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099년에 설립된 유럽의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는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파리 국립 도서관은 1975년에 기밀문서로 알려진 양피지들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아이작 뉴턴,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포함한 수많은 시온 수도회의 회원들 이름이 있었다.
‘오푸스 데이‘ 라는 바티칸의 성직 자치단은 아주 독실한 가톨릭 분파다. - P9

프롤로그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후 10시 46분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 자크 소니에르는 대화랑의 아치형 천장 아래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소니에르는 제일 가까이 있는 카라바조의 그림으로 돌진했다. 일흔여섯 살의 이 노인은 도금된 그림 액자가 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잡아당겼다. 소니에르가 뒤로 넘어지자 그림이 몸을 덮쳤다. - P11

4.5미터 떨어진 철문 밖에서 소니에르를 공격하던 남자의, 산처럼큰 그림자가 철창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몸집이 큰 사내였다.  - P12

"당신과 당신 형제들이 갖고 있는 그것은 당신들 게 아니오."
소니에르는 일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이 작자가 그걸 알지?
"오늘 밤 정통 수호자들이 복귀하실 것이오.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있는지 말하시오. 그럼 당신은 살 수 있소."
남자는 권총을 낮춰 소니에르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게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비밀이오?"
소니에르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P12

소니에르가 말을 마쳤을 때, 남자는 뽐내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사람들이 말한 그대로군."
소니에르는 움찔했다.
‘그 사람들?
"그들을 찾아냈지. 세 명 다. 그들도 당신이 방금 말한 대로 얘기하더군."
거대한 몸집의 남자는 빈정거렸다. - P13

소니에르는 집사들이 죽기 전에 엄격한 절차에 따라 똑같은 거짓말을 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조직의 규정이기도 했다.
남자는 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면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내가 되겠군."
‘진실‘
순간 소니에르는 진짜 공포에 맞닥뜨려졌다.
‘내가 죽으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진다.‘
관장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 P13

"여기서 내 일은 끝났군."
관장은 하얀 셔츠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흉골 아래가 5, 6센티미터가량 피로 물들어 있었다.
‘위장‘
무참하게 총알은 심장을 비껴갔다. 알제리 전쟁에 참가한 베테랑으로서 소니에르는 이런 끔찍한 죽음을 목격했었다. 고작 15분 정도만 살 수 있을 터였다. - P14

‘반드시 비밀을 전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소니에르는 살해된 세 형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먼저 활동한 윗세대와 그들 모두에게 맡겨진 사명을 생각했다.
‘깨져서는 안 될 지식의 사슬‘
그리고 이제, 갑자기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소니에르는 유일하게 남은 연결고리이자 지금까지 지켜온 엄청난 비밀의 외로운 수호자이다. - P14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니에르는 모든 힘과 재능을 끌어모았다. 소니에르는 그의 필사적인 임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시간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P15

1

로버트 랭던은 천천히 깨어났다.
어둠속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중략).
‘대체 여기가 어디지?
침대 기둥에 걸려 있는 자카드 천의 목욕 가운에는 ‘리츠 파리 호텔‘이라고 적혀 있었다.
느리게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랭던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랭던 씨? 제가 손님을 깨웠는지 모르겠습니다." - P16

랭던은 아직도 의식이 흐릿했다.
‘방문객?"
침대 옆 탁자 위의 구겨진 광고지가 눈에 들어왔다.

파리 아메리칸 대학이 자랑스럽게 제안하는
로버트 랭던과의 밤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랭던은 신음했다. 오늘 밤에 그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돌들에 숨겨진 이교도의 상징에 관한 슬라이드를 가지고 강의했다. - P17

"미안합니다만, 지금 무척 피곤하고 또......"
"하지만 손님, 아주 중요한 분입니다."
안내인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다급하게 속삭였다.
랭던에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종교화와 종교의식의 기호에 관한 그의 책들은 예술계에서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해, 바티칸에서 공표된 사건에 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유명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 P17

랭던은 되도록 공손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그 방문객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좀 받아 놓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분께 제가 화요일, 파리를 떠나기 전에 전화드리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럼 수고하십시오."
안내인이 뭐라고 항의하려는데 랭던은 전화를 끊었다. - P17

전화기가 침묵을 깨며 다시 한 번 울렸다.
호텔에 대한 불신으로 신음하면서 랭던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예상한 대로 호텔 안내인이었다.
"랭던 씨,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 방문객이 지금 손님 방으로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알려 드려야 할 것같아서요."
(중략).
"죄송합니다. 손님. 하지만 이런 분은…………… 이분을 막을 힘이 제게는 없습니다." - P20

랭던은 침대에서 빠져나와 목욕가운을 걸치고 문으로 향했다.
"누구요?"
"랭던 씨? 당신과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저는 제롬 콜레 부관입니다. 중앙사법경찰국(DCPJ)에서 나왔습니다."
남자의 영어에는 날카롭고 권위적인 울림이 배어 있었다. - P21

"저희 반장님이 비공식적인 문제로 당신의 전문적인 능력을 원하십니다."
"지금요? 자정이 넘었는데요."
(중략).
"당신의 이름을 관장의 수첩에서 발견했습니다." - P21

랭던은 요원의 얘기를 거의 듣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사진에 꽂힌 채였다.
"여기 이 기호와 시체가 아주 이상하게......"
"시체의 자세 말인가요?"
요원이 물었다.
한기를 느끼며 랭던은 고개를 들어 끄덕였다.
"대체 누가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가 없군요." - P22

2


1.6킬로미터 떨어진 브뤼르 가에 있는 고급 저택의 입구에서는 사일래스라는 이름을 가진 덩치 큰 알비노*가 느릿느릿 걸어 들어가고있었다. 
(중략).
"스승님, 막 돌아왔습니다."
"말해라."
사일래스의 연락을 받게 되어 몹시 즐겁다는 투로 전화의 목소리는명령했다.
"네 명 모두 죽었습니다. 세 명의 집사들………… 그리고 우두머리인 마스터도요."
마치 애도하는 듯한 침묵의 순간이 이어졌다.
"그럼 자네가 정보를 갖고 있겠군."
"네 명 모두 일치했습니다. 각각 따로따로 말입니다." - P25

"그 쐐기돌을 갖게 될 때, 우리는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다."
스승이 말했다.
"스승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쐐기돌은 여기 파리에 있습니다."
"파리? 믿어지지 않는군. 그렇게 간단하다니."
사일래스는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보고했다. - P26

 하지만 스승의 요구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교회는 요새와 같습니다. 특히 밤에는요. 제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확신에 찬 스승의 목소리는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P26

‘고통은 좋은 것이다스승 중의 스승인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신부의 신성한 주문을 되뇌면서 사일래스는 속삭였다. 에스크리바는 1975년에 죽었지만 그의지혜는 계속 살아 있고, 그의 말은 이 땅 수천 명의 신실한 충복들이바닥에 무릎을 꿇고 ‘육체의 고행‘으로 알려진 신성한 의식을 수행할때 여전히 속삭여지고 있다. - P27

3


(전략). 재빨리 마친 샤워와 면도는 랭던을 말쑥해 보이게 했지만 그의 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참혹한 관장의 시체 사진이 랭던의 마음에 각인되어 있었다.
‘자크 소니에르가 죽었다‘
랭던은 관장의 죽음으로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소니에르는 은둔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헌신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 P29

(전략), 랭던은 세계를 역사와 사건들이 서로 심오하게 짜여진 거미집으로 보았다. 랭던은 하버드에서 기호학 수업시간에 종종 이렇게 말했다.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항상 거기에있다. 표면 바로 아래에 묻힌 채 말이다.‘ - P30

요원이 무전기를 꺼내 빠르게 프랑스어로 말했다.
"랭던 씨가 도착했습니다. 이 분 전입니다."
해독하기 어려운 대답이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요원은 무전기를 넣은 뒤 랭던을 돌아보았다.
"출입문에서 반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요원은 루브르 광장의 자동차 출입 금지 표지판을 무시했다.  - P33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입구는 박물관만큼이나 유명했다. 중국 출신의 미국인 건축가 I. M. 페이가 디자인한 신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입구는, 르네상스 앞마당의 품위를 해친다고 믿는 전통주의 신봉자들의 냉소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괴테는 건축물을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 P33

"저 피라미드가 마음에 드십니까?"
요원이 물었다.
랭던은 눈살을 찌푸렸다. (중략).
"미테랑은 대담한 남자였죠."
랭던은 다소 엉뚱하게 응답했다. 피라미드를 의뢰한 이 대통령은 ‘파라오 콤플렉스‘로 고통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단독으로 이집트의오벨리스크와 이집트 예술, 그 인공물로 파리를 채우려 한 프랑수아 미테랑은 이집트 문화에 애착이 강했다.  - P34

"저게 입구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선생."
"함께 안 갑니까?"
"제 임무는 선생을 여기까지 모시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습니다."
랭던은 한숨을 내쉰 뒤 차에서 내렸다. - P35

랭던이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자 남자가 말했다.
"저는 브쥐 파슈입니다. 중앙사법경찰국의 반장입니다."
남자의 어조는 귀에 거슬리는 굉음으로, 마치 폭풍이 몰려드는 것같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중략).
흑단처럼 새까만 파슈의 눈동자는 잠겨 있었다.
"랭던 씨, 당신이 사진에서 본 것은 소니에르가 한 일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 P36

4

(전략).
랭던은 반장을 따라서 유리 피라미드 아래의 낮은 중앙홀로 이어지는 대리석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사법경찰 앞을 지나갔다. 메시지는 명료했다. 오늘 밤 파슈 반장의 허가없이는 아무도 여기를 드나들 수 없는 것이다. - P37

랭던은 이 말장난에 싫증이 나서 한숨만 내쉬었다.
"예, 당신네 피라미드는 대단합니다."
(중략).
이 반장이란 작자는 재미라곤 없는 경직된 사고방식의 인간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랭던은 파슈가 미테랑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의해, 정확히 666장의 유리핀을 사용해 이 피라미드가 세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이상한 요청은 666이 사탄의 숫자라고주장하는 음모론 애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 P38

파슈는 작은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걸어가면서 랭던은 다른피라미드를 언뜻 보았다.
‘역 피라미드‘.
중간층의 접합 부분에서 종유석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거대한 채광창이었다. 파슈는 아치 모양의 터널 입구로 통하는 짧은 계단으로 안내했다. 터널의 입구 위에는 ‘농‘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드농 관은 루브르의 3대 구역* 중 가장 유명한 구역이다. (루브르의 3대 구역 : 드농, 쉴리, 리슐리외.) - P39

파슈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관장이 왜 만남을 제안했는지 당신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얘기군요."
그랬다. 그 당시 랭던은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꼬치꼬치 물어볼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크 소니에르는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기로 유명했고, 참석하는 자리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랭던은 자크 소니에르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 P40

랭던은 파슈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크 소니에르는 지상에 나타난 최초의 여신을 다룬 도상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소니에르는 다산, 여신숭배, 위카*, 신성한 여성에만 열정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 P41

"엘리베이터를 타겠습니다. 아시겠지만, 화랑은 걸어가기에는 꽤머니까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파슈가 말했다.
엘리베이터는 드농 관의 기다란 두 층을 오르는 수고는 덜어줄 터였다. 그러나 랭던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성마른 얼굴로 파슈는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뒤돌아보며 랭던은 한숨을 토해 냈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 P42

경위야 어떻든간에 랭던은 프랑스 경찰 반장이 자기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여기는 프랑스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 나라에서 기독교는 종교도 특권도 아니다.
"이건 크룩스 젬마타입니다."
갑자기 파슈가 말했다.
깜짝 놀란 랭던은 문에 반사된 파슈의 모습을 마주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 P43

. 루브르 박물관을 비디오로 감시하려면, 몇백명의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큰 박물관들은 이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도둑이 오지 못하게 막는 일은 그만두자. 차라리 도둑을 안에 가두어 버리자는 의미다. 침입자가 예술품을 옮기려고 하면, 예술품이 있는 화랑 주변이 봉쇄되는 것이다. 도둑은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철창 안에 갇힌 자기 꼴을 보게 될 터였다. - P45

관장실은 오늘 저녁 DCPJ의 임시 본부가된 모양이었다.
"여러분, 어떤 경우에도 우리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듣고 계십니까?"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랭던은 호텔 문 앞에서부터 출입 허가증을 달고 있었다. 파슈와 랭던은 어떤 상황에서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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