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운동도 마약과 같다고 말한다. 운동은 모르핀과 비슷한 화학 물질인 엔도르핀을 뇌에 충만하게 만듦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러한 기분을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라고 한다. - P263
그러나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의 생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하게정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엔도르핀을 생성시키는 경험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를테면 격렬한 운동이 엔드로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동이면 무엇이든 엔도르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인지조차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 P263
워싱턴 대학교의 영양 과학 프로그램 지도자인 애덤 드레 스키의 글로, 식탐을 막는 방법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이 들어 있었다. 그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운동이었다. "운동은 식탐을 대신해서 신체에 만족을 가져다주는 엔도르핀을 생성시킨다."라고 그는 썼다. 그리나 어떤운동을 얼마나 강렬하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았다. - P264
널랜드는 트레이너를 두고 웨이트리프팅과 러닝머신에서의 달리기를 병행했는데, 운동을 하면서부터 몸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기분이 너무 좋다. 더욱 기쁜 것은체육관에서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면 온몸이 엔도르핀으로 충만되어 있는 기분이어서 운동 직후 몇 시간 동안은 매우 효율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 P264
케미컬 헤리티지재단에서는 엔도르핀에 대해 어떤 주장을 갖고 있는지도 찾아보았다.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재단은 화학물질과 화학 물질의 사용에 대한 대중 교육에 힘쓰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교사들을 위한 교육 자료 제작도 그중 하나에 속한다. - P265
그중 한 부분을 인용해 보면, "엔도르핀은 사람의 두뇌가 쾌락을 경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을 먹으면 인체는 엔도르핀을 생성한다고 생각된다. 초콜릿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 초콜릿을 먹음으로써 섭취한 열량을 모두 소비하고 나면, 이때에도 우리의 몸은 엔도르핀을 만들어 낸다. 장거리 육상 선수들이 ‘러너스 하이‘라는것을 경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인체는 더 많은 엔도르핀을 만들어 낸다."라고 적혀 있다. - P265
셔윈 널랜드, encyclopedia.com, 케미컬 헤리티지재단 등에서 러너스 하이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들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엔도르핀은 공통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엔도르핀이 몸에서 생성되게 하려면 오랜 시간 운동을 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거의 기진맥진한상태가 될 때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 P266
"담배를 처음 피워 보면 맛도 없을 뿐 아니라 역겨움과 어지럼증까지 느낍니다. 그러나 담배에 차츰 익숙해지면 하루에 다섯 개비를 피우다가 열 개비, 열다섯 개비, 한 갑으로 늘어나죠. 담배가 주는 자극이 만족스럽게 느껴지면서 차츰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조깅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면 한 1주일간은 숨이가쁘고 근육이 당기는 등 온몸 구석구석이 안아픈 데가 없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계속한 사람은 스스로달리기의 매력에 길들여져서 마치 마약중독자들처럼 걷잡을 수 없는상태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죠."
-윌리엄 P.모건, 위스톤신 대학교 운동 생리학자 - P267
모건은 연구 과정에서 접한 극단적인 달리기 중독증의 사례를 지적했다. 서른다섯 살의 한 대학 교수가 매일 달리기 운동을 했는데, 이사람은 몸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하루도 달리기를 거를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람은 2층의 자기 침실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기어가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 P267
스물여덟 살의 학교 상담 교사 사례도 있었다. 이 교사는 하루 일과가 끝난 후 한 차례씩 달리기를 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아침에도10킬로미터씩을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점심 시간에도 달리기를하게 되었다. - P268
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뜻밖에도 몇몇 사람들이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다들 그런 경험을 했으면서도 혼자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269
"마약해 본 적 있어요?" 빌이 물었다. 빌은 어렸을 때 마약이란 마약은 모두 경험해 보았다고 한다. 운동은 그에게 어린 시절 탐닉했던 코카인만큼이나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운동은 코카인처럼 강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 그러니까 두뇌에 작용해서 유발하는 일시적인 행복감이 코카인을 복용했을 때보다 훨씬더 오래 지속되지요." 빌이 설명했다. - P269
빌은 얼마 안 가 자전거 타기를 그만두었고, 운동을 하는 동안 줄었던 체중은 금방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12년 동안 그는 완전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턴가 마약을 끊었고,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자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2년 후, 그는 처음으로 운동 도중의 쾌감을 경험했다. 8시간 안에 160킬로미터를 달리는 경기에 참가했을 때였다. 빌의 목표는 6시간 안에 160킬로미터를 완주하는 것이었다. - P270
"연처럼 하늘 높이 두둥실 뜬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요." 빌은 자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리라고는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그런 기분을 다시 느껴 보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는 않았다. - P270
비용으로만 따져도 러너스 하이를 맛보기 위해 빌이 쓴 돈은 젊은 시절 마약을 사기 위해 쓴 돈과 거의 비슷했다. "운동은 마약이 그랬던 것과 똑같이 내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전거를 타기로 예정되어있는 날이면 웬만한 초대에는 응하지도 않을 정도니까요." - P271
2001년에 쉰 살이었던 아널드 캔터와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널드는 나와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 스피닝 이벤트에 참가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쾌활하게 꾸준한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을뿐, 그다지 운동에 열정식인 것 같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아닐드는 냉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항상 선풍기나 에어컨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자전거를 탔다. - P272
"마음이 한껏 들뜨는 기분이었어요." 아널드는 다시 한 번 그 기분을 맛보고 싶어서 목요일 아침 6시에 시작된 두 번째 스피닝 클래스에 참가했다. 그 기분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아널드는 이틀 후 토요일 클래스에도 나갔고, 그 다음 주에도 나갔다. 한 주, 두 주, 시간이 흘렀고 1주일에 세 번씩 스피닝 자전거를 타기위해 이른 아침 체육관을 찾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 P273
그러나 빌 폭스와 아널드는 극단적인 사례에 속한다. 스스로 운동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친구이자 프린스턴 대학교의 분자유전학자인 리 실버에 더 가깝다. 리가 하는 운동은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멀지 않은 델라웨어와 래리탄 사이의 운하에서 배를 끄는 길을 따라 약 30킬로미터를 달리는 정도다. - P273
리가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것은 운동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내가그걸 경험한 것은 물리학 공부를 할 때였어요." 라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던 것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3학년 때인 1972년이라고 기억했다. "물리학이 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죠. 그때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에 제법 깊이 빠져 있었죠." - P274
그러나 리가 달리는 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다. 빌 폭스나 내 남편의기준으로 보아도 그렇고, 내 기준으로 보아도리의 운동은 그다지 격렬하지 않다. 하지만 리 실버는 매우 의심이 많고 신중한 과학자라서, 누군가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 있지도 않고 겪어 보지도 않은 일을 꾸며 내거나 실제 경험보다 부풀려서 말할 사람은 아니다. - P275
나는 마약을 그다지 많이 접해 보지는 않았다. 대학 시절에 한 친구가 다이어트에 좋은 약이라고 말하기에 그 약을 먹어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약은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암페타민(중추 신경계를 흥분시키는 합성 약물, 식전에 복용하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이었다. 그렇게해서 얼떨결에 암페타민을 먹어 본 적은 있었지만, 코카인은 한 번도사용해 보지 않았다. - P276
그러나 빌 폭스나 리 실버가 말하는 러너스 하이가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매우 높은 수준의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45분 내지 그 이상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나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 P276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스피닝 자전거나 엘립티컬 트레이너에서 내려오면, 운동을 멈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박수는 이내 정상치로 되돌아오지만 그 뿌듯한 행복감은 30분 이상 지속된다. 붉게 상기되었던 얼굴도 평상시처럼 회복되고 비 오듯 쏟아지던 맘도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모르는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방금 운동을 끝낸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도 내 마음은 여전히 흐뭇하다. - P277
예순두 살로 듀크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스티븐 보겔은 매주 세 번, 아침 6시면 육상 트랙에 나와 1시간30분가량 달리기와 걷기를 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운동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은아닙니다. 나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해 본 적도 없어요." - P278
텍사스 대학교의 독일어 교수인 존 호버먼의 문제는 몸이 느리다는 것이 아니다. 쉰일곱 살인 호버먼은 40년 이상 달리기를 해 왔다. 스톱워치를 들고 500미터 전력질주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해 왔다. - P278
엔도르핀의 대유행
의사들과 마약 사용자들은 오래전부터 모르핀을 비롯한 아편 (모르핀은바로 이 아편에서 얻어진다.)의 기적적인 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영국의 유명한 의사인 토머스 시든햄은 1680년에 이렇게 썼다. "전능하신 신께서 인간들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을 치유케 하고자 내려 주신 치료약 중에서 아편만큼 강력한 만병통치약은 없다." - P280
사람이 아편제를 먹거나 흡입하면 곧바로 두뇌로 아편 성분이 흘러들고 이성분들이 그러한 시스템을 지배함으로써 아편으로 인한 절정감을 유발한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추론은 곧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물질, 즉 두뇌 자체의 아편이 과연 무엇인가를 찾는 연구로 이어졌다. - P280
최초의 단서는 1975년에 나타났다.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한스 코스털리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존 휴스는 돼지의 뇌에서 아주 짤막한 단백질 파편들을 발견했고, 이 단백질 파편을 동물들의 뇌에 주사할 경우아편제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그 이듬해 로제 기유밍은 존 휴스가 발견했던 것보다 더 길면서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분자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 P281
이러한 발견이 이루어진 것은 때마침 과학자들이 대부분의 호르몬은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고착되고 단백질은 세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마치 도킹 스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막에 고착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즈음이었다. - P281
"어느 날 갑자기 아편제의 수용체에 관한 연구가 가장 인기 있는 주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스나이더도 놀랄 일이었다. 스나이더와 동료들이 발견한 새로운 수용체는 아직 이름도 없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이 물질에 이름을 지어 주기 위해 함께 모였다. - P2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