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러다가, 그러다가 용희가 아니라는 걸 그런 걸 알게 되면.………….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만약에 알게 되면……...
"실자야."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그러면 우리 용희는・・・・.… 우리**용회는ㆍㆍㆍㆍㆍ…. - P141

천주라고 불린 여자의 말대로 종교의 자유는 법으로 허락되어 있다.
"마지막인데 말이야. 혹시 옷 좀 걷어 봐도 될까?"
보이지 않는 곳에 폭행의 흔적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아이는 어리둥절해했다.  - P142

"이야기 끝났으면 들어가도되죠?"
최두연이 신미현을 보았다. 신미현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제스처였다. 아이가 있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 P142

최두연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제목덜미를 만졌다.
헐렁한 티셔츠 안쪽으로 어깨에 있는 커다란 점이 보였다. - P143

선준은 룸미러를 흘끗 쳐다보았다. 작은 거울 안에 뒷자리에 앉은 예원과 로운이 비쳐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원은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로운은 그런 예원을 연신 흘깃거렸다. - P144

그러나 아이를 데려온 이상 식사를 거를 수는 없었다. 내 아이를 찾아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데려온 아이다. 최소한, 아이를 보살피는 데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44

 예원은 로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고팠지? 미안"
로운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어렴풋한 미소를 지었다.
선준은 휴게소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예원과 로운이 내릴 동안 조수석에 벗어둔 점퍼를 집어 들었다.  - P145

차에서 내린 선준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냈다. 자신이 출금하는 동안 먼저 들어가 주문하라고 할 생각이었다. 예원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휴게소 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 P145

그곳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휴게소에서 나오는 어떤 여자가 있었다. 평범한 아이 엄마의 모습에 로운은 시선을 빼앗긴 것 같았다. 그런 로운이 곧 예원을 올려다보았다. 예원은 로운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 P145

선준은 지갑에서 꺼낸 3만 원을 예원에게 내밀었다.
"먼저 들어가서 주문해놓고 있어. 현금 좀 찾아서 들어갈 테니까."
"그래"
예원이 돈을 받아 휴게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로운은 예원의 손을 잡고 부지런히 따라 걸었다. - P146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 아이가 저렇게 된 것은 아이를 방치한 엄마의 탓이다. 억지로 데려온 것도 아니다. 그러니 법으로야 어떻든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 P146

‘가는 데까지는 가보자‘
목적지는 확실했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게 맞는지까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 P147

현금지급기로 향하던 선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공중전화 부스 한 대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도 공중전화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멈춰 선 것은 아니었다. - P147

 심장이 바짝 타들어갔다. 그럴 때쯤 그 전화가 걸려 왔다.
031-582-####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031이면 경기도 어디쯤이라고 본능적으로 감지할 뿐이었다. - P148

"공중전합니다."
형사 하나가 외쳤다. 전화번호로 곧장 위치를 확인했다. 거실에서 진두지휘를 하던 양 형사의 얼굴이 상기됐다. 곧장 발신지로 인근 지역의 형사가 급파됐다. 하지만 형사들이 도착했을 때 공중전화는 비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CCTV가 없는 지역이었다. - P148

선준은 그때 전화가 걸려 온 공중전화기 위치가 어디였는지를기억해내려 애썼다. 들었다면 잊었을 리가 없다. 경기도 어딘가의 시골이라고만 전해들었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형사들에게 일일이 물었다가 추적이 지연되기라도 할까 봐, 후에는 선우와 관련성이 없다는 결과를 들어서 실망했기에 자세히 묻지 않았다. - P149

선준은 단축 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양 형사의 전화번호가 뜨면서 발신 중이라는 글씨가 화면에 떴다. 선우를 잃어버린 후 두사람의 단축 번호 1번은 양 형사였다. - P149

 신호가 끊어지기 직전 양 형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별로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이선준입니다."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니 할말이나 하고 빨리 끊어라. 침묵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150

"전화가 걸려 왔던 공중전화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좀 알수없을까요?"
-지금 어디십니까?
그 말은 ‘지금 뭘 하고 있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 P150

"경찰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제 심정도 이해해주시겠죠.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을 안 가볼 이유가 없죠. 저희한테는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마지막이요?
양 형사의 목소리에 불안이 담겨 있었다. - P151

"네. 꼭 부탁합니다."
선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들에게는 길고 긴, 물 한 모금 없고 희망한 자락 없는, 지옥의 사막 같던 3년의 시간이 그에게는 3년밖에 안 된 일이었다. - P151

"먼저 먹어도 돼요?"
사람들이 많이 오갔고, 쉴 새 없이 음식이 나오는 대로 순번을호출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에 소리가 부딪혀 웅웅대는 소음이 청각을 더 둔화시켰다. - P152

"아줌마."
용기 낸 두 번의 부름이 우동 위의 김처럼 공기 중에서 사그라졌다. 동시에 로운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로운은 우동그릇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당겼다. 우동 그릇이 로운의 허벅지 위로 엎어졌다. - P152

"여보!"
고함이 들린 걸까. 유리창 너머에서 선준이 이쪽을 돌아다 보았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튕겨지듯 그가 출입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작은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로운의 몸을 끌어안은 예원의 무릎 밑에도 뜨거운 우동국물이 흥건했다. 예원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P153

 안내한 사람 중 남자 직원이 급히 벽에 설치된 장식장의 문을 열더니 구급상자를 들고 왔다.
"119에 신고해드릴까요?"
선준은 남자 직원의 얼굴과 로운의 젖은 허벅지를 번갈아 보았다. 조심스럽게 운이 입은 바지를 벗겼다. 다행히 살갗이 바지에 붙지는 않았다. - P153

구급상자에서 화상 연고를 꺼내 우동이 쏟아진 부위에 넓게펴 발랐다. 이따금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쓰라리지는 않은지 인상을 쓰지는 않았다. - P154

선준이 연고를 다 바르고 나자 무서운 얼굴로 아이를 다그쳤다.
"일부러 그랬지?"
선준은 귀를 의심했다. 직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예원은 그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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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가고 싶다.

낭만주의
최초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반역자였다.
그는 정부나 종교, 교육식 권위를 통렬히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와 인간을 ‘생각하는 기계‘로 환원시키는 계몽주의도 비난했다. 블레이크는 인간성의 신비롭고 설명 불가능하며 영적인 면에 다시 초점을 맞추려했다. - P545

 합리성은 확실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초기 그리스에서처럼 자리를 옮겨 산문 속으로 샛길을 냈다. 시인은 인간성의 덜 합리적이고 더 정서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측면을 대변했다. 현대의 시인들도 이를 끊임없이 채워 넣는 역할을 맡고 있다. - P546

1798년 『서정 담시집』을 출간한 윌리엄 워즈워스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블레이크라는 ‘종교적인‘ 본류보다는 덜한 신비주의를 제시했다. 비인격적인 신성한 힘, 세상의 아름다움과 인간 영혼 양쪽 모두에 거주하는 숭고함이 그것이다. 블레이크림 위즈위스와 콜리시는 논리와 질서, 위계에 저항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성의 다양한 불꽃을 품고 있는데 사회가 있는 힘을 다해서 그것을 평평하게 균질화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교육에 반대했다. - P547

아이러니컬하게도 수많은 낭만주의자들은 자기 인생을 고루한 방향으로 끌고 갔다.(바이런 경은 여기서 예외이긴 하다.) 위즈워스는 심지어 자기 고향을 위해 관세 담당자가 되었다. - P548

낭만주의자들은 자연과 인간의 영혼을 신성이 가장 잘 깃든 곳으로 보았다. 낭만주의 시들은 자연 풍경이나 정서에서 시작해 이들을 세심하게 묘사한 다음 장면이나 정서를 좀 더 폭넓은 우주적 관념과 연결시켰다. 그들은 또한 화자의 심리에 주된 초점을 맞추는 극적인 시, 1인칭 화자의 독백을 주로 사용했다. - P548

내 다정한 기운이 쇠퇴하네.
내 기운이 질식할 듯한 가슴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낙심 : 송가」 중에서 - P549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이른바 미국식 르네상스에서 미국 시인들은 낭만주의의 착상들, 즉 자연에 존재하는 신성과 상상적인 것의 우위,
시에서 화자인 ‘나‘, 논증과 이성보다는 분위기와 경험에 맞추어진 초점을 구체화하면서도 미국적인 맥락에서 시도하려고 애썼다. - P549

 자서전이 가장 지배적인 주제가 된 것이다. 휘트먼의 『풀잎』과 디킨슨의 시편들은 평범한 미국인 남성이나 여성의 정체성을 담구해 들어간다. ‘미국 르네상스의 시들은 영국 낭만주의의 함의와 씨름한다. - P550

미국 르네상스 시의 형식은 시 쓰는 언어의 능력에 대한 다양한 신뢰를 보여 준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확신한 월트 휘트먼은 종종합운도 운율도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대로 운문을 쓴다.


이곳은 내가 속해 있는 도시다.
다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내 관심사는
정치와 전쟁, 시장, 신문, 학교,
시장과 의회, 은행과 요금,
중기선과 공장, 주식과 가게,
부동산과 사유 재산이다.

- 「나 자신의 노래」 중에서 - P550

모더니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시에 아이러니가 눈에 띄게 출현한다.
(중략)
모더니즘 시들은 여전히 자전적이어서 세계 내에서 자아와 자아의 자리를 탐색하지만, 미국식 르네상스의 불안이라는 주제는 광범위한 근심을 안착시켰다. - P551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대신에 사물의 물리적이고 독특한 존재, 즉 ‘고유함‘ 내에서 의미를 찾기로 했다. 윌리엄스는 "사물 속에만 관념이 있다."고 말했고, 손수레, 서양 자두 같은 사물의 고유함을 영속시키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 P552

파운드와 윌리엄스 그리고 다른 모더니스트들은 엄격한 음절 구조(전체가 3행이며 첫째 행은 다섯 음절, 둘째행은 일곱음절, 셋째 행은 다첫 음절이다.)를 취하고, 이것을 탄탄한 주제 전략으로 결합시키는 일본의 하이쿠(俳句)의 영향을 받았다. - P552

1912년 이후 이미지주의자라고 알려진 파운드와 다른 시인들은 하이쿠의 엄격한 음절 법칙에 매달리지 않고 시를 정확한 시각적 그림 속에 주의깊게 정착시키는 방법에중점을 두었다. 종종 우주적 차원으로 이어지는 전환 없이 그림 자체가 나머지 시를 대변했다. - P553

‘모더니즘‘은 자신들을 독자적이라고 여기며, 종종은 최선을 다해서로를 모더니스트라는 우리 바깥으로 차 버리려 했던 일군의 시인들에게 광범위하게 붙여진 이름표다. (1929년 T.S. 엘리엇은 ‘모더니즘‘을 ‘정신의 고사병‘이라고 불평했다.) - P553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중 "시는 혼란을 버티는 순간의 머무름이다."라는 구절처럼 시가 흘러내리는 모래밭에 단단한 지점, 즉 서 있을지반"이라는 생각은 언어 자체가 고칠 수 없이 왜곡되고 굴절되었다는 모더니스트들의 확신이 굳어 감에 따라 속절없이 흔들렸다. - P554

모더니즘의 유산은 20세기 후반 시인들의 강렬할 정도로 내향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시인은 광인처럼 유파를 따르지 않는 고독한 인물이었다. - P556

시인 버넌스캐널은 "대다수 현대시는 대학에서 주석을 다는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해체‘ 기교를연습하려고 쓴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뉴욕 타임스》에서 30년 동안 기명 논평을 맡은 노련한 언론인 러셀 베이커는 이렇게 언급했다.
"새로운 시라면 30년 전, 적대적인 세계에 사는 외로운 외계인들사이에서 오가는 암호화된 전언같이 읽히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글렀다고 단념했다." - P557

필립 라킨은 말한다.
"다음 상황은 도저히 과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시인은 행복한 지위를 얻었다. 거기서 자기 자신의 시를 매체에서 칭찬할 수 있고 교실에서설명할 수 있어서, 독자가 ‘이건 마음에 안 드니까 뭔가 다른 걸 보여 줘‘
라는 소비자의 권력을 포기하도록 거만하게 구는 그런 자리 말이다."¹⁵ -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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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의 나머지 탐사 여정에 대한 간단하고도 불만족스러운 기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착륙한 지 몇 시간 후에발견한 비극적인 광경에 대해 신중한 보고서를 보냈고, 전날 혹은 이틀전 밤부터 몰아닥친 극심한 돌풍으로 레이크의 탐사팀 전원이 사망했e고 마지못해 발표했다. - P259

 비행기 격납고 한 곳은ー멀리서봤을 때는 엉성하게 보였을 뿐이지만ー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멀리세워져 있는 시추탑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비행기 차체와 드릴 장비의 금속 부분은 모두 도장이 벗겨졌고, 눈더미로 보강한 작은 텐트 두개도 납작하게 주저앉은 상태였다. - P260

우리는 5각형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되고 점무늬 때문에 숱한 의혹을 자아냈던 푸르스름한 동석 몇 개를 포함한 광물질을 거대한 잔해더미에서 수집했다. 기이한 상처가 나 있는 뼈 화석도 발견했다. - P260

썰매 세 대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 우리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추 장소에 남겨진 드릴 장비와 해빙 장치는 수리하기 힘들 정도로 파손정도가 심했으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레이크 교수가 발파한 동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 P261

하지만 우리는 기묘한 녹색 동석과 어지러운 캠프 주변에서 발견된 다른물체 주변에서 개들이 역시 킁킁대며 불안해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캠프와 시추 장소에서 바람에 의해 위치가 바뀌거나 부품이 떨어진 과학 장비와 비행기, 기계류 등이 있었으며, 개들에게는 이런물건들이 특히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양이다. - P261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개인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애썼으며, 몇 개의 표본을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 탐사 대원들이 광기에 빠졌다는 암시가 될 만한 언급은 일체 자제하기로 약속했다, - P262

우리는 일반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댄포스와 나는 다음 날 산맥을 넘어 정찰 비행을 한 사실에 대해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려면 비행기가 매우 가벼워야 했으므로 정찰 인원이 우리 두 사람으로 제한된 것이 그나마 천운이었다. - P262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산맥의 거대한 봉우리들은 적어도 코만치아기 중기부터 변화를 겪지 않은 시생대 지층과 다른 원시 지충으로이루어져 있었다. 산맥 정상에 규칙적으로 둘러싼 정육면체 모양과 성곽의 형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보고서에 포함했다. - P263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 짐을 싣고 가능한 한 빨리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우회적인 항로였으나 그게 맥머도 만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 P263

우리가 더 이상 재난을 겪지 않고 무사히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이다. 논스톱 비행 결과 모든 비행기는 다음 날인 1월 27일 저녁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곧이어 28일, 대원들은 쉴새 없이 두팀으로 나누어 맥머도 만으로 이동했다. - P264

 나이 어린 댄포스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의사들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횡설수설하지 않았다. 이미 말했듯이그 혼자만 목격하고 내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것을 털어놓는다면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상황이었다. - P264

인간의 호기심은 사그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발표한 내용 자체가 미지를 향한 인간의 오랜 욕구를 자극할 거라는사실을 우리도 모르진 않았다. 우리는 눈 속에 매장된 생물체에서 분리해 가져온 표본 일부와 발견 당시 찍은 생물체 사진을 단단히 숨겼지만, 생물학적 변종에 관한 레이크 교수의 보고로 인해 이미 박물학자와고생물학자의 관심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 P265

레이크 탐사팀의 캠프와 그곳에서 우리가 실제로 발견한 것, 나아가오싹한 산맥 너머에 있던 또 다른 존재에 대해 떠올려야 하는 지금, 엄청난 망설임과 반감만 느껴진다. - P265

 돌풍에 유린된 지역, 파괴된 캠프,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장비, 개들의 동요와 불안, 사라진 썰매와 물건들, 사람들과 개들의 죽음, 기드니의 실종, 4천만 년 동안 잠든 세계에서 나왔다가 기이하게 매장된 6개의 표본은 외적인 손상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조직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말했다.  - P266

 그 비극을 가져온 무시무시하고 믿을 수 없는 진짜 원인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그냥 지나치도록 노력했다. 모든 것의 원인을 레이크 탐사팀 일부에서 폭발한 광기로 돌리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 P266

물론 광기의 극치는 사체의 상태였는데, 사람과 개 둘 다 비슷했다.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사체들은 모두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갈가리 찢기고 토막나 있었다. 사인은 교살이나 열상이었는데, 허술한임시 축사가 안에서 밖으로 무너져 있었던 걸 보면 문제의 발단은 개들이었던 것 같다. - P266

무슨 일이 벌어졌든 간에 결과는 지극히 끔찍하고 역겨웠다. 역겨움을 참고 비극을 전부 드러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실종된 기드니는 캠프의 참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은 먼저 밝혀야겠지만 나는 이미 사체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토막나 있었다고 말했다. - P267

 난도질당한 인간의 시체 곁에 거칠게 찢겨진 옷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지만, 단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부서진 격납고른쪽 구석의 눈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도 역시 쓸모가 없었다. 그저 가젊은 레이크 교수가 일주일 내내 언급했던 화석 발견에 따른 혼란뿐이었으니까. 광기의 산맥이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으므로 누구든 상상력을 펼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 P267

그러나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던 실험용 텐트에 들어가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임시 해부대 위에 방수포로 덮어 놓았다는 원시 괴생물체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레이크 교수가 실험실을 떠났던 당시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니었다. - P268

그 정도만 해도 캠프에서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었지만, 다른 것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기드니와 개 한마리가 실종된 것이나, 8개의 온전한 생명체 표본, 썰매 3대, 몇가지 장비, 삽화가 그려진 기술 서적과 과학 서적, 필기도구, 손전등과 건전지, 식량과 연료, 난방 기구,
여분의 텐트와 방한복이 사라진 것은 분명 정상적 상황이 아니었다. - P268

해괴한 방법으로 서툴게 입어 봤는지, 방수포와 방한복 두세 벌이 기분 나쁘게 찢겨져 있었다. 훼손된 인간과 개의 시신, 광인이 매장한 듯한 손상된 생물체 표본, 이들은 모두명백한 광기의 산물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가운데, 우리는 캠프에서 벌어진 광기의 무질서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들을 사진에 담았다. - P269

셔먼과 피버디 교수.
맥티그는 오후 동안, 인근을 비행하며 쌍안경으로 기드니와 사라진 물건들을 수색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돌아오고 나서 거대한 장벽이 모두 똑같은 높이와 구조로 좌우 대칭을 이룬 채 끝없이펼쳐져 있다는 점을 보고했다. - P270

어디에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순수한 과학적 열정과 모험심이 남아 있었다. 신비의 산맥 너머에 있을 미지의 왕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이다. 신중하게 작성한 전문에 밝힌 대로우리는 공포와 당혹감으로 하루를 보낸 후 자정에 휴식을 취했다. - P270

피버디 교수가 전날의 오후 비행에서 육분의로 확인한 기록을 검토한 후, 댄포스와 나는 캠프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해발 7000미터에서7300미터 정도의 고갯마루를 비행기로 통과할 수 있는 최저 고도로 계산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찰비행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기체의 중량부터 줄였다. 높은 고원에서 뻗은 구릉지대에 있는 캠프 자체의 높이가거의 3600미터였으므로, 실제로 우리가 날아올라야 할 고도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 P271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석조 구조물의 가장자리는 숱한 세월 동안 모진 풍화에 의해 부서지고 둥그스름해져 있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견고함과 단단한 재질 덕분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다. 특히 비탈에 가까운 지점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주변의 암석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았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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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용희 어린이 어머님 맞으세요?"
약간은 짜증스러운 어조였다. 김실자는 눈을 끔벅거리며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 최두연입니다. 이분은 사회복지사 신미현 씨고요. 아동학대 방지 차원에서 전수조사로 나왔습니다. 석용희 어린이와 함께 지낸다고 신고하신 곳이 이 기도원 맞죠?" - P137

김실자가 바닥을 내려다보던 자세 그대로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덜덜 떠는 것만 같아서 신미현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머님・・・・……." - P137

노인이라고 믿기힘들 정도로 분칠한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거부감이 일었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이 뱀의 혀처럼 두 사람의 얼굴을 훑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김실자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천주님!"
‘천주? - P138

종교적인 이유라고 했지만 종교의 수장 같은 느낌은 잘들지 않았다. 화장만 아니면 평범한 모습이었다. 의아함이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천주라고 불린 여자가 팔을 뻗었다. 손을 잡고있던 아이가 반사적으로 두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 P138

"그게 안 된다면 더 이상 협조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법으로종교의 자유를 허하였으니, 당신들의 법으로 우리를 구속해보세요."
천주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 P139

용희는 밖에 세워둔 채였다. 문이 쾅 닫혔다.
신미현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작은 눈을 내려다보았다. 두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엄마 뒤로 숨지는 않았다.
낮은 한숨을 쉬며 신미현이 용희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네가 석용희니?" - P139

가 되지 않을 터였다. 신미현은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쓰다듬어주었다.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손을 만졌다. 거칠진않았다. 조금 마른 듯하지만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 P140

"어머님, 죄송하지만 아이와 면담을 먼저 하겠습니다. 10분만주시죠."
"어......."
김실자의 눈이 불안하게 여기저기로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달막일 뿐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 같았다. - P140

천주가 들어간 철 대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10분 후에 나오시죠. 아니면 저희가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 P140

"천주님! 큰일이.………. 아이와 따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두서없는 그녀의 말에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천주가 일어섰다.
김실자와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였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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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정리 1

여러 개의 양(quantity) 또는 이들 사이의 비율이 임의의 유한한 시간 동안연속적으로 변하면서 같은 값으로 접근한다고 하자. 주어진 시간이 끝나기전에 이들 사이의 차이가 임의로 잡은 어떤 값보다도 작으면, 이들은 결국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2

직선 A와 AE, 그리고 곡선 ace로 에워싸인 도형 AacE가 주어져 있다.
여기에 길이가 모두 같은 AB, BC, CD, ⋯를 밑변으로 삼아 평행사변형Ab, Bc, Cd, .…를 작도하면(단 이들의 세로변 Bb, Cc, Dd, ..…는 Aa와 평행하며, 평행사변형의 개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작은 평행사변형 akbl.
blcm, cMdn,.…이 완성된다. 이들의 가로(폭)를 점점 줄여가면서 개수를무한정 늘이면 곡선 도형(원래의 도형)에 내접하는 도형 AkbLcMdD와 외접하는 도형 Aalbmcndo, 그리고 원래 도형 AabcdE는 면적이 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3

평행사변형의 밑변 AB, BC, CD, …가 같지 않아도, 이들이 한없이 작아지면 내접 도형과 외접 도형, 그리고 곡선 도형의 면적은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99

부가정리 4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현들은 궁극적으로 직선이 아니며, 곡선 4E에 무한정 가까워진다. - P100

보조정리 4

2개의 도형 AacE와 PprT의 내부를 다음의 경우와 같이) 같은 개수의 내접하는 평행사변형으로 가득 채웠다고 하자. 이들의 폭을 무한정 줄여나간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도형의 평행사변형과 두 번째 도형에서 이에 대응되는평행사변형의 최종 면적이 모든 평행사변형에 대하여 동일하다면, AacEPprT는 면적이 같다. - P100

보조정리 5

서로 닮음 관계에 있는 도형의 대응변(직선 또는 곡선)들은 길이 비율이 모두 같고, 면적 비율은 길이 비율의 제곱과 같다. - P102

보조정리 6

임의로 주어진 매끄러운 호(곡률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호) ACB와 이에 대응되는 현 AB가 있다. 현의 한쪽 끝 A에서 호에 접하는 직선을 AD 라 하자.
AD는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상태에서 A와 B가 호를 따라 서로 가까워지다가 한 점에서 만나면, 현과 접선의 사잇각 BAD는 무한정 작아지다가 결국 0으로 사라진다. - P102

보조정리 7

 위와 같은 가정에서 호와 현, 그리고 접선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3

B가 A를 향해 접근하는 동안 AB와 AD를 연장한 선 위에 와 다를잡아서, B가 어느 위치에 있건 bd와 BD가 항상 평행하도록 유지하고, 호 ACB와 닮은꼴인 호 Ac를 그려보자. 점 A와 B가 하나로 합쳐지면 <dab는 0으로 사라지고 (보조정리 6 참조), 유한한 직선 A와Ad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 사이에 낀호 Ac도 이들과 같아진다.
그런데 직선 AB와 AD,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호 ACB는 각각 Ab,
Ad, Acb와 항상 비례관계에 있으므로 결국은 이들의 길이도 같아진다. [Q.E.D.] - P103

부가정리 2

A를 지나는 또 다른 직선 AF와 AG, 그리고 B를 지나는 또 다른직선 BE, BD가 있고, BF가 접선 AD와 평행하면 (A와 B가 무한정 가까워질 때) AD, AE, BF, BG, 그리고 호 ACB와 현 AB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4

부가정리 3

그러므로 이들의 최종 비율을 논할 때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 P104

보조정리 8

직선 AR과 BR, 호 ACB와 현 AB, 그리고 접선 AD를 조합하면 3개의 삼각형 RAB, RACB, RAD²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A와 B가 가까워지면 3개의 삼각형은 점점 작아지면서 닮은꼴 도형에 접근하다가, A와 B가 한 점에서 만날 때 닮음비는 1:1이 된다(즉 3개의 삼각형이 완전히 같아진다).

2) 이들 중 RACB는 삼각형이 아니라 부채꼴에 가깝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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