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요짱이 혹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촌동생인가요? 가타후치 : 맞아요. 저보다 세 살 아래로, 본명은 ‘요이치‘예요. - P132
가타후치 : 실은 당시 큰엄마 배속에 아기가 있었거든요. 많이커서 언제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어요. 필자 : 기미히코 씨가 남기고 간 아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가타후치 : 네, 임신 중에 남편을 잃어서 큰엄마도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그런데 요짱까지 그렇게 되다니…………. - P133
구리하라 : ‘창문 없는 방‘ 하니, 아무래도 그 두 집이 연상되네요. 뭔가 관계가 있을까요? 가타후치 : 제 생각도 그랬어요. 하지만 아무리 돌이켜 봐도 창문이 없다는 것 말고 이상한 점은………… 비밀 구멍도, 열리지 않는 공간도, 물론 누군가 갇혀 있는 듯한기척도 없었어요. 다만………. 구리하라 : 다만..…...? 가타후치 : 붙박이 장지문이 하나 있었어요. - P135
가타후치 : 네. 다만 ②번 방에 들어가려면 ③번 방과 ④번 방을 경유해야 했죠. 그러기가 불편해서인지 ②번 방은 쭉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구리하라 : ‘쭉‘이라면 이 장지문은 옛날부터 열리지 않았다는말씀인가요? - P136
필자 : 그러고 보니 이 집, 언제쯤 지은 건가요? 가타후치 : 쇼와*시대 초엽이라고 들었어요.
*일본 연호, 1926년 - 1989년 - P137
가타후치 :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인데요. 가타후치 가문은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여러 사업으로 재산을 쌓았고, 최전성기에는 거대한 저택에다 수많은 고용인을 부릴 만큼 번창했대요. 그런데 어떤 당주가 느닷없이 사업 운영권을 남에게양도하더니만, 집터 구석에 별채를 짓고 틀어박혔다고 해요. 그때부터 집안이 서서히 기울다가 쇼와 시대 중엽에는 저택도 거의 다 부서졌다나 봐요. 그 후로 가타후치 가문의 자손은 유일하게 남은 별채를 개축해 조촐하게 살아왔다고 들었어요. - P138
가타후치 : 실은 요짱이 이 불단 앞에서 죽었어요. - P141
필자 : 정황상 요짱은불단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렇게 봐야겠죠? - P141
가타후치 :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가족들도 그런 식으로 말했어요. 장난으로 불단에 올라가려다가 발을헛디뎌 떨어졌을 거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웠어요. 이 불단은 어린애가 혼자 올라갈 수 있을 만한 높이가 아니었거든요. - P142
가타후치 : 더구나 요짱은 불단을 몹시 무서워했어요. 저도 그랬지만, 요짱은 조금 과하게 겁냈죠. 복도에 나갈 때도 불단을 보지 않으려고 했을 정도에요. (후략) - P142
구리하라 : 그럼 경찰은요? 가타후치 : 안 왔어요. 큰엄마가 경찰을 불러서 조사해 보는 게좋지 않겠느냐고 한번 제안했지만, 다들 반대해서 결국 포기한 것 같아요. (후략) - P144
셋 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고사가 아니라면 자살, 또는 살인. 가타후치 씨의 이야기를 듣건대 가족의 반응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누군가를 감싸는 걸까. 그럼 대체 누구를, 뭣 때문에………? - P144
구리하라 :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예를 들면 누군가 방에 들어왔다든가. 가타후치 : 아니요, 제가 깨어 있는 동안은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 P146
구리하라 : 그럼 요짱이 복도로 나가려면 가타후치 씨가 있는방을 지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가타후치 씨가 깨어있는 동안, 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않았죠. 즉, 요짱이 죽은건 가타후치 씨가 잠든 새벽 4시 이후인 셈이에요. 시신은 5시에 발견됐으니, 사망 추정 시각은 4시에서 5시 사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P148
필자 : 예전에 외과의를 취재할 때 들었는데요. 인간이 사망하고 몸이 차갑게 식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출혈이 심하지 않은 한, 대개 두 시간 정도는 온기가 남아 있다고 들었어요. 요짱은 피를 얼마나 흘렸나요? - P148
구리하라 : …… 딱 하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타후치 : 네? 그게 뭔데요? 구리하라 : 요짱이 불단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생각하면 시간적으로 모순이 생겨요. 하지만 요짱이 방에서 죽었다면 어떨까요? - P149
필자 :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누가 뭐 때문에 그런짓을? 구리하라 : 분명 범인이 사인을 위장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겁니다. - P150
구리하라 : 제 입으로 말해 놓고 이런 말씀을 드리려니 민망하지만, 방금 제 추리는 완벽하지 않아요. 구멍이 두 개 있거든요. 하나는 범인. 이 논리로 따지면 범인은 요짱과 같은 방에 있었던 큰어머님 미사키 씨입니다. 어머니니까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경찰을 부르려 했던 큰어머님이 범인일 가능성은 낮겠죠. - P151
구리하라 : 요짱은 방에서 죽은 게 아니라는 뜻이죠. 제 추리의절반은 오답이에요. 하지만 범인이 사인을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불단 앞에 놓아뒀다는 부분은 틀리지 않았을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범인은 요짱을 방에서 데리고 나가서 집 어딘가에서 살해한 후 시신을 불단 앞에 놓아뒀다. 문제는 어떻게 방에서 데리고 나갔는가, 그리고 어디서 살해했는가예요. - P152
필자 : 저기, 할머님은 왜 거실에 가는데 굳이 복도로 나오셨을까요? 가타후치 : 네? - P154
가타후치 : 듣고 보니…………. 그럼 혹시 ‘옆방‘이란 복도 오른편방이었던 걸까요? 필자 : 그렇다면 ①번 방, 즉 아버님이 주무시던 방이네요. 그럼 할머님 말씀을 듣고 아버님이 뭔가 말씀하실 법도 한데요. - P155
가타후치 : 하지만 그 외에 ‘옆방‘이라고 할 만한 방은 이 집에…………구리하라 : 이 평면도에는 그려져 있지 않은 방 아니었을까요?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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