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러다가, 그러다가 용희가 아니라는 걸 그런 걸 알게 되면.………….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만약에 알게 되면……...
"실자야."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그러면 우리 용희는・・・・.… 우리**용회는ㆍㆍㆍㆍㆍ…. - P141

천주라고 불린 여자의 말대로 종교의 자유는 법으로 허락되어 있다.
"마지막인데 말이야. 혹시 옷 좀 걷어 봐도 될까?"
보이지 않는 곳에 폭행의 흔적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아이는 어리둥절해했다.  - P142

"이야기 끝났으면 들어가도되죠?"
최두연이 신미현을 보았다. 신미현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제스처였다. 아이가 있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 P142

최두연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제목덜미를 만졌다.
헐렁한 티셔츠 안쪽으로 어깨에 있는 커다란 점이 보였다. - P143

선준은 룸미러를 흘끗 쳐다보았다. 작은 거울 안에 뒷자리에 앉은 예원과 로운이 비쳐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원은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로운은 그런 예원을 연신 흘깃거렸다. - P144

그러나 아이를 데려온 이상 식사를 거를 수는 없었다. 내 아이를 찾아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데려온 아이다. 최소한, 아이를 보살피는 데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44

 예원은 로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고팠지? 미안"
로운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어렴풋한 미소를 지었다.
선준은 휴게소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예원과 로운이 내릴 동안 조수석에 벗어둔 점퍼를 집어 들었다.  - P145

차에서 내린 선준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냈다. 자신이 출금하는 동안 먼저 들어가 주문하라고 할 생각이었다. 예원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휴게소 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 P145

그곳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휴게소에서 나오는 어떤 여자가 있었다. 평범한 아이 엄마의 모습에 로운은 시선을 빼앗긴 것 같았다. 그런 로운이 곧 예원을 올려다보았다. 예원은 로운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 P145

선준은 지갑에서 꺼낸 3만 원을 예원에게 내밀었다.
"먼저 들어가서 주문해놓고 있어. 현금 좀 찾아서 들어갈 테니까."
"그래"
예원이 돈을 받아 휴게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로운은 예원의 손을 잡고 부지런히 따라 걸었다. - P146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 아이가 저렇게 된 것은 아이를 방치한 엄마의 탓이다. 억지로 데려온 것도 아니다. 그러니 법으로야 어떻든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 P146

‘가는 데까지는 가보자‘
목적지는 확실했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게 맞는지까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요즘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 P147

현금지급기로 향하던 선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공중전화 부스 한 대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도 공중전화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멈춰 선 것은 아니었다. - P147

 심장이 바짝 타들어갔다. 그럴 때쯤 그 전화가 걸려 왔다.
031-582-####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031이면 경기도 어디쯤이라고 본능적으로 감지할 뿐이었다. - P148

"공중전합니다."
형사 하나가 외쳤다. 전화번호로 곧장 위치를 확인했다. 거실에서 진두지휘를 하던 양 형사의 얼굴이 상기됐다. 곧장 발신지로 인근 지역의 형사가 급파됐다. 하지만 형사들이 도착했을 때 공중전화는 비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CCTV가 없는 지역이었다. - P148

선준은 그때 전화가 걸려 온 공중전화기 위치가 어디였는지를기억해내려 애썼다. 들었다면 잊었을 리가 없다. 경기도 어딘가의 시골이라고만 전해들었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형사들에게 일일이 물었다가 추적이 지연되기라도 할까 봐, 후에는 선우와 관련성이 없다는 결과를 들어서 실망했기에 자세히 묻지 않았다. - P149

선준은 단축 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양 형사의 전화번호가 뜨면서 발신 중이라는 글씨가 화면에 떴다. 선우를 잃어버린 후 두사람의 단축 번호 1번은 양 형사였다. - P149

 신호가 끊어지기 직전 양 형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별로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이선준입니다."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니 할말이나 하고 빨리 끊어라. 침묵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150

"전화가 걸려 왔던 공중전화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좀 알수없을까요?"
-지금 어디십니까?
그 말은 ‘지금 뭘 하고 있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 P150

"경찰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제 심정도 이해해주시겠죠.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을 안 가볼 이유가 없죠. 저희한테는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마지막이요?
양 형사의 목소리에 불안이 담겨 있었다. - P151

"네. 꼭 부탁합니다."
선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들에게는 길고 긴, 물 한 모금 없고 희망한 자락 없는, 지옥의 사막 같던 3년의 시간이 그에게는 3년밖에 안 된 일이었다. - P151

"먼저 먹어도 돼요?"
사람들이 많이 오갔고, 쉴 새 없이 음식이 나오는 대로 순번을호출하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에 소리가 부딪혀 웅웅대는 소음이 청각을 더 둔화시켰다. - P152

"아줌마."
용기 낸 두 번의 부름이 우동 위의 김처럼 공기 중에서 사그라졌다. 동시에 로운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로운은 우동그릇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당겼다. 우동 그릇이 로운의 허벅지 위로 엎어졌다. - P152

"여보!"
고함이 들린 걸까. 유리창 너머에서 선준이 이쪽을 돌아다 보았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튕겨지듯 그가 출입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작은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로운의 몸을 끌어안은 예원의 무릎 밑에도 뜨거운 우동국물이 흥건했다. 예원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P153

 안내한 사람 중 남자 직원이 급히 벽에 설치된 장식장의 문을 열더니 구급상자를 들고 왔다.
"119에 신고해드릴까요?"
선준은 남자 직원의 얼굴과 로운의 젖은 허벅지를 번갈아 보았다. 조심스럽게 운이 입은 바지를 벗겼다. 다행히 살갗이 바지에 붙지는 않았다. - P153

구급상자에서 화상 연고를 꺼내 우동이 쏟아진 부위에 넓게펴 발랐다. 이따금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쓰라리지는 않은지 인상을 쓰지는 않았다. - P154

선준이 연고를 다 바르고 나자 무서운 얼굴로 아이를 다그쳤다.
"일부러 그랬지?"
선준은 귀를 의심했다. 직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예원은 그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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