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의 나머지 탐사 여정에 대한 간단하고도 불만족스러운 기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착륙한 지 몇 시간 후에발견한 비극적인 광경에 대해 신중한 보고서를 보냈고, 전날 혹은 이틀전 밤부터 몰아닥친 극심한 돌풍으로 레이크의 탐사팀 전원이 사망했e고 마지못해 발표했다. - P259
비행기 격납고 한 곳은ー멀리서봤을 때는 엉성하게 보였을 뿐이지만ー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멀리세워져 있는 시추탑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비행기 차체와 드릴 장비의 금속 부분은 모두 도장이 벗겨졌고, 눈더미로 보강한 작은 텐트 두개도 납작하게 주저앉은 상태였다. - P260
우리는 5각형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되고 점무늬 때문에 숱한 의혹을 자아냈던 푸르스름한 동석 몇 개를 포함한 광물질을 거대한 잔해더미에서 수집했다. 기이한 상처가 나 있는 뼈 화석도 발견했다. - P260
썰매 세 대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 우리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추 장소에 남겨진 드릴 장비와 해빙 장치는 수리하기 힘들 정도로 파손정도가 심했으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레이크 교수가 발파한 동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 P261
하지만 우리는 기묘한 녹색 동석과 어지러운 캠프 주변에서 발견된 다른물체 주변에서 개들이 역시 킁킁대며 불안해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캠프와 시추 장소에서 바람에 의해 위치가 바뀌거나 부품이 떨어진 과학 장비와 비행기, 기계류 등이 있었으며, 개들에게는 이런물건들이 특히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양이다. - P261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개인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애썼으며, 몇 개의 표본을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이크 교수와 탐사 대원들이 광기에 빠졌다는 암시가 될 만한 언급은 일체 자제하기로 약속했다, - P262
우리는 일반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댄포스와 나는 다음 날 산맥을 넘어 정찰 비행을 한 사실에 대해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려면 비행기가 매우 가벼워야 했으므로 정찰 인원이 우리 두 사람으로 제한된 것이 그나마 천운이었다. - P262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산맥의 거대한 봉우리들은 적어도 코만치아기 중기부터 변화를 겪지 않은 시생대 지층과 다른 원시 지충으로이루어져 있었다. 산맥 정상에 규칙적으로 둘러싼 정육면체 모양과 성곽의 형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보고서에 포함했다. - P263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 짐을 싣고 가능한 한 빨리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우회적인 항로였으나 그게 맥머도 만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 P263
우리가 더 이상 재난을 겪지 않고 무사히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이다. 논스톱 비행 결과 모든 비행기는 다음 날인 1월 27일 저녁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곧이어 28일, 대원들은 쉴새 없이 두팀으로 나누어 맥머도 만으로 이동했다. - P264
나이 어린 댄포스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의사들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횡설수설하지 않았다. 이미 말했듯이그 혼자만 목격하고 내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것을 털어놓는다면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상황이었다. - P264
인간의 호기심은 사그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발표한 내용 자체가 미지를 향한 인간의 오랜 욕구를 자극할 거라는사실을 우리도 모르진 않았다. 우리는 눈 속에 매장된 생물체에서 분리해 가져온 표본 일부와 발견 당시 찍은 생물체 사진을 단단히 숨겼지만, 생물학적 변종에 관한 레이크 교수의 보고로 인해 이미 박물학자와고생물학자의 관심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 P265
레이크 탐사팀의 캠프와 그곳에서 우리가 실제로 발견한 것, 나아가오싹한 산맥 너머에 있던 또 다른 존재에 대해 떠올려야 하는 지금, 엄청난 망설임과 반감만 느껴진다. - P265
돌풍에 유린된 지역, 파괴된 캠프,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장비, 개들의 동요와 불안, 사라진 썰매와 물건들, 사람들과 개들의 죽음, 기드니의 실종, 4천만 년 동안 잠든 세계에서 나왔다가 기이하게 매장된 6개의 표본은 외적인 손상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조직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말했다. - P266
그 비극을 가져온 무시무시하고 믿을 수 없는 진짜 원인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그냥 지나치도록 노력했다. 모든 것의 원인을 레이크 탐사팀 일부에서 폭발한 광기로 돌리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 P266
물론 광기의 극치는 사체의 상태였는데, 사람과 개 둘 다 비슷했다.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사체들은 모두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갈가리 찢기고 토막나 있었다. 사인은 교살이나 열상이었는데, 허술한임시 축사가 안에서 밖으로 무너져 있었던 걸 보면 문제의 발단은 개들이었던 것 같다. - P266
무슨 일이 벌어졌든 간에 결과는 지극히 끔찍하고 역겨웠다. 역겨움을 참고 비극을 전부 드러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실종된 기드니는 캠프의 참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은 먼저 밝혀야겠지만 나는 이미 사체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토막나 있었다고 말했다. - P267
난도질당한 인간의 시체 곁에 거칠게 찢겨진 옷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지만, 단서라고는 할 수 없었다. 부서진 격납고른쪽 구석의 눈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도 역시 쓸모가 없었다. 그저 가젊은 레이크 교수가 일주일 내내 언급했던 화석 발견에 따른 혼란뿐이었으니까. 광기의 산맥이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으므로 누구든 상상력을 펼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 P267
그러나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던 실험용 텐트에 들어가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임시 해부대 위에 방수포로 덮어 놓았다는 원시 괴생물체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레이크 교수가 실험실을 떠났던 당시 그대로 보존된 것은 아니었다. - P268
그 정도만 해도 캠프에서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었지만, 다른 것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기드니와 개 한마리가 실종된 것이나, 8개의 온전한 생명체 표본, 썰매 3대, 몇가지 장비, 삽화가 그려진 기술 서적과 과학 서적, 필기도구, 손전등과 건전지, 식량과 연료, 난방 기구, 여분의 텐트와 방한복이 사라진 것은 분명 정상적 상황이 아니었다. - P268
해괴한 방법으로 서툴게 입어 봤는지, 방수포와 방한복 두세 벌이 기분 나쁘게 찢겨져 있었다. 훼손된 인간과 개의 시신, 광인이 매장한 듯한 손상된 생물체 표본, 이들은 모두명백한 광기의 산물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가운데, 우리는 캠프에서 벌어진 광기의 무질서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들을 사진에 담았다. - P269
셔먼과 피버디 교수. 맥티그는 오후 동안, 인근을 비행하며 쌍안경으로 기드니와 사라진 물건들을 수색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돌아오고 나서 거대한 장벽이 모두 똑같은 높이와 구조로 좌우 대칭을 이룬 채 끝없이펼쳐져 있다는 점을 보고했다. - P270
어디에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순수한 과학적 열정과 모험심이 남아 있었다. 신비의 산맥 너머에 있을 미지의 왕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이다. 신중하게 작성한 전문에 밝힌 대로우리는 공포와 당혹감으로 하루를 보낸 후 자정에 휴식을 취했다. - P270
피버디 교수가 전날의 오후 비행에서 육분의로 확인한 기록을 검토한 후, 댄포스와 나는 캠프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해발 7000미터에서7300미터 정도의 고갯마루를 비행기로 통과할 수 있는 최저 고도로 계산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찰비행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기체의 중량부터 줄였다. 높은 고원에서 뻗은 구릉지대에 있는 캠프 자체의 높이가거의 3600미터였으므로, 실제로 우리가 날아올라야 할 고도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 P271
레이크 교수의 말대로, 석조 구조물의 가장자리는 숱한 세월 동안 모진 풍화에 의해 부서지고 둥그스름해져 있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견고함과 단단한 재질 덕분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다. 특히 비탈에 가까운 지점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주변의 암석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았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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