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를 조성하는 흑백논리는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담론과 정반대다. 흑백논리에 내재한 극단론은 실용적인 결론을 짓밟고 건설적인 대화를 무너트린다. - P120

 흑백논리 특유의 호소력은모든 것을 서로 반대되는 극단으로 단순하게 압축하는 능력에있으며, 독재자와 선동가는 오랫동안 이런 점에 매력을 느꼈다. 흑백논리의 부식력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여전히 광범위한 분야에서 예상한 그대로 뻔하게 활용된다. - P121

환원 오류에의 호소는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쉬우며,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고 매끄럽게 설명한다. 이해한다는 착각은 안도감과 확신을 주며, 혼란한 세상에서 심리적인 애착 이불과 보호 토템 노릇을 한다.  - P121

5장

아니 땐 굴뚝에 나는 연기


백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


인간은 한결같이 미신을 좋아한다. - P122

스키너는 수많은 인상적인 과학적 발견으로 유명해졌지만, 그의 경력의 정점은 ‘비둘기 미신‘ 실험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비둘기가 의례 행동을 하면 먹이 보상이 이루어지는 실험은 스키너가 보기에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 P123

백신은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낳는가


근본적으로 인간은 둘 이상의 이질적인 현상의 연관성을 탐구하지만, 먼저 일어난 사건이 다음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 P124

 인과관계 오류를 다루는비형식적 오류들은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hoc ergo propter hoc("이것다음에 일어났으므로, 따라서 이것 때문이다)라는 포괄적 용어에 포함되며, 매력적이고 간결한 문구에 해당 오류의 정수를 담고 있다. - P124

수천 년 동안 인간을 괴롭혔던 말라리아라는 재앙을 예로들어보자. - P124

로마 의사들도 말라리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주로 늪이나 습지대 근처에 살며,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불규칙하게 걸린다는 데 주목했다. 이 관찰 결과는 최소한 고대 의학의 기준에서는 합리적이었다. - P125

말라리아와 정체된 공기의 연관성은 오해였지만, 결론은 해롭지 않았다. 오히려 모기가 먹이를 잡고 감염을 퍼뜨리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멀어지게 해서, 우연이지만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을 수 있다. 제멜바이스의 손 씻기가 다른 이유로 젊은 산모들의 생명을 구한 것과 비슷하다. - P126

신체의 통합성에 대한 주관적인 근거나 면역계 작용 매커니즘에 대한 완전한 오해를 바탕으로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반대론은 스스로를 제약하기도 하는데, 종교적 관점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백신 반대론이 나타났던1873년의 스톡홀름을 예로 들 수 있다.  - P126

사람들은 백신이 우리 세상을 근본적으로바꾸었다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다.* 20세기에는 대부분 예방 접종률이 높았고, 끈질기게 백신을 거부하는 비주류를 막아냈다.
백신 거부감은 부글거리며 그림자 속에 숨었고, 상상할 수 있는모든 질병을 백신 탓으로 돌렸다. 대부분 이런 공격은 너무나 괴상해서 무시당했다.**


*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시인이자 병사였던 시그프리드 서순iegfried Suson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 상상력이 부족해 알지도 못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집에있는 대다수의 냉담한 안일함"을 매도했다. 서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대량 학살을 향한 대중의 눈먼 냉담을 말했지만, 나는 백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이 말을 떠올린다.

** 백신 반대 활동가들의 심리적 특성으로는 결함 있는 추론, 자료보다 일화에 의존하는 경향, 사고 패턴의 낮은 인지 복잡도가 있다. 비평가들이 악의적인 이익 집단의 대리자로 비난받으면서 음모론적 사고가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 - P128

이 중에서도 늘어나는 발달장애를 향한 우려가 가장 컸다. (중략).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전형적인 특징은 보통 걸음마를 시작하고 예방 접종을 받을 때쯤 나타난다. - P129

2002년이 되자 영국에서 나온 모든 과학 기사의 대략 10퍼센트가 MMR 백신이 위험하다고 떠들었고, 이런 이야기의 80퍼센트는 과학이나 의학 지식이 없는 기자들이 써냈다. - P130

잉크를 거절하지 않는 종이들

전문가와 언론 보도 사이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단절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략). 과학전문기자들이 MMR 백신을 보도할 때는 백신의 이점을 보여주는 증거의 신뢰도는 높지만, 자폐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 P131

쉽게 속고, 솔직하게 말하면 개탄스러운 많은 언론의 행보 덕분에 웨이크필드의 미심쩍은 주장은 널리 퍼졌다. 백신의 놀라운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최종 결과는 극적으로 과장된 백신의 위험이었다.*

* ‘기계적 중립 false balance‘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는 5부에서 다시 다룬다. - P132

《란셋》은 웨이크필드의 논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라고 인정했으며, 웨이크필드는 그를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증거의 파도를 막으려 디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뻔히 보이는 고압적인 시도를 했다.  - P133

이 판결은 웨이크필드를 향한 숭배에 끝을 고하는 종소리였다. 영국 일반의사회는 철저한 조사에 돌입했고, 과학적 사기의 증거를 찾아낸 《란셋》은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철회했다. - P133

MMR 백신에 대한 피해망상은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진정되었지만 그 시기에 고통받은 희생자가 어린이만은 아니었다. 백신을 불안하게 여긴 부모들은 자녀의 예방 접종을 거부했고, 이런 공포는 서서히 세계로 확산되었다. - P136

한때 홍역을 실제로 박멸했던 미국은 홍역 감염률이 풍토병수준으로 높아졌다. 2014년에는 27개 주에서 677건이 발생했고, 이는 20년 만의 최고치였다. 이듬해 디즈니랜드에 갔던 홍역 감염자 1명이 최소 150명의 감염을 일으켰고, 전문가들은 "2015년 홍역 대유행은 기준에 못 미치는 예방 접종 준수율 탓"이라는 데 주목했다. - P136

실체 없는 위험에 대한 불안들

여기까지가 오늘날의 문제 상황이며, 세계보건기구는 처음으로 백신 거부가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상위 10개 항목에 속한다고 선언했다. - P137

여기에 대한 답으로는 가용성을 들 수 있다. 2000년 초 부모들의 문화 사전에는 홍역에 걸려 죽거나 영구 장애를 입은 어린이의 모습과 이야기가 없다. 여러 해 동안 연구와 공중보건에 들인 노력 덕분에 바이러스가 자주 나타나지 않는 확실한 결과를얻었고, 따라서 부모의 우려도 줄어들었다. 반면 자폐는 일상에너무나 자주 등장했다. - P138

쉽게 얻은 정보나 최근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이 현상은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이라고 부른다. 개념을 평가하거나 의견을 형성할 때 머릿속에 즉각 떠오르는 사례에 의존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사고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 - P138

그러나 가용성 편향은 수많은 휴리스틱 중에서 사고 지름길의 하나일 뿐이다. 때로는 질보다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빠른 판단이 유리할 수 있다. - P139

인간의 결정과 반응은 너무나 빨라서 능동적인 사고 자체가관여하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한다. 신중히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실수일 때 추론을 짧게 줄여서 목숨을 구하려는 이런 경험 법칙이 휴리스틱이다. 물론 휴리스틱은 완벽하지 않지만, 일종의 자동조타장치 역할을 한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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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생활양식

SCENE


핵심 요약



• 니체 철학에서 유래한, 갈등하는 생활양식에 관한 아들러 이론은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에관한 모델을 제공한다. 아들러 이론은(사람들이 우월감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 생활유형을 근거로 네 가지 다른 성격유형을 설명한다.

•지배형은 타인에 대한 우월감과 지배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 기생형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취한다.
회피형은 자신의 의무로부터 도망치며, 책임으로부터 도피한다.

• 사회적 유용형은 사심없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참여한다.

(후략). - P304

1부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THE OEDIPAL COMPLEX


프로이트식 분석에서 핵심 이론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관한 구상이며, 그것은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로이트의 위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이 이 중대한 패러다임에 기초 작업으로 설정되는데, 이를테면 정신의 구조적 모델, 동인 이론, 거세 공포,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이론들이 그렇다. - P25

당신이 각본을 써나가다 보면, 플롯과 캐릭터 발달에서 다른 여러 요소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이러한 두 가지 요소에서 좀처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P25

 프로이트는 ‘유년기 섹슈얼리티‘ 이론에서, 아기들과 어린 아이들이 마치 어른처럼 강렬한 성적 욕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중략). 좀 더 자유로운 해석을 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성적 결합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다 어머니의 사랑과 애정을 바라는 아들의 욕망에 관한 비유로 볼 수 있다. - P26

엘렉트라 콤플렉스 The Electra Complex


프로이트의 아이디어는 남성적 관점과 견해에만 초점을 맞춘 ‘남성중심적‘이라는 점에서 광범위하게 비판을 받아왔다. 프로이트는 보편적인 심리학쟁점들을 본질적으로 남성의 쟁점으로만 설명한 자신의 경향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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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있는 그대로의 엉덩이


내 기억 속 첫 번째 엉덩이는 내 엉덩이가 아니라, 우리 엄마의 엉덩이다.  - P6

꼬마였던 내가 유일하게 본 어른의 나체는 엄마의 몸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여자의 몸이 엄마 몸처럼 생긴 줄 알았다. - P7

그때의 나는 몰랐지만, 엉덩이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팔꿈치나 무릎 같은, 생리학적 기능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는 신체 부위와는 다르다. 엉덩이는 보기엔 우스울지 모르나 의미와 뉘앙스로 범벅이 된 대단히 복잡한 상징이며, 그안에는 유머·성·수치·역사가 한가득 품어져 있다. - P7

몸 뒤쪽에 달린 엉덩이는 남들에겐 아주 잘 보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다소 낯선 부위다. 자기 엉덩이를 보려면 사방이 거울인 탈의실에 들어가거나, 침실에서 손거울을 들고 삼각 측량 비슷한 번거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스마트폰을 기묘한 각도로 들이대야 한다. - P8

엉덩이를 일컫는 단어들조차 명쾌함에 저항한다. 우리가엉덩이를 부를 때 사용하는 용어들은 언제나 구체적인 단어가 아니라 완곡어법에 속한다. - P9

나이가 들면서 나는 엉덩이를 차츰 다른 단어로 부르는 실험을 해나갔다. ‘Ass‘는 좀 더 어른스럽고 그만큼 음란하게 느껴졌다(우리가 "욕"이라고 부르는 범주에 속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욕치고는 가벼웠고 못되기로는 꼴찌였다. - P9

오늘날 식료품점 계산대옆에 꽂혀 있는 타블로이드 잡지와 TV 토크쇼에서는 힙합과 컨트리 장르 음악에서 사용하던 단어를 빌려 ‘booty‘ 아니면‘badonkadonk‘라고 부른다.  - P10

그런데, 진짜 적절한 단어는 뭘까? 그러니까, 기본적인 단어 말이다.(중략). 엉덩이에 대해서는 "둔부buttocks"라는 뻔한 선택지가 있긴 한데, 실생활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 P10

나는 의료 용어에서 가장 실용적인 단어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외과 의사인 친구에게 의사들은 엉덩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직장 결장을 전공한 의사들(아마 엉덩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제일 많을 사람)은 ‘rear (어떤 것의뒤쪽, 궁둥이)‘나 ‘bottom‘을 쓴다고 알려줬다.  - P10

우리와 엉덩이가 이루는 완곡한 삼각관계에서, 엉덩이에관한 생각들은 엉덩이 자체보다 그걸 보는 사람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엉덩이를 본다는 것의 의미는 누가, 언제, 왜 보는지에 달렸다. - P11

엉덩이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중략). 엉덩이는 워낙 변덕스러운 상징이라서, 그 풍부한 의미들을 헤집어 살펴보고 조사하면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알 수있다. - P11

성인이 된 자기 몸을 지금과 같이 느끼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 P12

나와 내 몸이 맺은 관계 이야기가 그리 극적인 편은 아니다. 그 이야기가 내 흥미를 잡아끄는 건, 오히려 상당히 전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 P16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엉덩이가 섹시하다는 말을 들은 건2003년이었다. - P17

(전략). 다시 말해 나는 내 엉덩이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는 아니고 몇몇 사람이) 욕망하는 성적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되어버렸다는 걸 알아가고 있었다.
그 몇몇 사람은 거의 언제나 남자였다. 퀴어인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성별과 사귀어봤지만, 내 엉덩이에 대한 재평가는 주류 이성애자 문화에서 기인하는 듯했다. - P18

이 책은 수수께끼 같은 엉덩이를 둘러싼 생각과 의미들의실타래 몇 개를 따라가 보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발전했고 어떻게 지금까지도 계속 울림을 일으키는지 탐구하려는 시도다. - P20

(전략). 이들을 모두 만나본 다음 나는 큰 엉덩이가 점점 주류에 편입되고 백인 기준의 미적 이상과 흑인 신체 및 문화의 전유가 다시금 정점을 찍은 지난 30년동안, 엉덩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탐구할 것이다. - P21

이런 프로젝트는 결코 모든 사람의 바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든 엉덩이의 역사와 의미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건 시도조차 못 한다. 이 책에서 내가 엉덩이 중에서도 여성의 것에 집중한 건,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다. - P21

항문과 엉덩이의 상징적 의미가 서로 관련될 때도 있다. 하지만 여성의 엉덩이는 보통 저만의 개별적 상징을 지니며, 성적인 차원에서나 다른 차원에서나 항문의 다양한 기능과 반드시 연결된 건 아니다. - P22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건 패권을 잡은 주류 서구 문화, 즉 정치와 경제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사람들, 광범위한 기준과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영속시키고 강요해온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엉덩이가 해석되고 표현되는 방식이다. - P22

과학·정치·미디어·문화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쥐어온 백인남성·이성애자는, 몸에 따라붙는 의미들에 과도한영향력과 통제권을 행사해왔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일탈인지, 무엇이 주류이고 무엇이 변두리인지에 관한 생각들을 발명하고 강요했다.  - P23

물론 내가 유색인종 사회나 다른 민족, 과거 문화에서 엉덩이가 지닌 의미에 관해 알아본 바는 직접 경험이 아니라 타인의 기록과 연구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편 내 몸에 관한 내 경험은 구체적이며, 내가 엉덩이로 인해 느낀 수치심은 내가 성장한 특정한 맥락에서 온 것이기에 절대 보편적이라고 할수 없다. - P24

이쯤에서 엉덩이에 관해 내가 다룬 것 외에도 매혹적인 연구 분야들이 많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 P24

나는 연구 과정에서 하나의 신체 부위가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몇 번이고 놀랐다. 하지만 여성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비슷비슷했다. - P27

엉덩이는 우리더러 시선을 돌리라고, 낯 뜨거운 수치심을느끼지 않는 척 키득키득 웃으라고, 눈을 굴리며 딴청을 피우라고 요구한다. - P27

1장

기원


근육


만일 당신이 190만 년 전 어느 날 케냐의 한 메마른 호숫가 앞에 서 있었더라면, 최초의 엉덩이 달린 고인류라 알려진존재를 마주쳤을지도 모른다.¹ 그는 유인원보다는 현대 인간에 더 가까웠다.² - P33

1장, 기원


근육

1. M. D. Rose, "A Hominine Hip Bone, KNM-ER 3228, from East Lake Turkana,
Kenya,"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63), no. 4 (1984): 371-78.

2. Jonathan B. Losos and Daniel E. Lieberman, "Four Legs Good, Two Legs Fortuitous: Brains, Brawn, and the Evolution of Human Bipedalism," in (In theLight of Evolution: Essays from the Laboratory and Field) (Greenwood Village, CO: Roberts and Company, 2011). - P364

 기어오르기에 적합한 민첩하고 유연한 다리와 발, 유인원 같은 콧구멍, 털복숭이 몸, 엄청난 양의 식물을 씹어 삼킬 수 있게 해주는 큼직한 아래턱까지. 다만 엉덩이는 납작하고 작았다(엉덩이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였다).  - P34

응게네오는 수백만 년 동안 조약돌과 조개껍데기 등의 퇴적물이 쌓였을, (중략).⁷ 유심히 관찰해보니 더더욱 확실해졌다. 고인류발견 전문가가 또 한 번 일을 낸 것이다. 응게네오가 발견한건 화석 KNM-ER 3228이라는 이름이 붙은, 190만년 전호숫가를 걸었던 남성 고인류의 오른쪽 골반뼈였다. 이는 그때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골반뼈였으며 그 뒤로도 이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 P35

7R. E. Leakey, "New Hominid Fossils from the Koobi Fora Formation in NorthernKenya," Nature 261, no. 5561 (July 17, 1976): 574-76. - P364

19세기 과학자들은 인종 위계를 만들어내고 강화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일환으로, 엉덩이에 관해서도 견고한 유사 과학을 만들어냈다. 다만 20세기에는 엉덩이에 관해 풍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P36

하버드 대학원을 다닐 때 리버먼은 "인간의 첫 달리기는그 실력이 형편없었으며, 달리기는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적응"이었다고 배웠다.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달리기를 조금 더 빨라진 속보 정도로, 아주 적합한 형태는 아닌 이족보행의 부산물 정도로 이해했다.¹⁰ - P36

10 Dennis M. Bramble and Daniel E. Lieberman, "Endurance Running and theEvolution of Homo," (Nature 432), no. 7015 (November 18, 2004): 345-52. - P365

(전략).
그런 결론에 이른 계기는 실험실 돼지들이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는 모습을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돼지 운동 연구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동료 데니스 브램벌Dennis Bramble이 실험을 보러 연구실에 들렀다. 브램벌은 돼지들이 달릴 때 머리가 제멋대로 양옆으로 돌아가는데, 그건 아마 움직일 때 머리를 고정하는 특별한 인대(목덜미인대라고 부른다)가 없어서일 거라고 지적했다. - P37

브램벌과 리버먼은 안 그래도 달리기가 단순히 이족보행의 부산물이 아니라 인간 진화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주장하는(당시 많은 생물학자에게 무시당한) 논문을 읽은 참이었다.¹⁴ - P37

14David R. Carrier et al., "The Energetic Paradox of Human Running and HominidEvolution" (E), (Current Anthropology 25), no. 4 (1984): 483-95. - P365

화석 기록을 계속 살펴보던 리버먼과 브램벌은 인간을 달리게 만들어주는 거의 모든 신체 특징이, 인류의 조상들이 이족보행을 시작한 시기 전후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포착했다.¹⁵ 이 사실을 두고, 그들은 고인류가 ‘달리기를 하기 위해이족보행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해석했다. - P38

15 인간의 유골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일의 역사는 식민주의와 과학적 인종차별의유산과 깊이 엮여 있다. 그 길고도 불편한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다루겠다. 리버먼과 브램벌이 살펴봤던 뼈는 구석기 시대에 속하니만큼 세라 바트먼의 유해를 수집하는 일과 결이 다르지만, 자연사 컬렉션은 주로 하버드 대학 같은 서양의 기관에 보관되며 여기서와 같이 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더 큰 식민지 프로젝트에 속하기도 한다.
- P365

이 발견을 시작으로 리버먼은 인간이 달릴 때 엉덩이가 하는 역할에 관한 폭넓은 연구에 돌입했다. - P38

(전략).
리버먼은 대화하러 온 내게도 똑같은 실험을 권했다. 다만내 경우에는 근육이 움직이는 걸 느끼려면 손바닥을 더 꾹 눌러야 했는데, 내 엉덩이엔 근육 말고도 많은 게 달려 있어서였다. - P39

1983년 이래 매년 10월이면 애리조나 프레스컷시의 엷은공기 속에서, 활기찬 블라인드 판매원 론 배럿Ron Barret이 개최하는 경주가 열린다. 경주의 이름은 단도직입적으로 <인간대 말>이다.  - P40

극악의 확률로 보이지만 실제로 <인간 대 말> 경주에선 매년 말을 이기는 주자가 적어도 한 사람은 나왔다. 리버먼 본인도 승자였다(그의 기억으로는, 그가 참여한 해 거의 모든 말을 이겼다고 한다. "저는 중년 교수일 뿐인데 말이죠!" 그가 덧붙였다. 모든 말을 이긴 인간 주자는 아직 없었다.²⁴ - P42

24 인간의 지구력과 달리기에 대한 정보는 리버먼과 브램벌을 인터뷰한 내용 및 다c: Bramble and Lieberman, "Endurance Runningand the Evolution of Homo"; Losos and Lieberman, "Four Legs Good";Lieberman et al., "Human Gluteus Maximus"; and Dennis Bramble, "HowRunning Made Us Human: Endurance Running Let Us Evolve to Look the WayWe Do," (Nature), 432. no. 7015, November 18, 2004. - P366

리버먼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호모 에렉투스가 숲에 머물러 살다가 초원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생활양식을 바꾸었을 때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 P44

하지만움직임이 비교적 느린 호모 에렉투스가 어떻게 빠르게 달리는 네발짐승을 따라잡아 사냥할 수 있었을까? - P44

다윈을 비롯한 진화 생물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몸이빠른 사바나의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 이족보행의이점 덕분이라고 추정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손이 자유로워창과 활과 화살 같은 사냥 도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호모 에렉투스가 도구로사냥했을 가능성은 적다. - P45

리버먼에 의하면 닉 쿠리가 <인간 대 말> 경주에서 승리할가능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존재하는 이유는 초기 인류가 많은 네발짐승에겐 없는 특별한 이점을 지니도록 진화해서다. 네발짐승은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빠른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 P45

인간이달리는 속도는 네발짐승 대부분이 속보하는 속도보다 아주 살짝  빠르다. 우리의 두 다리 위에 붙은 밀도 높은 특수한 근육의 집합체 덕분이다.
인간의 엉덩이 근육은 복잡한 안정화 도구에 속한다.²⁵ - P-1

25이 문단과 바로 위 문단에 담긴 정보의 출처는 다음 논문이다. Lieberman et al.,
"Human Gluteus Maximus." - P366

진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호모 에렉투스의 두뇌도 점점커졌다. 뇌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게다가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매일 2,500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했다.²⁶ 사바나에서 이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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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99년에 설립된 유럽의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는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파리 국립 도서관은 1975년에 기밀문서로 알려진 양피지들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아이작 뉴턴,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포함한 수많은 시온 수도회의 회원들 이름이 있었다.
‘오푸스 데이‘ 라는 바티칸의 성직 자치단은 아주 독실한 가톨릭 분파다. - P9

프롤로그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후 10시 46분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 자크 소니에르는 대화랑의 아치형 천장 아래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소니에르는 제일 가까이 있는 카라바조의 그림으로 돌진했다. 일흔여섯 살의 이 노인은 도금된 그림 액자가 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잡아당겼다. 소니에르가 뒤로 넘어지자 그림이 몸을 덮쳤다. - P11

4.5미터 떨어진 철문 밖에서 소니에르를 공격하던 남자의, 산처럼큰 그림자가 철창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몸집이 큰 사내였다.  - P12

"당신과 당신 형제들이 갖고 있는 그것은 당신들 게 아니오."
소니에르는 일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이 작자가 그걸 알지?
"오늘 밤 정통 수호자들이 복귀하실 것이오.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있는지 말하시오. 그럼 당신은 살 수 있소."
남자는 권총을 낮춰 소니에르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게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비밀이오?"
소니에르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P12

소니에르가 말을 마쳤을 때, 남자는 뽐내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사람들이 말한 그대로군."
소니에르는 움찔했다.
‘그 사람들?
"그들을 찾아냈지. 세 명 다. 그들도 당신이 방금 말한 대로 얘기하더군."
거대한 몸집의 남자는 빈정거렸다. - P13

소니에르는 집사들이 죽기 전에 엄격한 절차에 따라 똑같은 거짓말을 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조직의 규정이기도 했다.
남자는 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면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내가 되겠군."
‘진실‘
순간 소니에르는 진짜 공포에 맞닥뜨려졌다.
‘내가 죽으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진다.‘
관장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 P13

"여기서 내 일은 끝났군."
관장은 하얀 셔츠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흉골 아래가 5, 6센티미터가량 피로 물들어 있었다.
‘위장‘
무참하게 총알은 심장을 비껴갔다. 알제리 전쟁에 참가한 베테랑으로서 소니에르는 이런 끔찍한 죽음을 목격했었다. 고작 15분 정도만 살 수 있을 터였다. - P14

‘반드시 비밀을 전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소니에르는 살해된 세 형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먼저 활동한 윗세대와 그들 모두에게 맡겨진 사명을 생각했다.
‘깨져서는 안 될 지식의 사슬‘
그리고 이제, 갑자기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소니에르는 유일하게 남은 연결고리이자 지금까지 지켜온 엄청난 비밀의 외로운 수호자이다. - P14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니에르는 모든 힘과 재능을 끌어모았다. 소니에르는 그의 필사적인 임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시간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P15

1

로버트 랭던은 천천히 깨어났다.
어둠속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중략).
‘대체 여기가 어디지?
침대 기둥에 걸려 있는 자카드 천의 목욕 가운에는 ‘리츠 파리 호텔‘이라고 적혀 있었다.
느리게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랭던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랭던 씨? 제가 손님을 깨웠는지 모르겠습니다." - P16

랭던은 아직도 의식이 흐릿했다.
‘방문객?"
침대 옆 탁자 위의 구겨진 광고지가 눈에 들어왔다.

파리 아메리칸 대학이 자랑스럽게 제안하는
로버트 랭던과의 밤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랭던은 신음했다. 오늘 밤에 그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돌들에 숨겨진 이교도의 상징에 관한 슬라이드를 가지고 강의했다. - P17

"미안합니다만, 지금 무척 피곤하고 또......"
"하지만 손님, 아주 중요한 분입니다."
안내인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다급하게 속삭였다.
랭던에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종교화와 종교의식의 기호에 관한 그의 책들은 예술계에서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해, 바티칸에서 공표된 사건에 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유명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 P17

랭던은 되도록 공손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그 방문객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좀 받아 놓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분께 제가 화요일, 파리를 떠나기 전에 전화드리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럼 수고하십시오."
안내인이 뭐라고 항의하려는데 랭던은 전화를 끊었다. - P17

전화기가 침묵을 깨며 다시 한 번 울렸다.
호텔에 대한 불신으로 신음하면서 랭던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예상한 대로 호텔 안내인이었다.
"랭던 씨,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 방문객이 지금 손님 방으로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알려 드려야 할 것같아서요."
(중략).
"죄송합니다. 손님. 하지만 이런 분은…………… 이분을 막을 힘이 제게는 없습니다." - P20

랭던은 침대에서 빠져나와 목욕가운을 걸치고 문으로 향했다.
"누구요?"
"랭던 씨? 당신과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저는 제롬 콜레 부관입니다. 중앙사법경찰국(DCPJ)에서 나왔습니다."
남자의 영어에는 날카롭고 권위적인 울림이 배어 있었다. - P21

"저희 반장님이 비공식적인 문제로 당신의 전문적인 능력을 원하십니다."
"지금요? 자정이 넘었는데요."
(중략).
"당신의 이름을 관장의 수첩에서 발견했습니다." - P21

랭던은 요원의 얘기를 거의 듣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사진에 꽂힌 채였다.
"여기 이 기호와 시체가 아주 이상하게......"
"시체의 자세 말인가요?"
요원이 물었다.
한기를 느끼며 랭던은 고개를 들어 끄덕였다.
"대체 누가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가 없군요." - P22

2


1.6킬로미터 떨어진 브뤼르 가에 있는 고급 저택의 입구에서는 사일래스라는 이름을 가진 덩치 큰 알비노*가 느릿느릿 걸어 들어가고있었다. 
(중략).
"스승님, 막 돌아왔습니다."
"말해라."
사일래스의 연락을 받게 되어 몹시 즐겁다는 투로 전화의 목소리는명령했다.
"네 명 모두 죽었습니다. 세 명의 집사들………… 그리고 우두머리인 마스터도요."
마치 애도하는 듯한 침묵의 순간이 이어졌다.
"그럼 자네가 정보를 갖고 있겠군."
"네 명 모두 일치했습니다. 각각 따로따로 말입니다." - P25

"그 쐐기돌을 갖게 될 때, 우리는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다."
스승이 말했다.
"스승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쐐기돌은 여기 파리에 있습니다."
"파리? 믿어지지 않는군. 그렇게 간단하다니."
사일래스는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보고했다. - P26

 하지만 스승의 요구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교회는 요새와 같습니다. 특히 밤에는요. 제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확신에 찬 스승의 목소리는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P26

‘고통은 좋은 것이다스승 중의 스승인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신부의 신성한 주문을 되뇌면서 사일래스는 속삭였다. 에스크리바는 1975년에 죽었지만 그의지혜는 계속 살아 있고, 그의 말은 이 땅 수천 명의 신실한 충복들이바닥에 무릎을 꿇고 ‘육체의 고행‘으로 알려진 신성한 의식을 수행할때 여전히 속삭여지고 있다. - P27

3


(전략). 재빨리 마친 샤워와 면도는 랭던을 말쑥해 보이게 했지만 그의 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참혹한 관장의 시체 사진이 랭던의 마음에 각인되어 있었다.
‘자크 소니에르가 죽었다‘
랭던은 관장의 죽음으로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소니에르는 은둔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헌신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 P29

(전략), 랭던은 세계를 역사와 사건들이 서로 심오하게 짜여진 거미집으로 보았다. 랭던은 하버드에서 기호학 수업시간에 종종 이렇게 말했다.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항상 거기에있다. 표면 바로 아래에 묻힌 채 말이다.‘ - P30

요원이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프랑스어로 말했다.
"랭던 씨가 도착했습니다. 이 분 전입니다."
해독하기 어려운 대답이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요원은 무전기를 넣은 뒤 랭던을 돌아보았다.
"출입문에서 반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요원은 루브르 광장의 자동차 출입 금지 표지판을 무시했다.  - P33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입구는 박물관만큼이나 유명했다. 중국 출신의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가 디자인한 신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입구는, 르네상스 앞마당의 품위를 해친다고 믿는 전통주의 신봉자들의 냉소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괴테는 건축물을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 P33

"저 피라미드가 마음에 드십니까?"
요원이 물었다.
랭던은 눈살을 찌푸렸다. (중략).
"미테랑은 대담한 남자였죠."
랭던은 다소 엉뚱하게 응답했다. 피라미드를 의뢰한 이 대통령은 ‘파라오 콤플렉스‘로 고통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단독으로 이집트의오벨리스크와 이집트 예술, 그 인공물로 파리를 채우려 한 프랑수아 미테랑은 이집트 문화에 애착이 강했다.  - P34

"저게 입구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선생."
"함께 안 갑니까?"
"제 임무는 선생을 여기까지 모시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습니다."
랭던은 한숨을 내쉰 뒤 차에서 내렸다. - P35

랭던이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자 남자가 말했다.
"저는 브쥐 파슈입니다. 중앙사법경찰국의 반장입니다."
남자의 어조는 귀에 거슬리는 굉음으로, 마치 폭풍이 몰려드는 것같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중략).
흑단처럼 새까만 파슈의 눈동자는 잠겨 있었다.
"랭던 씨, 당신이 사진에서 본 것은 소니에르가 한 일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 P36

4

(전략).
랭던은 반장을 따라서 유리 피라미드 아래의 낮은 중앙홀로 이어지는 대리석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사법경찰 앞을 지나갔다. 메시지는 명료했다. 오늘 밤 파슈 반장의 허가없이는 아무도 여기를 드나들 수 없는 것이다. - P37

랭던은 이 말장난에 싫증이 나서 한숨만 내쉬었다.
"예, 당신네 피라미드는 대단합니다."
(중략).
이 반장이란 작자는 재미라곤 없는 경직된 사고방식의 인간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랭던은 파슈가 미테랑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의해, 정확히 666장의 유리핀을 사용해 이 피라미드가 세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이상한 요청은 666이 사탄의 숫자라고주장하는 음모론 애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 P38

파슈는 작은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걸어가면서 랭던은 다른피라미드를 언뜻 보았다.
‘역 피라미드‘.
중간층의 접합 부분에서 종유석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거대한 채광창이었다. 파슈는 아치 모양의 터널 입구로 통하는 짧은 계단으로 안내했다. 터널의 입구 위에는 ‘농‘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드농 관은 루브르의 3대 구역* 중 가장 유명한 구역이다. (루브르의 3대 구역 : 드농, 쉴리, 리슐리외.) - P39

파슈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관장이 왜 만남을 제안했는지 당신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얘기군요."
그랬다. 그 당시 랭던은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꼬치꼬치 물어볼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크 소니에르는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기로 유명했고, 참석하는 자리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랭던은 자크 소니에르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 P40

랭던은 파슈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크 소니에르는 지상에 나타난 최초의 여신을 다룬 도상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소니에르는 다산, 여신숭배, 위카*, 신성한 여성에만 열정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 P41

"엘리베이터를 타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화랑은 걸어가기에는 꽤머니까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파슈가 말했다.
엘리베이터는 드농 관의 기다란 두 층을 오르는 수고는 덜어줄 터였다. 그러나 랭던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성마른 얼굴로 파슈는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뒤돌아보며 랭던은 한숨을 토해 냈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 P42

경위야 어떻든간에 랭던은 프랑스 경찰 반장이 자기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여기는 프랑스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 나라에서 기독교는 종교도 특권도 아니다.
"이건 크룩스 젬마타입니다."
갑자기 파슈가 말했다.
깜짝 놀란 랭던은 문에 반사된 파슈의 모습을 마주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 P43

. 루브르 박물관을 비디오로 감시하려면, 몇백명의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큰 박물관들은 이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도둑이 오지 못하게 막는 일은 그만두자. 차라리 도둑을 안에 가두어 버리자는 의미다. 침입자가 예술품을 옮기려고 하면, 예술품이 있는 화랑 주변이 봉쇄되는 것이다. 도둑은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철창 안에 갇힌 자기 꼴을 보게 될 터였다. - P45

관장실은 오늘 저녁 DCPJ의 임시 본부가된 모양이었다.
"여러분, 어떤 경우에도 우리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듣고 계십니까?"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랭던은 호텔 문 앞에서부터 출입 허가증을 달고 있었다. 파슈와 랭던은 어떤 상황에서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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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누구나 아들을 가진 세상


1장
인구통계학자들의 입장

1억 6천만 명의 사라진 여성들흔히들 여성이 세계 인구의 과반수를 이룬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마르티아 센¹


(전략). 1980년대는 아이가 참으로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였던 시절이다. 18세기에 토머스 맬서스가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를 예측하면서부터 발달한 인구통계학 분야는,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errib』 같은 책이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1970년대까지 출생률 수치와 총인구수 계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 P23

길모토가 무언가 잘못됐음을 처음 눈치 챈 것은 1992년에 단기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타밀나두에서 마을 간호사들을 인터뷰하면서였다. 눈과 눈 사이가 먼 생김새에 다부진 프랑스 남자가 타밀나두에서 빠른 속도로 질문을 줄줄이 늘어놓는 모습은 분명 괴상해 보였을것이다. - P24

그 여성은 타밀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이야기하면서 그 지역에서 버려진 아기의 대부분이 여아라고 설명했다. "보세요, 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여자아이들이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만남은 길모토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기가 바뀔 무렵 인도의 인구조사에서 여아 100명당 남아 111명이 태어났다는 결과가 나오자³ 길모토는 그 여자아이들을 떠올렸다. - P25

 길모토는 "모든 사람이 영아 살해에 관해 이야기했다. 좀 더 감정적인 무게가실리기 때문이다"라고 회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영아 살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P25

길모토는 성비 불균형의 진짜 원인이 임신부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렴한 성감별법 (초음파)을 이용해서 여아를 낙태시키기 때문임을 곧알게 되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일들이 기술과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의 편향된 출생 성비가 후진적인 전통 때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 P25

길모토는 다른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출생 성비가 생물학적 상한선인 여아 100명당 남아 106명을 넘어섰음을 발견했다(100명당 105가 자연출생 성비지만 104~106은 용납 가능한 수치다.) 1980년대에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의 일부 지역이 출생 성비가 109를 넘겼다고⁵ 신고했고중국은 120이라고 보고했다(이후 중국은 121, 인도는 112로 두 국가 모두 수치가 상승했다).⁶ - P26

길모토는 자신이 "걷잡을 수 없는 인구학적 남성화"라고 부르는 현상을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음을 인식했다. 이현상은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였다.⁷ - P26

하지만 이런 불길한 생물학적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분야들에서 정작 이 문제가 빠져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계의 성별 문제에 관한 보고서들은 여성의 상태에 관해서는 방대하고 상세하게 다루면서, 여성 구성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간과한 채 성비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생략했다.  - P26

길모토에게 성비 불균형은 인구학자들이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과 비슷하다. 즉 그것은 한국가가 발전하면서 거쳐야 하는 단계로, 그 현상이 영원히 지속되지않는다는 의미다. - P27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XY세대라고 부르자)가소수일 뿐이라면 성비 불균형 문제는 쉽게 묵살할 수 있을 것이다. - P28

하지만 여성수의 감소는 세계적인 출생률 감소와 병행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년 동안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이 세대는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세대일 것이다.¹⁴ - P29

발전이란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상황에 관해 연구하는 동안 사회과학자들은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다는 것을 늘 당연하게 여겼다. - P29

1990년,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뉴욕 리뷰오브 북스》에 「1억 명이 넘는 여성이 사라지고 있다 More Than 100 MillionWomen Are Missing」라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학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 P30

세명의 여성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없지만, 불균형을 제작함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 이후의 역외 언론 보도들과 마찬가지로 센은 성비 차이를 여아 살해와 방지 뜻으로 돌렸고 성 감귤 낙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P30

길모토가 성비 불균형 문제로 관심을 돌렸을 무렵에는 센이 언급한 사라진 여성에 대한 연구가 유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유행과 뒤이은 언론 보도는 충격적인 여성 부족 문제 뒤에 숨겨진 원인을 조명하기보다 쟁점을 더욱 흐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 P31

물론 문화적·정치적 제약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은 성비 불균형이 왜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발생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 문제에는 포괄적인 이론이 필요했다. - P32

길모토의 데이터는 처음에는 해답보다 의문을 더 많이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만든 지도를 분석하려고 앉은 길모토는 일단 출생 성비가 편향된 아시아 국가들을 동아시아(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베트남), 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서아시아(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라는 지역 단위로 나눌 수 있었다.²³ - P32

지난 50년 동안 아시아는 세계 역사상 어느 대륙보다 출생률이급속하게 감소했다. 1960년대 말 일반 아시아 여성들은 5.7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2006년에는 2.3명으로 줄어들었다.²⁴ (중략). 하지만 두 자녀를 갖는다 해도 딸만임신할 확률이 24퍼센트다. - P33

(전략).
하지만 모든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성별 선택도 엘리트층의 전유물로만 남지 않는다. 여성들은 차를 마시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속삭이고 이웃이 이웃을 따라 하며 중산층이 부유층을 모방한다. 그기술이 하급 계층까지 도달했을 때쯤이면 엘리트들은 이미 다음 단계의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 P35

거리 아래쪽의 국립인구통계학연구소에서 일하는 길모토의 친구 프랑스 메즐레는 구소련 국가들의 출생 및 사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캅카스 지역에서 태어난 남아와 여아의 수에 놀랄 만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메즐레는 처음에는 성별 선택이 이러한 차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회의적이었다. - P37

메즐레의 연구 결과는 성별 선택이 종교적 • 민족적 유형화뿐 아니라 지역적 유형화도 뛰어넘음을 의미했다. 성별 선택은 아시아 중부, 남부, 동부에서 발생했다.  - P38

인구통계학자들은 결혼 가능한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는 가상의세계에서 남겨진 남성들을 ‘잉여 남성‘이라고 부른다. 이 사람들은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과잉 인구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독신 생활에 수반되는 외로움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지닌 문제 중 가장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 P39

성비 불균형이 발생한 세계 다른 지역의 XY 세대가 성장함에 따라 그렇게 막된 방법들은 더는 선택 사항이 아니게 될 것이다. 중국서부, 인도 동부, 베트남, 그루지야, 알바니아, 그리고 최근 성비 불균형이 나타났거나 곧 닥칠 것으로 보이는 다른 나라들은 여성을 수입할 수 없을 것이다. - P40

또한 2020년대의 아시아와 2030년대의 동유럽에서 고통을 겪을사람은 고독한 독신 남성만은 아닐 것이다. (중략). 역사적으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상당히 많은 사회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이런 사회는 보통 불안정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다. - P41

1장  인구통계학자들의 입장


1. Amartya Sen, "More Than 100 Million Women Are Missing", New York Review of Books, December 20, 1990, http://tinyurl.com/4zxe2s6.

(중략).

3. Christophe Z. Guilmoto, "Characteristics of Sex-Ratio Imbalance in India, and Future Scenarios" (paper presented at Fourth Asia Pacific Conference onReproductive and Sexual Health and Rights, 2007), 9, http://tinyurl.com/40kjqdu.

(중략).

6. India figure from "Field Listing: Sex Ratio", in CIA World Factbook 2010, http://tinyurl.com/576yck; China figure from Shuzhuo Li, "Imbalanced Sex Ratio at Birthand Comprehensive Intervention in China" (paper presented at the Fourth AsiaPacific Conference on Reproductive and Sexual Health and Rights, 2007).

7. Attané and Guilmoto, Watering, ix.

(중략).

13. Guilmoto, "Characteristics".

(중략).

23. Christophe Z. Guilmoto, The Sex Ratio Transition in Asia, Center for Population andDevelopment Working Papers Series (Paris: CEPED, 2009), 5.

24. "Asia‘s Declining Fertility", South Asia Research Institute for Policy andDevelopment, December 20, 2006, http://tinyurl.com/47pv4na, Also see Population andSocial Integration Section Fact Sheets,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for Asia and the Pacific (Bangkok: UNESCAP), http://tinyurl.com/4602e4z.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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