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교양 수학책에 나온 글을 보다 O.J. 심슨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 책에는 확률론적인 오류로 인해 심슨이 범인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지만 실상은 그것보단 더 복잡했고, 예시로 든 확률은 실제 법정에선 의미도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록 알게 되는 건, 이건 단순한 수학적 혹은 논리적인 헛점이나 착각으로 판결이 난 것이 아닌 확실히 범인이라는 확증을 줄 수 없어서였고, 여기에는 인종차별적인 문제도 같이 있었다.

이 책에선 길게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들어갔다는 점과 증거품들의 허술한 관리 등으로 범죄 사실의 입증하기엔 문제가 있다 서술되었다.

오랜만에 과거에 흥미롭게 찾아본 사건이 있어 잠깐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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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시스템의 원조는 사실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1990년대부터 구매한 상품과 관련 있는 상품, 고객이 관심 있어할 만한 상품, 궁극적으로 고객이 구매할것 같은 상품을 함께 추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P407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을 다룬 2003년 논문이 지난 2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으로선정되었을 정도죠.⁵ - P408

5 https://www.computer.org/press-room/2017-news/ic-20th-anniversary - P463

이렇게 추천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기호에 강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분석하는 방식을 연관성 분석 Association Analysis이라고 하는데, 상품 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데 매우 유용하죠. - P409

이처럼 고객의 구매 내역을 분석하는 방식을 장바구니 분석Market Basket Analysis 이라고 합니다. (중략).
이는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이라는 학문의 기반이 됩니다. 마이닝Mining이 거대한 광산Mine에서 원재료를 추출하는 것을 의미하듯, 데이터 마이닝은 대규모 데이터에서 어떤 특정한 패턴을 발견하고추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 P410

1993년 당시 IBM에 근무하던 라케시 아그라왈Rakesh Agrawal 박사는 장바구니 분석을 처음 시도해 기념비적인 논문을 내놓았고, 이는 데이터 관련 논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으로 평가받으며 데이터마이닝이라는 본격적인 학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P411

(전략).
신뢰도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바나나가 원래 자주 판매되는 상품이라면 애초에 기저귀를 사는 고객이 바나나도 살 가능성이 높으므로 연관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힘든 거죠. - P413

 때문에 실제로는 연관성이 낮더라도 연관성이 높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상품의 판매 빈도까지 고려하는 지표가있을까요? ‘향상도‘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 P413

10대 소녀의 임신을 예측한 알고리즘


2012년 미네소타주의 한 남성은 미국의 대형마트로부터 우편물을 받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임산부 용품 할인 쿠폰이 들어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수신인은 고작 열일곱 살에 불과한 10대 딸이었습니다. - P415

그런데 이후의 스토리가 실린 <뉴욕 타임스> 기사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오히려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기 때문이죠. 10대 소녀인 딸이 정말로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도 알아차리지 못한 임신 사실을 대형마트 판촉 알고리즘이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 셈입니다. - P415

추천 시스템의 시작

(전략). 먼저, 추천 시스템은 보통 다음과 같은 2가지 방식을 대표적으로 사용합니다.

•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 내가 선호하는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

• 협업 필터링 Collaborative Filtering: 나와 비슷한 고객이 시청한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 - P416

(전략).

이렇게 콘텐츠의 특징에 따라 영화를 추천하면 다른 고객 데이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현재 고객이 선호하는 특징만 알 수있으면 되죠. (중략). 영화의 특징만 추출할 수만 있다면 아주 희귀한 영화도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특징을 추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 P419

협업 필터링, 비슷한 고객을 추천하다

이처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한계가 많습니다. 때문에 고객이 선호하는 영화 자체의 특징에 집중하기보다는 범위를 좀 더 확장하여 유사한 고객의 정보를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추출한특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콘텐츠 기반 필터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죠 - P420

행렬 인수분해, 잠재요인을 찾아내다

이번에는 협업 필터링 기법 중에 하나인 행렬 인수분해 MatrixFactorization를 살펴보겠습니다. (중략), 만약 평점이 한두 개 영화가 아니라 수천 개쯤 되고 점수 또한 제각각이라면 취향이 비슷한 고객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거예요. - P422

핵심 원리는 단순합니다. 한쪽에서는 ‘이 영화는 액션이 얼마나있나요? 라고 질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고객은 액션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나요? 라고 질문한 다음 그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죠. - P423

행렬 인수분해는 그 이름에 걸맞게 하나의 행렬을 2개의 행렬로 인수분해하여 예측하는 기법입니다. - P423

행렬 인수분해는 숨어 있는 특징을 자동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잠재요인 Latent Factor을 발굴해낸다고 표현합니다. 예제는K=2이므로 2가지 잠재요인을 발굴해낸 거죠. 실제로 쓰일 때는K=25, 적어도 25개 이상의 잠재요인을 발굴해내며 이 과정에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찾아냅니다. - P429

그렇다면 여기서 ‘왜 하필 25개냐? 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행렬 인수분해를 처음 고안한 사이먼 펑크가 맨 처음 설정한 값이 바로 K=25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 없이 관례상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데이터를 아주 많이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특징의 수를 좀 더 크게 지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 P430

딥러닝을 도입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행렬 인수분해 기법은 딥러닝의 구조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내재된 특성을 찾아 여러 차례 계산하는 구조가 마치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여러 차례 계산해나가는 과정과 비슷하죠. - P430

2016년 공개된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도 행렬 인수분해를 딥러닝으로 바꿔서 더 좋은 성능을 낸 구조였죠. 깊은 신경망일수록 더 좋은 성능을 냈습니다. - P431

실제로 유튜브가 2016년에 공개한 추천 시스템 논문에 따르면,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은 다양한 특징을 결합한 딥러닝 모델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유튜브도 행렬 인수분해를 사용했는데 2016년을 전후해 딥러닝 모델을 점차 도입한 거죠. - P432

유튜브는 초창기에 영상을 추천하는 데 어떤 가치를 극대화할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조회 수를 올리는 데만 방향이 맞춰져 있었죠. - P433

이후 유튜브는 사람들이 오래 시청하는 영상을 추천하도록 보상함수를 개선했다고 밝힙니다. - P433

보상은 기존처럼 ‘많이 클릭하는 게 아니라 ‘덜 클릭하고, 더 오래 보는‘ 영상에 집중되었고, 실제로 영상의 품질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⁹ - P434

9 https://blog.youtube/news-and-events/youtube-now why we focus on watch-time - P463

또한 유튜브는 신선도를 무척 강조합니다. (중략). 하지만 새로운 영상은 영상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콜드 스타트 Cold Start 문제에 봉착합니다. - P434

영상뿐만 아니라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고객의 관심사를예측하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죠. 넷플릭스도 초창기에 그리고 왓챠도 가입을 하면 굳이 선호하는 영화를 몇 가지 택하도록 합니다. 신규 고객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하여 정교한 추천을 시작하기 위해서죠. - P435

. 협업 필터링이 어느 정도 관심사를 확장하는 효과를 내긴 하지만 이 또한 성향이 비슷한 고객만 구독하게 된다면 다른 성향의 고객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알 길이 사라지죠.  - P435

그래서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이 중요합니다. 멋진 영어 단어이자설레는 표현이기도 하죠. 여기에는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이지만 희한하게도 마음에 들어야 하죠. - P436

챗봇 이루다는 왜 2주 만에 서비스를 멈췄을까?


이루다는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챗봇입니다. 자유 주제 대화 시스템 Open-Domain Dialogue System을 기반으로 어떤 주제로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이루었다는 의미로 이 름 지은, 스무 살의소녀로 설정된 챗봇이었죠.
십수년 전에 ‘심심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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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




열등 콤플렉스

THE INFERIORITY COMPLEX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동료였지만, 그의 이론들이 ‘거장‘의 고유한 해석으로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처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가들 일원에서 추방되었다. 특히 아들러는 정통 이론에서는 전복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 개념을 제안했다. 첫째, 아들러는 뿌리 깊은 열등감들과 이것들을 보상하려는 욕구는, 본능적 욕구보다 더한 신경증적 갈등의 일차적 근원이라고 믿있다. 둘째, 아들러는 부모와 같은 인물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놓고 벌이는동기간 대결은 때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벌어지는 오이디푸스 대결보다 무의식과 동기부여의 힘을 더 크게 갖는다고 믿었다. - P267

열등 콤플렉스


아들러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열등감을 경험하는데, 우리 모두는 더 나아져 우리가 바라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보상을 통해 우리의 열등감을 다루면서,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는 분야에서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갖고있다.  - P268

하마르티아 Hamartia


신화 구조에서 영웅 캐릭터의 공통점은 ‘하마르티아‘, 즉 영웅이 극복해야만 하는 비극적 결함에 있다. - P268

하마르티아는 열등 콤플렉스의 근원으로, 영웅이 극복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약점이고 결함이다. (중략). 이런 이야기 모두에서 보듯이, 영웅들은 대단한 결단력과 투지를 갖고 성공할 수 있는어떤 분야에 몰입함으로써 그들의 장애를 보상받는다. 덧붙여, 이런 캐릭터들은 그들이 선택한 분야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욕구에 의해 추동된다. - P269

우월 콤플렉스

자연스럽게, 극단적 열등감은 우월감을 향한 극단적 반작용을 생산할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반작용은 ‘과잉보상overcompensation‘으로 불린다. - P269

아들러식 분석에 따르면, 히틀러의 과잉보상적 행위들은 심각한 열등 콤플렉스에 대한 극단적 반작용이다. - P269

유년기 공상

아들러에 따르면, 아이들은 모두 이런 저런 방식으로 열등감을 경험한다. 보편적으로 아이의 열등 콤플렉스는 작고, 약하고, 경험이 부족하고, 무력하고, 그래서 전적으로 어른에게 의존하는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이들은 열등감을 극복하는 영웅과 연결될 수 있는 영웅담을 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갖는다. - P271

디즈니 신비


(전략). 유년기의 심리적 시련과 고난을상징하기 위해 섬세하게 디자인된 영웅 공식을 제공함으로써, 디즈니는 가장민감한 시기에 속한 단골고객을 확보했다. - P272

아이 영웅의 갈등

유년기에서 가장 크고 보편적인 갈등은 무기력이다. 아이들은 작고 약하다. 어른들은 그들의 모든 측면을 통제한다. - P272

고아 영웅

아이 영웅 공식은 지배하려는 부모의 존재나 권위적인 다른 존재로부터 갑자기 자유로워진 아이와 함께 시작된다. 공식은 기본적인 소망 충족-아이 영웅은 자유롭다ㅡ으로 시작되는데, 독립은 달콤한 것이다.  - P273

고아 되기라는 유년기 공상은 다양한 소망을 표현한다. 어떤 아이들에게, 그것은 잔학한 부모를 처벌하고 싶은 무의식적 소망이다. 또 다른 아이들에게, 그것은 소유력이 강하고 지배적인 부모로부터 자유를 원하는 소망의 표현이다. 그리고 또 어떤 아이들에게 있어서, 고아가 되려는 꿈은 부모의 신분과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신분을 형성하고 싶은 욕망을 재현한다. - P274

부모로부터 자유롭게 된 후, 아이 영웅들은 우선 가장 중요한 교훈을 배우는데, 그것은 그들이 부모를 사랑하고 집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발달의 첫단계는 마음이 향하는 곳이 집이라는 것,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압제적인 지배는 단지 사랑과 보살핌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 P274

역할 전환

아이의 실제 삶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챔피언이다. 그들은 집과 가정을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세계의 용들과 전투를 벌인다. 어른이 보호자라면, 아이는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다. 그러나 아이의 공상적 삶에서, 아이들은 힘과 권력으로 가득 차 있다. - P275

동물 영웅

아이들은 가상의 애니메이션에 매우 익숙하다. 아이들은 인간적 자질을 동물에게 투사하거나, 심지어 무생물적 형상에게도 투사한다. (중략). 아이의 상상 속에서, 실제세계에서는 존재할 수조차 없는 캐릭터와 동일시할 때 요구되는 강력한 불신의 유예 suspension of distelief‘는 훨씬 더 재밌고 환상적이다. - P276

열등 콤플렉스

핵심 요약


•모든 영웅은 자신으로부터든 혹은 그들의 환경에서든 무언가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하마르티아, 혹은 열등 콤플렉스는 모든 영웅 캐릭터의 근본적 요소이며, 보상은 영웅의 동기부여에서 근본적인 요소다.

•극단적 열등감은 과잉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것은 우월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우월감욕구를 표현하는 부적응적인 방식이다.

•슈퍼악당들은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세계를 지배하려는 비정상적 욕구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우월 콤플렉스에 관한 매우 강력한 사례들이다.

•당신의 악당 캐릭터는 우월감의 기저에 놓인 열등감을 드러냄으로써 더 큰 깊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 P278

• 대부분의 아이들 영화에서 궁극적 목표는 사랑하는 부모 형상과 재회하는 것이다. - P279

13

동기간 경쟁

SIBLING RIVALRY

프로이트는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관련된 일차적 동기부여로써 오이디푸스 경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아들러는 동기간 경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화와 전설에서 동기간 경쟁은 원형적 주제이며, 극적 구조의 도처에 존재하는 경쟁적 갈등에 있어서 신화적 조상인 셈이다. - P283

착한 아이/나쁜 아이 이중성

(전략).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사이의 명백한 이중성은 자기속의 페르소나/그림자라는 이중성을 상징한다. 넓은 의미에서, 그것은 모든인간과 이 세계, 그리고 자연 그 자체 안에 존재하는 선과 악 사이에 놓인 갈등의 상징이다.  - P285

부모의 편애

경쟁자 사이 갈등의 근원은 부모의 사랑이다. 한 아이는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아이는 자신을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부모가 한쪽을 더 사랑하고 다른 한쪽을 냉대하기 때문이다.  - P286

인정 욕구

동기간 경쟁에서 추동력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경쟁적 욕구다. 영화에서 동기간 심리적 갈등의 다양한 수준은 일반적으로 외면적 목표에 도달하려는 경쟁을 통해 영향력을 드러난다. - P288

동기간 경쟁

핵심 요약


• 동기간 경쟁의 고전적 주제는, 카인과 아벨의 성서적 이야기 속에 전형화되었으며,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것을 분석해서 이론화시켰다.

• 착한 아이/나쁜 아이 이중성은 경쟁 공식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한 아이 혹은 캐릭터가 선인이라면, 다른 쪽은 악인이다. 이런 이분법은 영웅/악당 이중성과 유사한데, 거기에서 모든 위대한 영웅은 그만큼 대단한 악당을 갖는다.

• 고전적인 동기간 갈등 주제에서, 일반적으로 한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부모에게 더 사랑을받는다. 편애하는 갈등은 극단적으로 어떤 정교한 차원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어머니는 한 아이를 더 사랑하고 아버지는 다른 아이를 더 사랑할 때다. - P291

동기간 경쟁

검토사항


(전략).

2. 연애 상대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뻔한 로맨스영화가 아니라도, 어디에나 등장하는 이야기요소다. 애정 갈등은 연애담 주제에 긴장과 갈등을 더해준다. 당신의 주인공은 연애 상대의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자와 대면하는가? - P293

14

생활양식

LIFE STYLES


(전략). 아들러는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will to Power‘ 개념을 이용해 인간본성의 보편적인 지향점으로서 우월감의 일차 충동을 설명했다. 니체와 마찬가지로, 아들러는 우월감 충동을 완벽함을 향한 선천적 욕구로 보았는데, 그것의 종점은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기보다 가상적 이상이다. - P295

초인과 약자 Ubermensch & Underdog


고대 그리스인들이 왕족이거나 신적 혈통의 고전적 영웅들을 선호한 반면 이를테면, 위대한 힘과 운명적으로 예정된 영광을 타고난 인간, 유대-기독교의 전통은 진정한 약자를 옹호했다. (중략). 정복자인 ‘지배자 민족‘이 ‘지배자 도덕‘에 기반한 신화, 즉 강자와 권력자는 승리할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신화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니체는믿었다. 그와 반대로, ‘노예 민족‘이 ‘노예 도덕‘에 기반한 신화, 즉 연약한 자가 지구를 상속받을 것이라는 신화를 갖는 것도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P296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고전적인 캐릭터와 유대-기독교적 캐릭터특성의 이상한 조합을 재현한다. 슈퍼히어로들은 일반적으로 우월 콤플렉스와 열등 콤플렉스 양쪽 모두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들은 한 명의 영웅 속에조합된 초인과 약자다. 그런데 슈퍼히어로의 성격적 분열은 편리하게도 두가지의 신분으로 제시된다. - P297

생활양식

아들러의 후기 이론들에서 핵심 주제는 사람들이 우월감 달성을 위한 투쟁에서 사용하는 각각의 ‘생활양식‘에 관한 모델이다.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에관한 이론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아들러의 갈등하는 생활양식 이론은 영화 캐릭터 내부의 신경증적인 내적관계 갈등(내적 갈등)과 캐릭터들 사이의 대인관계갈등(외적 갈등) 양쪽 모두에 모델을 제공한다. - P298

. 아들러는 네 가지 기본적 생활양식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는데, 대체로 이들 중 하나만 제외하고 잘못된 것이다.


1. ‘지배형‘:타인에 대한 우월성을 보이며 지배하려는 개인적 충동.
2. ‘기생형‘: 타인과 자신에게 제공하기보다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개인적으로 취하는 것.
3. ‘회피형‘: 도전과 책임, 그리고 의미를 개인적으로 거부하고 도피하는 것.
4. ‘사회적 유용형‘: 개인으로서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활동에 참여. - P298

내적 관계와 대인관계 갈등 모두에 관한 모델

많은 영화들은 이런 생활양식 유형들을 대인관계 갈등으로 묘사한다. 고전적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영웅은 흔히 완전히 발달된 도덕적인 개인으로출발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영웅은 사회적 유용형이며 그가 같이 싸우게 되는 연합세력측은 처음에는 회피형이지만, 영웅과 함께하면서 사회적 유용형이 된다. 악당은 지배형이며 악당패거리들은 기생형이다. - P299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에서 잔인무도한 권력자 크라수스로렌스 올리비에는 지배형의 전형이다. (중략). 크라수스에게 있어서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 성적이고 심리적인 지배욕을 위한 삐뚤어지고 가학적인 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대상일 뿐이다. - P300

성의 The Robe


성서 서사극 <성의> 1953는 아들러 생활유형의 4가지 유형 모두를 통과하며 발달하는 캐릭터를 묘사한다. 호민관 마루셀루스 갈리오(리차드 버튼)는 로마 귀족이자 엘리트 지배계급이다. 그는 노예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칭 ‘세계의주인‘으로서 다른 국가들도 지배하고 있다. 갈리오는 고전적인 그리스-로마 영웅의 원형으로 출발하지만, 이렇게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에서 그는 유대-기독교의 영웅이 되기 위해 우월 콤플렉스를 극복해야만 한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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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문학 연구자커린 허슈Corinne Hirsch도 아동 문학 내의 상황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했다.


교과과정과 교과서에서는 아동 및 영 어덜트 소설을 판타지와 사실주의로 나누고 판타지가 아닌 것은 모두 사실주의로 묶는다. 책은 사실적이라고 찬사를 받거나 비현실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사실주의는 좋은 문학의 기준이 됐지만, 실로 그런 기준으로서 사실주의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 P77

우리는 지금 비교할 수 없는 두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더 사실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판타지적인 면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 P78

약간의 판타지가가미된 사실주의 소설


일전에 나는 엔라이트를 예시로 논문을 쓰며 그녀의 소설에 다섯 가지 핵심 요소가 담겨있고, 이 요소들을 전부 담은 작품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것들을 서브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P79

내가 제안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가족 스토리는 가족 코미디 형식이다.

2. 가족 스토리는 유사한 형태의 여러 빌둥스로만 Bildungsrorman(성장소설-옮긴이)이 함께 진행된다.

3. 가족 스토리의 주인공은 가족 전체다.

4. 각각의 가족 스토리는 고유한 부족문화의 문화 기술지다.

5. 가족 스토리는 판타지의 구조에 사실적인 외피가 더해진다.
[2009.p.125] - P79

내가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2번과 관계있다. - P80

엔라이트의 글이나 서신에 이 특이한 상호 텍스트성이 설명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왜 이 에피소드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중략). 앞서 언급했듯 《마법의 선물》은 엔라이트의 가족 스토리만큼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 P82

《작은 아씨들》은 엔라이트의 가족 스토리가 탄생하는데 근간이 된 텍스트다. 1967년에 발표한 에세이 <아동 문학속 사실주의 Realism in Children‘s Literature>에서 엔라이트는 좀 더 새롭고 자연주의적인 어린이 소설의 시작점으로 올컷을 꼽았다. - P84

《작은 아씨들》을 올컷의 성장 과정을 담은 단순한 기록물로 읽고자 하는 유혹이 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읽을 수 있을정도로 자전적 요소가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회고록이 아니고 스토리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 P85

약간의 사실주의가 가미된 판타지 소설

동시대 작가 에드워드 이거는 자신의 아동 문학에 어떤작가들이 영향을 줬는지 숨기지 않았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E.네스빗의 판타지가 포함돼 있었고 프랭크 바움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독자에게 자신의 스승을 알리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87

네스빗의 기발하고도 대담한 작품을 접한 덕분에 이거가판타지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 P88

네스빗과 마찬가지로 이거의 플롯은 단편적인 사건들로이뤄져 있다. 배스터블가 아이들이 가족의 재산을 지키려 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이거의 플롯도 해당 사건을 중심으로 한다. 다만 규모가 좀 더 커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 P89

다른 작가들이 만든 판타지 세계로 입장하는 능력은 이거가 네스빗에게서 얻은 모티프 중 하나다. 가령 《부적 이야기 TheStory of the Amulet》(1906)에서 아이들은 미래로 가 친구 H. G. 웰스Wells가 상상한 유토피아에 방문한다. - P91

마이클 살러는 이런 문학적 영역을 "가상 세계virtual worlds"라고 지칭했고 이는 타당한 주장이었다. - P91

(전략), 톨킨의 가운데땅을 언급하며 살러는 이런 가상 공간은 공동의 자산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상상력의 놀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 P92

이거의 캐릭터들은 시공과 허구성의 차원을 넘어 여행이가능해지는 서사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한다면 과감히 여행을 떠났다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 - P95

사실주의 소설이 마법을 합리화하는 방법

엔라이트의 가족 스토리 또한 평범함이라는 외피로 위장했을 뿐 패턴이 같다. 즉, 마법이 합리화됐을 뿐이다. - P96

(전략).
이렇듯 사실주의와 판타지가 혼합된 유형을 ‘마법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하지만 해당 용어는 사실 매우 다른 유형의 내러티브와 연관돼 있다. 스토리의 근저를 이루는 마법 시스템이나 논리가 아니라 불가능성에 의해 사실적인 설정이 교란되는 유형이다. - P104

이거의 많은 후계자가 그와 네스빗에게서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마커스 크라우치 Marcus Crouch가 1972년 출간한 영미권 아동 문학사에 관한 책에 아무 이유 없이 《네스빗 전통 The NesbitTradition》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다. - P106

편집된 현실 따분한 일상 속 희박한 기쁨


그렇다면 엔라이트의 책은 어떨까? ‘우정이 진정한 마법의 힘‘이라는 식으로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않다. 엔라이트의 작품 또한 일상 속 마법을 보여준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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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고다마호‘는 예상했던 것보다 붐볐지만 다행히 자유석이나마 앉을 수 있었다. 미카와안조역까지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 P27

고다이는 창가 좌석에 앉아 어제저녁에 쓰쓰이에게서 받은 서류를 다시 훑어보았다.
구라키 다쓰로, 지금 만나러 가는 인물의 이름이다. 생년월일에 따르면 현재 66세. 그 이외의 정보는 거의 없었다. - P28

결국 기록된 번호에 연락해 본인에게 직접 확인해보기로 결론이 났다. 이성 쪽이 대화하기 쉬울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 여성 경찰관이 그 역할을 맡았다.
사건 내용은 자세히 얘기하지 않고, 수사의 일환일 뿐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물었다. 상대는 대답을 거부하는 일없이 구라키 다쓰로라고 이름을 밝혔고 주소 등도 알려주었다.  - P29

"아, 사사메篠目쪽이군요." 그렇게 말하고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었다.
"이 한자를 사사메라고 읽습니까? 시노메가 아니고?" 고다이가 물었다.
"그렇죠. 타지에서 온 사람은 모를 겁니다. 유명한 게 아무것도 없는 동네라서." 운전기사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미카와 지방 사투리다. - P30

"고다이라고 합니다.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경시청 배지를 꺼내면서 다가가 상대에게 내보이고는 잽싸게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 대신 이번에는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구라키는 받아 든 명함을 눈을 가늘게 하고 들여다본 뒤, 안으로들어오라고 권해주었다.
실례합니다, 라고 머리를 숙이며 고다이는 실내로 들어섰다. - P31

"저런 아직 젊은 나이셨는데, 무슨 사고라도?"
"아니, 골수성 백혈병이었어요. 골수이식이 가능했다면 어떻게든 살려낼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기증자를 찾지 못해서."
"그렇군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고다이는 말끝을흐렸다.
"그런 형편이라서 남자 혼자 살림이올시다. 주전자로 차를 내리는것도 벌써 몇 년째 안 했어요. 마트에서 사 온 차라도 괜찮다면......." - P32

단숨에 얘기한 뒤에 고다이는 구라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마른 얼굴의 노인은 거의 표정이 바뀌지 않은 채 짧게 턱을 끄덕였다.
"알고 계셨습니까. 시라이시 씨가 살해된 것을?"
"어제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고 인터넷으로 찾아봤어요. 내가 이래봬도 컴퓨터는 좀 다룰 줄 알거든요. 사건을 알고 놀랐어요. 경찰이나한테 찾아오는 것도 그럴 만하다 싶었습니다." 구라키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 P32

"딱히 관계는 없어요. 만난 적도 없고 얘기한 것도 그 통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셨다고요? 무슨 일로?"
"그야 상담을 받으려고 했지요.
"상담?"
"법률상담이에요. 요즘 작은 고민거리가 있어서 돈에 관한 고민거리예요. 어떤 사람하고 다툼이 났어요. 그래서 법률상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전화해본 거였어요." - P33

"어떤 곳이든 상관없었어요. 인터넷으로 알아봤더니 간단한 상담이라면 전화로 대답해준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게다가 무료라고 해서. 나로서는 본격적으로 의뢰할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도쿄든 오사카든 상관없었습니다." - P33

그런 참에 어디선가 착신음이 들려왔다. 구라키의 전화가 울리는 모양이었다.
"아, 전화가 왔네. 저쪽에 두고 왔구먼. 잠깐 자리를 떠도 되겠습니까?" 구라키가 물었다.
"물론 괜찮고말고요. 그런데 저는 화장실에 좀 가도 될까요?"
"그래요. 그래요. 여기 복도 건너 맞은편이니까." - P34

"도쿄에 가시는 일도 있습니까?" 고다이는 물었다. 말투가 딱딱해진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예에 있지요. 아들이 거기 사니까요." - P35

"도쿄에 가시면 아드님 댁에서 주무시게 되나요?"
"그렇죠. 아들이 아직 독신이라 공연히 눈치 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괜찮으시면 아드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고다이의 말에 구라키는 슬쩍 시선을 떨구고 눈을 깜작거렸다.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구라키가 입을 열었다. "가즈마라고 합니다. 아들이 다니는 회사는……………." - P36

탐문수사나 취조 때 가장 힘든 대답 중의 하나가 ‘잊어버렸다‘라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고다이는 뭔가 감이 왔다. 이번 출장은 분명 헛걸음은 아니다.
"시라이시 변호사의 사무실에 전화한 것은 단순한 법률상담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그 건에 대해 다른 법률사무실에도 상담한 적이있습니까?" - P38

고다이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엇,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죄송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10월 31일에 도쿄에 가셨었습니까?"
"10월 31일... 아, 이거 알리바이 확인처럼 들리는군요."
"실례인 줄은 알지만, 관련된 모든 분들께 똑같이 하는 질문입니다.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구라키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벽을 올려다본 것이다. - P39

형사님, 이라고 구라키가 불렀다.
"한 가지, 잘못 말한 게 있군요."
"잘못 말한 것......?"
"마지막으로 도쿄에 갔던 날짜. 방금 전에 아들 추석 휴가 때 다녀왔다고 했었는데, 그 뒤에 한 번 더 다녀온 걸 깜빡했어요." - P40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다이는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섰다. 현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그 부적 앞에서 멈춰 섰다.
"이 부적, 누가 줬는지 생각나면 연락해드리는 게 좋겠군요?" 구라키가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 P41

길로 나와 걸음을 옮기면서 왜 자신이 산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라고 고다이는 생각을 굴렸다. 자신이 도미오카 하치만구에서 사온 것이라고 말했다면 누가 줬는지 잊어버렸다. 라는 부자연스러운 대답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누군가 준 것이었기 때문에 깜빡 그렇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부적을 준 사람의 이름을 댈수 없었기 때문에 난감한 나머지 잊어버렸다고 말했던 게 아닐까. - P42

5


(전략). 전화를 받은 구라키의 아들은 경시청 형사라는 말에 뜻밖이라는 듯한목소리를 냈다. 문의할 게 있어서 만났으면 한다고 말하자 어떤 건에 대한 것이냐고 물었다. - P42

"그렇겠네요. 둘이 말을 맞춰서 10월 5일에 상경했던 것을 감출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잖아요."
"맞아, 그거야. 설령 구라키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더라도 아들쪽은 관계가 없는 거 아니겠어?"
고다이는 신중한 말투를 썼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 물론이고 구라키가 분명 범인이다. 라고까지 생각했다. - P43

찻집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30세 전후일까. 콧날이 반듯한, 단정한 생김새였다. 구라키의 아들이다. 라고 고다이는 바로 알아봤다. 부친과 눈매가 붕어빵처럼 닮았다. - P44

가즈마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기색으로 연거푸 눈만 끔벅거렸다.
"아버지가 뭔가 나쁜 일을 했습니까? 저희 아버지, 지금 아이치현 안조시에서 사시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 상경하시는 모양이던데요."
"네, 그건 그렇지만......." - P45

가즈마는 가볍게 양손을 내밀며 고다이와 나카마치의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이건 어떤 수사죠? 아버지가 관련된 일이에요? 그걸 먼저 얘기해주시지 않으면 저도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 P45

"살인 사건입니다." 고다이는 가즈마가 커피 잔을 입가로 가져가기 전에 말했다. "도쿄에서 한 사람이 살해됐어요. 그래서 피해자와접촉했던 인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모두 찾아다니는중이죠. 접촉이라는 건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도 전화나 메일, 편지등을 주고받은 것도 포함됩니다."
"그 속에 아버지 이름도 있었다는 건가요?" 가즈마는 커피 잔을들어 올린 채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전화를 하셨어요." - P46

"10월 5일이네요." 가즈마의 대답은 이쪽이 예상한 대로였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정확히 말하면 10월 6일이지만."
(중략).
"5일 몇 시쯤에 도쿄에 도착했는지는 제가 알지 못하거든요. 우리집에 들어오신 건 날짜가 바뀐 오전 1시쯤이었습니다." - P47

"아버님이 도쿄에 놀러 오신 것은 언제쯤부터예요?"
"정년퇴직하시고 나서부터였을 거예요. 시간이 생겼다면서 오시곤 했으니까."
"그 이후로 내내 지금 같은 페이스로 다녀가셨군요."
"그렇죠, 네, 그랬던 것 같아요." - P48

"미안하지만 그 점에 대한 답변도 하기가 어려워요. 자아,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에 아버님이 법률과 관련된 일로 뭔가 상의하신 적이 있습니까?"
"법률? 어떤 법률 말이죠?"
"어떤 것이든 좋아요, 금전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권리에 관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버님이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까?"
"아뇨,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은 없어요." - P49

가즈마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간에 주름을 새기고 입이 삐뚜름해진 채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 이미 미지근해진 커피를 마시더니 거칠게 잔을 내려놓았다.
"그쪽 집안은 부자 관계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주의예요. 아버지가 도쿄에서 뭘 하시든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궁금할 것도 없어요." - P50

흐흣하고 고다이는 콧김을 내뿜으며 웃었다.
"자주 오시는데 아들에게 행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들 집에는 한밤중에나 들어오신다. 별다른 얘기도 나누지 않은 채 다음날에는 본가로 내려가신다…………. 남자가 그런 행동을 취한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잖아."
"......여자?" - P50

6


구라키 가즈마를 만나고 3일 만에 그 ‘여자‘로 추정되는  인물을찾아냈다. 수훈을 올린 것은 구라키 다쓰로의 사진을 들고 몬젠나카초를 샅샅이 발로 뛰어다닌 수사원들이었다. 상점가 귀퉁이 작은 가게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끈질기게 탐문하다가 마침내 한 주류 판매점 점원에게서 "몇 번 봤다"라는 증언을 따낸 것이다. - P51

시라이시 겐스케가 들렀던 바로 그 커피점이다. 지난번처럼 2층으로 올라가 에이타이 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카운터석에 나란히 앉았다.
고다이 씨, 라고 젊은 형사가 흥분한 목소리를 냈다. 그가 손에 든것은 쓰쓰이가 건네준 지도였다. "이거 진짜 틀림없는데요?"
고다이는 옆에서 지도를 흘끔 들여다보았다. - P52

요즘에는 어떤 작은 식당도 인터넷에서 간단히 정보를 입수할 수있다. 아스나로의 개점 시각은 오후 5시 반이었다. - P52

계단을 올라가자 입구에 ‘준비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중략).
"죄송하지만, 개점은 5시 반부터예요." 여자가 말했다.
"아뇨, 손님으로 온 게 아니고요. 이런 사람입니다." 고다이는 경시청 배지를 여자에게 내보였다. - P53

고다이는 얼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사람, 아십니까?"
오리에는 사진을 보고 눈이 둥그레졌다. 예에, 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중략).
오리에의 말은 그리 자신이 없다는 듯한 투였다. 둘이 남녀관계를 맺었다면 모를 리가 없다. 어쩌면 교묘한 연기일 가능성도 있다. - P54

"단골 식당이 생기면 정해진 자리에 앉고 싶어지잖습니까. 그런자리가 있지 않았나 해서요."
아, 하고 오리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기예요"라고 벽 쪽의 자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를 지그시 쳐다보며 고다이는 구라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에서 식당이문을 닫을 때까지 4시간 반 동안 술잔을 기울이며 혼자 보낸다…………… - P55

저기요, 라고 오리에가 마음먹은 듯이 입을 열었다. "이건 어떤 수사예요? 구라키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고다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나카마치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질문에 답만 해주시면 됩니다. 굳이 더 알려고 하시지 않는 게 좋아요." - P56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하셨는데 우린 아직 별다른 질문도 안 했어요." 고다이는 오리에의 단정한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 P56

(전략)
"그러면 나중에 시간 나실 때, 다시 생각해봐주십쇼. 어차피 몇 번찾아뵐 것 같으니까요."
(중략). 또 찾아오겠다는 거냐, 라고 얼굴에 뻔히 적혀 있었다. 이건 아마도 연기는 아니리라.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중략). 나이는 70세 전후로 안경을 쓴 작은 얼굴에 무수한 주름이 새겨졌다. 그래도 고다이는 오리에의 모친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았다. - P57

"우리는 그냥 물어보는 것에 답하기만 하면 된대요." 카운터 안에서 오리에가 비꼬는 뉘앙스가 담긴 어조로 말했다.
"홍. 그러시구나. 그렇다면 얼른 끝내주셔, 개점 시간이 코앞에 닥쳤으니까. 게다가 이런 말을 하면 실례겠지만, 나는 경찰이라면 옛날부터 아주 싫어." 그렇게 말하고 고다이를 올려다보는 요코의 눈에는 흠칫할 만큼 냉랭한 빛이 서려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두 분께 묻겠는데요. 시라이시 겐스케라는분을 아십니까? 변호사인데요." - P59

"구입한 부적이나 오마모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신 적은?"
"항상 나눠드리지,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한테."
"구라키 씨에게는 어떻습니까?"
"구라키 씨? 아, 그렇지." 요코는 가볍게 손을 마주쳤다. 그러고보니 구라키 씨한테도 드렸었네. 그게 몇 년 전이었더라. 한 3년 전이었나? 번번이 선물을 들고 오시니까 내가 답례 삼아 챙겨드렸어." - P59

"두 분 얘기를 들어보니 구라키 씨와 스스럼없이 지낸 모습이 눈에 선한데요, 다른 손님들 중에 구라키 씨와 친했던 분은 없었습니까?"
"글쎄 누가 있었나... 보시다시피 이렇게 작은 가게니까 여러번 얼굴 마주하다 보면 당연히 서로들 친해졌겠지."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건 안 될 말씀이지." 요코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P60

그 순간, 고다이는 조금 전에 느꼈던 기묘한 감각의 정체를 깨달았다.
억양이다. 요코의 말투에 미묘하게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그건 고다이가 최근에 어디선가 들은 말투와 흡사했다.
미카와안조역에서 탔던 택시 운전기사의 말투다. 즉 미카와 사투리 억양이다. - P60

지난달 31일? 그 무렵에 임시휴업은 한 적 없어"
"두 분 다 여기 가게에 나와 계셨군요?"
"나왔지. 감사하게도 장사가 잘돼서 나 혼자서는 일이 벅차서 안돼, 근데 그날 무슨 일 있었어?" - P61

"몽키도 알아보시네 난 아이치현 세토가 고향이야. 거기서 결혼해서 서른 중반까지 도요가와라는 데서 살았고, 도쿄로 올라온 건남편에 세상 뜨고 난 뒤였어."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구라키 씨와는 고향 얘기도 나누시고 재미있었겠네요." - P62

"남편이.......내 남편이.."
노멘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중략).
"경찰이 죽었어." 주름살에 둘러싸인 요코의 입에서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잡혀가서 그길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고 유치장에서 목을 맸던 말이야." - P42

7

(전략).
"어느 날 갑자기 형사와 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쳐서 남편을 데리갔어. 남편이 나한테 금세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말라고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더라고. 그러고는 그다음에 들은 소식이 감옥에서 목을 매 죽었다는 얘기였어."
담담하게 말하는 요코의 얼굴을 고다이는 잊을 수 없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건 명백해보였다.
하지만 기록이라는 점에서는 이 사건은 완전히 풍화되었다. - P64

"이건 아이치 현경 쪽에서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사건일 텐데 말이야. 구류 중인 피의자가 자살하다니, 실수도 보통 실수가 아니야. 잊어버리고 싶다고 할까.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 않겠어?"
"그렇겠지요." 사쿠라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상담을 드린 겁니다."
"그 식당 여주인들이 이번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은 희박한 거지?" - P65

고다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구라키 다쓰로가그 식당 얘기를 숨기려고 했던 점은 마음에 걸립니다. 답례 선물을준 사람을 잊어버렸다고 한 게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으니까요. 제생각에는 구라키가 숨기려고 했던 게 식당이 아니라 그 모녀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 P66

"1984년이라니." 코다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교입학도 안 했을 때에요."
"그러니 수사 자료가 폐기될 반도 하지. 이제 어떻게든 당시 담당자를 찾아내 물어보는 수밖에 없어."
"윗선의 책임자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겠지요?"
"담당자가 당시 우리 나이대였다고 해도 지금은 일흔이 넘은 나이야 살아있더라도 여기가 이상해졌을 수도 있어 쓰쓰이가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 P67

8

(전략).
1984년에 일어난 ‘히가시오카자키역 앞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수사 자료는 역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데다사건 발생 이후의 세월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서 아이현경이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 P68

이번 시라이시 변호사 살해 사건 쪽은 유감스럽게도 수사가 진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흉기로 쓰인 나이프는 대형쇼핑몰에서 누구라도 살 수 있는 물건이고, 살해 현장에서 범인의 유류품으로 보이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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