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좋은 것을 하려면, 먼저 망하지 않아야 했다.  - P26

절박함은 행동으로도 드러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된 투자사 리스트를 엑셀로 뽑아 한 곳씩 연락했고, 절반 이상이 만나주지 않아도 컨택을 멈추지않았다. - P26

"결혼은 했습니까?", "출산 계획은 없습니까?" 같은 질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받는 일도 잦았다.  - P27

김슬아는 자신에게 당시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는데 중요하게 여겨지던 몇 가지 조건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신지역, 학력, 회사로 이어지는 인맥처럼 쉽게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 P27

‘예쁘게‘가 아니라 ‘오해 없게‘ 보여주기

현금 유동성이 빠듯하던 시기에도 컬리는 행보를 달리했다. 기존 유통업과 달리 김슬아는 ‘상품만 좋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에게는 단순히 상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고른 것이 왜 좋은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P29

박은새의 합류는 상품을 고객에게 ‘예쁘게 보이기‘가 아니라,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의 시작이었다. - P30

다만 이를 구현할 기준과 시스템이 없었다. 촬영은감에 의존했고, 결과물은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본질조차 흐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 P30

박은새는 상품 촬영을 ‘감‘이 아니라 ‘고객 인지‘의 문제로 다시 정의했다.  - P31

가이드는 단순히 예쁜 톤을 맞추는 문서가 아니었다. 무엇은 새로 촬영하고, 무엇은 기존 소스를 재사용할지 기준을 세우고, 촬영 리소스를 확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 P31

그는 그렇게 안 된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집요함과 철저함 때문에 당시 그를
‘폭군‘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 P32

취향이 아닌 시스템으로 제안하는 ‘좋은 것‘


계속 변하는 ‘좋은 것‘을 어떻게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개인의 취향이 아닌 집단의 태도와 시스템에 있다. - P33

다고 생각했다. 상품에는 ‘어디까지 준비하면 100점이다‘라는 기준이 없다. 따라서 컬리에는 ‘좋은 것‘의 기준을 계속 높여가면서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 P34

 이제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 상품 조직에서 화요일에 사전 상품위원회를 열고 목요일본 상품위원회는 서너 시간 정도만 진행하지만, 사업 초반에는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상품을 보고 토론하기를 반복했다. - P35

김슬아도 회사가 커지면서 상품위원회를 간소화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 P37

(전략).

일례로 김슬아는 과장을 조금 보태 평양냉면을 수천 그릇 정도 먹은 사람이다.  - P36

컬리는 기본적으로 위생이나 원재료의 품질 등을 엄격하게 검토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무리 잘팔릴 것이 분명한 상품이라 해도 팔지 않기로 했다. - P38

결승선이 없는 길을 달린다는 것


CJ제일제당과 컬리가 공동 기획한 브랜드 ‘제일맞게컬리‘의 ‘육즙+왕교자‘ 상품 개발 과정은 컬리가 좋은 것을 찾아가는 집념을 잘 보여준다.  - P38

컬리 사람들은 상품을 두고 자연스럽게 잔탄검*을빼달라든지,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바꾸자든지하는 이야기를 나눈다.


*소스를 걸쭉하게 하거나 빵을 쫄깃하게 할 때 쓰는 당화물질, 소화불량이나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잔탄검 무첨가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다. - P40

언제나 조금 더 좋은 것을 찾으려는 사람, 분명 더좋은 게 있을 거라 믿는 사람, 그래서 결국 더 좋은 것을찾아내고야 마는 사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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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장하는 공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 일상

『서양미술사』를 저술한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페르메이르의 섬세한 묘사를 두고 "사람이 들어 있는 정물화"라며 극찬했다. - P83

대항해 시대 네덜란드의 경제 성장은 중산층과 시민 계급의 성장을가져왔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던 그들은 종교적 이상이나 신화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실재성과 물질성 그리고 시간의 현재성에 눈을 돌렸다.  - P84

프랑스에서 재발견된 북해의 빛


작은 크기의 인물화를 주로 그렸던 페르메이르는 단 두 점의 풍경화를남겼다.  - P84

페르메이르가 그려낸 개인의 공간은 심리학과 관련한 두 가지 주제를 제시한다. 화가가 포착한 공간은 개인적 취향의 공간인 동시에 취미와 여가가 함께하는 근대적 공간, 즉 슈필라움spielraum*의 탄생이다


*슈필라움은 독일어의 놀이, 게임 등을 뜻하는 spiel과 공간을 뜻하는 raum이 결합된 단어로 놀이 공간혹은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라는 뜻이다. 심리적 휴식과 유회가 가능한 물리적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 P85

페르메이르와 함께 활동했던 피터르 더 호흐 Pieter de Hooch 같은 화가 역시 북해의 빛이 비친 가정의 차분한 실내를 즐겨 그렸다 - P86

델프트 화파의 주제는 두 세기 후 19세기 덴마크 화가들에게 계승되었다. 덴마크 화가들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가정의 실내 공간을 섬세하게 표현해 삶의 내면이라는 주제를 발전시켰다.  - P86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가진 일상성과 현재성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1848년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토레 Théophile Thoré-Bürger가 <델프트 풍경>과 관련된 글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 P8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이 그림에 대해 가진 애정은 특별했다. 그가 죽기 전해인 1921년, 네덜란드화가들의 특별전이 파리에서 열렸다. 극도로 쇠약해진 몸에도 불구하고그는 사랑하는 <델프트 풍경>을 보러 가기 위해 친구의 도움을 빌었다. - P89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푸른색 터번을 쓰고 이국적 옷차림을 한 소녀의 커다란 진주 귀걸이가 인상적이다. 진주귀걸이를 하고 뒤를 돌아보는 소녀의 표정은 알듯 모를 듯하다. 배우들이 포토라인에서 즐겨 취하는 포즈를 연상케 하는 이 자세는 17세기 인물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동적이다. - P90

‘푸른 터번의 소녀‘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면서부터다. - P90

 사물과 소품의 사실감을 묘사하는 데 힘을 기울였던 그는다작을 하기가 어려웠고, 1년에 한두 점의 그림을 제작할 뿐이었다. - P92

혼자만의 시간, 자기만의 방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여인들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 미술사가들은 그림에 숨어 있는 당시의 사회적 상징과 알레고리에 주목한다. - P92

페르메이르의 시간은 조선에 억류되었던 선원 하멜의 시간과 겹친다. - P95

이런 여인들의 공간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언급한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게 한다.  - P96

남성의 공간에는 천문학자와 지리학자가 등장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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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장하는 공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 일상

『서양미술사』를 저술한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페르메이르의 섬세한 묘사를 두고 "사람이 들어 있는 정물화"라며 극찬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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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쾌락은 데이터로 축소되어 프로이트가 간절히 이해하고싶어 했던 인간의 욕망에 대한 디지털 초상화가 되었다.  - P225

그러나 쾌락은 고립된 것이 아니다. - P225

짧은 시간 동안우리는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이 식당에 대해 평가한 총체적인 ‘지혜‘를 신뢰하게 되었다. 많은 리뷰가 돈을 받고 작성되거나 봇에 의해 생성되거나 그 식당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올린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 P226

점점 더 많은 쾌락이 간접적인 쾌락이 되어가고 있다. - P226

즉 시인과 소설가가 몇 세기 동안 이야기해온 "순식간에 지나가는쾌락의 속삭임"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227

기록되기 위한 여행과 픽셀화된 예술

새로운 장소를 이해하려면 그곳의 냄새를 맡아야 한다.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낯선 땅의 기묘한 냄새와 새로운 소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 P227

물론 멀리 있는 곳이 항상 친근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여행에는특별한 설렘이 있다.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다. - P228

관광객은 예측 가능성과 편리함을 원한다. 여행자는 불안이 음악의 꾸밈음처럼 여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여행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 P229

"사이버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은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약화시킨다."⁹ 영국 모험 여행가 데블라 머피가 <가디언>의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 P230

9 Dervla Murphy, "First, Buy Your Pack Animal," Guardian, January 2, 2009. - P354

편안하고 안전하게 야생의 야외를 탐험하려는 이런 역설적인 충동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공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려는 기술 회사의 욕망과 잘 맞아떨어진다. - P231

편안하고 안전하게 야생의 야외를 탐험하려는 이런 역설적인 충동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공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려는 기술 회사의 욕망과 잘 맞아떨어진다. - P231

새로운 곳에서 경이를 경험하라고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 P232

여행을 이렇게 엄격히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모험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중략). 진짜 모험가가 되려면, 아마존에서 카약을 탄 최초의 미국 10대가 되거나 K2 정상에 오른 최초의 80대 사서가 되어야 한다. - P233

 그리고 그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실시간으로 기록해야 한다. - P233

대부분의 사람은 ‘영웅‘이 아니고 영웅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탐험을 하지 않는다. 포즈를 취한다.  - P234

웬들 베리가 시 <휴가 The Vacation>에서 말하듯이 경험을 하는 동안 경험을 포착하는 것은 경험의 방식을 바꾼다. - P235

새로운 장소들을 우리 눈이 아니라 화면 속의 축소된 이미지로 보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우리 앞의 새로운 경험 대신 일상적인 세계와 그 기기에 매어 있게 된다.  - P236

거실에서 하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여행을 일상생활과 비슷하게 만든다. 여행을 스크린으로 하는 것이다.  - P238

우리가 매개하기로 선택한 모든 쾌락이 그렇듯이 사진은 실제의 예측 불가능성과 번거로움보다 더 만족스러워 보인다.  - P238

화가 파울 클레는 1920년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관람객은 스치듯 본것(안타깝게도 그들은 종종 그렇게 한다)으로 작품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²⁶ 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이 작품 하나에 소요하는 시간은 평균 15~30초다.²⁷ - P239

26 Paul Klee, Creative Confession and Other Writings (London: Tate Gallery Act Editions,
2014), 10.
27 Stephanie Rosenbloom, "A Museum of Your Own," New York Times, October 12, 2014,
TR1.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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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좋은 것이란 무엇인가

사업자등록을 하고도 한동안 김슬아에게는 이렇다 할사무실 하나 없었다. 초기에는 직원들과 스타벅스에 모여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했고, (후략). - P5

그 작고 초라한 공간에서도, 당장 내일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도, 컬리 초기 구성원에게 작동한 원동력이 있었다. - P5

그런데 도대체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 P5

곱씹어보면 ‘좋다‘라는 말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가령 ‘좋은 사과‘를 두고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 P6

세상에는 사과 하나를 놓고 ‘사과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과가 어떻게 다 거기서 거기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컬리는 후자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후자다. - P7

유통업에서 ‘좋은 것‘이란 주로 싸고, 빠르고, 양이많은 상품과 동일시돼왔다. - P7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컬리는 무엇을 ‘좋은것‘이라 믿어왔을까. - P8

SENSE ONE
컬리다움의 시작

좋은 것을 재정의하다



좋은 것을 알리겠다는 결심


김슬아에게는 오래 품어온 의문 하나가 있었다.

‘세상의 좋은 것은 왜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걸까?‘ - P17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 믿어보자. 그리고 실행에 옮겨보자.‘ - P18

한국은 스타트업에게 거대한 서사를 기대한다. - P18

한 번뿐인 인생,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을 먹으며 잘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 P19

(전략).
궁금해진 맛이 생기면 그 한 끼를 위해 주말 일정을통째로 바꿨다. 하나의 식당을 위해 약속 시간도, 이동경로도, 쉬는 방식도, 그 한 끼를 기준으로 다시 짰다.
유기농 양배추를 구하기 위해 여러 시장을 떠돌고, 직접 농장에 방문하는 경우도 흔했다. - P20

미셰린 스타를 받은 식당에서 먹는 한 끼는 참 근사하지만, 예약이 어렵고 가격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좋은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겠다고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면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자주 가기를 주저하게 된다.  - P21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나 대신 깐깐하게 고른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면?‘ - P21

창업가든, 회사 구성원이든, 일을 가장 행복하게 지속하는 방법은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를 푸는 거예요. 나에게 절실한 문제라면, 해결될 때까지 멈출 수 없으니까요.

최고 경영 책임자 김슬아 - P22

비용이 아니라 기준을 먼저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시 시장의 식품 유통 시스템은 김슬아의 예상보다 열악했다. 여름이면 고등어 판매가 중단될 정도로 냉장유통 시스템이 미비했다. - P22

당시에도 풀 콜드체인 배송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 full cold-chain, 상품을 생산한 순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저온(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하는 유통 시스템. - P23

2015년 5월, 컬리는 온라인 새벽 배송 서비스를 오픈했고, 서울 지역의 워킹맘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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