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기 싫다.
다른 친구가 여행갔다는 말을 들었다. 바빠서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결국 갔구나.

이자야는 그 웃을 수 없는 웃음을 유지한 채 조금 전과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왜? 대체 뭐가 심하다는 걸까. 이해가 안 되는걸."
"왜라니…."
"너희들은 "
그는 여자의 말을 자르고 강하게 다그쳤다. - P119

"몰라. 하나도 몰라. 너는 저세상에는 무(無)밖에는 없다고 했지. 그 부분이 잘못됐단 말이야.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도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죽는다는 건 없어진다는 뜻이야. 사라지는 건 고통이 아니야. 존재라고." - P120

사실 이자야가 하는 말은 구멍투성이 의견이었으며 얼마든지반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 여자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허나 어떠한 반론을 하든 상대에게 과연 통할까.
의문이아니라 공포가 두 여자의 내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잖아?!" - P121

"하지만 너희들은 다르잖아. 저세상도 어중간하게밖에 안 믿어, 아니면 네가 믿는 종교는 자살을 긍정하면서 ‘취직과 연애에 실패하면 죽어도 좋다고 가르치기라도 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트집 잡지 않을 테고 멋지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닥쳐." - P121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 가운데, 여전히 굳어 있는 두 사람에게 그는 조금 전까지와는 180도 다른 종류의 말을 걸었다.
"이야, 하하하, 아까 ‘죽은 후에는 어쩔 거냐‘ 라고 물은 건실은 한마디로 돈 문제였어. - P122

"난 낭비를 싫어하거든. 보험 같은 건 최근엔 따지는 게 많아서 무리지만 돈 같은 걸 되도록 여러 군데에서 빌려서는 나에게 넘긴 뒤에 죽어주면 안 될까? 너희들의 죽음은 헛되어도 너희들의 돈은 헛되지 않게끔 말이야. 너희들의 호적이나 몸 같은것도 남김없이 팔아치우면 상당한 액수가 될 테고, 그럴 수 있는 루트도 알고 있거든." - P122

여자들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이번에도 역시 가로막듯 이자야가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럼 문제입니다. 첫번째 질문. 나는 왜 입구에 가장 가까운자리에 앉아 있을까요?" - P123

"힌트 1. 이 슈트케이스 알맹이는 비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들 사이에 기분 나쁜 예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지만 이자야에 대한 감정은 감탄스러울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 2. 이 슈트케이스 사이즈는 너희들에게 맞추었습니다." - P123

"세 번째 질문. 너희들이 힘을 합쳐나에게 덤볐다면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러질 못했을까요. 힌트, 음료수를 가져왔을때 내가 컵을 돌렸습니다."
세계가 돈다. 돈다. 돈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두 여자는 이자야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치 자장가처럼 상냥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세계 안으로 스며든다. - P124

『그래서 이놈들을 공원 벤치에 앉혀놓고 끝인가?』세르티가 진화한 전자수첩-키보드 달린 PDA에 써넣은 문장을 보고 이자야는 즐거운 표정으로 "응"이라고 짧게 말했다.
새까만 그림자를 앞에 놓고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돈다발을 세었다. - P125

싱겁게 끝난 일. 이번은 그나마 뒤끝이 찝찝하지 않은 편이다. 결코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경찰이 관련될 만한 일인가? 괜한 불똥은 사양하겠어.』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니까. 무슨 시체를 옮긴 것도 아니고 만취한 여자 둘을 벤치로 옮긴 것뿐인데 뭘."
『슈트케이스에 넣어서 말인가?』 - P126

당연한 의문에 이자야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 표정만 보고있자면 도저히 어둠의 세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담근 인간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차피 죽으면 없어질 건데 그 전에 하고픈 걸 실컷 안 하면 손해잖아?" - P127

오리하야 이자야는 평범한 인간이다.
악인으로서 두드러진 폭력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냉정하다거나 살인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 타입도 아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이나 혈기를 주체 못하고 범하는 금기, 이러한 모두를 동시에 갖추고 있을 뿐이다. 악의 카리스마 따위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자신이 흥미 있는 것에 탐욕스러운 생물일 뿐이다. - P127

그는 세르티에게 뒷일을 맡기고 몇 주일 만의 이케부쿠로를만끽한 다음 돌아가기로 했다. - P128

또 하나는 -최근 들어 이케부쿠로에서 입에 오르내리는 ‘다라즈‘ 라는 조직이었다.
"재밌어. 재밌어. 정말 재밌어. 이 거리는 정보통인 나조차 모르는 것들로 가득 넘치고 또 생겼다가는 사라지지. 이래서 내가인간이 모이는 거리를 못 떠난다니까. 인간, 러브! 나는 인간이좋아! 사랑해! 그렇기 때문에 인간도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고."
그는 가슴 주머니에서 자신의 PDA를 꺼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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