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용희 어린이 어머님 맞으세요?" 약간은 짜증스러운 어조였다. 김실자는 눈을 끔벅거리며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 최두연입니다. 이분은 사회복지사 신미현 씨고요. 아동학대 방지 차원에서 전수조사로 나왔습니다. 석용희 어린이와 함께 지낸다고 신고하신 곳이 이 기도원 맞죠?" - P137
김실자가 바닥을 내려다보던 자세 그대로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덜덜 떠는 것만 같아서 신미현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머님・・・・……." - P137
노인이라고 믿기힘들 정도로 분칠한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거부감이 일었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이 뱀의 혀처럼 두 사람의 얼굴을 훑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김실자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천주님!" ‘천주? - P138
종교적인 이유라고 했지만 종교의 수장 같은 느낌은 잘들지 않았다. 화장만 아니면 평범한 모습이었다. 의아함이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천주라고 불린 여자가 팔을 뻗었다. 손을 잡고있던 아이가 반사적으로 두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 P138
"그게 안 된다면 더 이상 협조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법으로종교의 자유를 허하였으니, 당신들의 법으로 우리를 구속해보세요." 천주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 P139
용희는 밖에 세워둔 채였다. 문이 쾅 닫혔다. 신미현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작은 눈을 내려다보았다. 두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엄마 뒤로 숨지는 않았다. 낮은 한숨을 쉬며 신미현이 용희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네가 석용희니?" - P139
가 되지 않을 터였다. 신미현은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쓰다듬어주었다.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손을 만졌다. 거칠진않았다. 조금 마른 듯하지만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 P140
"어머님, 죄송하지만 아이와 면담을 먼저 하겠습니다. 10분만주시죠." "어......." 김실자의 눈이 불안하게 여기저기로 흔들렸다. 그녀는 입술을 달막일 뿐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 같았다. - P140
천주가 들어간 철 대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10분 후에 나오시죠. 아니면 저희가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 P140
"천주님! 큰일이.………. 아이와 따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두서없는 그녀의 말에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천주가 일어섰다. 김실자와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였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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