 응원하게 될 것이다. - P155

친밀감 대 고립감

에릭슨의 정체성 위기 여섯 번째 단계는 특별히 사랑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인생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낭만적 친밀감은 두 개의 층위에 존재한다. 육체적 층위인 섹스는 전통적으로 스크린에선 은밀하게 묘사되었다. 오늘날, 섹스신은 사랑을 다룬 영화에선 거의 의무적 수단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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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적 갈등
NORMATIVE CONFLICT


(전략). 에릭슨의 이론은, 자신의 욕구와 충동들이 사회적 기대와 갈등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갈등을 유지하는 ‘사회심리학psychosocial‘이다. 자아의 내적 삶은 사회적인 외적 삶과 갈등을 일으킬 때, ‘규범적 갈등‘이 발생한다. - P131

 각 단계의 중심적인 규범적 갈등은 발달하는 자아 정체성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이러한 각각의 규범적 갈등은 ‘정체성 위기‘의 수준에 이를정도로 상승하기도 한다. 정체성 위기는 자아감sense of self에서 극적인 변화와 전환의 시기, 즉 자아 정체성의 변태기 a time of metamorphosis에 발생한다. - P132

신뢰감 대 불신감


정체성 위기에 관한 에릭슨의 사회심리적 단계들은 자아 발달에 관한 프로이트의 성심리적 단계들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 (중략). 정체성 위기의 첫 단계는, ‘신뢰감 대 불신감‘으로, 프로이트의 구강기에 해당한다. - P132

인생의 첫 단계에서, 아이는 완전히 무력하고 상처받기 쉽다. 돌보는 사람의 양육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존하면서, 그들이 먹여주고 보호해주고 돌봐주고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의 신뢰감은 근본적인 믿음이다. - P133

수상한 영웅

불신감은 스스로에게 영웅적 이유를 밝히길 꺼리는 캐릭터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좋은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상한 영웅은 일반적으로 다소 어두운 캐릭터, 즉 어두운 과거를 가진 반영웅에 해당한다. - P133

수상한 영웅의 도전은 불신감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를 믿어야만 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믿거나 비이기적인 마음을 믿어야만 한다. - P133

믿음의 도약

불신에 대한 갈등의 해결은 믿음의 도약을 통해 성취되는데, 이는 수상한 영웅이 경계태세를 늦추고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을 맡기는 장면에서 가능하다. (중략).
믿음의 도약이 반드시 캐릭터의 큰 변화로 작동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도약은 캐릭터에게 단순한 한 걸음일 수 있으며, 거기에서 그/그녀는 주저하는기력없는 상태로부터 다른 사람이나/과 다른 이유에 헌신하는 보다 주도적인 상태로 나아간다. - P134

캐릭터가 곧 행동

불신과 믿음의 도약은 당신의 각본에서 중요한 요소들인데, 왜냐하면 이 요소들은 현실 세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내거는 위험을 꺼린다. 실제로 사람들의 충실함과신뢰는 장려되어야만 한다. 캐릭터의 믿음의 도약을 구조화할 때, 이런 주제가 단지 말로만 하는 장치보다는, 반드시 실제로 적용되도록 고심해야 한다. - P135

믿음의 도약을 경솔하게 다루는 것은 시나리오 쓰기에서 벌어지는 가장 흔한 잘못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캐릭터 전에플롯을 먼저 설정하는 잘못이다. 작가로서, 당신은 플롯이란 캐릭터 주위를도는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 P135

낙천주의자

수상한 영웅의 반대는 잘 속는 영웅, 즉 너무 잘 믿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의 도전은 신뢰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아니오"라고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136

 분명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가 진행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지만, 심리적 완성을 위해 그들은 반드시 서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각 캐릭터가충분히 발달했을 때, 그들은 그 자체로서 완전하고 균형 잡힌 심리적 정체성을 재현해내야만 한다. - P137

자율성 대 의혹과 수치심


프로이트의 두 번째 성심리 단계-항문기-가 화장실 훈련을 두고 벌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힘겨루기에 중점을 둔 단계처럼 에릭슨의 자아 위기 두 번째단계는 부모로부터 자율성을 갖기 위한 아이의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에릭슨에게, 자율성이란 개인의 기본적 정체성으로, 아이의 "자기 자신이 되려는 의지 will to be oneself"다. 영화에서, 자율성의 주제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환경에서 벌어지는 독재적인 힘에 저항하는 캐릭터들에 의해 수행된다.  - P137

모든 문명인은 사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법률, 규칙, 세금, 공무원 등등... 모든 사회적 구속은 개인적 자율성을 억압하며, 자유를 원하는 우리의 자연적 본능을 좌절시킨다. - P138

주도성 대 죄책감 Initiative versus Guilt

프로이트 이론에 있는 발달과정에서 남근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결을 보여준다. 그때 초자아는 무의식에서 지배적인 힘을 갖게 된다. 반면에릭슨의 자아 위기 세 번째 단계는 죄책감-초자아의 산물-과 그 반대되는 힘인 주도성a desexualized version of the libido, 리비도의 탈성화 된 버전에 초점을 맞춘다. 에릭슨은 주도성과 죄책감을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대립하는 힘으로 상정한 반면, 이것들은 흔히 영화에서 캐릭터 동기부여의 상호보완적인 힘으로 사용된다. - P139

그러나 죄책감은 고전적 심리분석에서 신경증적 콤플렉스로 묘사될 수 있는데, 주인공은 진정한 주도성을 실현하기 위해 그것을 극복해야만 한다. (중략). 당신이 각본에서 이러한 주도성과 죄책감을 상호보완적 힘이든 혹은 적대적인 힘이든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 캐릭터의 발달은 이러한 중요한 동기부여에서 그중 하나 혹은 둘 모두에 달려있다. - P140

근면성대 열등감

(중략). 에릭슨의 모델에서, 승화의 예술은 개인의 정체성과 본질적으로 연결된 중요한 기술로 여겨진다. 심리적 에너지를 일로 승화시킴으로써, 우리는 능동적으로 우리 자신을 규정하게 되는데,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누구인지 광범위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성공적이고 생산적이며, 근면하다고느끼는 기본적인 욕망은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느낌에 의해 좌절될 수 있다. - P140

약자 플롯 장치는 영화에서 항상 인기가 있는데, 왜냐하면 관객은 극복할수 없는 역경에 맞서 승리하는 주제에 쉽게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약자 주제는 단지 스포츠영화와 액션영화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 P141

규범적 갈등

연습문제

1. 당신의 영화 지식을 활용하여, ‘수상한 영웅‘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5명을 찾아보라.

2. ‘남을 잘 믿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3명을 찾아보라.

3. ‘저항적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7명을 찾아보라.

4. ‘죄책감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3명을 찾아보라.

5. ‘삐뚤어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3명을 찾아보라.

6. ‘약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캐릭터 5명을 찾아보라.

7. ‘약자 주인공 무리‘가 나오는 영화 3편을 찾아보라.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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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교도소를 나와 도쿄에 도착하는 데 겨우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사이에 출소의 기쁨은 끊임없이 숨가쁘게 밀려왔다. - P27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마치자 도시오가 물었다.
"술이라도 마실래?"
준이치는 고개를 저으며 즉각 대답했다.
"단걸 먹고 싶어요."
두 사람은 카페에 들어가 푸딩 알라모드와 초콜릿 파르페를 주문했다. - P28

비행기에 타면 탄 대로, 이번에는 장이 뒤틀릴 듯한 복통이 생겨 몇 번씩이나 화장실로 직행하는 신세가 되었다. 2년 남짓한 세월 동안 보리밥을 주식으로 삼고, 최소한의 칼로리밖에 섭취하지않았던 소화기들이 아까 먹은 디저트의 공격으로 공황을 일으킨듯했다. 그래도 준이치는 기뻤다. - P28

이번 집은 아직 준이치가 본 적이 없는 집이었다. 반년 전 부모님이 보내오신 편지를 통해 가족이 이사한 것은 알고 있었다. - P29

"다음 모퉁이만 돌면 된다."
망설일 틈도 없이 두 사람은 모퉁이를 돌았다. 준이치의 눈에 색바랜 몰타르 벽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벽면은 줄무늬로 얼룩이 져 있었다. 대문 같은 것도 없고 길가에 난 작은 문이 그곳이 현관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건평이 6평 정도 될까. 여하튼 단독 주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집이었다. - P29

"준이치!"
유키에는 앞치마로 두 손을 닦으며 천천히 현관으로 나왔다. 그새에 벌써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준이치는 늙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 P30

준이치는 여덟 살 어린 남동생 아키오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부모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 P30

준이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츠야마에서 들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 이미 깔아 놓은 이불 위에 주저앉았다.
"이 집이 말이다. 이래 봬도 살기 편하단다."
문가에서 유키에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래돼서 손질할 필요도 없고, 청소할 데도 많지 않아." - P31

준이치는 화제를 돌렸다. 어머니가 또 눈물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키오는요?"
"아키오는 나가 산단다.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
"주소 좀 알려 줘요."
유키에는 조금 망설이더니 동생의 주소를 알려 주었다. - P32

하지가 가깝다 보니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거리를 다니기에는 불안했다. 스쳐 가는 차들이 괜시리 빠르게 느껴졌고 또 하나, 가석방자 특유의 문제가 있었다. 형기가 만료되는 3개월 이내에 벌금형 이상의 죄를 범하면 준이치는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 교통위반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 P32

아키오가 이쪽을 노려보았다. 동생이 진심으로 화났을 때 보이는 얼굴이다.
그 분노의 이유를 가늠하고 준이치는 당황하며 말했다.
"할 얘기가 있어 좀 들어가자."
"싫어."
"왜?"
"살인자는 사절이거든."
준이치의 시야가 흐려졌다. - P33

형의 시선을 의식한 아카오가 불쑥 말했다.
"고등학교, 중퇴했어."
"뭐?"
놀란 준이치는 자신이 사건을 일으킨 2년 전을 돌이켰다.
"졸업까지 반년밖에 안 남았었잖아?"
"학교에 잘 다닐 수 있을 리 없잖아. 살인자 동생이." - P34

"아버지가 대학 포기하고 돈 벌라고 그러시니까………. 차라리 내 힘으로 학비를 벌려고."
어."
"아르바이트하는 거야?"
"창고에서 분류 작업해. 잘 하면 한 달에 17만 엔 정도 벌 수 있준이치는 각오하고 핵심 부분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아버지, 어머니 한테는 돈이 없는 거야?"
"당연하지." - P34

"얼만데, 배상액이?"
"7000만엔."
준이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주 40시간, 1년 8개월 동안 교도소 목공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이 6만 엔이었다. 게다가 그 노동으로 교도소 측이 올린 수익은 모두 국고로 들어갔고,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보상에 쓰인 적은 없었다. - P35

준이치는 늙어 버린 모친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어머니는 어떤 심정으로 오랫동안 정들었던 집을 떠났을까. 저 지저분한 단독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 얼마나 비참하게 느껴졌을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는 아들이 범한 죄의 무게에 전율하며, 행복했을무렵의 단란한 가족상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소리 죽여 울어 왔던것이다. - P36

도쿄 가스미가세키 중앙 합동 청사 6호관.
법무성 형사국 한구석에선 검찰청에서 파견 나온 검사가 ‘사형집행 기안서‘ 작성을 막 끝내던 참이었다. 총 170쪽, 라커 하나를 송두리째 점거했던 방대한 기록을 심사한 끝의 결론이었다.
사형 확정수의 성명은 사카키바라 료라고 했다. 연령은 파견 검사와 같은 32세였다. - P36

공소권을 독점한다는 강대한 권력을 쥔 검찰관은 동시에 형집행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책무가 있다. 특히 극형까지 가게 되면 엄정한 심사를 해야 하며, 그가 작성 중인 사형 집행 기안서는 앞으로 5개 부서, 13명의 관료 결재를 받을 예정이었다. - P37

‘이상 어떠한 요소를 보아도 본 건은 형의 집행 정지, 재심, 비상 상고의 사유가 없으며, 정상을 참작하여 은사에 귀속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사료됨.‘
거기까지 입력하고 검사는 손을 멈추었다. 사카키바라 료의 사건은 특수했다. 머릿속으로 미심쩍인 부분을 점검했으나, 최종 확인으로 나온 결론은 법에 비추어 보아 극형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속에 맺힌 꺼림칙한 느낌, 그것만으로는 증거 능력이없다. - P38

출소한 다음 날 아침, 준이치는 가스미가세키 관청가로 향했다. 보호관찰소에 출두하여 보호 관찰관과 보호사를 만날 목적이었다. - P38

오치아이는 풍채 좋은 몸과 거무스름한 피부가 거만한 인상을 풍겼지만, 대화해 보면 솔직한 실무자였다. 그는 가석방자의 준수사항을 준이치에게 재인식시켰고, 추가로 ‘직업을 함부로 전전하지 않을 것‘과 ‘현주소에서 200킬로미터 또는 3일 이상되는 여행시에는 허가를 구할 것‘ 등 특별 준수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당근과 채찍을 함께 부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P39

오치아이가 계속 말했다.
(중략).
"그건 그렇고 화해 계약 조건은 완수했나?"
오치아이의 질문에 준이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돈 말씀이신가요?"
"그 외에 하나 더………, 부모님께 못 들었나?"
"아직 자세히는."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 P40

눈앞에 있는 서류로 시선을 옮긴 오치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후에 말했다.
"경제적인 부담은 부모님께서 감당하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부모님과 잘 상의했으면 한다. 그 밖에 네가 해야 할 것은유족에 대한 사죄다." - P40

농담조로 말하던 오치아이는 준이치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지, 미심쩍게 쳐다보다가 말투를 바꾸었다.
"마음 내키지는 않겠지만 이건 의무야. 법적으로 보나, 도의적으로 보나." - P41

기노시타 유리를 오랜만에 본 준이치는 수척해진 느낌이 어딘가 어머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42

"내 얘기가 TV에 나왔어?"
"뉴스뿐만이 아니야. 연예 중계 프로에도 나왔어. 과거의 비행소년이 어쩌고 그러면서…………. 바보같이 생긴 리포터가 거짓말만늘어놓더라. 준을 나쁜 놈으로 꾸미고 싶었나 봐."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자신의 본 모습이었을 것이다.
준이치는 쓰라린 굴욕감을 느꼈다. 매스컴만 아니었으면 동생 아키오는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을다. - P43

"미안해.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로도 예전 내 모습을 되찾을 수는 없을 거야."
유리의 말에 준이치는 할 말을 잃었다. 사과해야 하는 건 그였고 사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 P43

준이치는 그 뒤로 한 5분을 걸었다. 마음이 침울해졌을 뿐 아니라 분출구 없는 성욕이 이글이글 일었다.
(중략).
 기억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려 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준이치의 얼굴을 보자마자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 P44

할머니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준이치야, 오랜만이다."라고만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준이치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상대방 얼굴이 발길 돌릴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공포와 혐오가 뒤섞인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 P45

‘미카미 모델링‘의 외관은 그대로였다. 단층짜리 가건물에 새시 문이 달린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아버지가 책상에서 전표를 정리하고 있었다.
2년 전까지는 여직원이 했던 일이다.
"준이치!"
얼굴을 든 도시오가 놀란 모양이었다.
"웬일이냐?"
"일하려고요." - P46

마츠야마 형무소의 수석 교정 처우관은 편안하게 웃으며 미카미 모델링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도시오에게 말했다.
"아까는 전화로 실례했습니다. 난고라고 합니다. 마츠야마에서 준이치를 담당했지요." - P47

난고는 수형자에게 강요되는 존칭을 꺼렸다.
"좀 볼 일이 있어서."
설마 가석방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준이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 P47

난고는 아쉬워하듯 말하고 도시오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아드님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이래저래 쌓인 얘기도 있고 해서 말입니다."
"그러세요. 그러세요."
준이치의 부친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잘 좀 지도해 주십시오. 일주일 정도는 푹 쉬게 할 참이었으니까요." - P49

"교도관이 직업이다 보니 살벌한 분위기가 몸에 베어 버렸어.
그래서 사석에서는 가능한 한 빼입는다네."
준이치는 무늬가 차분한 셔츠를 차려입은 교도관을 바라보았다. 교도소 밖에서 만난 난고에게는 촌스러움과 세련됨이 공존된 기묘한 존재감이 있었다. - P50

난고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3개월이 기한이야. 즉 보호 관찰이 끝날 때까지의 기간이지. 내용은 변호사 사무실의 일을 돕는 것이라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사형수의 누명을 벗기는 거야." - P50

"난고 씨께서도 하시는 겁니까?"
"물론. 만약 승낙해 준다면 내 조수가 되는 셈이지."
"하지만 왜 제게?"
"마침 가석방을 받았으니까."
"다자키도 가석방을 받았는데요."
준이치는 약혼자를 때려 죽인 교도소 친구의 이름을 댔다.
"그 녀석은 갱생하지 못할걸" - P51

화제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준이치는 당황했다.
"아직 못했습니다. 이삼 일 내로 다녀올 참이에요."
"좋아, 그때 나도 함께 가겠네."
"난고 씨도요?" - P52

준이치는 아연실색했다. 난고가 꺼낸 일에 대한 관심이 확 사라져 버렸다. 그는 무심결에 되물었다.
"언제 일어난 사건입니까?"
"10년 전 8월 29일. 자네가 여자 친구와 잡힌 날이지."
준이치는 현기증을 참아내며, 이는 벌일까 싶었다. 하늘이 내린 우연이라는 이름의 엄벌.
"만약 승낙해 준다면, 3개월 동안 저쪽에 체류하게 될 거야. 보호사에게는 내가 이야기해 놓겠네. 변호사 사무실 일이니, 그야말로 정규직이지. 준수 사항에 위반되지도 않고." - P52

"사생활에 간섭한 것 같아 미안하네만, 이 일은 보수도 무시 못할 걸세. 3개월 동안 수당만 300만 엔이야. 그러니까 매월 100만이란 얘기지. 그 외에 필요 경비가 300만 엔까지 지급될 테고. 그리고 만약 사형수의 누명을 벗긴다면 성공보수로 1000만 엔."
"1000만 엔?"
"그렇네. 1000만 엔일세."
준이치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렸다. - P53

제2장

사건

날이 밝아 오자 난고는 형 내외가 사는 가와사키 시의 본가를나와 가장 가까운 역인 무사시 고스기로 향했다. 그곳에서 렌트카를 빌려 준이치와 전날 상의한 대로 나카하라 가도에 오르면 금방인 하타노다이를 향해 차를 굴렸다. - P55

그때 갑자기 준이치의 표정에 움직임이 있었다. 시선을 좋으니길 맞은편에 있는 ‘릴리‘ 라는 잡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중략).
흰 피부의 젊은 여자는 준이치 또래였다. 과거의 연인일지도 모르겠다. 준이치의 재판 때 젊은 여자 증인은 없었으니, 사건 발각과 동시에 둘 사이는 끝난 것이리라. - P56

난고는 웃어넘겼으나 은근히 기뻤다.
"괜찮네. 얼마 안 있으면 교도관을 그만둘 테니까."
"네?"
준이치는 놀란 모양이었다.
"지금은 쌓이고 쌓인 휴가를 토해 내고 있는 중이지. 이게 끝나면 정식으로 퇴직일세. 이번 일은 퇴관 전의 자원 봉사로 취급되어 있어서 공무원법에도 걸리지 않아." - P57

난고는 앞으로 힘든 일을 당할 준이치에게 조언을 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죄는 말이야, 얼마나 이쪽에서 성의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어. 상대방은 자네에게 분노를 터뜨릴 수도 있지만 당황할 필요 없네. 죄송하다는 마음을 말과 태도로 표현하면 돼." - P58

룸밀러로 옷깃을 점검한 준이치가 차에서 내려 상의를 끼어 입었다. 출소하고 나서 옷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으리라. 차림새는 전체적으로 어색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성의를 보이고자 하는 의지는 오히려 강하게 전달될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준이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자네 마음이 반드시 전달될 거야. 잘 다녀오게." - P59

사무라 미츠오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검찰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정했고,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주십시오."라고 눈물을 흘리며 재판장에게 호소했었다. "제 소중한 외아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라고 - P60

그때 "미카미?"라고 호통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이치가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기 전에 사무라 미츠오가 모습을 나타냈다. 머리칼을 기름으로 눕힌 머리, 넓은 이마 밑에 번득이는 큰 눈, 묵직하고 정력적인 인상은 재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미츠오는 준이치의 모습을 보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P60

"그것으로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부족하나마 사죄드리러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준이치는 깊숙이 머리를 숙여 상대방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 P61

마침내 미츠오가 말했다. 그 떨리는 목소리에서 분노를 필사적으로 참아 내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쪽 사죄는 앉아서 듣도록 하지. 안으로 들어오게." - P61

미츠오는 한동안 이쪽을 노려보더니, "언제 출소했나?"라고 물었다.
"이틀 전입니다."
"이틀 전? 왜 바로 오지 않았지?"
"화해 계약 내용을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준이치는 솔직히 대답해 버렸다.
그 말을 듣자 미츠오의 기름진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계약이 없었으면 사죄하러 오지 않았을 거란 말인가?" - P62

미츠오가 입을 열었다.
"화해 계약은 그쪽 부모님의 성의로 이해하고 있네. 나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위자료와 배상금을 마련하신 고생도 알지.
그건 알고 있어."
미츠오의 말투에는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려는 울림이 있었다. - P62

"솔직히 자네 얼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얼굴을 맞대었으니 하나만 해 줬으면 하네."
(중략).
"가기 전에 그 애 위패에 명복을 빌고 가게."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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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에게도 역시 그 위대함이 숨어 있다


닮고 싶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어떤 일에든 열정적인 사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그의 어떤 점이 가장 부러운가? - P12

 어떤 특징 때문에 그 사람을 존경하는가? 강한 멘탈, 포기를 모르는 의지, 인내심, 집중력, 평정심 등이 있을 수 있다. 혹은 다른 특징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 P12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람을 보며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정상적인 심리 반응이다. 그러나 계속 부러워하기만 하면 타인이 나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선망의 대상과 닮아갈 수 있다거나, 심지어 그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우상과 자신을 구분 짓고 우러러보는데만 익숙해지지 않았는가? 생각을 달리 해보자. - P13

 다른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보는 사람은 내면에 그 위대함을 똑같이 품고 있다. "내가 알아챌 수 있다면 나도 이미 그걸갖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라. - P14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보석 같은 격언 중 하나를 명심하자. "스포츠란 90퍼센트의 정신력과 10퍼센트의 신체로 이루어진다." - P14

03
THE CHAMPION‘S MIND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라


어떤 선수는 승리를 위해 경기하고, 어떤 선수는 지지 않기 위해 경기한다. 어떤 선수는 시합 자체를 즐기지만, 어떤 선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 P139

메달, 샷, 처음 따낸 포지션, 장학금, 후원금, 혹은 지금을 즐기거나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게임에 임해야 한다. 지지 않으려고 하는 시합은 절대 이길 수 없다. - P139

•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게임은 공포가 기반이다. 승리하기 위해 하는 게임은 자신감에 근거한다.
• 지지 않으려고 경기를 하면 항상 당황하게 된다.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면 빈틈이 없다. - P140

• 지지 않으려고 하면 근육이 긴장하면서 실수가 발생하고, 이기려고 하면 긴장하지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 P140

미안한 기색 없이 승리를 취해도 괜찮다. 상대방을 큰 차이로 이기거나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선수도 있다.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당신이 승리하면 안 될 이유나 지금상을 못 받을 이유가 있을까?  - P141

실패도 할 수 있다. (중략). 현명한 선수라면, 그저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경쟁하면 된다. 다른 선수가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당신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 P141

울로간의 힘


개인은 물 한 방울에 불과하지만 함께라면 바다를 이룬다.
-류노스케 사토로(시인)


팀의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때도 태도가 중요하다. - P142

뉴욕 자이언츠에서 코치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빌 파셀스는 라커룸에 "아무도 탓하지 마라.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직접 움직여라‘라는 슬로건을 붙여놓았다. 그의 간단명료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 P143

‘정신의 로커‘에 모든 것을 두고 와라


연습하거나 경기하는 동안,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 P144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스포츠 모드를 끄면 그때부터 훈련이나 경기를 곱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이 아닌 삶의 다른 부분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면 다음 날 새로운 마음, 새로운 에너지로 운동할 수 있다. - P144

비장해지지 마라

긴장은 풀되 정신을 빠짝 차리고 있어야 최고의 성적이 나온다. (중략).
자신이 아닌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마라. 최상의 상태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을 드러내면 된다. - P145

정확한 타이밍을 기다려라

너무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십상이다.  (중략).
경기하는 종목이 무엇이건, 운명의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법을 배워야 한다. 엄격하게 훈련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결단력 있게 행동한다. - P145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라

경쟁할 때는 승리라는 ‘결과‘가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라.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지금 시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만 신경 쓰라는 것이다. - P144

훈련하고 준비하면서 과정을 어떻게 개선할지 관심을 쏟아라. - P146

중요한 것만 생각하라

운동선수들은 운동 방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마치 스포츠가 충분히 복잡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공을 보고 쳐버려"처럼 생각이나 이미지가 최대한 단순해야 최고의 성적이 나온다. - P147

KISS 원칙을 떠올려라. "Keep It Simple and Straightforward."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만들라는 원칙이다. - P147

민첩하고 차분하게 움직여라

일이 잘못되거나 압박이 심해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걷는 속도, 말하는 속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  - P148

성공 경험을 기억하라

(전략).
사람은 자신의 성과나 잘한 점보다는 잘못한 점, 하지 않은 일을 곱씹는 경향이 있다. 잘 치러낸 경기, 개인적인 승리 모두 힘들게 얻은 포상이다. 마음속으로 성공을 되살려서 잘한 일은 스스로 보상해주자. - P149

반전의 기회는 항상 있다

전반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후반전에 성적을 내면 된다. 챔피언은 후반에 치고 올라오는 데 도가 튼 사람이다.  - P149

악착같이 버텨라

어떻게든 일을 끝내는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악전고투하는 경기도 언젠가 끝난다. 순위권에 올라가지 못했고,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더라도, 그날 경기를 어떻게 끝낼지만 생각하라. - P151

운동선수답게 굴어라

경기 현장을 중계하는 리포터라도 된 듯이 스스로에게 경기장면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가? (중략). 마음속 실황 방송을 멈추지 못하면 실제 경기에서 한 발짝 멀어지고, 집중도도 떨어진다.
경기를 하는 순간에는 운동선수답게 굴어라. 코치, 부모, 관중의 역할을 추가로 맡지 마라,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자기분석 따위는 잊어버려라, 운동선수 모드로 돌진하라, 경기가 끝날때까지 내 성적에 대해 리뷰를 쓸 생각은 하지도 마라.  - P152

작은 분노를 활용하라

약간의 분노는 때로 좋은 약이 된다. 쾌락, 힘, 동기부여를 불어넣어 주며 불안감을 덜어준다. - P153

버럭 화를 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욕하거나 싸우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굴복하는 행동일뿐 아니라 스포츠맨십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분노를 드러내고 싶다면 좀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표출하자. - P154

마음속으로 노래를 들어라

훈련하거나 경기할 때 음악을 들으며 움직이거나 리듬을 타는가끔 지금 순간에 충실하며 집중하는 동시에 게임의 흐름을 타려면 근사한 음악을 들어라. - P156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경기에 집중하라

챔피언은 변명하지 않는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혹시라도 우수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봐 미리 쉬운 길을 택하려고 꼼수를 부리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씨가 되어형편없는 점수로 이어진다. 그런 결과를 피하려고 머리를 굴렸는데 말이다! - P158

이게 바로 나!

만족스러운 기록을 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 최대한 긍정적인 말을 건네보자. - P162

압박감을 다루는 방법


압박감은 마음의 문제다. 즉, 경기 당일 운동선수의 감정과 행동은 당시의 상황과, 운동선수가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압박감을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이는 선수가있는 반면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처럼 일종의 특권으로 해석하는선수도 있다. - P163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 머무르지 말고, 적금을 성공할 기회라고 생각하다 눈앞에 놓인 도점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많이 잃을 것※ 없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 P164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시업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빨리 뛰거나 점핑잭(차렷 자세에서 뛰면서 발을 벌리고 머리 위에서 양손을 마주쳤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동작)을 60~90초간 반복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덜덜 떨릴 것이다. - P165

자신의 재능을 믿어라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과대망상은 형편없는 기록을만들어낼 뿐이다. 그저 훈련받은 대로 몸이 움직이도록 내버려 둬라. 머리만 굴리고 있지 말고 집중해서 행동으로 옮겨라. - P165

04

THE CHAMPION‘S MIND

이기는 사람의 멘탈은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런 방법은 챔피언의 마인드를 갖기 위해 또는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P168

숙련되기 위해 훈련하라

운동선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포상, 감탄, 기타 칭찬 등을 좇는 자와 순수하게 스포츠를 좋아하고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자.  - P169

이와 반대로, 숙련가의 방식을 가진 스포츠 특기생은 대부분 순수하게 경기를 좋아하고, 성장하겠다는 내재적 보상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필드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P169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원인을 찾아라. 관중의 환호, 챔피언십의 트로피 등 승리가 주는 황홀함을 즐겨라. 하지만 진정한 동기부여는 내부에서 나온다. - P170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가장 뛰어난 자신, 혹은 금메달에 맞먹는자신의 모습과 싸운다는 것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로 만족하는 태도는 안 된다. - P171

할 수 있을 때 한껏 빛나라

(중략). 경기에서 빛날 수 있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간은 계속 지나간다. 목표와 열정을 항상 새로이 새기면서 한 걸음을 더 가라.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 P172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게 하라

꾸준히 노력하면서 이기려는 태도로 매진하라. - P172

굳건하게 자신을 믿어라

(전략).
건설적인 비판에서 배우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 이들은 남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낼 때에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 P173

한계를 관리하라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한계점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라. (중략). 한계나 제약이 자신의 야망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려고 노력하라. 진정한 챔피언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 P174

경기 중에 실수를 곱씹지 마라

경기 중의 실수는 재빨리 잊어라. 상대방과 계속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시합, 예를 들어 권투나 농구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계속 실수를 곱씹다 보면 또 다른 실수가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훨씬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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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사카키바라 료는 딱 한 번, 그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철문을 여는 중저음이었다. - P9

발자국 소리가 다가올수록 사카키바라의 두 무릎이 덜덜 떨려왔다. 그와 동시에 찐득한 땀에 젖은 머리가 의지의 힘에 저항하며 천천히 바닥을 향해 수그러지기 시작한다.
타일을 힘껏 밟는 가죽 구두 소리가 점점 커졌다. - P10

"190번, 이시다."
낮은 목소리가 190번을 불렀다.
경비대장 목소리인가?
"마중 왔다. 나와라."
"네?"
되물은 목소리는 생각보다 얼빠진 음향으로 들렸다.
"저요?"
"그렇다, 출방이다."
돌연 주변이 고요해졌으나,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 P10

사카키바라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구역질을 참아냈다.
한참을 지나 잡음은 약해지고, 신음 소리와 오열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도 다시 행진하기 시작한 구두 소리와 무거운 짐을 끄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갔다. - P11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 사카키바라가 도쿄 구치소의 사형수 감방, 통칭 ‘제로구역‘ 에 수감된 지 3년째 되는 해에 일어난 일이었다. - P11

사카키바라는 백화점 봉투를 붙이던 일손을 멈추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독방 크기는 1.5평도 채 되지 않는다. 싱크대와 변기가있는 자리를 빼면 생활 공간은 겨우 1평이다. - P12

다음은 언제일까.
사카키바라는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며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저승사자가 그의 방 앞에 멈춰 서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 P12

나는 처형당하고 마는 걸까?
전혀 기억에도 없는 죄로 인해서.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사카키바라는 좌탁 앞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오전 11시. ‘마중 올‘ 시간은 아니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목숨이 보장되어 있을 터였다. - P13

사카키바라는 노역을 재개했다. 유명 백화점 로고가 들어간 종이를 접어 풀로 붙인다. 시간급 32엔, 월급으로 환산하면 5000엔정도 되는 일이다. 그래도 문구류나 과자, 옷과 같은 본인 구입품을 살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 P13

사카키바라의 가슴에 희망이 솟아올랐다. 이는 사형수 감방에 수감된 이후 7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빛이었다.
지옥의 입구에서 되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4

제1장

사회 복귀



"하나, 일정한 주소에 거주하며, 정규 직업에 종사할 것."
(중략).
"하나, 지속적인 선행에 힘쓸 것"
동료의 낭독을 듣는 미카미 준이치는 이미 죄수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부동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에는 가석방 허가결정서를 쥐고 있다. (중략).
"하나, 범죄성이 있는 자, 혹은 품행이 불량한 자와 교제하지않을 것"
준이치는 서약서를 낭독하는 동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P15

"하나, 주거를 옮기거나 장기간 여행을 할 경우 사전에 보호 관찰자의 허가를 구할 것."
마츠야마 형무소 보안 본부 회의실에는 이외에도 소장 이하 직원이 열 명가량 참관하고 있었다. - P16

"하나, 한 달에 두 번, 보호사 또는 보호 관찰관을 면회하여 근황을 보고할 것"
준이치는 눈을 내리깔았다. 복역 기간 동안 느꼈던 의문은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 자신은 진정 죄를 저지른 것인가. 그 행위를 죄라 말한다면, 2년 남짓한 복역 생활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 P16

문득 얼굴을 들자, 정면에 서 있던 교도관 한 명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름이 난고라는 40대 간수장이었다. (중략).
"앞으로 위의 준수 사항을 지켜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난고가 왜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는지, 준이치는 신기하게 여겨졌다. - P17

"이번 복역 생활이 너희들에게는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더블 단추가 달린 짙은 감색의 제복을 입은 소장이 마지막 훈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진정한 갱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너희들이 교도소로 돌아오는 일 없이,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갱생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날까지, 사회 복귀의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이곳에서 배운 것을잊지 않고 잘 해내기 바란다. 이상. 축하한다."
이번에는 회의실 전체에 성대한 박수가 울려 퍼졌다. - P18

준이치는 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다자키도 부모로 보이는 초로의 부부 쪽으로 뛰어갔다.
미카미 도시오는 아들을 맞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주먹으로 으샤! 하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곁에 있던 교도관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래 걸렸구나."
도시오는 준이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치 자신이 형기를 마친 것처럼 한숨을 섞어 말했다. - P19

난고 쇼지는 구원받은 심정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밝은 표정을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석방자가 문을 나서는 광경을 좋아했다. 자기 직무에 대한 사명감은 열아홉 살 때 법무 사무관 간수로 임명받은 지 고작 1년 만에 사라졌다. 그 후 30년 가까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출소 풍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저 범죄자가 갱생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P20

이제까지 몇 번이나 읽은 서류이기는 했으나, 난고는 표지를 넘겨 분류 조사표에 기록된 미카미 준이치의 개인 정보와 뒤이은 공소사실을 다시 읽었다. 최종 확인을 위함이었다.
준이치의 출신은 도쿄였고, 가족 구성은 부모와 남동생. 2년 전범행 당시 25세였다. 죄상은 상해치사로 1심 판결 후로는 공소하지 않고 미결 구류 기간을 포함한 징역 2년의 실형 판결 확정. 수형자 분류 규정에 의해 YA급 (26세 미만의 성인으로 범죄 경향이 진행되지 않은 자)으로 분류되어 도쿄 구치소에서 마츠야마 교도소로 이관되었다. - P20

"뭘 열심히 읽고 있나?"
갑자기 묻는 말에 난고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총무부장 스기타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계급은 난고보다 하나 위인 부교정장으로, 제복 소매에 금으로 된 두 개의 선이반짝이고 있다.
"229번 가석방에 문제라도 있는 건가?"
229번이란 준이치에게 붙여진 점호 번호다.
"아뇨, 헤어지는 게 좀 서운해서 그렇습니다."
난고는 농담으로 얼버무리기로 했다. - P22

1999년 8월 7일 오후 8시 33분, 사건은 느닷없이 발생했다. 현장은 도쿄 하마마츠 역 인근에 있는 식당이었다. 술을 마시고 있던 25세의 사무라 교스케라는 손님이 가게 안쪽에 있던 준이치에게
"뭐 불만 있냐?" 하고 갑자기 시비를 걸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때 먼저 시비를 건 게 사무라 교스케였다는 것, 그리고 그 전까지 두 사람은 5미터 떨어진 테이블에 각자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이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뒷받침되어 있다. - P23

이윽고 주인이 테이블에 도달했으나, 격투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후에 재판에서 주인은 이때 일을 이렇게 증언한다.
"상대방을 해치려던 것은 피해자 쪽이었고,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준이치는 사무라 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 P24

거기까지 읽은 난고는 담배를 비벼 끄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경스럽기는 하나 아무래도 쓴웃음이 나오고 만다.
싸움이 원인인 전형적인 상해치사 사건이다. 재수없는 인간이이런 사건에 휘말리는 법이다. 공소 사실로 판단하자면 실형 2년은 조금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집행 유예라도 이상할 게 없는 사례다. - P25

준이치의 경우, 재판에서 최대 쟁점이 된 것은 가방 속에 있던휴대용 칼이었다. 이는 매우 불리한 증거였으나, 가업을 돕던 준이치가 평소에도 미세 작업에 칼을 사용하고 있었던 점, 그리고갓 구입한 칼이 가게 포장지에 싸인 채 가방 안에 있었던 점이 운좋게 작용했다. - P25

 "살의가 있었다면 칼을 사용했을 것이다."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그 이전의 입건 단계에서 도검법 위반에 의한 소추도 면했던 것이다. - P26

난고가 229번 수형자에게서 느낀 것은 손득을 계산할 줄 모르는 순박하고 투박한 성격이었다. 신상 대장을 정독하고 나자 그런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소년의 모습이 남아 있는 풍모나 항상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눈동자.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일으킨고작 열흘간의 가출도 한결같이 여자 친구를 좋아한 결과였으리라.
지금 난고는 반년 전에 있었던 교도관 회의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때 준이치는 교화사(종교를 통해 수형자를 교화하는 직업)의 면회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종교에 기대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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