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의 나머지 탐사 여정에 대한 간단하고도 불만족스러운 기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착륙한 지 몇 시간 후에발견한 비극적인 광경에 대해 신중한 보고서를 보냈고, 전날 혹은 이틀전 밤부터 몰아닥친 극심한 돌풍으로 레이크의 탐사팀 전원이 사망했e고 마지못해 발표했다. - P259

 비행기 격납고 한 곳은ー멀리서봤을 때는 엉성하게 보였을 뿐이지만ー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멀리세워져 있는 시추탑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비행기 차체와 드릴 장비의 금속 부분은 모두 도장이 벗겨졌고, 눈더미로 보강한 작은 텐트 두개도 납작하게 주저앉은 상태였다. - P260

우리는 5각형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되고 점무늬 때문에 숱한 의혹을 자아냈던 푸르스름한 동석 몇 개를 포함한 광물질을 거대한 잔해더미에서 수집했다. 기이한 상처가 나 있는 뼈 화석도 발견했다. - P260

썰매 세 대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 우리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추 장소에 남겨진 드릴 장비와 해빙 장치는 수리하기 힘들 정도로 파손정도가 심했으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레이크 교수가 발파한 동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 P261

하지만 우리는 기묘한 녹색 동석과 어지러운 캠프 주변에서 발견된 다른물체 주변에서 개들이 역시 킁킁대며 불안해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캠프와 시추 장소에서 바람에 의해 위치가 바뀌거나 부품이 떨어진 과학 장비와 비행기, 기계류 등이 있었으며, 개들에게는 이런물건들이 특히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양이다. - P261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개인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애썼으며, 몇 개의 표본을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 탐사 대원들이 광기에 빠졌다는 암시가 될 만한 언급은 일체 자제하기로 약속했다, - P262

우리는 일반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댄포스와 나는 다음 날 산맥을 넘어 정찰 비행을 한 사실에 대해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려면 비행기가 매우 가벼워야 했으므로 정찰 인원이 우리 두 사람으로 제한된 것이 그나마 천운이었다. - P262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산맥의 거대한 봉우리들은 적어도 코만치아기 중기부터 변화를 겪지 않은 시생대 지층과 다른 원시 지충으로이루어져 있었다. 산맥 정상에 규칙적으로 둘러싼 정육면체 모양과 성곽의 형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보고서에 포함했다. - P263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 짐을 싣고 가능한 한 빨리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우회적인 항로였으나 그게 맥머도 만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 P263

우리가 더 이상 재난을 겪지 않고 무사히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이다. 논스톱 비행 결과 모든 비행기는 다음 날인 1월 27일 저녁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곧이어 28일, 대원들은 쉴새 없이 두팀으로 나누어 맥머도 만으로 이동했다. - P264

 나이 어린 댄포스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의사들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횡설수설하지 않았다. 이미 말했듯이그 혼자만 목격하고 내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것을 털어놓는다면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상황이었다. - P264

인간의 호기심은 사그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발표한 내용 자체가 미지를 향한 인간의 오랜 욕구를 자극할 거라는사실을 우리도 모르진 않았다. 우리는 눈 속에 매장된 생물체에서 분리해 가져온 표본 일부와 발견 당시 찍은 생물체 사진을 단단히 숨겼지만, 생물학적 변종에 관한 레이크 교수의 보고로 인해 이미 박물학자와고생물학자의 관심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 P265

레이크 탐사팀의 캠프와 그곳에서 우리가 실제로 발견한 것, 나아가오싹한 산맥 너머에 있던 또 다른 존재에 대해 떠올려야 하는 지금, 엄청난 망설임과 반감만 느껴진다. - P265

 돌풍에 유린된 지역, 파괴된 캠프,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장비, 개들의 동요와 불안, 사라진 썰매와 물건들, 사람들과 개들의 죽음, 기드니의 실종, 4천만 년 동안 잠든 세계에서 나왔다가 기이하게 매장된 6개의 표본은 외적인 손상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조직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말했다.  - P266

 그 비극을 가져온 무시무시하고 믿을 수 없는 진짜 원인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그냥 지나치도록 노력했다. 모든 것의 원인을 레이크 탐사팀 일부에서 폭발한 광기로 돌리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 P266

물론 광기의 극치는 사체의 상태였는데, 사람과 개 둘 다 비슷했다.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사체들은 모두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갈가리 찢기고 토막나 있었다. 사인은 교살이나 열상이었는데, 허술한임시 축사가 안에서 밖으로 무너져 있었던 걸 보면 문제의 발단은 개들이었던 것 같다. - P266

무슨 일이 벌어졌든 간에 결과는 지극히 끔찍하고 역겨웠다. 역겨움을 참고 비극을 전부 드러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실종된 기드니는 캠프의 참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은 먼저 밝혀야겠지만 나는 이미 사체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토막나 있었다고 말했다. - P267

 난도질당한 인간의 시체 곁에 거칠게 찢겨진 옷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지만, 단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부서진 격납고른쪽 구석의 눈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도 역시 쓸모가 없었다. 그저 가젊은 레이크 교수가 일주일 내내 언급했던 화석 발견에 따른 혼란뿐이었으니까. 광기의 산맥이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으므로 누구든 상상력을 펼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 P267

그러나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던 실험용 텐트에 들어가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임시 해부대 위에 방수포로 덮어 놓았다는 원시 괴생물체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레이크 교수가 실험실을 떠났던 당시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니었다. - P268

그 정도만 해도 캠프에서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었지만, 다른 것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기드니와 개 한마리가 실종된 것이나, 8개의 온전한 생명체 표본, 썰매 3대, 몇가지 장비, 삽화가 그려진 기술 서적과 과학 서적, 필기도구, 손전등과 건전지, 식량과 연료, 난방 기구,
여분의 텐트와 방한복이 사라진 것은 분명 정상적 상황이 아니었다. - P268

해괴한 방법으로 서툴게 입어 봤는지, 방수포와 방한복 두세 벌이 기분 나쁘게 찢겨져 있었다. 훼손된 인간과 개의 시신, 광인이 매장한 듯한 손상된 생물체 표본, 이들은 모두명백한 광기의 산물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가운데, 우리는 캠프에서 벌어진 광기의 무질서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들을 사진에 담았다. - P269

셔먼과 피버디 교수.
맥티그는 오후 동안, 인근을 비행하며 쌍안경으로 기드니와 사라진 물건들을 수색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돌아오고 나서 거대한 장벽이 모두 똑같은 높이와 구조로 좌우 대칭을 이룬 채 끝없이펼쳐져 있다는 점을 보고했다. - P270

어디에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순수한 과학적 열정과 모험심이 남아 있었다. 신비의 산맥 너머에 있을 미지의 왕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이다. 신중하게 작성한 전문에 밝힌 대로우리는 공포와 당혹감으로 하루를 보낸 후 자정에 휴식을 취했다. - P270

피버디 교수가 전날의 오후 비행에서 육분의로 확인한 기록을 검토한 후, 댄포스와 나는 캠프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해발 7000미터에서7300미터 정도의 고갯마루를 비행기로 통과할 수 있는 최저 고도로 계산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찰비행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기체의 중량부터 줄였다. 높은 고원에서 뻗은 구릉지대에 있는 캠프 자체의 높이가거의 3600미터였으므로, 실제로 우리가 날아올라야 할 고도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 P271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석조 구조물의 가장자리는 숱한 세월 동안 모진 풍화에 의해 부서지고 둥그스름해져 있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견고함과 단단한 재질 덕분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다. 특히 비탈에 가까운 지점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주변의 암석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았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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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용희 어린이 어머님 맞으세요?"
약간은 짜증스러운 어조였다. 김실자는 눈을 끔벅거리며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 최두연입니다. 이분은 사회복지사 신미현 씨고요. 아동학대 방지 차원에서 전수조사로 나왔습니다. 석용희 어린이와 함께 지낸다고 신고하신 곳이 이 기도원 맞죠?" - P137

김실자가 바닥을 내려다보던 자세 그대로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덜덜 떠는 것만 같아서 신미현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머님・・・・……." - P137

노인이라고 믿기힘들 정도로 분칠한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거부감이 일었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이 뱀의 혀처럼 두 사람의 얼굴을 훑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김실자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천주님!"
‘천주? - P138

종교적인 이유라고 했지만 종교의 수장 같은 느낌은 잘들지 않았다. 화장만 아니면 평범한 모습이었다. 의아함이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천주라고 불린 여자가 팔을 뻗었다. 손을 잡고있던 아이가 반사적으로 두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 P138

"그게 안 된다면 더 이상 협조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법으로종교의 자유를 허하였으니, 당신들의 법으로 우리를 구속해보세요."
천주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 P139

용희는 밖에 세워둔 채였다. 문이 쾅 닫혔다.
신미현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작은 눈을 내려다보았다. 두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엄마 뒤로 숨지는 않았다.
낮은 한숨을 쉬며 신미현이 용희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네가 석용희니?" - P139

가 되지 않을 터였다. 신미현은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쓰다듬어주었다.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손을 만졌다. 거칠진않았다. 조금 마른 듯하지만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 P140

"어머님, 죄송하지만 아이와 면담을 먼저 하겠습니다. 10분만주시죠."
"어......."
김실자의 눈이 불안하게 여기저기로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달막일 뿐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 같았다. - P140

천주가 들어간 철 대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10분 후에 나오시죠. 아니면 저희가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 P140

"천주님! 큰일이.………. 아이와 따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두서없는 그녀의 말에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천주가 일어섰다.
김실자와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였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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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정리 1

여러 개의 양(quantity) 또는 이들 사이의 비율이 임의의 유한한 시간 동안연속적으로 변하면서 같은 값으로 접근한다고 하자. 주어진 시간이 끝나기전에 이들 사이의 차이가 임의로 잡은 어떤 값보다도 작으면, 이들은 결국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2

직선 A와 AE, 그리고 곡선 ace로 에워싸인 도형 AacE가 주어져 있다.
여기에 길이가 모두 같은 AB, BC, CD, ⋯를 밑변으로 삼아 평행사변형Ab, Bc, Cd, .…를 작도하면(단 이들의 세로변 Bb, Cc, Dd, ..…는 Aa와 평행하며, 평행사변형의 개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작은 평행사변형 akbl.
blcm, cMdn,.…이 완성된다. 이들의 가로(폭)를 점점 줄여가면서 개수를무한정 늘이면 곡선 도형(원래의 도형)에 내접하는 도형 AkbLcMdD와 외접하는 도형 Aalbmcndo, 그리고 원래 도형 AabcdE는 면적이 같아진다. - P97

보조정리 3

평행사변형의 밑변 AB, BC, CD, …가 같지 않아도, 이들이 한없이 작아지면 내접 도형과 외접 도형, 그리고 곡선 도형의 면적은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99

부가정리 4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현들은 궁극적으로 직선이 아니며, 곡선 4E에 무한정 가까워진다. - P100

보조정리 4

2개의 도형 AacE와 PprT의 내부를 다음의 경우와 같이) 같은 개수의 내접하는 평행사변형으로 가득 채웠다고 하자. 이들의 폭을 무한정 줄여나간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도형의 평행사변형과 두 번째 도형에서 이에 대응되는평행사변형의 최종 면적이 모든 평행사변형에 대하여 동일하다면, AacEPprT는 면적이 같다. - P100

보조정리 5

서로 닮음 관계에 있는 도형의 대응변(직선 또는 곡선)들은 길이 비율이 모두 같고, 면적 비율은 길이 비율의 제곱과 같다. - P102

보조정리 6

임의로 주어진 매끄러운 호(곡률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호) ACB와 이에 대응되는 현 AB가 있다. 현의 한쪽 끝 A에서 호에 접하는 직선을 AD 라 하자.
AD는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상태에서 A와 B가 호를 따라 서로 가까워지다가 한 점에서 만나면, 현과 접선의 사잇각 BAD는 무한정 작아지다가 결국 0으로 사라진다. - P102

보조정리 7

 위와 같은 가정에서 호와 현, 그리고 접선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3

B가 A를 향해 접근하는 동안 AB와 AD를 연장한 선 위에 와 다를잡아서, B가 어느 위치에 있건 bd와 BD가 항상 평행하도록 유지하고, 호 ACB와 닮은꼴인 호 Ac를 그려보자. 점 A와 B가 하나로 합쳐지면 <dab는 0으로 사라지고 (보조정리 6 참조), 유한한 직선 A와Ad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 사이에 낀호 Ac도 이들과 같아진다.
그런데 직선 AB와 AD,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호 ACB는 각각 Ab,
Ad, Acb와 항상 비례관계에 있으므로 결국은 이들의 길이도 같아진다. [Q.E.D.] - P103

부가정리 2

A를 지나는 또 다른 직선 AF와 AG, 그리고 B를 지나는 또 다른직선 BE, BD가 있고, BF가 접선 AD와 평행하면 (A와 B가 무한정 가까워질 때) AD, AE, BF, BG, 그리고 호 ACB와 현 AB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같아진다. - P104

부가정리 3

그러므로 이들의 최종 비율을 논할 때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 P104

보조정리 8

직선 AR과 BR, 호 ACB와 현 AB, 그리고 접선 AD를 조합하면 3개의 삼각형 RAB, RACB, RAD²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A와 B가 가까워지면 3개의 삼각형은 점점 작아지면서 닮은꼴 도형에 접근하다가, A와 B가 한 점에서 만날 때 닮음비는 1:1이 된다(즉 3개의 삼각형이 완전히 같아진다).

2) 이들 중 RACB는 삼각형이 아니라 부채꼴에 가깝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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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설과 복잡한 묘사, 회상 장면 등이 빈번하게 도입되었고, 매번 똑같은 말로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원형 작시법‘은 시인에게 언제 몸짓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언어적 표지를 제공했다. - P531

관용어는 두 단어(튼튼한 집‘, ‘검붉은 바다‘)일 수도, 그 이상의 단어은 백색의 발을 가진 테티스)일 수도, 혹은 두세 문장 정도의 길이일 수도있었다. 물결 치는 머릿결의 아카이아인들은 그 행의 다른 부분에 음절수가 몇 개 필요한가에 따라 때로 ‘전투로 단련되었을 수도, 때로는 그저소박하게 용감할 수도 있었다. - P532

서사시는 초기 그리스의 시였고, 서정시(서사가 없고 극이 없는 시)는 호메로스 이후 3세기가 흐른 뒤에 최고점에 다다랐다. - P532

종교제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합창시는 근대 영어에 이름을 남겼다.(파에온‘은 아폴론을 숭배하는 노래였고, ‘험노스‘
는 일반적인 숭배의 노래, ‘엔코미온‘은 찬미가, ‘트레노스는 장송가였다. 이들단어에서 영어 단어 ‘paean (찬가)‘, ‘hymn (찬송가)‘, ‘encomium(찬양 연설),
"threnody (장송가)‘가 생겨났다.) - P532

서정시의 전체 흐름은 서사시와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더 작고 혁신적인 목표가 있었다. 사적 정서와 개인 경험의 삽화를 채색한 것이다.


그녀의 약하다 약한 항의를 입맞춤으로 압도하고,
요염한 손길로 그녀의 기분을 내 기분대로 녹여 주고,
그녀가 마지못해 동의하여 한숨을 쉬지 않을 때까지.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 주길.

- 사포, 「아낙토리아에 바치는 송가」(모노디 시) - P533

처음으로 시인 개인의 목소리는 시 안에서 환하게 빛을 뿜었다. 그리고 결국 그리스 서정시는 기교와 전문 용어를 빌려주면서 17세기 영국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된 ‘서시‘의 원형이 되었다. - P533

덕분에 시낭송보다는 화려한 볼거리와 의상을 갖춘 희곡 공연의중요성이 점차 커졌다. 서정시인은 이미 그리스 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 P534

무덤 비석에 새겨진 형태로 처음 발견된 경구는 간결하고 직설적이었다.(대리석에 시 한 편을 새겨야 한다면 짧은 시를 짓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그리스의 경구들은 비용이었다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촌철살인의 진술로 진화했다.


누구도 파멸의 순간에
너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는다.⁵ - P534

로마의 송시

로마의 작가들은 그리스 희곡을 차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시의 양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라틴어 희곡처럼 라틴어 시는 그리스어 시와 같은 성취에 결코 이르지 못했다. - P534

존 밀턴부터 A. E. 하우스먼에 이르기까지 영국 시인들이 대대로번역한 그의 송시에서, 호라티우스는 경험 많고 신랄하고 냉소적이지만 마음이 선한 인생의 관조자 입장을 취했다. - P535

중세 시학

중세 시학은 중세의 역사처럼 고대에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고전 희곡처럼 고전시는 잠시 자리를 잃는다. 글쓰기는 사라져 가고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직접성을 상실하며, 중세에 부상한 시는 라틴어 송시보다는 게르만의 구술 전통의 영향을 받았다. - P536

그리스 서사시처럼, 고대 영어 서사시 『베오울프』는 문자로 씌어지기 한참 전인 기원후 800년경부터 구술로 공연되었을 것이다.  - P536

궁중의 사랑과 명예 이야기로 이루어진 『거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의 주인공 역시 처음부터 초자연적 존재와 갈등한다. 베어진 자신의 머리통을 집어 들고 걸어가는 녹색의 기사가 바로 그 존재다.  - P538

단테의 「지옥편」이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같은 중세 후기의시들 역시 기독교적 주제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 P538

중세의 시학은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이러한 시적 이야기들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유보적인 성향을 물려받았다.
결국 다른 창조와 마찬가지로 언어는 타락했고 선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신성과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 P538

말은 물리 영역의 일부기 때문에 진리를 가리키는 것만큼이나 쉽게허위를 가리킬지 모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을 형성시킨 『기독교 교리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 P539

 이렇게 언어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경고했던 ‘재주‘의 문제다. 그래서 단테의 「지옥편」은 꿈에서 일어나며, 화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진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 P539

 또한 초서는 그래서 자기가 조금 전까지 말한 모든 것을취소하며 순례를 끝맺는다. 순례하던 인물이 말재주에 미혹되어 바른 길에서 멀어지고 잘못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잘못된 목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생각한 아이러니컬한 염려 때문이었다. - P539

중세 신학자들은 언어가 두드리는 대로 펴지는 성질이 있어서 네 가지 층위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다음 네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 P540

축어적(실제 이야기 혹은 표면적 의미) 의미, 우의적(때로는 ‘예형론적‘이라고도 하며, 예수나 천상의 영역과 관련된 영적 진실을 그린 삽화)의미, 비유적 (이야기에서 ‘도덕‘으로, 기독교인의 실제 삶에 적용) 의미, 그리고 신비적(반드시 최후의 시기와 관련된 죽음, 심판, 영원한 운명) 의미가있다. - P540

우의적으로, 순례자는 또한 신의 왕국과 악마의 영역 사이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잃는다. 그는 비유적으로,
일상의 삶에서 도덕적인 요구와 맞붙어 싸우며, 신비적으로, 자신의 최후목적지인 지옥 혹은 천국으로 향해 간다. - P541

다층적 해석은 단순하고 꾸미지 않은 진리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의심과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 대전』에서 펼친 사실에 근거한다. - P540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빠져나오는 엑소더스 이야기를 다룬 시편 113 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그 글자만(어적 의미)을 생각한다면"

편지만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은 모세 시대에 이스라엘의 아이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것입니다. 우화로 본다면 그리스도를통한 우리의 구원이 의미 있을 것이며, 도덕적인 의미로 본다면 영혼이 죄의슬픔과 비참함에서 은총의 상태로 변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요. 신비적으로 본다면 이 세계의 타락이라는 굴레에서 죄를 씻은 영혼이 영원한 영광의 자유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¹⁰ - P541

 르네상스시대의 새로운 학문은 세상과 언어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해서 불로써 정화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성으로써 풀어야 하는 난제라고 보았다. - P541

시인은 신비주의자가 아니라 언어의 과학자가 될 수 있었고, 무아지경을 경험하지 않고도 신중하고 정확한 음절을 선택해서 진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 - P542

16세기와 17세기에는 시가 산문보다 좀 더 명확한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시는 시를 쓰는 이에게 언어를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에 당시에 최고의 정보 전달 매체가 될 수 있었다. - P542

언어에 대한 경의는 과학뿐 아니라 청교도주의와도 관련 있다. 청교도주의자는 성경을 번역할 때 교회에서 성령의 해석에 따르기보다는성경을 신뢰할 만한 산문‘으로 번역하려고 새로이 시도했다. 간명한 언어가 신을 드러내는 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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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임을 확인하기 위해 구조적 지표에만 기댄다면, 『일리아드』와 앨런 긴즈버그의 『아우성』에 ‘시‘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유가 억지스럽게 보일 것이다. 내가 만든 "시는 잠망경과 같다."는 은유는 특히 볼테르의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라는 정의와 비교할 때 별다르게 시적이지 않지만,
각운이나 연 등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명백한 구조적 표지와 구별해 시를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 P528

7분 만에 읽는 시인과 시어의 역사

서사시의 시대

최초의 서구 시는 그리스 시다. 초기 그리스 시는 서사시다. 영웅담과 전쟁 이야기가 구전으로 산발적으로 퍼져나가다 마침내 기원전800년경에 호메로스가 글로 옮긴 것이다 - P529

그리스인들에게 시란 오늘날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시란 역사보다 철학적이고 더 가치 있다. 왜냐하면 시는 일반 용어로 말하는 반면 역사는 세부적인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시는 보편 진리를 보여 주려고 애쓰는 언어였다. - P529

자신만의 언어 양식과 묘사 양식을 이용해 다른 사실들과 서로 조합해듣는 이들을 위해서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재창조하거나 ‘만들어 낸 것이다. 『일리아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이었을 하나의 사실로 출발한다. 어느 전사가 사제의 딸을 납치한 다음 되돌려주려 하지 않자 그녀의 아버지가 요구받은 몸값을 가지고 도착한다. - P530

그렇다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 시인은 어디에 있는가?
시인은 청중에게 말을 하고 있다. 이 서사시들이 수백 년 동안 구전되었고, 그래서 시인은 청중의 눈앞에 언제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시인은 종이 뒤에 숨어 있지 않았다.  - P530

다른 보조 기억 장치도 서사시의 구성을 돕는다. 시인은 종종 앞으로 하려는 이야기의 윤곽을 잡아 주는 서막 격인 ‘차례‘ 구술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시인 자신뿐 아니라 청중이 기억하는 데도 보조 장치 역할을 한다. 이야기를 이어 가기 전에 예전에 이야기한 부분을 떠올리려고이따금 멈춰서 동작을 재현하기도 한다. - P531

그리고 자주 벌어지는잔치, 전투, 습격, 무기 시합 장면은 똑같은 반복 구조로 소개되었다. 가령 ‘전투 장면‘은 똑같은 유형을 따를 수 있었던 터라 시인이 특정 전투에대해 자세히 모른다 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 P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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