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저 자식, 무슨 기사라도 된 양 깝치기는." 쓰루오카는 선남선녀가 나간 방향을 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식당에 남은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려 약간 혀가 꼬인 어조로갑자기 묘한 말을 꺼냈다.
"잘 들어, 날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당신들도 잘 알잖아. 내가 그 비밀을 까발리면 어떻게 될지 정도는." - P101

4

만찬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도중에 물러간 사이다이지유코와 유코를 뒤쫓아간 다카자와 나오토가 그 후 어떻게 됐는지는 사야카도 모른다. 쓰루오카는 혼자 식당에 남아 공짜 술을 실컷 마시려는 모양이다. - P102

문밖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사야카는 놀란 나머지 뻗은 손을 뒤로 뺐다.
방금 뭐지? 여자의 비명인가?
사야카는 흘러내린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 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사야카는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머뭇머뭇 고개를 내밀고 어두운 복도를 확인했다.
"누, 누구 있어요......?" - P103

"뭔데? 무서운 일? 언니한테 말해 봐."
다정하게 말을 걸자 미사키는 그제야 이불 속에서 얼굴을 절반쯤내밀었다. 그리고 한쪽 눈만으로 사야카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저 봤어요."
심상치 않은 말에 사야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벌벌 떨며 꺼낸 말이니, 아름다운 풍경을 본 것은 아니리라. 사야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봐, 봤다니. 설마 귀신이라든가?" - P104

"빨간도깨비가 서 있었어?"
"아니요. 빨간 도깨비가…………… 둥실 떠 있었어요!" 미사키는 공포에 찬 눈으로 사야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얼굴이 새빨간 남자도깨비였어요. 두 발이 땅에서 몇십 센티 떠 있더라고요!"
"공중에 떠 있었다고?"
"네."
"공중에 떠 있었다면 역시 귀신 아닐까?" - P105

"오두막 앞이요. 아니, 오두막이랄까, 작은 집이랄까. 창고인지도모르지만, 어쨌든 작은 건물 앞에 빨간도깨비가 둥실둥실 떠서"
"자,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미사키?!"
"네"
"네는 무슨 미사키, 복도를 걸어왔지?"
"맞아요."
"도중에 창문으로 밖을 봤고."
"네."
"그럼 창문 너머로 중정이 보였겠네."
"네. 그런데요. 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이상하지. 중정에 오두막이니 창고니, 그런 건물은 없는걸."
중정은 헬기 착륙장으로 이용된다. 방해되는 건물이 있을 리 없다. 사야카는 미사키의 두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미사키, 꿈이라도 꾼 것 아니니?" - P106

사야카는 무의식중에 소리 지를 뻔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확인해 볼게. 내가 알아서 갈 테니 좀 있어 봐!"
"와, 고마워요. 언니."
미사키는 순수하게 고마워하며 등을 떠밀던 손을 멈췄다. - P107

낮에 보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중정의 풍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지금은 한밤중이라 어둡지만, 중정 여기저기에 상야 등을 켜 놓아서 결코 캄캄하지는 않다. 그런 중정에 미사키가 말한 오두막이니 창고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 P108

"저기, 오늘 밤은 언니 방에서 재워 줘요. 부탁할게요!"
미사키는 한쪽 눈을 귀엽게 찡긋하며 애원했다. 뜻밖의 부탁에 사야카는 한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휴" 하고 작게 한숨을 쉰 후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특별히 오늘 밤만이야."
"앗, 언니, 진짜요?! 와, 고마워요." 드디어 미사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번졌다.
미사키는 통통 튀는 듯한 발걸음으로 사야카의 방에 들어갔다. - P109

 3장

 죽음과 폭풍우

1

갑자기 ‘쿠웅!‘ 하고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강렬한 통증이 엉덩이에서 등으로 퍼졌다. 놀라서 눈을 뜨자 정면에 본 적 있는 천장이 있었다. 어째선지 몸은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있었다. - P110

당연하다. 침대 하나에 서너 명이 잘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댁의 따님은 공간을 두사람 몫이나 차지할 만큼 잠버릇이 나쁜데. 속으로 불평을 중얼거리던 사야카는 에이코의 말에서 석연치 않은 뭔가를 느꼈다.
"에이코 씨? 혹시 미사키 말고 다른사람도 찾으시나요..??
에이코는 고개를 똑바로 끄덕였다.
"맞아요. 제 사촌 오빠 쓰루오카 가즈야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같아서요. 어디로 간걸까?" - P112

식당으로 들어가자 ‘화강장‘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있었다.
휠체어를 탄 가나에 부인. 그 옆에는 주치의 다카자와 나오토가있었다. 에이코와 게이스케, 그리고 유코 3남매는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에이코 옆에는 남편 아쓰히코가 자리 잡았다. 아쓰히코는 사랑하는 딸을 보자마자 "잘 잤니, 미사키" 하고 기쁘게 손을 들었다. 한편 미사키는 그 나이대의 소녀답게 "네, 네, 그럼요"라면서 쌀쌀맞게 대꾸했다. - P114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아까 그건 무슨 울음소리를 흉내 낸 건가요?"
"내가 울음소리를 냈다고?! 난 그저 ‘굿모닝‘ 하고 인사했을 뿐이야. 혹시 귀가 안좋아?"
"....." 내 귀가 아니라 당신 발음이 너무 안 좋은 거지! - P115

그러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도라쿠 스님이 갑자기 이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태풍이 시코쿠 지방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이쪽으로 접근하는 중이랍니다. 이거, 어쩌면 오카야마를 직격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야, 참 곤란하게 됐습니다. 후후후!"
이 스님은 뭘 기뻐하는 거지? 사야카는 무심코 고개를 갸웃했다. - P116

"어쩌면 가즈야 군은 이렇게 궂은 날씨인데도 밖에 나갔을지 몰라. 바다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자기 눈으로 확인하려고. 성격상그런 어린애 같은 짓을 할 것 같지 않아?"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게이스케가 끼어들었다. "확실히 바다의상태가 어떨지 걱정되기는 하네요. 하지만 그 양반이 그렇게까지괴짜는 아닐 것 같은데..." - P116

"어쩌면 가즈야 군은 이렇게 궂은 날씨인데도 밖에 나갔을지 몰라. 바다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자기 눈으로 확인하려고. 성격상 그런 어린애 같은 짓을 할 것 같지 않아?"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게이스케가 끼어들었다. "확실히 바다의 상태가 어떨지 걱정되기는 하네요. 하지만 그 양반이 그렇게까지 괴짜는 아닐 것 같은데…………… " - P116

2

아침을 다 먹은 후에도 쓰루오카 가즈야는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제각각 식당을 나섰다. 쓰루오카가 없어졌는데도 다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 와중에 마사에가 탐정 고바야카와 다카오에게 의뢰했다.
"......이렇게 됐으니,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할게." - P118

"뭐, 이런 호텔 같은 별장에 머물며 공짜 밥을 얻어먹었으니, 숙박비 대신에 무료 봉사하겠습니다. 어디부터 찾으면 좋을까요?"
"그건 탐정님한테 일임할게." 마사에는 모조리 떠맡기는 태도를 보였다. - P118

이윽고 세 사람은 계단을 다 내려가서 지하에 다다랐다. 사야카는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미지의 공간이다. 1, 2층과는 달리 그리넓지는 않았다. 계단에서 이어지는 짧은 복도에 문이 몇 개 보였다.
제일 앞쪽 방이 쓰루오카 가즈야의 방이라는 건 마사에에게 미리 확인했다.
다카오는 망설임 없이 그 방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았다. 잠기지 않은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렸다 - P119

다카오는 그렇게 말하며 벽 앞에 놓인 침대로 다가갔다. 혹시 누군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듯 침대 밑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 침대는 다리가 없는 유형이라 밑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공간은 없다. 다카오는 납득한 표정으로 이불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카오의 표정이 바로 어둡게 흐려졌다.
"이상한데. 어쩐지 잠자리가 너무 깨끗하지 않아?" - P120

"그런데 미사키, 우리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거 아니야?"
탐정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사야카도 그건 눈치챘다. 다카오와 사야카를 지하의 이 방으로 데려온 건 다름 아닌 미사키다. 뭔가 비밀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야카는 미사키의 속을 떠보기 위해 슬쩍 미끼를 던졌다. 혹시 어젯밤 봤다는 빨간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 P121

"그 빨간도깨비는 남자였구나 싶어서……………
"그야 보통 도깨비 하면 남성의 이미지지."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남자였다고요. 즉, 저는 그 빨간도깨비의 얼굴을 본 거죠. 생김새에 관해서는 솔직히 말해 어렴풋한 인상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엄마 이야기를 듣자 어쩐지 갑자기 기억이 났어요. 그 빨간 도깨비…………… 그 남자의 얼굴은...... 어쩌면.... 그......." - P122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미사키. 네가 본 건 남자 빨간도깨비. 즉,
얼굴이 시뻘게진 남자라는 뜻이지. 그렇다면 그건 빨간도깨비가아니라 얼굴이 피로 물든 쓰루오카였을지도 몰라. 아니, 그 시점에숨이 붙어 있었는지, 끊어졌는지도 불확실해. 어쩌면 쓰루오카는그때 이미......." - P123

"뭐라고 정확하게는 말을 못 하겠지만, 실내는 아닐 것 같아.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실내에 들여놓으면 뭔가 흔적이 남을테니까. 그렇다면 바깥을 찾아봐야겠지. 일단 중정부터 살펴볼까.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다카오의 말에 사야카와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의 방을 나서서 1층으로 돌아온 그 길로 세 사람은 중정으로 향했다. - P124

コ 모양 건물에 둘러싸인 중정은 변함없이 넓기만 하고 살풍경한 인상이었다. 헬기 착륙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부분 콘크리트로 포장해 놓았다. 어제는 희읍스름해 보인 콘크리트가 지금은 비에 젖어 회색으로 색깔이 변했다. 그 주변에 명색뿐인 화단과 관목을 배치하기는 했지만 딱히 정취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야카는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뒤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 P125

"미사키가 본 빨간도깨비는 이쯤 떠 있었어. 그렇다면 그 이야기에 나온 오두막도 이 부근에 있었다는 뜻이야?"
다카오의 질문에 미사키는 또 자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사야카 씨가 창문으로 중정을 확인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고?" - P126

"당최 모르겠네. 오두막이라니 그게 뭔데? 그런 게 중정에 있을리 없잖아."
"하지만 미사키는 확실히 봤다고 하고, 실제로 쓰루오카 가즈야는 행방불명됐잖아요."
"맞아. 그러고 보니 녀석을 찾는 중이었지. 건물 소실은 뒤로 미루자, 쓰루오카를 찾는 게 급선무야. 일단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빙돌아 볼까." - P127

그런 생각을 하며 나아가는 동안 일행은 건물 뒤편에 다다랐다.
흙바닥이 넓게 펼쳐진 거친 들판이었다. 면적으로 따지자면 중정과 비슷한 정도일까. 관리하지 않아 황폐해진 지면은 물결치듯 울룩불룩했고, 잡초가 무성했다. 하지만 버려진 듯한 이 공간에 어째선지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사야카는 우산 아래에서 무심코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말도 안 돼. 뭐야, 저거!" - P128

"아아, 옷이 젖었네. 응?! 왜 그래요, 고바야카와씨?"
사야카는 정자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탐정의 등에 대고 말했다. "길막지 말고 빨리 들어가요."
"어, 아니, 그게・・・・・・ " 다카오는 다리가 얼어붙은 것처럼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요? 먼저 온 손님이라도 있어요?" - P129

한편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한발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듯했다.
바닥에 누운 쓰루오카 가즈야 곁으로 다가가 이마에 쩍 벌어진 상처가 있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셔츠 소맷자락 밑으로 드러난 손목을 잡고 맥박이 있는지 살폈다. 어두운 표정으로 일어난 탐정에게사야카는 머뭇머뭇 물었다.
"주, 죽었나요. 이 사람......?"
다카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사야카에게 반쯤 명령하듯 말했다. - P130

"주, 죽었나요, 이 사람......?"
다카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사야카에게 반쯤 명령하듯 말했다.
"난 여기 있을 테니, 사야카 씨는 미사키를 데리고 건물로 돌아가. 그리고 우선 마사에 씨에게 보고해 줘. 일단 이건 마사에 씨에게 의뢰받은 일이니까. 그리고...... 그렇지, 다카자와 선생을 이리로 보내 줘."
"마사에 씨에게 보고하고, 다카자와 선생님을 불러 달라는 거죠?"
"응. 명심해, 의사를 보내라고 했어, 스님은 아직 안 불러도 돼." - P131

4

야노 사야카는 사이다이지 미사키와 함께 정면 현관으로 들어가서 일단 1층 거실로 뛰어들었다. - P131

"크, 큰일 났어요. 마사에 씨! 쓰루오카 씨가 발견됐어요. 그런데 그게...... 그...... 이미 죽었어요....... 건물 뒤편에 있는 정자 같은 오두막에서....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진짜예요. 고모할머니! 탐정님이 발견했어요!"
옆에서 미사키가 보충 설명을 하자 마사에의 입에서 뒤집어진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 P132

"어엇, 정말이요, 스님!" 복도에서 아쓰히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쓰히코는 복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전했다. "이봐 들었나. 쓰루오카가 죽었대. 그 탐정이 찾아냈어."
"앗, 그거 큰일이군요" 하고 소리친 사람은 게이스케 같았다. 게이스케는 나선계단을 쿵쿵 뛰어오르며 말했다. "얘, 얘, 유코, 탐정님이 쓰루오카가 죽은 걸・・・・・・・ - P133

"앗, 그거 큰일이군요" 하고 소리친 사람은 게이스케 같았다. 게이스케는 나선 계단을 쿵쿵 뛰어오르며 말했다. "얘, 얘, 유코, 탐정님이 쓰루오카가 죽은걸......."
"뭐라고요. 오빠!" 유코의 목소리가 2층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크, 크, 큰일이야. 언니, 탐정님이…………….
"앗, 정말이니, 유코?!" 이번에는 에이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일났어요. 다카자와 선생님....." - P133

왜냐고 묻고 싶은 건 이쪽이다. 대체 왜 탐정이 죽었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 말 전달 게임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 사야카는 사람들 앞에서 다시 사실을 알렸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돌아가신 건 쓰루오카 씨예요. 탐정님은 아직 쌩쌩하게 살아 있으니까. 멋대로 죽이지 말아요." - P134

바닥에 위를 보고 누워 있는 쓰루오카의 시체. 그 모습에 마사에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옆에서는 에이코와 아쓰히코 부부가 미사키의 손을 잡은 채 굳어 버렸다. 유코는 시체를 보자마자 양손에 얼굴을 묻고 오빠에게 몸을 기댔다. 여동생의 어깨를 끌어안은 게이스케도 표정이 딱딱했다. - P134

사야카의 변명에 탐정은 "아이고" 하고 중얼거리며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뭐됐어. 어차피 사람들이 시신을 확인할 필요는 있었으니까……………." 다카오는 자신을 타이르듯 말하더니,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자, 이제 다 보셨죠. 여러분? 여기는 좁아요. 당장이라도 바닥이 꺼질 것 같군요. 마사에 씨와 다카자와 선생님 외에는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십시오. 뭔가 알아내면 나중에 보고하겠습니다."
다카오의 말에 에이코가 냉정하게 반응했다.
"맞아, 여기는 탐정님에게 맡기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 P135

"......" 그를 도와줄 의리는 없지만, 사건에 흥미를 느꼈으므로 사야카는 정자에 남기로 했다. 펼친 우산을 접고 정자 지붕 밑으로돌아갔다. "착각하지는 말아요. 딱히 당신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변호사라는 직업상 관심이 생겼을 뿐이니까!"
"응? 뭐라는 거야? 딱히 당신을,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 P136

"아아, 이 건물. 확실히 일종의 폐허라고 할 수 있겠지. 원래는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사이다이지 도시로가 뒤뜰을 정비할 때 만든거야. 뭐, 산책하다 잠깐 쉬어 가는 휴게소 같은 공간이랄까. 하지만 20여 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완전히 방치됐어. 아버지에게 별장을 물려받은 오빠는 별장을 대폭 증축하고 개축해서 지금같이 거대한 저택으로 만들었지만, 그런 오빠도 뒤뜰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 그 결과, 뒤뜰은 황무지로 변했고 이 정자만 폐허 같은 모습으로 남은 거야. 철거해도 됐겠지만 철거하는 데도 수고와 돈이 들어가잖아." - P137

질문을 받자 다카자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 확실히 이건 평범한 죽음이 아닙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꽤 기묘한 죽음으로 보이네요."
"기묘한 죽음이라니요?"
"보시면 알겠지만, 시신의 이마 한가운데쯤이 손상됐어요. 두개골이 함몰되고, 피도 많이 났겠죠. 그게 직접적인 사인일 겁니다.
아마도 단단한 막대기 같은 물건으로 강한 타격을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외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시신은 코뼈가 부러졌어요." - P138

"쓰루오카 씨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벼랑에서 떨어졌다든가. 그런 상황이라면 이마와 뒤통수를 다치거나, 코뼈와 갈비뼈가 부러져도 그렇게 부자연스럽지 않올 것 같은데요."
"네, 확실히 그렇죠." 다카자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벼랑에서 떨어졌다면 그럴싸한 흔적이 남을 겁니다. 예를 들면 상처에모래나 흙이 묻어 있거나, 옷이 진흙투성이가 되거나, 손이나 얼굴에 찰과상이 여러 개 생기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 시신은 그렇지 않죠. 몹시 많이 다치기는 했지만, 흙이나 진흙으로 범벅이 된 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아주 깨끗합니다." - P139

사야카의 솔직한 의문에 다카자와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살펴본 바로는 거의 틀림없이 타살입니다. 아마 어젯밤에 살해당했겠죠. 사후경직이 꽤 많이 진행됐으니까요."
의사의 결정적인 말에 사야카를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한순간 정자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P140

5

야노 사야카와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마사에와 다카자와를 데리고 일단 저택으로 돌아갔다.
쓰루오카의 시체를 정자에 남겨 두었지만, 지붕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런 빗속에서 시체를 운반하는 건 너무나 가혹한 작업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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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유언장과 빨간도깨비

정신을 차리니 침대 위였다. 눈을 뜨자 안경 너머로 낯선 천장이 보였다. 잠시 후에야 사야카는 여기가 ‘화장‘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몸을 던진 기억이 났다.
그렇다기보다 거기까지밖에 기억이 없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그대로 잠든 모양이다. - P74

"으엑, 3시 1분!"
법사는 오후 3시부터라고 유코가 그랬다. 탐정 말마따나 사야카는 사이다이지 가문의 혈연이 아니니까 참가 의무는 없지만, 불참할 생각은 아니었다.
"죄송해요. 당장 갈게요!"
사야카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허둥지둥 방을 뛰쳐나왔다. - P75

사야카는 사람들에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 숙여 사과한 후에 탐정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짓궂은 시선을 던지며 "이야.
좋은 아침이야"라면서 어째선지 아침 인사를 했다.
"어?!" 사야카는 한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러고 나서야 놀라서 작게 소리쳤다. "어, 어떻게? 내가 잔걸 알았어요?"
(중략).
"이제 다 모인 것 같군요." 도라쿠 스님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방정면에 위치한 작지만 훌륭한 제단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P76

"승려로서 한 말씀을 드리자면, ‘돈과 지위에 너무 탐욕을 부리다간 신세를 망칩니다. 물론 여기에는 그런 분이 한 분도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무쪼록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스님은 중얼거리듯이 말하면서 합장했다. (중략).
이로써 사십구재 법사는 대충 끝난 모양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다. 사야카는 뜨거운 시선이 자신에게 쿡쿡 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 P78

"다행히 이 자리에 관계자 여러분이 모두 모여 계시네요. 기왕 모인 김에 아직 처리하지 못한 사안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여러분?"
에이코가 말하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사안은 물론 유언장 개봉이다. 사람들이 한순간 술렁였지만 결국은 또 이의 없소!‘라는 분위기로 수렴됐다. - P79

"그럼 개봉에 앞서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사이다이지 가문의 친인척이 아니신 분은 방에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좋겠죠,
마사에 씨?"
"그러게. 미안하지만 나가들 줬으면 해."
마사에의 말에 다카자와 나오토, 도라쿠 스님, 고이케 부부는 얌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방에서 나갔다. 사람 수가 줄어들자 큰방은 더 조용해졌다. - P80

이리하여 큰 방에는 사이다이지 가문의 친인척만 남았다. 사야키는 문제의 갈색 봉투를 보란 듯이 새삼스레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중대한 한마디를 더 꺼냈다.
"누가 가위 좀 주세요! 가위가 없으면 개봉을 못해요!"
방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어, 가위, 가위?" 하며 허둥지둥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대신에 칼 한자루가 사야카 눈앞에 쑥 디밀어졌다.
칼을 내민 사람은 쓰루오카 가즈야였다. "정 없으면 이걸 사용해." - P81

 ‘유언장 PART 3‘라고 적힌 갈색 봉투가 나오지않아서 사야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 P82

나, 사이다이지 고로가 남긴 유산은 아래와 같이 분배할 것.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부터다. 사야카는 한 구절, 한 글자도 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읽어 나갔다.


첫째, 사이다이지 출판의 주식은 전부 첫째 딸 에이코에게 물려준다.


그 순간 에이코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번졌다. 고로 씨가 소 - P83

 사야카는 표정 변화 없이 계속 낭독했다.


둘째, 오카야마시에 있는 사이다이지 가문의 토지, 건물 및 거기 딸린 비품은 여동생 마사에에게 물려준다. 마사에는 그것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활용할 것.

이건 사이다이지 가문의 본가를 가리키는 거라고 사야카는 이해했다. - P83

마사에는 미동도 없이 무표정을 유지했다. 사야카는 다음 항목을 읽었다.


셋째, 내가 소유한 그림, 골동품, 미술 공예품은 전부 셋째 딸 유코에게 물려준다. 유코는 그것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활용할 것.

(중략). 객관적으로 보자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오카야마의 문학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유코는 문학은 물론 예술 전반에 정통한 재원이라고 들었다. - P84

사야카는 수긍하고서 유언장을 읽어 나갔다.


넷째, 내가 오랜 세월 수집한 모든 장서는 둘째 아들 게이스케에게 물려준다. 게이스케는 그것들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


자기 이름이 나오자 게이스케는 막내 유코와 비슷하게 숙이고있던 고개를 들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84

현재까지 유언장의 내용에 특별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좋아, 이 기세로 마지막까지 가자!‘ 사야카는 그렇게 기원하며 다음 부분을 읽었다.


다섯째, 비탈섬의 토지, 건물 및 그에 딸린 비품은 아내가나에게 물려준다.


(중략).
사야카는 한층 큰 목소리로 "다만!" 하고 말을 이었다.


다만 몸 상태가 좋지 못한 가나에를 대신하여 죽은 여동생 시즈에의 아들인 쓰루오카 가즈야에게 관리를 맡긴다. 그것들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활용해 주는 대가로 쓰루오카 가즈야에게 현금 3천만엔을 증여한다. - P85

사야카는 환희에 젖은 쓰루오카의 얼굴을 매섭게 노려본 후 다시유언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인의 유언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여섯째, 오랜 세월 사이다지 이 가문을 위해 일해 준 고이케 기요시, 고이케 시노부에게는 현금 1천만 엔씩 증여한다. 마찬가지로오랜 세월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준 다카자와 다다나오의 아들 나오토에게 현금 1천만 엔을 증여한다. - P86

사야카는 유언장에 시선을 되돌렸다. 그리고 항목별로 작성된유언의 마지막 항목을 낭독했다.


일곱째, 이미 명기한 것 이외의 현금, 예적금, 유가증권, 부동산 등은 3등분하여 에이코, 게이스케, 유코에게 물려준다.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3남매는 일제히 영정사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유산 분배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로써 전부 끝났다. - P87

‘아아, 아빠, 아주 안타까운 사실을 보고해야겠어. 우리 법률사무소에 떨어질 국물은 한 방울도 없나봐. 주치의와 고용인에게는 1천만 엔이나 증여했으면서, 왜 고문 변호사에게는 한 푼도 남겨 주지않는건데? 아빠, 혹시 고로 씨한테 미움받았어?‘
"뭐, 이제 와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사야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유언장을 봉투에 넣었다. - P88

2


유언장 개봉이라는 커다란 이벤트가 끝나자 사이다이지 가문의 친인척들은 제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방을 나섰다. 어떤 사람은 심각한 표정, 어떤 사람은 상쾌한 표정으로. 쓰루오카 가즈야는 콧노래라도 부를 것처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한편 사야카는 막중한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가슴에 가득했다. - P88

돔 모양의 천장이 원형 플로어를 뒤덮고 있다. 과연, 전망실이 틀림없다. 주위를 둘러보자 커다란 창문 여러 장이 띠 모양으로 줄지어 있었다. 동시에 여기는 휴게실이기도 하리라. 여기저기에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또한 도서실이기도 한모양이다. 플로어의 절반쯤 되는 공간에 키가 큰 서가가 여러 개 늘어서 있었다. 서가는 고인이 남긴 수많은 장서로 가득했다.
"우와, 굉장하네." 사야카는 무심코 감탄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 P89

다카오는 사야카를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에 하나 유언장에 ‘전 재산을 탐정 고바야카와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 있었으면 어쩔 건데? 당신 때문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볼 기회를 놓치는 거잖아."
"아하. 그거라면 안심해요, 고바야카와 씨. 당신은 아무것도, 맛볼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니까." - P90

"응. 확실히. 원래 건물 자체가 비탈섬의 높직한 곳에 있는 데다,
돔 모양의 이 공간은 건물 옥상에 있잖아. 경치가 좋을만도 하지."
다카오의 설명을 들으며 사야카는 다양한 각도에서 경치를 바라보았다. 서가가 놓인 방향-그쪽이 북쪽인 듯하다ㅡ을 제외하고,
띠 모양으로 줄지은 창문을 통해 동쪽, 서쪽, 남쪽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다. 특히 지금 시각은 서쪽 창문으로 비쳐드는 세토내해의 석양이 예뻤다. - P92

"흠, 고바야카와 씨. 혼자 이 경치를 바라보며 지질한 생각에 잠겨 있었던 거로군요."
"지질한 생각 안 했어. 그냥 고독을 곱씹고 있었을 뿐이야." - P92

"그러게. 하지만 쓰루오카 가즈야의 이야기로는, 그가 이 섬에 마지막으로 왔던 23년 전에는 이 구체가 없었대." - P92

정확하게는 책이라기보다 책 모양의 오브제라고 해야 할까. 만져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재질은 분명 종이가 아니다. 일종의 금속이다. 녹청이 쓴 듯한 독특한 색깔과 질감으로 보건대 청동이리라.
다시 말해 청동으로 만든 책인 셈이다. 크기는 보통 단행본보다 훨씬 크고, 형태도 정육면체에 가깝다. 두께도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 못지않게 두껍다. - P93

3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해가 세토내해의 서쪽으로 가라앉자, 비탈섬에도 밤이 찾아왔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오후 7시.
‘화강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1층 식당에 다시 모여 앉았다. - P94

하지만 기적 같은 일품도, 식탁의 싸늘한 분위기를 깨부수지는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식탁을 둘러싼 사람들 대부분이 중요 인물에 대한 중요한 화제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 인물은 쓰루오카 가즈야다. - P95

"그건 그렇고 말이야, 쓰루오카 군." 갑자기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아쓰히코가 말을 꺼냈다. "장인어른의 아들도 아닌 처남이 설령현금만이라도 유산을 상속받다니 의외였어."
약간 커지고 높아진 목소리로 추측건대, 술에 좀 취했으리라. 그래서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온 것이다. - P95

"야, 유코! 뭐야, 이 녀석.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아까부터 다들렸어!"
쓰루오카는 의자를 박차듯이 일어섰다. 한편 유코도 겉보기와달리 겁 없는 성격인 듯했다.
"불만이 있을 리가요. 전부 아빠의 유언인데요. 뭘!"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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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쿠데타 이후
두 번째 국가 위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탄핵심판을 담당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법적 근거 없이 거부했다. 그는 선출되지않은 권력이며, 그 자신이 내란죄 피의자이기도 하다. - P8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24년 12월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통과시킴에 따라 윤석열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차분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 구성이 늦어지면서다. - P8

(전략).
다만 6인 체제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검토중이라고 2024년 12월26일 브리핑에서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밝혔다. 법규정에는 없지만, 재판관 6명이 정치적으로결단한다면 결론까지 내릴 수 있다고 보는 헌법학자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탄핵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 제113조 1항에따라, 적어도 재판관 6명이 ‘만장일치‘로찬성해야만 탄핵이 인용된다.  - P9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이 예정된 2025년 4월18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 발생한다.
이러면 ‘4인 체제‘가 되어 헌법재판소 자체가 심리 불능에 빠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탄핵 인용도, 기각도 못한 채 남은 임기가 지속된다. - P9

"헌법기관 기능 뭉개는 것도 국헌 문란"

지금 비어 있는 3명은 국회 몫이다.
비상계엄 전인 11월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 여야는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2명,
국민의힘이 1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 P9

그런데 12월 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후인 12월17 선일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 P9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국회가 헌법재판관 3명을 선출해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안 되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건 검사가 판사를 고르는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논리를 편다. - P9

그러나 우리 헌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 제111조 2항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111조 3항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것이 헌법에 적힌 전부다. - P9

국민의힘은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사례를 들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 탄핵 인용 뒤에야 가능하다고도 주장한다. - P9

권한대행마저 탄핵해야겠냐고 묻는다면

만약 한덕수 권한대행이 끝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국회가 200명 미만의 찬성으로 한덕수 총리를 탄핵했는데, 한덕수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는 151인이 아니라 200인이라며 직무정지를 거부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 후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여전히 권한대행이라 주장하는 한덕수의 이중권력상태에 돌입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한덕수가 여전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 주장할 경우, 한 나라에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둘인, 앞날을 그리기도 어려운 극심한국가 혼란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 P10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은 국무총리를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수 있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되어 있다. - P10

그런데도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그 자신이 내란죄 피의자이기도 한 한덕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며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았고,
윤석열 탄핵심판을 담당할 헌법재판관임명을 법적 근거 없이 거부했다. 내란 일반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여야 합의를 요구했다. - P10

윤석열과 우리 사이
타협할 수 없는 심연

대통령의 자기 확신에 ‘검찰 출신‘이나 ‘유튜브 시청‘ 외에더 근본적 요인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초자연적 계시를 진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 P14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윤석열은칩거 중이다. 검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의 내란죄 수사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 P14

윤석열과 대다수 국민 사이에는 심연이 있다. 우선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다르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윤석열 스스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다고말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병력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 P14

일각에서는 윤석열에게 ‘결단주의적관점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결단주의는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1888~1985)의 헌법 이론이다. 슈미트는 주권자가 ‘예외상태‘에서는 헌법을 벗어난(혹은 초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14

정치학자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중략).
안병진 교수의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검찰주의자‘라는 세평과도 조금 다르다.
검찰 조직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자기애가 그의 본질이라고 본다. - P15

정치적 손익과 성공 가능성을 따지는 일반인과 달리 계엄이라는 거대한 조치를취하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믿는 결단주의자는 일단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감이다. 윤석열정부는 일찌감치 대중의 신임을 잃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취임 8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 P15

 카를 슈미트의 이론은 전제군주를 옹호하는 왕권신수설과 거리가 멀다. 그는
‘독재‘를 긍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평가절하했으나, 어디까지나 정치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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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문장성분을 제대로 갖춰 온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이들 성분을 순서에 맞게 잘 배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성분의 위치가 잘못되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수식 관계를 잘 살펴 단어나 구절을 적절한 곳에 두어야 한다. - P102

주어와 서술어 사이가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 - P102

15

수식어는 수식되는 말
가까이에



‘아름다운 그녀의 웨딩드레스라고 하면 무엇이 아름다운 것일까? 만약 웨딩드레스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그녀의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라고 하는 것이 낫다. 이처럼 글의 흐름상 수식어는 바로 뒷말을 꾸미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P104

진정한 효의 의미를 아는 젊은이라면 이 같은 부모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이 수식하는 것은 ‘효‘가 아니라 ‘의미‘이고, ‘이 같은‘이 수식하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마음‘이다. 이들 단어를 수식되는 말 가까이에 놓아야 의미가 확실해지고 문장이 부드러워진다.

→효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젊은이라면 부모의 이 같은 마음을 깊이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 P105

재정안정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는 도입이 아예불투명한 상태다.

‘아예‘가 수식하는 것은 ‘불투명한‘이 아니라 ‘도입‘이므로 그 앞에위치해야 한다.

→재정안정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는 아예 도입이 불투명한 상태다. - P106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고액 납세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가 ‘고액 납세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는 제도‘를 수식하는 것처럼 보여 어색하다. ‘폐지하는앞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고액 납세자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는 제도를 개인정보를보호한다는 관점에서 폐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 P107

16

주어와 서술어는
너무 멀지 않게


"부모는 학생이 수능 점수가 좋지 않다고 실망하지 말고 자기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는 ~도와야 한다)에서 보듯 겹문장일 경우 전체 문장의 주어가 서술어와멀리 떨어져 있으면 어느 서술어와 호응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 P108

시민들이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물 앞 계단에 촛불을 늘어놓으며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시민들이‘와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사이에 긴 수식어가 있어 읽기 불편하다. ‘시민들이‘를 ‘건물 앞 계단에‘ 앞에 두는 것이 부드럽다.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건물 앞 계단에촛불을 늘어놓으며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 P109

기자들이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출두하는정치인을 취재하고 있다.

읽다 보면 언뜻 기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로 비칠 수있다. 목적어가 길기 때문에 주어 ‘기자들이‘를 서술어 취재하고있다‘ 바로 앞에 두는 것이 좋다.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출두하는 정치인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 P109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간에 최고경영자가 권위가 손상받는 일 없이회사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와 ‘권위가‘가 나란히 붙어 있어 읽기 불편하다. 최고경영자가‘를 서술어 가까이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요령을 부려 ‘권위가 손상받는 일 없이‘를 ‘권위 손상 없이‘로 해도 된다.

→1.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간에 권위가 손상받는 일 없이 최고경영자가 회사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간에 최고경영자가 권위 손상 없이 회사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P110

제6장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비슷한 단어를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다. ‘부문‘과 ‘부분‘, ‘조종‘과 ‘조정‘처럼 모양과 뜻이 비슷한 한자어의 개념을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는 예가 적지 않다. - P115

적확한(꼭 맞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이 밑받침돼야 하지만 궁금할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 P116

18

비슷한 한자어
구분하기


•일절 일체

안주 일절, 외상 일체 사절!

일절(一切)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이다. ‘
(중략) 일체(一切)는 ‘모든 것‘ 또는 ‘모두 다‘를 의미한다. (중략) 한자는 같으면서도 일절‘과 ‘일체‘로 차이가 나는 것은 ‘‘切이(가) ‘끊을절‘ ‘모두 체‘의 두 가지 뜻으로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안주 일체, 외상 일절 사절! - P117

•운영·운용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이 일관성이 없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운영(運營)은 조직이나 기구·사업체 등을 경영하는 것이며, 운용(運用)은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리는 것이다. 정책·제도·법인력 등에는 ‘운용‘이 어울린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이 일관성이 없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 P118

• 참석 · 참가 · 참여

이번 행사에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석했다.

‘참석‘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모임이나 회의에 함께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행사 · 대회 등 규모가 큰 것에는 ‘참가‘가 어울린다.
‘참여‘는 ‘현실 참여‘ ‘경영 참여‘ 등에서처럼 어떤 일에 끼어들어 관계하는 것으로 추상적인 형태의 활동까지 포함한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의 예술가가 참가했다. - P119

•주인공 · 장본인

최고 인기 여배우의 마음을 사로잡은 행운의 장본인이 누구인지 세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사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장본인張本人)은 부정적인곳에 주인공(主人公)은 긍정적인 곳에 잘 어울린다.

→최고 인기 여배우의 마음을 사로잡은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세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 P120

•당사자, 주역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낸 당사자다.

당사자는 어떤 일이나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사람이란 뜻이다. (중략). 주역(主役)은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사건 해결의 주역들‘ ‘그는 팀이 우승하는 데 주역이 되었다‘ 등처럼 사용된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낸 주역이다. - P120

•반증 · 방증

절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대방의 감정이나 건드리려 하는 건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반증이다.

반증(反證)은 반대되는 증거이며, 방증(傍證)은 주변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중략) ‘방중‘의 경우 ‘증거‘로 바꾸어도 뜻이 통한다.

→절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대방의 감정이나 건드리려 하는 건 자신의논리가 빈약하다는 방증이다(증거다). - P121

• 배상. 보상

다른 건물이 들어서 조망권·일조권을 침해당하면 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배상(賠償)은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물어 주는 것이고,
보상(補償)은 적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물어 주는 것이다. (후략)

→다른 건물이 들어서 조망권 · 일조권을 침해당하면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 P123

•곤욕·곤혹

지나치게 복잡한 입학 전형 방식이 학생과 부모들을 곤욕스럽게 만들고 있다.

곤욕(困辱)은 심한 모욕을 뜻한다. ‘곤욕을 치르다‘ ‘곤욕을 겪다‘
등의 예로 쓰인다. 곤혹(困惑)은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후략)

→지나치게 복잡한 입학 전형 방식이 학생과 부모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 P123

• 시험·실험

평화헌법을 보유한 일본이 군대 및 전쟁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험‘과 ‘실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시험(試驗)은 주로 행위를 뜻하는 명사 앞에 붙어 시험 삼아 무엇을 해 볼 때 쓰인다. 실험(實驗)은 행위를 뜻하지 않는 명사 앞에 붙어 과학 부문에서 어떤 현상을 조사·관찰하거나 새로운 방법·형식을 사용해 볼 때 쓰인다.
(생략)

→평화헌법을 보유한 일본이 군대 및 전쟁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는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발사실험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 P124

19

비슷한 순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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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든지, -던지

어젯밤에 술을 얼마나 마셨든지 아무 기억도 안 난다.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 회상을 나타낸다. ‘-든‘, ‘든지‘
‘든가‘ 등 ‘든‘이 들어간 것은 선택, ‘-던‘ ‘-던지‘ ‘-던가‘ 등 ‘던‘
이 들어간 것은 과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된다.

→어젯밤에 술을 얼마나 마셨던지 아무 기억도 안 난다. - P126

• 붙이다. 부치다

기득권 계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요 사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등개혁 정책을 밀어부쳤다.

‘붙이다‘는 떨어지지 않게 하다. 관계를 맺게 하다, 말을 걸다, 뺨을 때리다 등의 뜻이 있다. ‘부치다‘는 힘이 미치지 못하다, 편지나 물건을 보내다, 의논 대상으로 내놓다, 논밭을 다루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후략)

→"기득권 계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요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 P128

•탓 · 덕분. 때문

특소세가 내린 탓에 그나마 매출이 조금 늘었다.

‘탓‘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덕분(德分)‘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쓴다. ‘때문‘은 두 경우 모두 사용할 수 있다.

→1. 특소세가 내린 덕분에 그나마 매출이 조금 늘었다.
2. 특소세가 내린 때문에 그나마 매출이 조금 늘었다. - P131

• 결단 결딴

정부가 빨리 결딴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결단나게 생겼다.

결단(決斷)은 결정적 판단이나 단정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결단‘
은 아주 망가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결딴나게 생겼다. - P132

20

조사 정확하게
사용하기


조사는 그 말과 다른 말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다. 크게 격조사 · 접속조사 · 보조사가 있다. - P134

보조사는 문법적 구실보다는 단어의 섬세한 의미를 전달하는 조사다. 글 쓰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섬세한 뉘앙스를 간단하고도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는 역할을 한다. - P134

•공부를 잘한다 : 단순히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만 나타냄.
•공부는 잘한다: 다른 것은 못하지만 공부 하나는 잘한다는 의미를 내포.
•공부도 잘한다: 다른 것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의미를 가짐. - P135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생각할 수가‘보다 ‘생각할 수조차‘가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임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 P135

막내도 출가시키고 나니 몹시 허전하다.

하나 남은 마지막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막내도‘보다 ‘막내마제‘가 적당하다.

→막내마저 출가시키고 나니 몹시 허전하다. - P136

04

문장은
짧게

(전략). 아무리 잘 짜인 문장이라하더라도 길면 사람의 호흡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읽어 내려가기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어서 좋은 점은 거의 없다. (중략).
한 문장은 딱히 몇 자가 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30자나 50자 이내가 적당하다.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P39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 - P39

많은 수험생이 전공과 대학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인기학과나 소위 명문 대학을 중시해 진학하는 경향이 짙으며,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과 선호도가 분명해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전공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문장이 길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 힘들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 읽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수고를 끼칠 수 있다. 적당한 길이로 끊어 메시지를 나누어 담는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수험생이 전공과 대학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인기학과나 소위 명문 대학을 중시해 진학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과 선호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전공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 - P40

정보서비스 · 전자상거래 · 홈뱅킹 등 수용자의 다양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데이터 서비스 개념을 정립하고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기술 개발 및 표준형 수신기의 생산 산업화를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

어렵고 딱딱한 내용일수록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두세 문장으로 분리해 메시지를 나누어 담으면 훨씬 읽기 편하고 의미를파악하기 쉽다.

→1.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는 정보서비스 · 전자상거래 · 홈뱅킹 등 수용자의 다양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러한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데이터 서비스 개념을 정립하고 새로운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기술 개발 및 표준형 수신기의 생산 산업화를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 <두 문장>
2.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는 정보서비스·전자상거래 - 홈뱅킹 등 수용자의 다양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러한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데이터 서비스 개념을 정립하고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 개발 및 표준형 수신기의생산 산업화를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 <세 문장> - P42

05

‘그녀‘는아름답지 않다

‘그녀‘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일찍이 서양 문학을 접한 일본 문인들은 영어의 ‘she‘를 번역하는 말로 ‘가노조‘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 P205

그러나 이를 두고 이후 여러 차례 논란이 인다. 그 바탕에는 우리말에선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그‘를 쓰기 때문에 ‘그녀‘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녀‘는 또 ‘우리말(그)+한자어(女)‘
로, 이렇게 결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 P205

‘그남(男)‘을 가정해 보면 ‘그녀‘가 얼마나 어설픈지 알 수있다. - P206

물론 ‘그녀‘에 대해 크게 이의를 달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세월은 흘러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이제 와서 사용하지 않을 순 없지만 남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 P206

08

‘처녀출전‘은 있는데
‘총각출전‘은 없나요?

주로 스포츠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처녀출전이라는 것이있다. 처녀출전이 있으면 당연히 ‘총각출전‘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는 처녀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총각들도 스포츠를 한다. 그러나참 희한한게 총각출전이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 P211

이런 조어가 만들어진 것은 영어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처녀림(virgin forest), 처녀비행(maiden flight),
처녀항해(maiden voyage), 처녀연설(maiden speech) 등이 영어에 있는 표현이다. - P212

여성의 성적·신체적인 면을 이용한 이런 표현이 남성 중심적 사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한마디로성 차별적인 표현이다. ‘처음 출전‘ ‘첫 우승‘ ‘최초 비행‘ 등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인 ‘처음, 첫, 최초‘를 사용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 P212

10

접속사가 없어야
좋은 문장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로마 최고의 정치가이자 장군이며 문필가이기도 했던 율리우스 시저(이탈리아어 카이사르)가 소아시아 젤라에서 파르나케스와벌인 전투에서 승리한 후 원로원에 보낸 전문이다. 이 말은 영원한 명언으로 남아 있다. - P216

 간단명료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말할 때처럼 군더더기가 많아서는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 군더더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글 쓰는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P217

특히 일이 순서대로 진행될 때는 접속사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 P217

접속사가 남용되는 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에서뿐만이아니다. 단락과 단락을 연결할 때도 ‘그런데‘ ‘그리고‘ ‘그래서‘ ‘한편‘ 등 불필요하게 접속사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 경험이 부족한 사람의 글을 유심히 보면 단락의 맨 앞에는 여지없이 접속사가 나온다. - P218

가능하면 접속사 없이 글을 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접속사없이 각 단락과 문장을 부드럽게 연결하도록 노력해야 글쓰기가 발전한다. - P218

16

‘삼가하다‘를
삼갑시다


자주 쓰면서도 틀리기 쉬운 단어가 ‘삼가다‘다. ‘조심하다‘ ‘지나치지 않도록 하다‘ ‘금지하다‘의 뜻으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삼가하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 P231

기사에서도 "단식 중인 그는 이날부터 외부인의 방문도 받지않고 언론 접촉도 가급적 삼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섣부른 투자는 삼가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등처럼 ‘삼가하다‘ 형태로 잘못 쓰는 예가 있다. - P231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쓰는 이유는 동사의 기본형이 ‘-하다‘
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가다‘의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가다‘를 활용한 ‘삼가니‘ ‘삼가고‘ ‘삼가서‘ ‘삼갑시다‘보다 ‘삼가하다‘를 활용한 ‘삼가하니‘ ‘삼가하고‘ ‘삼가해서‘ ‘삼가합시다‘가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발음하기도 쉽다. - P232

이러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삼가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어 ‘삼가하다‘로 쓰면 틀린 말이 된다. ‘나가다‘ ‘오다‘ ‘막가다‘처럼 기본형이 ‘삼가다‘이기 때문에 그 활용은 ‘삼가+고(니/면/서/자/라/주십시오)‘ 등으로 해야 한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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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고통의 급증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와 대화를 할 때면 대화 내용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비디오게임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개 몇 가지 공통적인 패턴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끝없는 갈등이다. - P43

나와 대화를 나눈 대다수 부모가 하는 이야기는 병원에서 진단받은 정신 질환에 관한 것이 아니다.  - P43

남자아이는 대개 소셜 미디어보다는 비디오게임 (그리고 때로는 포르노)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게임을 하던 단계에서 게임 중독에 가까운 단계로 전환할 때 특히 문제가 심각해진다. - P44

이야기의 패턴이나 심각성 정도에 상관없이 모든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진퇴양난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대다수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를 보내길 원치 않지만, 세상 자체가 확 바뀌어 그 물결에 저항하는 부모는 자녀를 사회적격리 상태로 내몰게 된다. - P45

이 장의 나머지 부분애서는 뭔가 큰잉이 일어나고 있으며, 2010대 초반에 젊은이들의 삶에 일어난 변화가 그들의 정신 건강을 급격히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어떤 의미에서 자녀가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느끼고 이제 그들을 되찾아오려고 애쓰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하자. - P46

해일이 밀려오기 시작하다

2000년대에는 청소년에게 정신 질환 위기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거의 없었다.² 그러다가 갑자기 2010년대 초반에 상황이 확 변했다. 모든 정신 질환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 P46

1장 고통의 급증


2. 이 진술에서 벗어나는 예외는 미국 십대 청소년의 자살률이다. 자살률은 2000년대 초반에 전반적으로 감소하다가 2007년에 최저점을 찍었다. 2008년부터 전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2010년이 지나기까지는 2000년대 초반 수준을 넘어서진 않았다.
자살률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더 먼 과거를 살펴보면, 1950년대 이후부터, 시기에 따라 기복은 있었지만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을 비롯해 그 밖의 정신 질환 발생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의 ‘하키 스틱‘ 커브와 같은 추세는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그러한 증가추세는 이장과 이 책 전체에서 보게 될 것이다. Twenge et al. (2010) 참고. - P441

그림 1.1에서 2012년경부터 주요 우울증 에피소드 비율이 갑자기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1과 뒤에 나오는 대다수 그래프에 음영 표시를 추가했는데, ‘아동기 대재편‘이 일어난 시기인 2010~2015년에 뭔가 괄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절대적 수치(2010년 이후에 증가한 발병 건수)로 보면,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크게 증가했고, 하키 스틱 모양의 증가 양상이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P48

3. 2021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2023)014. - P441

그림 1.1에서 2012년경부터 주요 우울증 에피소드 비율이 갑자기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1과 뒤에 나오는 대다수 그래프에 음영 표시를 추가했는데, ‘아동기 대재편‘이 일어난 시기인 2010~2015년에 뭔가 괄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절대적 수치(2010년 이후에 증가한 발병 건수)로 보면,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크게 증가했고, 하키 스틱 모양의 증가 양상이 훨씬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애초에 여자아이들보다훨씬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상대적 비율(내가 항상 기준선으로 사용하는 2010년 이후의 비율 변화)로 보면 증가 비율은 양성 모두 약150%로 비슷하다. 즉, 우울증 발생 빈도는 약 2.5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모든 인종과 사회 계층에서 나타났다.⁴ - P48

4. 인구학적 변화에 관한 주석: 2010년 이후에 성별이나 성적 지향성, 사회 계층에 상관없이 미국의 모든 집단에서 청소년 정신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흑인 십대는 백인 십대보다 불안, 우울증, 자해, 자살 비율이 낮았지만, 양 집단 모두 2010년 이후에 그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절대적인 증가는 백인십대에서 더 크게 나타난 반면, 상대적 증가(비율)는 흑인 십대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더 낮은 기준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사회 계층에 초점을 맞춘 데이터는 드물지만, 우울증 발생은 모든 계층에서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는데, 2010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LGBTQ 십대는 이성애자 십대에 비해 앞의 모든 사례에서 상당히 더 높은 비율을 보고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 LGBTQ 십대의 자해와 자살 비율이 증가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 통계 수치와 추가 내용에 관한 출처는 온라인 부록 내용, 특히 Adolescent Mood Disorders Since 2010: A Collaborative Review 링크를 참고하라. - P441

급증의 근본 원인


2010년대 초반에 십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누가 언제부터 무슨 일로 고통을 받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급증의 원인을 확인하고 그 물결을 되돌릴 잠재적 방법을 찾으려면, 이 질문들에 대해 정확한 답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48

 첫 번째 단서는 정신 질환증가가 불안과 우울증과 관련된 장애에 집중되었다는 점인데, 정신의학에서 이들 장애는 뭉뚱 그려서 내면화 장애internalizing disorder로 분류한다. - P49

반대로 외면화 장애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그 증상과 반응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밖으로 표출할 때 나타난다. 행동 장애, 분노 조절장애, 폭력 성향과 과도한 위험 감수 성향 등이 이에 포함된다. 나이와 문화, 국가에 상관없이 내면화 장애는 여자아이와 여성에게서 더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반면, 외면화 장애는 남자아이와 남성에게서더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⁶ - P49

6. Zahn-Waxler et al. (2008). - P442

 우울증과 불안을 나타내는 선은 나머지 진단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시작하여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다른 진단들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2010년대에 대학교 캠퍼스에서 증가한 정신 질환은 거의 다 불안 그리고/또는우울증 증가가 차지한다.⁹ - P49

9. 그림 1.2에 나타낸 각 정신 질환의 진단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100% 이상 증가한것은 내면화 장애 세 가지뿐이다.(섭식 장애인 신경성 식욕 부진은 불안과 관련이 있어 내면화 장애로 분류된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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